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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두] 11 - 선택 (上)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8.11.19|조회수449 목록 댓글 0

[유리구두] 11 - 선택 (上)











1. S# 대리점 밖.


앞으로 다가와 멈춰서는 두 대의 검정색세단. 탁탁 문이 열리면서 건장한 사내들 여섯 일곱 명이 차에서 내린다.

선우와 철웅, 수탁, ?해서 돌아보면

건장한 깡패들, 곧바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대리점 앞쪽으로 몰려가더니

세워놓은 가판대며 홍보 판들을 뒤집어엎기 시작한다.

비명을 지르며 흩어지는 사람들.

깡패들, 행패를 부리기 시작하자.


주인 : (뛰어나오면서) 당신들 뭐야? 왜 또 나타나서 행패야? 어? (하는데)

깡패1 : 비켜! (확 밀어제끼면)

주인 : (저만치 나뒹구라진다)

선우 : 사장님! (얼른 뛰어가 부축하더니)(깡패들을 향해) 야! 너희들 어른한테 이게 무슨 짓이야!

깡패 : 비키라구! (하면서 선우까지 밀친다)


문에 쿵 부딪혀서 아픈 듯 홱 돌아본다.

순간 철웅, 열이 뻗친다. “야아아아!!!!!” 들고 있는 전단지 확 던져버리더니

철웅 선우를 밀친 깡패한테 달려들어 일단 때려 눕힌 다음 달려드는 다른 놈들을 하나씩 때려치우기 시작한다.

그 때 도착하는 재혁의 차. 놀라서 보는 오한영과 재혁, 재빨리 차에서 뛰어내린다.


재혁 : (오한영에게) 빨리 경찰 불러! (그러더니 싸움판으로 달려들어) 그만둬! 그만두지 못해!!

         어디서 싸움질이야! 저리 비켜!!! (싸움을 말린다)


그 때 깡패하나가 철웅의 턱을 날린다. 퍽! 뒤로 고개가 꺽어지는 철웅, 입술에 피가 난다.

선우, 달려들어 깡패의 손을 꽉 물어버리는데 깡패, 선우를 한쪽으로 퍽! 밀어버린다.

그 바람에 바로 재혁 옆에 쓰러져 넘어지는 선우.


재혁 : 괜찮아요? (하고 부축해서 일으켜주는데)

선우 : (재혁을 본다) 어?

재혁 : 어? (같이 마주보면)

철웅 : (동시에 선우를 돌아보더니) 야 임마! 너 거기 뭐야!


재혁, 선우 동시에 돌아보는데 철웅, 말릴 사이도 없이 그대로 날라와 재혁의 얼굴에 주먹을 날려버린다. 퍽!

돌아가는 재혁의 턱. 동시에 놀라서 쳐다보는 선우의 얼굴.

쿵! 넘어지는 재혁.

철웅, 재혁의 멱살을 잡고 일으켜 세워 다시 치려는데.


선우 : (두 팔로 재혁을 가로막으며) 안 돼! 때리지 마! 이 사람 아니야!

철웅 : (멈칫.. 주먹을 들어 올린 채 선우를 본다)

재혁 : (선우를 보면)

선우 : 이 사람은 아니라구. 그러니까 때리지 마.

철웅 : (선우에서 재혁 쪽으로 시선 옮기면)

선우 : (얼른 걱정스럽게 돌아보며) 괜찮으세요? 안 다치셨어요? 네?

재혁 : 난 괜찮아요. (숨을 몰아쉬며 맞은 턱을 쓱 문질러 닦더니 선우를 본다) 이거.. 이상한데서 또 만나는군요.

선우 : (재혁을 본다. 어색한 웃음)

철웅 : (? 두 사람을 이상하게 본다. 방심한 순간)


퍽! 날아오는 깡패의 주먹에 맞으며 뒤로 넘어가는 철웅.

선우, 재혁 ? 돌아보는 얼굴에서.



2. S# 경찰서 전경.



3. S# 경찰서 안.


쭉 앉아 있는 깡패들. 깡패1, 한쪽을 돌아보면 다른 한쪽에 나란히 앉아 있는 수탁, 철웅, 그 옆으로 선우.

깡패들이 완전히 깨진데 비해 철웅과 수탁은 비교적 말짱하다.

선우, 걱정스러운 듯 앉아서 보는데 경찰과 얘기를 끝낸 듯한 재혁, 선우 쪽으로 다가선다.


선우 : (주춤 자리에서 일어나 보면)

재혁 : 잘 해결됐어요. 그만 대리점으로 돌아가셔두 됩니다.

선우 : (활짝 웃으며) 그렇죠? 우리 잘못 없대죠? 그럴 줄 알았어요. 저 깡패들이 먼저 행패 부린 거거든요.

         정말루 우린 아무 잘못 없었어요.

재혁 : 알아요.

선우 : (보며) 저기.. 아까 맞은 덴 진짜 괜찮으세요?

철웅 : 아까 말하는 거 못 들었냐? 괜찮다잖아.

선우 : 뭘 잘했다구 큰소리야 너. 얼른 사과부터 드려.

재혁 : 됐어요. 일부러 친 것두 아닌데 그럴 거 없어요.

선우 : 야아 어서.. (철웅의 발을 발로 툭 치면)

철웅 : (흘끗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재혁을 본다. 최대한 삐딱하게) 미안하게 됐습니다. 내 주먹이 원래 전자동이라 서요.

         선우한테 손 대는 놈만 보면 이놈 저놈 안가리구 일단 패고 보는 경향이 좀 있습니다.

재혁 : (짐짓 웃음) 재밌군요.

철웅 : 재밌다구? 한대 더 맞아두 그런 소리 나올까?

재혁 : (보면)

선우 : 너 그만해.

철웅 : (선우 땜에 참는다. 삐딱하게 일별하고 쓱 돌아서서 나가면)

수탁 : 그럼. (따라서 나간다)

선우 : 야! 박철웅! (부르다가 재혁에게 미안해서 보면)

재혁 : (짐짓 웃음. 외투를 집어 들고 나간다)

선우 : (본다. 얼른 쪼르르 따라가면)



4. S# 복도.


걸어 나오는 재혁, 그 뒤로 쫒아 나오는 선우.


선우 : (흘끔 눈치 한번 보더니) 저기요.. 근데 제하그룹에서 일하세요?

재혁 : (외투를 입으며 계속 쭉 걸어오는 옆으로 계속)

선우 : 얼마 전에 그 회사에서 잠깐 봤었어요. 그 회사 로비에서.

재혁 : 알아요.

선우 : 어? 알구 계셨어요?

재혁 : 만날 때마다 아주 소란스러운 아가씨구나 생각했어요. 한번은 소매치기를 잡아주더니

         그 다음엔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지구.. 이번엔 깡패들하고 싸우구.

선우 : 원래 사고뭉치란 소린 많이 들어요. (웃음)

재혁 : 그 대리점에서 일합니까?

선우 : 네.

재혁 : 꿈은 어떻게 된 거예요.

선우 : 네?

재혁 :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게 꿈이라면서요. 그 꿈 포기한 거예요?

선우 : 아니요. 전 한번 맘먹은 건 잘 포기 안 해요. 원래 잡초 과거든요. 끈질기구 독하구..

         밟힌다고 기죽는 스타일은 더더욱 아니구요.

재혁 : 그래요? (웃으며 걸어오는데)

선우 : (걸음을 멈추고 보더니, 불쑥) 제 이름은 이선우예요.

재혁 : (?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면)

선우 : 기억해두시라 구요. 언젠간 그 회사에서 절 만나실 수 있을 테니까.

         그럼 안녕히 가세요. 오늘 감사했습니다. (밝게 웃은 뒤 돌아서서 가면)


재혁, 선우의 뒷모습을 말없이 본다. 왠지 마음이 밝아져서 보는 시선에서.



5. S# 경찰서 앞.


밖으로 나오는 재혁. 오한영, 기다리고 있다가 얼른 차문을 열어준다.


오한영 : 시간이 많이 걸리셨군요.

재혁 : 어. (시계 보더니) 회의는 내일로 미뤄놨지?

오한영 : 네. 연락해뒀습니다. 갑자기 사고가 생겨서 내일 아침으로 미루겠다 구요.

재혁 : 잘했어. (차에 올라타려는데)


그 때 재혁의 차 앞으로 와서 멈춰서는 검정세단.

재혁, 오한영 ?해서 돌아보면 세단에서 내려서는 깡통, 뒷좌석 문을 열어주면 천천히 내려서는 인수.


재혁 : (멈칫.. 인수를 본다)

인수 : (보며) 어이 장재혁. 오랜만이구나.

