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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두] 02 - 눈이 오던 날 (下)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8.11.18|조회수503 목록 댓글 0

[유리구두] 02 - 눈이 오던 날 (下)











1. S# 화장터 전경.


창문 안으로 상복을 입은 채 유리창 문에 기대어 선 태희의 얼굴이 보인다.



2. S# 화장터 안.


유리 창문에 기대어 서 있는 태희 옆으로 역시 상복 차림의 윤희, 아빠의 영정을 든 채 의자에 앉아있다.

그 앞으로 흰 보자기에 싸인 아빠의 유골상자를 들고 다가서는 양순경. 태희 앞으로 그 유골상자를 내민다.

태희, 잠시 받지 못한 채 바라보다가 천천히 받아든다. 또 다시 눈시울이 벌개 지면서 뚝뚝.. 떨어지는 눈물.

양순경, 안타깝게 보다가 한쪽으로 자리를 피해준다.

아버지의 유골함을 든 채 의자에 걸터앉는 태희, 소리 없이 계속 눈물만.

윤희, 그런 언니를 보며 같이 눈물이 글썽..


윤희 : 언니.. 괜찮아?

태희 : (고개를 끄덕이다가 결국 흐느끼고 만다)

윤희 : (같이 눈물 글썽해져서) 언니. 울지 마. 응? 울지 마아. (그러면서 자기의 상복소매로 언니의 눈물을 닦아주면)

태희 : (결국 아빠의 유골함을 부둥켜안고 소리 내어 운다)

윤희 : (입을 꾹 다문 채 우는 언니를 본다. 훌쩍.. 훌쩍.. 시선에서)



3. S# 김현호의 집 앞.


터벅터벅 힘없이 걸어오는 태희. 그 옆에서 따라오는 윤희. (윤희는 여전히 아빠의 영정을 들고 있다.)

그러다 문득 태희, 윤희를 돌아본다. 윤희, 빤히 언니의 얼굴을 쳐다보면 태희, 흐트러진 동생의 머리칼을 넘겨준 뒤 손을 내민다.

윤희, 언니의 손을 잡으면. 다시 함께 걸어오는 두 자매.

그 때 집 앞에 세워져 있는 작은 용달트럭을 본다.

태희와 윤희 걸음을 멈추고 ?해서 보면 사람들이 집안에서 물건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태희, 윤희 놀라서 얼른 집 쪽을 돌아보면.



4. S# 김현호의 집. 마루.


뛰어 들어오는 태희. 그 뒤로 윤희, 따라 들어와서 보면.


태희 : 아저씨! 지금 남의 집에서 뭐 하시는 거예요?


사람들, 무시한 채 그대로 짐을 실어 나른다.

그러자 태희, 그 사람들의 팔을 확 나꿔 채며.


태희 : 지금 뭐하는 거냐고 묻잖아요! (그러자)

집주인 : 뭐하기는. 빚잔치 하는 거지.

태희 : (돌아보면)


김현호의 방에서 나오는 집주인.

태희와 윤희, 집주인을 쳐다보면.


집주인 : (짐꾼들한테) 거, 기스 안 나게 잘들 옮겨요. 잘들. 갖다 팔아봤자 몇 푼 받지도 못 허겠지만 그래두 조심들 해야지.

태희 : 아저씨 지금 뭐하는 거예요?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와 뭐하는 거냐구요!

집주인 : 이거 말하는 것 좀 보게. 이게 왜 남의 집이야. 내 집이지.

태희 : 우리 물건에 함부로 손 대구 있잖아요!

집주인 : 야 이 녀석아. 밀린 집세를 생각해. 나두 몇 푼이라두 건져 얄 거 아녀.

            막 말루다 느이 아버지가 다른데다 빚이라두 졌으면 어쩔 거야. 그나마 세간살이도 남아나질 않을 판인데,

            다른 사람들한테 뺏기기 전에 나래두 몇 푼 건져 얄 거 아냐.

태희 : (분노. 눈물 가득해서 쳐다본다)

윤희 : (같이 노려보면)

집주인 : 아버지 죽자마자 이런다고 너무 야박하다 생각지 말어. 어차피 느이들두 고아원으로 가게 될 거고.

            그렇게 되면 세간살이도 버리고 가얄 거 아냐. 이왕 버리는 거 집세라도 몇 푼 갚으면 좋은 거지 뭘 그래.


그 때 뒤에서 “비켜요 비켜!” 하면서 아빠의 책상을 내오는 사람들.

순간 윤희, 아빠의 책상을 내가는 짐꾼들 앞을 두 팔을 벌리고 가로막아 선다.


윤희 : 안 돼! 못나가! 그거 우리 아빠 책상이야!

집주인 : 어허! 그럼 못써! 저리 비켜야지.

윤희 : (양팔 쫙 벌리고 서서) 싫어요! 그거 우리 아빠 책상이야! 아무 데도 못 가져가! 그거 우리 아빠 책상이란 말야!

집주인 : 다친다니까는 저리 비켜. (하면서 윤희를 밀치는데)

윤희 : (콱! 집주인의 손등을 물어버린다)

집주인 : 아야!!


버럭 소리를 지르며 윤희를 한쪽으로 밀어버린다.

그 바람에 나뒹구라지는 윤희. 그 바람에 아빠의 영정이 챙그랑! 깨진다.


태희 : 윤희야! (얼른 끌어안으면)

집주인 : (물린 손을 감싸며) 쪼끄만 것이 독하기는..어디서 감히 어른을 물어? 물기는!

            (그러면서 인부들한테) 빨리 내가요. 빨리.


사람들, 책상을 밖으로 나르면.


윤희 : 안 돼! 그거 우리 아빠 책상이야아! (또 다시 뛰어나가려고 하자)

태희 : (순간 꽉 끌어안아버린다) 윤희야. 그러지 마!

윤희 : 언니 저거 우리 아빠 책상이잖아! 저 책상 못 가져가게 해. 저거 아빠 책상이야아! 아빠 책사앙!

태희 : (같이 눈물 흘리며 꼭 안은 채) 윤희야. 그러지 마.. 그러지 마 윤희야.

윤희 : 아빠아!!! (아앙! 울음을 터뜨린다)

집주인 : 그러게 누가 집세를 세달 씩이나 밀리랬냐구 누가..! (하면)

태희 : (눈물을 흘리던 얼굴로 홱 집주인을 노려본다)

집주인 : (찔끔하더니) 두 녀석이 아주 똑같이 독하구 못 됐구만. (그러더니 허험! 헛기침을 하고 나가버린다)


집기가 여기저기 흩어져 어지러운 가운데 서로 부둥켜안고 엉엉 우는 윤희와 그저 눈물만 흘리는 태희.

그 옆으로 깨져버린 아빠의 영정위로.

E 비행기의 굉음.



5. S# 공항.


밖으로 나오는 김필중과 그 뒤를 따르는 진상만과 수행원들.

박귀중, 얼른 차문을 열면 김필중 차에 올라탄다. 진상만과 수행원들은 뒷 차에.



6. S# 달리는 차 안.


표정 없이 창밖을 바라보는 김필중. 불쑥.


김필중 : 박기사.

박귀중 : 네. 회장님.

김필중 : 그 뒤로 또 찾아오진 않았나? 현호 말이야.

박귀중 : 아닙니다, 회장님. 안 왔었는데요.

김필중 : ... (시선을 돌려 다시 창밖을 내다보면)

박귀중 : 집으로 가십니까?

김필중 : 아니야. 회사로 직접 가지.

박귀중 : 네.


차를 돌리면.



7. S# 김필중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는 김필중과 그 뒤를 따르는 진상만.


김필중 : 오후 중으로 간부회의 소집해. 간부회의 끝나자마자 곧바로 집에 들어갈 거니까 다른 스케쥴은 취소하구.

진상만 :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김필중 : 마실 것 좀 들여와.

진상만 : 알겠습니다. 회장님. (밖으로 나가면)


의자에 앉는 김필중, 피곤한 듯 잠시 의자에 앉아 눈을 감는다.

잠시 뒤, 노크와 함께 마실 것을 들고 들어오는 여비서1.


