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SBS대본

[유리구두] 05 - 엇갈린 만남 (上)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8.11.18|조회수477 목록 댓글 0

[유리구두] 05 - 엇갈린 만남 (上)











1. S# 당구장 안.


싸움이 일어난 아수라장에 빠꼼히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우.


선우 : 저기요. 그릇 찾으러 왔는데요.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안으로 들어와 좀 더 크게) 빈 그릇 찾으러 왔는데요?


철웅한테 맞아 넘어지는 두 번째 깡패.

한 쪽에서 철웅을 응원하는 주인과 다른 손님들의 아우성으로 아무도 선우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선우, 기웃거리며 빈 그릇을 찾아 고개를 기웃거린다.

그러다 수탁 옆에 놓여있는 빈 그릇을 발견한다. 그 쪽으로 다가서는데.

철웅, 세 번째 녀석을 헤치운다. 순간 마지막 남은 깡패1에게 턱을 맞고 벽에 부딪히는 철웅.

빈 그릇을 향해 막 손을 뻗어 잡으려던 선우, 멈칫 물러서면

철웅, 손에 잡히는 대로 국밥그릇을 하나를 들어 깡패1을 향해 던진다. 퍽! 빚 맞아 깨져버리는 국밥그릇.


선우 : ! (놀라서 깨진 그릇을 본다. 철웅을 돌아보면)


철웅, 두 번째 국밥그릇을 집어 들어 달려오는 깡패1을 향해 날린다.

깡패1 피하면, 다시 바닥에 떨어져 산산 조각나는 국밥그릇.


선우 : !! (완전히 열 받았다. 다시 홱! 철웅을 돌아보면)


철웅,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깡패1의 턱을 퍽! 날려버린다. 이미 쓰러져 있는 다른 깡패들 위로 겹쳐지듯 넘어지는 깡패1.

철웅, 숨을 몰아쉬며 수탁을 향해 베식 웃는다.


철웅 : (승리의 브이자를 들어 보이며) 설겆이 끝!


동시에 뒤에서 퍽! 쟁반으로 철웅의 뒷통수를 날려버리는 선우.

수탁, 놀라서 본다.

철웅, 아픈 듯 잔뜩 찡그린 얼굴로 돌아보더니.


철웅 : 뭐야 너?

선우 : 국밥집에서 빈 그릇 찾으러 온 사람이다 왜?

철웅 : (국밥집? 빈 그릇?)

선우 : 싸울려면 곱게 싸우지 왜 남에 그릇은 깨구 난리야 너. 싸움만 잘하면 다냐? 남의 물건이야 깨지든 말든 상관없다 그거야?

철웅 : (뭔가 말하려는데)

선우 : 보아하니 주먹 좀 쓰나본데 주먹 자랑 그거 철없을 때나 하는 짓이야 알어? 어디서 유치하게 다 큰 것들이..

         그렇게 힘이 남아도니? 할 일들 그렇게 없어? 멀쩡하게 흰 밥먹구 왜 싸움질이야. 것두 남의 영업하는데서.

철웅 : (어이없는 표정, 빤히 보면)


구경하던 사람들, 긴장 되서 선우와 철웅을 번갈아 본다. 저 여자가 어쩔려구.. 하는 표정으로 보는 가운데.


수탁 : (수습하듯) 저기요 언니.. (나서는데)

선우 : 뭐야? 너두 얘랑 한패야?

수탁 : 네? (보다가) 네.. 그런데요.

선우 : 옆에서 구경만 하구 안 말리는 놈이 더 나쁜 거 알지? (뒤에서 구경하던 사람들 돌아보며) 아저씨들두 전부 똑같아요.

         싸움이 붙었으면 말려야지 서서 구경만 하구 있어요?

사람들 : (슬그머니 시선 돌리면)

수탁 : 저기요. 그게 아니구 저 깡패들이 먼저.. (하는데)

선우 : 됐어. 됐구 깨진 그릇 어떻게 할 건지나 말해. 물어낼래, 아님 이걸루 한 대 더 맞을래?

수탁 : (도저히 말상대가 안 된다 철웅을 보면)

철웅 : (허. 웃으며 선우를 본다)

선우 : 갑자기 입이 얼어붙었니? 왜 대답을 못해? (수탁을 보며) 야! 너 대변인. 니가 대답해봐.

수탁 : 네? 저기 그러니까 그게.. (하는데)

철웅 : 야! 너!


철웅의 말에 일제히 철웅을 보는 사람들, 수탁.. 그리고 선우.

철웅, 선우 앞으로 한발 다가선다. 일순 선우, 긴장해서 보는데 갑자기.


철웅 : 너 마음에 든다. 나랑 사귈래?

선우 : ?

수탁 : ?

사람들 : (일제히 에? 싱겁게 쳐다보면)

철웅 : 사귀자. 이제부터 너 내 애인해라. 어떠냐? (하는데)


선우, 있는 힘껏 쟁반으로 철웅의 머리를 내리친다. 쿵!



2. S# 엘리베이터 앞.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밖으로 나오는 선우, 돈을 세면서 나오다가 흘낏 돌아보면

그 뒤로 따라 나오는 철웅과 수탁, 선우를 보더니 멈칫.. 선다.


선우 : 어디서 까불구 있어. (그러더니 으쓱해져서 가버리면)

수탁 : 태어나서 처음 봤어요. 우리 엄마보다 말 빨 쎄구 승질 더러운 여자. 저 정도면 이미 여자이길 포기한 거죠. 안 그래요 형?

철웅 : (입가에 희미한 미소. 시선 계속 선우를 향하며) 수탁아.

수탁 : 네?

철웅 : 쟤.. 누군지 좀 알아봐라. 이름은 뭐구, 어디 사는 누군지..

수탁 : (놀라서 본다) 진심이세요? 진심..이셨어요?

철웅 : (대답대신 선우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선우, 철웅한테 받은 돈을 주머니에 찔러 넣더니 앞에 세워놓은 자전거에 올라타고 출발한다. 그 모습에서.



3. S# 시장통 일각.


자전거를 타고 쭉 달려오는 선우, 가끔 얼굴을 아는 상인들에게 일일히 인사를 건넨다.

그러다 자전거를 세우더니 옆에 무거운 물건을 머리에 이는 아줌마를 도와준다. 아줌마 고맙다는 인사.

선우, 밝게 웃으며 다시 자전거를 끌고 걸어온다.



4. S# 의상실 앞.


프레임-인 되는 선우의 자전거.

선우, 잠시 걸음을 멈추고 옷가게 앞에 서서 쇼윈도 한쪽에 걸려있는 옷을 본다.

그 옷을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듯.. 빙긋 웃는 얼굴 위로.


오산댁E : 선우야! 선우야아!!!!



5. S# 오산네 국밥집앞.


드륵 문이 열리면서 국밥집에서 나오는 오산댁(50대 초반).

그 옆으로 칼국수 집 길여사, 마침 가게 앞에서 끓고 있는 육수를 살피는 중이다.


오산댁 : 이 놈에 기집애, 또 어디루 샜어 그새?

길여옥 : (국물을 휘휘 저으며) 새긴 얼루 새. 좀 전에 빈 그릇 찾으러 나갔구만.

            왜? 무슨 큰일났길래 그렇게 목 놓아 찾어, 찾길?

오산댁 : 배달주문 자꾸 들어오는데 기집애가 코빼기두 안보이잖아요 아까부터.

길여옥 : 그 집에 노는 사람 많잖어, 황씨두 있구 승희두 있구. 배달하는데 무슨 자격증 필요해?

            노는 사람 중에 아무나 하나 갔다 오면 되지. 어째 그런 거까지 맨 선우만 못 부려먹어 안달이야 그래?

오산댁 : (민감하게 보며) 무슨 말씀을 이상하게 하세요? 부려 먹다뇨? 내가 언제 선우만 부려먹었다 그래요?

