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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두] 09 - 거짓말 (上)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8.11.19|조회수668 목록 댓글 0

[유리구두] 09 - 거짓말 (上)











1. S# 국밥집 앞. N


마주 서 있는 태희와 승희.


승희 : 동생을 찾으신다 그랬죠? 혹시 그 동생 이름이 뭐예요?

태희 : 윤희예요. 김윤희.

승희 : 아아 김윤희. 진짜 이름이 김윤희였구나. (고개를 끄덕이는데)

태희 : 내 동생에 대해서 뭐.. 아는 거 있어요?

승희 : 글쎄요. 알 것두 같구 모를 것두 같구.

태희 : 무슨 뜻이예요? (조급해진다)

승희 : (재밌다. 왠지 저지르고 싶어진다. 태희를 빤히 보더니) 만약에 말이예요. 내가 그 동생이라면 어쩌실래요?

태희 : ?

승희 : 내가 바로.. 언니 친동생이라 면요? 네?

태희 : ! (충격적인 표정으로 본다. 보면)

승희 : 아홉 살 때 트럭에 치어서.. 그 전의 기억을 전부 잃었다 면요. 그래서 자기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언니가 있었는지도 조차 모른 채 살아왔다면요. 그렇다면 어쩌실래요?

태희 : 기억을.. 전부 잃었다구?

승희 :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거..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나요?

태희 : (설마..) 그럼 니가.. 정말 윤희란 말야?

승희 : 물론 그 이름으로 살아오진 않았어요. 이름까지 전부 잃어버렸으니까.

태희 : (믿을 수 없다 빤히 보면)

승희 : (순간 재밌다는 듯 킬킬 웃더니) 됐어요. 그만둬요. 어차피 믿을 거라구 생각 안했어요.

         그냥 재미삼아 한번 해본 말이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돌아서는데)

태희 : (쫒아가 잡는다)

승희 : (? 보면)

태희 : 하나만 보여줘.

승희 : ?

태희 : 니가 윤희라는 증거.. 하나만 보여줘. 어떤 기억이라도 좋아. 내가 알고 있는 거 아무거나 하나만 얘기해봐.

승희 : (순간 멈칫..) 기억을 전부 잃었다 그랬잖아요.

태희 : 그 때 입고 있던 옷이라도 좋아. 뭐라도 하나는 간직하고 있을 거 아냐.

         내가 믿을 수 있는 거 하나면 돼. 아무 거라도 하나만 보여주면 돼.

승희 : 십육 년 전 일이예요. 우리는 그 뒤로도 여러 번 이사를 했구.. 이사할때마다 필요 없는 짐들은 전부 다 버렸어요.

         남아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태희 : (순간 절박한 시선으로 승희의 얼굴에서 윤희의 모습을 찾는다)


순간 그 시선에 두려움을 느끼는 승희. 재빨리 태희의 손을 뿌리치더니.


승희 : 돌아가세요. 나는 그 쪽이 찾는 사람이 아니예요. (그리고는 황급히 국밥집 안으로 들어간다)

태희 : (본다)



2. S# 국밥집 안. N


재빨리 안으로 들어서서 문을 닫아버리는 승희. 황급히 문을 걸어 잠그더니 그 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가만히 숨을 죽이고 본다.

밖으로 다가서는 태희의 그림자..

승희, 진땀을 흘리며 그림자를 바라보면.


태희E : 아무 거라도 괜찮아.



3. S# 국밥집 앞. N


태희 : 나한테 너라는 걸.. 윤희라는 걸 믿을 수 있게만 해줘.



4. S# 국밥집 안. N


승희, 쭈그리고 앉은 채 어둠속에서 듣고 있다. 그 위로.


태희 : 기다릴게. 니가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게.

승희 : (소리 죽인 채 마른침을 삼키며 보면)



5. S# 국밥집 앞. N


아무런 대답도 없는 문 쪽을 잠시 바라보다가 닫혀 진 문에 손을 대보는 태희, 순간 글썽... 해지는 눈물.

그 때 툭.. 투둑.. 비가 떨어지더니 이내 쏴아- 쏟아진다.

빗물에 순식간에 젖어버리는 태희, 한동안 서 있는 모습에서.



6. S# 국밥집 안. N


천천히 문 앞에서 멀어져 사라지는 태희의 그림자.

승희, 그제야 천천히 문에 기대 바닥에 주저앉는다.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받아들일 줄 몰랐다.

어쩌지..? 불안하게 시선 움직이는데서,



7. S# 다락방. N


풀썩 이불위에 엎어지는 승희의 얼굴. 심난해서 있다가 문득 가방 안을 열어 그 안에서 반지를 꺼낸다.

손가락에 한번 끼워보는 승희, 착찹하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8. S# 의상실 앞. N


쏴아! 비가 내린다. 불 꺼진 의상실 처마 밑에서 내리는 비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선우.

그 옆에는 오산댁이 내던졌던 커다란 자루가 덩그라니 놓여져 있다.

선우, 한숨과 함께 비가 오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보면.



9. S# 철웅의 방안. N


철웅, 창문 밖으로 비가 오는 걸 본다. 잠시 뭔가 생각하더니 밖으로 나간다.



10. S# 마루. N


길여옥과 마늘을 까면서 텔레비젼을 보고 있는 연웅. 아래로 내려오는 철웅을 보더니.


연웅 : 오빠 어디가?

철웅 : (대꾸 없이 신발 신더니 우산 들고 밖으로 나간다)

연웅 : (흘끗 보더니) 남자는 저래서 안 돼.

길여옥 : 뭐가 안 돼?

연웅 : 좋아하는 여자하나 생겼다구 완전히 딴 사람 됐잖아. 난 나중에 결혼하면 절대 아들 안 낳을 거야 할머니.

         삼십년 동안 공들여 키운 아들 삼십분 만에 남의 여자한테 뺏긴다는 말두 있잖아. 그렇게 손해보는 짓을 뭐하러 해?

길여옥 : 지금 선우 마중 나가는 거냐?

연웅 : 척이면 착이지. 비 맞는 거 젤 싫어하는 사람이 비 오는데 우산 들고 나간거 보면 몰라요?

길여옥 : (짐짓 웃음.. 말없이 텔레비젼을 보면)



11. S# 골목길 안. N


비에 흠뻑 젖은 채 자루를 끌고 걸어오는 선우. 그러다 자루 한쪽이 찢겨지면서 안에 있던 책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선우, 돌아보더니 얼른 쭈그리고 앉아 조금이라도 비에 덜 젖게 하려고 책들을 주워 품에 안는다.

떨어진 소지품들을 주워 담는데 그 때 머리위로 씌워지는 우산.

선우, 멈칫해서 올려다보면.


철웅 : 그 집에서 니 물건 찾아오는 길이니?

선우 : (본다. 끄덕이면)

철웅 : 나한테 같이 가달라 그러지 왜. 걱정했잖아.

선우 : ...

철웅 : (보더니 선우한테 우산을 내밀며) 받어.

선우 : (본다)

철웅 : (뭐해? 하는 시선으로 보면)

선우 : (천천히 우산을 받는다)


그러자 철웅, 그 맞은편에 쭈그리고 앉아 자루에서 쏟아진 선우의 물건들을 자루에 담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젖는 철웅의 어깨. 그걸 본 선우, 철웅 쪽으로 슬그머니 우산을 받쳐준다.

그러자 철웅, 선우가 내미는 우산을 도로 선우 쪽으로 밀며.


철웅 : 괜찮아. 난 원래 비 맞는 거 좋아해. 진짜야. 되게, 되게 좋아해. (씩 웃더니 다시 자루에 담기 시작한다)

선우 : (본다. 철웅을 말없이 본다)


우산을 쓴 선우와 그 옆에서 비를 맞으며 선우의 물건을 주워 담는 철웅. 두 사람의 모습 길게.



12. S# 재혁의 오피스텔. N


E 문 두드리는 소리.

금방 샤워를 끝낸듯 수건으로 머리를 비비며 나오던 재혁,


재혁 : 누구세요? (하면서 문을 여는데)


그 앞에 비에 잔뜩 젖은 채 덜덜 떨고 있는 태희.


재혁 : (놀라서) 태희야.

태희 : (추위로 덜덜 떨며 재혁을 본다) 나아... 잠깐만 들어가두 돼?