김필중 : (눈을 감은 채) 들어와.

여비서1 : (안으로 들어와 마실 것을 책상위에 놔주고) 인삼즙입니다, 회장님. 출장 중에 안 보신 신문은 책상위에 올려 뒀구요.

김필중 : 알았어. 나가봐.

여비서1 : (나가면)


김필중, 음료를 마시며 신문을 쭉 뒤적거려본다.

뒤적거리다 문득 한 기사에 시선이 간다. 강원 폭설기사와 함께 교통사고 기사에 실린 내용.

순간 멈칫.. 바라보는 두 눈이 동그래진다.



8. S# 비서실.


한숨 돌리며 막 의자에 앉는 진상만. 앉자마자.


김필중E : 진실장! 진실장!!!

진상만 : (앉다가 벌떡 일어나) 네 회장님! (얼른 다시 들어가면)



9. S# 회장실.


문을 열고 들어서던 진상만, 멈칫해서 보며.


진상만 : 회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김필중 : (신문을 들고 벌벌 떨며) 이 신문사에 당장 전화해. 이게.. 이게 어떻게 된 건지 당장 알아봐!

진상만 : 네? (얼른 신문을 받아들고 보면서)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수화기를 집어 든다)

김필중 : 김현호 사망이라니.. 현호가 사망이라니..! (충격적인 표정을 짓는데서)



10. S# 김현호의 방.


한쪽에 잠이 들어 누워있는 윤희. 눈물 자국이 얼굴에 얼룩얼룩 묻어있고

태희는 그 옆에서 흐트러진 아버지의 유품들을 정리하고 있다.

그러다가 아버지의 지갑을 꺼내드는. 거기에 할아버지와 함께 찍은 아버지의 사진을 본다.

태희의 시선에서.


Flash-back 몽타쥬처럼 스쳐가는 아빠의 얼굴.

활짝 웃어주고, 함께 자장면을 먹고, 깡패들이랑 싸우고, 밥을 해주고.. 등등.


현실> 눈물이 글썽해진 태희의 얼굴에서.


Flash-back> 1부 55씬.

현호 : 태희 너. 아빠랑 약속 하나만 할래? 만약.. 이건 그냥 만약인데.. 만약 이 세상에 아빠가 없으면

         그 땐 태희가 윤희를 잘 보살펴 주겠다구. (보며) 약속할 수 있지?

태희 : (본다. 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현호 : 그래. 우리 태희는 책임감이 강한 아이니까. 아빤 태희 믿어.


다시 현실> 태희, 아빠의 지갑을 품에 꼭 쥔다.

그 때 밖에서.


양순경 : 얘들아! 얘들아 집에 있니?


그 소리에 짐짓, 윤희가 눈을 뜨고 부시시 일어난다.

태희, 같이 돌아본다.



11. S# 마루.


밖으로 나와 보는 태희와 그 뒤로 윤희.


양순경 : 어. 집에 있었구나. 아저씨가 손님을 좀 모시구 왔다.

태희, 윤희 : (?해서 보면)


양순경의 뒤로 들어오는 보육원담당아줌마.


보육원 : 안녕. 너희들이 김태희, 김윤희 자매니?

태희 : 누구세요?

보육원 : 보육원에서 왔단다. 이제부터 내가 너희들 담당이야.


놀라서 멍하니 바라보는 태희와 윤희의 얼굴에서.



12. S# 집전경 (밤) - 인써트.



13. S# 마루.


마루 한쪽에 유리가 깨진 김현호의 영정이 모셔져 있고.

그 앞에 상복차림으로 나란히 앉아 있는 태희와 윤희. 그 맞은편에는 양순경과 보육원 시설 담당자가 앉아있다.


양순경 : 이분한테 너희들 사정 딱한 걸 말씀 드렸드니 오늘밤이라도 당장 너희들 데려가겠다고 오신 거란다.

태희 : 우릴.. 어디루요?

보육원 : 너희처럼 부모 없는 애들을 돌봐주는 데야.

윤희 : (심통 나서) 그럼 고아원이네 뭐. 그치 언니?

태희 : (말없이 보면)

보육원 : 너희들끼리 여기서 사는 건 무리야. 집주인 아저씨두 만나 보구 오는 길인데.. 당장 너희들 살 데두 변변치 않다며.

            그러니까 아줌마랑 같이 가자.

양순경 : 그래, 그러는 게 좋겠다.

윤희 : (말없이 어른들을 번갈아 본다. 잔뜩 심통 난 얼굴로 보면)

보육원 : 너희 둘을 한꺼번에 받아주겠다는 데가 없어서 당분간은 떨어져 살게 될 거야.

            하지만 너무 걱정 마. 아줌마가 최대한 빨리 같이 있을 수 있는 보육원을 알아봐 줄 테니까. 괜찮지?

윤희 : 싫어요. 우린 아무 데두 안 갈 거야. 여기가 우리집이예요!

         (태희 보며) 그렇지 언니? 여기가 우리 집이지? 우리 아무데도 안갈 거지? 그치?

태희 : (담담하게) 조용히 해.

윤희 : 언닌 고아원 같은데 가구 싶어? 그런데서 살구 싶냐구?

태희 : 가만 있으래두!

윤희 : (보면)

태희 : (양순경과 보육 담당원을 보며) 두 분 말씀 잘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하루만 시간을 주세요.

         아빠 짐두 정리해야 하구.. 우리도 시간이 필요해요.

보육원 : 그럴래?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 (그러면서 안심하는 표정으로 양순경을 본다)



14. S# 대문앞.


밖으로 나오는 양순경과 보육 담당원.


양순경 : 내일 점심때 올 테니까 그 때까지 쉬어라.

태희 : 안녕히 가세요.


양순경과 보육 담당원 멀어지는 걸 지켜본 태희, 일부러 소리 내어 쿵! 대문을 닫는다.



15. S# 마루.


태희, 안으로 들어서는데.


윤희 : 갈려면 언니 혼자 가!

태희 : (보면)

윤희 : 난 아무데도 안갈 거야! 여기가 윤희집이야! 고아원 같은데 안갈 거란 말야! (씨이.. 울먹거리면)

태희 : (윤희 앞으로 다가와 어깨를 잡아 세운다) 김윤희, 언니 똑바루 봐. 그리구 지금부터 언니가 하는 말 잘 들어.

윤희 : (눈물이 가득해서 보면)

태희 : 우린 고아원 같은데 안갈 거야. 절대루 너랑 안 헤어져. 무슨 일이 있어두. 알아?

         나.. 아빠랑 약속했어. 아빠가 없으면 대신 내가 널 잘 보살 피겠다구.

         언니.. 하늘이 두 쪽나두 그 약속 꼭 지켜. 그러니까 언니만 믿어. 알았니?

윤희 : (고개를 끄덕. 눈물 고인 눈을 쓱 문질러 닦더니) 그럼 이제 우리 어떡할 거야?

태희 : 우선 짐부터 챙기자. 내일 새벽차로 서울에 올라갈 거야.

윤희 : 서울?

태희 : 할아버지한테 찾아갈 거야. 우리가 찾아가면 틀림없이 받아주실 거야.

윤희 : 그치만 어디 사는지도 모르잖아.

태희 : 걱정 마. 서울만 가면 찾을 수 있을 거야.

윤희 : 그래두.. (불안해하자)

태희 : (본다. 보더니 주머니 속에서 반지 두개를 꺼낸다) 이건 엄마 반지구 이건 아빠 반지야.

         아빠 반진 내가 가지구 있을 테니까 엄마 반진 니가 가지구 있어. (그러면서 실로 연결해 윤희의 목에 걸어준다)

         이 반지가 우릴 지켜줄 거야. 걱정하지 마.

윤희 : (고개를 끄덕이며 씩 웃는다) 응.

태희 : (윤희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결연한 표정에서)



16. S# 회사 앞.


급하게 나갈 차비를 하며 나오는 김필중과 진상만.

진상만 문을 열어주면 올라타는 김필중.


진상만 : 정말 혼자 가셔두 되겠습니까?