깡통 : 대체 이게 을매만이고. 이야. 정선 배달통이 이래 달라질 수도 있나? 땟국물 쫙 빼가 영국신사 다 됐네, 어이?

오한영 : (?해서 재혁을 돌아보면)


재혁, 인수와 깡통을 본다. 일순 예의 무거운 표정으로 되돌아와 그들을 본다. 시선에서.



6. S# 버스 정류장 앞.


경찰서에서 나와 쭉 걸어오는 선우. 그 옆으로 바싹 따라오고 있는 철웅.


철웅 : 그 자식 누구야.

선우 : 누구?

철웅 : 계속 실실거리는 그 재수 없는 자식.

선우 : 나도 몰라 누군지.

철웅 : 모르는데 왜 그렇게 친한척해?

선우 : 내가 언제?

철웅 : 했잖아 친한 척. 내 앞에서 그 자식 편까지 들었잖아. 대체 누구야! 어디 사는 누구구 이름이 뭐냐구!

선우 : 몰라 글쎄. 어디 사는 누구구 이름이 뭔지, 암것두 모른다구. 그냥 우연히, 어쩌다 몇 번 마주친 것뿐야. 됐어?

철웅 : 그냥 우연히, 어쩌다 몇 번 마주친 자식을 왜 그렇게 쓸데없이 걱정하는 거야 너. 그 자식한테 딴 맘 있냐?

선우 : (그 말에 돌아본다) 뭐?

철웅 : 그 자식한테 딴 맘 있냐구!

선우 : 아까 깡패들한테 잘못 맞았니? 머리가 띵해?

철웅 : 딴 맘 있어 없어. 그것만 대답해.

선우 : (본다. 어이없이 보더니) 박철웅 내가 넌 줄 아니? 너처럼 시간남아 빈둥대는 건달인줄 알어?

철웅 : 뭐?

선우 : 나는 오늘 낼 살아갈 걱정만 해두 무지 바쁜 사람이야. 남자한테 딴 맘가질 여유도 없거니와 즐길 시간도 없어 난.

         더군다나 너처럼 재미삼아 누굴 쫒아 다닐 만큼 한가하지두 않어.

철웅 : 나는 너 재미삼아 아니야. 진심으루 좋아한다니까.

선우 : 어떡하니. 나는 너 친구 이상 아닌데.

철웅 : 뭐?

선우 : 다시 말해줘? 나는 너 친구 이상 아니라구. 그러니까 자꾸 선 넘어오지 마.

         그 이상 넘어오면 반칙이이구 실격이야. 알았어?

철웅 : (보면)


도착하는 버스. 선우, 돌아서서 버스에 올라 탄다.

철웅, 그 자리에 선 채 출발하는 버스를 바라본다. 보더니 갑자가 어우우!!! 괴상한 고함.

그 바람에 주위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 놀라서 돌아보면.


철웅 : 대체 왜 내 맘을 몰라 주냐구! 왜! (떠난 버스를 씩씩거리며 보는데서)



7. S# 호텔의 고급 일식집.


오한영, 서류가방을 무릎에 올려놓은 채 룸 쪽을 돌아보면 그 앞으로 소주잔을 내미는 깡통.


깡통 : 자자, 우리도 한잔 하입시다. 한잔 받으이소.

오한영 : (보더니) 저는 술은 입에 대지 않습니다. 크리스챤이거든요.

깡통 : 뭐라꼬? 크리스탈?

오한영 : 크리스챤이요. 교회에 다니기 때문에 술 담배는 절대 입에 대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 제자리)

깡통 : (썰렁.. 뭐 이런 재미없는 놈이 다 있노? 보는데서)



8. S# 룸 안.


정결하고 깨끗한 테이블위로 놓여있는 일식정찬.

인수, 재혁 앞으로 술을 따라주며.


인수 : 돌아오는데 시간이 좀 걸렸구나. 십오 년쯤 됐나?

재혁 : 그 동안 넌 어떻게 지냈냐.

인수 : 나야 니 덕분으로 출세했지. 니가 보내준 돈으루 이젠 서울에서 자리도 잡았구

         옹색하지만 애들도 이삼십 명 거느리게 됐다. 뭐.. 아직은 동네 구멍가게수준이지만.

재혁 : (짐짓 웃음. 술잔을 입에 대는데)

인수 : 그 아인 여전하냐?

재혁 : (? 보면)

인수 : 김태희였던가? 눈이 아주 예뻤던 걸루 기억하는데. 아... 이젠 아이가 아니겠군.

         (재혁을 본다) 여전히 계속 만나고 있는 거냐?

재혁 : 그 여자 얘긴 안하고 싶다. 이 자리하군 상관없는 얘기야.

인수 : 그런가? (짐짓 웃더니) 그럼 이 자리에 어울리는 얘길 해볼까. 우선 니 얘기부터 들어보자.

         항상 궁금했는데.. 대체 너하구 제하그룹은 어떤 사이냐.

재혁 : (천천히 술잔을 내린다)

인수 : 언젠가 니가 나한테 그랬지. 너는 크게 될 거라구. 크게 되서 꼭 빚을 갚아줘야 할 사람이 있다구.

         혹시 그 빚을 갚아줘야 할 사람이.. 제하그룹 김필중 회장인 거냐?

재혁 : ...

인수 : 말해봐. 두 사람 어떤 관계야. 대체 무슨 관계길래 나 같은 깡패가 필요한 거냐. (보며) 그것부터 들어야겠다.

재혁 : (눈길을 들어 인수를 본다. 시선에서)



9. S# 동호텔 레스토랑.


지배인의 안내로 안으로 들어서는 김필중.

룸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태희, 자리에서 일어나면.


김필중 : 회의가 좀 길어졌다.

태희 : 괜찮아요. 얼마 안 기다렸어요.

김필중 : 앉아. (앉는다)

태희 : (앉는다) 근데 무슨 일이세요? 갑자기 저를 다 불러내시구.

김필중 : (태희를 보더니) 휴전협상하자고 불러냈다.

태희 : ?

김필중 : 너 이 녀석. 저번 날 재혁이 불러다 혼낸 이후로 할애비하구 줄곧 눈도 안 마주치고 있잖니.

태희 : (시선 떨구면)

김필중 : 하긴 니 애비두 그랬지. 내가 맘에 안 들게 굴면 니 애비도 너처럼 나하구 눈을 안 마주쳤댔어.

태희 : (김필중을 보면)

김필중 : 장재혁 그 녀석이.. 그렇게도 좋은 게냐?

태희 : 그 사람 말고 다른 사람은 생각해본 적 없어요 할아버지.

김필중 : 만약 내가 끝까지 반대한다면.

태희 : (본다)

김필중 : 만약 내가 끝까지 반대하면 너두 이 할애빌 떠날 테냐? 니 애비처럼?

태희 : ...

김필중 : 대답을 못하는 것 보니 그런 모양이구나. 하기야 그 애비에 그 딸일 테지. (허허 웃지만 내심 서운하다)

태희 : (보면)

김필중 : 장재혁이 문제는 좀 더 검토해보자. 이 할애비한테도 생각할 시간을 좀 다오. 그 정돈 너두 양보해줄 수 있겠지?

태희 : 이왕이면 긍정적으로 검토해주세요.

김필중 : (지긋이 본다. 보더니) 너..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게 뭔지 아니? 그건 너를 잃는 거다.

태희 : (본다. 뭉클해져서 보면)

김필중 : (짐짓 웃음.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태희 앞으로 내민다) 자. 이거 받아라.

태희 : 뭔데요?

김필중 : 오늘 니 입사시험성적 나왔는데 니가 수석이랜다. 기특하구 장해서 주는 상이야. 넣어둬.

태희 : (보면)

김필중 : 어디. 오랜만에 우리 태희하구 맛난 거나 먹어볼까. (메뉴판을 펼쳐본다)

태희 : (그런 김필중을 본다. 콧끝이 시큰해서 보면)



10. S# 호텔 현관앞.


밖으로 나오는 인수와 재혁. 검은 양복들, 인수 뒤를 호위하며 따라 나온다.

재혁, 인수와 악수를 나눈다.


인수 : 만나서 반가웠다. 얘기도 잘들었구.

재혁 : (보면)

인수 : 걱정마라. 니가 한 얘긴 무덤까지 가져갈 거니까. 그리구 언제든.. 필요하면 불러.

         어쨌든 내가 지금 이 자리까지 온건 어디까지나 니 덕분이니까. 나두 너한테 빚을 갚아야지.

재혁 : (짐짓 웃더니) 나하구 관계되면.. 많이 더렵혀질 거야.