길여옥 : 어린 거 혼자 새벽시장 봐다 음식 만들어, 장사해, 배달 가. 거기다 공사장 찾아 댕기면서 단체 밥 손님 잡아와.

            선우 아니면 그 집 어디 국밥장사나 해먹겠어?

오산댁 : 다 큰 기집애가 그런 것두 안 해요 그럼?

길여옥 : 오산댁네 다 큰 기집애 또 하나 있잖어. 승희.

오산댁 : 승희는 허약체질이라 막일 같은 거 못해요. 국밥그릇도 제대로 못 드는 애가 무슨 배달을 해요?

길여옥 : 하기사. 맨날 밤새도록 싸돌아 댕기며 술이나 퍼 마시구, 새벽 참에야 기어 들어오니 허약 할 만두 하겠네.

오산댁 : 길여사님!

길여옥 : 선우, 복뎅인 줄 알구 귀히 모셔. 당장에 선우 없어져봐 누가 젤 아쉬운가.

오산댁 : (째려보면)

길여옥 : (가스 불 들여다보고 조절해가며) 그만 째려봐 눈 찢어지겠다. 거기서 더 찢어지면 흉해. 못써. (하는데)

선우 : 다녀왔습니다.


길여옥, 고개 들어 보면 자전거 타고 가게 앞에 멈춰 서는데.


오산댁 : 야 이 기집애야! 말두 없이 어딜 그렇게 짤짤거리구 돌아다녀?

선우 : 빈그릇 찾으러 갔었어요. 손님이 깨먹어서 대신 돈으루 받아왔어요.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는데)

오산댁 : (탁! 채 틀어 가져가며) 너! 잘 들어! 남들은 너 혼자 우리식구 다 먹여 살리는 줄 아나본데

            웃기는 소리들 하지 말라 그래. 올 데 갈 데 없이 길거리에 버려진 거 이날 이때 까정 거둬주고 돌봐준 게 누군데?

            나는 못 먹구 못 입어두 너는 밥 한번 굶긴 적 없어 이년아. 알어?

선우 : 왜 그러세요, 또? 무슨 일 있었어요?

오산댁 : 짐승 키워준 공은 있어두 사람 키워준 공은 없다더니.. 허이구. 이제는 부려먹네 구박허네 억울한 소리만 잔뜩 읃어먹구.

            내 딸도 못 보낸 야간대학 까정 보내 놨더니 남들은 속두 모르고 나만 나쁜 년이래지. 나만.

길여옥 : 쯔쯔쯔.. (혀를 차며 어이없이 보면)

선우 : 잘못했어요. 아줌마. 다음부턴 어디 갈 때 꼭 말씀드리고 갈께요.

오산댁 : 다 필요 없어 이년아. 니가 내 속을 알어? 어이그, 어이구 내 팔자! (그러면서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선우 : (보면)

길여옥 : 내 입이 방정이다. 거 입바른 소리 몇 마디 해준다는 게 못된 성질만 건드려 놨구나.

선우 : (빙긋 웃음) 괜찮아요. 금방 풀어지세요.

오산댁E : (안에서) 야! 빨리 안 들어 오구 뭐해!

선우 : 네! 들어가요! (길여옥한테) 들어갈께요, 할머니.

길여옥 : 그래라. (안으로 들어가는 선우를 연민어린 시선으로 보면)



6. S# 국밥집 안.


안으로 들어서는 선우. 들어서자마자 등짝을 딱! 소리 나게 얻어맞는다.


선우 : 아야! (아파 죽겠다. 돌아보면)

오산댁 : (목소리 잔뜩 죽여) 야 이 나쁜 년아! 너, 사람들한테 내 욕을 얼마나 하구 댕긴 거야?

            얼마나 씹구 다녔길래 옆집 할망구까지 저 지랄을 떠는 거야? 어?

선우 : (등짝이 따가 와 죽겠다, 손등으로 문지르며) 욕은 무슨 욕이요? 저 아무 말도 안하구 다녔어요.

오산댁 : 시끄러 이년아! 그런다구 내가 믿어? 믿어줄까?

선우 : (보면)

오산댁 : 너어, 한번만 더 사람들 입에서 부려먹는 대는 둥 이런 소리만 들려봐. 그 땐 주둥일 확!

            (당장이라도 찢을 태세로 위협을 주자)

선우 : (얼른 손으로 입을 가리면)

오산댁 : 아이구 꼴 보기 싫어. 뭘 그러구 섰어? 배달이나 후딱 갔다 와!

선우 : 네. (얼른 주방 쪽으로 돌아서는데)

오산댁 : 또 농땡이만 부려봐 너. 머리털 죄다 뽑아 놓을 줄 알어!

선우 : 머리털 죄다 뽑아놓으면 저 밖에 못 나가요. 챙피해서 장두 못 보러 가구 배달두 못 나가구..

         (보며) 아줌마가 대신 다 하실래요?

오산댁 : 뭐야? 저게 근데..

선우 : (씩 웃음) 걱정 마세요, 농땡이 안 부려요. 후딱 갖다 올께요. (웃는 얼굴로 주방 안으로 들어간다)

오산댁 : (기가 막혀 쳐다본다)



7. S# 방안.


화투장을 치고 있는 황국도. 그 옆으로 들어와 털썩 주저앉는 오산댁.


오산댁 : 어이구 터져 터져 속 터져. 이거는 씨알머리가 먹혀야 지랄두 떨지.

            어떻게 생겨 먹은 게 주둥일 찢어논 대두 헤헤, 머리털을 뽑아논 대두 헤헤..

황국도 : 또 선우 땜시 그러는 겨?

오산댁 : 묻지 마. 내가 아주 저 노무 기집애 얘기만 끄내면 골치가 지끈지끈이야. 아이그그.. (하고 옆으로 눕는다.

            그러다 황국도를 보더니) 그저 손에서 숟가락만 놓으면 화투장이지, 저 웬수 놈에 화투장!

황국도 : 냅둬어. 내 유일한 마음의 벗잉께.

오산댁 : (뒤에서 꿍얼꿍얼 중얼거리는데)

황국도 : 입에 쥐났어? 뭘 그렇게 씨근덕거렸싸? (그러면서 패를 들고 이리저리 찾으면)

오산댁 : (삐쭉거리며 보더니) 아, 매조 거깄잖어. 

황국도 : 어디?

오산댁 : (벌떡 일어나 뺏어서 대신 쳐주며) 여깄잖어. 여기. 눈 뒀다 뭐해?

황국도 : 어따 거깄었나베. (웃더니) 심심헌디 나랑 맞고나 칠텨?

오산댁 : (쌜죽 거리며 보면)

황국도 : (엎어놓고 휘휘 젓더니 하나를 뒤집으며) 흑사리.

오산댁 : (못이기는 척 뒤집더니) 난 똥. 내가 선이네. (능숙한 솜씨로 화투를 만지며) 그나저나 승희 이 년은 아직두 자나?



8. S# 다락방.


창문도 없는 어두컴컴한 다락 방안.

이불 뒤집어쓴 채 널 부러져 자고 있는 승희, 그 주변으로는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스타킹이며 여성잡지들이 어지럽혀져 있다.

승희, 뒤척거리며 돌아눕는다. 손만 위로 뻗어 더듬더듬.. 주전자를 찾아 입에 갖다 대는데 물이 없다.

잔뜩 졸린 눈을 뜨고 흔들어본다. 비어있다.


승희 : 에이씨.. (짜증스럽다)



9. S# 주방안.


못 부르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배달 나갈 준비를 하던 선우, 문득 생각난 듯, 밖에 누가 있나 확인하더니

선반 문을 열고 저 안쪽에서 유리병 하나를 꺼내든다.

십 원짜리에서부터 백 원짜리, 오백 원짜리, 간간히 천 원짜리까지 한 삼분의 2쯤 가득 찬 유리병.