김필중 : 시끄러! 어서 문 닫아.

진상만 : (두말 않고) 네. (얼른 문 닫으면)

김필중 : 이봐. 박기사, 정선이야. 어서 서둘러.

박귀중 : 네. 회장님.


박귀중, 차를 출발시키면.



17. S# 김현호의 방.


아버지 물건을 몇 개 챙겨드는 태희. 그 중에 지갑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본 뒤 가방에 넣는다.

문득 한쪽에 놓여있는 아버지의 영정으로 시선 주며.


태희 : 아빠 걱정 말아요. 태희.. 잘 할 수 있어. (그러면서 아빠의 영정을 손으로 만지는데)


땡.. 땡.. 새벽 네 시를 알리는 괘종소리.

태희,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영정을 가방에 넣은 뒤 자리에서 일어난다.



18. S# 태희, 윤희 방.


책가방을 싸놓고 옷까지 입은 채로 잠이 든 윤희.


태희 : 일어나 윤희야. 가야지.

윤희 : 으응.. (졸린 눈을 겨우 뜨고 보면)

태희 : 좀 있으면 동네 아저씨들 깨어날 시간이야. 사람들 눈에 띄기 전에 읍내루 나가야 돼. 어서 일어나.

윤희 : (부시시 가방을 챙기며 일어서면)



19. S# 집 앞. (새벽)


눈이 내리고 있다.

밖으로 나오는 태희와 윤희. 두 자매 막상 대문 밖을 나서자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태희 정든 집을 돌아본다. 태어나서 한 번도 떠나지 않았던 집..


윤희 : 언니. 할아버지 찾으면 우리 이 집에 다시 올 수 있는 거지? 응?

태희 : (순간 눈물이 나올 것 같다. 그저 윤희의 손을 꼭 잡고) 가자.


그리고는 윤희를 이끌고 돌아선다.

윤희 몇 번인가 더 집을 돌아보지만 태희 끝까지 쳐다보지 않은 채 곧장 앞만 보며 걸어간다..

멀어지는 집.



20. S# 달리는 김필중의 차.


김필중 : 아직 멀었나?

박귀중 : 거의 다 왔습니다. 회장님.

김필중 : (시선을 돌려 어둠속에 묻힌 동네를 바라본다)



21. S# 동네어귀 길. (새벽)


태희, 윤희와 함께 눈길을 헤치며 걸어온다.

힘겨워 보이는 윤희, 그러나 군소리 한마디 없이 태희를 따라 걷는다.

그 때 저 쪽에서 자동차불빛이 나타난다.

태희, 윤희를 데리고 얼른 길 한쪽으로 숨는다.

잠시 뒤 그 옆으로 지나가는 승용차. 그 안에 타고 있는 김필중.

차가 멀어지자 다시 길 쪽으로 나오는 태희와 윤희. 할아버지의 차가 사라진 쪽을 등진 채 곧장 걷기 시작한다.

그렇게 엇갈리는 김필중과 태희, 윤희.

멀어지는 할아버지의 차 원경으로 부지런히 걷는 태희와 윤희 위로.


박귀중E : 계십니까! 계십니까!!



22. S# 김현호의 집 앞.


박귀중, 문을 두드리며 부르지만 아무 대답이 없고.

뒤에 세워져 있던 차안에서 천천히 내려서는 김필중. 아들이 살았던 집을 한번 쳐다보더니.


김필중 : 다시 한 번 불러봐. 애들이라 깊이 잠들었을 게야.

박귀중 : (좀 더 세게 문을 두드리며) 계십니까아!!! (하는데 덜컹.. 문이 열린다. 멈칫해서 보다가 김필중을 돌아보면)

김필중 : (본다. 그러더니 그대로 열려진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23. S# 집 안.


안으로 들어서는 김필중과 뒤따라 들어서는 박귀중.

박귀중, 더듬더듬 스위치를 찾아 켜면 밝아지는 실내. 밥상이며 뭐며 어수선하게 어질러져 있다.

이런 집에서 살고 있었단 말이지.. 김필중, 하나하나 시선으로 둘러본다.

그 사이 박귀중, 이 방 저 방을 오가며 문을 죄다 열어본다.


박귀중 : 이상한데요. 아이들이 없습니다.


방방마다 활짝 열려진 문안으로 보이는 아들의 삶의 흔적들..

김필중, 천천히 돌아보다가.


김필중 : 박기사.

박귀중 : 네 회장님.

김필중 : 사람을 사서 동네 안을 샅샅이 찾아봐. 근처 야산이나 아이들이 갈만한 곳은 전부.

박귀중 : 네.

김필중 :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아이들.. 꼭 찾아내.

박귀중 : 알겠습니다. 회장님. (곧바로 나간다)

김필중 : (다시 한 번 집안을 휘 돌아보는 시선에서)



24. S# 터미널. (이른 아침)


화면위로 올라오는 링 반지. 윤희, 언니가 목에 걸어준 엄마의 반지를 요모조모 살펴본다.

반지위에 써 있는 엄마의 이름. 윤희, 빙긋 웃으면서 이름을 보는데

그 옆으로 차표를 사 가지고 돌아오는 태희.


태희 : 서울 가는 차는 한 시간 뒤에 출발한대. 아직 시간 남았으니까 어디 가서 아침부터 먹고 오자.

윤희 : 응.

태희 : (윤희 손을 잡고 간다)



25. S# 터미널 근처 시내.


윤희의 손을 꼭 잡고 식당을 찾아 걸어오는 태희.

그 때 맞은편에서 껄렁껄렁하게 걸어오던 깡패들. (1부에서 나왔던) 깡통, 태희와 윤희를 알아본다. 시선에서.

해장국집을 발견한 태희와 윤희, 식당 앞으로 막 걸어오는데 갑자기 그 앞을 가로막는 깡패들.

놀라서 우뚝 멈춰서는 태희와 윤희.


깡통 : 꼭두새벽 부텀 어델 가노? (행색을 살펴보며) 집 나왔나? 느그 아부지는 우짜고?

태희 : (대답 없이 뒤로 돌아서는데)


뒷쪽에서도 가로막고 있는 똘마니들.

태희와 윤희, 진퇴양난.


태희 : 비켜요. 안 비키면 소리 지를 거예요?

깡통 : (픽 웃더니) 질러봐라. 어데 이번엔 또 누가 도와주나 쫌 보자. 퍼뜩 질러보라카이!

태희 : (노려보면)

깡통 : (태희 머리를 손가락으로 쿡쿡! 밀치며) 와 눈을 그래 모로 뜨고 지랄이고!

         니 승질머리 고래 몬 되가 가시나가 어데 써 묵을래? 칵! 그냥! (하면서 위협적으로 때리는 시늉을 하는데)


퍽! 소리와 함께. 깡통, 거의 숨이 막히는 표정으로 급소를 쥐며 천천히 쭈그려 앉는다.

그러면서 눈이 마주치는 윤희. 보면.


윤희 :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며) 우리 언니한테 까불지 마! 너!

깡통 : 음마야.. 이 얼라는 또 머꼬?

태희 : 윤희야 넌 가만있어.

윤희 : 나 이런 불량 깡패들 하나두 안 무서워! (깡통을 보며) 우리 언니한테 한번만 더 까불어봐! 너!

         그 땐 주먹이 아니라 돌멩이루 친다! 알았어?

깡통 : 뭐라꼬? 남의 소중한 물건을 우짠다꼬? 이 싸가지 없는 꼬맹이! 콱! (하면서 윤희한테 주먹을 휘두르려고 하는데!)

인수 : 그만해둬.

깡통 : 대장아..

인수 : 용기가 가상하잖니. (그러면서 윤희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더니 태희를 보면)

태희 : (인수를 정면으로 쳐다본다)

인수 : (씩 웃으며) 아침 일찍부터 애 울리지 말고 그만 가자.


그러면서 일부터 툭! 태희를 치며 지나친다. (순식간에 가방 안에 있던 현호의 지갑을 쓱.. 하는)

태희, 눈치 채지 못한 채 돌아보면 인수, 태희를 등진 채 씩 웃으면서 태희의 지갑을 안주머니에 쓱 집어넣는다.