인수 : 난 이미 베린 몸이야. 몰랐냐? 십육 년 전 정선에서 김태희를 너한테 보냈을 때부터 난 이미 드럽게 너한테 빠져든 거야.

재혁 : (보면)

인수 : (웃음과 함께 툭툭 치더니) 또 보자. (차에 올라타면)

깡통 : (손을 들어 인사 따라 올라타면)


출발하는 인수의 검은 세단. 다른 어깨들도 따라가면.


오한영 : 저런 녀석들하구까지 손을 잡으시는 겁니까?

재혁 : 필요하다면.

오한영 : (보면)

재혁 : 아마 필요하게 될 거야.


그리더니 표정 없이 돌아선다. 순간 멈칫.. 바로 뒤에서 차를 세우고 나오던 박귀중과 시선이 마주친다.


박귀중 : 아이구. 장재혁군 아닌가?

재혁 : (일순 당황하는 표정)

박귀중 : (웃으며 인수가 간 쪽을 한번 돌아보면) 회사 일로 손님 만나러 왔나? 좀 험해 보이는 사람들이구만.

재혁 : 아.. 네에. (보며) 근데 회장님도 여기 오셨습니까?

박귀중 : 어어. 곧 나오신다 그랬는데.. (하다가 뒷쪽을 보더니) 저기 나오시네.

재혁 : ! (돌아보면)


안에서 나오는 김필중과 태희, 그리고 진실장. 서 있는 재혁과 시선이 마주친다.

태희, 재혁을 보며 짐짓 반가운 표정을 지으면.

재혁, 본다. 보다가 얼른 김필중에게 목례, 오한영 따라 목례하면.


김필중 : 미팅이 있었나 보구만.

재혁 : 네 회장님.

김필중 : (고개를 끄덕이더니 태희를 본다) 오늘 즐거웠다. 조심해 들어가.

태희 : 네.


김필중 재혁에게 시선주지 않은 채 차에 올라탄다. 진실장 흘끗 재혁과 태희를 본 뒤 따라 올라탄다.

출발하는 김필중의 차. 재혁, 다시 목례한다. 오한영 따라 목례하면.


태희 : 가셨어. 이제 고개 들어두 돼.

재혁 : (고개 들어 태희를 본다)

태희 : (빙긋 웃음)



11. S# 김필중의 차 안.


로비 앞을 한 바퀴 돌면서 빠져나가는 김필중의 차.

김필중, 고개를 돌려 현관 쪽을 돌아보면. 재혁 앞으로 다가가 옷깃을 만져주며 다정하게 웃는 태희의 얼굴..

김필중, 말없이 보다가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린다.

프레임-아웃 되는 김필중의 차.



12. S# 현관.


재혁 : 회장님하구 점심?

태희 : 어. 오늘 나 상 받았어, 할아버지한테. 입사필기시험 수석이래 나.

재혁 : 잘됐구나.

태희 : 아직 면접 남았어. 그거까지 통과해야 진짜 합격이지.

재혁 : (건성으로) 잘하겠지.. (그러면서 왠지 기분이 찜찜해 김필중 차가 멀어진 쪽을 보면)

태희 : 왜 그래? 뭐 기분 나쁜 일 있었니? 안색이 안 좋다.

재혁 : 아니야. (시계를 보더니) 나 회사에 들어가 봐야 하는데 어쩌지? 너하구 차 마실 시간두 없겠다.

태희 : 괜찮아. 나두 윤희하고 약속있어. 윤희 키워주셨던 분들 같이 찾아가기로 했거든.

재혁 : 그래. (보면)


그 때 다가와 멈춰서는 차.


오한영 : 차가 왔습니다. 팀장님. (말하고 운전석에 올라타면)

재혁 : 가 볼께 그럼. (황망히 그대로 차에 올라탄다)

태희 : (보면)


차 출발한다. 태희, ?해서 멀어지는 차를 보는 시선에서.



13. S# 달리는 재혁의 차.


오한영, 운전하면서 흘끔 옆을 돌아본다.

상념에 빠진 재혁의 얼굴.. 고개를 돌려 먼 곳을 바라보면.


오한영 : 회사로 갈까요?

재혁 : ...

오한영 : 회사로 가겠습니다. (하는데)

재혁 : 아니. 아까 그 대리점으로 가지.

오한영 : 네?

재혁 : 아까 싸움 때문에 거기만 못 돌아봤어. 거기마저 돌지.

오한영 : 네. (핸들을 돌린다)



14. S# 대리점 전경.


부서진 기자재들을 정리하고 대충 청소가 끝난 상황.

선우, 그 앞에서 비질을 하고 있다. 돌아서다가 멈칫.. 다시 돌아보면 저만치 떨어진데서 철웅, 손을 들고 베식 웃고 있다.

선우, 보더니 그대로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철웅, 손을 든 채 썰렁..해진다.

그 옆으로 프레임-인 되는 수탁.


수탁 : 이선우양한테 뭐 잘못하신 거라도 있습니까?

철웅 : (손을 턱 내리더니) 어떤 재수 없는 자식이 선우한테 얼쩡거리는데 눈에서 불이 나드라구. 그래서 좀 유치하게 굴었다.

수탁 : 설마.. 질투까지 하신 겁니까, 형?

철웅 : 사랑과 질투는 원래 무죄야 임마. 몰랐냐?

수탁 : 갈수록 망가지시는군요. 정말 문제네요. (하는데)

철웅 : (갑자기 저쪽을 향해 또 손을 들고 빙긋 웃는다)

수탁 : (? 해서 돌아보면)


선우, 쳐다보지도 안은 채 기자재를 들고 다시 안으로 들어간다.


철웅 : (다시 힘없이 턱 손을 내리더니) 여섯 번 째다.

수탁 : 네?

철웅 : 여섯 번이나 눈이 마주쳤는데 여섯 번 모두 무시 당했다구. 아.. 정말 기분 떡이다.

         이게 다 깡패자식들 때문이야. 그 자식들 나타나기 전까진 분위기 좋았는데 씨.. (그러더니) 수탁아.

수탁 : 네. 형.

철웅 : 가서 그 깡패자식들 아지트가 어딘지 좀 알아봐라. 다시는 선우하구 대리점 못 건드리게 특단의 조처를 좀 해야겠다.

수탁 : 특단의.. 조처를요?

철웅 : 그래. (돌아보며) 가자. (쓱 돌아서서 가면)

수탁 : (본다. 후.. 한숨 따라가면)


바로 프레임-아웃되는 철웅과 수탁을 지나쳐 오는 재혁의 차. 대리점 앞으로 다가와 멈춰 선다.

오한영, 따라 내리려는데.


재혁 : 됐어. 먼저 들어가.

오한영 : 혼자 괜찮으시겠습니까.

재혁 : 괜찮아. 혼자 둘러보고 곧바로 퇴근할거야.

오한영 : 그럼 차는 놓고 가겠습니다.

재혁 : (본다. 웃음) 그래.


문을 닫고 대리점 안으로 들어가는 재혁의 뒷모습에서.



15. S# 대리점 안.


선우 : (마대로 청소하다가)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하다가 멈칫 재혁을 본다) 어? (보면)

주인 : (저 뒤에서 보고) 팀장님. 어서오십쇼.

재혁 : 오전엔 정신이 없어서 매장을 둘러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다시 왔습니다. 어디부터 볼까요. 이층?

주인 : 그러시죠. 따라오십쇼. (앞장서면)

재혁 : (따라 올라간다)

선우 : (흘끔 쳐다본 뒤 다시 청소를 계속한다. 손님 들어오면) 어서 오세요.



16. S# 내부씬 몽타쥬.


재혁에게 대리점 내부(명동 드라마점) 구석구석을 보여주는 주인.

“우리는 우리의 통신서비스를 받는 고객 분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 카페기능과 컴퓨터,

그 밖에 여가활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놓고 있습니다.“ (목소리 거의 들리지 않게 재혁에게 설명해준다)

재혁, 둘러보는 가운데 쨍그랑 소리! 재혁, 주인 돌아보면.


선우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재빨리 깨진 화분을 주워 담는다)

재혁 : (본다. 시선에서)


(경과)

선우, 한쪽에 있던 의자를 낑낑거리며 혼자 옮기고 있다. 그 때 거드는 손.

선우 ?해서 올려다보면 재혁이다.


선우 : 괜찮은데 저 혼자두 들 수 있어요.

재혁 : 그래요? (보더니 팔짱끼고 두어 걸음 물러서서) 해봐요 그럼.

선우 : (있는 힘을 다해 낑낑거리며 움직이는데 잘 안 된다. 보며 헤 웃음)

재혁 : 도와줄까요?

