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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두] 12 - 선택 (下)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8.11.19|조회수332 목록 댓글 0

[유리구두] 12 - 선택 (下)











1. S# 창고 안.


승희 : 아 참참. 내가 얘기했든가? 나 내 친언니를 찾았어.

선우 : (? 본다) 친언니? 너한테 친언니가 있었어?

승희 : 설명하자면 복잡해. 암튼 그래서 이제부터 난 아주 귀하신 몸이 됐어.

선우 : 그래서. 지금 그거 자랑하러 온 거니?

승희 : 당연하지. 그럼 내가 왜 왔겠니?

선우 : (아무렇지도 않게 상자를 꼭대기에 올린다. 높아서 잘 안올려진다)

승희 : 너 이제 와서 좀 후회되지 않니?

선우 : 뭐가? (안 올려지는 걸 겨우 반쯤 밀어 넣는데)

승희 : 평소에 나한테 잘할 걸.. 그럼 떨어지는 떡고물이라도 있었을 텐데.. (보며) 그런 생각이 안드냐구.


그 말에 선우, 반쯤 상자를 걸쳐지게 올려놓은 뒤 천천히 사다리에서 내려와 승희를 본다.


선우 : 아니. 그런 생각 안 드는데. 난 떡고물은 별루 안 좋아하거든. 그러니까 실없는 소리 그만하구 그만 돌아가라. 응?

         (하면서 사다리를 접는다)

승희 : 뭐? 근데 이게!


하면서 선우가 접던 사다리를 밀친다. 그 바람에 상자 쌓아 놓은 쪽을 툭 건드리는 사다리.

그 위로 반쯤 걸쳐진 상자가 흔들흔들...

승희, 선우, 동시에 올려다보면 툭 아래로 떨어지는 상자.

선우, 재빨리 상자를 받으려고 손을 뻗다가 그만 양면 사다리를 놓친다.

순간 승희 쪽으로 넘어지는 양면사다리, 그 바람에 다른 상자들까지 건드려 우르르 승희 쪽으로 쏟아진다.


승희 : 아악!!! (비명과 함께 상자 밑으로 깔린다)

선우 : (놀라서 본다) 승희야!!!


선우, 재빨리 뛰어와 얼른 박스들을 제치고 승희의 얼굴을 찾는다.

신음소리 내며 정신 못 차리는 승희.

선우, 그런 승희의 머리를 안아들며.


선우 : 승희야! 승희야아!! 정신 차려! 어떡해!! (돌아보며) 여기요! 여기 좀 도와주세요!!!

         (승희를 안으며) 승희야아!! 정신 차려 승희야!! (얼굴에서)



2. S# 로비.


안으로 들어오는 태희.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면.



3. S# 재혁의 사무실.


재혁을 비롯해 오한영, 그리고 몇몇의 직원들 앉아있다.


오한영 : 여기 스카웃 확보된 명단입니다. 한사람을 빼곤 전부 다 저희 쪽으로 넘어왔습니다.

재혁 : (보더니) 제일 중요한 사람이 빠졌군.

오한영 : 성격이 굉장히 완고한 사람입니다.

재혁 : 알았어. 이 건은 내가 처리하지. (하는데)


똑똑똑. 노크소리.

재혁과 오한영, 돌아보면 문이 열리며 안으로 들어오는 태희.

재혁, 짐짓 예고도 없는 태희의 방문에 놀라서 보면.


태희 :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어?

재혁 : 지금 회의 중이야.

태희 : (본다. 보더니) 밖에서 기다릴게. (문 닫고 나간다)

재혁 : (본다. 시선에서)



4. S# 휴게실.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태희, 시계를 본다. 음료를 마신다.



5. S# 재혁의 사무실.


개의치 않고 계속 회의를 진행하는 재혁의 모습.



6. S# 휴게실.


기다리는 태희, 작게 한숨... 시선 돌리면.



7. S# 일각.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김필중과 진상만, 그리고 수행원들.

걸어오면서 김필중, 무심코 돌아본다. 돌아보다가 멈칫.. 휴게실에 앉아 있는 태희를 발견.

진실장 ?해서 보면.


김필중 : 여기 있어. (태희 쪽으로 간다)

진실장 : (본다. 시선에서)



8. S# 휴게실 안.


태희 옆으로 다가서는 김필중.

태희 ? 돌아보다가 멈칫..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태희 : 할아버지..

김필중 : 니가 여긴 왠일이냐? 여기 있는 거 보면 날 만나러 온것 같진 않구 면접은 멫칠 더 있어야 하는 걸로 아는데.

태희 : 네에...

김필중 : (보며) 장재혁이 만나러 온 거냐?

태희 : (본다. 짐짓 시선 떨구면)

김필중 : (테이블위로 시선 돌린다)


두어 개의 음료수 병이 놓여져 있다. 김필중, 다시 시선 들어 태희를 보면.


태희 : 회의가 길어지나 봐요. 약속도 안하구 제 맘대로 불쑥 찾아온 거거든요.

         늦어진다구 그냥 가라 그런 걸 제가 기다리겠다 우겼어요. 근데.. 아무래도 그냥 가야할까 봐요. (어색하게 웃으면)

김필중 : (본다. 깊은 시선으로 본다)

태희 : (시선 돌리면)



9. S# 회장실 안.


안으로 들어오는 김필중과 진실장. 진상만, 김필중의 외투를 받아든다.

김필중, 소파에 와서 앉는다. 앉더니 작게 한숨을 내쉰다.



10. S# 휴게실.


앉아있던 태희, 작게 한숨을 내쉰 뒤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 때 울리는 전화벨. 태희, 얼른 꺼내서 받는다.


태희 : 여보세요? (듣다가 멈칫.. 순간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다) 지금.. 거기 어느 병원이예요? (시선에서)



11. S# 병원복도.


복도에 초조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선우, 걱정스럽게 병실 문 쪽을 바라본다. 왔다 갔다 하는데

그 때 복도 저 끝으로 프레임-인 되는 태희의 모습이 원경으로 보인다.

뭔가 물어보더니 급하게 선우가 서 있는 쪽으로 다가서는 태희. 승희의 병실 앞에 다다른다.

선우 태희를 본다. 태희도 선우를 보더니 그대로 지나쳐 승희의 병실 문을 연다.

선우, 저 사람은.. 바라보는 시선에서.



12. S# 병실안.


승희, 얼굴이 여기저기 긁혀있는 상태로 누워있다.

태희,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보더니.


태희 : 윤희야! (다가선다) 윤희야 괜찮니?

의사 : 보호자 되십니까?

태희 : 네. 제가 언니예요. 동생은 좀 어떤가요?

의사 : 별로 큰 외상은 없습니다.

승희 : 언니이.. (거의 다 죽어가는 목소리)

태희 : 그래 윤희야.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어쩌다 이랬어? 어?

승희 : (가득 눈물 고여 보는데)


그 뒤로 빠꼼히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우.


선우 : 저기요.. 승희는 좀 어떤가요?


동시에 돌아보는 태희와 승희.

일순 승희의 뜨악해서 본다. 재빨리 태희 눈치 한번 보더니.


승희 : 너! 니가 여긴 뭐 하러 들어와?

선우 : 괜찮은지 보려구 승희야.. 계속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어. 몸은 어때? 괜찮니?

태희 : (보면)

승희 : (얼른) 나가! 니 꼴 보기 싫어! 당장 나가!

태희 : (승희를 돌아본다) 윤희야..

승희 : 언니 저 애 내쫒아 줘! 나 무서워! 저 기집애가 날 죽일려구 했단 말야!

태희 : 뭐?

승희 : 저 기집애 보기 싫어. 여기서 당장 내보내줘!! 내보내줘어 언니!! (하면서 태희 허리를 붙들고 매달린다. 흘끔 눈치를 보면)

선우 : 아니야. 그게 아니라 사고였어, 승희야.

승희 : 듣기 싫어! 나가! 나가아!!!

선우 : (보면)

태희 : (선우를 돌아본다. 아주 건조하고 사무적으로) 얘기는 나중에 듣도록 하죠. 그만 나가줄래요?

선우 : (본다. 당혹스럽고 어쩔 줄 몰라본다. 시선에서)



13. S# 복도.


밖으로 나오는 선우, 병실 문 쪽을 돌아본다.

그 뒤로 승희를 진정시키는 태희의 모습. “이젠 괜찮아. 윤희야..” 다독이고 다정하게 안아준다.