재혁 : (본다. 시선에서)


<시간경과>

재혁의 스웨터로 갈아입은 태희, 무릎덮개용 담요를 뒤집어쓴 채 소파위에 앉아 있다.

그 옆으로 꼬냑을 가지고 오는 재혁.


재혁 : (태희에게 주며) 마셔.

태희 : (아직도 추운기가 가시지 않은 듯 받아서 한 모금 마시면)

재혁 : 다 마셔.

태희 : (재혁을 한번 본다. 시키는 대로 한잔을 다 마신다)

재혁 : (빈 잔을 받아 한쪽에 내려놓고 태희의 어깨를 문질러준다) 좀 어때? 아직도 많이 춥니?

태희 : (고개를 끄덕이면)

재혁 : 대체 어디서 이렇게 비를 맞은 거야? 아직 비까지 맞구 다닐 만큼 따뜻한 날씨 아니야.

         이러다 독감이라두 들면 어쩔려구 그래.

태희 : (힘없이) 그만 혼내. 그렇잖아두 나.. 벌 받는 기분이야.

재혁 : (보면)

태희 : 나 좀 안아줄래?

재혁 : (본다) 동생 찾으러 갔던 일.. 또 잘 안됐니?

태희 : (고개를 끄덕인다. 순간 글썽..)

재혁 : (본다. 다가앉아 가만히 태희를 어깨를 안아주면)

태희 : (안기는 순간 툭.. 눈물이 떨어진다)

재혁 : (보면)

태희 : 만나게 되면.. 한 눈에 알아볼 줄 알았어. 내 동생이니까.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두.. 만나는 순간

         자연히 알아보게 될 줄 알았어. 근데.. 아무리 봐두 잘 모르겠드라구. 아무리 봐두.. 잘 모르겠어.

재혁 : ...

태희 : 그 애가.. 정말 내 동생이면 어쩌지? 내 동생인데 이렇게 못 알아보는 거면.. 그럼 어쩌지?

재혁 : ...

태희 : (눈을 감는다. 주르르 떨어지는 눈물)

재혁 :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은 채 꼭 안아준다)


두 사람의 모습에서.



13. S# 평창동 집 거실. N


벽시계 새벽 두시를 넘어가고 있다.

김필중과 현자 말없이 소파에 앉아있고 예산댁, 그 옆에서 초조하게 왔다 갔다 하는데 밖에서 들어오는 서준.

김필중을 제외한 예산댁과 현자, 일제히 돌아보면


서준 : 누나 아직 연락 없었어요?

예산댁 : 없었어. 핸드폰두 죄다 꺼 놓구..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

김필중 : 갈만한덴 전부 연락해봤냐?

서준 : 네. 레스토랑에두 가보고 오는 길인데..거기도 없구요. 지금 밖에 비 많이 오는데..

현자 : 빗길운전에 사고나 난 건 아닌지 모르겠다.

김필중 : (흘끗 현자를 보면)

현자 : 아까 낮에 윤희 찾으러 갔다 또 허탕 친 모양이든데. 속상해서 술 한두 잔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러다 음주운전도 할 수 있는 거구요.

서준 : 경찰서에 연락해볼까요?

김필중 : 그럴 거 없다. 술 같은 거 마시구 함부로 운전할 아이 아니야.

현자 : 그럼 다행이구요. 괜히 음주운전으루 말썽이라두 나 봐요. 신문이구 어디구 벌떼처럼 난릴 텐데...집안 망신이잖아요 그럼.

김필중 : 너는 고모라는 사람이 어째 그리 매정해? 새벽이 다 되도록 조카가 안 들어오는데 걱정두 안 되니?

현자 : 태희 지 동생 땜에 또 병 도진 거예요. 어디 한두 번 겪어봐요?

김필중 : 됐다. 넌 그만 들어가 자.

현자 : (보더니) 네. 알았어요. (일어서며) 서준이 너두 그만 들어가 자. 너 낼 출근해야 하잖아.

서준 : 제가 알아서 해요. 들어가 주무세요. (김필중 보며) 할아버지도 그만 주무세요.

김필중 : ...

현자 : 식구들 걱정할거 뻔히 알면서 연락하나 없이 핸드폰까지 죽여 놓구..

         오냐오냐 받아주기만 하니 어디 무서운 사람이 있어야지.

김필중 : 그만하구 들어 가래두.

현자 : 네. 그렇잖아두 지금 들어가요. 들어가 드릴 거예요. (일어서는데)


울리는 전화벨. 김필중 돌아본다. 현자도 돌아보면.

서준, 수화기를 받아든다.


서준 : 여보세요? 누나? (멈칫..) 재혁이 형.. (얼른 시선 김필중을 본다)

현자 : 누구?

김필중 : (역시 놀라서 돌아보는 얼굴에서)



14. S# 재혁의 오피스텔. N


소파에 누워 잠이 든 태희. 그 옆에서 전화하고 있는 재혁.


재혁 : 태희가 술을 좀 마셨는데..깊이 잠들어서 깨나질 않는다. 밤늦게.. 아무래도 걱정하실 거 같아서.

         오늘은 여기서 자게 하구 내일 아침 들여보내는 게 좋겠는데..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그렇게 하자.

         (전화를 끊는다. 태희를 보면)


아직도 울음의 여운이 남아있는 얼굴로 잠이 든 태희.

재혁, 어깨까지 담요를 끌어올려 덮어준다. 태희의 잠든 얼굴을 말없이 바라보는 재혁의 시선에서.



15. S# 평창동 집 거실. N


현자 : 누구? 누구랑 지금 같이 있다구?

서준 : 재혁이 형이요.

현자 : 재혁이가 누구야?

서준 : 재혁이 형이요 엄마. 있잖아요, 왜 미국에 갔던 장재혁.. (김필중 보며) 누나가 술을 좀 마셨대요. 할아버지.

         잠이 너무 깊이 들어서.. 내일 아침에 보내겠다 구요.

현자 : 아버지 그 애두 회사에 데려오셨어요? 언제요?

김필중 : (말없이 일어나 서재로 들어가면)

현자 : 기막혀. 그러니까 뭐니. 지금 태희가 그 장재혁하구 같이 있다는 거니? 거기서 자구 들어온 다구?

서준 : ...

현자 : (기막혀) 갈수록 태산이구나. 갈수록 태산이야.



16. S# 서재. N


안으로 들어온 김필중, 화를 삭히지 못한 채 어쩔 줄 모르는 표정에서.



17. S# 철웅이네 집 거실.


E 전화벨소리. 잠시 뒤 방에서 나와 전화를 받아드는 박귀중.


박귀중 : 네. 여보세요. (하다가 번쩍 눈뜨며) 네 회장님! 네? 네 알겠습니다. 곧 가겠습니다.

길여옥 : (주섬주섬 옷 입고 나오며) 누구냐?

박귀중 : (전화 끊고 보며) 회장님이세요.

길여옥 : (시계를 한번 보더니) 아직 다섯 시두 안됐는데 무슨 일이시라니?

박귀중 : 글쎄요. 급하게 찾으시네요.

길여옥 : 어여 씻게. 금방 밥 챙겨줄 테니.

박귀중 : 네 어머님. (안으로 들어가면)

길여옥 : (부엌 쪽으로 가다가 멈칫 ?해서 보면)



18. S# 부엌 안.


국을 끓이고 아침준비를 하고 있는 선우.


길여옥 : (들어오며) 얘 선우야. 뭐하니?

선우 : 아침이요. 할머니 오늘 새벽시장 가신대서 빨리 아침 해 놓구 따라갈려 구요.

길여옥 : 그래두 더 자지 않구.

선우 : 그냥 일찍 눈이 떠졌어요. 국밥집에서는 이것보다 더 일찍 일어났었는데요 뭐.

길여옥 : (대견해 보더니) 그렇잖아두 아범이 회장님 호출 받아서 나 혼자 새벽시장 어쩌나 했는데..

            그럼 오늘은 선우랑 같이 가볼까?

선우 : 철웅이두 데려가요 할머니.

길여옥 : 철웅이? 어이구 차라리 소를 끌구 가지.

선우 : 억지루라도 깨워서 부려 먹어야죠. 할머니는 힘들게 새벽시장 다니시는데

         다 큰 녀석은 집안에서 쿨쿨 잠만 자게 내버려둬요? 말두 안 돼.

길여옥 : 니 말은 맞다만.. 그 녀석이 일어나줄까 모르겠다.