그 뒤로 계속해서 태희를 툭툭 치면서 지나가는 다른 똘마니들.

마지막으로 깡통, 태희를 흘겨보면서 지나치다가 윤희와 눈이 마주치자 슬그머니 피하듯 지나치며 일행을 따라간다.


윤희 : (깡패들이 멀어지자) 거봐. 쟤네들 별거 아니잖아.

태희 : (윤희 보며) 너 다음부턴 함부로 끼어들지 마. 알았어?

윤희 : (시무룩..) 알았어.


태희, 그러면서 한 번 더 깡패들이 간 쪽을 돌아본 뒤 윤희를 데리고 식당 쪽으로 돌아선다. 돌아서다가 멈칫..

flash-back> 인수가 툭! 부딪히며 지나쳐가는 순간.

왠지 기분이 영 찜찜해 가방을 열어보려는데 순간 놀라서 본다. 가방 한쪽이 날카롭게 찢어져 있다.

태희, 재빨리 가방을 열고 안을 뒤적이더니.


태희 : 지갑!

윤희 : ?

태희 : (멀어지는 깡패들을 향해) 야! 야아!!


저만치 가던 깡패들 킬킬 웃으면서 시장 통으로 사라지고.

안되겠는지 얼른 윤희를 돌아보며.


태희 : 윤희야. 너 여기 꼼짝말구 있어 알았지? (손을 놓으려는데)

윤희 : (그 손을 꽉 잡으며) 왜 그러는데?

태희 : 저 자식들이 내 지갑을 가져갔단 말야. 찾아가지고 올 테니까 넌 여기서 꼼짝 말구 기다려. 알았지?


억지로 윤희의 손을 잡아떼는 태희.. (slow!)

윤희, 놓친 손을 보면. 태희, 그대로 깡패들이 사라진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한다.

멀어지는 언니를 돌아보는 윤희. 잠시 보더니 가만있지 않고 곧바로 뒤 쫒아 달려간다.


윤희 : 언니이! 같이 가아! 언니이!!!



26. S# 거리. 아침


일찍부터 장이 들어서는 복잡한 거리.

저쪽에서부터 사람들을 헤집고 미친 듯이 뛰어오는 태희, 잠시 서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저쪽 횡단보도로 길을 건너는 깡패들을 본다.

태희, 무단으로 길을 넘어 쫒아 가면 잠시 후, 간격을 두고 저 뒤에서 뛰어오는 윤희.

얼마쯤 달려오다가 금새 수많은 인파에 묻혀버린 언니의 모습을 놓치고 만다.

사색이 되어 언니의 모습을 찾는 윤희, 그러나 무심하게 지나가는 낯선 사람들뿐.

윤희, 울지 않으려고 입을 꾹 다문 채 다급하게 두리번대다가

문득 도로 건너편으로 깡패들을 쫒아 골목 안으로 사라지는 언니의 뒷자락을 본다.


윤희 : 언니! 언니이!!!


무작정 언니를 부르며 길을 건넌다.

순간 끼------익! 길게 바퀴 끌리는 소리. 그 소리에 그만 우뚝 멈춰 서서 돌아보는 윤희.

속력을 줄이지 못하고 달려드는 경트럭.

순간 윤희 놀라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본다. 보는 시선에서.



27. S# 골목길.


쿵! 깡통을 덮치며 같이 바닥으로 구르는 태희. 다짜고짜 깡통을 타고 올라앉아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태희 : 내 돈 내놔! 어서 내 돈 내놔!

깡통 : 야 이 가시나 돌았나! 니 돈이 우쨌다고 지랄이고!

태희 : 내가 모를 줄 알아? 아까 터미널 앞에서 지갑 채갔잖아. 내 놔! 그 지갑 내놓으란 말이야!!!

깡통 : (퍽! 태희를 저만치 밀어 던진다)


쿵, 바닥에 나뒹구라지는 태희, 홱 노려보면

깡통, 툭툭 털고 일어서면 그 옆으로 프레임-인 되는 인수.


인수 : 니가 찾는 게 이거냐? (하면서 태희의 지갑을 들어 보이면)

태희 : (벌떡 일어나 잡으려는데)

인수 : (쓱 위로 들어올린다)

태희 : (인수를 노려본다. 보더니) 돌려줘 그 지갑! 내 꺼야!

인수 : 싫다면.

태희 : (본다)

인수 : (비웃음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내려다보면)

태희 : (주먹을 꾹 쥐고 보더니 갑자기 그 앞에 무릎을 꿇는다)

인수 : !

태희 : 제발 돌려주세요. (순간 글썽 고이는 눈물. 툭... 떨어지며) 부탁이예요. 돌려주세요.


일순 조용해지는 깡패들..

깡통, 흘끗 인수의 눈치를 흘끔 보며.


깡통 : 이 가시나. 어데서 찔찔 짜고 난리고. 재수 없게.. 안 그렇나, 대장아.

인수 : (말없이 내려다보는데)

경찰1 : 늬들! 거기 뭐야?


동시에 돌아보는 깡패아이들과 태희. 골목 어귀에 서 있는 경찰 두 명.

순간 인수, 들고 있던 지갑을 쓱 뒤로 빼돌리고 똘마니들 전달, 전달해서 가장 뒤에 선 녀석의 뒷주머니에 들어간다.

태희, 반가움으로 벌떡 일어나서 경찰들을 보면. 갑자기 태희의 어깨를 턱! 잡는 인수.


인수 : 마침 잘 만났네요. 아저씨. 여기 가출 소녀가 한명 있는데 데려가세요. (하더니 태희를 경찰1쪽으로 확 밀친다)


놀라서 인수를 돌아보는 태희.

경찰1, 태희와 깡패들을 번갈아 보면.


인수 : (태희에게) 잘 가라 꼬마야. 집에 가서 아버지 말 잘 듣구. 안 그러면 우리들처럼 나쁜 사람 된다. 알았지?

         (씩 웃더니) 그럼 수고하십쇼!


하면서 다른 똘마니들과 함께 돌아서서 간다.


태희 : 야! 거기서! 야아!!! (하면서 따라가려는데)


턱! 태희의 손을 잡는 경찰1. 태희, 경찰1을 돌아보는 시선에서.



28. S# 도로.


도로위에 쓰러진 윤희, 이마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 그 주위로 웅성웅성 모여드는 사람들.



29. S# 차 안.


오산댁 : (하얗게 질려) 어떻게 된 거야. 친 거야? 쳤어? 어?

황국도 : (운전대를 꽉 잡은 채 앞만 쳐다볼 뿐)

오산댁 : 아이고 난 몰라. 이젠 우리 다 죽었다 어? 우린 다 죽었어. 이 화상아!

황국도 : (마른침을 삼키더니 차에서 내린다)



30. S# 도로.


황국도 몰려든 사람들을 헤치고 보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윤희.. 이마에 피를 흘린 채로 누워있다.


행인(여1) : 아이구 어쩐디야. 어린것이 트럭에 치었는 갑네.

행인(여2) : 죽은 거 아녀? 저 피 흘리는 것 좀 봐.


그 소리에 황국도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는 생각에.


황국도 : 아 좀 비켜보소! 시방 불구경 났소? (그러면서 윤희를 끌어 안드니 주위 사람들 눈치 흘끔흘끔 보며)

            고롷코롬 갑자기 차 댕기는 길루 뛰어 들믄 워쩐 다냐. 어메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 쓰겄네.

            (윤희를 안아 올리며) 아 좀 비키소! 아가 다쳤는디 뭔 구경들 났다고. 아줌씨 좀 싸게 싸게 비켜보랑께 좀!


사람들 얼른 길을 내주면 황국도 윤희를 차에 태운다.

황급히 윤희를 차에 태운 황국도.


오산댁 : (크게도 소리 못낸 채) 미쳤어? 어쩔라구 그래?

황국도 : 그럼 뺑소니치랴? 이 사람 덜 많은 디서?

오산댁 : (보면)

황국도 : (덜덜 떨리는 손으로 차에 시동을 걸며 밖을 향해) 아 좀 비켜 봐요! 비키랑께!!


