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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 06 - 시작되다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5.03.03|조회수1,167 목록 댓글 0

[힐러] 06 - 시작되다

 

 

 

 

 

 

 

 

 

 

#1. 황사장 집 앞 골목 어귀

 

차 안에 앉아있던 윤형사와 차형사.

운전석의 윤형사는 핸들에 얹은 노트북으로 작업중이었는데.

요란한 소리. 뒤를 돌아본다. 오토바이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차 옆을 지나간다.

대부분이 배달 오토바이인데 두 명씩 타고 있다.

 

 

#2. 온실 (5부의)

 

황사장이 영신의 턱에 손을 대며

 

황사장 : 어이 고개 좀 들어봐. 그렇게 무서웠어?

 

하는데 영신이 간신이 손을 올려 황의 손을 뿌리치더니.

 

영신 : 재.. .재..

 

 

#3. 황사장 집 앞 길 (5부의)

 

달려오는 오토바이들. 길 양쪽에는 세워져 있는 상수파의 자동차들.

오토바이족들이 그 상수파의 차에다 일제히 물총을 쏘아댄다. 각종 현란한 물감이 쏘아져 나와 차에 끼얹어진다.

상수파 사내들이 난리가 나서 쫓느라고 난장판이 된 순간.

한쪽에서부터 달려온 대용. 오픈카로 거의 날아 들어가 운전석 아래로 납작 엎드린다.

 

 

#4. 온실

 

귀를 대는 황사장에게 영신이 말한다.

 

영신 : 재.. 재활용도.. 안되는 개.. 쓰레기.

 

// 정후가 옆의 줄을 휘어잡더니 냅다 당긴다.

휘청, 매달렸던 자리에서 굴러 떨어진 화분이 그 아래 선반 위로 요란하게 떨어진다.

선반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며 그 위에 있던 화분들이 줄줄이 경사를 따라 무너져 내리며 석회가 담긴 손수레를 덮친다.

삽이 튕기며 석회가 사방에 날린다.

황사장이 놀라서 저만치 도망치는데. 바로 그 앞으로.. 선반의 끝에 있던 큰 화분이 질질질 미끄러져 내려온다.

황사장이 기겁을 해서 다른 곳으로 피하고, 화분은 수레에 퍽 파묻힌다(수레가 뒤집어진다).

석회가 사방에 퍼지며 시야가 가려진다.

영신이 죽을 듯이 기침을 하다가 주위를 둘러본다. 비틀거리며 일어서며

 

영신 : 봉수야. 봉숙아.

 

석회가루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정후가 영신을 보더니 울먹이며

 

정후 : 선배.

영신 : 너 괜찮아?

정후 : 살려주세요.

 

 

#5. 황사장 골목 앞

 

부앙.. 소리도 요란하게 상수의 오픈카가 골목을 달린다.

대문에서 달려나온 상수와 요요. 바로 그 앞을 지나쳐 달려가는 오픈카.

 

상수 : 뭐해. 저거 잡아.

 

잡으려고 달려가는 요요. 마악 따라잡으려는데. 차가 멈춘다.

어어.. 하는 새 요요를 향해 후진해 달려오는 자동차. 속도가 장난 아니다.

요요 별수 없이 어어어.. 하더니 뒤돌아서 도망치기 시작한다.

 

 

#6. 황사장네 정원

 

영신이 정후의 손목을 잡은 채 달려 나오고 있다. 둘 다 석회 가루를 뒤집어쓴 몰골.

영신이 재빨리 정후를 잡아채며 옆으로 숨는다.

거기 상수파 사내 하나가 급히 대문 쪽으로 달려간다. (온실 속의 상황을 보고하러 가는 중.)

좀 더 이동한다. 대문 쪽의 상황이 열려진 대문 밖으로 보인다.

부웅.. 요란한 소리를 내며 상수의 차가 지나가고 상수파 사내들이 우루루 차를 쫓아 달려 지나간다.

 

영신 : 봉숙아.

정후 : 예

영신 : 밖이 시끄럽지?

정후 : 시끄럽네요.

영신 : 내 기자적 촉이 말한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마라. 그러니까 준비.

정후 : ... 준비?

영신 : 차 열쇠.

정후 : 아.. (주머니에서 차 키를 꺼내 든다)

영신 : 지금부터 우리 차 세운 데까지 달릴 거야. 너는 빛과 같은 속도로 차에 타서 시동을 건다.

         난 역시 같은 속도로 옆에 타고 문을 잠근다. 그리고 열라 튄다. 레디?

정후 : (대문 밖의 상황을 가늠하며) 바꾸면 안 될까. 선배가 운전. 난 옆에서 비상사태에 대비.

영신 : 애당초 나한테 운전면허가 있다면 왜 너를 여까지 델고 왔겠냐.

정후 : 아..

영신 : 레디?

정후 : (한숨) 레디.

영신 : (비장한 얼굴과 자세로) 고

 

하더니 앞서 달린다.

정후. 슬금슬금 그 뒤를 따라 달리며 손목시계에 대고 낮게.

 

정후 : 이제 나갈라는데. 앞에 좀 치워줘야겠다.

 

 

#7. 황사장 집 대문 앞 길

 

대용이 상수의 차를 전진 후진 반복해서 골목을 오락가락하고 있는 중이다.

속도가 워낙 빨라서 그 앞이나 뒤를 막았던 사내들은 어쩔 수 없이 우루루 쫓아가거나 피하거나 하고 있다.

사내 하나가 쇠파이프를 들고 차를 막으려는데.

상수가 기겁을 해서.

 

상수 : 하지 마. 내 차에 실금 하나 내기만 해.

 

와앙. 소리도 요란하게 달려오는 차. 또 다른 사내가 차를 덮쳐 뛰어 오르는데.

상수가 그 사내를 잡아당겨 팽개치며

 

상수 : 하지 말라고. 우그러지잖아. 내 차.

 

 

#8. 차 내부

 

대용이 납작 내려앉은 자세로 운전을 하며 이어셋으로 통화.

 

대용 : 여길 치우라니. 그럼 몇 놈 쳐도 돼? ..아 난 몰라.

 

엑셀을 밟아 공회전을 요란하게 해서 주위에 둘러싼 이들을 움찔거리게 해놓고. 저단 변속을 한다.

 

 

#9. 대문 앞 길

 

대용이 운전하는 상수의 차가 부앙.. 요란하게 튀어나간다.

앞을 막았던 자들이 아슬아슬 피하고. 차는 그대로 뚫고 나가고.

그걸 보던 상수가 옆의 차로 뛰어들며

 

상수 : 차 키.

 

요요가 재빨리 키를 던져준다. 상수가 시동을 거는데.

그 차의 앞 유리는 물감과 밀가루로 곤죽. 그것을 와이퍼로 밀어내며 상수가 차를 출발시켜 대용의 차를 따라간다.

다들 그 차를 보느라고 시선이 빼앗긴 사이 그 뒤를 달려서 지나가는 정후와 영신. 저쪽 뒤에 세워져 있던 썸데이 차로 뛰어든다.

정후가 시동을 거는 소리에 요요가 뒤를 돌아보았다.

 

요요 : 저것들이..

 

바로 그 요요의 앞을 요란하게 지나쳐 가는 정후의 차.

 

 

#10. 골목 어귀

 

차에서 내려 위쪽을 살피던 윤형사가 어어.. 해서 보는 곳. 대용의 차가 달려 지나간다.

조수석에서 내린 차형사가 이쪽으로 오며.

 

차형사 : 저거 그 배상수 차 아니었습니까?

 

하는데 뒤따라와 달려 지나치는 차. 운전석의 배상수가 보였다.

 

차형사 : 어. 방금 봤습니까? 배상수 봤습니까?

 

그러나 윤형사는 대답 대신 위쪽을 보고 있다.

거기 정후가 운전하는 차가 내려오고 있는데. 그 차는 똑바로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윤형사가 어어 하며 각도를 재어보니 윤형사의 차를 향해 똑바로 달려온다.

윤형사가 차형사를 잡아채서 옆으로 몸을 피하는 것과 동시에 급브레이크를 잡는 정후.

끼이익... 요란한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차가 겨우 서는가 싶더니 약간 모자라서 윤형사의 차를 투웅. 받는다.

윤형사, 보다가 어이가 없어서 허. 웃음이 나온다.

조수석에서 놀라 움추려 있다가 겨우 앞을 보는 영신. 옆을 보니 정후가 비틀거리며 차에서 내리고 있다.

영신도 차에서 나오며

 

영신 : 봉숙아. 왜 그래. 다쳤어? 야.

 

정후는 거의 토할 듯한 자세로 웅크리고 (그러면서 얼굴을 감추고) 비틀거리며 윤형사 쪽으로 다가온다.

 

정후 : 아저씨. 우리 경찰에 좀 델다 주세요. 저기 저 사람들. 깡패들이요. 우릴... 죽일라고 해요. (우욱.. 토하려고)

 

그러면서 정후가 슬쩍 보는 곳. 차형사의 바지 뒤춤에 달려 있는 수갑.

골목 위에서 우루루 달려오는 사내들. (반쯤은 달려서 쫓고 반은 차에 타고 쫓아온다는 설정)

사내들이 우루루 모여든다. 다들 성질이 있는 대로 나있다.

너 이 자식 일루 안 와. / 저것들은 뭐야. /

영신이 겁이 나서 슬슬 뒷걸음질 치는 앞으로 차형사가 막듯이 서며 사내들을 본다. 그 중에 몇은 파이프를 들고 있다.

 

차형사 : 대낮에 집단으로 무력행사. 거기에 더해서 흉기소지.

사내 : 뭐야 이 새낀.

차형사 : 심각한 폭언에 위협. 계속해 봐.

 

사내가 울컥 나서려는데. 그 앞을 막는 요요. 윤형사를 보고 웃더니

 

요요 : 안녕하십니까. 윤형사님.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영신이 놀라서 윤형사를 본다.

