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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두] 08 - 갈림길 (下)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8.11.18|조회수331 목록 댓글 0

[유리구두] 08 - 갈림길 (下)











1. S# 국밥집 안. N


선우와 황국도의 혈전 2라운드.

남방까지 찢겨나가고 메리야스 차림으로 황국도를 밀어내는 선우.

황국도, 완전히 약이 바싹 올랐다. 끝까지 놓치지 않겠다고 선우를 나꿔채서 넘어 뜨리면

선우, 기운이 많이 빠져있다. 일어서려는데 황국도 선우의 두 팔을 잡고 누른 채 꼼짝 못하게 해 버린다.

선우, 숨을 몰아쉬며 올려다본다.

황국도 승리의 미소.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막 선우 얼굴에 뽀뽀하려고 한다.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돌리는 선우.

바로 그 때. 드르륵! 열리는 문. 번쩍 고개 들어 쳐다보는 황국도와 올려다보는 선우.

문을 열고 들어서려던 오산 댁과 승희도 얼어붙은 듯 서 있다. 순간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삽겹살 봉지.


오산댁 : (너무 놀라 소리도 못 지른 채) 뭐야..!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야?

승희 : (옆에서 기막혀 입을 딱 벌린 채 보면)

황국도 : (썰렁해져서 슬그머니 일어난다)


황국도가 물러서자 재빨리 일어나며 뒤로 물러서는 선우, 찢어진 남방으로 최대한 몸을 숨기려고 애쓴다.

그 몸짓 안타깝고 서글픈..선우 글썽..! 눈물고인 시선으로 오산댁을 쳐다보면.


승희 : 이선우 너어..! (기막혀 말도 안나와 보면)

오산댁 : (두 눈 부릅뜨고 황국도를 홱 째려본다)

황국도 : 저.. 저기 나는 아무 죄 읎어. 참 말이여. 나는 기냥 술 한 잔 마시고 잘라 그랬는디 저 년이.. 저, 저 년이 글씨 나한티..

선우 : 아저씨!

황국도 : (찔끔.. 입을 다물면)

오산댁 : (홱 선우를 째려본다)

선우 : 아니예요 아줌마. 그런 거 아니예요.. 저 아무 짓두 안 했어요. 정말이예요.

오산댁 : 나쁜 년! (다짜고짜 달려들어 선우의 머리카락을 쥐어 잡으며) 야 이 나쁜 년아! 니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니년이 이러고도 사람 년이야? 어떻게 니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어떻게 은혜를 웬수로 갚어 이 나쁜 년아!

선우 : (두 팔로 막으며) 아줌마! 아니예요. 그런 게 아니예요!

오산댁 : (인정사정없이 때리고 쥐어뜯으며) 이런 배은망덕한 년! 빌어먹을 년! 나가 이년아! 꼴두 보기 싫어 당장 나가아!!!

선우 : 아줌마아..

황국도 : (본다. 슬그머니 흐트러진 옷을 정리하며 흘끔 쳐다보면)

오산댁 : 아이고 엄니이!!! (복장 터져 자기 가슴을 쥐어뜯으며) 이제는 내가 살다 살다 이런 꼴가지 다 보네!

            아이고 내 팔자야!! 아이구 내 팔자아!! (곡 하듯 울음을 터뜨린다)

선우 : 아줌마.. (울먹이면서 보면)

승희 : (안으로 걸어들어 오더니 냅다 선우의 뺨을 날린다, 짝!)

선우 : ! (보면)

승희 : 너 나한테 죽고 싶어? 나 하나 물 먹였으면 됐지 왜 우리 엄마 눈에서 피눈물 나게 만들어! 니가 뭔데!

         그래, 철웅 오빠 하나로 모자랐니? 그래서 이번엔 우리 아저씨까지 꼬셨어?

선우 : 승희야 그게 아니야. 아니래두..

승희 : 너! 절대루 그냥 안 둘 거야. 절대루우!!

선우 : (변명도 못하고 하염없이 뚝.. 뚝.. 눈물만 떨어진다. 서러움으로 보면)

오산댁 : 나가 이 년아! 꼴두 보기 싫어! 이 나쁜 년! 다시는 내 눈앞에 얼씬두 하지 마! 어서 썩 나가지 못해! (악을 치는데)

선우 : (본다. 보다가 그대로 뛰쳐나간다)

황국도 : (본다. 저걸 어쩌나.. 보는데)

오산댁 : (순간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홱! 황국도를 째려본다)

황국도 : (찔끔.. 이젠 내 차례구나.. 떨떠름하게 시선 돌리면)



2. S# 국밥집 전경위로. N


오산댁E : 야아아!! 이 나쁜놈아!!!



3. S# 시장통 일각. N


대부분 문을 닫고 한산한 시장 통 거리.

그 한쪽으로 집으로 향하는 길여옥의 모습이 보인다. 지갑을 옆구리에 꼭 낀 채 걸음을 재촉하는데 어디선가 훌쩍거리는 소리.

길여옥, 한번 돌아본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다. 그대로 지나가려는데 다시 훌쩍거리는 소리.

길여옥, 돌아본다. 천천히 소리 나는 쪽으로 다가서는데 한쪽 구석에 보이지 않게 숨어있는 선우.


길여옥 : 거기 누구유?

선우 : (움찔.. 어두운 구석 쪽으로 더 깊이 파고들면)

길여옥 : (아무래도 이상해 바싹 다가가 보다가 놀란다) 너...? 선우 아니냐? 얘 선우야! (다가가 앉아서 살펴보면)


선우, 엉망이 된 머리와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 찢어진 남방을 꼭 여민 채 쭈그리고 앉아 애처로울 정도로 덜덜 떨고 있다.

눈물은 계속 흐르고 있는데 얼굴은 하얗게 질랜 채 무표정으로 보면.


길여옥 : 아이구 세상에.. (기막혀)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어떻게 된 일이야 어?

선우 : 할머니... (계속 덜덜 떨며 보면)

길여옥 : 아이구 안 되겠다. 핼미가 집까지 바래다줄 테니 어서 일어나.

선우 : (강하게 고개를 가로젓는다) 안돼요. 못가요 할머니. 그 집으로는 다신 안가요. 안 갈래요.

길여옥 : (멈칫.. 보면)

선우 : 할머니.. 저 좀 데려가주시면 안돼요? 저 좀.. 저 좀 데려가주세요... 네? (서러움이 밀려와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면)

길여옥 : (본다. 사태를 대충 짐작한 듯.. 침착을 되찾으며 따뜻하게) 일어날 순 있겠니?

선우 : (본다. 애처로운 얼굴에서)



4. S# 철웅의 집. (한옥집 마당) N


마당에서 아령으로 운동하고 있는 연웅. 백스물하나, 백스물둘.. 작게 세면서 팔 운동하는데.

그 때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철웅,

연웅, 하던 운동을 멈추고 돌아보면 철웅 손에 들고 있던 신문뭉치를 마루에 툭 던지면서 걸터앉는다.


연웅 : 뭐야? 그 옷 도로 가져온 거야? 왜? 이선우가 그거 마음에 안 든대?

철웅 : 말시키지 마. 피곤해. (그러면서 신발을 벗어던지는데)

연웅 : 저녁은?

철웅 : 생각 없다.

연웅 : 잘됐네. 남은 밥두 없었는데.

철웅 : (흘끗 보는데)


그 때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철웅과 연웅, 돌아보면 비틀거리는 선우를 부축해서 들어오는 길여옥.


길여옥 : 얘들아 와서 부축 좀 해다오.

연웅 : (놀라서) 할머니! 누구예요?


철웅도 선우를 알아보지 못한 채 멀뚱히 보는데 천천히 고개를 들어 보는 선우.


철웅 : ! (순간 뒷골이 서늘해져서 보더니) 이선우?