승희, 괜히 어리광피우듯 우는 소리가 들린다.

선우, 돌아보다가 문을 닫고 복도 쪽으로 몇 걸음 걸어 나온다. 그러다 천천히 복도 벽에 기대선다. 서러움이 밀려온다.

한숨을 내쉬며 겨우 눈물을 참는 표정에서. dis.

(저녁)

문을 열고 나오는 태희, 조용히 문을 닫고 나오다가 멈칫..

복도 저편으로 의자에 쭈그리고 앉아 꾸벅꾸벅 조는 선우.

태희, 아직도 있었다니.. 바라보면.

선우, 자리가 불편한 듯 몸을 움직이다가 바라보고 있는 태희와 시선이 마주친다.

멈칫.. 보다가 벌떡 일어나 보는 선우.


태희 : 거기서 뭐해요?

선우 : 승희가 걱정 되서.. (보며) 저기 승흰 좀 어때요? 괜찮나요?

태희 : 잠들었어요.

선우 : 네에..

태희 : 그만 돌아가요. 이런다고 쉽게 풀릴 오해두 아닌 것 같은데.

선우 : (? 보면)

태희 : 윤희한테 대충 얘기 들었어요. 원래부터 우리 윤희하고 별로 사이가 좋지 않다면서요.

선우 : 하지만 오늘 사고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예요. 정말 실수였어요. 박스가 떨어지는 바람에..

태희 : 그 쪽에선 실수였겠지만 우리 윤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게 믿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선우 : 그런 게 아니라요.. 제가 다 설명 드릴께요.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하는데)

태희 : 됐어요. 됐으니까 그만 돌아가요. (돌아서는데)

선우 : 왜 사람 말을 믿지 않는 거예요?

태희 : (?. 돌아보면)

선우 : 어떻게 된 일인지 앞뒤 상황도 잘 모르시잖아요. 한쪽말만 듣구 무조건 의심부터 하는 건 너무 불공평해요.

태희 : 윤희는 내 동생이예요. 언니가 동생을 믿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선우 : (멈칫.. 보면)

태희 : (그대로 차갑게 돌아서서 간다)

선우 : (조금은 억울해진 기분으로 보는 얼굴에서)



14. S# 달리는 태희의 차. N


운전대를 잡고 오는 태희, 나즈막히 한숨을 내쉬더니 핸드폰의 단축기를 누른다. “수신자의 전원이 꺼져있습니다.”

탁! 꺼버리는 태희. 조금 열이 받고 있다. 고개 돌리면.



15. S# 제하그룹 빌딩앞. N


빌딩이 보이는 일각에 차를 세워두고 있는 태희. 건물 쪽을 보면

늦게 퇴근하는 몇몇 사람들. 그 뒤로 재혁과 오한영의 모습이 보인다.

태희, 차에서 내린다. 탁! 닫고 재혁 쪽으로 다가 선다.

재혁, 멈칫.. 걸음을 멈추고 본다. 오한영도 보면.


태희 : 얘기 좀 해.

재혁 : 오늘 신사업팀 회식 있어. 거기 가봐야 해.

태희 : 가기 전에 십분도 안 돼?

재혁 : (본다. 보더니 서류가방 오한영에게 넘기며) 먼저 가 있어. 금방 따라갈 테니까.

오한영 : 알겠습니다. (가방을 받아든 뒤 태희를 본다. 돌아서서 가면)

태희 : 내 메세지 못 받았어? (화났다)

재혁 : 무슨 메세지.

태희 : 핸드폰에 음성메세시만 열두 번두 넘게 남겼어. 낮엔 회의실까지 찾아가 기다린다구까지 했어.

         근데 넌 연락두 없이 나타나지두 않아. 거기다 지금 이 태돈 또 뭐야?

재혁 : 다른 데로 옮기자. 회사 앞이야.

태희 : 대답해. 너 지금 나 피하는 거니?

재혁 : 회사 앞이야. 퇴근시간이구. 내 얼굴 아는 직원만 백 명두 넘어. 지나가다 여자하구 툭탁거리는 꼴 보여주고 싶지 않아.

태희 : (보면)

재혁 : (걸음 옮겨 저만치 가는데)

태희 : (돌아보더니 쫒아와 재혁의 팔을 붙잡아 세운다) 왜 이래 너? 왜 갑자기 나한테 이러는 거야?

재혁 : (보면)

태희 : 우리 할아버지 땜에 그래? 그건 시간을 좀 달라 그랬잖아. 내가 할아버지 마음 돌려 놓겠다구.

         내가 앞으로 더 노력할 테니까 나 밀어내지 말라구. 그걸루 너 마음 풀어진 거 아니었어?

재혁 : 너야말루 대체 왜 이래. 너 한두 살 먹은 어린애야? 왜 이렇게 칭얼대!

태희 : (멈칫..) 뭐?

재혁 : 나는 회사 일하는 사람이야. 매시간 모든 스케쥴 너 하나만을 위해 열어놓구 기다리는 사람 아니야. (그러면서 돌아서는데)

태희 : 너 여자 생겼니?

재혁 : (멈칫.. 태희를 돌아본다)

태희 : 너.. 다른 여자 생겼어?

재혁 : (본다. 보더니) 생겼다면. 나한테서 떨어져줄래?

태희 : ! (본다)

재혁 : (표정 없이 보면)


원경으로 회사에서 나오는 김필중, 차에 올라타기 전 무심코 돌아보다가 멈칫..

진실장과 박귀중, 같이 돌아본다.


김필중 : 진실장.. 거기 저거.. 태희 아닌가?

진실장 : (본다. 보더니) 맞는데요. 태희 양 하구.. 장재혁 팀장 같습니다. 분위기가.. 영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회장님.

김필중 : (본다. 바라보는 시선에서)



16. S# 바.


나란히 앉아 있는 재혁과 태희.

태희, 연거푸 스트레이트를 들이마신다.


재혁 : 그만해. 한 병 다 비울래?

태희 : (대꾸 없이 잔에 술을 붓는데)

재혁 : (술병 뺏어 한쪽에 놓는다) 정신 차려. 술에 취해 엉망인거 보기 싫어.

태희 : (보더니) 너 정말 다른 여자 생긴 거니? 다른 여자 생겼어? 괜찮아 대답해봐.

재혁 : (본다. 보더니) 다른 여자 없어. 아깐 그냥 화나서 한번 해본 말이야.

태희 : 왜? 왜 화가 난건데?

재혁 : 그 때 그 일 있고 나서 회장님.. 아직까지 내 얼굴 안보고 계셔. 아침마다 불러놓고 보고 받으시던 양반이

         이젠 진실장 통해서만 보고 받으시구.. 지시사항두 진실장 통해서만 내려와.

         그렇지 않아두 회장님 땜에 잔뜩 신경 쓰이는데.. 너는 회사까지 달려와 있는 속, 없는 속 다 뒤집어 놓잖아.

태희 : 그래두 전화 한 통화쯤 해줄 수 있었잖아.

재혁 : 솔직히 말할까. 너.. 지나치게 나한테 의지하구 기대는 거 가끔은 부담스럽구 힘들 때 있어.

태희 : 내가.. 부담스럽다구?

재혁 : 그래. 가끔은 그래.

태희 : (보면)

재혁 : 알아. 사람은 힘들면 누군가한테 기대고 싶고 의지하고 싶어 하지. 나두.. 그 정도로 힘들고 지칠 때가 있으니까.

         그럴 땐 나 혼자 똑바로 서 있는것두 어쩔 땐 현기증 나.

태희 : 그럼 그럴 땐 나한테 기대면 되잖아.

재혁 : (태희를 본다)

태희 : 왜.. 나는 그 정도두 안 되는 사람이니?

재혁 : (본다. 보더니) 너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아파. 니가 웃고 있는걸 봐두 나는 니가 울고 있는 것처럼 보여.

         그런데.., 그런 너한테 어떻게 기대?

태희 : 그럼.. 앞으로도 계속 날 피할 거니?

재혁 : (본다)

태희 : 나.. 피해 다닐 거야?

재혁 : 조금만 시간을 줘. 날 추스릴 시간이 필요해.

태희 : (본다. 순간 툭.. 눈물이 떨어진다)

재혁 : (보면)

태희 : (그대로 재혁에게 기댄다)

재혁 : ... (표 안나는 한숨.. 팔을 들어 태희의 어깨를 안아준다)


두 사람의 모습에서.