 

윤형사 : 그러는 넌 여기서 뭐하냐. 옆에 애들, 다 니네 애들이고?

영신 : 형사..세요?

윤형사 : (영신을 보며)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에 윤동원이라고 합니다. 보아하니 경찰에 뭐 신고할 거 있으시죠?

            저도 물어볼 게 있는데.

영신 : 그게... (하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 주위를 둘러본다) 봉숙아.

 

그 새 정후가 안 보인다. 없어졌다.

차형사가 돌아서는데. 그 뒤춤에 수갑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보지 않고 있는 위 쪽.. 거기 어떤 건물 위나 담.. 지붕.. 쯤?

 

 

#11. 건물 옥상?

 

정후가 달리고 있다. 달리면서 등에 둘렀던 가방을 앞으로 돌려 상의를 꺼낸다. 안경도 꺼내 쓴다.

// 안경 화면

눈앞의 광경 위로 화면 한쪽에 반투명하게 입혀지는 주변 지도.

 

정후 : 지금 어디야.

 

지도 위로 빨간 점이 나타난다. 도로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 대용의 위치추적기.

 

민자소리 : 대용이 지금 굴다리 쪽으로 가고 있다.

정후 : 삼거리에서 돌려. 창고 쪽으로 와.

민자소리 : 대용아. 들었지?

 

정후가 옥상에서 옆의 지붕 위? 혹은 옆의 난간? 쪽으로 뛰어내린다.

 

 

#12. 도로

 

달리는 대용의 차. 운전하는 대용.

바싹 추격하고 있는 배상수의 차. 상수가 거의 대용의 옆으로 붙는데.

대용이 거칠게 유턴을 한다. 상수가 약이 바싹 올라 유턴하며 쫓는다.

상수의 차에는 아직 물감과 밀가루 곤죽이 남아서 바람에 푸들푸들 날리고 있다.

 

 

#13. 창고 거리

 

컨테이너 보관 창고들이 있는 한적한 곳?

대용이 모는 상수의 차가 들어온다. 슬슬 속도를 줄이며 운전석의 대용이 뒤를 돌아본다. 뒤에 상수의 차가 보이지 않는다.

 

대용 : 창고 앞인데. 형 어디야? 이제 어디로 가. 여기 세워? 그냥 지나가? 아 씨. 왜 대답이 없어.

 

대용이 주위를 둘러보며 슬슬 진행하며 코너를 돌다가 으앗.

바로 그 앞에 세워져 있는 상수의 차. 거의 받을 뻔 했다가 겨우 멈췄는데.

철컥. 차 잠금이 열리는 소리. 어라. 옆을 보면 숨어 기다리던 상수가 차키로 문을 열며 차로 달려든다.

대용이 다급해서 차 문을 다시 잠그는데. 상수가 다시 연다.

대용이 후진을 하려고 기어를 바꾸는데 벌컥 열리는 운전석 문.

대용. 급하게 모자를 눌러 쓰며 조수석으로 넘어가며 도망치려 하지만.

어느새 운전석으로 들어온 상수가 대용의 목덜미를 잡아챈다.

으앗. 대용이 좁은 차 안에서 기를 쓰고 반격하지만. 상수의 실력이 한 수 위다.

대용을 제압해서 팔을 꺾고 고개를 계기판에 박아버리는 상수.

 

상수 : 너 누구야. 뭐야. 이거 여자야?

대용 :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 애쓰며) 혀엉.

상수 : 뭐?

대용 : (울먹) 어딨는 거야. 왜 안와.

상수 : 이게 뭐래는..

 

대용의 머리통을 잡아채 얼굴을 보려는데. 차의 뒷문이 벌컥 열린다.

상수가 뒤를 돌아보려는데 바로 공격해 들어오는 손.

좁은 차 안에서 뒷자리의 정후와 앞자리의 상수가 격하게 싸운다.

그 틈에 대용이 도망 나가버린다.

유리한 위치의 정후가 상수의 손목을 잡아채는가 싶더니 수갑을 채운다.

상수가 남은 손으로 반격해보려 하지만 정후가 교묘한 손속과 비틀기로 수갑을 핸들에 돌려 나머지 손목에도 채워버린다.

상수가 핸들을 뽑아버릴 기세로 잡아당기는데

뒷좌석의 정후, 옷 속에 늘어뜨렸던 목걸이를 잡아당겨 울대에 붙이더니 변조된 음성으로.

 

정후 : 힘 쓰지 마. 잠깐 얘기만 하고 갈 거니까.

상수 : (겨우 멈추더니) 니 놈.. 힐러지. (백미러로 뒤를 본다)

정후 : 빙고.

 

그러나 검은 안경에 후드를 내려쓴 정후의 얼굴은 알 수가 없다.

 

상수 : 역시.. 썸데이 그 기자년 있는데 니 놈이 나타난다더니. 그런 거냐?

정후 : 그렇지.

상수 : (여유 있는 척 웃더니) 뭐냐. 너하고 그 년..

 

하다가 아. 정후가 뒤통수를 호되게 팼다.

 

정후 : 회사 대표란 놈이 단어 사용하는 게 왜 그리 후졌어. 그 기자 분 계신 데 내가 나타나는 건,

         내가 그 기자 분을 미끼로 사용했기 때문이란다.

상수 : ... 미끼?

정후 : 너하고 이렇게 조용히 만나고 싶어서 말이다. 니 애들을 좀 따라다니다 보니까 그 기자분에게 관심이 많대?

         그래서 며칠 미행을 해봤지. 봐. 니가 이렇게 달랑 걸려들었잖아.

상수 : 그렇게 날 만나고 싶으면 우리 회사로 찾아와서... 뭐하는 거야.

 

정후가 빠른 손놀림으로 상수의 주머니를 뒤지더니 휴대폰 두 개를 꺼낸다.

두 개의 휴대폰을 들어 액정을 햇살에 비춰보며

 

정후 : 보자.. 이건... 맨날 쓰는 거(던져버리고) 그리고 이건.. 지문이 덜 묻은 걸 보니 브이아이피용. 잠금 패턴이 어떻게 되냐.

상수 : (웃고) 내가 그걸 그렇게 쉽게..

 

하는데 찰칵 카메라 찍는 소리.

돌아보면 정후가 그 얼굴에 대고 한번 더 찍는다. (자기 휴대폰 사용, 혹은 시계 카메라 사용)

 

정후 : 수갑도 잘 나왔고. 이 사진, 느네 회사 홈피에 올려줄게. 니 부하들이 아주 좋아할 거다.

         제목은 힐러님에게 구속당하신 배상수 대표님.

상수 : (다급해지며) 어이. 이봐.

정후 : (상수의 뒤통수를 한 대 더 패며) 앞에 봐. 앞에. (휴대폰 조작하는) 어차피 시간 들이면 풀 수 있는 암호. 귀찮아서 그래.

         사진은 더블에스가드 홈피.. 고객 게시판에 올리면 되나?

상수 : (단념..) 브이원. 브이자에 붙여서 1.

정후 : 고마워. (화면을 조작해 내용을 보며) 주소록에 딱 한명.. 주인님?

상수 : 내 애인이다. 왜.

정후 : 그리고 저장된 녹음이...

상수 : (긴장)

정후 : 있네. 장사는 이렇게 해야지. 고객과의 대화는 언제나 녹음을 해라. 고상한 말로 유비무환. ...최신 녹음이 이건가.

 

녹음을 튼다. 그리고 들려나오는 소리.

 

상수소리 : 저에게 맨 처음 지시하셨던 거 말입니다. 심부름꾼 중에 힐러란 놈을 찾아라. 그리고 처리해라.. 하셨지요?

               그 놈이 이 기자와 연결되어 있는 거 같습니다.

상수 : (어떻게든 듣는 걸 방해하고 싶어) 이봐. 동종업자끼리 상도의라는 게 있잖나.

정후 : 난 그런 거 없어. (휴대폰을 귀로 대어 계속 듣는)

상수 : 이거 완전 실망이네. 힐러라면 업계에서 알아주는 특급이잖아. 근데 이제 보니 협박에 공갈에..

         이렇게 더티하고 비겁한 놈이었나? 어?

 

정후. 휴대폰의 볼륨을 키운다(스피커폰으로 돌린다)

들려나오는 소리. (제 5부 #24의)

 

문식소리 : 그래서 주연희라는 여자, 거처는 알았어요?

상수소리 : 썸데이 기자가 알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밀착 잠복 중입니다.

문식소리 : 힐러란 자는?

상수소리 : 끌어낼 길을 알았으니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문식소리 : 하세요 그럼. 연락은 그 뒤에 하고.

정후 : (녹음재생 멈추더니) 이 아저씨 누구야.

상수 : 왜. 또 협박하게?

정후 : 이 중에 있지?

 

상수의 얼굴 앞에 들이밀어 보여주는 자신의 휴대폰 화면. 문식과 문호가 나란히 찍힌 사진이다(대용이 찍은).

상수가 말문이 막힌다.

 

정후 : 니 입으로 불래. 아니면 내가 이 주인님 번호로 전화를 해서 직접 물어볼까. 방금 찍은 사진도 보내주면서 이렇게 말하는 거지.

         제가 힐러인데요. 주인님의 심부름꾼한테 얘기 들었습니다. 절 처리하라고 하셨다면서요... 그래도 돼?

상수 : (죽을 맛이다)

정후 : 아. 미안. 또 협박을 해버렸네.

 

 

#14. 문식의 서재

 

햇살이 잘 드는 곳, 안락의자에 앉아 돋보기를 끼고 책을 읽고 있는 문식.

서재의 저만치에서 진동처리된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 나지막이 들리는 오비서의 대답소리. 예.. 예..

문식이 안경 너머로 그 쪽을 본다.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오비서가 전화를 받고 있다. 문식의 독서에 방해될까봐 조용조용 통화를 하고 있는 듯.