연웅 : (그 말에 놀라 다시 선우를 보면)

선우 : (순간 힘없이 그대로 푹 주저앉는다)

길여옥 : 아이구 선우야! 정신 채려! (부축하며) 아 뭐 하구 섰어? 와서 부축 좀 하라니까.

철웅 : (재빨리 다가서서 주저앉은 선우를 끌어안는다) 할머니 얘 왜 이래? 누가 이랬어? 어떤 자식이야!

길여옥 : 소란 떨지 마. 정신없다. 연웅아 너 방에 들어가 어서 이불 좀 펴.

연웅 : (엉거주춤 쳐다보다가 재빨리 방으로 뛰어 들어가면)

길여옥 : 얘 선우야 정신 좀 채려봐. 괜찮니?

선우 : (애써 몸을 가누려고 하는데 안 된다)

길여옥 : 안되겠다. 철웅아 니가 방으로 좀 옮겨야겠어.


철웅, 기진맥진한 선우를 보더니 어금니를 질끈 문다.

말없이 선우를 안아 올리는 철웅. 연웅의 방 쪽으로 선우를 데리고 들어간다.

길여옥, 그 뒤를 따르면.



5. S# 연웅의 방안. N


이불에 누워있는 선우, 식은땀을 계속 흘린다. 물수건으로 땀을 닦아내주는 길여옥.

그 옆에서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쳐다보는 연웅.


길여옥 : 몹씁 인간들. 세상에 애한테 무슨 짓을 헌거야 대체. (그러면서 선우의 식은땀을 닦아내준다)

연웅 : 누가 그랬는데 할머니?

길여옥 : 있다 그런 사람들. 에이, 경을 칠 인간들. 그렇게 하늘 무서운 줄 모르구 살다가 천벌 받지. 암.

            (그러다 선우 보면서) 선우야.. 너 몸은 좀 어떠냐? 정말 병원 안 가두 되겠냐?

선우 : (겨우 고개를 끄덕인다)

길여옥 : (순간 울화가 치밀어) 도저히 안 되겠다. 내 이 놈에 인간들, 경찰에다 신고해서 버르장머릴 고쳐놓든지 해야지.

            (일어서려는데)

선우 : (길여옥의 옷자락을 잡는다) 그러지 마세요, 할머니..

길여옥 : (? 보면)

선우 : 저.. 아무 일 없었어요. 정말.. 아무 일 없었어요. 그러니까 그냥 내버려두세요...

길여옥 : (안쓰러워 보더니) 세상에 이 착한 것을.. 에이 벼락 맞을 인간들!

선우 : ... (천천히 눈을 감으면)



6. S# 마루. N


어두운 마루 위. 연웅의 방 옆으로 마루에 걸터앉아 있는 철웅.

안의 소리를 다 들은 듯 표정 없이 깊게 숨을 들이키더니 벌떡 일어나 방으로 들어간다.



7. S# 철웅의 방. N


안으로 들어온 철웅, 잠시 두리번거린다. 한쪽에 놓여있는 야구배트가 눈에 띈다.

집어 들더니 툭, 손바닥 위로 한번 내려쳐보는데서.



8. S# 시장통 일각. N


어두운 시장골목을 야구배트를 목뒤에 걸친 채 표정 없이 성큼성큼 걸어오는 철웅. 표정이 없어 더 무섭고 비장한 느낌이다.



9. S# 오산댁네 국밥집 전경. N



10. S# 방안.


선우한테 물린 입술이 보기 싫게 부어올라있는 황국도. 잔뜩 우울한 표정으로 한쪽 구석에 앉아서 슬쩍 돌아보면

아예 머리를 싸매고 드러누운 오산댁. 끙끙 앓는 신음소리..


황국도 : 미안혀. 내가 술김이.. 머리가 어떻게 되었는 갑네.

            나는 참말로 딴 맘 읎었당께. 고년이 자꾸 내 눈앞에서 오락가락 수작을 떠는 바람이..

오산댁 : 으으응... (한층 더 크게 내는 신음소리)

황국도 : 미안혀. 미안허다고.


순간 벌떡 일어나 돌아앉는 오산댁. 황국도, 멈칫.. 쳐다보면.


오산댁 : 이런 쓰레기 같은 인간아. 니가 그러구두 사람이냐? 니가 그러구두 인간이야?

            어디서 건드릴게 없어 딸 같은 년을 건드려? 어?

황국도 : 글씨 그것이..

오산댁 : 시끄러! 이 화상아! 차라리 나가죽어! 나가죽어! (하면서 베개로 황국도를 인정사정없이 내리친다)

황국도 : (손으로 피하다가 홱 베개를 잡더니) 그랴? 참말로 나가 죽을까? 내가 죽으믄 자네 속이 후런허겄어?

            대답혀! 그렇다믄 지금 당장이라두 나가 죽어줄텡께! 이?

오산댁 : (순간 터지는 울음. 한쪽에 배게를 집어던지며) 야 이 나쁜 놈아! 차라리 같이 죽자! 같이 확 죽어버리자구 이 화상아!!

            (큰소리로 울면)

황국도 : (본다. 조금은 미안한 듯.. 보더니 슬그머니 안아 다독인다)

오산댁 : (확 밀치며 노려보더니, 다시 울기 시작한다)

황국도 : (입맛이 쓰다.. 시선 돌리면)



11. S# 국밥집 안. N


승희, 엄마의 울음소리에 방 쪽을 보면서 한숨 내쉬다가..


승희 : 선우 이 나쁜 기집애..


그러면서 넘어진 의자며 어질러진 테이블을 정리한다.

그러다 문득 바닥에 떨어진 반지 목걸이를 발견. 승희, 주워들어본다.


승희 : (다시 한 번) 나쁜 기집애.


그러더니 줄을 빼내고 반지를 손가락에 쏙 끼워본다. 맘에 든 듯 손을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드르륵! 턱! 거칠게 문 열리는 소리.

승희 반사적으로 손을 뒤로 감추며 돌아본다. 문 앞에 야구방망이를 든 채 서 있는 철웅.


승희 : (순간 반가워) 철웅 오빠! 어쩐 일이야 우리 집까지? 응?


철웅,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온다. 승희 의아해서 철웅을 보는데.


철웅 : 우승희 너. 뒤로 세 발짝만 가라.

승희 : (? 본다. 보더니 시키는 대로 천천히 뒤로 세 발짝 간다) 세 발짝 왔어. 근데 왜?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철웅, 순간 목에 걸치고 있던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퍽! 테이블위에 꽂는다.

동시에 비명을 지르는 승희!


승희 : 오빠! 왜 이래! 철웅 오빠!


인정사정없이 테이블이며 국밥 집안에 있는 모든 기자재위로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철웅.

그러자 방문이 활딱 열리면서 내다보는 오산댁과 황국도. 순간 기함해서 뛰쳐나온다.


오산댁 : 아이구 이게 왠일이야! 저 망나닌 또 누구야! 어?

황국도 : (무서워서 달려들지도 못하고) 아니 저런 저런 미친놈...!


철웅, 세 사람은 안중에도 없다. 완전히 초토화를 시켜 버릴 듯 국밥집 안을 박살내고 있다.

오산댁, 발을 동동 구르며 쳐다보며.


오산댁 : 뭐해? 자기가 가서 좀 말려봐! 어?

황국도 : 그러다 맞으면 골루 가게 생겼는디?

철웅 : (와장창! 부수면)

오산댁 : (동동거리며) 아이구 어떡해 내 살림! 내가 미쳐미쳐!

승희 : (본다. 보더니 안 되겠는지 그대로 돌진해 철웅의 허리를 잡는다)

철웅 : ! (내려다본다) 이거 놔! 안노면 너두 맞는다.

승희 : (철웅의 허리를 꼭 잡은 채 깍지를 끼고) 싫어! 못 놔! 여기 우리 집이란 말야! 차라리 날 죽여! 날 죽이라구!!