선우, 바지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그 안에다 집어넣는다.

뿌듯하게 바라본 뒤 도로 선반 안 깊숙이 집어넣는데 그 때, 슬리퍼 찍찍 끌며 안으로 들어서는 승희.


승희 : 야!

선우 : (놀라서 홱 돌아서며 본다. 얼른 선반 문을 닫고 다시 보면)

승희 : (빈주전자 흔들며) 주전자에 물이 떨어졌으면 채워놔 얄 거 아냐! 내가 꼭 자다말구 나와야겠냐?

선우 : 지금 누구한테 큰소리야 너. 어젯밤 잔뜩 취해 들어와 밤새 주전자 입에 달구 있었던 게 누군데?

승희 : (순간 잔뜩 쫄아서) 너 목소리 안 낮춰? 엄마 들으면 어쩔라 그래? 내 다리 분질러 지는 꼴 보구 싶어 굿하니?

선우 : 그렇게 무서우면 시비 걸지 마. 술을 마시지 말든가. (그러더니 쟁반에 배달 나갈 그릇들을 챙긴다)

승희 : (얄미워 죽겠다. 보면)

선우 : (배달쟁반 번쩍 들어올리며) 비켜. 배달가야 해.

승희 : (본다. 할 수 없이 비켜준다)


선우, 쟁반 들고 지나가는데 확 발을 걸어버리는 승희. 그 발에 걸리는가 싶더니 순간 꽉! 밟고 지나가버리는 선우.


승희 : 아야! (발을 감싸며 홱 째려보면)

선우 : 너 발 걸기 말구 다른 기술 좀 개발해봐. 그렇게 밟히구두 지겹지두 않니? (그러더니 유유히 나가면)

승희 : (쥐어짜듯) 미치겠네. 아우 열 받아! 아우우...


씩씩거리더니 냉장고안의 물을 꺼내 병째 들고 벌컥벌컥 마신다.

분이 안 풀린 듯 선우가 나간 쪽을 째려본다. 보다가 문득..? 아까 선우가 돌아서던 선반 쪽을 본다.

뭐였지? 하는 시선으로 보더니 그 앞으로 다가선다. 선반 문을 열고 빠꼼히 안을 들여다보는 승희의 얼굴에서.



10. S# 필드.


탁! 경쾌한 소리와 함께 멀리 날아가는 공.

insert> 그린 위 홀 근처에 떨어지는 공.

캐디들 나이스 샷. 하며 박수를 친다.

김필중, 클럽을 캐디한테 넘겨주면 그 옆으로 클럽을 든 채 프레임-인 되는 태희(28세) 당당하고 야무진 폼으로 공을 친다.

insert> 그린 위, 김필중의 공 근처에 톡 떨어진다.

만족스럽게 보는 태희의 얼굴에서/

자리를 이동하며 나란히 걸어오는 태희와 김필중.


김필중 : 실력이 많이 늘었구나.

태희 : 연습을 많이 했어요. 할아버지한테 이기고 싶어서.

김필중 : (보면)

태희 : 할아버지를 이기는 게 제 인생에 목표거든요. 나중에 할아버지보다 더 지독한 부자가 될 거예요.

         (웃음으로 보며) 기분 나쁘세요?

김필중 : 그래, 니 생각엔 할애빌 이길 수 있을 거 같으냐?

태희 : (? 보면)

김필중 : 골프 말이야.

태희 : (짐짓 웃음) 이번 홀에서 버디만 잡으면요. 그럼 가능해요.

김필중 : 그러냐? 그럼 우리 내기 한번 걸어볼까?

태희 : 좋아요. 얼마나 거실 건데요?

김필중 : 아니.. 돈보다 좀 더 재밌는 걸루 하자. (그러더니 뜻 모를 미소로 걸어간다)

태희 : ? (걸음을 멈추며 보면)



11. S# 그린 위.


깃대가 꽂혀있는 홀 저쪽으로 공 앞에서 클럽으로 각도를 재고 있는 태희의 얼굴.

태희, 제법 신중하게 바라보더니 클럽을 손에 쥐고 자세를 잡는다. 클럽을 만지작거리는 손, 넣고 말거라는 강한 시선..

김필중, 그런 태희를 관찰하듯 조용히 바라본다.

톡! 공을 치는 태희. 홀을 향해 또르르 굴러가는 공.

태희, 본다. 김필중의 시선도 공을 따라가면 아깝게 홀 근처를 비껴지나가고 마는 공.

태희, 안타깝게 본다.

김필중, 빙긋 웃으며 그런 손녀딸을 본다. 시선에서.



12. S# 호텔 고급 레스토랑 안.


스테이크를 썰며 식사를 하는 김필중과 태희.


태희 : 분명히 들어간다고 생각했어요. 자신 있는 각도였거든요.

김필중 : 너무 승부에 집착해 그런 거야. 이긴다는 생각뿐이니 몸이 굳어 말을 안들을 수밖에.

태희 : 애초에 승부에 집착하지 않으면 이길 수도 없는 거잖아요.

김필중 : 정말로 이기고 싶으면 이기겠다는 마음부터 비워야 해.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크게 낭패를 보고 만다.

태희 : 욕심 부리지 말란 뜻인가요?

김필중 : 이긴다고 해서 원하는 걸 다 가질 순 없단 뜻이야. 하나를 얻으면 분명히 하나는 잃게 돼 있거든. 그게 인생이지.

태희 : 할아버지 말씀대로라면 인생이란 정말 따분한 거네요. 그렇죠?

김필중 : 그런 것 같으냐?

태희 : 네. (시종일관 즐거운 듯 당당한 여유로 보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구 전 이기고 싶어요, 할아버지.

         지는 건 제 취미에 안 맞아요. 나한테 이겨서 즐거워하는 사람 얼굴 보면 피가 부글부글 끓거든요 속에서. (웃음)

김필중 : 할애비한테 져두 그렇단 말이지?

태희 : 당연하죠. 할아버진 제 경쟁상대시잖아요.

김필중 : (허허 웃음.. 젊었을 적 자신을 보는듯하다)

태희 : 근데, 아까 뭐 였어요, 할아버지?

김필중 : 뭐가 말이냐.

태희 : 내기로 돈보다 더 재밌는 걸 걸자셨잖아요. 이기셨으니 말씀해보세요. 뭔데요? 설마 또 결혼해라, 그런 말씀이세요?

         이번엔 누군데요? 어떤 대단한 집안 아들인데.. (하는데)

김필중 : (말 자르며) 할아버지 회사에 들어오너라.

태희 : (멈칫.. 얼굴에 웃음기가 싹 가시며 본다)

김필중 : 회사에 들어와.

태희 : 말씀드렸잖아요. 저 할아버지 후광으로 살아가는 거 재미없어요.

김필중 : (무시하고) 얼마 안 있어 신입사원을 뽑을 예정이다. 시험관들도 널 모르는 사람 중에 선정할 거구

            니가 내 손녀딸이라는 걸 아는 사람들도 일체 함구시킬 생각이야.

태희 : 할아버지.

김필중 : 할애비 빽 믿구 날뛰라는 소리 아니야. 사람들한테 객관적으로 니 능력 평가받고 당당히 들어오란 얘기야.

            거기서부터 시작해.

태희 : (본다)

김필중 : (지긋이 마주 보며) 알고 있다. 너..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아직도 마음속에선 할애빌 용서 못하구 있다는 거.

            니 애빌 그렇게 가게 만든 게..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잖니.

태희 : (표정 없이 시선을 떨군다)

김필중 : (자애로운 시선으로 손녀를 본다. 보며) 날 이기고 싶다 그랬지? 한번 해 보거라.

            니가 어느 정돈지.. 한번 시험해보고 싶구나.

태희 : (다시 천천히 시선을 들어 김필중을 본다. 시선에서)



13. S# 서준의 레스토랑 앞.


다가와 멈춰서는 고급승용차.