17. S# 평창동 집전경. N



18. S# 거실.


예산댁 현관문 열어주면 안으로 들어서는 태희. 비틀.. 술에 취해 걸음을 제대로 못 걷는다.


예산댁 : 아우. 어디서 이렇게 술을 마셨어요? 생전 취해서 다니지두 않는 사람이..

태희 : 그냥.. 기분이 좀 그래서요.. (하는데)

현자 : 잘한다. 잘해. 어른들 계시는데..

태희 : (본다. 한숨.. 그대로 이층에 올라가려는데)

현자 : 윤희 다쳤다더니 괜찮니?

태희 : (돌아본다. 취중에 픽 웃음) 언제부터 우리 윤희를 그렇게 걱정해주셨나요?

현자 : 뭐? (날카롭게 보면)

태희 : (다시 픽 웃더니) 걱정 마세요. 그냥 좀 긁힌 거래요. 자는 거 보구 오는 길이예요. 걱정 마세요.

         (그러면서 이층으로 올라간다. 비틀)

예산댁 : (얼른 잡아줘서 같이 올라간다)

현자 : (기막혀) 가관이다. 가관이야.. (보면)


서재에서 나오는 김필중..


김필중 : 태희 들어왔냐?

현자 : 네. 아버지 큰 손녀딸.. 고주망태가 되서 들어왔네요. 다 큰 기집애가 챙피한 줄도 모르구..

김필중 : (시선 돌려 이층을 돌아본다)



19. S# 이층 거실.


욕실에서 웩! 웩! 거리는 소리.

예산댁 문 앞에 서서.


예산댁 : 괜찮아요? 내가 등 두드려 줄께요. 문 열어요.

태희E : 됐어요, 아줌마. (하다가 다시 웩웩거리는 소리)


이층으로 올라오는 김필중.

예산댁, 김필중을 보더니 얼른 한쪽으로 물러선다.

김필중, 화장실 쪽을 돌아보면 문이 열리고 쓰러지다시피 밖으로 나오는 태희.

예산댁, 얼른 부축해 일으킨다.


태희 : (김필중을 보더니) 어.. 할아버지..

김필중 : 많이 마셨구나.

태희 : 네에.. 죄송합니다. (고개 숙이다가 비틀)

예산댁 : (다시 부축하면)

김필중 : 예산댁. 어서 방에다 갖다 재워요. 애 속 안 다치게 꿀물 좀 멕이구.

예산댁 : 네 회장님.

태희 : 죄송합니다, 할아버지.. 죄송합니다아..

예산댁 : (태희 데리고 들어가는 내내)

태희 : 죄송해요.. 정말 죄송하다구요..

김필중 : (본다. 씁쓸하게 돌아보다가 한숨.. 시선에서)



20. S# 태희의 방. N


예산댁의 부측을 받으며 침대에 누운 태희.. 고통스러운 듯 창백한 얼굴에서. dis.



21. S# 재혁의 오피스텔. N


소파에 앉아있는 재혁.. 나즈막히 한숨을 내쉬다가 문득 한쪽에 있는 선우의 이력서를 본다.

사진속의 선우가 웃고 있다. 바라보는 재혁의 시선에서. dis.



22. S# 철웅의 집. 마당 N.


터벅터벅 집 계단을 올라오는 선우, 올라오다가 한숨.. 돌아서서 저 밖의 야경을 바라본다. 모습에서 dis.



23. S# 병실 안. N


거울 안으로 스크랫치 난 얼굴을 들여다보는 승희. 거울을 내리고 창가 쪽으로 다가선다.

두고 봐라 이선우.. 그 얼굴에서 fade-out.



24. S# 대리점 전경 D


선우 : 네? 뭐라구요 아저씨?



25. S# 대리점 안.


놀라서 다가서는 선우.


선우 :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저더러 그만두라뇨?

주인 : 어제 창고에서 다친 아가씨한테 전화가 왔는데.. 선우를 해고시키지 않으면 선우하구 대리점, 둘 다 고소해버리겠대.

선우 : 아저씨..

주인 : 어제일루 나두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야. 어제 상자 안에서 깨진 핸드폰 값만 이백만원이 넘어.

선우 : 이백만 원이나요?

주인 : 그런데 거기다 고소까지 당해봐. 어쩌겠어.

선우 : 깨진 핸드폰 값은 제가 일해서 다 갚을께요. 그럼 되잖아요.

주인 : 글쎄 그 문제가 아니라니까.

선우 : 승희한텐 제가 잘 얘기해 볼께요. 그러니까 그만두라는 말씀만 하지 마세요. 네? 저 그냥 여기서 일하게 해주세요. 네?

주인 : 미안하다 선우야. 나두 어쩔 수가 없어. 너두 그렇지. 아니 어쩌다 그런 집안 손녀딸을 건드렸냐 그래.

선우 : (본다. 난감한 시선에서)



26. S# 대리점 앞.


건들건들 걸어오는 철웅과 수탁. 철웅의 얼굴엔 아직도 상처의 여운이 남아있다.


수탁 : (본다) 용하십니다 형.

철웅 : 뭐가 또.

수탁 : 그 얼굴로 또 이선우양을 만나실 기분이 듭니까.

철웅 : (기분 좋게 씩 웃더니) 그럼 어떡하냐. 안보면 보구 싶구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은데.

수탁 : 제 생각에 형은 이선우 양을 잘못 만나신거 같습니다. 이선우 양을 만난 뒤로부터 형.. 사람이 너무 변했다구요.

철웅 : 변한 게 아니다. 단지 사랑을 시작 했을 뿐이지.

수탁 : 그나저나 어쩌실 겁니까. 정말 약속대로 그 패거리에 들어가실 생각입니까?

철웅 : ...(순간 착찹해지는데)


그 때 대리점문을 열고 뛰어나오는 선우.

철웅, 선우를 보고 멈칫.. 반가운 표정을 짓는데 선우, 철웅을 지나쳐 곧바로 달려간다.

철웅 ?해서 돌아본다. 시선에서.



27. S# 복도.


뛰어 들어오는 선우, 승희의 병실 문 앞에 서서 문을 연다.



28. S# 병실안.


아무도 없는 병실. 간호사가 침대를 정리를 하고 있다.


선우 : 저기요. 여기 있던 환자 어디 갔어요?

간호사 : 방금 전에 퇴원했는데요.

선우 : 퇴원이요? (보다가 고개를 돌린다)



29. S# 병원로비 앞.


승희, 기다리고 있으면 그 앞으로 와서 멈춰서는 태희의 차.

승희, 안에 올라타면 태희, 따뜻하게 승희를 돌아본 뒤 차를 출발시킨다.

잠시 뒤 안에서 그 자리로 뛰어나오는 선우, 숨을 몰아쉬며 여기저기 돌아본다.

절박한 시선으로 돌아보는 선우. 어쩌지.. 하는데 그 뒤로 프레임-인 되는 철웅,


철웅 : 무슨 일이야? 병원에 누구 입원했냐?

선우 : 승희를 찾아야 돼. 승희를..

철웅 : 우승희? 걔를 왜? 걔가 또 너한테 무슨 짓 했냐?

선우 : (안절부절하더니 다시 뛰어간다)

철웅 : 야! 이선우! (보더니) 같이 가! 야! (따라가면)



30. S# 국밥집 안.


마주앉아 튀긴 통닭을 뜯고 있는 오산댁과 황국도.


황국도 : 그나저나 우리 그 돈 어디다 쓸까나?

오산댁 : (뜯어먹으며) 돈? 무슨 돈?

황국도 : 아 왜 있잖여 그 수표. 그 언니라는 사람이 보낸 천만 원짜리 두 장. 우리 그걸루다 일본온천이나 한번 갔다올까나?

            아니면 동남아시아나 한 바쿠 쫘악.. (하는데)

오산댁 : (흘긴다)

황국도 : 어따 따가워라. 왜 또 찢어지게 쳐다보구 난리여.

오산댁 : 그저 돈쓸 궁리만 하구 앉었지. 돈 쓸 궁리만.

황국도 : 그럼. 있는 돈인디 써야지, 두구 썩히냐?

오산댁 : 어쨌든 안 돼. 그 돈에 손 댈 생각두 하지 마. 그걸루 가게 수리하구 부서진 테이블이랑 그릇이랑 다시 살 거니까는.