철웅, 야구방망이를 든 채 씩씩거리며 승희를 내려다본다. 그제야 좀 정신이 돌아오는 듯..

거칠게 숨을 몰아쉬다가 한쪽에 있던 황국도와 시선이 마주친다. 승희를 매단 채 황국도 쪽으로 두어 걸음 옮기는 철웅.


오산댁 : 엄마야!!! (뒤로 물러서고)

황국도 : (물러서다가 벽에 턱! 걸린다)


바로 코앞으로 바싹 야구 방망이를 겨냥하는 철웅.

황국도 덜덜 떨면서 야구방망이와 철웅을 번갈아보며.


황국도 : 워.. 워째 이런댜. 말루 혀. 말루... 이?

철웅 : (씩씩거리며 보더니) 선우가 가만 두라고 안했으면 당신부터 박살냈을 거야.

승희 : (선우라구? 멈칫.. 고개 들어 본다)

오산댁 : (? 본다)

황국도 : (보면)

철웅 : 선우 두 번 다시 괴롭히지 마. 접근하지두 마. 그 여자.. 내 여자야.

         만에 하나 선우한테 무슨 일 생기면 당신들 내가 가만 안 둬. 알았어?

승희 : ! (천천히 잡았던 손을 풀고 일어서서 철웅을 본다)


철웅, 아직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씩씩대며 보더니 돌아서서 발에 걸리는 걸 냅다 걷어찬다.

그러더니 벌벌 떠는 황국도와 오산댁을 뒤로하고 나간다.

철웅, 밖으로 나가자 마자 바닥에 주저앉는 황국도.


오산댁 : (얼른 다가앉으며) 자기야. 괜찮아? 어?

황국도 : (침을 꿀떡 삼킨다. 영락없이 맞아죽는 줄 알았다. 보면)


승희, 천천히 두어 걸음 앞으로 나가 멈춰서더니 멍하게 철웅이 나간 문을 바라본다.

‘그 여자.. 내 여자야’라구? 충격으로 멍해진 승희의 시선에서.



12. S# 철웅의 집. 마당. N


안으로 들어오는 철웅, 방망이를 든 채 수돗가로 간다.

바가지에 물을 퍼서 꿀떡꿀떡 삼키는 철웅. 바가지를 도로 던진 뒤 턱을 쓱 문질러 닦으며 연웅의 방을 본다.

불이 꺼져 있는 방. 철웅, 조용히 그 방 옆에 다가서더니 방망이를 가운데 척! 세우고 마루위에 걸터 앉는다.

마치.. 밤새 선우를 지켜주기라도 할 듯 그러고 앉은 철웅의 모습에서. 천천히 fade-out.



13. S# 철웅이네 집 전경. (아침)



14. S# 연웅의 방.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짐짓 잠에서 깬 선우 습관적으로 벌떡 일어나다가 멈칫.. 옆에서 자고 있는 연웅을 본다.

선우, 입고 있는 옷도 연웅의 옷인 듯.. 작은 한숨.. 바깥쪽을 돌아보면.



15. S# 마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 선우, 나오다가 발에 뭔가 걸려 보면

철웅이 야구방망이를 꼭 끌어안은 채 마루에서 새우잠을 자고 있다.

선우, 보는데 안방 문이 열리며 나오는 길여옥.


길여옥 : 벌써 일어났니? 왜 좀 더 자지 않구.

선우 : 많이 잤어요.

길여옥 : 몸은 괜찮구?

선우 : 네에. (겸연쩍게 웃으면)

길여옥 : (본다. 더 이상 묻지 않는다. 그러다 철웅을 보더니) 근데 얘는 왜 여기서 이러구 자나?

            (철웅의 엉덩이를 손으로 툭툭 두드리며 인자하게) 철웅아, 아가. 어여 일어나 들어가 자. 한데서 춥게 왜 이러구 있어.

철웅 : (꼼짝도 안한다)

길여옥 : 철웅아..

철웅 : (잠결에) 선우한테 손만 대봐. 그냥 안 둬.. 짜식들..

선우 : (멈칫.. 내려다보면)

길여옥 : (허허 웃으며) 허이구 이 녀석 잠꼬대 하는 것 좀 봐라.

선우 : (짐짓 웃음.. 철웅을 보면)


철웅, 방망이를 끌어안은 채 곤히 자는 얼굴에서.



16. S# 국밥집 안.


화면, 이동하면. 어젯밤 철웅의 야구방망이에 무참히 뭉개져버린 가게 안.

오산댁, 한쪽에 앉아 한숨.. 또 한숨. 밤새 그러고 앉아있었던 듯 초췌한 얼굴로 도저히 치울 엄두도 못낸 채 바라만 보고 있다.



17. S# 방안.


황국도, 담배꽁초 수북한 재떨이를 앞에 대고 계속 뻐끔뻐끔 담배를 피운다. 단한번의 열정이 이런 화를 초래하다니.. 후회막심.

길게 후! 연기를 내뿜는데서.



18. S# 다락방.


한쪽구석에 무릎을 세운 채 앉아 있는 승희. 표정 없는 얼굴.. 그러나 눈에는 질투심과 분노가 이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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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웅 : 그 여자.. 내 여자야! 만에 하나 선우한테 무슨 일 생기면 당신들 내가 가만 안 둬. 알았어?


승희, 손가락에 낀 선우반지를 본다. 잠시 바라보다가 손가락에서 그 반지를 빼더니

갑자기 선우가 쓰던 책상 쪽으로 힘껏 던져버린다. 거울에 맞으며 탁! 거울이 깨져버리는.


승희 : (보며) 절대 그냥 안 둬. 절대루. (씩씩거리는 시선에서)



19. S# 평창동 전경.



20. S# 식당.


김필중, 안으로 들어오면 태희, 현자, 서준, 자리에서 일어난다.


김필중 : 앉어라. (먼저 앉으면)


따라서 각자 자리에 앉는다.

김필중, 숟가락 들고 국물을 떠먹으면 일제히식사를 시작하는 태희, 현자, 서준.


김필중 : 오늘이 필기시험 날이지?

태희 : 네 할아버지.

김필중 : 자신은 있냐?

태희 : 네.

김필중 : (빙긋 웃음) 기대해보마.

현자 : 암튼 유별난 건 알아줘야 해. 그냥 들어가 일 배워도 될 걸 굳이 시험까지 쳐가며 들어갈건 또 뭐야.

         그러다 시험점수 나쁘면 그건 또 무슨 챙피냐구.

태희 : (여유롭게) 걱정 마세요. 챙피한 일 없도록 할께요.

서준 : 당연히 그렇겠죠. 누난 머리가 좋으니까. 대학 다닐 때두 내내 장학금까지 타구 다녔잖아요. 나는 꿈도 못 꿔본 일이지만.

현자 : 너 머리 나빠 장학금 못탄 거 아니야. 노력을 안 해서 그런 거지.

김필중 : 머리만 믿구 노력안하는 게 더 나빠.

현자 : 아버진 왜 서준이 얘기만 나오면 그렇게 부정적으루 말씀하세요?

김필중 : 힘들게 대학 나와도 취직하기 어려운 세상이야. 너, 요즘 실직해서 거리에 나앉는 사람이

            하루에 몇 만 명인지 알구 있니? 하루 한 끼 벌어 먹구 살기 위해 다들 얼마나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지 알아?

현자 : 그게 서준이랑 무슨 상관이예요?

김필중 : 요즘 젊은 녀석들, 집안에 돈 좀 있다고 무조건 외제차에 사치하고 낭비하며 돌아다녀.

            그런 놈들 보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얼마나 헛심 빠지고 맥 빠지는지 알기나 해?

현자 : 대한민국 자본주의 국가예요. 아버지. 있어서 좀 쓰구 다니는데 그게 뭐가 나빠요?

김필중 : 자본주의 민주주의 그거 다 더불어 잘 살아보자고 만든 거야.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사회 물 흐리는 놈들은

            그저 죄다 쓸어 모아 한강물에 던져버려야 해. 그래야 사회가 깨끗해.