직원, 문을 열어주면 내려서는 현자, 안으로 들어간다.



14. S# 레스토랑 안.


현자를 알아보고 인사하는 직원들.

현자,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홀 안을 한번 휘 둘러보더니 곧바로 서준의 사무실 쪽으로 올라간다.



15. S# 서준의 사무실 앞 복도.


걸어온 현자, 문 앞에 서서 막 노크를 하려는데.


여자1 : 자기야 왜 이래..

서준 : 글쎄. 가만 있어봐.

여자1 : (작게 신음소리)

현자 : (? 순간 인상 험악해지며 사무실 쪽을 보면)



16. S# 사무실 안.


소파에 포개져서 여자1에게 진한 키스를 퍼붓는 서준. 손으로 열심히 여자1의 몸 여기저기를 더듬는데

그 때 쿵! 문 열리는 소리. 놀라서 돌아보는 서준과 여자1.


현자 : (들어서더니) 윤서준! 너 지금 뭐하구 있는 거야!

서준 : 엄마?


엄마라는 소리에 여자1, 정신없이 흐트러진 옷을 여미며 가방 들고 뛰어나간다.


서준 : (뒤에 대고) 야! 오빠가 나중에 전화할게. 어?

현자 : (아들을 흘겨보면)

서준 : (씩 웃으며) 어제 처음 만난 애예요. 이쁘죠? 몸매두 죽이구.

현자 : 어쩜 넌, 니 아빠 닮지 말라는 것만 쏙 빼닮았니?

서준 : 그래요? 아빠도 예쁜 여잘 좋아하셨나보죠?

현자 : (곱게 흘겨보더니 손수건 꺼내 주며) 입술이나 닦어.


서준, 그제야 입술에 루즈가 엉망으로 번졌다는 걸 알고 손수건 받아 닦는다. 겸연쩍은 얼굴에서.



17. S# 레스토랑 안.


들어서는 태희. 직원들 인사한다.


태희 : 사장님 안에 있지?

여직원1 : 네. 저기.. 큰 사장님두 와계세요.

태희 : (고모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걸 알고 사무실 쪽을 돌아본다)



18. S# 서준의 사무실 안.


서준 : (거울 앞에서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근데 어쩐 일루 나오셨어요?

현자 : 집에 있다가 하두 답답해서.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태희는 할아버지랑 골프약속 잡혔다구 아침부터 일찍 나가드라.

서준 : 그래요? 태희 누나 골프 별로 좋아하지두 않잖아.

현자 : 할아버지 눈에 들라면 무슨 짓은 못해.

서준 : 그 반대 아니예요? 내가 보기엔 할아버지 쪽에서 태희 누날 더 좋아하시는 거 같든데.

현자 : 엄마 앞에서 지금 태희 편드는 거니 너?

서준 : 편드는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하는 거죠 어머니.

현자 : 속 빠진 녀석. 대체 그 동안 넌 뭐 하구 있었니? 태희가 할아버지 마음 쏙 빼놓는 동안 뭐 하구 있었냐구.

서준 : (반응 없이 책상 앞으로 와 걸터앉으며 스케쥴 표를 넘기면)

현자 : 레스토랑 하나 차려 놓구 기껏 하는 짓이 여자나 불러 들이구..

         (보며) 너 평생 이러구 살거니? 이런 구멍가게 같은 거 하나루 평생 만족하며 살 거야?

서준 : 나처럼 놀기 좋아하는 한량한텐 이런 것도 감지덕지예요. 만족해요 난. 더 욕심 없어요.

현자 : 서준아.

서준 : 항상 감사하게 생각해요. 부자 외할아버지에 부자엄마 둔 덕분에

         나처럼 쓸모없는 녀석두 사장님 소리 들어가며 호화생활 하구 있는 거라구.

현자 : 얘가 점점?

서준 : 저 약속 있어요. 그만 들어가세요.

현자 : 난 아직 얘기 안 끝났어.

서준 : 글쎄 그만 하시라 구요. (표정 굳어있다)

현자 : (멈칫.. 본다. 보더니) 엄마한텐 니가 전부야. 니가 내 희망이라구. 무슨 말인지 알아?

서준 : 죄송해요. 전 엄마한테 아무것도 해드릴 게 없어요.

현자 : (본다. 천천히 일어서서 다시 아들을 보며) 그래두 엄만 포기 안 해. 다른 사람은 몰라두 나는 너 절대 포기 안 해.

         이대로 제하그룹 태희한테 고스란히 넘어가는 거.. 두 손 놓고 보고만 있지 않을 거야.

서준 : ...

현자 : (본다. 보더니) 식사 거르지 말구 다녀라.


그러면서 돌아서다가 멈칫..! 문 앞에 서 있는 태희를 본다.

표정 변하는 현자. 그 뒤에서 돌아보던 서준도 태희를 보고 짐짓 어색해져서 보면.


태희 : (표정의 변화 없이 담담하게) 고모 나오셨어요?

현자 : 너 아주 묘한 취미 있구나? 인기척두 없이 거기 서서 뭐 하구 있는 거니?

태희 : 지금 방금 도착했어요.

현자 : (순간 비웃음으로 입 꼬리 일그러지며) 보기 좋게 그을렸구나. 그래 할아버지하구 데이튼 즐거웠니?

태희 : 네. 지루하진 않았어요.

현자 : 그랬겠지. 원하는 순서대로 할아버지가 착착 움직여주니 지루할리 있나.

서준 : 엄마.

현자 : 그래 알았어. 엄마 지금 가. 갈 거야. (그러더니 한 번 더 태희를 본 뒤 그대로 지나쳐 나간다)

태희 : ...

서준 : (민망해서 보다가 얼른) 들어와 앉아요, 누나.

태희 : (서준을 본다) 그래. (짐짓 웃으며 안으로 들어서면)



19. S# 복도.


걸어 나오던 현자, 그 뒤로 안에서 들려오는 서준과 태희의 웃음소리를 듣는다.

걸음을 멈추고 돌아본다. 다분히 기분 나쁜 표정으로 보면.



20. S# 사무실.


태희 : (앉으며) 현장에서 들켰단 말야?

서준 : 여자는 인사도 없이 삼십육계 줄행랑이지 거기다 내 얼굴은 시뻘건 루즈로 엉망이지.

태희 : 고모 성격에 그 자리에서 까무라치지 않은 게 다행이다.

서준 : (커피를 뽑으며) 사실은 그래서 더 심통난거야 우리 엄마. 누나가 이해해요.

태희 : (대답대신) 장산 어때? 잘 되가니?

서준 : 그럭저럭. (태희 앞에 커피 놔주며) 사장이라는 놈은 매일같이 노느라구 정신없는데 다행히 직원들은 성실하거든.

         덕분에 현상 유진 하고 있어요.

태희 :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둥 마는 둥 하더니) 흥신소에선 그 뒤로 연락 없었니?

서준 : (잠시 머뭇.. 고개를 가로젓는다)

태희 : 세군데 다?

서준 : 없었어요.

태희 : (실망하는 표정이자)

서준 : 이번에 새로 의뢰한데는 실력이 좋대요. 헤진 지 이십 년두 넘은 이산가족까지 찾아줬다니까 한 번 더 믿어 보자 구요.

태희 : 벌써 십육 년이야. 어느새.. 십육 년이나 지나버렸어.

서준 : (보면)

태희 : (검지손가락에 끼워진 아빠의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내려다본다) 걱정돼. 너무 많이 변해버렸음 어떡하나.

         한눈에 알아보지 못하면.. 어쩌나.

서준 : 걱정 말아요. 한눈에 꼭 알아볼 수 있을 거야.

태희 : (본다. 보며 웃음 이내 한숨 섞인 표정으로 고개 돌리면)



21. S# 의상실 앞. (밤)


피곤에 지친 표정으로 빈 그릇을 찾아오는 선우의 얼굴.