선우 : 저한테 맡기세요. (뛰어나가면)

길여옥 : (본다. 웃으며 보면)



19. S# 철웅의 방문 앞.


문을 두드리는 선우.


선우 : 야! 박철웅 기상! 기상이야! 어서 일어나! (두드리면)



20. S# 철웅의 방안.


이불을 뒤집어쓴 채 꾸물꾸물, 귀찮은 듯 돌아눕는다.

드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선우. 불을 켜고 내려다보면

철웅, 불빛에 찡그리듯 이불을 뒤집어쓰면.


선우 : 기상이라구! 기상! 어서 일어나!

철웅 : ...

선우 : 셋 센다. 하나.. 둘.. 셋..!

철웅 : ...

선우 : 어쭈 기회를 줘도 안 일어난다 그거지? 좋아. 어디 이래두 안 일어나나 보자.


하더니 냅다 뒤집어쓴 이불을 확 들어올린다. 순간 헉! 놀래서 동그래지는 선우의 두 눈.

찡그리며 눈을 뜨는 철웅. 그러다 멈칫! 선우를 올려다보면서 놀라는 얼굴에서.



21. S# 이층복도 위로.


철웅E : 야아아!!!!!


동시에 철웅의 방에서 뛰어나오는 선우.

잠시 후, 이불로 아래만 가린 채 뛰어나오는 철웅.


철웅 : 야아아! 이선우우우!



22. S# 철웅의 집 마루.


방에서 넥타이를 메다말고 뛰어나오는 박귀중. 국자를 든 채 부엌에서 뛰어나오는 길여사.

그 앞으로 쪼르르 뛰어내려오는 선우.


길여사 : 얘 무슨 일이냐?

박귀중 : 왠 고함소리야?

선우 : (순간 씩 웃으며) 암 것두 아니예요. (하는데)


이불로 가린 채 질질 끌며 뛰어내려오던 철웅, 이불을 밝고 그대로 마루로 쿵! 넘어진다.

놀라서 보는 길여사와 박귀중.


철웅 : (다시 벌떡 일어서더니) 이선우! 너 뭐하는 짓이야! 어?

선우 : 그러게 말루 할 때 일어나야지.

철웅 : (말까지 더듬으며) 너, 너, 너.., 어디까지 본 거야? 어디까지 봤어? 어?

선우 : (픽 웃으며) 다 봤다. 왜?

철웅 : (헉! 숨이 멎는다) 다 봤다구? 저, 저.. 전부 다?

선우 : 다 벗구 자는데 그럼 다 보이지.

철웅 : (헉! 입을 딱 벌린다. 말도 못하고 보면)

선우 : 빨리 세수하구 할머니랑 새벽시장 갈 준비 해. 그리구 앞으로 알몸 보여주기 싫음 말루 깨울 때 일어나.

         뭐.. 나한테 더 이상 보여줄 것두 없겠지만. (그러더니 쏙 주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철웅 : (이럴 수가! 보면)

길여옥 : 철웅이가 임자를 제대로 만났구나.

박귀중 : 그러게 말입니다 어머니.

길여옥 : 선우더러 우리 집에 오래오래 있으라 그래야겠다.

박귀중 : 저두 찬성입니다. 어머니.


그러면서 길여옥은 주방으로 박귀중은 방으로 도로 들어가면.

혼자 남은 철웅, 싸나이 체면이 말이 아니다. 절망의 포효!



23. S# 재혁의 오피스텔 전경. D



24. S# 재혁의 오피스텔.


잠들었던 태희, 햇살에 짐짓 눈을 뜬다. 부시시 일어나면 재혁의 침대에 혼자 누워있다.

돌아보면 저편으로 소파에 누워 잠이 든 재혁. 배위에 서류를 덮은 채 자고 있다.

태희, 그 옆으로 다가가 테이블에 앉아 잠이 들어있는 재혁을 본다.


재혁 : (짐짓 눈을 뜨고 보더니) 뭐하구 있어?

태희 : 너 감상하는 중이야.

재혁 : (옅은 미소, 부시시 일어나면)

태희 : 좀 더 누워있지 왜?

재혁 : 출근해야 돼. (피곤한 듯 양미간 누르면)

태희 : 내가 아침해줄까?

재혁 : (? 본다)

태희 : 왜 그렇게 봐?

재혁 : 그런 것두 할 줄 아니?

태희 : 이래 뵈두 나 중학교 때까진 아버지랑 동생 도시락까지 싸주면서 학교 다녔던 사람이야. 기다려, 금방 해줄 수 있어.

         (소매를 걷어부치며 일어서서 싱크대 쪽으로 간다)

재혁 : (보면)


초인종(또는 노크소리). 재혁, 태희, 동시에 돌아보면.


재혁 : 오한영일거야. 내 후배. (일어서서 문 쪽으로 간다. 문을 여는데)


그 앞에 서 있는 박귀중, 재혁을 돌아본다.

재혁, ? 본다. 보는 그 뒤로.


태희 : 냉장고에 계란이 하나두 없다. 밑에 편의점 내려가 계란 좀 사올래? (하고 보다가 멈칫.. 문밖에 서 있는 박귀중을 본다)

         아저씨.. 어쩐 일이세요?

박귀중 : 회장님께서 모시고 오라셨습니다. 두 분 모두 같이요.

태희 : (본다)

재혁 : (멈칫.. 보는데서)



25. S# 평창동 거실.


들어서는 태희와 재혁. 마침 주방에서 커피 잔을 들고 나오던 현자와 마주친다.

현자, 태희와 재혁을 번갈아 보는 시선.


장재혁 : 안녕하십니까.

현자 : (보며) 장재혁 씨? 어머 몰라보게 달라졌네. (태희 보며) 밤새 둘이 같이 있었다며?

태희 : 할아버지는요.

현자 : 서재에 계신다.

태희 : (그 쪽으로 가는데)

현자 : 니 남자친구만 들여보내라 셨어. 넌 나중에 따로 보시겠다구.

태희 : (멈칫.. 돌아보면)

재혁 : (그대로 태희를 지나쳐 서재 쪽으로 들어간다)

태희 : (왠지 걱정스럽게 보면)



26. S# 서재.


안으로 들어서는 재혁, 보면 책상 앞에 앉아 있던 김필중, 고개를 들어 재혁을 본다.


재혁 : (목례)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하는데)


순간 김필중, 책상위에 있던 재떨이를 집어던진다. 날라와 재혁의 바로 옆 벽에 퍽! 부딪히며 산산조각이 나는 재떨이.

재혁, 놀라서 김필중을 보면.



27. S# 거실.


놀란 표정으로 서재 쪽을 돌아보는 태희.

현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커피를 홀짝 마신다.



28. S# 서재.


김필중 : (무섭게 쳐다보며) 너 뭐하는 녀석이야! 감히 누구하고 같이 밤을 보내!!

재혁 : ...

김필중 : 내 그렇게 말했는데두 계속해서 태희를 만나는 이유가 뭐야 대체!

            내 뜻을 거역해보겠다 그거냐? 대답해봐 어디!! (하는데)


문이 벌컥 열리며 들어서는 태희, 곧장 재혁 옆으로 다가선다.

김필중, 태희를 보면.


태희 : 재혁이 잘못 아니예요, 할아버지. 제가 찾아간 거예요. 제가 있겠다, 그랬어요!

김필중 : 넌 나가 있어!

태희 : 술도 제가 달라 그런 거구 잠도 제가 자구 가겠다, 그런 거예요.

김필중 : 나가 있으라 그랬다.

태희 : 어젠 제 기분이 그랬어요. 다른 누구도 아닌 재혁이하구만 같이 있고 싶었다구요.

김필중 : (멈칫.. 보면)

재혁 : 그만해. 나가있어. 회장님이 너 나가 있으라구 말씀하시잖아.

태희 : 나 때문에 너 혼나는 거 싫어. 내가 잘못한 건데 왜 니가 혼나야 해?

재혁 : (본다)

김필중 : (이 녀석이.. 노해서 태희를 보면)

태희 : (김필중을 보며) 연락 못 드린 거 죄송해요 할아버지. 밤새 걱정 끼쳐 드린 것두 죄송하구요.

         하지만 다른 건 잘못했다 말씀드리지 않을래요.

김필중 : 지금 할애비한테 시위 하는 거냐 너?

태희 :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예요. 할아버지도 좋아해주셨음 좋겠어요. 제가 바라는 건 그뿐이예요.