현자 : 지금 그거.. 서준이 두고 하시는 말씀이세요? 서준일 한강물에 던져버리고 싶다 그 말씀이세요?

김필중 : 정신 못 차리구 살면 던져버려야지.

현자 : (기막혀 본다)

서준 : (겸연쩍게 시선 내리면)

태희 : 서준이 잘 하구 있어요, 할아버지. 레스토랑 가끔 들려보면 성실하게 사장업무 잘 보구 있구요.

         부하 직원한테 잘하는 거 보면 기특해요. 저번 달엔 꽤 흑자두 냈구요.

김필중 : 그거 자랑 아니야. 집에서 대준 돈으로 사업하는데 흑자 내는 게 당연하지.

현자 : 서준이가 잘하는 건 당연한 거구 태희가 잘하는 건 기특하고 대견하구요?

김필중 : 태희는 근본적으로 다른 아이야. 아무한테나 비교하지 마라.

현자 : (본다. 열 받아 보더니 그대로 숟가락 탁 놓는다) 죄송해요 아버지. 얹혀서 아침식사 못하겠어요. 먼저 일어날께요.

         (일어서는데)

김필중 : 그렇게 맨날 빈둥 거리구 앉었으니 소화불량에 걸릴 만두 하지.

현자 : (본다. 보더니 그대로 찬바람 나게 나가버린다)

서준 : (보면)

태희 : (눈짓으로 따라가 보라는 듯)

서준 : 죄송합니다, 할아버지.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나가면)

태희 : 할아버지. 심하셨어요.

김필중 : 저렇게 한 번씩 눌러줘야 정신을 차리지. 신경 쓰지 말구 어여 식사해. 시험 보려면 든든히 먹어야 한다.

            (하면서 국물을 떠 먹으면)


태희, 김필중을 본다. 지나친 할아버지의 사랑이 오히려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시선에서.



21. S# 이층 거실.


와인병과 와인 잔을 들고 올라오는 현자. 소파에 앉더니 한잔 가득 따라 꿀꺽꿀꺽 마신다.

그 뒤로 따라 올라온 서준, 보면 현자, 끝까지 다 마시더니 다시 한잔 따르려고 한다.

서준, 그 잔 뺏으며.


서준 : 엄마. 아침이예요. 아침부터 술 취한 거 보기 싫어요.

현자 : 맨 정신으론 살수가 없잖아! 맨 정신으론!

서준 : 그래도 이러지 마세요. (부드럽게 술잔과 병을 뺏어 한쪽에 놓으면)

현자 : 서준아. 너 다시 공부해. 다시 공부해서 너두 할아버지 회사에 들어 가. 그래서 엄마 분풀이 좀 해줘. 응?

서준 : 엄마. 나 그런 욕심 없다는 거 알잖아요.

현자 : 넌 욕심이 너무 없는 게 문제야! 니가 매사에 그런 식이니까 엄마까지 맨날 할아버지한테 무시당하며 살지!

서준 : ...

현자 : (다시 애원조로) 너 똑똑하구 능력 있는 애야. 할아버지 회사에 들어가더라두 충분히 잘해낼 수 있어. 엄마가 알아.

         그러니까 엄말 봐서라두 회사에 들어가. 응?

서준 : 죄송해요 엄마. 그것만큼은 못해드려요.

현자 : 왜! 왜 못해!

서준 : 태희 누나 상대루 파벌 만들구 힘겨루기 싸움하는 거 싫어요. 같은 식구끼리 그런 짓 하는 거.. 절대 안 할 거예요.

현자 : 바보 같은 자식.. (속상해 눈물까지 글썽이며 바라보면)

서준 : (본다. 보더니 가만히 현자 옆에 걸터앉아 뒤에서 안아준다) 엄마 많이 사랑해요.

         이렇게 엄말 사랑하는 아들이 있는데.. 뭐가 더 갖고 싶으신 거예요.

현자 : (속상해 고개를 돌리면)

서준 : 조금만.. 엄마가 조금만 더 욕심을 버리세요. 그럼 모두가 편해져요.

현자 : ...


그 뒤로 올라오던 태희, 두 모자를 본다. 잠시 보다가 조용히 도로 내려간다.



22. S# 거실.


천천히 층계를 내려오는 태희, 조금 전 현자와 서준의 모습이 부러웠던 듯 다시 올려다보는데서.



23. S# 철웅의 방.


방망이를 턱턱 손바닥에 치면서 왔다 갔다 하는 철웅.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그러더니 거울을 보고서서.


철웅 : 이선우. 나하구 같이 살자. (이건 좀 아니다, 갸웃하더니 짐짓 웃으며 조금은 비굴하게)

         이선우. 너.. 우리 집에서 살면 안 되겠냐? 어? (이것도 좀 아니다. 뭔가 딴 말 없을까? 생각하는데)

길여옥E : 어디 가니?

철웅 : (? 돌아보면)



24. S# 철웅의 집 마당.


부엌에서 설겆이를 마친 듯 앞치마를 풀며 나오는 길여옥 마루에 걸터앉아 신발을 신고 있는 선우를 보며.


길여옥 : 어딜 갈려구?

선우 : (일어서며) 집에..요.

길여옥 : 아니 거길 뭐 하러 다시 가? 그 험한 꼴 당하구두 또 가고 싶니?

선우 : 달리 있을 데가 없잖아요. 거기 말구는.. 아줌마가 받아주실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래두 한번 가볼려구요.

길여옥 : 됐다. 여기 있어라.

선우 : (멈칫.. 본다)

길여옥 : 새벽에 아범하구 잠깐 통화했다. 너만 불편하지 않으면 여기서 지내도록 해. 방은 연웅이랑 같이 쓰면 될 거구.

            그것이 좀 덤벙 거리구 털털한 데가 있지만 착해.

선우 : 하지만..

길여옥 : 왜. 우리 집이 불편하니?

선우 : 아뇨. 그게 아니라 신세 짓는 게 죄송해서 그렇죠.

길여옥 : 그런 소리 마라. 너 같은 애라면 열이라두 받아줄 수 있어.

선우 : (보면)

길여옥 : 지난 몇 년간 옆에서 쭉 지켜보면서 너 때문에 마음 아픈 적 많았다.

            마음 착하구 성실한 것이.. 그 동안 얼마나 몸 고생 마음 고생 많았니?

선우 : (순간 목이 뜨거워져서 본다)

길여옥 :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며) 여기서 지내도록 해. 그리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적어도 마음만은 편히 지낼 수 있을게다.

선우 : 할머니..

길여옥 : (따뜻하게 웃어주며 등을 톡톡 두드려준다)


그 때 방에서 나오는 연웅,


연웅 : 할머니. 도시락은요?

길여옥 : 부엌에 싸 놨다. 아 참 연웅아.

연웅 : (신발 신으며) 네?

길여옥 : 너 당분간 선우랑 방 좀 같이 써야겠다. 그래두 괜찮지?

연웅 : 글쎄. 괜찮을까 모르겠네?

길여옥 : 아니 왜?

연웅 : 나, 잘 때 코 많이 골거든요. 잠버릇두 험해서 어렸을 때부터 내 발길질에 할머니두 나가 떨어지구

         철웅 오빠도 나가떨어졌어요. 그래두 괜찮다면 뭐... 난 언제든 대환영이예요.

선우 : (웃음) 고마워요.

연웅 : 말 놓으세요. 그래야 저두 언니라고 부르기 편하죠.

선우 : 고마워.

연웅 :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요 언니. 더불어 우리 오빠두 잘 부탁 드리구요.

선우 : (웃는다)

길여옥 : (웃으면)



25. S# 철웅의 방안.


방문 앞에서 다 듣고 있던 철웅. 순간 기분 째진다! 선우가 우리 집에서 산다!