의상실 앞을 지나면서 걸음을 멈추고 보는 선우. 유리 창안엔 여전히 그 옷이 걸려있다.

일순 행복해져서 멍하니 바라보는 표정에서.



22. S# 국밥집 앞.


길여사, 불을 끄고 나오면 박귀중 셔터를 내려 잠근다.


길여옥 : 어쩐 일루다 벌써 퇴근을 한 거야?

박귀중 : 회장님께서 피곤하시다구 일찍 집에 들어가셨어요.

길여옥 : 어디 편찮으신 건 아니구?

박귀중 : 아니구요.

길여옥 : 하기사 그 양반두 피곤을 느낄 나이가 됐지. 그나저나 그 집 작은 손녀딸은 아적 못 찾았다니?

박귀중 : 계속 사람을 시켜 알아보는 모양인데.. 제가 보기엔 별루 가망이 없어 보여요.

길여옥 : 쯧쯔쯔.. 안됐구나.

박귀중 : (잠그고 돌아서며) 다 됐습니다, 어머니. 들어가시죠.

길여옥 : 그러세. (발길을 옮기는데)

선우 : 할머니 지금 들어가세요?


길여옥과 박귀중, 동시에 돌아본다.

선우, 다가서다가 박귀중을 알아보고.


선우 : 어? 안녕하세요, 아저씨.

박귀중 : 그래. 오랫만이다. 학교는 잘 다니구?

선우 : 졸업했어요.

길여옥 : 저렇게 고되게 일 하면서두 차석으로 졸업했댄다. 4년 내내 장학금 놓친 적두 없었다지 아마.

박귀중 : 그래? 이야. 대단하구나, 선우.

선우 : (수줍게 웃으면)

길여옥 : 시장하겠다. 어여 들어가 저녁 먹어.

선우 : 네. 할머니두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인사를 꾸뻑하고 국밥집으로 들어간다)

박귀중 : (돌아서서 걸어오며) 언제 봐도 웃는 얼굴이네요 저 아인.

길여옥 : 장하구 기특해. 이 시장 통에서 삼십 년째 장사해보지만 저런 아인 첨이야. 철웅이 녀석은 언제 저렇게 철들 런지 원.

박귀중 : 허허. 언젠간 들겠죠, 뭐.

길여옥 : 어디 좋은 자리 있음 한번 알아봐주게. 국밥집에서 썩기 아까운 아이야.

박귀중 : 그러고 보니 우리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뽑는다는 거 같든데. 그거나 알아봐줘야겠네요.

길여옥 : 그렇게 허든가.


두 사람, 걸어가면.



23. S# 국밥집 안.


안으로 들어온 선우, 잠시 문 앞에 서서 보면.

텅빈 국밥집 안. 테이블위엔 치워지지 않은 국밥그릇과 반찬그릇들. 어수선하게 놓인 의자들과 휴지 가득한 바닥..

선우, 잠시 한숨을 내쉬고 쳐다보더니 이내 팔을 걷어 부치고 테이블위의 그릇들을 치운다.

(디졸브) 다 치워진 테이블.

선우, 이번엔 마대로 바닥을 닦고 있다. 손등으로 땀을 쓱 문질러 닦고 허리를 펴면.



24. S# 주방안.


개수대에 가득한 설거지거리. 쏴-아! 물을 틀고 설겆이를 시작하는 선우. 혼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한다.

스스로 흥에 겨워 설겆이 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25. S# 방안.


맥주에 오징어까지 찢어놓고 성인물인 듯한 비디오를 나란히 보고 있는 황국도와 오산댁.


오산댁 : 어머 저 여자 가슴 좀 봐. 저거저거 틀림없이 수술한 거지 저거. 아이구 망칙해. 저게 가슴이야? 바가지지?

황국도 : 이왕이면 냄비뚜껑 보다야 바가지가 훨 낫지 뭘그랴?

오산댁 : 돈만 벌어와 봐. 바가지 아니라 바께스두 만들어 줄 테니까.

황국도 : 어따 말이 그렇단 얘기지, 말이. 자네 나이에 가슴 바가지 만들어 뭣에 쓴 당가?

오산댁 : 뭣에 쓰다니? 바가지 타령 먼저 한사람이 누군데? 그리구 내 나이가 뭐 어떻다는 거야? 자기 내 나이에 불만 있었어?

황국도 : 아이구 됐어 됐어. 거 별것도 아닌 거 갖고 시끄럽게 굴어 쌌네. 이거나 씹어. (오징어를 오산댁 입에다 물려준다)

오산댁 : (씹으며 밉살스럽게 쳐다보는데)


마침 비디오 화면에서 남녀주인공이 키스하는 장면.

황국도, 순간 입을 헤 벌리고 쳐다본다.

오산댁, 보다가 흘낏 황국도를 본다. 그러더니 슬그머니 그 옆으로 엉덩이를 밀어 붙혀 앉으면.


황국도 : 어허. 시방 어따가 슬금슬금 변소를 들이대는 겨?

오산댁 : (코멘소리로) 아잉..

황국도 : (뚱해서 다시 비디오로 시선 돌린다)

오산댁 : (한 번 더 애교 있게 밀어부치며) 자기야아..

황국도 : (그러자 갑자기 씹던 오징어 턱! 던지며) 어따 참말로! 비위 상해서 비디오도 맘대로 못 보겄네.

            (그러더니 벌떡 일어선다)

오산댁 : 어디가게?

황국도 : 물 버리러 간다. 왜? (그러더니 나가버린다)

오산댁 : (기분 나빠 보더니 비디오를 탁! 꺼버린다) 맨날 가슴에 바가지 얹은 여자들이나 쳐다보구 앉았으니 눈만 배리지. 눈만.

            다음부터 저런 비디오 빌려오기만 해봐 그냥. (보면)



26. S# 주방 앞.


물 내리는 소리와 함께 화장실에서 나오는 황국도, 주방 앞으로 쓱 지나오면서 무심히 주방 쪽을 쳐다본다.

지나오다가 멈칫.. 다시 고개 돌리고 보면

안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놓고 머리를 감는 선우. 메리야스 차림에 가늘고 흰 팔이며 목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그 갸날픈 선의 아름다움에 황국도, 순간 멍해지는데

선우, 머리를 다 헹구고 고개를 든다. 황국도 놀라서 얼른 한쪽으로 숨는다.

선우, 수건으로 머리를 감싸고 물기를 말리며 돌아서더니 한쪽에 놔뒀던 반지 목걸이를 목에 건다.

황국도 슬며시 한쪽 눈만 내밀고 훔쳐보는 시선에서.



27. S# 방안.


비디오는 꺼져 있고 오산댁, 돌아 누워있다.

안으로 들어서는 황국도, 멍한 표정으로 오산댁 옆에 앉는다.


오산댁 : 뭘 그렇게 넋을 놓구 앉았어?

황국도 : 이? 이이. 아녀어 (하다가) 저그.. 선우가 올해 멫인가?

오산댁 : 선우? 스물다섯 됐을 걸. 그건 왜?

황국도 : 이자 갸도 시집갈 때가 되아분젔구만.

오산댁 : 시집은 무슨.. 저런 골칫덩일 누가 데려가. (돌아누우면)

황국도 : (왠지 마음이 심난해 앉아 있다가 흘끗 오산댁을 돌아본다)


그러더니 갑자기 이불을 뒤집어쓰며 오산댁 쪽으로 눕는다.

“아우 왜 이래?” 싫지 않은 오산댁의 핀잔과 “가만있어봐” 황국도의 목소리, 꼼지락거림에서.



28. S# 주방안.


옷을 다 챙겨 입고, 젖은 머리를 대충 말린 모습으로 커다란 국밥그릇에 찬밥과 김치를 넣고 대충 쓱쓱 비비는 선우의 손.