재빨리 핸들을 돌려 차를 움직이는 황국도. 사고 장소를 재빨리 벗어나면

거의 동시에 경찰1에게 잡혀 시장 통 골목에서 나타나는 태희.


태희 : 아니예요 아저씨! 저 가출한 거 아니라니까요? 아까 그 깡패들이 제 지갑 소매치기 한 거예요!

경찰1 : 글쎄. 자세한건 파출소가서 얘기 하자구.

태희 : 제 동생이 기다려요 아저씨. 터미널 앞에서 혼자 기다린단 말이예요. 빨리 가봐야 돼요.

경찰1 : 근데 이 녀석이? 너 자꾸 거짓말 칠래?

태희 : 그렇게 못 믿겠음 같이 가보시면 되잖아요!


태희의 고집에 경찰 두 명 서로 얼굴을 마주본다.



31. S# 터미널 근처 식당앞.


경찰 둘과 함께 터미널 앞으로 온 태희 사방을 둘러보며 윤희를 찾는다.


태희 : 윤희야. 윤희야. (그러나 윤희는 어디에도 없고)

경찰1 :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보면)

태희 : 어어? 여기서 기다리라구 했는데? 어디 갔지? (황망히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윤희야! 윤희야 어딨어!

경찰1 : (한숨. 태희의 팔을 잡는다) 가자.

태희 : 안돼요. 제 동생 찾아야 해요. 우리 윤희 찾아야 한다구요.

경찰1 : (그대로 태희를 끌고 간다)

태희 : 아저씨 잠깐만요. 우리 윤희 두고 가면 안 돼요 아저씨! 아저씨이!! (그러면서 거리를 향해) 윤희야! 윤희야아아!!!


그러나 지나가던 사람들만 흘끗흘끗 쳐다볼 뿐.. 경찰들에게 이끌려가는 태희,

그 바로 옆으로 장을 봐오던 재혁이 스쳐지나간다.

재혁, 멈칫해서 돌아보면 경찰들에게 팔목이 잡힌 채 이끌려가면서도 계속 윤희를 부르는 태희.


태희 : 윤희야아아! 윤희야아아!!!!!

재혁 : (태희를 알아보는 시선에서)



32. S# 김현호의 집앞.


김필중의 고급차가 서 있는 가운데 웅성웅성 몰려있는 동네사람들.



33. S# 김현호의 집안.


아들의 책상 앞에 앉아있는 김필중, 그 뒤로 들어서는 박귀중이 보인다.


박귀중 : 아이들은 동네 안에 없는 거 같습니다. 근처 산까지 다 뒤져봤지만 찾을 수가 없는데요.

김필중 : 그럼 그 어린것들이 대체 어디루 갔다는 게야.

박귀중 : 저.. 사고 나서 부터 장례절차까지 옆에서 계속 도와준 경찰이 하나 있답니다. 혹시 그 쪽에 알아볼까요, 회장님?

김필중 : (본다.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서며) 앞장 서.



34. S# 경찰서 안.


책상위에 놓여지는 국밥. 태희, 바라볼 뿐 숟가락도 들지 않는다.


경찰1 : 안 먹어?

태희 : (그 말에 똑바로 시선을 든다) 제 동생 찾아야 돼요. 보내주세요.

경찰1 : 그러니까 집 전화번호부터 대라구. 그럼 보내줄 테니까.

태희 : 제 동생 혼자 길을 잃었단 말예요. 제가 빨리 가서 찾아야 돼요. 보내주세요. 네? 아저씨이!

경찰1 : 아, 이 녀석 고집 쎄네. 야 임마. 방학 때마다 너처럼 서울 가겠다구 짐 싸들고 가출하는 녀석들 땜에

           아주 골치 아퍼 죽겠어. 올라가봤자 몸 버리구 생고생만 하구.. 그러기 전에 붙잡힌 걸 다행으루 생각해 인석아.

태희 : 저 가출한 거 아니예요. 할아버지 찾으러 서울 가는 길이예요.

경찰1 : 아 그럼 할아버지 연락처를 대든가.

태희 : (모른다. 머뭇거리는데)

경찰1 : 임마. 지금 집에서 엄마랑 아빠랑 니 걱정 얼마나 하구 계실지 생각해 봤어? 어?

태희 : (순간 핑 도는 눈물.. 꾹 누르며) 두 분 다 돌아가셨어요. 이젠.. 아무도 없단 말예요.

경찰1 : (못 믿겠다. 어이없이 보는데)


그 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양순경이 보인다.

추위에 난로가로 다가와 불을 쬐다가 ? 해서 태희를 본다. 보더니.


양순경 : 어? 니가 여긴 왠 일이냐?

태희 : (멈칫, 돌아본다) 아저씨..

경찰1 : 양순경 아는 애여?

양순경 : 알다마다. 왜 내가 얘기 했잖어. 을마 전에 버스 전복사고로 아버지 잃구 자매만 둘 남았다구.. 거기 큰 애 아녀.

            (태희 보며) 근데 니가 왜 여깄어?

태희 : (훌쩍 참았던 설움이 복 받히며) 동생을 잃어버렸어요. 우리 윤희 찾아주세요 아저씨..

양순경 : (? 해서 보면) 무슨 소리야?

경찰1 : (긁적긁적 시선 돌리며) 난 또 도망칠라고 둘러대는 말인 줄 알았지..

태희 : (급기어 울음을 터뜨리며) 윤희야아..!



35. S# 국밥집에 딸린 방안.


죽은 듯이 누워있는 윤희의 얼굴. 한쪽 이마에 흐르는 피가 응고된 채 방치된 듯..

그 옆에서 쭈그리고 내려다보는 어린 승희(10살),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보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자.


오산댁 : 승희야! 너 거기서 안 떨어질래?

승희 : 엄마. 얘 누구야?

오산댁 : 글쎄 넌 몰라두 돼! 어서 떨어져!

승희 : (삐져서) 치이..! (옆으로 좀 떨어져 앉으며 인형을 집어 든다)


한숨을 푹푹 내쉬는 오산댁과 그 옆으로 담배를 뻑뻑 피우는 황국도.


오산댁 : 어쩔 거야.

황국도 : ...

오산댁 : 어쩔 거냐니까 왜 대답이 읎어?

황국도 : 어쩌긴 뭘 어째. 일단 숨은 붙어있으니까 깨날 때까지 기다려봐야지.

오산댁 : 안 깨어나믄. 응? 그 다음엔 어쩔 건데. 어쩔거냐구!

황국도 : (짜증스럽다) 거 좀 조용히 좀 해. 지금 생각하구 있잖어.

오산댁 : 그러게 운전면허두 없이 그 놈에 트럭은 왜 사? 왜애? 어린 거 옆에 달구 국밥 팔어 술 팔어

            그 드럽게 겨우 몇 푼 모아둔걸 톡 채 가더니, 그래 이렇게 사고 낼라구 그깟 중고트럭 사왔냐?

황국도 : 그만혀.

오산댁 : 허이구 그래. 너 잘났다. 잘났어. 무면허에 애치구 송장치구, 이젠 쇠고랑까지 차게 생겼네.

황국도 : 그만허랑께! (하면서 퍽! 재떨이를 집어던지더니) 중고트럭 샀다고 좋아서 시승식 해달란 게 누구 였는디?

            오산댁 아녔는감? 오산댁 아니었냐고!! 니미럴. 새벽 참 부터 잠 설치게 시승식하자고 졸라댈 땐 원제구..

오산댁 : (찔끔.. 말도 못하고 기죽으면)

황국도 : 그러게 오살 떨리게 겁나 불먼 가서 경찰에 신고혀! 어차피 송장을 쳐도 내가 칠 것이고 쇠고랑을 차도 내가 찰 텡께!

            (눈을 아래위로 부라리며) 아 가서 신고허랑께!

오산댁 : (완전히 한풀 꺽인 채 흘끔흘끔 눈치 보며) 신고는.. 내가 언제 자기 신고한댔나? 이왕지사 이렇게 된 거.. 할 수 없지.