돌아서서 예스! 포즈를 하더니 월드컵에서 축구선수가 골을 넣고 추는 춤을 추기 시작한다!

(철웅이답게 최대한 신나고 코믹하게 추어줄 것!) 모습에서.



26. S# 제하빌딩 전경.



27. S# 빌딩 안.


필기 시험장. 강연회장 같은 곳에 꽉 들어찬 1차 합격자들. 감독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다들 문제 풀기에 여념이 없다.

그 한쪽으로 보이는 태희. 굉장히 여유롭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답안지를 채워가고 있다.

“종료 10분전“이라는 감독관의 목소리.

태희, 동시에 볼펜을 내려놓는다. 다 풀었다.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드는 얼굴위로.


재혁E : 가장 시급한건 인력보강입니다.



28. S# 회장실.


한쪽엔 진상만이 다른 한쪽엔 재혁과 오한영이 나란히 앉아있다.

상석에 앉아 가만히 듣고 있는 김필중 위로 계속.


재혁 : pcs사업은 발로 뛰는 영업만으론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리 고객을 확보해도 그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해주지 못하면

         자연히 고객들도 떨어져나가게 돼 있습니다.

진상만 : 그래서 말하자는 골자가 뭡니까? (비꼰다) pcs사업을 서비스업으로 바꾸기라도 하자는 겁니까.

재혁 : 바로 그렇습니다.

진상만 : (멈칫.. 본다)

김필중 : (보면)

재혁 : 고객을 얼만큼 만족시킬 수 있느냐.. 고객들에게 얼만큼이나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느냐..

         그 숙제를 풀어야만 제하통신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두뇌인력이 절실히 필요한때죠.

진상만 : 이번에 채용되는 신입사원 몇을 그 쪽으로 보내드리죠.

재혁 : 아마츄어는 필요 없습니다. 저는 프로를 원하고 있습니다.

오한영 : (준비한 서류철을 김필중과 진상만 앞에 내민다)

김필중 : (내용을 찬찬히 훑어본다)

재혁 : 그 인력들을 스카웃 할 수만 있다면 제하통신을 살려볼 수 있겠습니다.

진상만 : (대충 보더니) 이 사람들은 지금 가장 잘나가는 통신회사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을 다 데려오려면 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알고 있습니까?

재혁 : 투자한 돈에 몇 백배, 몇 천배를 남길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김필중 : 자신 있나?

재혁 : (? 보면)

김필중 : 이 사람들을 스카웃 해 올 자신이 있냐고 묻는 거야.

재혁 : 자신 없으면 명단을 보여드리지도 않았을 겁니다.

김필중 : (안경을 문질러 닦으며) 그렇다면 해봐.

진상만 : 회장님..!

재혁 : (역시 통이 큰 사람이군. 보면)

김필중 : 단. 잊지 말게. 삼 개월이야. 그 기간 안에 승부처를 잡지 못하면

            자네를 비롯해 자네가 스카웃 해 온 사람들 모두 실업자가 되는 거야. 책임질 각오는 돼 있겠지?

재혁 : 물론입니다 회장님.

김필중 : 좋아. 그럼 해봐.

재혁 : 감사합니다. 회장님.

진상만 : (불만스럽게 재혁을 보는 시선에서)



29. S# 비서실.


회장실에서 나오는 진실장과 재혁, 그리고 오한영.


진실장 :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말 압니까?

재혁 : (? 돌아보면)

진실장 :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있는 회사에 또 다시 돈을 쏟아 붓는 거야 말로..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죠.

재혁 : 무슨 말씀입니까?

진실장 : (보며) 사업은.. 젊은 혈기만으로 밀어 부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더구나 객기를 부려서는 더더욱 위험해지죠.

재혁 : (빙긋 웃음) 하나 묻겠습니다.

진실장 : 얼마든지.

재혁 : 진실장님은 회장님을 존경하십니까?

진실장 : 물론이죠. 그 분이 죽으라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재혁 : 그렇다면 더 이상 제 일에 간섭하지 마세요. 회장님이 직접 결정하신 일입니다. 저를 선택하신 것두 회장님이시구요.

         제 능력을 의심하는 건.. 결국 회장님의 판단을 의심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걸 아셔야죠. 안 그렇습니까?

진실장 : (멈칫.. 표정이 굳어서 본다. 보면)


재혁, 여유 잃지 않은 표정으로 까딱 인사한 뒤 그 앞을 지나쳐간다. 오한영 역시 빙긋 웃는 웃음으로 그 뒤를 따라가면

진실장, 저 자식이? 불쾌한 표정이 역력해서 본다. 시선에서.



30. S# 복도.


걸어오는 재혁과 오한영.


오한영 : 한국인들의 권위의식 정말 지긋지긋하군요.

재혁 : 신경 쓸 거 없어. 그럴 거라고 했잖아. (보며) 거기 명단에 있는 사람들 접촉 시작해.

오한영 : 이미 시작했습니다.

재혁 : 적자로 망해가는 회사한테 쉽게 안 넘어 올 거야. 배팅 할 건 돈밖에 없어.

         회장님한테 결재 떨어졌으니 크게 걸어. 돈에 안 넘어 올 놈 없으니까.

오한영 : 그러죠, 선배.

재혁 : 팀장이야. 앞으론 그렇게 불러.

오한영 : 명심하겠습니다. 팀장님.


한쪽으로 코너를 도는데서.



31. S# 재혁의 사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재혁, 멈칫.. 보면 태희, 책을 들척이다가 고개를 들어 본다.


재혁 : 어쩐 일이야?

태희 : 나 오늘 필기시험 쳤어.

재혁 : 그런가? 오늘 필기치는 날인가? (책상 앞으로 다가와 서류 내려놓고 앉으며) 그래서 시험은 잘 쳤구?

태희 : 어렵지 않았어.

재혁 : (웃음. 책상위의 서류들을 검토한다)

태희 : (빤히 본다)

재혁 : (? 보더니) 뭘 그렇게 빤히 쳐다봐.

태희 : 근사해. 너 그러구 앉아있으니까 되게 능력 있어 보인다.

재혁 : (본다. 보더니) 뭐야?

태희 : 뭐가?

재혁 : 칭찬하는 게 수상해. 말해봐. 원하는 게 뭐야?

태희 : 눈치 챘니? (웃음) 나랑 차 한 잔만 하러 가자. 딱 삼십분만 괴롭히구 고히 돌려보내 줄께.

재혁 : (본다. 보더니 픽 웃음) 그래. 나가자. (일어선다)

태희 : (웃음. 일어서면)



32. S# 엘리베이터 안.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 재혁과 태희, 단 둘만 타고 있다.

태희, 재혁을 계속 본다. 재혁, 내려가는 층수만 올려다본다. 보면서.


재혁 : 그만 쳐다봐. 내 얼굴 뚫어지겠다.

태희 : 원래 오랫동안 굶주린 사람은 식탐이 있는 법이야.

재혁 : 나 니 먹이감 아니야.

태희 : (빙긋 웃더니 갑자기 엘리베이터의 정지 버튼을 누른다)


멈춰서는 엘리베이터.

재혁, 멈칫.. 돌아본다. 보면.


태희 : 우리 키스하자. 나 너한테 키스하고 싶어.

재혁 : (본다. 보더니 픽 웃음 다시 내려가는 버튼 누른다)

태희 : (그러자 다시 정지 버튼을 누른다)

재혁 : (태희를 보며) 장난치지 마.

태희 : 나 장난 아니야. 내가 장난하는 것처럼 보이니?

재혁 : (? 보면)

태희 : 사실은 니가 돌아오는 날 멋지게 끌어안고 키스부터 하고 싶었어.

         근데 니가 너무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너무 놀라구 반갑구.. 그래서 까맣게 잊구 지나쳐버렸어.

재혁 : 그래두 이건 너무 장난 같잖아.