선우 : (웃음) 도와주실래요?

재혁 : (웃더니 같이 들어 한쪽으로 옮긴다. 옮기고 손을 툭툭 터는데)

선우 : 저기. 저것두 다 옮겨야 하는데.

재혁 : (? 돌아보면 비슷한 크기의 의자가 몇 더 된다.)

선우 : (벌써 다른 소파에 달려들며) 뭐하세요? 빨리 오세요.

재혁 : (본다. 어이없이 픽 웃는데)


그 때 울리는 핸드폰 벨. 재혁, 들어서 보더니 그대로 전원을 꺼버린다.


선우 : (? 보면)

재혁 : 좋아요. 합시다. (선우를 도와 의자를 움직이면)



17. S# 달리는 태희의 차안.


태희, 다시 번호를 눌러보면 수신자의 전화기가 꺼져있습니다.. 라는 메세지.


승희 : 누구한테 거시는 거예요? 그 때 그 분? 장재혁이라는 그 분이요?

태희 : 어. (그러면서 내심 이상하다 왜 꺼져있을까.. 시선에서)

승희 : 언니 저 앞에서 우회전이예요.

태희 : 어. 그래. (다시 정신 차리고 본다. 그 쪽으로 핸들을 꺽으면)



18. S# 방안.


거울 앞으로 프레임-인 되는 황국도. 양복을 쫙 빼입은 모습을 비춰보더니 스스로 깜짝 놀랜다.


황국도 : 히! 이게 누구랴. 장동건 아녀? 어메.. 환장하게 잘 생겨분젔네 이. (완전히 도취 돼 있는데)


그 옆으로 프레임-인 되는 원피스차림의 오산댁. 거울 앞에서 한 바퀴 빙그르 돌더니.


오산댁 : 자기가 장동건이면 난 누구게?

황국도 : 히! (과장되게 놀라며) 어메 왠 선녀가 내려왔는가. 시상이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왔다가 울고가겄고마이.

오산댁 : 아이구.. 그저 입에 단 소리는 잘하지. (그래도 기분 좋아 거울에 비춰보며) 확실히 부자 것들은 돈 있으니까

            입고 사는 것도 틀리네. 이 옷감 차르르 흐르는 것 좀 봐아 세상에..

황국도 : 긍께 돈이 좋은 겨. 달리 돈, 돈 거리겄남.


서로 거울 앞에서 비춰 볼려고 하는데. 밖에서 드륵 열리는 문소리.


승희E : 아무도 없어? 엄마! 나야 승희! 승희 왔어!


순간 멈칫, 돌아보는 오산댁과 황국도.


오산댁 : 승희?



19. S# 국밥집 안.


승희 : 엄마! 나와 봐! 나 왔다구! 안에 없어?

태희 : (보는데)


그 때 안쪽에서 뛰어나오는 황국도와 오산댁.


오산댁 : 승희야! 아이구 승희야아!


오산댁과 황국도 황급히 뛰어나와 승희를 맞이하다가 멈칫.. 뒷쪽에 서 있는 태희를 본다.

태희 두 사람을 보면. 순간 둘 다 입고 있는 옷이 민망해 옷매무새를 여미며 돌아선다.


태희 : 안녕하세요. (정중히 인사하면)

오산댁 : 아.. 예, 예에.. (얼떨결에 인사 받은 뒤 다시 승희를 본다)

황국도 : (보면)

승희 : (빙긋 웃으며 오산댁을 본다. 시선에서)



20. S# 방안.


허술한 커피 잔에 커피를 끓여 태희 앞으로 내미는 오산댁.


오산댁 : (조심스럽게) 드세요.

태희 : 네에. (일단 앞으로 가져다 두기만. 마시지는 않고.)

황국도 : 대체 워쩐일이시래요. 누추한 곳까지.

태희 : 감사하단 말씀 드리러 왔어요. 두 분 덕에 제 동생을 뒤늦게나마 무사히 다시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앉은 채 정중히 고개를 숙이면)

오산댁 : (얼떨결에 같이 숙이며) 아니 그거야 뭐..

승희 : 나두 두 분한테 너무나 고마워. 그 동안 친딸처럼 키워주신 거.. 평생 이 은혜 안 잊을게.

오산댁 : 뭐? 뭐라구? (하는데)

황국도 : (쿡 찌른다)

오산댁 : (다시 입을 다물고 보면)

태희 : 조만간 두 분을 집으로 초대하고 싶어요. 할아버지께서도 두 분을 만나보고 싶어 하시니까 꼭 와주세요.

오산댁 : 집.. 집으루요? (황국도를 보면)

황국도 : 글씨.. 집이라네. (헛기침.. 시선을 돌리면)

오산댁 : (흘끗 승희를 돌아본다. 시선에서)



21. S# 주방.


승희를 끌고 안으로 들어오는 오산댁. 일단 바깥쪽을 한번 살피더니.


오산댁 : (작게) 야 이년아. 너 미쳤어? 이러다 들키면 어쩔려구 그래 너.

            잘못하단 니 신세 부러지구 우리 세 식구 몽땅 절단 나는 거야 알어? 기집애야?

승희 : 걱정 마. 저 집에선 내가 진짜 김윤희로 믿고 있으니까.

오산댁 : 아직 안 늦었어 승희야. 지금이라두 가서 냉큼 사실대루 말해. 냉큼.

승희 : 싫어. 내가 왜 그런 짓을 해?

오산댁 : 뭐어?

승희 : 나.. 이제 잘나가는 제하그룹의 둘째 손녀딸이야 엄마. 잘만 하면 제하그룹의 반을 물려 받게 돼.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내 손안에 굴러 들어왔는데 왜 내가 그걸 놓쳐? 그게 말이 돼?

오산댁 : 거긴 니 자리가 아니야 기집애야.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구 만만한줄 알어? 그러다 너 삐딱하는 날에는..

승희 : 글쎄 걱정말래두. 나 잘할 수 있어.

오산댁 : 승희야..

승희 : 나 행복해지고 싶어 엄마. 출세도 하고 싶고 부자로 떵떵거리며 살고 싶어. 이제까지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거..

         다 누리며 살고 싶어. 내가 김윤희가 되면.. 그 모든 게 다 가능해. 엄만.. 내가 행복해지는 거 바라지 않아? 어?

오산댁 : (흔들리는 시선으로 보면)

승희 : 내가 잘되면 엄마하구 아저씨두 팔자 피는 거야. 나 혼자 잘되자고 이러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엄마가 날 좀 도와줘.

         (간절히 본다)

오산댁 : (본다. 두려운 시선으로 보는데서)



22. S# 시장통 일각.


차 세워놓은 앞으로 나오는 승희와 태희. 그 뒤로 배웅 나오는 오산댁과 황국도.

승희, 오산댁에게 다시 한 번 다짐의 눈길을 보낸다. 오산댁, 영 찜찜하지만 손을 들어 어여 가라는 듯.

태희와 승희, 차에 올라탄다.



23. S# 차 안.


승희 : (돌아보면)

태희 : 괜찮니?

승희 : 네. 괜찮아요.

태희 : 알아. 너.. 이렇게 떠나는 거 섭섭할 거야. 하지만 윤희야. 이제부턴 내가 니 진짜 가족이야. 내가 니 친언니라구. 알지?

승희 : 알아요. 언니.

태희 : (다정하게 웃어준 뒤 시동을 건다)

승희 : (마지막으로 오산댁과 황국도 쪽을 돌아본다. 괜히 짠해진다.)



24. S# 일각.


출발하는 태희의 차, 바라보는 오산댁과 황국도.


오산댁 : (짠해서) 저 기집애.. 정말 저렇게 보내두 괜찮은가 모르겄네.

황국도 : (흘끗 보더니) 이왕 이렇게 된 거 갈 데까지 가보는 거지 뭐.

오산댁 : (? 보면)

황국도 : 자네나 나나 이자는 떨어질래야 더 떨어질 데도 없는 인생들 아닌감. 어차피 버러지 마냥 구차하구 드럽게 사느니

            하루를 살더라도 쨍! 하고 폼 나게 한번 살아 보는겨. 까짓 거 죽을 때 죽지 뭐. 안 그려?

오산댁 : (본다. 한숨.. 멀어지는 차를 바라본다. 시선에서)



25. S# 승희의 방.


화려한 방안으로 들어오는 승희, 힘없이 한쪽에 걸터앉는다. 방안을 한번 둘러 보더니 괜히 눈끝이 시큰해진다.

한숨으로 시선 돌리며 cd를 틀면,



26. S# 이층거실.


거실까지 시끄럽게 울려나오는 음악.