 

 

#15. 지역 경찰서 앞

 

채치수의 차가 도착한다. 오래되고 큼직하고 어딘가 몇 군데 쭈그러진 차.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린다. 조수석에서 내리는 주연희.

치수가 차 뒷문을 열고 서류들을 꺼낸다. 어설퍼서 서류가 몇 개는 땅에 떨어지고 바람에 날리고 난리.

연희가 같이 줍느라고 지체한다.

이만치 뒤에 들어서는 봉고차. 좀 떨어진 곳에 주차한다.

차 안 조수석에는 용식이 타고 있다. 채치수와 연희를 보면서 통화중이다.

 

용식 : 지금 막 경찰서에 도착했습니다. 주연희, 같이 있습니다. 틀림없습니다.

 

 

#16. 문식의 서재

 

오비서가 조용히 문식의 옆으로 다가온다. 문식이 보며 기다린다.

 

오비서 : 각사 취재기자들에게 보도자료, 돌리라 했습니다. 오늘 인터넷 판부터 기사 올라올 거구요.

            한두 번 해본 것도 아니고 다들 알아서 잘 할 겁니다.

 

문식이 끄덕이고는 다시 독서에 집중한다. 그가 읽는 책은 문호가 카메라를 숨겨놓곤 하던 개선문 책이다.

그리고 그 옆 책상에는 책에서 빼낸 몰래 카메라가 놓여 있다.

 

 

#17. 경찰청 회의실

 

작은 크기의 회의실. 간소한 테이블과 의자.

윤형사가 앉아있는 영신의 앞에 자판기 커피를 놓아주며.

 

윤형사 : 그래서 그 황사장 집에는 어디까지나 취재를 하러 갔다.

영신 : 그렇죠. 그랬다가 그 황재국이 지네 소속사 여배우를 폭행하는 것을 보게 되었고요. 저 역시 폭행을 당할 뻔 했고요.

윤형사 : 그 옆에 남자들이 많았죠? 누군지 알아요?

영신 : 아 맞다. 그 놈들이 지난번에 저를 납치하려고 했거든요.

윤형사 : 납치..

영신 : 거기 장난감 들고 다니는 놈. (요요 흉내내며) 이런 거. 저번에 나 건드린 놈이 분명합니다.

         내가 그 때 분명히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그 때는 누군지 몰랐는데 이젠 알았으니까 조속히 처리를 해주시면

         아주 감사하겠네요. 황재국 사장의 똘마니들. 주소지는 거기.

윤형사 : 방금 말씀하신 거. 증언해 줄 사람은 있어요?

영신 : 제 후배가 다 봤죠. 같이 있었고요. 지난번엔 쳐맞기도 했고.

윤형사 : 맞았다.. 진단서는..

영신 : 아.. 그건.. (없다)

윤형사 : 그 후배가 아까 내 차를 박고 사라진 분?

영신 : 걔가 좀 겁이 많아서요. 겁이 나면 일단 도망치는 버릇도 있고. 아 글쎄. 애가 얼마나 겁을 먹었으면 그랬겠냐고요.

윤형사 : 혹시 고성철이라고 알아요?

영신 : 누구요?

윤형사 : (주머니에서 꾸깃꾸깃 접은 종이를 꺼내 펴서 보여준다. 고성철의 여권사진이 복사된 것) 모르나?

영신 : (들여다보고 고개 젓는) 힌트를 좀만 더..

윤형사 : 그럼.. (노트북을 열어 영신 쪽으로 화면을 돌려주며) 채영신 기자. 며칠 전 이 기사를 작성했지요?

 

화면에 보이는 것은 썸데이 지면. 예의 영신의 기사가 떠 있다.

 

영신 : 맞습니다. 제꺼에요. 오늘 황재국 사장을 찾아간 게 바로 이 기사의 후속 기사를 쓸라고..

윤형사 : 여기 나오는 피해자 J양이 주연희씨 맞아요?

영신 : (놀랐다) 와. 형사님. 취재력 쩌시네요.

윤형사 : 내가 취재력이 쩐다기보다.. 지금 이 아가씨 고소당한 상태에요. 고소인은 황재국.

영신 : (믿기지 않아 보다가) 황재국 그 쓰레기가 주연희씨를 고소했다고요? 왜요? 뭘로?

윤형사 : 썸데이 신문사도 고소했던데. 채영신 기자. 편집부의 부장까지. 한꺼 번에 묶어서...

영신 : 이거.. (노트북 가리키며) 검색 한번만 할께요.

 

윤형사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다다다. 검색창에 황재국 & 주연희라고 쳐넣는다. 엔터..

 

 

#18. 지역 경찰서 민원실 내부

 

채치수가 답답해서 보고 있다. 그 앞의 제복 경찰은 컴퓨터 앞에서 자기 일만 하고 있다.

채치수 옆의 주연희, 불안해지고 있다.

채치수 못 참고, 경찰 쪽으로 가서 최대한 정중하게.

 

치수 : 저기요. 여기요.. 얼마나 더 기다려야 됩니까?

경찰 : (무심하게 보는) 뭐가요.

치수 : 우리 피해자 조사를 받으러 왔다고요. 이거 아까도 말씀드렸는데..

경찰 : 기다리세요.

 

치수.. 허어.. 답답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19. 경찰청 회의실

 

노트북의 화면. 큼직하게 보이는 인터넷 기사 제호.

[정재계를 노린 협박녀의 정체] 그 아래의 소제목은 [ 성상납 사건은 꽃뱀의 자작극?]

 

윤형사 : 저기요. 채영신 기자?

영신 : 형사님. 저 지금 구속 돼서 수사 중인 거 아니죠?

윤형사 : 에이. 그건 아니고 단지 몇 가지 질문 사항이 있으니까 협조를...

영신 : (가방을 챙겨 들며) 저 썸데이 기자고요. 더 물어보실 거 있으면 그리 전화하시면 저하고 연결이 되거든요. (벌써 문으로 이동)

윤형사 : 이봐요. 아가씨.

영신 : 먼저 가보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윤형사 : 어어..

 

영신은 이미 나갔다.

 

 

#20. 지역 경찰서 민원실

 

치수가 돌아보는 입구 쪽.

민원실로 들어서는 사복형사. 서류를 들고 사람을 찾는 듯하다가 주연희에게 시선이 멈춘다.

 

사복 : 주연희씨?

치수 : (얼른 연희를 보호하듯이 붙어 서며) 예 이분이 주연희씹니다.

사복 : 댁은 누구시고..

치수 : 저는 신뢰관계 동석인으로 함께 온 사람이구요. (명함 내주며) 변호사 채치수라고 합니다.

사복 : 그럼 주연희씨 지명수배된 사실 알고 계시겠네.

치수 : ... 지명수배요? 누가요?

연희 : (놀라서 치수에게 붙는)

 

그 때 치수의 전화가 울린다. 치수가 다급하게 발신인을 보고 받아서

 

치수 : 영신아. 아버지 지금 경찰서다. 바빠. (끊어버린다)

사복 : (서류를 보며) 피의자. 주연희. 공갈 및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그동안 소재가 불명이셨다고요. 그래서 지명수배.

연희 : 변호사님.. (겁에 질려)

치수 : (연희의 앞을 막아서며) 잠깐만요. 우리는 지금 피해자 진술을 하려고 여기 온 건데요.

사복 : 피의자 진술도 같이 해주셔야겠네요.

 

 

#21. 경찰청 앞 도로

 

경찰청에서 달려 나오는 영신. 휴대폰을 들고 초조해서.

 

영신 : 아버지. 좀 받지.

 

다시 단축키를 누른다. 귀에 대고.. 신호가 가는 소리가 계속 들리지만 치수는 받지 않는다.

영신, 단념하고 택시를 잡으려고 걸으면서 계속 뒤를 보다가 문득 멈춘다.

영신, 뭔가를 생각한 듯 가방을 뒤진다. 꺼내는 것은 문호가 줬던 명함.

망설이다가 에잇. 다시 가방에 쳐 넣는다.

손을 들어 다가오는 택시를 잡으려 하지만 택시는 그냥 지나쳐간다. 뒤에 누가 타고 있다.

급한 마음에 또 종종 뛰다가 멈춘다. 어쩔 수가 없다.

결심하고 가방에서 다시 명함을 꺼낸다. 명함에 새겨져 있는 김문호의 이름. (방송국 로고와 직위 등과 함께)

 

 

#22. 문호 아파트 지하 주차장

 

문호가 차를 주차하고 내려서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문을 잠그고 걸어오며 전화를 받는다.

 

문호 : 네.

영신소리 : 안녕하세요. 저 썸데이 뉴스에 채영신이라고 하는데요.

문호 : (걸음이 멈췄다)

영신소리 : 저.. 기억하세요?

문호 : ..알아. 기억해. (미소가 지어진다. 반가움이 울컥)

 

 

#23. 거리

 

영신 : (정말 내키지 않지만) 감당할 수 없으면 전화하라고 했던 말씀도 기억 하십니까? ... 진짜.. 인정하기 싫은데요.

         그래서 전화했습니다.

 

손을 들어 달려오는 택시를 멈추게 하며 말은 계속

 

영신 : 만약에 제가요. 이제까지 취재한 거. 그리고 취재원까지 다 넘겨 드리면 보도할 수 있겠습니까?

         그냥 보도 말고 제대로 된 보도요.

 

택시가 영신의 앞에 멈춘다.

 

 

#24. 지하 주차장

 

문호가 입구 쪽으로 걸어가며 통화.

 

문호 : 그 취재원이라는 게 주연희 본인인가?

영신소리 : 그렇습니다.

문호 : 그 여자가 주장하는 거. 말 뿐이야. 아니면 다른 증거가 있어.

 

 

#25. 화면 분할

 

//문호는 이동해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영신은 달리는 택시를 탄 채.