태희 : 장난 아니래두. 나 지금 등에서 식은땀 흘러. 거절당하면 챙피해서 다신 니 얼굴 못 볼 지도 몰라.

재혁 : 그래두 이건 아니야. (그러면서 다시 내려가는 버튼 누르면)

태희 : (다시 정지 버튼 누른다. 보며) 이 장소가 싫다는 거니 아님 나한테 키스하기 싫다는 거니?

재혁 : (본다)

태희 : (진지해져서 보면)

재혁 : (잠시 바라보더니 가만히 태희 얼굴에 손을 가져간다)

태희 : (본다. 살며시 눈을 감는다)

재혁 : (본다. 천천히 입술을 가져가려는데)


갑자기 엘리베이터 마이크에서 경비 소리.


소리E. : 거기 두 분!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엘리베이터 가지구 장난치지 마세요!


순간 놀라서 얼른 떨어지는 재혁과 태희. 둘 다 어색해서 고개 돌리다가 재혁, 무안해서 헛기침 한번 한 뒤.


재혁 : (얼른 스피커 버튼 누르고) 죄송합니다. (그리고 다시 내려가는 버튼 누르면)


내려가기 시작하는 엘리베이터. 어색하게 나란히 서 있는 태희와 재혁.

순간 태희가 먼저 픽 웃는다. 재혁, 같이 픽.. 웃으면 두 사람, 킬킬거리며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땡! 도착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태희, 웃으면서 먼저 내린다.

재혁, 고개 들어 본다. 시선에서.



33. S# 로비.


태희, 겸연쩍은 듯 웃음 띈 얼굴로 걸어오면 그 뒤로 따라 나오는 재혁, 앞서 가는 태희를 보더니 갑자기 태희의 팔을 붙잡는다.

태희 ?해서 돌아보면 재혁, 태희를 끌고 어딘가로 간다.



34. S# 비상구. (또는 회사 내 한적한 곳)


태희의 팔을 잡아당겨 데리고 오는 재혁.

태희, 대체 무슨 일인가 판단도 못하는 상황인데 재혁 그대로 태희를 자기 앞으로 돌이켜 세우더니 키스한다.

긴 입맞춤. 두 사람의 발 옆으로 툭.. 떨어지는 태희의 가방.

잠시 후 천천히 물러서는 재혁, 태희를 보면 태희, 감았던 눈을 뜨고 재혁을 본다.

잠시 멍해져서 바라보더니 빙긋 웃음. 웃더니.


태희 : 한 번 더 하자.

재혁 : (짐짓 웃음) 안 돼. 습관 되면 못써. (그러더니 태희의 가방을 집어 들어 툭툭 털더니 넘겨준다)

태희 : (받아들면)

재혁 : (먼저 나간다)

태희 : (돌아본다. 빙긋 웃음에서)



35. S# 빌딩 현관앞.


출입문을 열어주는 재혁, 그 옆으로 나오는 태희.

두 사람, 둘 만 아는 시선으로 서로 겸연쩍게 웃으면서 나오는데 그 앞으로 프레임-인 되는 서준.

태희, 멈칫.. 걸음을 멈추고 본다.


태희 : 서준아.

재혁 : (본다. 보다가) 윤서준?

서준 : (? 보면)

태희 : 못 알아보겠니? 장재혁이야.

서준 : (그제야) 아아. 재혁이 형. 왔다는 얘긴 들었어요. 만나서 반가워요.

재혁 : 그래 반갑다. (서준과 악수하면)

태희 : 근데 니가 여긴 왠일이야?

서준 : 흥신소에서 연락이 왔었어, 누나. 윤희하고 비슷한 사람을 찾았대.

태희 : (순식간에 표정 변해서 본다)

재혁 : (? 보면)

태희 : 이번엔.. 확실한 거래?

서준 : 아직 그것까진 잘 모르겠어. 근데 여러 가지 상황 같은 걸로 봐선 이제까지 찾아낸 사람들 중에서 가장 비슷한가봐.

태희 : (본다. 보다가) 거기 어디야? 어디니?

재혁 : (태희의 그런 모습을 본다. 시선에서)



36. S# 국밥집 안.


오산댁, 부서진 테이블들을 한쪽에 밀어놓고 대충 바닥을 쓸고 있다.

아무 말 없이 쓸다가 순간 신경질 나는지 쓸던 빗자루를 팍 던져버린다. 그리고는 방 쪽으로 걸어가 확 문을 열어젖히고는.



37. S# 방안.


오산댁 : 뭐하구 있어! 나와서 치우는 거나 좀 거들지!

황국도 : (돌아누워 있는 채로 안 움직인다)

오산댁 : 내 말 안 들려!

황국도 : (흘끗 보더니 천천히 일어나 앉는다. 긁적거리더니) 알았응께 소리 좀 그만 질러. 귀 따거 죽겄네.

오산댁 : 아이구 화상. 아이구 지겨워! (흘겨보더니 도로 방문 탁! 닫는다)

황국도 : (본다. 보더니 한숨..) 그랴. 갈궈라 갈궈. 죄인이 무신 할 말이 있겄냐. (그러면서 귀찮은걸 끙.. 일어서면)



38. S# 오산댁 국밥집 앞.


복잡한 시장 안으로 천천히 들어오는 서준의 차. 오산댁네 국밥집 앞에 선다.

안에서 내려서는 태희와 서준. 그리고 흥신소직원(7부에서 선우에게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물었던 사람)

흥신소 직원을 따라 국밥집 쪽으로 다가서는 서준과 태희.

태희, 잠시 멈춰 서서 국밥집을 쳐다보면.



39. S# 국밥집 안.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서는 흥신소 직원.


흥신소 : 실례합니다.

오산댁 : 장사 안 해요! 밖에 써 붙인 거 못봤어요? 내부 수리 중! 그렇게 써 있잖어요.

            (하면서 혼잣말로) 눈들 뒀다 뭐에 쓰나 몰라.

흥신소 : (어지러진 안을 한번 보더니 들어오며) 밥 사먹으러 온 게 아니라 뭣 좀 여쭤 볼려고 온 겁니다.

 

그 때 방에서 어기적거리며 나오던 황국도, ?해서 보면


흥신소 : 혹시 십육 년쯤 전에 정선에서 국밥집을 한 적이 있으시죠?

오산댁 : (? 본다)

황국도 : (천천히 다가서서 보며) 근디.. 누구시드라..

흥신소 : 혹시 그 때 트럭에 치여서 다친 아이를 데리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오산댁 : !

황국도 : !


오산댁과 황국도, 순간 공포로 얼어붙어 대답도 못한채 서로 시선 교환하면.


흥신소 : 이름은 김윤희구요, 그 때 나이가 아홉 살이었으니까 지금은 스물다섯쯤 됐을 겁니다.

오산댁 : (점점 불안해서 쳐다보면)

흥신소 : 그 사람을 찾는 분을 직접 모시고 왔습니다. (하면서 한쪽으로 비켜서면)


국밥집 안으로 들어서는 태희와 서준.

태희, 들어서면서 난장판이 된 국밥집 안을 보고 멈칫..한다.

오산댁, 황국도 예사롭지 않은 태희의 모습에 긴장하고.

태희, 그들을 본다. 보는 얼굴에서.



40. S# 국밥집 앞.


슬리퍼를 찍찍 끌며 걸어오는 승희, 오다가 국밥집 앞에 세워져 있는 고급승용차를 본다.

어? 이런 고급차가 왜 우리가게 앞에 서 있지? 승희, 차 옆으로 다가와 슬며시 구경한다. 와.. 감탄하는 얼굴에서.



41. S# 국밥집 안.


오산댁 : 몰라요! 우린 그런 애 몰라요. (그러면서 황국도 쿡 찌르면)

황국도 : 그라믄요. 나는 운전면허도 없는디 우째 트럭을 몰겄어요. 절대 그런 일 읎었당께요.