김필중 : 글쎄 니 상대가 아니야! 상대를 보고 좋아하든지 말든지 해!

재혁 : ...! (어금니를 꾹 무는데)

태희 : 할아버진 그런 식으로 저희 엄마도 반대 하셨었죠.

김필중 : (멈칫.. 본다)

태희 : 하지만 아버진 엄말 선택하셨어요. 그리구 전.. 아버지의 선택이 옳았다고 믿고 있어요.

김필중 : 태희야!!

태희 : 이런 일로 할아버지 맘 상하게 해드리고 싶지 않아요. 그러지 않게 해주세요. 부탁이예요.

김필중 : (말문이 막혀 그저 노려볼 뿐)

재혁 : (듣고만 있다. 굳은 표정에서)



29. S# 평창동 집 앞.


밖으로 나오는 재혁. 손수건으로 상처를 한번 닦아낸 뒤 차 쪽으로 걸어 내려온다.

그 뒤로 따라 나오는 태희.


태희 : 장재혁. 잠깐만, 잠깐만 나하구 얘기해.

재혁 : (들은 척도 안하고 차 앞으로 걸어와 운전석 문을 연다)

태희 : (달려와 그 문 탁 잡으며) 나하구 얘기 좀 하자니까.

재혁 : 얘기는 무슨 얘기! 너 혼자 방금 하고 싶은 얘기 다 했잖아. 더 할 얘기 남아있어? (조금은 화가 난 듯 바라보면)

태희 : 너 혼나는 거 보고만 있을 수 없었어.

재혁 : 혼나든 매를 맞든 내 일이야. 그런 거 하나 감당 못할 놈으로 보였니 내가? 너한테 나 그렇게 시시한 놈이야?

태희 : 재혁아 난..

재혁 : 됐어. 나중에 얘기하자.

태희 : (멈칫.. 보면)

재혁 : 나중에 해. (전에 없이 딱딱한 표정으로 보더니 차에 올라탄다)

태희 : (보면)


재혁, 두 번 다시 태희에게 시선주지 않고 차를 출발한다.

태희, 바라보는 시선에서.



30. S# 서재.


말없이 앉아있는 김필중, 한숨... 현호의 사진을 본다.



31. S# 재혁의 사무실.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재혁. (이마엔 보일 듯 말 듯한 반창고가 상처위로 작게 붙어있다)

그 때 울리는 핸드폰 벨. 재혁, 받지 않는다.

그 뒤로 오한영 서류를 들고 들어서다가 멈칫.. 재혁의 뒷모습을 본다.

공허하게 혼자 울리다 끊기는 핸드폰 벨.

오한영, 이럴 땐 혼자 둬야 하는걸 알고 도로 조용히 문 닫고 나가려는데 이번엔 책상위의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한다.

오한영, 나가려다가 재혁을 보더니 안으로 들어와 받으려는데.


재혁 : 그냥 둬.

오한영 : (재혁을 본다)

오한영 : 안 받으십니까?


재혁, 표정 없이 창밖으로 바라보는 뒷모습위로 계속 울리는 전화벨소리에서.



32. S# 태희의 방.


수화기를 내려놓는 태희, 나즈막히 한숨을 내쉰다. 고개 돌리는 시선에서.



33. S# 연웅의 방.


선우, 자루에서 자기 짐을 꺼내 정리중이다. 여기저기 뒤져보지만 반지는 나오지 않고..

계속 옷이며 여기저기를 뒤적거려보지만 없다.

그 때 방문 열고 들어서는 연웅.


연웅 : 뭐 찾아요?

선우 : 어? 어어.. 반지.

연웅 : 반지요?

선우 : 어. (하면서 빈 목을 한번 만지며 한숨 내쉬는 얼굴에서)



34. S# 다락방.


잠들어 있는 승희, 그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 위로.


오산댁E : 승희야! 승희야아!!!


인상 찌푸리며 돌아눕는 승희. 그 뒤로 문을 열고 올라오는 오산댁,


오산댁 : 승희야! 그만 일어나라니까!

승희 : (귀찮다.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쓰면)

오산댁 : (달려들어 냅다 이불을 치우며 엉덩이를 찰싹 때리며) 엄마 말 안 들려? 일어나란 말야! 기집애야! 언능 일어나!

승희 : (순간 벌떡 일어나며 짜증) 아우 왜 이래 아침부터어! 나 밤새 잠 한숨도 못 잤단 말야!

오산댁 : 왜 한숨도 못자? 니가 밤새 고시공부를 허냐, 나라 지키는 일을 허냐? 무슨 큰일 한다구 밤새 한숨도 못자?

승희 : 생각할게 많어서 그래. 안 그래두 머리 복잡해 죽겠는데 엄만..

오산댁 : 너 하는 생각 안 봐두 뻔해. 씨잘떼기 없는 생각 그만하구 언능 일어나 배달이나 갔다 와.

승희 : (눈을 동그랗게 뜬다) 뭘 갔다 와?

오산댁 : 귀쳐 먹었냐? 배달 갔다 오란 말야. 점심 손님들 주문 들어오기 시작했으니까 언능 옷 입구 내려와.

승희 : 싫어! 안 나가! 내가 그런 걸 어떻게 해?

오산댁 : 가게 저렇게 돼서 손님도 못 받는 판에 배달장사까지 안하면 어쩔 거야. 이대로 앉아 그냥 세 식구 굶어죽을까? 어?

승희 : 아저씨 시키면 되잖아 그럼!

오산댁 : 그런 거라두 변변히 할 줄 아는 사람이면 진작에 내가 팔자 피구 살았지.

승희 : 이해를 못 하겠네 증말. 대체 저런 아저씨 뭐가 좋다구 끼구 살아 엄만?

         선우 기집애랑 그러는 거까지 보고서두 아직 아저씨한테 정이 남았수?

오산댁 : 근데 이 기집애가 너 주둥아리 못 닥쳐? 배달 갔다 오랬더니 왜 그 얘긴 들먹거려 사람 염장지르구 난리야!

승희 : 나 같았음 벌써 정리하구 내쫒았어. 알어?

오산댁 : 너 증말 오랜만에 머리털 한번 뜯겨 볼텨? (하면서 정말 뜯을 기세로 확 달려들려는데)

승희 : (머리를 감싸며 이내) 알았어! 나갈께 나가면 되잖아. 이 파마 비싸게 주구 한 거란 말야. 뜯지 마.

오산댁 : 괜히 승질 돋구지 마 너. 폭발하기 일보직전이야 나두. 알어? (나간다)

승희 : (순간 머리를 감쌌던 팔을 내리고 홱 째려본다. 신경질 나!)



35. S# 시장 통.


슬그머니 고개 내밀고 주변을 살펴보는 승희, 최대한 머리로 얼굴을 가린 뒤 쟁반을 들고 걸어온다.

흘끗흘끗 혹시라도 사람들이 알아볼까 잔뜩 시선 의식하며.


승희 : 에이씨 챙피해 죽겠네.. (그러면서 가다가 멈칫..)


저쪽으로 철웅이와 수탁이 걸어오는 게 보인다.

승희, 순간 당황하며 두리번 두리번거리다 얼른 한쪽에 숨는다.

철웅과 수탁, 승희를 못본 채 지나쳐간다.

승희, 후유.. 한숨 내쉬고 재빨리 반대쪽으로 가다가 그만 반대편에서 오던 자전거를 못보고 부딪힌다. 쿵!

그 바람에 바닥에 산산 조각나며 떨어지는 국밥그릇들.

사람들 쳐다본다. 철웅과 수탁도 돌아보면.


승희 : 아 뜨거!! 엄마야! 어떡해!! (옷이고 어디고 다 튀어버렸다)

아저씨 : 이봐! 똑바로 쳐다보구 좀 다녀! 젊은 아가씨가 정신을 어따 두구 다니는 거야? 어?

승희 : 아저씨나 똑바루 보구 다녀요! 이거 다 어쩔 거예요?

         (옷에 국물냄새 맡아가며) 어떡해.. 이거 산지 얼마 되지두 않은 옷인데..

아저씨 : 아니 이 아가씨가 근데? (기막혀 보면)

승희 : (사방으로 흐트러진 잔해를 보며) 이씨.. 이게 뭐야..


그러더니 잔뜩 인상 찌푸린 채 쭈그려 앉아 쟁반위에 깨진 국밥그릇과 뒤집어진 반찬그릇을 텅텅 거칠게 주워 담는다.