            다른데다는 한 푼도 안 쓸 거야. 그런 줄 알어.

황국도 : (어이없다) 이 국밥집을 계속 허시겄다고?

오산댁 : 안하면 뭐해먹구 살 건데. 손가락 빨아먹구 살어?

황국도 : 어이구 빙추야. 승희가 이젠 갑부 집 손녀딸이 되았는디

            에미라는 사람이 국밥집이나 하구 앉었는 게 말이 되냐? 말이 돼?

오산댁 : (? 보면)

황국도 : 이참이 아주 서른 두 평짜리 아파트 한 채 사달라구 혀서 매달 승희헌테 생활비 받아감서 편히 살 생각을 하란 말여.

오산댁 : 서른두 평? 아파트?

황국도 : 아니지. 받는 김이 아예 사십 평짜리루 사달라 그래야겄네. 것다가 운전사 딸린 자가용까지. 워뗘?

오산댁 : (놀란다) 사.. 사십 평이나? 아유. 그렇게 큰집에서 우리 둘이서만 살자구?

황국도 : 강남이 잘나가는 부자 양반들은 백 평 넘는 빌라에서두 산다드만. 사십 평쯤이야 애들 손바닥이지 뭘 그려.

오산댁 : 그래두... (보며) 사달라면 사줄까?

황국도 : 긍께 머릴 잘 굴려제. 머리를.

오산대 : 머리를? 어떻게? (쳐다보는데)


그 때 갑자기 드륵! 열리는 문. 제풀에 놀라서 번쩍 고개를 드는 오산댁과 황국도.

들어서는 선우. 선우를 보고 한 번 더 놀라는 오산댁과 황국도.

선우, 황국도와 시선 마주치자 짐짓 시선을 피하더니.


선우 : 아줌마. 승희 어딨어요?

오산댁 : (놀란다) 스.. 승희?

황국도 : (찔려서) 어따. 승희는 왜 갑자기 찾구 그런다냐?

선우 : 만나서 할 얘기가 있어요. 아줌마 승희 있는데 아시죠? 어딨어요?

오산댁 : 아 글쎄 몰라 우리두. 어디 그 기집애가 싸돌아 댕길 때 어디간다구 말하구 다니는 기집애냐? 몰라 나두.

황국도 : 암. 모르지. 우린 모르구 말구.

선우 : 승희, 친언니 찾았다는 거 알아요.

오산댁 : (멈칫.. 본다)

황국도 : (놀라서 본다) 어메. 니가.. 그걸 어찌 안 다냐?

선우 : 승희한테 들었어요.

오산댁 : 스.. 승희가? 승희가 너한테 직접 그래? (더듬으며) 지, 지, 지가 친언닐 찾았다구?

선우 : 승희 친언니네 집으로 간 거 맞죠? 그 집이 어디예요? 알려주세요. 네?

오산댁 : (황국도와 시선 마주치더니 딱잘라) 글쎄 정말 모른다니까 얘가 왜 자꾸 이래.

선우 : 아줌마아..

오산댁 : 아이구 아줌마 아줌마 그만 찾어. 듣는 아줌마 지겨워 죽겄어.

선우 : 아줌마아..

오산댁 : 글쎄 우리도 승희 어딨는지 모른다구. 모르니까 가서 찾아내든 볶아먹든 니가 알아서 해. 알았어?

선우 : 아줌마아..

오산댁 : 아 어서 안 나가! (하면서 쥐어박을 듯 달려드는데)


선우의 뒤로 쓱 들어서는 철웅. 순간 헉! 놀라서 뒤로 물러서는 황국도와 오산댁.

철웅, 무서운 얼굴로 황국도와 오산댁을 보다가 선우를 보면. 선우, 힘없이 고개를 떨군다.

철웅, 순간 불끈해서 다시 황국도와 오산댁을 보면.


황국도 : 아니여. 아니랑께. 우린 암짓두 안했고마. 안 그려 오산댁?

오산댁 : 안했지 그럼. 얘, 선우야 말좀해. 우리 너한테 아무짓두 안 했잖아. 안했지?

선우 : (대답대신 한숨..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 나간다)

철웅 : 선우야.. (보면)

오산댁 : 어머 얘. 선우야 너 가는 거니? (철웅의 눈치를 보며 최대한 상냥하게) 그래 그럼 잘가아.

황국도 : 그려. 챙겨가라 이?

철웅 : (순간 황국도와 오산댁을 다시 째린다)

오산댁/황국도 : (동시에 찔끔)

철웅 : (보더니 괜히) 조심해 당신들.

오산댁/황국도 : (동시에 공손하게) 네에.


대답에 쓱 돌아서서 선우를 따라 나가는 철웅.

황국도, 오산댁 안도의 한숨.. 시선에서.


오산댁 : 저 기집애 혹시.. 냄새 맡은 거 아냐?

황국도 : 냄시? (킁킁거리다가) 무신 냄시?

오산댁 : 즈의 피붙이가 찾았다는 거 말야. 그거 눈치챈 것 같지 않냐구.

황국도 : 이이. 그 냄시.. 글씨. 그건 아닌 거 같은디.

오산댁 : 그렇지?


그러면서 두 사람, 다시 한 번 문 쪽을 돌아보는데서.



31. S# 시장통.


터벅터벅 걸어오는 선우.

두어 걸음 뒤로 쳐져 간격을 두고 걸어오는 철웅. 바라보는데서.



32. S# 공원 (또는 야경이 보이는 일각) - N


나란히 앉아 있는 철웅과 선우.

선우, 무릎을 잔뜩 끌어안은 채 앉아 먼 곳을 보고 있다.


철웅 : 무슨 일인지 말 안 해줄래?

선우 : ...

철웅 : 말해봐.

선우 : (한숨) 대리점에서 쫒겨 났어.

철웅 : (멈칫.. 본다)

선우 : 내가 창고에서 박스를 쌓다가 그게 승희 위로 무너졌거든.

         상자 안에 있던 핸드폰들두 다 깨져서 이백만 원어치나 손해가 났대.

철웅 : 이백만 원? 그럼 그 이백만 원 땜에 쫒겨 난 거야?

선우 : 승희가 고소하겠다 그랬대. 나 안 내보내면..

철웅 : 근데 그 기집애.. (하는데)

선우 : 됐어. 누굴 탓해. 다 내 잘못이지 뭐. (한숨) 그나저나 아저씨한테 죄송해서 어쩌지. 힘들게 소개해주셨는데

         한 달도 못해 보구 쫒겨나구. 그 이백만원두 갚아드려야 하는데..

철웅 : (보면)

선우 : 왜 자꾸 안 좋은 일만 일어나나 몰라. 조금 잘되나 싶으면 금세 무슨 일이 터져버리구.

         조금 괜찮아지나 싶으면 금세 또 안 좋은 일이 생겨버리구. 반지를 잃어버려서 그런가...?

철웅 : 그런 게 아니야.

선우 : (? 보면)

철웅 : 넌 뭐든지 너무 잘할려고만 드니까 그래서 더 힘든 거야. 그냥 가끔은.. 너 자신을 편하게 내버려둬.

         때론 그럴 필요도 있는 거야 나처럼.

선우 : (픽 웃음) 나두 너처럼 건달루 살라구?

철웅 : 건달이 뭐가 나빠. 세상에 쓸데없는 욕심 안 부리고 태어난 대로, 생긴 대로, 밸 꼴리는 대루 사는 건데.

선우 : 웃기지마. 그래두 건달은 건달이야. 알어?

철웅 : 알아. 건달은 건달이지. (먼 곳을 보며) 그런데 선우야. 건달한테두 순정은 있는 거야.

선우 : (? 본다)

철웅 : 건달한테두 나름대로 인생이 있는거라구. (깊은 시선으로 선우를 돌아보며) 니가 그걸.. 조금이라도 알아줬으면 좋겠다.

선우 : (보면)

철웅 : (씁쓸한 웃음. 다시 먼 곳으로 시선 돌린다. 얼굴에서)



33. S# 인수의 아지트 창고.


깡패들, 각자 운동을 하든가, 고스톱을 치던가..나름대로 여가를 즐기는 가운데

그 한가운데로 지나오는 인수와 깡통. 두 사람이 지날 때마다 깡패들, 목례를 올린다.



34. S# 창고에 딸린 사무실. N


안으로 들어서는 인수와 깡통.