흥신소 : (태희를 보면)

태희 : 사고 낸 걸 추궁하러 온 게 아니예요. 제 동생을 찾으러 온 거예요. 제 동생이 여깄는지 그것만 대답해주시면 돼요.

황국도 : 어따! 말두 안 되는 소리 그만 허랑께요. 댁네동생을 워째 우리한테서 찾으냐 그 말이요!

오산댁 : 우린 몰라요! 모르니까 어서 나가요! 지금 말두 아니게 정신 사나운데 댁들까지 왜 이래요? 어서 나가요! 나가라니까!

태희 : (본다. 나즈막히 한숨 내쉬는데)


그 때 드륵 문 열리면서 들어서는 승희.


승희 : 밖에 차 누구 거야? (하면서 들어서는데)

태희 : (돌아본다. 멈칫..)


윤희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승희. 태희, 재빨리 살펴본다.

사람들 사이로 걸어들어 오는 승희, 어리둥절해서 보다가 태희와 시선 마주친다. 걸음을 멈추고 보다가.


승희 : (오산댁한테) 대체 무슨 일이야? 이 사람들 다 누군데?

오산댁 : (당황하며) 아무것두 아니야. 승희 넌 어서 안으로 들어가 있어! 어서!

승희 : 누구냐니까?

오산댁 : 글쎄 몰라두 돼 이년아. 어서 들어가! (하면서 혹시라도 승희가 허튼 말할까 억지로 안으로 들이민다)

태희 : (승희를 조금 더 보고 싶은 마음으로 한 발짝 앞서 다가서는데)

황국도 : (그 앞을 가로막으며) 어따 말 못 들었소? 돌아들 가라니께!

오산댁 : 참말로 안 나가면 경찰 불러요 우리.

서준 : 누나. 그만 가는 게 좋겠어요.


아쉬운 듯 승희가 사라진 안쪽을 보는 태희. 가로막는 황국도와 오산댁을 보더니 가방에서 종이를 꺼내 연락처를 적는다.

황국도 앞으로 내밀며.


태희 : 조금이라도 생각나는 게 있으면 여기로 연락주세요. 동생을 찾게 되면.. 사례는 충분히 해드리겠습니다.

황국도 : (일단 받아는 놓고) 알았응께 어서들 가쇼.

태희 : (본다. 보다가 말없이 돌아서서 나간다)

서준 : (따라 나가면)

흥신소 : (아쉬운 듯 보다가 황국도를 향해 돌아서며) 이봐요. 방금 나간 저 여자.. 누군지 압니까?

            김필중 회장의 손녀딸입니다. 제하그룹의 후계자요.

황국도 : 제.. 제하 그룹이요?

오산댁 : (어디서 들어보긴 했다. 흥신소직원을 보면)

흥신소 : 저 여자 동생만 찾아주면 당신들은 팔자 피는 겁니다. 내 말 아시겠어요? (그러더니 그대로 밖으로 나간다)


황국도와 오산댁, 서로 시선을 마주친다. 그러더니 손에 들린 연락처를 본다. 모습에서.



42. S# 국밥집 앞.


차에 오르는 서준과 태희. 마지막으로 흥신소직원까지 차에 오르면 시동을 거는 서준.

태희, 국밥집을 돌아본다. 왠지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 표정,

서준의 차, 출발하면.



43. S# 방안.


연락처가 적힌 종이를 들여다보는 승희. 그 옆으로 담배를 뻐끔뻐끔 피는 황국도와 심난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오산댁.


황국도 : 긍께.. 선우 그 지지배가.. 그 제하그룹의 손녀 딸이래는 겨?

오산댁 : 설마 그럴 리가.. (왠지 그 말을 듣는 것도 두렵다)

승희 : (?해서 두 사람을 돌아보면)

황국도 : 아까 그 남자가 그랬잖여. 연락처 남겨준 그 여자가 김필중 회장 손녀딸이라고.

            그 여자 말이 동생을 찾는다구 혔응께 선우도 손녀 딸이 맞지.

오산댁 : (더 심난해져서) 그나저나 어떻게 우릴 찾아냈을까? 응?

황국도 : 가진 게 돈뿐일 텐디 그 돈 갖구 뭐는 못 찾겄어.

승희 : ... (뭔가 생각하는 시선)

오산댁 : 우리 어쩌지? 또 도망쳐서 숨어살아야 하는 거야?

            도망친대두 뭐가 있어야 도망치지. 손에 쥔 거 암것두 없이 얼루 간대?

황국도 : 이참이 기냥 사실대루 말해버릴까?

오산댁 : 뭐어?

황국도 : 왜 아까 그랬잖여. 동생만 찾게 해주믄 사례는 충분히 허겄다고.

오산댁 : 그 말을 곧이들어? 십육 년 동안 언니 동생 갈라놓은 장본인들인데 그렇게 쉽게 용서될 거 같냐구.

            그리구 선우 그년 찾아주면, 그 년이 즈의 언니한테 우리 얘길 좋게 할 거 같어?

황국도 : 그러게 있을 때 좀 잘허지! 있을 때!

오산댁 : 나한테 지금 그런 말 할 자격 있는 사람이야, 당신? (째려보면)

황국도 : (쩝.. 할 말이 없다. 시선 돌리면)


옆에서 말 한마디 없이 듣기만 하던 승희, 손에 들고 있던 연락처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본다. 시선에서.



44. S# 철웅의 집 마당.


열심히 걸레를 빨고 있는 선우.



45. S# 마루.


여기저기 문질러 닦는다. 그러다 잘 안 닦이는지 손가락 끝으로 문지르다가 다시 걸레로 쓱쓱 문질러 닦아낸다.



46. S# 연웅의 방.


안으로 들어오는 선우. 방문과 창문 전부 열어놓고 청소를 시작한다.

여기저기 연웅의 취미가 곳곳에 보인다. 아령이라든가, 태권도복, 권투 글러브 같은 것들.

선우, 바라보면서 짐짓 웃음.. 그러다 나즈막히 한숨과 함께 습관적으로 목에 걸린 반지를 찾는다. 그런데 없다!

선우, 목을 더듬적거려보지만 반지 목걸이가 없다. 놀라서 돌아보면.



47. S# 다락방.


한쪽 구석에 앉아 태희의 연락처를 들여다보고 있는 승희. 승희의 시선에서.

flash-back>고급 승용차/ 잘 자려 입은 태희의 모습..

승희, 다시 연락처를 본다. 보다가 갑자기 책상 쪽으로 다가가 구석구석 뭔가를 찾기 시작한다.

여기저기 찾다가 책상 밑 저 안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꺼내면 승희 손에 들려져 있는 선우의 반지.

승희, 반지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48. S# 태희의 방. N


소파에 앉아있는 태희. 무릎을 세운 채 한쪽에 있는 사진을 바라본다.

손가락으로 아빠의 얼굴을 만져보는 태희. 그러다 천천히 고개를 든다. 아무래도 낮에 그 국밥집이 마음에 걸린다.

그 때 띠리리 울리는 전화벨. 태희, 돌아본다.



49. S# 시장 통 일각 공중전화. N


수화기를 들고 괜히 주위를 한번 돌아보는 승희의 얼굴. 왜 이렇게 안 받지? 초조하다.

신호 가는 소리를 기다리는데 저쪽에서 받는 소리.


태희F : 여보세요?

승희 : (멈칫.. 말을 못하고 당황한다)



50. S# 태희의 방.


태희 : 여보세요? 말씀하세요. 누구세요?

승희F : (간격을 두고) 저.. 저기요.

태희 : ?



51. S# 공중전화.


승희 : (입이 바싹바싹 마른다) 저기요. 아까... 오셨던 분.. 맞나요?

태희 : (insert>) 네? 누구..세요?

승희 : (안절부절. 그러다 에이 모르겠다! 전화를 툭 끊어버린다)



52. S# 태희의 방. N


뚜우.. 끊어진 신호음.