방에서 나와 보는 태희, 승희의 방 쪽을 보면 이층으로 쫒아 올라오는 현자,


현자 : 대체 이게 무슨 난리야? 누가 있는 대로 음악 다 틀어놓구.. 아우 시끄러!

태희 : 그냥 두세요. 오늘 윤희 기분이 좀 그래요.

현자 : 여기가 윤희 혼자 사는 집이니? 지 기분이 좀 그렇다구 다 받아줘? 세상에 집이 다 떠나가게 생겼네.

태희 : 오늘만이요 고모. 부탁드려요. (부탁이지만 짐짓 위엄으로 보면)

현자 : (일단 물러서서) 하나두 벅찬데 둘씩이나 골치라니.. 참 앞날이 걱정이다.

         수준하구는. 저것두 음악이라구 듣구 앉았으니.. (내려가면)

태희 : (본다. 승희 방 쪽 돌아본다. 그러다 작은 한숨..)



27. S# 태희의 방.


천천히 안으로 들어오는 태희. 의자에 앉아 아빠의 사진을 본다. 보다가 전화기 쪽으로 시선 옮긴다.

수화기 집어 들고 번호를 누르면. “수신자의 전원이 꺼져있습니다.. 음성 메세지를 남겨주십쇼”


태희 : (1번 누르고) 나야 태희. 지금... 뭐해? (시선에서)



28. S# 대리점 앞. N


밖으로 나오는 재혁과 그 뒤로 따라 나오는 선우.


선우 : 감사합니다. 본사 팀장님인데.. 너무 부려먹었네요.

재혁 : (웃음) 아니예요. 머리 쓰는 일만 하다가 오랫만에 몸을 움직였더니 땀두 나구 기분도 좋아졌어요.

선우 : 가끔 기분 좋아지고 싶으면 들르세요. 우리 매장은 땀나게 일할 만한 게 무지 많거든요.

         대신 앞으로 저희 매장 본사에서 팍팍 밀어주셔야 해요. 알았죠?

재혁 : 땀나게 일해주구 매장까지 팍팍 밀어 달라구요? 내 쪽에서 너무 손핸데?

선우 : 그런가? (헤 웃으면)

재혁 : 저녁 한 끼 해결해주면 생각해보죠.

선우 : 에이. 저처럼 돈 없고 가난한 중생한테 얻어드실려구 하면 안 되죠. 자체 해결하세요, 그런 건.

재혁 : (웃음) 그럼 그 돈 없고 가난한 중생한테 내가 저녁 한 끼 사는 건 어때요?

선우 : (? 본다)

재혁 : 배 안 고파요? 난 고픈데.

선우 : (본다. 겸연쩍게 웃더니) 그럼 메뉴는 내가 골라두 돼요? 사실은 먹고 싶은 게 있거든요.

재혁 : (? 보면)



29. S# 중국집. N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중국집. 선우와 재혁 앞으로 나오는 짜장면 두 그릇.


종업원 : 여기 짜장면 곱빼기 하구 보통 나왔습니다. (곱배기 재혁 앞에 놔주고 보통 선우 앞에 놔준다)

선우 : 바꼈는데요.

종업원 : 네?

선우 : 제가 곱배기구 이쪽 분이 보통이예요.

종업원 : (썰렁해서 보더니 바꿔놓고 흘끔 쳐다본 뒤 간다)

재혁 : (보면)

선우 : 이야. 되게 맛있겠다. (대충 쓱쓱 비벼 한입가득 먹는다) 어서 드세요. 여기 짜장면 발이 수타거든요. 되게 쫄깃쫄깃해요.

재혁 : 원래 그렇게 많이 먹어요?

선우 : 얻어먹을 때만 왕창 먹어요. 이왕 얻어먹는 거 본전은 뽑아야죠.

재혁 : (픽 웃으며 짜장면을 건성으로 젓는다)

선우 : 왜 안 드세요? 짜장면 싫으세요?

재혁 : 어렸을 때 물리도록 먹어서 지금은 별루에요.

선우 : 집에서 중국집 하셨나 봐요?

재혁 : 아뇨. 중국집 배달통이었어요.

선우 : 진짜요? (놀라서 보더니) 와 좋았겠다!

재혁 : (? 보면)

선우 : 내가 어렸을 때 가장 부러웠던 게 뭔지 알아요? 바로 중국집 배달원이었어요.

         중국집에서 일하면 맨날맨날 짜장면만 먹으면서 살 거 아니예요.

재혁 : (어이없다. 웃더니) 짜장면 말구 다른 거 좋아하는 건 없어요?

선우 : (젓가락 입에 문채) 왜요? 말하면 사주실래요?

재혁 : 말해 봐요.

선우 : 군만두요. 저 군만두도 되게 좋아하는데.

재혁 : (? 본다. 보다가 소박함에 웃음이 나온다) 곱배기 먹구 군만두가 또 들어가요?

선우 : 에이. 이 정도쯤이야 거뜬하죠. 시켜두 되죠? (그러더니 좋아서 한쪽에다 대고) 아저씨! 여기 군만두 추가요!

재혁 : (본다. 계속해서 웃음만 나온다. 보면)

선우 : (기분 좋아 맛있게 짜장면 먹는 모습에서)



30. S# 거리. N


기분 좋게 식사를 끝내고 나온듯한 선우. 그 옆에서 선우를 보며 기분 좋게 웃는 재혁.


선우 : 잘 먹었어요. 간만에 포식했네.

재혁 : 짜장면 곱배기에 군만두쯤은 언제라도 또 사줄 수 있어요.

선우 : 아니예요. 맛있는 걸수록 가끔 먹어줘야 해요. 그래야 그 맛이 질리지 않거든요.

재혁 : (보면)

선우 :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요, 가지고 있는 게 너무 많아지거나 풍부해지면 오히려 행복이 줄어든대요.

         그만큼 소중함을 못 느끼니까. 그런 맥락에서 보면 짜장면도 마찬가지죠.

재혁 : (보면)

선우 : 좋아한다구 너무 자주 먹어주면 나중엔 싫어질 거예요. 어우.. 짜장면이 싫어지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재혁 : 세상에는 짜장면보다 비싸고 맛있는 게 얼마든지 있어요.

선우 : 알아요. 하지만 나한텐 짜장면을 먹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느낌이 있어요.

재혁 : (그 말에 보면)

선우 : 저녁을 얻어먹었으니 2차는 제가 쏠께요. 따라와요. (으시대며 앞장서면)

재혁 : (본다. 웃으며 보면)



31. S# 거리 일각.


커피자판기. 안에서 컵을 빼내 재혁에게 건네준다.

재혁, 조금은 어이없어 선우를 보면 선우, 자기 것도 뽑아서 후루룩 마신다. 아.. 맛있다는 표정.

재혁, 본다. 보면서 마신다. 너무 달다.. 그래도 사준 성의 때문에 홀짝홀짝 마시며 흘끔 선우 눈치를 보면

선우, 어느새 그 뜨거운 커피를 끝까지 들이마시고 있다. 톡톡 털고 컵을 내리더니.


선우 : 아. 잘 마셨다. (재혁 보더니) 안마시구 뭐해요?

재혁 : 네? 아 네에. (마신다. 입 천정 다 데가며.. 그래도 끝까지 마시면)

선우 : (본다. 만족스럽게 빙긋 웃는 얼굴에서)



32. S# 창고 일각. N


프레임-인 되서 한쪽을 살피는 수탁. 깡패들, 대여섯이 우르르 몰려 어느 창고 안으로 들어가는 게 보인다.

바라보던 수탁, 조용히 뒤로 빠지면.



33. S# 당구장 안. N


당구를 치고 있는 철웅. 그 안으로 들어와 철웅 옆으로 다가서는 수탁.


수탁 : 형. 그 녀석들 있는 데를 알아냈습니다.

철웅 : (고개를 든다, 큣대를 툭 내려놓더니 잠바를 집어 든다) 앞장서라.

수탁 : 저기 근데 말입니다 형. 꼭.. 가셔야겠습니까?

철웅 : 앞장서.

수탁 : (곧바로) 네. 알겠습니다. (두말 않고 앞장서면)

철웅 : (성큼성큼 따라간다)



34. S# 술 창고. N


술병담긴 박스들이 잔뜩 쌓여있는 저 한쪽으로 불이 켜져 있는 사무실이 보인다.



35. S# 사무실 안. (창고 안이 보이는 사무실 안)


인수, 장부를 들여다보고 있고 깡통은 깡패패거리들한테 돈을 나눠주며.


깡통 : 수고했다. 가서 아그들하고 고기나 좀 사묵그라. (돈 봉투 쥐어주는데)


그 때 밖에서 툭탁툭탁 거리는 소리.