그러다 멈칫.. 프레임-인 되는 발을 본다. 올려다보면 내려다보고 있는 철웅과 시선 마주친다.

승희, 순간 얼른 시선 피하며 어쩔 줄 몰라 한다.

철웅, 본다. 보더니 말없이 다가서서 깨진 국밥그릇조각 반찬그릇을 쟁반에 담아주기 시작한다.


수탁 : (재빨리 다가서서) 어르신 죄송합니다. (대신 사과하고)


아저씨, 거참! 헛기침 한번 하며 지나쳐버리는 가운데 철웅 묵묵히 흩어진 잔해들을 치워준다.


승희 : (작은 감동으로 글썽..해서) 철웅 오빠..


철웅, 승희를 쓱 쳐다보더니 일어서서 가버린다. 수탁 조금은 안 된 듯 승희에게 눈인사하고 철웅을 따라간다.

승희, 돌아서서 가버리는 철웅의 뒷모습을 본다. 글썽해져서 하염없이 바라보는 모습에서.



36. S# 거리 일각.


나란히 걸어오는 철웅과 수탁.


수탁 : 장사는 계속하나 부죠?

철웅 : 뭐가.

수탁 : 승희 씨네 국밥집이요. 형이 가서 다 박살내 버렸다면서요. 근데두 장사는 계속 하는 모양이네요? 그쵸?

철웅 : (엣취! 재채기)

수탁 : 감기 드셨어요?

철웅 : 어젯밤에 비를 좀 맞았거든. 거기다 새벽 참부터 누드쇼까지.. 말도 못한다.

수탁 : 비는 뭐구.. 누드쇼는 뭡니까?

철웅 : 묻지 마라. 싸나이 가슴 찢어진다.


콧물 훌쩍거리며 걸어오다가 멈칫.. 다시 되돌아와 한쪽을 본다.

수탁 같이 돌아보면. 꽃집이다.


철웅 : 사다주면 좋아하겠지?

수탁 : (설마..보더니) 그래서 사시게요?

철웅 : 안될까?

수탁 : 그래두 형, 가오가 있지 어떻게 남자가 꽃집에 들어갑니까.

철웅 : 그런가?

수탁 : 그럼요.

철웅 : 그럼 할 수 없지. (일순 표정 진지함으로 바뀌며) 니가 들어갔다 와라.

수탁 : 네?

철웅 : 들어가서 딱 한 송이만 사갖구 나와. 빨간색으루다.

수탁 :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입이 딱 벌어져 본다. 시선에서)



37. S# 거리.


걸어오는 수탁의 얼굴, 잔뜩 불만스런 표정으로 걸어오고.

그 옆에서 즐거운 표정으로 걸어오는 철웅, 손엔 신문지에 둘둘 만 장미꽃 한 송이. 휘파람까지 불며 걸어온다.

그 때 그들 앞으로 프레임-인 되는 깡패들.

철웅과 수탁, 멈칫해서 보면 얼마 전 당구장에서 맞붙었던 놈들이다.

철웅과 수탁을 일순 에워싸면.


깡패1 : 오랜만이다.

철웅 : (휘 둘러보더니) 수탁아. 이 자식들 누구냐?

수탁 : 왜 있잖습니까, 저번에 당구장에서.. 형님 기록 세울 때 방해했던 놈들이요.

철웅 : (그제야 기억났다) 아아. 그때 그 멍청한 놈들.

깡패1 : 우리 깡통형님이 널 좀 보자신다.

철웅 : (본다. 픽 웃더니) 수탁아 들었냐? 깡통이랜다.

수탁 : 네 들었습니다, 형.

철웅 : 그래. 대체 어떤 깡통이냐? 맥주깡통이냐 페인트깡통이냐?

수탁 : (픽 웃으면)

깡패1 : 아직 우리 형님이름을 못 들었나 본데 이 바닥에선 꽤 유명하신 분이다. 너 같은 놈 찾아주는걸 영광으루 생각해라.

철웅 : 그래? 근데 이거 어쩌냐. 난 원래 유명 인사를 싫어해서 말야.

         괜히 조용히 사는 사람 건들지 말구 좋은 말루 할 때 그냥 가라. (지나치려는데)

깡패1 : (턱 막는다)

철웅 : 나 두 번 말 안한다. 비켜.

깡패1 : 같이 가는 게 좋을 거야.

철웅 : (보더니 신문지에 만 장미꽃을 수탁에게 주며) 일초만 갖구 있어라.

수탁 : (받으면)

철웅 : (건네주는 것과 동시에 퍽! 깡패1의 코를 날려 버린다)


그 바람에 얼굴을 거머쥐고 비틀 물러서는 깡패1.


철웅 : 나 두 번 말 안 한다 그랬지? (우둑 목을 한번 꺽고 손을 내밀면)

수탁 : (가지고 있던 장미꽃을 다시 철웅에게 내민다)

철웅 : (받는다) 가자. (지나치려는데)

깡패들 : (우르르 막는다)

철웅 : (쳐다보면)

깡패1 : 됐다. 가게 둬.

깡패들 : (다시 길을 열면)

철웅 : 진작 그럴 것이지. (으쓱해서 지나가면)

수탁 : 이해들 하십쇼. 우리 형님 성격이 원래 좀 드럽거든요. (씩 비웃더니 얼른 철웅의 뒤를 쫒아간다)


다른 깡패들, 욱해서 뒤를 쫒아가려는데 깡패1, 손을 들어 막는다. 그러면서 한쪽을 보면.

도로변에 세워져 있는 검은색 승용차. 운전석에 앉아 있는 깡통과 그 뒤로 앉아 있는 인수의 모습이 보인다.

건들건들 걸어가는 철웅과 수탁의 모습을 바라보는 인수의 시선에서.



38. S# 국밥집


찌그러진 쟁반, 깨진 그릇들을 보며.


오산댁 : 아니구 내가 못 살아 못 살아! 배달 가랬더니 국밥을 다 들러 엎구 들어와?

            넌 대체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냐? 어?

승희 : 그러게 배달 같은 건 안 간다 그랬잖아! 억지루 시킬 땐 언제구 이제와 난리야!

오산댁 : 어이구, 베기 싫어. 나가 이 년아! 꼴 보기두 싫어!



39. S# 국밥집 앞.


문이 열리면서 밖으로 내몰리는 승희.

오산댁 안에서 문을 탁! 닫아버리자. 승희, 발로 문을 쿵! 차버린다.

드륵! 다시 문을 열고 무섭게 째려보는 오산댁. 승희, 찔끔.. 시선 돌리면.


오산댁 : 어이구 지겨워 어이구 지겨워! (문 탁 닫고 들어가 버리면)

승희 : 나두 지겨워 이러구 사는 거. 알어? (그러더니 홱 돌아서서 가버린다)



40. S# 시장통 일각.


터벅터벅 걸어오는 승희, 걸음을 멈추고 공중전화를 본다. 문득 주머니에서 메모지와 선우의 반지를 꺼내서 본다.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기는데 그 뒤로 프레임-인 되는 선우.


선우 : 승희야!

승희 : (멈칫.. 얼른 손에 든 반지와 메모지 감추며 돌아선다. 놀라서) 너.. 니가 여긴 무슨 일이야? 왜 또 나타난 거야?

선우 : 뭣 좀 물어볼게 있어서 왔어.

승희 : 물어볼 거라니?

선우 : 혹시 너.. 가게 안에서 내 반지 목걸이 못 봤니?

승희 : 반지 목걸이? (반지를 쥔 손 슬그머니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시치미) 그게 뭔데?

선우 : 내가 항상 목에 걸고 다녔던 거 있잖아. 내 이름이 새겨진 링반지..

승희 : 아아 그거. 그거라면 못 봤는데.

선우 : 정말 못 봤어?

승희 : 못 봤어.

선우 : 정말?

승희 : (순간 표정 변하며) 못 봤다니까 왜 자꾸 말시키구 그래! 귀찮게. 반진지 목걸인지 정말 못 봤다니까. 됐어?

선우 : (실망하는 표정, 시선 돌리면)

승희 : 재수 없게.. (그러면서 돌아서는데)

선우 : 승희야!

승희 : (멈칫.. 돌아보지는 않은 채 멈춰서면)

선우 : 혹시.. 그 반지 찾거나 보게 되면 챙겨놔 줄래? 내가 다음에 한 번 더 들릴게. 부탁해.