선우, 밥을 한 숟가락 가득 입에 집어넣는다. 잔뜩 시장했던지 다 삼키기도 전에 또 한 숟가락 집어넣는다.

그렇게 서서 뒤늦은 저녁밥을 혼자 먹는 선우. 맛있다.

밀려오는 행복감으로 빙긋 웃다가 생각난 듯 주머니에서 동전을 또 몇 개 끄집어낸다.

선반 문을 열고 그 안에 손을 집어넣고 유리병을 꺼내는데 순간 멈칫... 유리병이 비어있다! (십 원짜리 달랑 한개만 들어있고)

선우, 놀라서 빈 유리병을 쳐다본다.


선우 : 어? 돈이 다 얼루 갔지?


선우, 당혹감으로 선반 안에 있던 그릇을 다 빼내고 여기저기 찾아보지만 돈이 다른데 있을 리 없다.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표정으로 돌아본다.



29. S# 다락방.


뛰어올라오는 선우. 안을 살펴보면 여기저기 승희가 어질러놓은 옷가지며 개어놓지 않은 이불가지들.

선우, 혹시나 싶어 여기저기 뒤져보지만 헛수고.. 금방 눈물이 나올 것 같은 표정으로 홱 고개를 돌리면.



30. S# 미용실. (밤)


거울 앞으로 프레임-인 되는 승희 얼굴. 빠글빠글 길게 세트한 머리에 촌스럽게 반짝이는 핀 하나.

진한 화장에 나름대로는 화려하게 꾸며 입은 차림새.


미용사 : 승희 씨 진짜 이쁘다. 미스코리아 나가두 되겠어.


승희, 기분 좋아 지갑에서 빳빳한 만 원짜리를 꺼내준다. 다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면.



31. S# 당구장 안. (밤)


문을 열고 고개를 들이미는 승희. 당구치는 사람들 중에서 누군가를 찾는 듯.


승희 : (주인에게) 아저씨. 혹시 철웅이 오빠 여기 안 왔어요?

주인 : 철웅이? 좀 전에 왔다갔는데.

승희 : 좀 전에요? 얼마나 좀 전에요?

주인 : 글쎄 한 오 분쯤 됐나?

승희 : (그러자 돌아볼 것도 없이 나간다)



32. S# 거리. (밤)


뛰어나오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걸어오는 승희. ‘어디 간 거지?’ 두리번거리다가 한쪽을 본다.

펀칭머신 앞에 서 있는 철웅과 수탁.

철웅, 있는 힘을 다해 퍽! 내리치자 점수가 빠르게 올라간다.


승희 : 철웅 오빠! (반갑게 부르며 쪼르르 달려오더니 바싹 붙어 서서) 오빠. 저녁 내내 한참 찾아다녔잖아.

         당구장에도 없구 노래방에두 없구.

철웅 : (무시) 수탁아. 가자. (걸음을 옮기면)

승희 : (그 옆에 따라붙으며) 오빠 우리 오늘 근사한데 가자. 내가 한턱 쏠께. 나 돈 생겼거든. 볼래?

         (핸드백에서 지갑을 꺼내는데)

철웅 : 니 돈 볼일 없다. 가라.

승희 : 오빠. 그러지 말구 같이 가자. 내가 나이트 물 좋은데 알아뒀단 말야.

수탁 : (귀가 솔깃) 나이트요? 어딘데요? 정말 물 좋아요?

승희 : (무시. 철웅한테만 매달려) 오빠아. 가자 응?

철웅 : (걸음을 멈추고 승희를 본다) 너 찐뜨기냐? 거머리야? 왜 자꾸 달라붙어? 사람 귀찮다는데.

승희 : 오빠.

철웅 : 글쎄 너랑 안 놀아. 놀기 싫어. 알아들어? (그대로 돌아서려는데)

승희 : 너무해.

철웅 : (? 돌아보면)

승희 : (순간 어느새 고였는지 눈물이 그렁그렁) 사실은 오늘.. 내 생일이란 말야.

         철웅 오빠랑 근사한데 갈려구 일 년 내내 맨날 맨날 유리병에다 돈까지 모아뒀는데.

         그래서 머리두 새루 하구 기분까지 냈는데.. 오빤 내 맘두 몰라주구. (그러면서 뚝! 눈물을 흘린다)

철웅 : (여자의 눈물에 약한 그.. 썰렁해져서 보면)

수탁 : 형이 너무 했네요. (팔꿈치로 툭 치며) 생일이라잖아요.

승희 : 다른 사람은 몰라두.. 철웅 오빠한테만은 축하받고 싶었어. (그러면서 가증스럽게 흘끗 보면)

수탁 : (뒤에서 다시 팔꿈치로 툭 친다) 혀엉.

철웅 : (한숨. 그대로 지나쳐 가버린다)

수탁 : 승희 씨. (고개 짓으로 빨리 따라가라고)

승희 : (순간 언제 울었냐는 듯 표정 싹 바뀌더니) 오빠! 철웅 오빠 같이 가!

수탁 : 여자의 눈물이란.. 역시 즉빵이라니까. (그러더니 피식 웃으며 철웅과 승희의 뒤를 따라간다)



33. S# 미장원.


미용사 바닥을 쓸며 문 닫을 차비를 하는데 뛰어 들어오는 선우.


선우 : 언니. 승희 오늘 여기 왔었어요?

미용사 : 승희 씨? 어어. 오늘 여기서 머리했어. 왜?

선우 : (머리를 했다구? 숨 막힌다) 지금 어딨어요? 어딨는지 알아요?

미용사 : 친구들하구 나이트 간다 그러든데..

선우 : 나이트요? (돌겠다. 분명히 내 돈이다!) 거기 어디예요? 승희 잘 가는 나이트 언니 알구 있죠? 말해주세요. 어디예요? 네?

미용사 : 글쎄 알긴 알지만... (보며) 왜 그래? 무슨 일인데?

선우 : (버럭) 어느 나이트냐니까요!



34. S# 호텔 나이트클럽.


현란한 싸이키 조명이 돌아가고 있고.

그 한쪽에서 신나게 춤을 추고 있는 승희, 그 옆으로 수탁 어설프게나마 기분을 내고 있다.

승희, 돌아보면 구석 자리에 앉아 맥주만 마시고 있는 철웅. 이런 시끄러운 데는 영 싫은 표정이다.

승희, 보란 듯이 더 열정적으로 춤을 추어대며 철웅에게 윙크한다.

철웅, 어이없이 보는데서.



35. S# 거리. (밤)


달리고 또 달리는 선우. 어떻게서든 그 돈만은 뺏기고 싶지 않다.

뛰어오던 선우, 숨이 찬지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른다.

어느새 의상실 앞. 선우, 고개를 돌려 불 꺼진 의상실 쪽을 돌아보면 어둠속으로 보이는 투피스.

선우, 순간 눈물이 글썽.. 애써 누르더니 다시 뛰어 간다. 그 모습에서.



36. S# 평창동 집전경. (밤)


E 전화벨 소리.



37. S# 거실.


수화기를 집어 드는 예산댁.


예산댁 : 네. 평창동입니다. 누구요?


마침 주방 쪽에서 커피 잔을 들고 이층으로 올라가던 태희, 멈칫 돌아본다.


예산댁 : (수화기를 막고 태희를 돌아보며) 전환데요.

태희 : 누구예요?

예산댁 : 흥신소래요. 동생 찾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데..

태희 : (얼른 다가와 수화기를 받아든다) 전화 바꿨어요. 무슨 일이예요?



38. S# 나이트 일각.


전화를 걸고 있는 사내1.


사내1 : (이쑤시개를 삐딱하게 문채) 동생에 관한 일입니다. 동생 분 이름이 김윤희 씨 맞죠?



39. S# 거실.


멈칫하는 태희.