태희 : 여보세요? 여보세요!! (누구지? 끊어진 수화기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53. S# 공중전화. N


전화기를 바라보는 승희, 잘끈잘끈 손톱을 깨문다.

그러면서 손안에 쥐고 있던 연락처와 반지를 들여다보더니 지갑에 쑤셔 넣고 그 자리를 뜬다.



54. S# 태희의 방. N


팔짱을 낀 채 왔다 갔다 하는 태희, 다시 전화기를 바라본다. 다시 걸려오지 않는 전화..

잠시 바라보다가 아무래도 안 되겠는지 외투와 가방을 집어 들고 밖으로 나간다.



55. S# 거실. N


앉아서 신문보고 있는 현자. 이층에서 외출준비하고 내려오는 태희.


현자 : (흘끔 보면)

태희 : 저 좀 나갔다 올께요.

현자 : 다 늦게 어딜 또? 할아버지 금방 들어오실 텐데.

태희 : 많이 안 늦을 거예요. (나가면)

현자 : (흘끗 본다. 시선에서)



56. S# 차 안. N


운전하는 태희, 왜 이렇게 마음이 불안한 걸까.. 손가락에 끼워진 아빠의 반지.



57. S# 오락실 앞. N


괜히 주위를 둘러보며 철웅을 찾고 있는 승희. 혹시라도 철웅의 얼굴이 보일까봐 여기저기 기웃댄다.



58. S# 당구장. N


문을 열고 안을 살피는 승희. 그러나 철웅의 모습이 있을 리 없다. 작게 한숨.. 문을 닫으면.



59. S# 포장마차. N


안으로 들어오는 승희.


승희 : 아줌마. 여기 오늘 철웅 오빠 안 왔었어요?

아줌마 : 아니. 요 며칠 뜸한데.

승희 : (본다. 보다가 들어와 한쪽에 앉더니) 아줌마 소주 한 병만 주세요. (그러면서 한숨. 어깨에 힘이 탁 풀린다)


그 옆으로 연인들이 앉아서 소근 거리고 있다. 남자한테 선물을 받은 듯한 여자, 행복해서 아양을 떠는 모습.

승희, 부러움 반 시기심 반으로 보더니 소주를 마신다. 한숨에서.



60. S# 다락방. N


커다란 자루에 선우의 책이며 몇 개 안되는 옷가지며 전부 자루에 쑤셔 담는 오산댁,

마치 선우의 흔적을 지워버리기라도 할 듯 정신없이 치운다.



61. S# 국밥집 앞. N


프레임-인 되는 선우, 국밥집을 한번 보더니 심호흡 한번. 용기를 내서 가게 쪽으로 다가서는데.

그 때 드륵 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오는 오산댁. 자루 푸대를 낑낑대며 들고 나오다가 선우와 정면으로 부딪힌다.

선우, 멈칫해서 보면 오산댁, 순간 미움과 두려움이 교차해서 본다. 보더니.


오산댁 : (소리 크게도 못 지르고) 너.. 너 여긴 왜 또 나타났어? 뭐 붙어먹을게 있다구 또 나타난 거야? 어?

선우 : 제.. 반지를 찾으러 왔어요, 아줌마.

오산댁 : 뭐? 반지?

선우 : 제가 목에 걸구 다니던 반지요. 그게 없어져서...

오산댁 : (본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자루 푸대를 선우 앞으로 냅다 던진다)

선우 : (? 보면)

오산댁 : 거기서 찾아봐. 니가 손댔던 물건은 죄다 거기 쳐 담았으니까는. 거기 없으면 집안에도 없는 거야.

            (그러면서 돌아서다가 다시 선우 앞으로 바싹 다가서더니) 그리구 너! 다시는 이 근처에 얼씬두 하지 마.

            한번만 더 내 눈에 띄면..그 땐 너 죽고 나 죽고야. 알았어?

선우 : 아줌마..

오산댁 : 너 때문에 쭈그러든 내 인생 생각하면 널 열 번 죽여두 시원치 않어. 알어?

선우 : (보면)

오산댁 : 가! 당장 꺼져!

선우 : (본다. 잠시 연민으로 보더니) 아줌마.. 죄송해요.

오산댁 : (멈칫.. 보면)

선우 : 그 동안 저 키워 주시구 보살펴 주신 거 잊지 않을께요. 나중에 제가 잘되면.. 그래서 갚을 기회만 있다면..

         아줌마가 저한테 잘해주신 거 다 갚아 드릴 거예요. 그러니까 저..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오산댁 : (본다. 순간 눈시울이 벌개져서 보면)


선우, 보더니 정중하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돌아선다. 자루를 질질 끌고 가는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오산댁 : (시큰해져서 흘겨본다) 나쁜 년... (괜히 소매 끝으로 코끝을 쓱 문질러 닦으며 보더니)

            끝까지 나쁜 년.. (보는 시선에서)



62. S# 의상실 앞. N


무거운 자루를 질질 끌고 오는 선우, 뚝뚝 눈물을 흘린다. 미운정도 정이라고.. 마음이 아프다.

자루를 질질 끌고 오다가 의상실 앞에 멈춰서는 선우.. 서러움을 참지 못하고 흐느껴 운다.

지나가는 사람들, 흘끔거리고 쳐다보지만 개의치 않는 선우.. 손등으로 계속 문질러 닦다가

문득 의상실 쪽을 돌아본다. 멈칫.. 보면. 거기엔 이미 선우의 옷이 없다.

선우, 눈물고인 시선으로 멍하니 바라본다. 시선에서.



63. S# 방안. N


안으로 들어온 오산댁, 한쪽에 주저앉는다. 한숨.. 그러다 방 한쪽에 드러누워 자는 황국도를 밉살스럽게 본다.

보더니 한쪽에 있는 배게를 냅다 집어던진다.


황국도 : 뭐여! (놀라서 벌떡 일어나 보며) 시방 뭐여?

오산댁 : 아이구 화상! 아이구 꼴 보기 싫어! (고개 돌리면)

황국도 : (잠결에 ?해서 본다. 보면)



64. S# 국밥집 앞.


완전히 어두워진 시장 통 안으로 들어서는 태희의 차.

한쪽에 와서 멈추면 안에서 내려서는 태희. 불이 꺼져 어두운 국밥집을 본다.

태희, 망설이는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그 때 저쪽 어둠속에서 술이 얼큰히 취해 뚜벅뚜벅 걸어오는 승희.

태희, 발소리에 짐짓 시선 피하며 차 쪽으로 돌아선다.

승희, 비틀비틀 태희 옆을 지나치려다 멈칫.. ?해서 본다.

시선 마주치는 태희와 승희. 서로 알아본다.


승희 : 어? 낮에 왔던 언니잖아. 맞죠?

태희 : (본다. 보더니) 맞아요. 아까 혹시.. 나한테 전화했었어요?

승희 : (본다. 픽 웃더니) 했었죠. 내가 했었어요.

태희 : 왜 그냥 끊었어요?

승희 : (본다. 잠시 빤히 보더니 술이 용기를 준다) 동생을 찾으신다 그랬죠? 혹시 그 동생 이름이 뭐예요?

태희 : 윤희예요. 김윤희.

승희 : 아아 김윤희. 진짜 이름이 김윤희였구나. (고개를 끄덕이는데)

태희 : 내 동생에 대해서 뭐.. 아는 거 있어요?

승희 : 글쎄요. 알 것두 같구 모를 것두 같구.

태희 : 무슨 뜻이예요? (조급해진다)

승희 : (재밌다. 왠지 저지르고 싶어진다. 태희를 빤히 보더니) 만약에 말이예요. 내가 그 동생이라면 어쩌실래요?

태희 : ?

승희 : (당돌하게 보며) 내가 바로.. 언니 친동생이라 면요? 네?


태희, 너무나 충격적인 표정으로 본다. 얼굴에서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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