         그거.. 나한테 소중한 반지잖아. 응?

승희 : (흘끗 돌아본다. 보더니) 그거 찾아서 돌려주면 넌 나한테 뭐해줄 건데?

선우 : 뭐든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줄게.

승희 : 그럼 너. 철웅 오빠 양보할 수 있어?

선우 : 양보고 뭐구 할 것도 없어. 나 철웅이한테 니가 생각하는 그런 감정.. 없어.

승희 : 그 말 정말이야? 믿어두 돼?

선우 : 그래. 정말이야. 믿어두 돼.

승희 : (본다. 보더니) 알았어. 생각해 보구..

선우 : 내 반지 찾으면 꼭 챙겨두는 거다. 알았지?

승희 : 글쎄. 생각해 본다구. (그러더니 쓱 고개 돌려 가버린다)

선우 : (본다. 나즈막히 한숨.. 국밥집 쪽을 돌아본다. 시선에서)



41. S# 방안.


화투장을 만지고 있던 황국도. 그 때 밖에서.


오산댁E : 뭐해? 아직두 자?


소리에 황국도 재빨리 화투장 담요 덮어 한쪽에 밀어놓고 홀라당 드러눕는다.

드륵 방문 열리며 고개들 이미는 오산댁. 등지고 드러누운 황국도를 본다. 밉살스러워죽겠다..


오산댁 : 오뉴월 개팔자 늘어지듯 늘어졌네. 어이구 베기 싫어! 어이구!


그러더니 다시 탕! 문을 닫으면 슬그머니 돌아보는 황국도, 후유 소리 안 나게 한숨 내쉬는데서.



42. S# 주방안.


들어와 덜그럭덜그럭 그릇을 닦기 시작하는 오산댁.


오산댁 : 내가 미쳤지. 저런 것두 서방이라구 여태 떠받들어 살구 앉었으니..

            승희가 어디 괜한 소릴 하는 기집애야? 저두 즈이 엄마 고생하는 거보기 싫어 저러지.

            (한숨 길게) 그 놈에 정이 웬수다. 그 놈에 정이 웬수야. (박박 닦아서 한쪽에 놓으면)



43. S# 서준의 레스토랑.


남직원, 쥬스 컵을 들고 태희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다가와 그 앞에 놔준다.


태희 : 고마워요.

서준 : (거의 동시에 뒤에서 나타나며) 나두 커피 한잔 갖다 주라.

남직원 : 알겠습니다, 사장님. (가면)

서준 : (맞은편에 앉으며) 무사히 살아있었네. 아침에 누나랑 재혁이 형 호출할 때 보니까 할아버지 엄청 화나 계시든데.

태희 : (씁쓸하게) 그렇잖아두 할아버지랑 한판 했어.

서준 : 누나가? 할아버지 충격 좀 받으셨겠는데. 어젯밤 외박한 것두 사건인데 누나까지 대들었다니. 연타 맞으셨네.

태희 : 모르겠어. 회사 일까지 맡긴 사람인데..왜 그렇게 반대하시는지.

서준 : 할아버지 속을 어떻게 알겠어. 워낙에 생각이 많으신 분이잖아.

태희 : 그래. 그렇긴 하지. (한 모금 마시고) 참 오후엔 뭐하니?

서준 : 특별한 약속은 없어. 왜?

태희 : 너 그럼 그 집에 한 번 더 갔다 와 줄 수 있겠니? 어제 윤희 찾으러 갔던 집 말야.

         가서 그 애 한번만 다시 만나고 와줘. 아무래도 그 애가.. 자꾸 마음에 걸려.

서준 : (보면)



44. S# 보일러가게 안.


윈도우 밖으로 프레임-인 되는 승희. 슬그머니 가게 앞에 다가서서 연웅이 있나 없나 살핀다.


승희 : (문을 열고 들어오며) 아저씨. 연웅 씨 지금 없어요?

주인 : 수리 나갔어요. 좀 있다 들어올 텐데.

승희 : 네에.. (생각하더니) 아저씨 혹시 연웅 씨네 집 아세요? 어디예요? 알면 좀 가르쳐주실래요? 네? 네?

주인 : (본다)



45. S# 보일러 가게 근처.


도로변에서 골목으로 코너를 도는 서준의 차. 바로 그 옆으로 철웅의 집주소가 적힌 종이를 보며 지나가는 승희.

서준, 창문 밖으로 승희가 지나가는 걸 보고 재빨리 브레이크.


서준 : (창문 내리며) 저기요! 이봐요!

승희 : (듣지 못한 채 코너를 돌아 사라진다)


서준, 재빨리 차를 후진시키는데 바로 그 때 골목으로 진입하던 트럭과 쿵! 부딪힌다.

그 바람에 몸이 앞으로 쏠리는 서준, 빽밀러를 보면.

부딪힌 트럭에서 내려서는 연웅, 트럭차 문을 쿵! 닫고 내려서더니 일단 부딪힌 부분을 살핀다.

서준의 차는 멀쩡한데 트럭의 라이트가 나가버렸다. 열 받네. 훅! 앞머리 날리면

차에서 내려 다가서는 서준, 승희가 간 쪽을 쳐다본다. 이미 승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김새는 표정인데

서준 앞으로 다가서는 연웅.


연웅 : 이봐요. 갑자기 그렇게 후진하면 어떡해요? 갖다 박으라고 들이민 거예요 뭐예요?

서준 : 급해서 그렇게 됐습니다. 어차피 그 쪽도 앞을 살피지 않고 달려오다 박은 거니까 쌍방과실쯤으로 해둡시다.

연웅 : 이봐요. 쌍방과실이라니. 댁이 갑자기 후진하는 바람에 이렇게 된 거잖아요. 내 잘못이 아니라 그 쪽 잘못이라구. 알아요?

서준 : (귀찮다. 턱 지갑 꺼내더니) 알았어요. 얼마면 되겠어요.

연웅 : ?

서준 : 라이트 깨진 거, 긁힌 거.. 기타 등등 다 합해 얼마주면 되겠냐구요.

연웅 : (순간 열 받는다) 근데 이 자식이.

서준 : (이 자식? 연웅을 보면)

연웅 : 니가 그렇게 돈이 많아? 돈이면 다 해결되는 줄 아는 거야 뭐야 대체?

서준 : 차 깨진 값 물어 준다구요. 뭐가 잘못됐어요?

연웅 : (열 받는다. 훅! 앞머리 불어 올리더니) 내가 거지냐? 지금 동냥 받어? 잘못을 했으면 사과를 해얄 거 아냐! 사과를.

         그게 순서 아니냐구! 어? (하는데)

서준 : (불쑥) 당신 깡패야?

연웅 : 뭐?

서준 : 그렇게 소리치구 윽박지르지 않으면 아무 말도 못하는 사람이냐구.

연웅 : (멈칫.. 보면)

서준 : 그래. 후진해서 미안하다. 그래서 그 쪽 차 깨지구 긁힌 거 갚아 주겠다구. 근데 뭐가 불만이야 대체.

연웅 : 잘못했음 사과부터 하란 말야! 사과부터!

서준 : (버럭) 어따대구 계속 반말이야 너!

연웅 : (다시 멈칫.. 기막혀 보면)

서준 : 사람 다치지 않았구, 차만 조금 긁힌 거야. 죽을죄 아니잖아 그거. 근데 왜 그렇게 버럭버럭 대들어!

         거기다 뭐? 이 자식? 내가 니 자식이야?

연웅 : (딱 말문이 막힌다. 뭔가 말은 해줘야겠는데.. 그저 노려보기만 하면)

서준 :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연웅의 손에 툭 쥐어준다) 차 깨진 값 받구 싶음 여기로 찾아와.

         올 때 견적서 가져오는 거 잊지 말구. 견적서 없으면 돈두 없어. 그렇게 알아. (그러더니 돌아서서 도로 차에 올라탄다)

연웅 : (진짜 열 받네. 훅! 앞머리 날리고 보면)


서준, 그대로 핸들을 돌려 차를 출발시키면 연웅, 어이없이 손에 쥔 명함을 내려다본다.

다시 멀어지는 서준의 차를 보더니.


연웅 : 재수 없는 자식.. 내 이 돈 무슨 일이 있어두 꼭 받으러 간다. 꼭! (씩씩거리고 보는데서)



46. S# 태희의 방. N


나즈막히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

태희, 한쪽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데 똑똑똑.