인수 : 쌍불파 쪽 나이트 접수는 어떻게 됐어.

깡통 : 그게.. (흘끗 눈치 보면)

인수 : 말해봐. 어떻게 됐어.

깡통 : 안 그래도 어젯밤에 열댓 명 끌고 갔었다 안하나.

인수 : 갔었는데.

깡통 : 왜 대장도 알제? 그 쪽 쌍불파에 애꾸자슥 하나 있는 거. 마 그 자슥 그거 독종이라케서 어느 정돈가 했는데

         마, 말도 아이게 살벌한기라.

인수 : 그래서.

깡통 : 마.. 가서 기냥 개 박살나고 안돌아왔나. (말끝을 흐리면)

인수 : (본다. 보더니 간격을 두고) 꼬마한테선 아직 연락 없었냐?

깡통 : 으떤 꼬마? (하다가) 아 그 꼴통자슥 말이가.

인수 : 연락 없었어?

깡통 : 아니. 없었는데..

인수 : (책상 앞에 앉아 장부를 펼쳐들면)

깡통 : 괜히 기다리지 마라. 대장아. 그 꼴통자슥 들어와 봤자 골치만 아프고.

         마, 내 보기엔 약속 같은 거 지킬 놈도 아인 거 같고.

인수 : 아니. 올 거야.

깡통 : (? 보면)

인수 : 그 녀석은 나한테 오게 돼 있어.

깡통 : (본다. 껌뻑거리며 보면)

인수 : (시선 들어 생각하는데서)



35. S# 철웅의 집 옥상. N


철컥. 라이터 불에 담배를 피워 무는 철웅, 후.. 길게 연기를 내뿜는다. 착찹한 시선에서.



36. S# 평창동 집앞. N


그 앞에 도착하는 재혁의 차. 집을 한번 올려다보면.



37. S# 거실. N


이층에서 내려오는 태희.


태희 : 아줌마 누구 왔어요? (하는데)


문이 열리며 안으로 들어오는 재혁.


태희 : (멈칫.. 본다) 어쩐 일이야?

김필중 : (서재에서 나오며) 내가 불렀다.

태희 : 할아버지가요?

김필중 : 예산댁 저녁 준빈 다 됐나?

예산댁 : 네. 회장님.

김필중 : 들어가자. (주방으로 들어가면)

태희 : (어쩐 일이야? 재혁에게 물으면)

재혁 : (글쎄..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본다)

태희 : (주방 쪽을 쳐다보면)



38. S# 주방 안.


식사를 하고 있는 김필중과 태희, 재혁, 그리고 현자.

현자, 살피듯 재혁을 바라보다가.


현자 : 회사 일엔 많이 적응했어요?

재혁 : (본다) 네.

현자 : 미국에서 온지 얼마 안 돼 중책 맡은 거라 좀 부담되겠네요. 그렇죠?

재혁 : 괜찮습니다.

김필중 : 윤희는 왜 아직 안 내려 오냐?

태희 : 금방 내려온댔어요, 할아버지. (하는데)


그 뒤로 황급하게 들어서는 승희.


승희 : 죄송합니다.

태희 : 어서 앉아.

승희 : (현자 옆자리에 앉으며 재혁을 본다)

재혁 : (꿰뚫는 시선으로 승희를 본다)

승희 : (짐짓 피한 뒤 숟가락 들고 국물을 떠먹는다)


후루룩! 국물을 유난히 소란스럽게 들이키는 승희. 소리에 김필중, 현자, 태희, 재혁 동시에 승희를 본다.

태희 멈칫.. 현자의 시선 의식해 승희를 한번 돌아보면.

승희, 알아채지 못한 채 먹는 소리 계속. 쩝쩝쩝..

김필중, 승희를 한번 보더니 모르는 척 식사 계속.

현자, 점점 못마땅해지는 얼굴인데 승희, 찌개에 숟가락을 담는다. 순간.


현자 : 어딜!

승희 : (? 본다)

현자 : 어른하구 함께 먹는 찌개에 어딜 함부로 숟가락을 푹푹 담궈?

승희 : (뭘 잘못한 거지? 머슥해서 숟가락 도로 가져가면)

김필중 : 됐다. (승희 보며) 괜찮어. 어서 들거라.

현자 : 식사 예절은 기본이예요, 아버지. 가르치게 내버려두세요.

태희 : 요즘 그런 거 안 따지는 집들 많아요, 고모.

현자 : 우리 집은 따지는 집이야.

태희 : 윤희, 이 집에 들어온 지 얼마 안됐어요. 집안 예법., 모르는 게 당연하잖아요.

현자 : 그러니까 더 꼼꼼히 알려줘야지. 앞으로 한 집에서 살 거면 더더욱 그래야 하구.

태희 : (표정 굳어 현자를 본다)

현자 : (승희를 보며) 여러 사람 같이 먹는 찌개에 숟가락 함부로 담그지 마. 그거 니 입에 들어갔던 거잖아.

         다음부턴 니 앞에 있는 앞 접시에 따로 떠서 담아 먹어. 알았니?

승희 : (입안에 음식 가득 든 채 시선 떨구면)

현자 : 어른이 손 안댄 반찬에 먼저 젓가락질 하지 말구. 음식 먹을 땐 입 다물고 소리 안 나게.

승희 : (입안에 음식 겨우 꿀꺽 넘기며) 네..

현자 : 말할 땐 입안에 음식 보이지 않도록 조심하구.

승희 : (입을 다시 꼭 다물면)

김필중 : 애 체하겠다. 그만해.

현자 : 제가 안하면 아무도 가르칠 생각을 안 하잖아요. 아무두. (하는데)

태희 : 그만 하세요 고모! (위엄 있게 내지른다)

현자 : (멈칫.. 본다)

김필중 : (본다)

재혁 : (보면)

태희 : 윤희.. 이 집에 들어와 처음으루 함께 하는 식사예요. 좀 편하게 해주시면 안돼요?

현자 : 동생 찾았다구 지금 너.. 유세하는 거니?

태희 : 어떻게 찾아낸 동생인지 고모두 아시잖아요.

현자 : 아니까 더 잘 가르쳐야지.

태희 : 글쎄 나중에 하시라 구요. 손님까지 와 계신데 불편하게 왜 자꾸 이러세요!

김필중 : 됐다. 그만해! (태희 보며) 태희 너두 그만해.

태희 : (본다. 보더니) 죄송해요 할아버지.

재혁 : (썰렁해져서.. 보면)

현자 : (본다. 재혁을 흘끔 의식하더니 시선 돌린다)

승희 : (입에 있던 거 꿀꺽 삼키며 시선 돌린다)



39. S# 승희의 방.


안으로 들어오는 승희, 쿵! 문을 닫는다. 그러더니 홱 문쪽을 돌아보며.


승희 : 진짜 드럽게 지랄하네. 밥먹을 땐 개두 안 건드린다든데.. 먹은 거 다 체하겠다. 에이씨..!

         (하면서 침대에 벌러덩 누워버리면)



40. S# 정원. N


나란히 산책하는 태희와 재혁.


태희 : 분위기 살벌하지?

재혁 : 항상 그렇게 식사 때마다 전투하듯 먹는 거니?

태희 : 일주일에 두세 번쯤. 고모는 저래야 소화가 잘되시나봐.

재혁 : 그래두 동생은 꽤 용감하든데. 끝까지 밥 한 그릇 다 비우고 올라가더라.

태희 : 다행이지 뭐. 기죽지 않아줘서..

재혁 : (웃음으로 본다. 그 때 뒤에서)

예산댁 : 저기 회장님께서 찾으시는데요.


태희와 재혁, 돌아본다.


태희 : 저를요?

예산댁 : 아뇨. (하면서 재혁을 본다)

태희 : (재혁을 보면)

재혁 : (본다. 시선에서)



41. S# 서재.


안으로 들어서는 재혁.

책상 앞에 앉아 있던 김필중, 흘끗 보더니.


김필중 : 앉어.

재혁 : (안으로 들어와 앉는다)

김필중 : 식사는 맛있게 했나.

재혁 : 네..

김필중 : 우리 집 애가 좀 사나워. 태희 고모 말이야.

재혁 : (본다. 웃음) 네에..

김필중 : 내가 자넬 부른 건 다름이 아니라.. 태희 때문이야.