깡패들, 돌아본다. 깡통도 돌아보면 커다란 창고 문이 열리면서 나타나는 철웅과 그 옆의 수탁.

그 뒤로 쓰러져서 나뒹구는 서너 명의 똘마니들의 모습.


깡통 : 저 자식 누꼬 저거.

깡패1 : (보더니) 그 녀석입니다.

깡통 : 그 녀석?

깡패1 : 왜 저번에 쓸 만 한 놈이 하나 있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

인수 : (그 말에 시선을 돌려 본다)



36. S# 술창고 안. N


창고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철웅. 달려드는 깡패 녀석들을 주먹과 발차기 등등으로 해치우며 걸어 들어온다.

그 뒤로 수탁, 쓰러진 잔여물들을 가볍게 발로 눌러주며 철웅의 뒤를 따른다.

철웅, 얼마쯤 걸어 들어와 턱 버티고 서서 돌아보더니.


철웅 : 다 나와!! 아까 대리점에서 선우한테 깽판 부렸던 자식들! 다 나와!!


그러자 깡통을 비롯한 깡패1과 패거리들 철웅 앞으로 다가선다.


깡통 : 니가 갸가?

철웅 : (? 돌아보면)

깡통 : 당구장서 우리 아그들 쥐어 팬 갸 맞나 말이다.

깡패1 : 맞습니다. 형님.

깡통 : 그래. 니 주먹이 그래 쓸만하담서?

철웅 : 니가 맥주깡통인지 페인트깡통인지 그 깡통이냐? 니가 애들 시켜 대리점 깨부쉈어?

깡통 : 근데 자슥이 우째 말끝을 이래 톡톡 잘라묵노. 니는 위아래도 없나 자슥아!

철웅 : 너 같은 자식 위에 둔 적 없다. 어쩔래.

깡통 : 이 자슥 그라믄 위 아래부터 가르쳐야겠네. (깡패들에게) 뭐하노. 아 교육 좀 시키라.


말 떨어지자 달려드는 깡패들, 철웅 하나하나 가볍게 물리친다. 몇 대 맞기도 하지만 퍽퍽 나자빠지는 깡패들.

철웅, 그들을 제끼면서 깡통 앞으로 달려들어 일순간에 깡통을 제압해 벽으로 밀어부친다. 퍽! 한대 날리는데.


인수 : 그만해라.

철웅 : (멈칫.. 돌아보면)


양복 입은 인수, 천천히 무리들 뒤에서 걸어 나온다. 인수가 나타나자 조용히 물러서는 깡패들.

철웅, 멈칫하는 사이 깡통, 잽싸게 인수 뒤로 숨는다.


깡통 : 무식한 자슥! 뭔 놈에 힘이 그리 쎄노! 저 무식한 짜슥!

철웅 : (본다. 인수를 쓱 보면) 넌 뭐냐?

인수 : 그러는 꼬마 넌 무슨 일로 여기까지 찾아온 거냐.

철웅 : 아까 대리점에서 까불던 자식들 손 좀 봐줄려고 왔다.

인수 : 대리점 주인한테 청탁 받았나?

철웅 : 내가 늬들같이 청탁이나 받고 움직이는 양아치새끼처럼 보이냐?

깡통 : 뭐라고? 양아치? 근데 저 자슥 저거 약 묵었나.. (하는데)

인수 : 그럼 여자 때문이군.

철웅 : (보면)

인수 : 너 같은 꼬마가 물불 안 가리고 덤벼들 땐 두 가지야. 친구 아니면 여자.

         니 친구 건드린 기억은 없으니까.. (보며) 여자 때문이겠군. 그 대리점에서 일하는 여자. 그렇지 꼬마?

철웅 : 자꾸 꼬마, 꼬마 부르지 마. 그 입 날려버리기 전에.

인수 : (빙긋 웃음으로 보더니) 주먹에 꽤 자신이 있는 모양이지.

철웅 : 왜? 궁금해?


인수, 귀엽다는 듯 철웅을 보더니 쟈켓을 벗어어 깡통한테 던지더니 소매를 걷어 올리며 철웅한테 천천히 다가선다.


인수 : 좋아. 이렇게 하자. 너하구 내가 일대 일로 한번 붙는 거야.

철웅 : (? 본다)

깡통 : 대장아.. (보면)

인수 : 붙어서 날 이기면 다시는 그 대리점 건들지 않는다. 니 여자 친구도. 그리고 너도.

         물론 니가 나한테 져도 대리점하구 여잔 건들지 않는다. 단.. (본다)

철웅 : (보면)

인수 : 니가 지면 넌 내 밑으로 들어오는 거야. 어떠냐.

철웅 : (픽 웃더니) 난 태어나서 이제까지 주먹으로 싸워서 져본 적이 없는 놈이야.

인수 : 그렇다면 겁낼 것도 없겠군.

철웅 : 겁날 거 없지.

인수 : 그럼 남자대 남자로 약속한 건가?

철웅 : 그래. 남자대 남자루. 좋아.

인수 : 좋아! (동시에 퍽! 발로 철웅의 배를 걷어차 버린다)


갑작스런 공격에 욱! 하면서 저만치 나가떨어지는 철웅, 이 자식 반칙이다. 완전히 핏대 올라 쳐다보면

인수, 여유 있게 빙긋 웃는다.


인수 : 뭐하구 있는 거야. 주먹에 자신 있다며. 덤벼봐.

철웅 : 이 자식! (하면서 달려든다)


철웅, 그대로 일어나 달려든다. 가볍게 피하며 철웅의 주먹을 맞받아친다.

다시 퍽! 맞고 넘어지는 철웅에서.



37. S# 거리. N


지나가던 사람한테 툭 밀리는 선우.

재혁, 재빨리 잡아주면 선우, 조금은 어색하게 뒤로 물러서며.


선우 : 오늘 즐거웠습니다. 시간나면 저희 매장 가끔 들려주세요, 팀장님. 괜찮으시면 가끔.. 짜장면두 사주시구.

재혁 : 그래요.

선우 : 저는 저 앞에서 버스 타면 되거든요. 먼저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재혁 : (뭐라 말하기도 전에)

선우 : (돌아서서 뛰어간다)

재혁 : (보는 시선에서)



38. S# 버스 정류장. N


버스를 기다리는 선우, 돌아보며 기다리는데

그 앞으로 다가와 멈춰서는 재혁의 차. 창문을 내리고 보면

선우 ? 해서 안을 들여다본다.


선우 : 어?

재혁 : 타요. 집까지 바래다줄게요.

선우 : (본다) 괜찮은데..

재혁 : 어서 타요.

선우 : 정말 괜찮은데..


그 때 뒤에서 버스가 빵빵거린다.


재혁 : (돌아보더니) 어서요.

선우 : (얼떨결에 올라탄다. 미안해서) 진짜루 괜찮은데..

재혁 : 나도 괜찮아요. (웃음. 차를 출발시키면)



39. S# 창고 안. N


퍽! 퍽! 인수의 쨉에 계속 안면을 허용하며 뒤로 물러서는 철웅. 아직까지 한번도 맞히지 못하고 계속 얻어맞기만 한다.

여유 있고 노련한 인수의 주먹과 혈기와 힘만으로 밀어부치는 철웅의 한판..

신나서 쳐다보는 깡통과 깡패들. 한쪽에선 이를 어쩌나 쳐다보는 수탁의 얼굴.

다시 한대 맞고 뒤로 휘청 물러서는 철웅.


철웅 : 뭐야. 이 정도가 니 실력이냐?

인수 : (본다. 턱을 쓱 문지르더니)


철웅, 다시 달려든다. 인수 살짝 피하는데 이번엔 철웅이 더 빨랐다. 퍽! 인수의 코뼈를 정확히 가격한다.

휘청, 철웅의 주먹에 뒤로 물러서는 인수.. 코에서 피가 흐른다.

놀라서 보는 깡통과 깡패들,

철웅, 상당히 부어오른 얼굴로 베식 웃더니 “아오!“ 특유의 기합을 넣으며 빠르게 스탭을 밟는다.

인수, 손등으로 코피를 문질러 닦더니.


인수 : 주먹은 쓸 만하구나. 좋아. 이제 슬슬 제대로 싸워볼까?

철웅 : ? (보는 순간)


퍽! 인수에게 얼굴을 정통으로 맞는 철웅. 얼굴, 가슴, 얼굴, 배, 다시 얼굴로 정신없이 쏟아지는 인수의 주먹.

넘어지고 일어서면 또 맞고 넘어지고 일어서면 또 맞고.