            애가 깨날 때까진 기다려 보든가.. (그러더니 슬금슬금 재떨이 도로 주워 와 황국도 앞에 놔주더니)

            그러고 보니 우리 아직 아침도 못 먹었네. 자기.. 배 안고파? 내가 가서 국밥 말아올까? 응?

황국도 : (어이없이 보면)



36. S# 경찰서.


아빠의 반지를 만지작거리는 태희의 작은 손.. 그 앞으로 불쑥 빵과 우유를 건네주는 양순경의 손이 나타난다.


태희 : (? 본다)

양순경 : 아직 암 것두 못 먹었지? 이거 먹구 있어.

태희 : (반지를 주머니에 넣고 빵과 우유를 받아들면)

양순경 : 조금 있으면 보육원 사람이 올 거야. 어제 봤던 그 아줌마 있지? 그 아줌마 오면.. (하는데)

태희 : 싫어요. 동생 찾기 전엔 아무데도 안 갈 거예요.

양순경 : 걱정 마. 아저씨들이 동생 찾아서 너 있는 데루 데려갈 테니까.

태희 : 제가 찾을 거예요. 제가 아니면 안 된단 말예요.

양순경 : (허허.. 이 녀석 고집 참.. 보는데)


그 뒤로 들어서는 박귀중의 모습이 보인다. 경찰1에게 뭔가 말을 하자.


경찰1 : 어이. 양순경. 잠깐 좀 와봐.

양순경 : 알았어. (태희에게) 먹구 있어. 알았지?


하더니 저쪽으로 간다. 경찰1과 얘기를 나누다가 박귀중과 얘기를 나누는 양순경.

태희, 양순경을 쳐다보더니, 다른 경찰들의 움직임을 한번 둘러본다. 각자 자기 일을 하느라 바쁜 경찰들..

태희, 빵과 우유를 한쪽에 내려놓고 가방을 조심스럽게 품에 꼭 안더니 조용히 문 쪽으로 움직인다.



37. S# 경찰서 앞.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온 태희, 나오자마자 곧바로 돌아서서 계단을 뛰어내려오는데 쿵! 그만 누군가와 부딪힌다.

올려다보면 김필중이다.


태희 : (놀라서 보더니) 죄송합니다, 할아버지.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는 흘끗 뒤를 돌아보며 재빨리 한쪽으로 도망친다)


김필중, 멀어지는 태희의 뒤 모습을 쳐다본다. 시선에서.



38. S# 경찰서 안.


양순경 : 네? 그럼.. 친할아버지가 있단 말입니까?

경찰1 : (양순경과 시선 교차하면)

박귀중 : 네. 그래서 지금 그 아이들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양순경 : 아이구 그럼 잘 오셨네요. 마침 오늘 아침에.. (하면서 돌아본다)


순간 멈칫.. 태희가 앉아 있던 자리에 우유와 빵만 덩그라니 남겨 있을 뿐. 태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양순경 : 어이. 이봐. 여기 있던 여자애 못 봤어?


그러나 경찰들 서로 멀뚱하게 쳐다볼 뿐.

박귀중, 태희가 앉아있던 곳을 돌아보면.



39. S# 경찰서 앞.


김필중, 조급한 마음에 차 옆에서 서성이는데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오는 경찰들이 보인다.

김필중 ? 해서 쳐다보면 양순경의 지시를 받고 제각기 흩어지는 가운데

그 뒤로 나오던 박귀중 김필중 앞으로 다가선다.


김필중 : 어떻게 됐어.

박귀중 : 그게.. 좀 전까지 경찰서 안에 있었다는데..

김필중 : 있었는데.

박귀중 : 또 어디로 사라졌다는 데요. 보육원에서 데려 가기로 돼 있는 걸 거길 안 갈려고 도망친 모양입니다.

김필중 : (순간 멈칫..! 조금 전 태희가 뛰어간 쪽을 돌아본다. 시선에서)



40. S# 터미널 근처.


윤희를 찾아 헤매는 태희.


태희 : 윤희야! 윤희야아!!!


지나가는 아이들의 얼굴을 일일이 확인하는.

그러면서 근처 상가 어른들에게 윤희의 인상착의를 설명해보지만 다들 고개를 가로저으며 모르겠다는 듯.

태희, 사색이 되서 한쪽으로 뛰어가면. 그 뒤로 나타나서 태희를 찾는 경찰1의 모습.



41. S# 시장통.


계속 윤희의 이름을 부르며 이리저리 헤 메는 태희. 그러다 문득 저쪽에서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양순경을 본다.

태희, 우뚝 멈춰 서서 보면 양순경도 태희를 발견한다.


경찰1 : 야! 김태희! 거기서!


순간 태희, 뒷걸음치면서 홱 돌아보는데 반대편에서 경찰1도 태희를 발견하고 다가오고 있다.

태희, 당황해서 갈팡질팡하다가 후다닥 골목길로 도망친다.

사람들 틈을 헤집고 달려서 도망치는 태희. 그 뒤로 쫒아가는 양순경과 경찰1.



42. S# 골목길1.


사람들을 피해 요리조리 달려오던 태희, 그 뒤로 쫒아오는 양순경과 경찰1.

태희, 다시 한쪽으로 코너를 돌아 사라진다.

양순경과 경찰1 사람들과 부딪히고 물건에 걸려 넘어져가면서 쫒아온다.



43. S# 골목길2.


한적한 골목길로 접어든 태희, 그러나 막다른 길이다.

거친 숨을 몰아쉰 채 돌아가지도 앞으로 나가지도 못하는데 갑자기 태희의 팔을 나꿔채는 손. 태희를 홱! 잡아당긴다.

거의 동시에 그 골목길에 나타나는 양순경과 경찰1. 헉헉거리면서 방금 전 태희가 왔던 곳까지 들어와 주위를 둘러본다.


양순경 : 김태희! 김태희 어딨냐!! 김태희!

경찰1 : (씩씩 숨을 몰아쉬며) 아, 그거. 쬐그만 게 되게 빠르네.

양순경 : 자넨 저쪽으루 가봐. 난 반대편으로 가볼 테니까.


두 사람 다시 흩어지면. 화면, 천천히 골목길 옆으로 겨우 한 두 사람 정도 숨을 만큼의 공간으로 이동한다.

태희의 입을 막은 채 숨을 죽이고 있는 재혁의 모습.

재혁, 살며시 골목 안을 확인하더니 천천히 태희를 풀어준다.


재혁 : 갔어.


태희, 순간 헉! 막혔던 숨을 몰아 내쉰다.

온통 땀투성이에 가쁜 숨을 몰아쉬는 태희, 그대로 털썩 주저앉는다. 그러더니 그대로 고개를 숙이는.


재혁 : 너.. 괜찮니?

태희 :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니.. 안 괜찮아.

재혁 : (보면)

태희 : (조용히 흐느끼기 시작한다)

재혁 : ...! (난감해진 시선으로 보면)



44. S# 경찰서 앞. (밤)


하나 둘 경찰서로 돌아오는 경찰들.

경찰서 문 안으로 양순경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박귀중의 모습이 보인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분히 회의적인 분위기.

박귀중,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뒤 밖으로 나온다.

일각에 세워져 있는 김필중의 차. 김필중, 차 뒷좌석에 꼿꼿이 앉은 채 두 눈을 지긋이 감고 있다.

박귀중, 그 옆으로 다가서서 차문을 두드리면.


김필중 : (눈을 뜨고 돌아본다. 창문을 내리고) 어떻게 됐나.

박귀중 : 아직.. (보며) 그래도 양순경 말이 읍내가 좁아놔서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라구 너무 걱정 마시랍니다.

김필중 : ... (불편한 심기.. 시선을 돌리면)

박귀중 : 찾는 대로 곧 연락을 준다고 했으니까 오늘은 그만 서울로 올라가시죠. 추운데 너무 오래 고생 하셨습니다, 회장님.

            내일 중요한 회의두 있으신데..

김필중 : 내가 무심했어.

박귀중 : (보면)

김필중 : 그런 꼬락서니로 찾아왔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내가.. 자존심 때문에 아들을 죽였어.