태희 : 거기 어디예요? 내가 가겠어요. (커피 잔을 내려놓고 옆에 있는 메모지에 받아 적는다) 네 거기 알아요.

         삼십분쯤 걸릴 거예요. 그러죠. 거기서 뵙죠. (수화기를 내려놓으면)

예산댁 : 동생 분을 찾았대요?

태희 : 아직 확실치 않아요. (그러면서 다시 수화기를 들고 전화를 건다)



40. S# 서준의 사무실.


불이 꺼진 사무실 안에 공허하게 울리는 전화벨.



41. S# 다시 거실.


태희, 서준이 전화를 받지 않자 도로 수화기 내려놓더니.


태희 : 아줌마. 서준이 들어오면 이것 좀 전해주세요. 윤희 일 때문에 여기로 갔다구요.

예산댁 : 알았어요.

태희 : (그대로 이층으로 뛰어 올라가면)



42. S# 태희의 방안.


옷장에서 외투를 꺼내 입는 태희, 시선으로 아빠의 사진을 바라본다.

잠시, 바라보더니 그대로 밖으로 나간다.



43. S# 달리는 차안.


초조하게 운전하는 태희의 얼굴에서.



44. S# 호텔전경. (밤)


틸-다운하면 그 앞으로 프레임-인 되는 윤희의 얼굴. 뛰어왔는지 숨을 몰아쉬며 온통 땀투성이다.

윤희, 소매 끝으로 얼굴의 땀을 대충 닦으며 호텔 쪽으로 걸어 들어간다.



45. S# 호텔현관 앞.


문을 밀고 로비 안으로 들어서는 윤희. 잠시 뒤 그 뒤로 프레임-인 되는 태희의 차.

안에서 내려선 태희, 발리 보이한테 차를 맡긴 뒤 문을 밀고 로비 안으로 들어선다.



46. S# 로비.


안으로 들어서는 윤희, 잠시 로비의 화려함에 주눅이 들어 머뭇거린다.

그 뒤로 들어서는 태희, 곧장 한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호텔직원 : 도와 드릴까요 손님?

윤희 : 네에.. 저기.. 여기 춤추는데 있죠?

호텔직원 : 네?

윤희 : 나이트요. 나이트클럽..

호텔직원 : 아 네에. (알아듣는 듯)

윤희 : 거기 어디예요? 어디루 가야해요?

호텔직원 : 원래는 출구가 따로 있는데요. 저쪽 엘리베이터로 지하2층 누르시고 내려가셔도 나옵니다.

윤희 : 감사합니다.


정중하게 인사까지 꾸뻑한 뒤 재빨리 돌아서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방향을 바꾸면.



47. S# 엘리베이터 앞.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 태희, 안에 올라탄다. 엘리베이터 문이 막 닫히는데.


윤희 : 잠깐만요! (그 앞으로 달려가면)


거의 닫혔던 문이 다시 천천히 열리면서 열림 버튼을 누르고 서있던 태희, 고개를 들어 본다.

뛰어 들어가던 윤희도 고개를 들어 태희를 본다. 마주치는 두 사람의 시선.


윤희 : 감사합니다.

태희 : (대답대신 한쪽으로 비켜서준다)


윤희, 얼른 올라타면 다시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48. S# 엘리베이터 안.


한쪽에 서 있는 태희. 그 옆으로 서 있는 윤희, 얼굴에선 계속 비 오듯 땀이 쏟아진다. 소매로 계속 문질러 닦고 또 닦고.

태희, 그런 윤희를 흘끗 한번 본다. 윤희, 왠지 겸연쩍은 표정으로 계속 땀을 닦아내면

땡!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열리자마자 쿵짝쿵짝 거리며 요란한 음악소리가 울리고.

태희, 먼저 내리면 윤희, 뒤따라 내리며 주위를 둘러본다.



49. S# 나이트클럽 안.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태희. 웨이터에게 뭔가 말하자 웨이터 얼른 태희를 안쪽으로 안내한다.

그 뒤로 프레임-인 되는 윤희. 그 앞을 막아서는 웨이터 하나.


웨이터 : 미안합니다만 못 들어가십니다.

윤희 : 왜 못 들어가요? 좀 전에두 사람 들어갔잖아요.

웨이터 : (윤희의 옷차림새를 아래위로 훑더니) 여긴 아무나 들어오는 데가 아닙니다.

윤희 : 안에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만 잠깐 만나고 갈 거예요. (하면서 들어가려는데)

웨이터 : 글쎄 안 된대 두요. 그냥 가세요. 네?

윤희 : (본다. 고집스럽게 들어서려는데)

웨이터 : 근데 이 아가씨가. (확 잡아챈다)

윤희 : (보면)



50. S# 클럽 안.


철웅, 손목시계를 들여다본다. 지루해죽겠다는 표정.

순간 음악이 분위기 좋은 걸로 바뀌면서 자리로 돌아오는 수탁과 승희.


수탁 : 승희 씨 춤, 진짜 예술이네요. 네?

승희 : (철웅 보며) 오빠 내 춤 어땠어? 쎅시하지? 죽이지? 근사했지?

철웅 : 신나는 모양이구나.

승희 : 응. 신나 죽겠어 나.

철웅 : 신나게 놀았음 됐다. 그만 가자. (일어서는데)

수탁 : (동시에) 형!

승희 : (동시에) 오빠!

철웅 : 열두시야. 열두시. 너 집에서 엄마 안 기다려?

승희 : 괜찮아. 우리 엄마 나 일찍 들어가는 거 포기한지 오래야. 더구나 오늘은 내 생일이잖아.

         그러지 말구 딱 한 시간만 더 놀다 가자. 응? 딱 한 시간만. 오빠아. (간절히 보면)

철웅 : (후우.. 푹 꺼지게 한숨)

승희 : 좀만 더 앉아있어 오빠. 나 화장실 잠깐만 갔다 올게. 갔다 오면서 맥주도 더 갖다 달라 그럴게. 있어.

         (빽을 들고 쪼르르 사라지면)

철웅 : (털썩 도로 앉는다)

수탁 : (계속 안주만 먹으며 빙글빙글 웃기만)

철웅 : 웃지 마 자식아.

수탁 : 재밌잖아요.

철웅 : (기분 나쁘게 쓱 쳐다보는데서)



51. S# 클럽 일각.


후다닥 화장실 쪽으로 뛰어오던 승희, 순간 웨이터 안내를 받으며 들어서던 태희와 부딪힌다.

태희, 정중하게 사과하려고 하는데.


승희 : 에이씨 뭐야? (기분 나쁘게 툭툭 털더니 그대로 지나쳐 간다)

태희 : (어이없음으로 보면)

웨이터 : 이쪽입니다. (안내한다)

태희 : (승희를 한번 돌아본 뒤 웨이터를 따라 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52. S# 룸 안.


두 명의 사내와 서 너 명의 꼬봉들이 앉아있다.


사내1 : 확실히 돈줄이다 그 말이지?

사내2 : 그럼요. 확실히 틀림없습니다. 동생만 찾을 수 있다면 부르는 대로 다 줄걸요 아마.

사내1 : (고개를 끄덕이는데)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는 웨이터.

사내1과 2 쳐다보면 웨이터 뒤로 들어서는 태희. 왠지 기분 나쁜 사내들의 주르르 서 있는 게 찜찜한데.


사내2 : 아이구. 오셨습니까. 이쪽으로 앉으시죠.

태희 : (앉지 않은 채) 제 동생에 대한 정보가 있다구요.

사내2 : 앉으시죠.

태희 : (앉지 않는다. 보면)

사내1 : 일단 준비해 온 돈부터 봅시다.

태희 : 그 쪽 얘기부터 듣겠어요. 돈은 그 다음이예요.

사내1 : (본다)

태희 : (보면)

사내2 : 저기 사실은 말입니다. 이 클럽에서 일하는 아가씨 중에 동생분일지도 모르는 여자애가 하나 있답니다.