태희 : 네.

예산댁 : (문 열고) 회장님 들어오셨어요.

태희 : (돌아보면)



47. S# 거실. N


내려오는 태희. 현관문이 열리고 박귀중의 호위를 받고 들어서는 김필중.


현자 : 다녀오셨어요.

태희 : (본다) 다녀오셨어요, 할아버지.

김필중 : (시선 주지 않은 채 박귀중에게) 내일은 좀 늦게 출근할거야. 열시까지 와.

박귀중 : 알겠습니다, 회장님.

김필중 : (그러더니 태희는 본 척도 없이 안으로 들어간다)

현자 : (순간 고소한 듯. 입가에 옅은 미소) 오늘은 내가 할아버지 옷 받아드릴 테니까 넌 올라가 있어.

         (그러면서 안으로 따라 들어가면)

태희 : (본다. 시선에서)



48. S# 태희의 방. N


안으로 들어오는 태희. 한쪽 의자에 앉는다. 전화기를 본다.

전화를 해볼까.. 수화기를 만지작거리며 내려다보는데서.



49. S# 재혁의 사무실. N


소매를 걷어부치고 일하는 재혁. 서류를 들여다보다가 문득.. 옆에 있는 핸드폰으로 시선 준다.

다른 쪽에서 노트북을 펴고 일을 하던 오한영 무심코 재혁 쪽을 보다가 멈칫.. 보더니.


오한영 : 그분 전화 기다리십니까.

재혁 : (말없이 다시 서류 쪽으로 시선 돌리면)

오한영 : (노트북 들여다보며) 이건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건데요 혹시 그 분을.. 진심으로 좋아하시는 겁니까?

재혁 : (서류에 시선준채 무심하게) 뭘 알고 싶은 거야.

오한영 : 어느 쪽인지 잘 모르겠어서요. 진심으로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계획에 들어있는 건지.. (하는데)

재혁 : 내 상대는 김필중 회장이지 김태희가 아니야.

오한영 : 김필중 회장님이 가장 아끼는 손녀딸이잖습니까. 나중에 후계자가 될지도 모르죠.

            (보며) 그렇게 되면 원래 장선배의 자리를 그 여자가 차지하게 되는 겁니다.

재혁 : 내 상대는 김필중 회장 한사람이야. 김태희는 아니야.

오한영 : 진심으로.. 좋아하시는 겁니까.

재혁 : (동시에 서류를 탁 덮더니) 오늘은 이쯤 해두지. (보더니. 일어나 외투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

오한영 : (나가는 걸 본다. 진심인가? 다시 보면)



50. S# 달리는 재혁의 차. N


운전하는 재혁, 달리다가 음악을 크게 틀어버린다.



51. S# 재혁의 오피스텔 전경. N



52. S# 오피스텔 복도. N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안에서 나오는 재혁. 걸어오다가 멈칫.. 걸음을 멈추고 보면

문 앞에 서 있는 태희. 재혁을 본다.


태희 : (빙긋 웃음) 이제 와?

재혁 : 언제부터 기다린 거야?

태희 : (시계 보더니) 한 시간쯤. (그러다 얼굴 보며) 이마는 괜찮니?

재혁 : 들어가자. (열쇠 꺼내 문 쪽으로 다가서는데)

태희 : 아니야. 얼굴 봤으니까 됐어. 할아버지 모르게 몰래 잠깐 나온 거야. 알아채시기 전에 들어가 봐야 해.

재혁 : (보면)

태희 : 하루 종일 전화 연락두 안되구. 내 전화 일부러 안 받는 거 같기도 하구..

         이렇게 얼굴이라도 보러 오지 않으면 잠이 안 올 거 같았어. 그래서 잠깐 들린 거야.

재혁 : (본다. 말없이 태희를 빤히 보면)

태희 : 갈께. (조금은 어색해져서 그대로 지나치려는데)

재혁 : 다른 남잘 사랑해 태희야.

태희 : (멈칫.. 걸음을 멈추고 본다)

재혁 : (돌아보며) 할 수만 있다면.. 다른 남잘 사랑해. 그렇게 해. 그러는 게 너한테 좋아.

태희 : 너.. 정말 화 많이 났구나.

재혁 : 화난 거 아니야. 현실을 말하는 거야.

태희 : (서운하다. 눈가가 시큰해져서) 넌.. 내가 다른 남잘 사랑해두 괜찮니? 괜찮을 수 있어?

재혁 : 넌 나에 대해서 모르는 게 너무 많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뭘 생각하는지 아무것도 모르잖아.

태희 : 나한텐 너뿐이야.

재혁 : (본다)

태희 : 힘들 때 생각나는 사람두 너뿐이구 믿고 기댈 수 있는 사람두 너뿐이야.

         그런데 어떻게 다른 남잘 사랑해? 그게 가능할거 같니?

재혁 : (본다. 보더니 말없이 태희를 안는다. 나지막히) 나는 할 일이 많아 태희야. 너한테 전부다 설명할 수 없지만..

         내가 꼭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어. 근데 니가 이렇게 날 붙잡고 있으면 내가 앞으로 나갈 수가 없잖아.

         니가 자꾸만 걸려서.. 아무것도 못하겠어. 알아?

태희 : 내가.. 널 그렇게 힘들게 하니? 그래서 비켜줬으면 좋겠어?

재혁 : 그래. 그랬으면 좋겠어. 가능한 멀리 비켜줬으면 좋겠어. 내 옆에 있어봤자.. 너한테 흙탕물만 튈 거야.

태희 : (그 말에 천천히 떨어져서 재혁을 본다. 목이 메여 겨우) 미안해. 나 때문에 힘들게 해서. 앞으로 안 그러도록 노력할게.

         그러니까.. 그러니까 너두 나 밀어내지 마. 너까지 밀어내면 나.. 갈 데가 없어.

재혁 : (보면)

태희 : 앞으로 더 많이 노력할게. 할아버지 마음두 내가 돌려놓을게. 그때까지만 힘들어두 조금만 참아줘. 응? (확인하듯) 응?

재혁 : (보면)


태희, 다시 재혁에게 안긴다. 말없이 태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재혁 널 어쩌면 좋을까.. 나즉히 한숨을 내쉬는 시선에서.



53. S# 철웅의 집 앞. N


프레임-인 되는 승희. 여기가 맞나? 철웅의 집 쪽에서 기웃거리며 안을 살피더니 초인종을 누른다.

잔뜩 기대하며 얼른 머리도 매만지고 기다리는데 “누구세요?” 하는 목소리와 함께 대문 열리면서 나타나는 선우의 얼굴.

돌아서 있던 승희, 웃으면서 보다가 멈칫.. 놀라서 선우를 본다.

선우도 멈칫.. 놀라서 승희를 본다.


선우 : 승희야.

승희 : (황당해져서 보면)

선우 : 너 여긴 왠일이야? (하다가 순간 표정 밝아지며) 내 반지 찾았니? 그래서 온 거야?

승희 : 너.. 니가 어떻게 여기 있어?

선우 : 뭐?

승희 : 여기 철웅 오빠 집이잖아. 근데 니가 왜 여기서 나와? 왜 여기서 나오냐구 니가!

선우 : 몰랐니? 나.. 당분간 이 집에서 신세 지기로 했어. 일구해서 독립할 때까지 당분간.

승희 : (기가 막혀 빤히 쳐다본다. 보더니) 너.. 너 정말 대단하구나.

선우 : (? 보면)

승희 : 이것가지 계산하구 저지른 일이었니? 우리 집에서 쫒겨 나면 철웅 오빠가 받아줄 거 알구.

         그래서 작정하구 우리 아저씨 꼬신 거였어?

선우 : 억지 피우지마. 그런 거 아니야. 반지 때문에 온 거 아니면 그만 가. (돌아서려는데)

승희 : 나쁜 년! 기회주의자! 이중인격자!

선우 : 말조심해 너! 나 나쁜 년 아니야!

승희 : 나쁜 년!

선우 : 난.. 누구보다 열심히 살려구 노력했어. 아줌마 아저씨한테두 최선을 다했어.

         아무리 힘들어두 힘들단 소리 한번 한적 없었구, 어떤 일을 시켜두 군소리 없이 다 했어.

         나.. 너희 집 살면서 잘못한 거 하나두 없어. 너한테 나쁜 년이라는 소리.. 들을 이유 하나두 없어.