 

영신 : 황재국, 김의찬하고 각각 주고받은 문자 내용 다 있고요. 폭행 당했을 때 진단서 뗐던 것도 확보되어 있습니다.

문호 : 동영상은.

영신 : 예?

문호 : 애당초 주연희란 여자. 그 동영상으로 협박을 당했다고 했잖아. 니가 니 기사에서.

영신 : 동영상은.. 없습니다. 그딴 게 있다면 제가 김문호 기자한테 이런 전화를 하고 있겠습니까? 내가 그냥 확 다 까버리지.

         동영상도 없고. 힘도 없고. 재판 비용도 없고. 기사를 내봤자. 포탈에서 까이면 끝이거든요. 우리 같은 B급 인터넷 신문요.

         근데. 거긴 할 수 있대매요. 힘 쎄대매요.

 

문호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며 통화 계속.

 

문호 : 채영신. 잘 들어.

영신 : 듣고 있습니다.

문호 : 예전에는 높은 분 맘에 안 드는 기사는 그냥 막았어. 못 내게 했다고. 그래서 그 때는 그냥 목숨만 걸면 됐어.

         그럼 기사를 낼 수 있었다고. 근데 지금은 아냐. 지금은 그냥 수많은 쓰레기 기사로 덮어서 묻어 버려.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면 말이야. 사람들이 진실보다 쓰레기를 더 재밌어 하거든.

영신 : 그래서요.

문호 : 진실? 요즘 누가 그런 걸 알고 싶어 하나.

영신 : 그래서 뭐요. 어쩌자고요.

문호 : 아무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진실.. 그래도 알리고 싶어?

영신 : 아 진짜.. (열받고 덥다)

문호 : (기다린다)

영신 : 제가 말입니다. 기사 줄테니까 낼 수 있냐고 물었잖습니까. 그럼 할 수 있다. 못하겠다. 그것만 대답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뜬금없이 웬 선생질..

문호 : 왜 그렇게 알리고 싶은데. 이쯤에서 대충 손 털어도 되잖아.

영신 : 지금 주연희가 억울하게 잡혀 들어가게 생겼단 말입니다. 그냥 두고 봐요?

문호 :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 지금 나한테 떠넘기는 건가?

영신 : (멈칫했다가 궁시렁) 언제는 달라고 생난리를 하더니..

문호 : (뭐? 해서 휴대폰을 귀에서 떼서 들여다봤다가 다시 귀에)

영신 : 모든 취재 소스를 저로 하면 되잖습니까. 고소를 당하면 제가 당하겠다고요. 그쪽은 기사만 좀 내달라고요.

 

// 문호 앞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그 열린 문을 보며..

 

문호 : 그래?

영신 : 예에.

 

문호, 싱긋 웃는다. 마음에 들었다.

 

 

#26. 문호 아파트 층 복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문호가 내린다. 자기 집 쪽으로 가다가 보면.

현관문 앞에 민재가 기대서서 기다리고 있다.

 

문호 : 뭐해. 거기서.

민재 : 집주인 기다려.

문호 : 비밀번호 알잖아. 왜 밖에서 기다려.

민재 : 이상하게 집주인 눈치가 보여서. 눈치 보느라고.

 

문호 웃으며 암호를 찍어 현관문을 열고 민재를 감싸 들어가며.

 

문호 : 강민재가 내 눈치를 봐? 야. 그거 메인뉴스 감이잖아.

 

 

#27. 지역 경찰서 앞

 

택시에서 내리는 영신. 경찰서를 향해 이동하는데 방송국 로고가 박힌 봉고차가 바로 옆을 지나간다.

영신의 걸음이 점점 느려진다. 주위를 둘러보니 경찰서 마당에 여기저기 서 있는 기자들.

그 중에는 방송 카메라를 손보고 있는 카메라맨들도 보이고.

휴대폰 전화를 하는 기자도 보이고. 계단에 앉아 노트북으로 송고 중인 기자도 보이고.

리포터 하나는 경찰서를 배경으로 앵글 테스트를 하고 있기도 하다.

뭐야 이거. 영신, 경찰서 건물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28. 지역 경찰서 입구 쪽 내부

 

채치수가 주연희를 감싸듯 하고 입구 쪽으로 가고 있다.

 

치수 : 저쪽에서 내세운 로펌에 내가 아는 변호사가 있으니까 일단 좀 알아볼게요. 일단.. 대체 몇 놈이나 이 사건에 붙을 건지.

         망할.. 가진 게 돈 밖에 없는 것들 같으니.

 

 

#29. 지역 경찰서 입구 앞

 

치수가 연희와 마악 입구를 나선다. 걸어 나오는데.

달려오는 영신. 숨이 차서 둘을 잡더니 무조건 안으로 밀어 넣으며.

 

영신 : 일단 들어가요. 안으로 빨리..

연희 : 영신씨.

치수 : 야. 니가 여긴 어떻게 왔어.

영신 : 아 쫌..

 

하는데 뒤에서 들리는 소리.

 

기자 : 주연희씨?

 

그 소리에 다른 기자들까지 이쪽을 보더니 우루루 몰려온다.

치수가 그제야 눈치를 채고 연희를 감싸 재빨리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만, 안에서 나오던 다른 사람들 때문에 지체하는 사이.

어느새 둘러싸는 기자들.

연희가 고개를 돌리는데 카메라 플래시들이 터진다.

 

 

#30. 문호의 집 거실 / 부엌

 

문호는 와인 안주로 토마토를 썰고 있고(치즈. 토마토. 채소 등과 어우러진 카프레제 샐러드 정도?)

옆에서 민재는 와인과 잔을 준비한다.

민재는 이 부엌이 익숙한 듯 잔이며 따개를 찾아내며.

 

민재 : 주연희 사건은 정치부가 아니라 사회부로 넘어갔어. 포커스는 신종 협박 사기범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문호 : 협박 사기라..

민재 : 젊은 여성들이 유명 인사들을 타깃으로 잡아 의도적으로 접근. 데이트나 성관계까지 유도한 뒤 금품을 요구한다는 거지.

문호 : 그 사례의 대표가 주연희다. 이건가?

민재 : 주연희는 그 중에 악질. 연예부 기자와 함께 이니셜 기사까지 내면서 협박을 했어. 상대는 차기 서울 시장 후보인 국회의원.

         요구한 금품이 30억이라는 소리도 있고.

 

 

#31. 경찰서 앞

 

치수와 영신이 연희를 감싸다시피 하고 차 쪽으로 이동하는데

기자들은 집요하게 따르며 질문을 계속한다.

 

기자1 : 요구한 금액이 정확히 얼맙니까. 30억? 40억?

기자2 : 여당의 모의원을 지목했는데요. 그 의원은 저녁 식사 모임 때 딱 한번 본 거뿐이라면서요. 어느 쪽이 사실입니까?

기자1 : 중간 브로커가 따로 있었습니까? 아니면 주연희씨 단독으로 저지른 거예요?

기자2 : 오늘은 자수하러 온 겁니까? 구속수사가 아닌가보죠?

 

치수가 앞을 막는 기자1을 옆으로 거칠게 밀어내자 그 기자가 소리 높여 묻는다.

 

기자1 : 단독 범행 맞아요? 야당의 모 인사하고 접촉이 있었단 말이 있던데 누굽니까?

 

영신이 멈춰서 그를 노려보며 한마디 하려는 것을 치수가 잡아채서 계속 간다.

다른 기자들이 우루루 한꺼번에 묻는다.

 

기자들 : 경찰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 그간 어디 있었습니까? / 해외에 있었다면서요. 언제 귀국한 겁니까?

            / 협박 대상이 또 있죠?

 

치수의 품에 안겨 걸어가는 연희. 떨며 울음이 터지고 있다.

다리맥이 풀려 자꾸 주저앉으려고 해서 치수가 안아 부축하다시피 걷는다.

그 옆을 걷는 영신이 그런 연희를 보며 죽을 맛이다.

한 쪽 옆에서 그들을 배경삼아 여기자가 리포트를 하고 있다.

 

여기자 : 한때 인터넷을 달궜던 정치인 성상납 사건은 한 배우지망생의 자작극으로 윤곽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요즘 성행하고 있다는 이른 바 꽃뱀 협박사기의 한 예로 보여집니다.

 

 

#32. 문호의 아파트

 

아일랜드 식탁 쯤에서 문호가 보기 좋게 담은 샐러드 접시. 토마토와 치즈가 어우러져 있는 샐러드.

문호가 옆의 바질 화분에서 잎사귀 몇 개를 따더니 다지기 시작한다.

 

민재 : 역시.. 솜씨가 대단해. 어려서부터 누나 요리를 도와주면서 배웠다고 했지? 그 누님이 해준 요리 한번 먹고 싶다.

 

문호는 대답 대신. 웃고 다진 허브를 샐러드 위에 보기 좋게 뿌린다.

그런 문호를 살펴보며 민재, 가벼운 투로..

 

민재 : 니 마음의 첫 번째 여자. 그 여잔 먹어봤나? 니 누나 요리.

문호 : (잠깐 멈칫했다가 미소)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거야? 대충 잊지.

민재 : 세상에 어떤 여자가 그런 말을 잊을 수 있겠어. (마개를 딴 와인을 잔 두 개에 따르며) 우리 입사 때부터 커플이었어.

         근데 암만 기다려도 남자가 말이 없는 거야. 그래서 여자 쪽에서 프러포즈를 했지. 얼마나 용기가 필요했는지 너 모르지?

         나랑 결혼해줄래? 근데... 남자가 대답을 하는데 말이야.

 

문호, 완성된 요리 접시를 중간에 밀어놓고 냅킨 위에 포크를 얹고 등등.. 미소만.

 

민재 : (흉내) 민재야. 내 마음 안에는 첫 번째 여자가 있어. 그래서 너.. 아무리 해도 두 번째 밖에 못 될 거야. 그래도 괜찮아?

문호 : 니가 싫다고 했잖아.