           나이도 같구, 이름도 윤희구요. 고아루 자랐는데.. 아무튼 여러 가지 상황이 비슷하더라구요.

태희 : (멈칫..) 내 동생이.. 여기서 일을 한다구요?

사내2 : 저기 계신 형님이 데리구 있는 앤데요.. 그 애 몸값이 워낙 비싸놔서요. 이 집에서 젤 잘 나가는 애랍니다.

태희 : (그 말에 충격을 받은 듯 본다. 잠시 보더니) 그 애.. 지금 볼 수 있어요?

사내1 : 볼 수는 있지만 그 전에 돈을 가져왔는지 그것부터 확인해야 겠수다.

태희 : (사내1을 본다. 시선에서)



53. S# 나이트 전용출구.


밖으로 내 쫒겨지는 윤희. 웨이터들, 위협적인 시선을 던지며 도로 들어간다.

윤희, 그들을 따라 들어가려고 하자 그 중에 제일 험상궂게 생긴 웨이터가 무섭게 노려본다.

주춤하는 윤희, 안타깝게 나이트클럽 안쪽을 쳐다본다. 시선에서.



54. S# 다시 클럽의 룸 안.


테이블위에 놓여지는 봉투. 태희, 그것을 사내1앞으로 쭉 밀면.


사내1 : (? 봉투를 가져다 안을 들여다본다. 고액의 수표다) 뭐야. 수표 아냐 이거?

           야 이 자식아. 난 현금거래밖에 안 한다는 거 몰라?

사내2 : 저기 그게.. (쩔쩔매며 태희를 보면)

태희 : 확인부터 해야겠어요. 만약 내 동생이 확실하면.. 그 땐 약속한 돈 전부를 현금으로 드리죠.


사내1, 태희가 만만치 않음을 알고 본다. 보더니 천천히 봉투를 들고 일어나 태희 앞에 다가선다.


사내1 : 됐어. 가봐.

태희 : (멈칫.. 보면)

사내1 : (봉투를 쫙쫙 짖어가며) 나. 당신 같은 년이랑 거래 안하니까 꺼지라구. 어?

          (하면서 태희 얼굴에 종이 조각을 날려버리더니 밖으로 나간다)

사내2 : (놀라서 보더니. 얼른 쫒아나간다)

태희 : ...! (돌아보면)



55. S# 룸 밖.


밖으로 나오는 사내1.


사내2 : (따라 나오며) 형님. 그냥 나오면 어떡합니까, 예?

사내1 : 야 이 자식아! 뭐? 돈 뜯어먹기 딱 좋아? 어디서 암코양이 같은걸 데꾸와서는.

           나 저렇게 꼬치꼬치 따지구 대드는 여자 딱 질색이야.

사내2 : 그래두 그게..

사내1 : 시끄러 이 자식아. 우리가 가짜 데리구 장난친 거 알면 당장에 우리 손목에 수갑 채우겠다구 난리칠 여자야.

           어디서 물구 와두 꼭..

사내2 : (아까운 듯한 표정인데)


그 때 뒤로 나타나는 태희. 사내1과 사내2 돌아보면.


태희 : 얼마야. 얼말 원해?

사내1 : 어허. 글쎄 관두겠다니까.

태희 : 원하는 대로 줄게. 내 동생 어딨는지만 말해. 내 동생 어딨어?

사내1 : 비키래두! (하면서 손을 쳐내자)


태희 무섭게 노려보더니 갑자기 그 사내들을 밀치고 지나가며 룸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사내1 : (어? 보면)

태희 : 윤희야! (이 방 저 방 계속 문을 열고 여자들을 확인하며) 윤희야! 어딨어! 어딨니 윤희야!

사내1 : 저거 지금 뭐하는 거야? 저 여자가 미쳤나? 야 뭐해? 빨리 잡아!


똘마니들 우르르 달려들어 태희를 저지하려고 하지만 태희 완강하게 그들을 뿌리치며 다른 룸의 문을 연다.

순간 남자 품에 안겨 있는 여자를 본다.


태희 : 윤희야! 너 윤희니?

술집여자 : 아닌데요? 누구세요?

태희 : (본다. 보더니 도로 나간다)

사내1 : 야 이 자식들아! 뭐 하구 있어? 얼른 붙잡아 내쫒지 못해!


사내들, 태희를 잡으로 달려들면 태희, 재빠르게 피하며 멈추지 않고 다른 방문을 계속 연다.



56. S# 대기실.


쿵!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는 태희. 야한 옷차림으로 각자 치장을 하고 있던 아가씨들 일제히 돌아보면.


태희 : 윤희야! 윤희 이 안에 있니? 김윤희! 나 언니야! 태희 언니! (이 여자 저 여자 돌아보며) 윤희야! 윤희야 대답해!


그러나 아가씨들, 전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태희를 볼뿐.

태희, 수많은 아가씨들 얼굴을 돌아보는데 그 때 뒤에서 나꿔채는 팔.


태희 : (뿌리쳐보지만 이번엔 사내들도 단단히 붙잡았다) 윤희야! 나 태희 언니야! 대답해봐! 윤희야!


태희, 끝까지 버티며 윤희를 부르고 찾지만 결국 똘마니들에게 에워싸인 채 밀려나간다.


태희 : (끝까지) 윤희야! 윤희야아아!!! (끌려 나간다)



57. S# 나이트클럽 전용출구.


반짝거리는 네온사인 밑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선우. 손님이 나올 때마다 얼굴을 확인한다.

그러나 모르는 사람들일 때마다 조금씩 맥이 빠져가는. 크게 한숨을 푹 내쉬는데

바로 그 때 사내들에 의해 이끌려 나오는 태희, 거칠에 바깥으로 내밀린다.

선우, 놀라서 벌떡 일어나 보면 태희, 돌아서서 다시 들어가려고 하자 완강하게 저지당한다.


태희 : 내 동생 어딨어! 내 동생 보여줘! 내 동생 보여 달란 말야!

사내1 : (뒤에서 나타나더니) 이봐, 아가씨.

태희 : (흐트러진 얼굴로 숨을 몰아쉬며 보면)

사내1 : 당신 동생 여기 없어.

태희 : (멍..하게 보며) 뭐?

사내1 : 어떤 돈 많은 여자가 동생 찾는다 길래 몇 푼 뜯어볼까 하구 거짓말 했다구. 알아들어?

태희 : !

사내1 : 없어진 동생 갖구 장난쳐서 미안한데. 그냥 똥 밟았다 생각하구 그만 돌아가슈. 어? (하면서 돌아서려는데)

태희 : (순간 분노로 사내1의 뺨을 날려버린다)


짝! 사내1, 완전히 열 받아 태희를 보더니 같이 때리려고 손을 확! 들어올린다.

태희, 꼼짝도 않고 노려보면.


사내1 : (태희의 시선에 조금은 주눅이 들어 보더니) 그래. 내가 참는다. 내가 참어. 어우우. (돌아서서 들어간다)


사내들, 우르르 따라 들어가면 뒤에 혼자 남겨진 태희.

선우, 어정쩡하게 선 채 태희를 바라본다. 태희, 주르르 눈물을 흘린다.

선우, 멈칫.. 본다. 어쩌지? 하면서 보다가 천천히 다가서며 조심스럽게.


선우 : 저기요.. 괜찮으세요?

태희 : ...

선우 : 어디 다치신 거 아니예요? 네?

태희 : (천천히 시선을 들어 선우를 본다)

선우 : (어색하게 웃어 보이면)

태희 : (말없이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낸 뒤 그대로 선우 앞을 스쳐 지나온다)


그렇게 타인처럼 모르는 얼굴로 윤희 앞을 스쳐지나오는 태희.

그런 태희를 걱정스럽게 돌아보는 선우의 얼굴에서 스틸.

<5부 끝>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