철웅 끈질기게 다시 일어나 덤비지만 그러나 지칠 대로 지친 철웅, 헛 주먹질..을 하고 만다.

그런 철웅을 바라보는 인수, 사실 이런 자식은 처음이다.

인수, 얼굴이 송글송글 땀이 맺힌 채 바라본다. 마지막 인수의 돌려차기로 퍽!

복부를 맞고 나가떨어지는 철웅. 박스더미 속으로 쳐 박힌다. 쿵! 넘어지면서 뽀얗게 먼지가 인다.


수탁 : 형! (놀라서 보는데서)



40. S# 철웅의 집앞 도로. N


와서 멈춰서는 차. 그 안에서 굴러 떨어지는 철웅과 밀려 넘어지는 수탁.

깡통, 한번 쳐다보더니 탁! 문을 닫고 멀어진다.


수탁 : 형! 괜찮으세요? 형! 혀엉.

철웅 : 괜찮아. 괜찮아..


일어서는데 술 취한 사람처럼휘청한다. 전봇대를 짚고 헉헉 숨을 몰아쉬는데서.



41. S# 창고 안. N


쓰러진 철웅 앞에 다가서는 인수.


인수 : 아직 더 싸울 기운이 남았나 꼬마?

철웅 : (잔쯕 깨진 얼굴로 씩씩 숨을 몰아쉬며 본다. 시선에서)



42. S# 집앞 도로. N


수탁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오는 철웅, 그러나 뭔가에 걸려 다시 넘어진다. 넘어지는데서.



43. S# 창고. N


인수 : 친구든 여자든..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힘부터 길러. 이 바닥에선 힘밖에 믿을게 없다.

         너한테 내가.. 그 힘이 되 줄 수 있어. (보며) 잘 생각해봐라 꼬마야.

철웅 : (보는 시선에서)



44. S# 철웅의 집앞 골목. N


턱! 벽에 기대더니 주르르 타고 흘러 앉는 철웅. 어두워서 얼굴의 깨진 정도가 확실하진 않으나

한쪽 눈이 완전히 부어올라 보이지가 않고 입술이며 볼이며 사탕 먹은 듯 부어올라 형체를 알 수 없는 얼굴.

숨을 몰아쉬며 앉아 있는 철웅.


수탁 : 형. 정말루 괜찮으세요? 병원에 가보시는 게..

철웅 : 됐어. 호들갑 떨지 마.. 괜찮아.

수탁 : 하지만..

철웅 : 쉬이잇.. (손가락으로 입을 막는다) 됐어. 조금만 쉬었다 들어갈 거야. 그러니까 조용히 있어.

수탁 : (잔뜩 걱정돼 쳐다보는데)


그 때 그 앞으로 훑듯이 지나가는 해드라이트.

철웅과 수탁, 빛을 피해 고개를 돌리면 지나가는 차, 저 앞에서 멈춰 선다.

수탁 누군가해서 보다가 멈칫 표정 굳어서 본다.

철웅 ?해서 돌아보는데.



45. S# 철웅의 집앞 골목어귀. N


멈춰선 재혁의 차에서 내리는 재혁과 선우.

insert> 쳐다보던 철웅의 얼굴.. 멈칫..한다.


선우 : 감사합니다. 저는 덕분에 편하게 왔는데.. 너무 신세를 지은 것 같아요.

재혁 : 나두 덕분에 즐거웠어요.

선우 : (웃음) 그럼 조심해서 돌아가세요, (돌아서는데)

재혁 : 내 이름은 장재혁이예요.

선우 : (? 보면)

재혁 : 기억해두라 구요. 언젠가 회사에 들어오면 날 만나게 될 테니까.

선우 : (순간 찌릿.. 한 느낌으로 재혁을 본다)

재혁 : (웃음 보더니 손을 내민다)

선우 : (그 손을 본다. 악수를 한다)


재혁, 돌아서서 차에 탄다. 프레임-아웃 되면 그 자리에 혼자 서 있는 선우, 재혁과 악수했던 손을 천천히 들어본다.

그 손안에 들어있는 재혁의 명함.


선우 : 장재혁..


고개 들어 차가 사라진 쪽을 본다. 왠지 기분이 묘하게 이상하다. 시선에서.



46. S# 골목안. N


홱 앞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철웅. 숨을 몰아쉰다.

같이 현장을 지켜본 수탁.. 어쩌지..하는 표정으로 철웅을 내려다본다.


수탁 : 저기요. 형.. 혀엉..

철웅 : (손을 들어 막으며) 아무 말도 하지 마. 아무말두..

수탁 : (보면)

철웅 : (그대로 비틀! 일어나 터벅터벅 골목을 빠져나간다)

수탁 : (본다. 안타까운 시선에서)



47. S# 철웅의 집 마루. N


선우 : 다녀왔습니다.

길여사 : (파를 다듬으며 보다가) 이제 들어오니? 저녁은?

선우 : 먹었어요.

길여사 : 왠만하면 집에서 먹도록 해. 사먹는 밥이 어디 살루나 가겠니.

선우 : 네에 할머니. (윗 층으로 올라가면)



48. S# 연웅의 방. N


안으로 들어서는 선우. 잠바차림으로 막 나서려던 연웅와 마주친다.


연웅 : 언니. 이제 와요?

선우 : 그래 연웅아. 근데 밤늦게 어디가?

연웅 : 수탁오빠한테서 전화 왔어요. 우리 철웅 오빠 오늘 심하게 붙었나봐. 엉망으루 깨졌대서 지금 가보려구요.

선우 : 뭐? 거기가 어디야? (보는데서)



49. S# 시장통 일각. N


뛰어오는 선우와 연웅. 두리번거리며 찾는데.


수탁 : 연웅 씨. 여깁니다. (다가서다가 선우를 보고 멈칫..) 어?

선우 : (다가서며) 철웅이 지금 어딨어요?

수탁 : (뒷쪽을 돌아본다)


선우, 수탁이 시선 주는 쪽을 보면 저쪽 골목 안으로 어둠속에 혼자 앉아 있는 철웅의 실루엣.

선우, 수탁을 지나쳐 그 쪽으로 다가가면.


수탁 : 아니 그 저.. (따라가려는데)

연웅 : (턱 수탁의 뒷덜미를 잡아챈다) 눈치가 그렇게 없어?

수탁 : (?해서 보다가 선우가 간 쪽을 다시 돌아보면)



50. S# 골목안 일각. N


소주병이 놓여있고 그 옆에 앉아 있는 철웅. (어둠 때문에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

선우가 성큼성큼 다가선다.


선우 : 박철웅. 너 여기서 뭐해?

철웅 : (흘끗 보더니 고개 반대로 돌리며) 그러는 넌. 뭐 하러 여기까지 온 거야?

선우 : 싸웠다며? 많이 다쳤니?

철웅 : ...

선우 : 어디 봐. (다가서서 보려는데)

철웅 : 됐어 저리가. 보여주기 싫어. (손으로 막는다)

선우 : 보자니까.

철웅 : 저리가라구. (얼굴 더 저쪽으로 돌리며 완강하게 막자)

선우 : (탁! 철웅의 뒷통수를 쳐버린다)

철웅 : 아! (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불끈 돌아본다)


순간 선우 멈칫.. 철웅의 얼굴을 본다. 완전히 한쪽 눈이 멍이 들어 보이지도 않게 퉁퉁 부어올라있고

한쪽 볼도 퉁퉁 부어올라 있고 입술은 깨져서 까맣고.

선우, 태어나서 이렇게 처참한 얼굴은 처음이다. 보면.


철웅 : 그러게 보여주기 싫댔잖아. (다시 고개 돌리면)

선우 : 누가 이랬어? 어떤 자식들이 이랬니?

철웅 : 상관 마. 니가 상관할 일 아니야.

선우 : 이렇게 깨졌는데 어떻게 상관을 안 해. (보더니 안 되겠다) 일어나. 가서 경찰에 신고하자.

철웅 : 그럴 거 없어. (그러더니 말없이 소주로 상처부위를 닦아낸다)

선우 : (보더니) 너 대체 왜 이렇게 사는 거야? 이렇게 맞아가면서 싸움 같은 게 하구 싶니? 이러면서까지 꼭 건달루 살아야겠어?

철웅 : 냅둬. 이렇게 살다 죽게.

선우 : 뭐? 냅둬? 이렇게 살다 죽어? (기막혀 보더니) 그럼 할머니하구 아저씨는. 너한테 할머니하구 아저씬 아무것두 아니니?

         집에서 맨날 니 걱정만 하는 두 분한테 미안하지두 않어?