민재 : 세상에 어떤 여자가 거기서 괜찮다고 하니? (와인 잔 하나를 넘겨 주며) 첫 번째 여인을 위해 건배?

문호 : 그만해라. 안 그래도 무쟈게 미안해하고 있거든.

민재 : 그럼 김문호 기자의 사표를 위해서?

문호 : 그건 콜. 건배.

 

잔을 부딪치고 한 모금씩 마시고.

 

민재 : 느네 형 회사로 들어가는 건 아니지?

문호 : 그럴지도 모르지.

민재 : 아니야. 그렇다면 너, 그렇게 폼 잡고 사표 못 던져. 쪽팔려서 조용히 기어나갔지.

문호 : 너, 나에 대해서 논문 써도 되겠다.

민재 : 뭐야.

문호 : ... (망설이는)

민재 : 적어도 설명 한마디는 해줘야지. 나한테 그 정도는 해줘야 되잖아.

문호 : 키워주고 싶은 애가 하나 있어.

민재 : 그런데.

문호 : 내가 일단 기본은 다져 놓을께. 물건이 될 만한 애야.

민재 : 그리고?

문호 : 그 다음에 니가 받아줄래?

민재 : 여자야?

문호 : (웃는) 애라니까.

민재 : 근데 니가 왜 나가. 걔를 우리 방송국에 델고 들어오면 되잖아.

문호 : 니가 안 된다고 했잖아.

민재 : 뭔 소리야.

문호 : 주연희 사건. 그거 다룰 수 없대매. 그런 식이면 나 그 애 제대로 가르칠 수가 없어. 걔, 제대로 된 기자가 되는 게 꿈이거든.

민재 : (빤히 보다가) 좀 전에 한 얘기. 날더러 나중에 그 애를 받아달란 건 또 뭐야. 그 때 넌 뭐하게.

문호 : ...

민재 : 그 애.. 누구야.

문호 : (대답 없이 보기만)

민재 : 니 첫 번째 여자하고.. 뭐야.

문호 : 민재야.

민재 : 너.. 왜 나한테 이런 말까지 하게 해. 왜 사람.. 이렇게 만들어.

 

문호. 말없이 보는데.

그 눈길을 똑바로 마주 받던 민재가 먼서 시선을 돌린다.

민재가 와인 잔을 테이블에 놓는데. 손이 떨렸는지. 와인 잔이 기울어져 넘어질 뻔 했다.

얼른 잡았지만 이미 와인이 반쯤 쏟아졌다. 잠자코 쏟아진 와인을 내려다보고 있는 민재.

이제까지 장난처럼 가볍게 말을 이었는데. 그게 더 안 된다. 그런 자기 속을 들켜버려서 울컥한다.

그런 민재를 보던 문호. 냅킨을 집어 테이블을 돌아오더니 민재의 손을 잡는다.

민재가 반사적으로 뿌리쳤지만. 다시 잡아 그 손에 흘린 와인을 부드럽게 닦아준다.

 

문호 : 내가.. 그 여자한테 빚이 있어. 마음에 아주 큰 빚. 그 빚을 갚고 싶어서 그래.

민재 : 갚으면.. 니 마음에 첫 번째 자리. 비어져?

문호 : 그게 내 소원이야.

민재 : (그제야 고개 들어 문호를 보며) 갚고 나면.. 그 다음엔.

문호 : 떠나려고.

민재 : 어디로.

문호 : 음... 알래스카나 아프리카. 아주 춥거나.. 아주 더운 데로. 이제까지 나.. 너무 미지근하게 살아왔거든.

 

그러면서 민재의 머리칼을 가만가만 쓸어 넘겨준다. 미안함으로.

 

 

#33. 영종도 건물 앞 / 어두운 저녁

 

배달 오토바이가 온다. 건물 앞에 세우고 건물을 올려다본다.

거의 불이 꺼져 있는 건물이라 밤에 을씨년스럽다. 기분이 별로 안 좋다.

오토바이 뒤의 배달통에서 치킨박스를 꺼낸다.

 

 

#34. 건물 일층 엘리베이터 앞

 

들어서는 배달. 최소한의 전구들만 켜져 있는 로비.

엘리베이터의 올라가는 버튼을 누르고 또 주위를 둘러본다.

 

 

#35. 엘리베이터 내부

 

배달부가 손에 들린 쪽지를 보고 층수를 누른다. 18층. 마지막에서 두 번째 칸.

그 위의 19 표시가 되어있어야 할 버튼은 아예 숫자가 지워져 있다. (층수는 헌팅에 따라 적절하게)

 

 

#36. 18층

 

엘리베이터가 열리며 배달부가 내린다. 내렸다가 어이가 없어서 주위를 둘러본다.

18층은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은 듯. 여기저기 공사 건자재들이 쌓여있고. 비상등을 비롯한 몇 개의 희미한 등만 켜져 있다.

왠지 무섭다. 배달부가 휴대폰으로 전화를 한다.

 

배달부 : 사장님. 여기 배달 주소 맞아요? 18층인데 암것도 없어요. (듣고) 그냥 놔두라고요? 어디.. (둘러보다가) 어.. 있다.

 

둘러보는데. 그 앞의 박스 위에 만원짜리 천원짜리들,. 오백원 동전까지 챙겨져 놓여있다.

배달부, 슬그머니 그 옆에 치킨 상자를 놓고 돈을 거둔다.

아무래도 기분이 안 좋아서 얼른 엘리베이터에 뛰어들어 탄다.

문이 닫힌다. 기괴한 정적이 흐른다.

잠시 후. 저만치의 비상계단 문이 열리더니 나타나는 그림자.

트레이닝 바지에 늘어진 셔츠 차림의 정후다. 슬리퍼를 직직 끌며 와서 치킨상자를 집어 든다.

다시 비상구 쪽으로 가다가 문득 멈춘다. 휙 돌아본다. 찬찬히 어두운 실내를 살핀다. 별 이상한 것은 없다.

다시 비상구 쪽으로 들어간다. 비상구 문이 닫힌다.

잠시 후, 이만치 구석에 쌓여진 건자재? 위쯤에서 뛰어 내려와 가볍게 착지하는 그림자.

허름한 낚시 모자 같은 것을 눌러 쓴 기영재다. 정후가 들어간 비상구 쪽을 본다.

 

 

#37. 비상계단

 

봉지를 든 정후가 위로 올라간다. 비상계단도 공사 중인 건물답게 흩어져 있는 자재나 시멘트봉투 같은 쓰레기들.

 

 

#38. 19층 복도

 

비상구 문이 열리며 나서는 정후.

엘리베이터와 비상구 앞은 역시 건축 자재들이 여기저기 방치되어있다.

그 것들 중에 저 구석에 쌓여져 있는 건축 자재. 박스류?

정후가 그 앞으로 간다. 뭔가를 건드리자 바닥이 돌며 자재가 옆으로 치워지고 그 뒤 벽에 철제문이 드러난다.

정후가 들어가고 문이 닫히자 자동으로 바닥이 돌며 건축자재가 그 앞을 다시 막는다.

(빌딩의 상층 부분은 실내 공사가 아직 덜 끝난 채 방치되고 있다는 설정)

 

 

#39. 정후 스튜디오

 

정후 들어서면서 바로 반지를 작동 시킨다.

모니터가 빠르게 부팅되고. 여러 개로 분할된 화면이 좌르르 뜬다.

스튜디오 주변에 설치해놓은 감시 카메라의 화면들이다.

그 중에 좀 전에 들렀던 18층의 내부 모습도 있는데. 아무도 없이 비어있다.

모니터를 확인한 정후. 테이블 위의 쓰레기들을 대충 밀어 치우며 옆에 놓여 있는 휴대폰을 터치한다.

 

통화 : 아줌마.

 

스피커폰 터치. 벨소리가 들리다가 절컥.. 녹음으로 넘어가는 소리.

 

민자소리 : (꼬마 애의 가성으로) 자기야. 나 지금 자리에 없거든. 할 말 있으면 녹음하고,

               마무리 멘트는 꼭 이렇게 말해줘야 돼. 사랑해애.

 

정후. 토할 거 같은 얼굴이 되었다가..

 

정후 : 아줌마. 뭐한다고 하루 종일 없어. (햇반을 레인지에 넣고 맥주를 꺼내 따고 저녁 먹을 준비를 하며) 배상수가 녹음한 거

         아줌마도 들었지? 그 정도면 제일신문 사주. 김문식이 확실하다고 봐야지? 고성철이 만나서 파일 받아오라 시킨 놈도.

         고성철을 죽이고 나한테 뒤집어씌운 놈도. 맞지? 아니면 배상수한테 왜 나를 처리하라 시켰겠냐고.

         그래서 말이지. 이쪽에서 반대로 그 놈을 처리해 주고 싶은데. 아줌마 도움이 필요해. .. 아 어디 간 거야.

 

 

#40. 민자 아지트

 

민자의 작업대.. 늘어져 있는 모니터. 키보드. 제어판, 빈 의자 등등..

그 중의 한 모니터. 화면에는 정후의 바이탈 그래프가 보여지고 있고.

 

정후소리 : 아니 사무실에 없다고 전화를 안 받나? 휴대폰이 왜 휴대폰인데. 휴대하고 다니면서 전화하라고 휴대.. 암튼. 전화 좀 해.

 

절컥 끊기는 소리.

그제야 보이는 이만치의 민자. 정성스럽게 김밥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펼쳐놓은 밥에 갖가지 재료(김치. 멸치. 콩자반. 등의 밑반찬들. 노멀하지는 않은 김밥 속 재료)를 얹으며

 

민자 : 들었지? 머지않아 내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정후 그 놈이 스스로 알아내게 될 거야. 김문식이가 지 아버지하고 친구였다는 거.

영재소리 : 감시 카메라는 손 봤어?

민자 : 봤어. 숨 쉬셔.