박귀중 : ...

김필중 : (보며) 이봐 박기사.

박귀중 : 네 회장님.

김필중 : 손주 녀석들 찾을 때까지 자네가 남아서 수고 좀 해.

            서울에다 사람 오라고 했으니까 내 걱정 말구 자넨 손주 녀석들 찾는 일만 신경쓰라구.

박귀중 : (본다) 네 회장님.

김필중 : (피곤한 듯 다시 등받이에 몸을 기댄다. 눈을 감으면)



45. S# 중국집 안. (밤)


안으로 들어서는 양순경과 경찰1을 비롯한 경찰일행들. 그리고 박귀중이 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양순경 : (재혁에게) 어이. 여기 얼큰한 짬뽕국물에 소주 좀 내와라.

박귀중 : 요리도 좀 시키시죠. 제가 내겠습니다. (돌아보며) 메뉴판 좀 주세요.


재혁, 박귀중에게 메뉴판을 가져다 준 뒤 물 컵에 물을 따라 각자 앞에 놔주기 시작한다.


박귀중 : (메뉴판을 펼쳐보는 위로)

양순경 : 그나저나 아까 그 어르신이 태희 양 친할아버지십니까? 얼굴이 꽤 낯이 익는데...

경찰1 : 그러게요. 신문 같은 데서 본거 같기두 하구. 유명하신 분인가 봐요? 정치하시나?

박귀중 : 아닙니다. 기업하시는 분입니다.

경찰1 : 기업? 아 맞다! 그러니까 생각나네. 제하그룹인가.. 거기 회장님 맞죠? 그렇죠?

재혁 : (물 컵을 놔주는 손길 멈칫...! 박귀중을 다시 보면)

박귀중 : (그저 웃음. 다시 메뉴판으로 시선 준다)

양순경 : 아이구 그런 귀한 집 손주들인 걸 모르구 보육원에 보낼 생각을 했으니..

경찰1 : 그나저나 엄동설한에 빨리 찾아내야는데..

재혁 : (생각하는 표정으로 시선 돌리면)



46. S# 골방안.


불 꺼진 방안으로 들어오는 재혁.


태희 : (어둠속에서) 누구세요? (하는데)


재혁, 백열전구를 켠다. 태희, 재혁을 확인하고서야 겨우 한숨을 내쉬면

재혁, 들고 들어온 그릇을 태희 앞에 내민다.


재혁 : 먹어.


태희, 고마움으로 재혁을 보면.

재혁, 무심히 돌아앉아 책상 밑에서 상자를 꺼내더니 주머니 속에 꾸깃꾸깃 구겨진 천 원짜리를 꺼내 그 상자 안에 넣는다.

그 상자 안에 가득 들어있는 돈.


태희 : (보더니) 너 부자였구나. 근데두 깡패들한테 그렇게 얻어맞았니? 그냥 얼마 주구 말지 왜.

재혁 : (상자를 책상 밑에 도로 집어넣으며) 뭐든 거저 먹을려고 하는 놈들이야. 그런 녀석들한테 힘들여 번 돈 주느니

         차라리 하수구에 버리는 게 나아.

태희 : (보면)

재혁 : (돌아보며) 어서 먹어. 식으면 맛없어.


그 말에 태희, 잠시 짜장밥 그릇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재혁 : 왜? 동생 때문에 그러니?

태희 : 우리 윤희두 하루 종일 암 것두 못 먹었을 텐데. 한 끼만 굶어두 까무라치는 애야 내 동생. 근데.. (순간 또 목이 메인다)

재혁 : 걱정 마. 니 동생 괜찮을 거야. 경찰들두 찾구 있다잖아.

태희 : (눈물이 글썽해져서) 다 그 깡패자식들 때문이야. 만약 내 동생 못 찾아내면 절대루 그 자식들 그냥 안 둬.

재혁 : 그냥 안두면 너 혼자 그 애들한테 어쩔 건데?

태희 : 몰라. 그건 그 때가서 생각할거야.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아빠 지갑두 찾아야 하는데..

재혁 : 포기해. 그 지갑 못 찾어. 벌써 돈만 꺼내 쓰고 버렸을 거야.

태희 : 뭐? 그럼 안 되는데..

재혁 : (? 보면)

태희 : 우리 아빠 유품이란 말야. 엄마, 아빠랑 같이 찍은 사진두 거기 들었구, 할아버지 사진두 거기 들었는데..

         그거 없으면 할아버지두 못 찾아. (보며) 나 무슨 일이 있어두 찾아야 돼 그 지갑. 방법이 없겠니?

         그 애들한테 사정해보면 안될까? 어?

재혁 : (본다. 보더니) 어쨌든 오늘은 너무 늦었어. 경찰들두 다 너 찾느라구 사방에 깔렸구.

태희 : (본다. 다시 시무룩해지면)

재혁 : (하나뿐인 베개와 이불을 내주더니) 오늘은 여기서 자라. (일어서면)

태희 : 너언?

재혁 : 난 식당에서 책 좀 보다 잘 거야. (그러더니 책을 들고 문 쪽으로 간다)

태희 : 저기..

재혁 : (? 돌아보면)

태희 : 너.. 이름이 뭐니?

재혁 : 이름 알아 뭐하게?

태희 : (그 말에 괜히 무안.. 시선 돌리면)

재혁 : 재혁이야. 장재혁. (그러면서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태희 : 고맙다 장재혁.

재혁 : (멈칫.. 그러나 돌아보지 않은 채 그대로 나가 문을 닫는다)

태희 : (보는 시선에서)



47. S# 중국집 전경.


불이 꺼지고.



48. S# 중국집 식당 안.


어두운 식당 한쪽에 앉아랜턴을 켜두고 책을 들여다보는 재혁, 그러나 마음이 심난 해 글짜가 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재혁의 표정에서.


flash-back> (40씬 짧게짧게)

양순경 : 그나저나 아까 그 어르신이 태희 양 친할아버지십니까?

경찰1 : 유명하신 분인가 봐요? 정치하시나?

박귀중 : 아닙니다. 기업하시는 분입니다.

경찰1 : 기업? 아 맞다! 그러니까 생각나네. 제하그룹인가.. 거기 회장님 맞죠? 그렇죠?

박귀중 : (그저 웃음. 다시 메뉴판으로 시선주면)


다시 현재>

재혁,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 안을 서성인다. 서성이다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면.



49. S# 골방안.


이불을 덮고 잔뜩 웅크린 채 잠이 든 태희.

그 뒤로 살며시 들어오는 재혁. 잠이 든 태희를 잠시 바라보더니 한쪽에 숨겨두었던 상자를 꺼낸다.

그 안에 들어있는 돈을 바라보던 재혁, 가지고 들어온 종이봉투에 돈을 전부 담기 시작한다.



50. S# 허름한 외딴 창고.


한쪽엔 드럼통에서 나무가 타닥타닥 타고 있고 한쪽에선 똘마니들 서넛이 화투를 치고 있다.

다른 한쪽에선 인수와 깡통을 비롯한 아이들이 그 날 수입금을 나누고 있는 중.


깡통 : (돈을 세며) 이래 맨날 수입이 줄어가 어디 장사 해묵겠나. 그 노무 깔때기파 자슥들..

         마 이자는 시장통까지 접수해가 얼마 전에 보이까네 자가용도 끌고 다니대.

인수 : (돈을 세서 다른 아이들한테도 준다)

깡통 : 날라리 양아치들도 자가용 몰고 댕기는데..우리는 이래 맨날 삥 뜯어가 은제 자가용 한번 타 보노.

인수 : 부러우면 너두 그 쪽에 붙어. 그럼 되잖아.

깡통 : (펄쩍 뛰며) 미칬나. 내가 그런 양아치덜 한테 붙긴 와 붙노. 내가 가래가? 쓸개에 붙었다 간에 붙었다 하게.

인수 : 그럼 입 다물고 조용히 해.

깡통 : (쩝..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돌리는데 그 때)


창고 안으로 들어서는 누군가 보인다.