재혁 : (? 보면)

김필중 : 만나지 말라구 재떨이까지 집어던진 영감이 갑자기 무슨 소리냐 하는 표정이구만.

재혁 : 아닙니다.

김필중 : (본다. 지긋이 보더니) 자네는.. 나이에 비해 똑똑하구 능력이 있어. 속에 품은 야망도 아주 대단하지.

            내가 높이 산건 바로 그 점이야. 자네 같은 뚝심이면 뭘 해내도 해낼 테니까.

            그리고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자네를 태희한테서 떨어뜨려놓고 싶었네. 사내의 야망만큼.. 위험한건 없으니까.

재혁 : (보면)

김필중 : 이제껏 나는 사업이 내 인생의 전부였어. 그런데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사업보다 더 중요한 게 생겼지.

            그게 바로 태희야. 무슨 말인지 알겠나?

재혁 : (보면)

김필중 :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재혁 : (따라 일어서면)

김필중 : 오늘로서 자네한테 내린 금지명령은 풀어주지. 물론 마음으로부터 자넬 허락한건 아니야. 그걸 잊지 마.

재혁 : (보면)

김필중 : (지긋이 본다. 나즉히 그러나 호소력 있게) 태희를.. 슬프게 하지 말게. 이건 명령이야.

재혁 : (본다. 시선에서)



42. S# 거실. N


밖으로 나오는 재혁, 소파에 앉아 조금은 초조한 표정으로 기다리던 태희 재혁이 나오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재혁, 태희를 본다. 태희, 재혁을 본다. 시선에서.



43. S# 서재. N


밖을 내다보는 김필중의 모습..



44. S# 평창동 집 앞. N


밖으로 나오는 재혁과 태희.


태희 : 정말 끝까지 말 안 해 줄거니?

재혁 : 안 해 줄 거야.

태희 : 궁금해죽겠네. 보나마나 할아버지두 말 안 해주실 텐데.

재혁 : 내일 면접날이지? 일찍 자라.

태희 : 그럴게. 운전조심해서 가. 키스해주고 싶지만 집 앞이라 안 되겠다.

재혁 : (웃음. 차에 탄다. 시동 걸며 태희를 보면)

태희 : (손을 흔들어 준다)


출발하는 차. 바라보던 태희, 그나저나 무슨 얘길까.. 보는 시선에서.



45. S# 서재. N


김필중, 천천히 의자에 와서 앉는다. 김현호의 사진을 바라보는 김필중. 시선에서.



46. S# 달리는 재혁의 차안. N


운전하는 재혁, 쭉 달려오다가 한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갑자기 한쪽으로 핸들을 꺽는다.



47. S# 대리점 앞. N


다가와 멈춰서는 재혁의 차. 차 안에서 재혁, 환한 대리점 안쪽을 돌아본다. 그러나 선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순간 자조적인 웃음. 대체 뭐하러 여기까지 왔나. 나즉히 한숨 내쉬고 그대로 차를 돌려 가는데서.



48. S# 제하그룹 빌딩 앞 D.


전경에서 틸-다운 하면 프레임-인 되는 선우. 한쪽에서 회장님차를 손보고 있는 박귀중을 본다.


선우 : 아저씨!

박귀중 : (? 돌아본다. 보다가 표정 밝아지며) 선우 아니냐?

선우 : (환한 웃음에서)



49. S# 휴게실.


선우 : 죄송하게 됐어요, 아저씨. 아저씨가 신경 써서 소개해 주신 곳인데..

박귀중 : 원래 일을 배우다 보면 사고도 생기구 탈두 생기는 법이다. 괜찮어.

선우 : (감사함으로 본다. 보다가) 아, 참.. 이거.. (종이봉투를 내밀며) 아저씨 어제 오늘 계속 집에 못 들어 오신다구

         할머니가 속옷 가져다 드리랬어요. 그 안에 아저씨 드시는 보약두 넣었다구 식사 후에 꼭 챙겨드시래요.

박귀중 : 아이구 고맙다. 어머닌 뭘 이런걸.. 내가 그냥 알아서 다 하는데.

            (하면서 봉투를 받아 탁자위에 놓다가 그만 종이컵을 건드린다) 어이쿠.


그 바람에 커피가 들어있는 컵 넘어지면서 물이 선우 쪽으로 쭉 흘러내려간다.

선우, 벌떡 일어나지만 웃옷이 버려졌다.


박귀중 : 아이구 이거 어쩌냐. 어?

선우 : (툭툭 털며) 괜찮아요, 아저씨. (툭툭 터는데서)



50. S#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는 선우. 물을 틀어놓고 손을 닦는다. 거울을 보면서 한숨.. 그러면서 커피로 얼룩진 부분을 닦아내는데.

안으로 들어오는 청소아줌마 둘.


청소1 : 아이구 일반장이라는 게 저렇게 승질이 못됐어 그래.

청소2 : 맞어. 이건 일반장이 아니라 꼬투리반장이라니까는. 저러니 사람들이 안 붙어있지.

청소1 : 그러게 맨날 사람만 새로 뽑으면 뭐해. 한달두 못돼 그만두구, 한달두 못돼 그만두구..

선우 : (얼룩을 닦다 돌아본다)

청소1 : 그나저나 일하겠다고 온 사람들은 있나 모르겠네.

청소2 : 아까 얼핏 보니까 대여섯 명 되나 어쩌나.. 암튼 일손 딸려 큰일이네.

선우 : (가만히 듣다가 아줌마들을 돌아본다) 저기요 아줌마.

청소1 : (? 돌아보면)

선우 : 지금 사람 뽑는다구 하셨어요?

청소1 : 응? (보면)



51. S# 건물 지하.


관리자외 출입금지라고 써져 있는 곳.

빠꼼히 고개 내밀고 들어오는 선우, 저쪽으로 면접을 보려고 앉아 있는 아줌마들을 본다.

살며시 다가서는 선우, 조심스럽게 그 중 한명에게.


선우 : (작게) 저기요 아줌마. 여기가 청소하는 사람들 뽑는데 맞아요?

아줌마 : 맞아요. 지금 면접 보는 중이야.

선우 : 네에. (맞게 찾아 왔구나 안쪽을 기웃거리며 보는 위로)

소리E : 409번 김태희 씨.



52. S# 복도.


대부분이 남자들인 가운데 한쪽에 앉아있던 태희 부르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선다.



53. S# 면접보는 실내.


태희 : (안으로 들어서서) 409번 김태흽니다.

면접관1 : 앉으세요.


태희, 자리에 앉는다. 왼쪽 맨 끝에 진실장의 얼굴이 보인다.

태희, 시선 돌려 다른 면접관들을 쭉 둘러보다가 멈칫.. 맨 끝에 앉아 있는 재혁을 본다.

재혁, 태희와 시선 마주치지 않은 채 태희의 서류를 넘기는 중이다.

태희, 재혁을 바라보는 시선위로.


면접관1 : 김태희 씨는 왜 제하그룹에 지원했습니까?

태희 : (담담하게) 저희 할아버지께서 원하셔서요.

진실장 : (? 본다)

면접관1 : 할아버지가 이 회사와 무슨 관련이라도 있으신가요?

태희 : 그냥.. 이 회사를 굉장히 좋아하시는 분입니다. (하는데)

재혁 : 본인은 어떻습니까.

태희 : (멈칫.. 재혁을 돌아본다)

재혁 : 할아버지 말구 본인의 생각을 듣고 싶은데요. 본인은 왜 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 겁니까.

태희 : 능력 있는 사람들과 경쟁해보고 싶었습니다. 내가 과연 어느 정도의 사람인지도 알고 싶었구요.

재혁 : 김태희 씨는 본인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까?

태희 : 소신 있게 대답한 것뿐입니다. (자신만만함)

재혁 : 제하그룹 산하에 있는 제하통신을 알고 있나요?

태희 : 알고 있습니다.

재혁 : 제하통신에 대한 김태희 씨 의견을 말해 봐요.

태희 : 가망성이 없어 보입니다. 한마디루 최악이죠.

면접관들 : (태희의 대답에 웅성웅성 쳐다본다)

재혁 : 방법이 있다면?

태희 :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보기 좋은 포장지에 둘둘 싼 다음 다른 업체에 매각하는 겁니다.

재혁 : 또 다른 하나는 뭡니까.

태희 : 판도라의 상자를 만드는 겁니다. 열기만 하면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것들이 튀어 나올 수 있도록 말이죠.