 

 

#41. 정후 건물 18층

 

영재가 공간 가운데로 나선다. 그가 붙어있던 벽의 공간 위에는 정후가 설치한 감시 카메라.

영재가 모자를 벗는데. 후줄근한 차림과는 어울리지 않는 세련된 기어서클을 착용하고 있다. 그것으로 통화중.

 

영재 : 김문식. 지 아버지. 지 사부인 나. 명희.. 그리고 길한이 그 놈까지 다 친구였다는 거 알게 되겠지?

민자소리 : 당신이 제대로 가르쳤다면 정후가 그거 알게 되는 건 시간문제야.

영재 : 그럼.. 지 아버지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알게 되겠지?

민자소리 : 알게 되지 않을까.

 

 

#42. 민자 아지트

 

민자가 조심조심 김밥을 만다. 속을 너무 많이 넣어서 터지기 직전인 김밥이다.

 

민자 : 정후 엄마는 정후한테 지 아버지는 사고로 죽었다고 말해놓은 모양인데. 좀만 뒤지면 나오지 않겠어?

         그 당시 신문기사도 찾자고 들면 찾을 수 있는 거고. 1960년생 서준석. 돈 때문에 지 친구를 살해하고.

         그 죄책감에, 경찰 조사를 받던 도중 자살했다.

영재소리 : 조형사. 여전하구만. 타인에 대한 배려 따위는 모르는 그 독사이빨.

 

민자, 말아놓은 김밥을 두 손으로 들어서 먹으려는데.. 결국 터졌다.

 

민자 : 빌어먹을.. (김밥을 도마? 위에 패대기친다)

 

 

#43. 정후 건물 18층

 

영재 : 아. 형사라고 부르는 거 안 좋아하지. 근데 요 몇 년 동안은 조형사가 정후랑 같이 지냈잖아. 조형사 보긴 어때.

         지 아버지가 그런 인간이었다는 거. 정후가 알게 되면 어떻게 반응할까. 안 그래도 자폐 증세가 좀 있는 놈이잖아.

         뭐? 다 버리고 무인도 가서 혼자 사는 게 소원이야? 어유. 소심한 자식.

민자소리 : 어이 정치범.

영재 : 왜.

민자소리 : 당신은 그놈을 몇 년씩이나 데리고 살았으면서 몰랐나?

영재 : 아 뭘.

 

 

#44. 민자 아지트

 

민자, 손가락으로 터져버린 김밥 잔해들을 주워 먹으며

 

민자 : 정후 그 놈은 이제까지 누굴 떠나본 적이 없어. 옆에 인간들이 다 그 놈을 버리고 떠나갔지. 지 아버지. 지 엄마. 지 할머니.

         그리고 사부라는 당신도 그랬잖아.

 

 

#45. 정후 건물 18층

 

우두커니 서 있던 영재가 문득 품을 뒤져 지갑을 꺼낸다.

열면, 지갑에 끼워져 있는 낡은 사진. 다섯 명 친구의 그 사진이다. (사이즈는 작은?)

그 당시의 소리가 기억으로 들린다.

 

길한소리 : 위험은 우리의 술안주. 노가리에 해물파전.

 

 

#46. 회상 / 제 1회 #17. 선술집 앞 길가

 

길한 : (친구들을 끌어 모아 일렬로 자리를 잡으며) 한방 자알 찍어봐라.

영재 : 이 촌것들이 촌스럽게 사진은 무슨.. (말은 그렇게 하면서 머리칼을 넘기고 짝다리 폼을 잡으며 붙는)

 

문호가 좋아서 무거운 카메라를 들어 그들을 향한다.

 

길한 : 웃어 웃어.

명희 : 총 각 김 치이..

 

각각 치즈.. 참치.. 빠다.. 떠들며 웃는 얼굴을 지어 보이는 모습. 찰칵

 

 

#47. 정후 건물 18층

 

그 때 찍힌 그 사진.

영재가 고개를 들어 정후가 들어갔던 비상구 쪽을 본다. 착잡한 심정이다.

 

 

#48. 정후의 스튜디오

 

휑하니 넓은 스튜디오. 그 가운데 혼자 앉아서 정후가 밥을 먹고 있다. 햇반. 치킨. 맥주.

늘 하는 식사인데.. 어쩐지 외로워 보이는 앵글.

정후가 기계적으로 먹으며 멍하니 보는 티브이 모니터에서는 맹수들의 다큐가 보이고 있다. (표범이나 치타나..)

그 때 문득 들리는 휴대폰의 문자 알림음. 옆에 놓인 휴대폰을 봤지만 아니다.

아.. 그제야 생각나서 끄응 일어나 테이블?에 놓았던 가방의 앞주머니에서 다른 휴대폰을 꺼낸다. (박봉수 용으로 마련한 휴대폰)

화면에 뜬 발신인 번호. 손가락에 묻은 치킨 양념을 대충 빨아 먹고 찍어본다. 짧은 문자가 있다.

 

영신소리+문자 : 봉숙아. 이거 니 번호 맞냐? 나다. 선배.

 

헐.. 실소가 나오는데. 다시 알림 음. 또 하나의 문자가 왔다.

 

영신소리+문자 : 야 이 *%#$%& 같은 놈아. (기호는 알아서 소리내 묘사) 그 난리 바가지에 선배 혼자 버리고 도망가서

                       전화 한 통 없이 잠수까지 타? 너 죽을래 뒤질래.

 

정후. 찡그린다.

정후. 다시 소파로 돌아온다. 휴대폰을 소파에 던져놓고 앉는데.

다시 알림음. 또 하나의 문자가 온다. 보면.

 

영신소리+문자 : 너 괜찮아? 이거 내 번호니까 괜찮다고 전화 좀 해. 내가 오늘 바빠서 너 못 챙겼다.

                       너 괜찮은 거 맞지? ...난.. 지금 딱 죽고 싶다.

 

정후, 무시하고 밥을 먹으려다가 멈춘다. 다시 휴대폰 화면을 본다.

보는데 화면이 꺼진다. 톡톡 건드려 다시 띄운다. 아예 집어 들어 보면서 소파에 눕는다.

 

정후 : (읽어보는) 죽을래. 뒤질래.. 말하는 꼬라지 봐라. 하여간.. 어우..

 

다시 엎드린다. 바닥에 휴대폰을 놓고 내려다본다. 소리 내 읽어본다.

 

정후 : 너 괜찮아? (영신 목소리 흉내) 너 괜찮은 거 맞지? (내가 왜 이러지. 일어나려다가 다시 화면을 본다)

         난.. 지금 딱.. 죽고 싶다?

 

 

#49. 치수네 까페 외경 / 밤

 

장사는 끝났고. Close 안내판이 유리문 안에 걸려 있다.

홀 쪽은 불이 꺼져서 어둡고, 변호사 사무실 쪽의 창문만 환하게 밝혀져 있다.

 

 

#50. 변호사 사무실

 

치수와 연희가 마주 앉아 서류 같은 것들을 잔뜩 늘어놓고 얘기 중.

영신은 이만치에 면목 없어서 의자에 올라가 쭈그려 앉아있고.

치수가 서류들을 챙기는 사이.

추운 듯이 어깨를 감싸고 웅크려 있는 연희에게 코코아잔을 건네주는 철민.

 

철민 : 뜨거운 코코아 좀 마셔요. 저녁도 제대로 못 먹드만. 아가씨. 전투에 앞선 병사는 일단 먹어야 되요. 그래야 싸우지.

         어여 드셔봐.

연희 : (받아들긴 한다)

치수 : 금액이 걸리는데. 언제든 돈 얘기 한 적 있어요? 특히 30억.. 이런 액수를 말한 적 있나?

연희 : 아뇨. 돈 같은 건.. (하다가 뭔가 생각 난 듯) 아. 전에요. 접대.. 그런 거 계속 시키면 내가 고소하겠다고 그랬을 때요.

         황사장이 얼마 주면 되냐고 그랬어요. 삼천이면 되냐고. 그래서 내가.. 울면서 돈이 문제가 아니라고.

         삼천이 아니라 삼십억을 줘보라고. 그랬던 거 같아요.

철민 : 그거 녹음했네. 녹음 했어.

 

치수가 노려보니까. 철민 찔끔.

 

치수 : (서류를 보며) 그리고 또 하나가 정보 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죄..

         이게 인터넷 같은 데 신상을 밝히고 폭로했다는 얘긴데. 영신이가 낸 기사를 걸고 넘어지겠다는 거네.

영신 : 신상은 무슨.. 나는 실명 안 냈거든. 내 기사는 그냥..

치수 : 시끄럽고.

영신 : 네..

치수 : 철민아. 영신이 기사 좀 프린트 해봐라. 자자구구 따져보게.

 

철민이 컴퓨터 쪽으로 가는데.

영신의 휴대폰이 울린다. 영신이 받아서.

 

영신 : 여보세요. ... 야 박봉수. 너 왜 이제 전화해.

치수 : 시끄럽다고.

영신 : 네. (얼른 일어나 문 쪽으로)

 

 

#51. 까페 홀

 

어두운 까페로 나오며 전화를 하는 영신.

 

영신 : 이눔 시키야. 넌 조직생활을 하는 시키가 위아래도 없고 상식도 없냐? 도망을 가도, 보고는 하고 튀어야 할 거 아냐.

정후소리 : (아픈 목소리) 미안해요. 선배.

영신 : ... 너 목소리가 왜 그래.

정후소리 : 아까 놀라서.. 막 토하고.. 겨우 집에 와서 잠들었거든.

영신 : 넌 원래 놀라고 무서우면 토하냐?

 

말하면서 열려진 변호사 사무실 쪽을 신경 쓰며, 홀의 의자에 걸쳐있던 담요를 들어 가게 밖으로 나간다.

 

정후소리 : 아 진짜 쪽팔려서. 저기 선배. 부탁이 있는데.. 나 이런 거 누구한테도 말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52. 까페 밖 (마당?)