깡통, 본능적으로 각목부터 들고 일어나.


깡통 : 우떤 섀끼고! (하는데)


천천히 불빛이 있는 곳으로 다가서는 재혁.

인수와 깡통, 재혁을 보고 멈칫.. 해서 보면.


깡통 : 니..? 니는 중국집 배달통 아이가? 니 여까지 우짠 일로 기어 왔노?

재혁 : 찾을 물건이 있어서 왔어.

인수 : (보면)

재혁 : 오늘 아침에 늬들이 소매치기한 지갑 있지. 그거 돌려받으러 왔다.

깡통 : 미친 자슥.. 우리가 쓰리한 지갑이 한두 갠 줄 아나. 그걸 다 우애 기억하노. (하는데)

인수 : 그 여자애거 말이구나. 김태희라구 했든가?

재혁 : (인수를 본다) 그래.

인수 : (본다. 픽 웃더니) 글쎄.. 그 지갑이라면 어디다 뒀드라..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재혁 : (본다. 보더니 들고 있던 상자를 연다. 가득 들어있는 돈)


깡통과 인수, 멈칫해서 재혁을 보면.


재혁 : 모두해서 백이십만원이다. 그 지갑만 돌려주면 이거 전부 늬들 가져두 돼.

인수 : (이것 봐라.. 보며) 끝까지 기억나지 않는다면?


재혁 본다. 보더니 갑자기 돈 중에 일부를 덮썩 집어 드럼통 불속에 집어넣는다. 활활 불이 붙어 타는 돈들..

인수 뜻밖의 표정으로 보면.


깡통 : 저 미친놈.. 저거 돈 거 아이가. 와 엄한 돈을 태우고 지랄이고. 저거저거.. (아까워 죽는데)

재혁 : 이 돈은 나한테 미래가 달린 돈이야. 그 지갑을 돌려받지 못하면.. 모두 불태워버릴 수밖에 없어.

인수 : 그 말은.. 그 지갑이 니 미래와 바꿀 만큼 중요한 거란 뜻이구나. 그렇지?

재혁 : (본다. 보더니 다시 돈을 집어 들어 드럼통에 집어넣는다)


활활 불타오르는 천원 권 지폐..


깡통 : 우얄꼬 저 돈.. 대장아아.. 저 돈이면 우리 아들 겨울도 난다 아이가.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구르는데)

인수 : (표정 없이 본다)

재혁 : (본다. 다시 한 번 돈을 집어 들어 불에 집어넣으려고 한다)

깡통 : (차라리 두 눈을 손으로 가려버리는데)

인수 : 됐다. 그만해라.

재혁 : (멈칫.. 보면)

인수 : 너 승질머리가 아주 더럽구나. 하긴 그렇게 맞아가면서 돈 한 푼 안 내 놀 때부터 알아봤다.

         (픽 웃더니 안주머니에서 태희의 지갑을 꺼낸다)

재혁 : (보면)

인수 : 돈만 꺼내구 다른 건 하나도 안 건드렸어. (그러더니 재혁의 발밑에 툭.. 던진다) 가져가라.


재혁, 발밑에 떨어진 지갑을 주워들고 대신 그 옆에 돈 상자를 내려놓는데..


인수 : 돈은 필요 없어.

깡통 : ! (본다)

재혁 : (멈칫..해서 쳐다보면)

인수 : 정나미 떨어져서 나 그 돈 안 갖는다. 그러니까 갖구 얼른 꺼져 새꺄. (그러면서 돌아서는데)

깡통 : 대.. 대장아. 백만 원이 넘는 돈이라 카는데..

인수 : 저런 돈은 재수 없는 거 몰라? 잊어버려. (그러면서 턱 담배를 피워 물고는 후.. 연기를 내뿜는다)

깡통 : 우짤꼬.. (마냥 아깝기만 한데..)

재혁 : (그런 인수를 인상 깊게 본다. 보더니) 약속은 약속이야. (그리고는 돈 상자를 툭 내려놓고 돌아서서 간다)

인수 : (? 돌아본다. 역시 인상 깊게 보는 시선에서)



51. S# 중국집 뒷문.


걸어오는 재혁, 어두운 골목에 초라한 외등 하나만 켜져 있을 뿐.

재혁, 잠시 그 외등 밑에 서서 태희의 지갑을 꺼내본다. 그러더니 지갑을 열고 안의 내용물을 꺼내보는.

다른 잡다한 건 관심도 없다. 드디어 찾아내는 사진. 먼저 가족사진이 보인다.

태희가 네 살 때 김현호와 만삭인 엄마와 함께 찍은 사진이다.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 없는 한 가족의 모습.

재혁, 천천히 그 뒤에 있는 다른 사진을 꺼내 본다. 순간 멈칫..

젊은 김현호와 나란히 찍은 김필중의 얼굴이 보인다. (김필중이 가지고 있는 것과 동일한 사진)

재혁, 표정 없이 한동안 바라보는 시선에서.



52. S# 골방안.


깊이 잠이 든 태희, 온통 식은땀을 흘리며 가위에 눌린 듯 계속 머리를 이리 저리 움직인다.

그러면서 입술로 중얼거리는 소리..


태희 : 안 돼.. 안돼요. 윤희야.. 윤희야.. 윤희야! (순간 벌떡 일어나더니 갑자기 사방을 이리저리 손으로 헤집으며)

         윤희야.. 윤희 어딨어. 윤희야아!


정신없이 이리저리 찾다가 문득 방안을 둘러본다.

그제야 재혁의 방인 걸 기억해내는 태희, 순간 힘없이 어깨가 축 쳐진다.


태희 : (눈물 가득) 윤희야아...



53. S# 방안. (오산댁 국밥집에 딸린 방)


죽은 듯이 누워있는 윤희의 얼굴, 움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눈을 뜬다.

잠시 그대로 멍하니 어두운 천장을 바라보던 윤희, 부시시 자리에서 일어나 방안을 둘러본다.

저쪽으로 황국도와 오산댁, 그 옆으로 승희가 천태만상으로 잠들어 있는 모습.

윤희, 멍한 표정으로 두리번두리번 거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빠져나간다.



54. S# 국밥집 안.


방문을 열고 나오는 윤희, 아무 신발이나 걸치고 천천히 밖으로 나간다. 문을 열어보지만 문은 잠겨있고.

윤희, 국밥 집안을 멍하니 둘러본다. 그러다 한쪽에 치우지 않고 쌓여있는 음식그릇들을 본다.



55. S# 다시 방안.


승희, 무슨 소리에 짐짓 잠에서 깨어나 일어난다.

눈을 비비며 보다가 열려져 있는 문을 발견, 얼른 옆을 돌아보면 윤희가 누워있던 자리가 비어있다.


승희 : 엄마. 엄마아.. 일어나봐.

오산댁 : 왜 안 자구 지랄이야. 언능 자아... (입맛다시며 다시 잠드는데)

승희 : 그 애가 없어졌어.

오산댁 : (수초동안 그대로 누워 있다가 번쩍 눈을 뜨더니 일어난다) 뭐? 없어져?

            (윤희가 누워있는 데를 보더니 놀라서 황국도를 치면서) 이봐요. 일어나봐! 애가 읎어졌어 애가.

황국도 : (부시시 일어나며) 아 왜 그려? (긁적긁적)

오산댁 : 애가 읎어졌다니깐.

황국도 : 이이? (놀라서 보는데)


갑자기 식당 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

동시에 오산댁, 황국도, 승희, 바깥쪽을 돌아본다.



56. S# 식당안.


뛰어나오는 오산댁과 황국도, 방문 앞에 서서 스위치를 올린다.

그 뒤로 쪼르르 뛰어나와서 얼굴을 내미는 승희,

환하게 켜진 식당 안을 살피던 오산댁과 황국도, 그만 깜짝 놀라서 한쪽을 쳐다보면

한쪽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치우지 않고 남은 음식들을 한입 가득 퍼먹던 윤희, (얼굴 주위에 밥풀 두어 개가 붙어있는 채)

놀란 얼굴로 그들을 본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는 윤희의 얼굴에서 스틸. <2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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