승희 : 아저씨 꼬여 엄마 가슴 찢어 놓구! 철웅 오빠 앞세워 가게까지 쑥대밭 만들어 놓구! 그러구두 뭐? 잘못한 게 없어?

선우 : (멈칫..) 뭐라구? 누가 가겔 쑥대밭으루 만들어?

승희 : 너 때문에 우리 집은 풍비박산이 났어. 완전히 묵사발 되구 콩가루 되버렸다구. 알아!!

선우 : 몰랐어. 몰랐던 일이야.

승희 : 몰랐다구?

선우 : 몰랐어.

승희 : 그래? (씩식거리며 노려보더니) 그래 좋아. 니가 그렇게 나오겠다면 나두 생각이 있어.

         (그러더니 얼굴 바싹 들이대고) 각오해. 피가 마를 때까지 가슴 치게 해줄 거야.

         평생 나한테 잘못한 거 두고두고 후회하게 만들어줄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거야. 할 수 있어.

선우 : (본다)

승희 : (무섭게 노려보는데)

철웅 : 야! 너 또 뭐야!


선우와 승희, 동시에 돌아본다.

철웅, 다가서서 선우를 한번 본 뒤 승희를 본다.


철웅 : 뭐야 너. 왜 또 여기까지 따라와 선우 괴롭혀!

승희 : (철웅의 손에 들린 장미를 한번 보더니 불끈.. 철웅을 보며) 오빠두 정신 차려.

         선우 이 기집애, 언젠간 오빠 말아 먹구 말거야. 그 때가서 후회하지 말구 늦기 전에 정신 차리란 말야! 알았어?

철웅 : 걱정하지 마.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

승희 : (순간 눈물이 핑 돈다) 바보! 멍충이! 등신!!! (그러더니 그대로 지나쳐 가버린다)

철웅 : (표정 없이 흘끗 돌아보더니 선우를 보며) 괜찮냐 너?

선우 : (보며) 왜 그랬어?

철웅 : 뭐가?

선우 : 아줌마네 가게는 왜 갔었어? 가서 가게는 왜 다 부숴뜨렸어? 내가 언제 그래 달라구 너한테 부탁한적 있었니?

철웅 : 아니. 없었어.

선우 : 근데 왜 가서 시키지두 않은 짓을 해! 왜! (보며) 너.. 그러는 거 아니었어. 그 분들 그래두 나한텐 은인이란 말야. 알아?

철웅 : 은인은 무슨 얼어 죽을 은인! 너한테 한 짓을 생각해 봐! 오히려 그 정도루 끝내준걸 감사하라 그래!

선우 : (보면)

철웅 : 누구든 너한테 손끝하나 대는 놈은 내가 절대 그냥 안 둬! 알어? 누구두 너 못 건드려. 아무도 못 건드게 할거야! 아무두!

         (그러더니 성난 듯 그대로 집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선우 : (한숨.. 힘없이 문 앞에 기댄다. 기대는데)


잠시 후 다시 그 앞으로 나와서는 철웅. 어색하게 장미꽃을 내민다.


철웅 : 받어라. 이거.. 니 꺼야.

선우 : (외면하는데)

철웅 : 거절하지 마.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넌 그냥.. 받기만 해. 그럼 돼.

선우 : (보면)

철웅 : (그러더니 그대로 선우 손에 쥐어주고 도로 나가버린다)


골목모퉁이로 사라지는 철웅의 뒷모습.

선우 다시 손에 들린 장미꽃을 본다.



54. S# 오락실. N


혼자 격투기게임을 하고 있는 철웅. 퍽퍽 상대편을 때려서 넘어뜨리는 철웅의 얼굴에서.



55. S# 포장마차. N


혼자 앉아 소주를 마시는 승희, 마시고 또 마시고.


승희 : 두고 봐. 두 배로, 세배로 갚아줄 거야. 나한테 뺏어간 만큼.. 피 눈물 나게 해줄 거야. (하더니 또 마신다. 시선에서)



56. S# 국밥집 안. N


라면을 끓여서 먹고 있는 오산댁과 황국도.

그 뒤로 드륵 문이 열리면서 들어오는 승희.


오산댁 : 어디 싸댕기다 이제야 나타나.

승희 : ...

오산댁 : 밥은? 안 먹었음 가서 그릇하구 젖가락 갖구 와. 금방 끓여서 아직 많이 남았어.


노끈으로 연결해 묶어 겨우 세워져 있는 테이블. 그 위에 찌그러진 냄비에 가득 들어있는 라면과 김치 한 종지.


오산댁 : (보며) 뭘 그러구 빤히 섰어? 라면 안 먹을 거야?

승희 : 엄만.. 이렇게 사는 게 좋아? (혀가 꼬였다)

오산댁 : 뭐?

황국도 : (라면 입에 문채 뭔 소리여? 하고 쳐다보면)

승희 : 이렇게 희망두 없이 초라하게..평생 국밥장사만 하면서 살고 싶냐구.

오산댁 : 얘가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너 또 술 쳐 먹었니?

승희 : 술? 그래. 마셨어. 마셨지 술. 세상이 너무 엿 같아서 한잔 했어 엄마. 선우 그 기집애가 죽도록 미워서 한잔 했다구.

오산댁 : 선우? 너 선우 만났냐? (하는데)

승희 : (순간 글썽) 엄마 사람은 다 똑같은 거 아냐? 근데 선우 그 기집애는 뭐가 그렇게 잘나구 대단해서

         제하그룹 손녀딸루 태어난 거야? 왜 나는 이런 초라하고 개떡 같은 국밥집 딸로 태어난 거냐구.

         이건 너무 불공평한 거 아냐?

오산댁 : 승희야.

승희 : 바꾸고 싶어.

오산댁 : 뭐?

승희 : 할 수만 있다면 바꿔버리고 싶어. 내가 선우대신 그 집 손녀 딸 해버리고 싶어.

오산댁 : (놀라서 본다)

황국도 : (놀라서 보면)

승희 : 엄마하구 아저씨만 입 다물면 되잖아. 그럼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그치?

오산댁 : 너 지금 무슨 소리야 그게? 너 제 정신이야?

승희 : 엄만 이렇게 사는 거 지긋지긋 하지두 않아? 국밥냄새 쩔어 사는 거 지겹지두 않냐구!

         우리라고 언제까지 이렇게만 살란 법 있어? 그러라구 누가 정해 논 것두 아니잖아!

오산댁 : 너 정말 미쳤어? 왜 자꾸 이래 너!

승희 : 엄마하구 아저씨만 입 다물면 돼.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오산댁 : 승희야!

승희 : 내가 알아서 한다구. (그러더니 홱 돌아서서 나간다)

오산댁 : 얘! 승희야! 승희야아!!! (보는데서)



57. S# 공중전화박스 앞. N


프레임-인 되는 승희, 잠시 전화기를 뚫어져라 보더니 다가선다.

다가서서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서 보더니 동전을 넣고 번호를 누른다. 신호가 가고.



58. S# 태희의 방. N


울리는 전화벨.


태희 : (받아들고) 네...김태흽니다. (멈칫.. 고개를 든다)



59. S# 공중전화부스 앞. N


승희 : 드릴말씀이 있어요. 지금 만날 수 있을까요? (듣더니) 네. 지금이요.



60. S# 태희의 방. N


수화기를 내려놓는 태희, 잠시 생각하더니 급하게 돌아선다. 돌아서다 그만 쨍그랑!

소매에 걸려 한쪽에 세워둔 사진액자가 떨어지며 깨진다.

태희, 멈칫.. 내려다보면 깨져버린 사진 액자 안에서 아버지가 태희를 보고 있다.

태희, 내려다보는 시선에서.



61. S# 카페. N


앉아서 기다리는 승희, 손가방을 무릎위에 놓은 채 초조하게 꼼지락거린다.

아직 오지 않고 있는 태희. 점점 더 초조해진다.

시계를 들여다보던 승희, 입술을 질근질근 깨물다가 아무래도 이건 아니지 싶다. 그대로 자리에서 순간 벌떡 일어서는데

그 때 출입구에서 들어서는 태희와 시선 마주친다.

순간 멈칫하는 승희. 이제.. 어떡하지?

태희, 천천히 다가와 승희를 본다.

갈등어린 시선으로 다가서는 태희를 보는 승희. 그런 승희를 바라보는 태희.

승희, 순간 결심한 듯 입술을 꽉 물고 태희를 본다. 시선에서.

<9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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