철웅 : 그래. 난 할머니하구 아버지한테 불효만 하는 호로자식이다! 할 줄 아는 거라군 맨 싸움뿐이구!

         맨날 시간만 남아돌아 여자 뒷꽁무니나 쫒아 다니는 건달자식이야! 그렇게밖에 못살아서 정말 미안하다 어쩔래!

선우 : (조금 놀란다) 철웅아..

철웅 : 가!

선우 : 박철웅.

철웅 : 가란 말야! 가아! 나 같은 건달자식 상관하지 말구 너 좋은 데로 가!

         좋은 차에 좋은 회사 다니는 그 재수 없는 자식한테나 가버리라구!!!

선우 : (멈칫.. 본다. 보더니) 너.. 말 다했어?

철웅 : 그래 다했다. 왜!

선우 : 바보 같은 자식.

철웅 : 그래 나 바보 같은 자식이야! 그러니까 가라구! 가! 가버려! (씩씩거리며 보면)

선우 : (본다. 보더니) 그래? 알았어. 가 줄께. 가면 되는 거지?

철웅 : ! (순간 멈칫.. 보면)

선우 : 좋아 그래. 난 갈 테니까 넌 여기 남아있어. 밤새 여기서 맞아죽든 아파죽든 니 마음대로 해.

         너처럼 그지 같은 건달자식한텐 더 이상 상관안할 테니까.

철웅 : ...!

선우 : 바보 같은 자식. (하면서 벌떡 일어서는데)


턱.. 선우의 손을 잡는 철웅. 선우, 멈칫.. 내려다본다.

고개 숙인 채 선우의 손목을 잡고 잠시 그 상태로 있는 철웅..


철웅 : (겨우) ...미안해.

선우 : ! (본다)

철웅 : 너한테 심하게 말해서.. 미안해.. ... 그러니까 가지마.


선우, 순간 마음 약해져서 내려다본다.

철웅, 고개 숙인 채 선우의 손목을 절박하게 잡고 있으면

선우, 천천히 그 옆에 앉는다. 철웅을 보더니.


선우 : 나 봐.

철웅 : ...

선우 : 나 쳐다보라구.

철웅 : (천천히 돌아보면)


선우 철웅의 깨진 얼굴을 보더니 한숨.. 손수건을 꺼내 소주를 적셔 상처를 닦아준다.

철웅, 선우의 얼굴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시선에서.



51. S# 일각.


쭈그리고 앉아 골목안쪽을 돌아보는 연웅과 수탁.


수탁 : 아무래도 금방 안 끝나겠는데요, 연웅 씨.

연웅 : 그럴 거 같지?

수탁 : 설마 저러구 밤새 있는 건 아니겠죠, 연웅 씨?

연웅 : 에이. 좀 새면 어때 청춘남녀끼린데. 보기 좋잖아? (씩 웃으며 다시 돌아보더니)

         아 답답해, 철웅 오빠 좀 더 선우 언니 쪽으로 붙어줘야지.

수탁 : (본다. 그러더니 슬그머니 연웅 쪽으로 붙어 앉는다)

연웅 : (돌아보며) 뭐해 수탁 오빠?

수탁 : (멈칫 보더니 괜히 무안해서 다시 물러나 앉는다)

연웅 : (별 싱겁긴.. 그러면서 다시 골목 안 쪽을 돌아보면)



52. S# 골목안.


철웅의 상처를 소주로 닦아주는 선우. 선우가 하라는 대로 맡겨둔 철웅..

그 둘의 모습에서 fade-out.



53. S# 보일러 가게 앞.


차에다 박스를 싣고 있는 연웅. 물건을 다 싣고 닫는데 그 옆으로 와서 멈춰서는 모범택시.

연웅, ?해서 보면 잔뜩 차려입은 승희, 거만한 모습으로 내려선다.


연웅 : (? 승희의 변한 모습에 놀라서 보면)

승희 : 안녕. 오랜만이다. 연웅 씨.

연웅 : 왠일이야? 그 수세미 머린 어따 팔아먹었냐?

승희 : 팔아먹긴. 내 머린 그대루 붙어있는데. 그저 뭐랄까. 스타일을 좀 바꿨다고나 할까?

연웅 : 뭐야. 왜 또 온 건데? 철웅 오빠 어딨나 그거 염탐하러 온 거냐?

승희 : 아니. 오늘은 철웅 오빠 땜에 온 거 아니구.

연웅 : (? 보면)

승희 : 선우 취직했다며? 혹시 어디서 일하는지 알아?

연웅 : (본다. 시선에서)



54. S# 대리점 앞.


그 앞으로 프레임-인 되는 승희, 휘 둘러보더니 손가락에 끼고 있는 선우의 반지를 빼서 가방 안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간다.



55. S# 대리점 안.


안으로 들어서며 썬글라스를 벗는 승희,

주인, 승희를 보더니.


주인 : 뭘 도와드릴까요?

승희 : 이선우를 좀 만나러 왔는데요.

주인 : (보면)



56. S# 창고 안.


박스와 짐정리를 하고 있는 선우. 양면사다리를 위에 올라가 높은 곳에다 막 박스를 올려놓는다.

손을 털며 내려서는데 사다리 저편으로 서 있는 승희.


선우 : 승희야..

승희 :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으며 보면)

선우 : (변한 승희의 모습을 보고 놀라는 표정) 너 왠일이야? 이야.. 너 진짜 근사해졌다.

승희 : (휘 둘러보더니 비꼬듯) 넌 어떻게 여기서 일하게 됐어?

선우 : 어. 철웅이 아버지가 소개해준 데야.

승희 : 그러셔? (꼬듯) 그렇겠지. 암튼 넌 누구 도움을 받지 못하면 아무것도 못하는 애니까.

선우 : (기분이 좀 상해서 보다가) 왜 왔어? 혹시 내 반지 찾았니? 그것 땜에 온 거야?

승희 : 그 반지 포기해. 아무리 찾아봐도 없드라.

선우 : (실망..) 그래에..

승희 : 아 참참. 내가 얘기했든가? 나 내 친언니를 찾았어.

선우 : (? 본다) 친언니? 너한테 친언니가 있었어?

승희 : 어. 사실은 나아.. 알고 보니 아주 대단히 부잣집 딸이었지 뭐니? 어렸을 때 집안사정으로 언니랑 헤어져 살게 됐었대.

         우리 엄마두 친엄마가 아니었다는 거야 글쎄.

선우 : 뭐? 아줌마가 친엄마가 아니라구? (믿어지지 않는다. 보면)

승희 : 설명하자면 복잡해. 암튼 그래서 이제부터 난 아주 귀하신 몸이 됐어.

선우 : 그래서. 지금 그거 자랑하러 온 거니?

승희 : 당연하지. 그럼 내가 왜 왔겠니?

선우 : (어이없이 웃으면)

승희 : 너 말야. 내 진짜 이름이 궁금하지 않니?

선우 : 별루. (그러면서 상자를 들어 올려 사다리로 올라간다)

승희 : 김윤희야. 김윤희. (선우의 기색을 살피면)

선우 : (아무렇지도 않게 상자를 꼭대기에 올린다. 높아서 잘 안올려진다)

승희 : 너 이제 와서 좀 후회되지 않니?

선우 : 뭐가? (안 올려지는 걸 겨우 반쯤 밀어 넣는데)

승희 : 평소에 나한테 잘할 걸.. 그럼 떨어지는 떡고물이라도 있었을 텐데.. (보며) 그런 생각이 안드냐구.


그 말에 선우, 반쯤 상자를 걸쳐지게 올려놓은 뒤 천천히 사다리에서 내려와 승희를 본다.


선우 : 아니. 그런 생각 안 드는데. 난 떡고물은 별루 안 좋아하거든. 그러니까 실없는 소리 그만하구 그만 돌아가라. 응?

         (하면서 사다리를 접는다)

승희 : 뭐? 근데 이게!


하면서 선우가 접던 사다리를 밀친다.

그 바람에 상자 쌓아 놓은 쪽을 툭 건드리는 사다리. 그 위로 반쯤 걸쳐진 상자가 흔들흔들...

승희, 선우, 동시에 올려다보면 툭 아래로 떨어지는 상자.

선우, 재빨리 상자를 받으려고 손을 뻗다가 그만 양면 사다리를 놓친다.

순간 승희 쪽으로 넘어지는 양면사다리, 그 바람에 다른 상자들까지 건드려 우르르 승희 쪽으로 쏟아진다.


승희 : 아악!!! (비명과 함께 상자 밑으로 깔린다)

선우 : (놀라서 본다) 승희야!!!


놀라서 쳐다보는 선우의 얼굴에서 스틸!

<11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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