재혁 : 계속해 봐요.

태희 : 휴대폰의 뚜껑을 여는 순간부터 소비자가 알고 싶어 하고 보고 싶어 하고 듣고 싶어 하는 모든 것들이

         저희 통신회선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그에 맞는 정보망과 서비스라인, 컨텐츠 개발이 우선이겠죠. 그리고 그에 맞는 막대한 투자도 필요하구요.

재혁 : (본다)

태희 : (마주 본다)

진실장 : (두 사람을 번갈아 보는 가운데)

면접관1 : 저.. 장팀장. 더 질문할게 남았습니까.

재혁 : 아뇨. 충분합니다. (흡족한 듯 빙긋 웃으며 서류를 덮는다)

태희 : (본다. 자신만만한 표정에서)



54. S# 회장실.


김필중 : 그래. 한마디도 안지더란 말이지.

진실장 : 네 회장님. 오늘 본 신입사원 중에 가장 총명하고 당당해보였습니다.

김필중 : 그래.. (흡족해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이 진실장. 오늘 시험 본 면접관들 좋은 데 데려가 회식이나 시켜줘. 수고했다구.

진실장 : 네 회장님. (돌아서는데)

김필중 : 허허. 한마디도 안지더란 말이지. 그럴게야. 태희라면.. 그러고도 남았을 게야. (만족스럽게 허허.. 웃는데서)

진실장 : (돌아본다. 시선에서)



55. S# 지하 복도.


마지막 면접 본 아줌마 밖으로 나가고. 복도에 혼자 남은 선우, 안쪽을 기웃거린다.

그 때 안쪽에서 나오던 신반장(30대 초중반. 女), 두꺼운 뿔테안경에 꼬장꼬장 해 보이는 스타일의 여자다.

선우를 보고 멈칫.. 보면.


선우 : 안녕하세요. 이선웁니다.

신반장 : 어떻게 오셨어요?

선우 : 저기.. 청소하는 사람을 뽑는다구 해서 면접 보러 왔는데요.

신반장 : (의아한 시선으로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아가..씨가 청소하는 일을 하겠다구?

선우 : 네에. 뭐든지 시켜만 주세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신반장 : 학교는 어디까지 나왔어요?

선우 : 야간대학 나왔는데요.

신반장 : 근데 청소를 하겠다구?

선우 : 안 돼나요?

신반장 : 올해 나이가 몇이예요?

선우 : 스물다섯입니다. 만으로 스물넷이구요.

신반장 : 근데 청소를 하겠다구?

선우 : 안 되는 건가요?

신반장 : 대학까지 나온 사람이 뭐 부족한 게 있어 청소를 하겠다는 거야?

선우 : 대학 나오면 이런 일 할 수 없는 건가요?

신반장 : 혹시 수배당해서 쫒기는 중이예요?

선우 : 네?

신반장 : 수상하잖아. 어디서 죄 짓구선 숨어 지낼 데 찾아온 거 아니냐구.

선우 : (웃음) 에이. 그런 거 아니예요. 원래는 이 회사에 입사원서까지 낼려구 했었어요.

신반장 : 그런데?

선우 : 잘 안됐어요. 다음 기회에 도전해 볼려구요. 그 때까진 일자리가 필요한데

         이왕이면 이 회사에서 일하면 더 좋을 거 같아서요. 회사 분위기도 알 수 있구.. 하는 일도 알 수 있구..

신반장 : (안경을 치켜 올리며) 이력서는 써왔어요?

선우 : 써오면 시켜주시나요?

신반장 : 빨간 줄이나 뭐.. 전과만 없다면야.

선우 : 언제부터 출근할까요, 그럼.

신반장 : 오전 여섯시예요. 나올 수 있어요?

선우 : 문제없습니다.

신반장 : 좋아요. 내일봅시다. 대신.. 일주일동안 하는 거 지켜보구 그런 다음에 정식 채용 결정할거예요. 알았죠?

선우 : 네. 감사합니다. (씩 웃는 얼굴에서)

신반장 : (별 이상한 아이 다 보겠네.. 하는 표정으로 보면)



56. S# 제하빌딩 앞.


뛰어나오는 선우, 기쁜 표정으로 회사를 올려다본다.

혼자 빙글빙글 웃는 선우를 지나가던 사람들 흘끗거리고 쳐다보는 가운데.

웃으면서 돌아서는 선우의 얼굴에서.



57. S# 서준의 레스토랑.


프레임-인 되는 연웅, 안으로 들어와 둘러보더니, 바 앞에서 장부 같은 걸 들여다보고 있는 서준을 발견 곧장 걸어오더니

탁탁 서준의 어깨를 친다. 서준 ?해서 돌아본다.


서준 : 누구시죠?

연웅 : (어이없다) 누구시냐니.

서준 : (보다가) 아아. 그 트럭. 근데 어쩐 일이예요 여기까지?

연웅 : (통장을 서준의 코앞에 밀어대며) 통장에 돈 넣는다 그래 놓구 왜 아직 깜깜 무소식이예요?

         돈 떼먹기루 작정한 거예요 뭐예요? 예?

서준 : 아 맞다 참. 통장에 넣어주기로 했었지. 미안해요. 다른 일 땜에 깜빡했어요. 근데 얼마였죠?

연웅 : 견적서 그 쪽에 있잖아요. 달라 그래서 그 때 줬잖아요, 내가.

서준 : 그런가? 내가 갖구 있었나?

연웅 : (기막혀)

서준 : 어쩌죠? 잃어버린 모양인데. 미안하지만 그 견적서 다시 떼다 줄 수 있어요?

연웅 : 야! (턱! 바를 손으로 치며) 무슨 일을 이딴 식으루 하는 거야 너! 이런 불쾌한 일일수록 즉각즉각 한방에 해결해주는 게

         예의구 원칙인거 몰라? 무슨 사내자식이 이렇게 맹탕이야? 어?

서준 : (재밌게 보더니) 남자친구 있어요?

연웅 : 뭐?

서준 : 없죠? 그럴 줄 알았어요. 하긴 이런 여자한테 관심 갖는 남자가 미친놈이지.

연웅 : 야! 너.. 너어! (보면)

서준 : 견적서 다시 가져와요. 이번에 가져오면 그 자리에서 현금으로 줄 테니까. (그러면서 무시하듯 돌아앉아 장부를 본다)

연웅 : (열 받았다. 어쩔 줄 몰라 쳐다본다. 기막혀 보면)

서준 : 아직 안 가구 거기서 뭐해요? 나한테 할 말 남았어요? (하는데)

연웅 : (확! 멱살을 잡아채서 눈앞으로 당기며) 너! 지금 누구한테 장난질이야! 내가 그렇게 만만해보여?

서준 : (놀라서 보면)

연웅 : 어디서 날라리 깡깽이 같은 자식이 수작이야! 야 임마! 너처럼 사는 놈팽이들 때문에

         나같이 열심히 사는 대다수의 대한 젊은이들까지 전부 싸잡아 골빈 세대 취급받는 거야 알어?

서준 : (픽 웃으며 보면)

연웅 : 너. 잔말말구 내일까지 내 통장에 돈 넣어. 이번에두 안 넣으면 죽을 줄 알어. (턱! 물리치고 돌아서서 나간다)

서준 : (본다. 늘어진 옷을 당기며 쳐다보더니 어이없이 픽 웃는다)



58. S# 레스토랑 앞.


씩씩하게 밖으로 나온 연웅, 흘끗 뒤를 돌아보더니 손을 들여다본다.


연웅 : 아이씨.. 손톱 또 나갔네. (침 바르면서 프레임-아웃)



59. S# 철웅의 집전경. N


길여사 : 뭐야? 취직을 했어?



60. S# 철웅의 집 마루. N


선우 : 네에.

연웅 : 어딘데? 어디에 취직했는데 언니?

선우 : 제하그룹 산하에 있는 제하통신.

철웅 : (tv를 보는척하다 흘끗 돌아본다)

길여사 : 아이구 그래? 잘됐다. 정말 잘됐어.

연웅 : 거기서 무슨 일 하는 거야 그럼?

선우 : 이것저것 닥치는 대루. 시키는 일이면 다 해야 해. 말단이니까.

길여사 : 아무튼 잘됐어. 아범이랑 한 회사 아니냐. 힘든 일 있으면 우리 아범한테 가 얘기해.