 

영신이 담요로 몸을 감싸며

 

영신 : 그게 뭐가 쪽팔려. 사람이 누구나 다 약점이란 게 있는 거지. 사실은 나도 그래. 난 야. 무서우면 숨을 못 쉰다니까.

         이건 쪽팔리는 게 아니라 불편한 거지. 안 그러냐? ... 봉숙아. 듣고 있어?

 

영신이 보이는 이만치 지붕 위. (혹은 그다지 멀지 않은 높은 어디쯤)

정후가 앉아 그런 영신을 보며 전화를 하고 있다. 이어셋으로 통화 중.

 

정후 : 어. 잘 들리네.

영신 : 암튼.. 목소리 들었으니 됐다. 내일 회사는 나올 수 있겠어?

정후 : 나가야지.

영신 : 천천히 나와. 부장한테는 내가 말해줄게. 나도 좀 미안하긴 하네. 그런 살벌한 데 초짜인 너를 무작정 끌고 갔잖아.

         알았어. 자라.

정후 : 어. 선배도.

영신 : 잠깐만.

정후 : 어?

영신 : 맞잖아. 너 계속 나한테 말까는 거 맞잖아.

정후 : 근데 나한테 보낸 문자, 그건 뭐야? 딱 죽고 싶다니.

영신 : (또 정후에게 말려서 금방) 그거? 으유.. 말하자면 긴데. 너 안 자도 돼? 속은 괜찮아?

정후 : 침대에 누워 있어. 괜찮네. 지금은.

 

영신, 이동해서 계단? 쯤에 가서 자리를 잡아 앉는다. 정후가 있는 곳에서 보이지 않게 된다.

정후가 지붕 위?에서 이동을 한다. 영신이 보이는 곳으로. 그러면서 대화는 계속.

 

영신 : 내가 저번에 올린 기사 말이야. 완전 역공을 당하는 중이다. 나. 주연희씨. 우리 신문사까지 싸그리 묶어서 고소 당했거든.

         언론은 대부분 저쪽 편. 그럼 이제 여론도 대부분 저쪽 꺼. 누구 말처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거지.

정후 : 그 누구가.. 김문호 기자?

영신 : 하지 마. 그 이름. 꺼내지도 말라고.

정후 : 왜.

영신 : 내가 내 자존심. 다 까고 전화를 했거든.

정후 : 김문호한테?

영신 : 그 이름 말하지 말래니까. 그 인간.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싸악 발 빼는 거 있지. 개싸가지에 곱하기 개얍삽이.

         와. 이름이 아깝다 진짜.

 

이제 영신은 가로등 불빛? 아래 자리를 잡고 앉고.

정후는 그런 영신의 옆. 저만치 어둠 속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 높이에서가 아니라 영신의 옆모습이 보인다. (혹은 좀 더 가까이에서)

(이하 대화하면서 점점 더 가까운 거리에서 마치 나란히.. 혹은 정후의 어깨에 영신이 등을 기대고 앉아 얘기하는 분위기로)

 

정후 : 그 사람. 그렇게 유명한가?

영신 : 넌 언론사에 취직까지 한 놈이 어떻게 그 사람을 모를 수가 있냐.

정후 : 그 정도야?

영신 : .. (뭔가 생각하더니 혼자 웃는다)

정후 : (웃는 영신을 본다)

영신 : 좋아했어. 내가 많이. 내 우상이고 첫사랑이고 오오래된 짝사랑. 내 방에 아이돌 대신에 그 사람 브로마이드를 붙여 놨다니깐.

정후 : (쓰게 웃는. 그 브로마이드를 안다)

영신 : 그리고 작년부터는 양다리의 한 쪽.

정후 : 뭔 소리야.

영신 : 짝사랑하는 사람이 또 생겼거든.

정후 : 선배도 참.. 저렴하구만. 그 한쪽은 또 누군데.

영신 : 말해도 모를 걸.

정후 : 그 쪽도 기자야?

영신 : 아니.. . 밤심부름꾼.

정후 : ... (움찔) 뭐?

영신 : 있어. 그런 직업이. 모르지?

정후 : ... 모르지.

영신 : 암튼 그 업계에서 알아주는 실력자가 하나 있어. 근데.. 그 사람에 대해서 소문만 들었는데.. 뭐.. 소문이란 게 다 그렇잖아.

         과장되고 오버 쩔고.. 근데.. 두근두근하더라고. 막.. 상상하게 되고. 그렇게 시작된 짝사랑 2번.

정후 : (설마 나?)

영신 : 워낙에 비싸고 비밀스러운 놈이라 죽기 전에 한번 만날 수나 있겠나.. 그랬거든. 근데.. 아무래도 나.. (킥 웃는) 만난 거 같애.

정후 : 만났다고? 그 심부름꾼을?

영신 : 응. 얼굴은 못 봤지만. 그 느낌이.. (하면서 자기 팔로 자기를 안아보다가 정신을 차린다. 자기 입을 때리더니)

         내가 뭔 말을 하고 있는 거냐.

정후 : (기분이 묘해지며 보는)

영신 : 하여간 봉숙이 너 이상해.

정후 : 내가. 뭐가.

영신 : 너.. 애가 이상하게 편해. 뭐랄까. 마치... 자매 같달까..

정후 : (어이없다. 에?)

영신 : (일어서며) 자라. 난 가서 계속 눈치 봐야지. 끊어.

 

영신, 전화를 끊더니 추운지 담요를 여미며 가게 쪽으로 간다.

그런 영신을 보고 있던 정후. 허.. 해서. 저도 모르게 중얼.

 

정후 : 느낌이.. 어쨌다고? .. 자매?

 

 

#53. 지하 바 앞 골목 / 밤

 

좁은 골목에 위치한, 지하로 이어지는 바 입구.

문식의 차가 와서 선다. (골목이 좁으면 좀 떨어진 골목 어귀에)

거기 대기하듯 서 있던 신사복의 사내가 뒷문을 열어준다.

문식이 내린다. 내리며 스윽 보면. 바의 입구에서부터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는 신사복의 사내들.

문식의 차 문을 열어줬던 신사복이 문식을 안내하여 바의 입구로 온다.

신사복은 거기 대기하고 문식 혼자 지하로 내려간다.

 

 

#54. 지하 바

 

문을 열어주는 또 다른 신사복. 들어서는 문식.

별로 크지 않은 내부. 홀에 손님은 아무도 없다.

바 쪽에 신사 하나가 앉아있다. 의자에 앉아있긴 한데 공손하게 두 손은 무릎에 모으고. 머리는 조아린 채.

문식이 그 쪽으로 다가가 정중히 고개를 숙인다.

그제야 보이는 바 너머에 바텐더 차림의 어르신. 나비넥타이에 조끼.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노인.

 

문식 : 부르셨습니까. 어르신.

어르신 : 어서 와요. 김사장이 이번에 수고가 많았어요.

문식 : 가르침을 받은 대로 했을 뿐입니다.

어르신 : 앉아요. 김사장은 평소대로 꼬냑 언더락으로?

문식 : 감사합니다.

어르신 : 사실 꼬냑은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게 제일 좋아요. 꼬냑이 원래 향으로 맛을 즐기는 애거든.

 

하면서 언더락 잔에 얼음, 꼬냑 등을 준비하는.

 

어르신 : 그러나.. 이 또한 이론. 세상에 그 어떤 이론도 내 입맛. 내 취향보다 옳을 수는 없어요.

            우주지간 중유일보. 우주의 중심은 나니까. 안 그래요? (하며 술잔을 내준다)

문식 : (정중히 받으며) 그 경지를 깨닫기에는 아직 멀었습니다.

 

어르신, 웃으며 김의찬을 본다.

김의찬은 옆에 문식이 왔음에도 돌아보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조아린 채 앉아있다.

 

어르신 : 김의원

김의찬 : 예 어르신.

어르신 : 그래도 말이에요.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잖아요. 그럼 최소한 지켜야 되는 선이란 게 있지 않겠어요?

김의찬 : 면목 없습니다.

어르신 : 설마 영웅호색을 믿는 거예요?

김의찬 : 아닙니다. 그런 거.. 아닙니다.

어르신 : 여기 김사장도 그렇지만.. 김의찬 의원을 차기 서울 시장까지 끌어 오는데 참 많은 분들이 애를 썼어요.

            그런데 여자 하나 때문에 그렇게 실망시키면 곤란하잖아요.

 

김의찬이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스툴 의자가 뒤로 나가 넘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낸다.

김의찬이 어르신에게 고개를 숙이며

 

김의찬 :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 딱 한순간의 실수였습니다. (울먹이며) 분에 넘치는 기대를 받다보니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이게 변명을 하는 건 아니옵고요. 한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더 깊이 숙인다.

어르신은 잠자코 김의찬을 보고 있다.

문식이 슬쩍 김의찬의 앞 테이블을 본다. 거기는 아무 술잔도 없이 비어있다.

김의찬이 구십도로 허리를 꺾은 채 기다린다. 시간이 길어지며 씩씩.. 김의찬의 얼굴은 벌게지고 숨소리가 힘겨워진다.

비로소 어르신이 움직인다. 스트레이트 잔에 위스키를 따르며.

 

어르신 : 김의원은 늘 독주를 좋아했지요? 한잔 하세요.

 

하며 술잔을 김의원 앞에 밀어 준다.

김의원이 거의 울듯이 감읍하며

 

김의찬 : 감사합니다. 어르신. 각골난망하겠습니다. 어르신.

 

김의찬이 두 손으로 술잔을 들어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단숨에 마신다.

문식이 그런 김의찬을 본다. 표는 안내지만 어쩔 수 없이 업신여기는 기분이다.

 

 

#55. 문식의 집 외경 / 밤

 

저택을 지키는 경비가 정원을 둘러보며 지나간다.

 

 

#56. 명희의 방

 

간병인이 명희의 침대를 손보고 있다.

그 옆에 휠체어에 앉은 채 보고 있는 명희.

간병인이 침대 이불의 한쪽을 젖혀서 눕힐 준비를 하는데.

 

문식소리 : 내가 할께요.

 

명희가 돌아보자 문식이 들어서고 있다. 평상복으로 막 갈아입은 듯.. 단추를 채우며?

명희 쪽으로 오며 간병인에게

 

문식 : 먼저 들어가세요. 수고했어요.

 

간병인이 고개를 숙여 보이고 나간다.

늘 있는 일. 명희가 미소 지으며 두 팔을 들어 기다린다.

문식이 그런 명희를 안아 올리면 명희가 그 목에 매달리고.

문식이 명희를 침대에 눕혀 준다. 이불을 덮어주고.. 여며 주고.

 

문식 : 어떻게 점점 더 가벼워져. 사람 불안하게.

명희 : 어떻게 당신은 그렇게 항상 그대로야. 사람 미안하게. 귀찮아도 절대 내색 안하고.

문식 : 안 귀찮아요. 절대.

명희 : 그럴 리가 있나. 사람인데.

문식 : 넘겨짚지 마세요. 약은 먹었어?

명희 : 먹었지.

 

문식이 협탁의 리모콘을 들어 방 불을 끈다. 침대 옆의 스탠드 불빛만 남는다.

의자를 끌어와 침대 옆에 앉는다. 스탠드 불빛이 명희에게 닿지 않게 조정하며.

 

문식 : 불빛 괜찮지? 자. 당신 잠들면 나갈게.

 

협탁에 두었던 책을 집어 든다.

명희가 문식 쪽으로 돌아누우며 문식의 얼굴을 본다. 문식, 책갈피를 끼워두었던 부분을 찾으며.

 

문식 : 왜. 소리 내서 읽어줘?

명희 : 오늘은 뭐했어?

문식 : 잠이 안 와?

명희 : 음... (가늠해보더니) 안 와.

문식 : (명희를 향해 앉으며) 오늘은.. 오늘도 모자란 것들을 만났지. 그 모자란 것들을 보면서. 이렇게 머리 나쁘고, 천박하고,

         드글드글 알을 품고 있는 벌레처럼. 드글드글 탐욕만 가득 품고 있는 것들에게 이 나라를 맡겨도 정말 괜찮은 걸까.

         그런 생각을 했지.

명희 : (웃는) 김문식. 진짜 많이 변했다.

문식 : 방금 난 그대로라면서.

명희 : 대학 때 김문식은 소심하고 말도 없고 늘 뒤에 앉아 웃기만 하던 친구였는데.

문식 : (끄덕이는) 그랬을 거야.

명희 : 오늘 날의 김문식은 음.. 아더왕 뒤의 마법사 멀린 같다고 할까. 지혜롭고.. 음흉하고.. 권모술수가 가득하고..

문식 : 칭찬을 하든가. 까든가 하나만 해라.

명희 : (웃음기 남아서 보다가) 김문식씨.

문식 : 말씀하세요.

명희 : 혹시 당신. 멀린 말고 아더왕이 되고 싶은 거야?

문식 : .. 싫어?

명희 : 지난 20년. 당신 점점 더 높아지고 점점 더 세져왔지. 아직.. 부족해?

문식 : 명희야.

명희 : 응.

문식 : 난 대학생이던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어. 느이들이 민주를 외치고 정의를 찾을 때 난 운전밖에 한 게 없지만.

         그래도 해봤잖아.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하는 거.

명희 : (보다가 끄덕인다)

문식 : 지금도 그러고 싶은 거야. 아닌 건 아니라고. 근데 그러기 위해선 그만한 힘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을 뿐이지.

명희 : (손을 뻗어 문식의 옷깃을 바로 잡아주며) 그래. 알았어.

 

문식. 명희의 그 손을 잡는다.

 

명희 : 미안해. 따져 물어서.

 

문식이 미소 지으며 그 손등에 입 맞춰준다. 눈으로는 명희를 살피며.

 

 

#57. 썸데이 건물 외경 / 아침

 

 

#58. 썸데이 편집실

 

여기자가 자기 책상 앞에 늘어놓은 피규어 중에 하나를 정성스럽게 닦으며 슬금슬금 눈치를 보는 곳.

장부장이 자기 책상 근처를 오락가락. 서성거리다가.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장부장 : 아 왜 연락이 없어. 여기자.

여기자 : 예.

장부장 : 회장님한테서 전화 없었던 거 분명해?

여기자 : 없었습니다. 아직 저 화장실도 안 갔으니까. 없었던 거 맞습니다.

장부장 : 이상하네. 오늘 오전에 변호사 보내준다고 했는데. 회장님이 아는 변호사를 분명히 보내준다고 그랬거든.

여기자 : 오전이면 열한시 59분까지는 기다려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장부장 인상을 쓰며 여기자를 보는데.

밖에서 뛰어 들어오는 선재.

 

선재 : 부장. 저기요. 밖에요.

장부장 : 어. 왔어? 변호사?

 

하다가 보면. 사무실로 들어오고 있는 문호. 장부장에게 시선을 멈춘다.

여기자 저도 모르게 혼잣말.

 

여기자 : 와. 김문호 기자하고 똑 닮았네.

문호 : (장부장에게로 오며) 장병세 부장이시죠?

장부장 : 아.. 예.. 제가.

문호 : 김문호라고 합니다. (악수를 청하는)

장부장 : (악수 받으며) 아니 이거 김문호 기자가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아아.. 그 기사 때문에... 취재하러.. 직접 여기까지..

문호 : (웃음기도 없이 건조하게)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59. 썸데이 일층 로비

 

백팩을 둘러멘 영신이 총총 들어서다가 앞을 본다. 거기 엘리베이터 앞에 정후.

영신이 장난기가 생기며 살금살금 뒤로 다가들어 왁. 등을 친다.

정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성의 없이 놀란 척 하며

 

정후 : 아 깜짝이야.

영신 : 일찍 왔네. 몸은 좀 어때. (하고는 정후의 대답을 살피는)

정후 : 좋습니다.

영신 : (실망해서) 반말 아니네.

 

하다가 뒤를 돌아본다. 거기 인부들이 전자제품 박스들(카메라. 편집기용 컴퓨터 등등)을 줄줄이 들고 와서 쌓고 있다.

 

영신 : 누가 이사 오나.

 

 

#60. 썸데이 편집국

 

문호가 사무실의 여기저기를 다니며 공간을 살펴보고 있다. 그 뒤를 장부장이 따르고.

 

문호 : 신문사 규모가 지금 여기 보이는 이 공간이 전붑니까?

장부장 : 저쪽 옆방에 마케팅 영업팀은 따로 있고요. 이 안에서 미술이랑 편집까지.. (이걸 내가 왜 설명하고 있지)

            아니 근데 좀 전에도 물어 봤는데요. 여긴 어쩐 일이신지...

 

하는데 우렁찬 소리.

 

영신 : 안녕하십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영신이 정후와 들어서다가 어.. 해서 선다. 김문호를 봤다.

그 뒤의 정후도 문호를 봤다.

문호는 슬쩍 영신을 보고는 장부장에게

 

문호 : 앞으로 여기 썸데이 뉴스에 영상팀을 만들 겁니다. 제가 맡을 거구요.

영신 : 뭐?

여기자 : (영신의 옆으로 여기자가 붙어서며) 저 사람 진짜 김문호 기잡니다. 놀랐죠?

문호 : 그러자면 카메라팀이며 편집실이며 공간이 더 필요하겠네요. 이 건물에 다른 층을 하나 더 써야 되겠죠?

장부장 : 저기 김문호기자? 우리 썸데이 사주 되시는 분이 강회장이라고 여기 건물에 주인이기도 한데요. 그 분이..

 

하는데 장부장의 휴대폰이 울린다.

장부장이 휴대폰 화면도 보지 않고 귀찮아하며 받아서

 

장부장 : 아 여보세요. 지금 바쁘니까.. 아 회장님. 예.. 예?

 

하다가 놀라서 문호를 본다.

문호는 저만치 걸어가며 거기 창고 방을 열어보고 있다.

장부장이 영신을 돌아본다.

 

장부장 : 영신아.

영신 : (아직 문호를 보고 있다. 얼이 빠져서) 예 부장.

장부장 : 우리 회장님이 이 건물을 파셨대. 이 신문사도 파셨대.

영신 : 누구한테요.

 

장부장이 문호를 가리킨다.

문호가 창고방을 가리켜 보인다.

 

문호 : 전 여길 치워서 쓰면 될 거 같습니다. 그리고 영상 장비를 둘 곳이 필요한데.. (둘러보는)

장부장 : 영상 장비요? 그니까 카메라 ..그런 거 말씀입니까?

 

하는데 요란한 소리가 나며 문이 열리고 인부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영신 등이 놀라서 비켜준다.

아까 로비에서 봤던 인부들이 제품 박스들을 들고 들어오고 있다.

문호가 영신 쪽으로 오며 그 옆에 서있던 선재에게

 

문호 : 저거 놓을 데 좀 지시해줘요.

선재 : 아 예.

 

문호가 영신의 앞에 와 섰다. 영신이 입이 다물어지지 않아 보는데.

 

문호 : 채영신.

영신 : (침 꿀꺽) 예?

문호 : 너 지금 아주 바빠야 되지 않나.

영신 : ..저요?

문호 : 그런데 지금 몇 시야.

영신 : 지금.. (손목시계를 보려는데)

 

문호가 영신의 머리를 콩 때린다.

 

영신 : 아야.

문호 : 집에 전화해라. 앞으로 며칠 못 들어갈 거 같다고.

 

영신이 어이가 없어서 문호를 올려다본다. 문호가 씩 웃는다.

그런 둘을 정후가 불편한 마음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셋이 한자리에 모였다.

 

=제 6회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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