선우 : (웃음)

연웅 : 어쨌든 다행이다 언니. 대리점에서 쫒겨 났단 말 듣구 걱정했는데.

선우 : 응. 정말 다행이야. 이젠 대리점 아저씨한테 이백만원두 갚을 수 있게 됐어.


다들 좋아하는 가운데 철웅, 슬그머니 일어나 이층으로 올라간다.



61. S# 철웅의 방. N


안으로 들어온 철웅,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다 저 안쪽에 쳐 박아 놓은 신문둘둘 만 옷 보따리를 꺼낸다.

들여다보는 시선에서.



62. S# 연웅의 방. N


안으로 들어오던 선우, 깜짝 놀란다.


선우 : 너 여기서 뭐해?

철웅 : (흘끔 보더니 둘둘만 신문뭉치는 준다)

선우 : (? 보면)

철웅 : 자아. (내밀면)


선우, 받는다. 풀러 보는데 나오는 연두색 원피스 의상실에서 선우가 사고 싶어 했던 바로 그 옷이다.

순간 선우, 뭐라 말할 수 없는 감동으로 철웅을 보면.


철웅 : 내일 첫 출근할 때 입구 가. 첫 출근 기념이다.

선우 : (본다)

철웅 : (씩 웃더니 방을 나가려고 한다)

선우 : (얼른) 고마워.

철웅 : (? 보면)

선우 : 나 누구한테 이렇게 좋은 선물은 받는 거.. 태어나서 처음이야. 너무 기쁘구 고마운데..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잘 모르겠어.

철웅 : 뭐얼. 그냥 잘 입으면 됐지.. (머슥해지는데)

선우 : 고마워.

철웅 : (본다. 어색해져서 그대로 밖으로 나간다)



63. S# 철웅의 방.


안으로 들어온 철웅, 그제야 좋아서 씩 웃는다. 시선에서.



64. S# 연웅의 방.


옷을 들고 거울 앞에 서서 보는 선우의 모습에서.



65. S# 버스 정류장. (새벽)


사람들 사이로 뛰어오는 운동화발이 보인다.

틸-업 하면 투피스차림의 선우 모습이다. 버스 번호판을 확인하더니 쭉 줄 서 있는 사람들 뒤에 선다.

서서 기다리다가 앞에 있는 중년 회사원에게.


선우 : 아저씨 지금 몇 시예요?

아저씨 : 다섯 시 좀 넘었는데요.

선우 : 네에.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버스가 오는 쪽을 돌아보면)



66. S# 재혁의 오피스텔.


자명종소리에 시계를 누르는 재혁의 손. 피곤한 듯 침대에서 일어나 잠시 두 눈을 지긋이 누른다.

침대주변에 흩어져 떨어져 있는 서류들. 재혁, 그것들을 주워들어 일어선다.



67. S# 샤워실.


쏟아지는 물줄기. 샤워하는 재혁의 모습에서.



68. S# 제하그룹 앞.


뛰어오는 선우, 로비 쪽 계단으로 뛰어 올라가면.

잠시 뒤 그 뒤로 프레임-인 되서 멈춰서는 재혁의 차. 재혁, 차를 주차하는 모습에서.



69. S# 로비.


벌써 시작된 로비 청소작업. 한쪽에서 관리감독을 하고 있던 신반장, 안경테를 치켜 올리며 지켜보는데

그 때 로비로 당당히 들어서는 선우가 보인다.

선우, 신반장을 보지 못한 채 비상구 쪽으로 막 들어서려는데.


신반장 : 이선우씨.

선우 : (돌아본다. 알아보고) 안녕하세요.

신반장 : (다가와 시계를 한번 보더니) 지각 안하는 건 좋은데 앞으로 로비로 다니지 말아요.

            뒷쪽 출구가 따로 있으니까 그 쪽으로 다니도록 해요.

선우 : 알겠습니다.

신반장 : 이력서는 가져왔나요?

선우 : (얼른 가방에서 이력서를 꺼내 보여준다)


받아서 대충 훑어본 뒤 선우의 차림새를 본다. 운동화에 어울리지 않는 투피스에 어울리지 않는 가방.

한심하게 한번 쳐다본 뒤.


신반장 : 따라와요. (앞장서면)

선우 : 네. (씩 웃으면서 따라간다. 프레임-아웃 되면)


그 뒤로 들어서는 재혁, 핸드폰에 대고.


재혁 : 어. 지금 도착했어. 일곱 시부터 회의니까 그 전에 브리핑할 자료 내 방으로 가져와.

         (이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탄다)



70. S# 청소관리 사무실.


청소복장으로 갈아입고 나오는 선우.

신반장, 돌아본다.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신반장 : 이선우 씨는 여기 계시는 아주머니들하구 같이 건물 4층에서 5층까지 사무실하구 복도, 화장실까지 커버해줘요.

            직원들 출근시간이 일곱 시 반이니까 적어도 일곱 시 십 분까지 청소 끝내야 해요.

선우 : 알겠습니다.

신반장 : 깨끗하고 신속하게. 티끌하나 없이. (보며) 다른 질문 있어요?

선우 : 깨끗하고 신속하게 티끌하나 없이. 다른 질문 없습니다.

신반장 : 질문 없으면 빨리 가서 시작하세요.

선우 : 알겠습니다.



71. S# 엘리베이터 앞.


땡. 5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안에서 나오는 재혁. 걸어오면 한쪽에서 프레임-인 되는 오한영.


오한영 : 지금 막 팀장님 사무실로 브리핑자료 가져가던 참입니다.

재혁 : (맨 위의 것을 하나 집어 들더니) 읽어보고 곧바로 회의실로 갈 테니까 십분 뒤에 회의실에서 만나지.

오한영 : 알겠습니다. (한쪽으로 빠져나가면)

재혁 : (사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72. S# 회의실.


문이 열리면서 안으로 들어오는 선우와 아줌마들.


청소1 : 회의실은 비교적 쉬워. 바닥하구 회의탁자만 닦으면 되거든. 사무실은 복잡해서 차차 배워가면서 하도록 하구.

선우 : 알겠습니다.

청소1 : 일곱 시부터 회의시작 이라구 연락 왔었으니까 그 전에 빨리 치워놔야 돼. 알았지?

선우 : 네.

청소1 : (나가면)


선우, 회의실을 돌아본다. 넓다. 작게 한숨을 내쉰 뒤 팔을 걷어 부치고 마대로 바닥을 닦기 시작하는 선우/

이 쪽 저 쪽 왔다 갔다 하며 열심히 일하는 선우/



73. S# 재혁의 사무실.


책상위에 걸터앉아 커피를 마시며 브리핑 자료를 들여다보는 재혁.

서류가방에 몇 가지 첨부 서류들을 꺼내 확인한 뒤 모두 들고 사무실을 빠져나간다.



74. S# 회의실.


마른걸레로 탁자를 치우던 선우. 회의용 책상이 너무 길고 넓다. 생각하다가 아예 신발을 벗고 그 위에 올라가 닦기 시작한다.

이쪽저쪽 싹싹 닦아내면서 뒤로, 뒤로 물러서는 선우.

바로 그 때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면 들어서던 청소반장 신반장. 눈을 둥그렇게 뜨고 보더니.


신반장 : 이선우 씨! 지금 그 위에서 뭐하는 거예요?

선우 : 네? 회의탁자 닦고 있는데요.

신반장 : (어이없다) 당장 거기서 내려오지 못해요? 당장 내려와요! 당장!

선우 : (당황해서) 네에.


얼른 재빨리 내려오다가 옆에 있던 청소함을 건드린다. 옆으로 넘어지는 청소함.

청소기구들이 우르르 쏟아지고.


신반장 : 이선우 씨!

선우 : 죄송합니다. (얼른 무릎을 꿇고 청소기구들을 줍는다)


그 때 하나가 저쪽으로 떨어져 있는 게 보인다. 기어가 막 주워드는데

그 때 문이 열리면서 이마를 쿵! 찧는 선우.


선우 : 아야! 아우우..


들어서려던 재혁, 누군가해서 내려다보다가 멈칫.. 선우의 얼굴을 알아본다.

선우, 아파서 고개를 비비며 쳐다보다가 역시 멈칫..


선우 : 어?

재혁 : (황당한 듯 보면)


뜻밖의 표정을 지으며 재혁을 보는 선우 얼굴에서 스틸.

<12부 끝>
























첨부파일 유리구두12.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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