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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두] 14 - 새로운 시작 (下)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8.11.19|조회수337 목록 댓글 0

[유리구두] 14 - 새로운 시작 (下)











1. S# 창고 앞.


대기하고 있는 봉고차, 후다닥 깡패들 올라타면.

마지막으로 창고에서 나오는 철웅과 인수, 그리고 깡통.


깡통 : 대장아. 그럼 갔다 올란다. (그러면서 돌아서는데)

선우 : 박철웅!


차에 타려다 말고 멈칫.. 돌아보는 철웅, 일순 표정이 싹 변한다.

인수와 깡통도 돌아보면.

다가서는 선우와 그 뒤로 수탁.


선우 : 너 지금 여기서 뭐하는 거니?

철웅 : (본다)

선우 : 너 지금 여기서 뭐하는 거냐구!

철웅 : (본다. 뒷쪽의 수탁을 보면)

수탁 : (슬쩍 시선을 피하면)

철웅 : (다시 선우를 보더니) 집에 가라. 여긴 여자가 올 데가 못돼. (돌아서는데)

선우 : (철웅의 팔을 잡아당겨 돌려세운다) 너 그 돈 땜에 이러는 거야? 나 대신 그 이백만 원 갚아줄려구..

         그래서 너 이 깡패자식들한테 몸 팔았니?

철웅 : 말이 지나치다. 몸을 팔다니.

선우 : 몸을 판 게 아니면 뭐야? 뭐라고 해줄까?

철웅 : (보면)

선우 : 너 이런 식으로 그 돈 갚아주면 내가 기뻐할 줄 알았니? 박철웅 너 잘한다, 끝내준다, 멋있다..

         감동받아 박수치구 칭찬해 줄 줄 알았어?

철웅 : (선우를 보며) 수탁아. 선우 데리고 그만 가라.

선우 : 너 정말 왜 이래! 나더러 할머니하구 아저씨 얼굴 어떻게 보라구 이래 너! 두 분 아시면 뭐라 그럴 거야!

         나 때문에 너 이렇게 됐다고 그렇게 말씀드릴까? 어?

철웅 : (버럭) 수탁아 뭐하냐! 선우 데리고 가라니까!

수탁 : (어쩔 줄 몰라보면)

선우 : 같이 가! 나하구 같이 돌아가! 나.. 무슨 일이 있어두 너 데려 갈 거야. 이대로 너 두구 안가! (하는데)

철웅 : 됐어 그만해.

선우 : (멈칫.. 보면)

철웅 : 나두 뜻한바가 있어서 내린 결정이야! 많이 생각하고 고민한 끝에 선택한 길이라구. 그러니까 사나이 가는 길 막지마라.

선우 : 바보 같은 자식.. (그러더니 홱 인수 쪽을 돌아본다. 한걸음 다가서더니) 너야? 니가 이 깡패자식들 두목이냐?

         니가 철웅이 끌어들인 그 나쁜 놈이야?

철웅 : 이선우!

인수 : (선우를 보면)

선우 : 철웅이 놔줘! 그 돈 내가 갚을게. 그 이백만 원 무슨 일이 있어두 내가 갚을 거니까 철웅이 놔줘!

         다른 사람은 몰라두 철웅인 안 돼! 놔줘.

인수 : (본다. 보더니 철웅 쪽으로 시선 주며) 박철웅. 어쩔 거냐.

철웅 : ...

인수 : 그만둘 거면 지금 얘기해라. 번거롭게 굴지 말구.

선우 : (다시 철웅을 돌아보며 잡는다) 나하구 같이 돌아가자. 나하구 같이 돌아가자구. 어?

수탁 : 그래요. 혀엉.. 같이 가요.


철웅, 선우를 본다. 알 수 없는 깊은 시선..

그러더니 그대로 선우의 손을 조용히 뿌리치고 그대로 선우를 지나쳐 봉고차에 올라탄다.


선우 : !

수탁 : 혀엉!


깡통, 흘끗 선우를 쳐다보더니 봉고차에 올라타서 문을 닫는다. 그대로 선우를 지나쳐가는 봉고차.

바라보는 선우, 끝내 선우 쪽을 돌아보지 않는 철웅의 얼굴..


선우 : 야아! 박철우웅!!! (향해 소리쳐보지만.. 차는 멀어지고)

인수 : (본다. 보더니) 막는다고 막아질 녀석이 아니야. 어차피 저런 녀석들은 갈 길이 정해져 있는 법이지.


그 말에 선우, 다시 한 번 홱 인수를 노려본다. 다가서더니.


선우 : 만약 철웅이한테 무슨 일 생기면..그 땐 당신들 절대 그냥 안 둘 거야.

         나아.. 당신 같은 불량깡패들 하나두 안 무서워. 알어?

인수 : (본다)

선우 : (보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가버린다)

수탁 : (본다. 따라가면)

인수 : (멀어지는 선우를 보며) 꼬마가 왜 그렇게 목을 메는지.. 알만하군. (본다. 시선에서)



2. S# 철웅이네 집 앞. N


힘없이 걸어오는 선우와 수탁.


수탁 : 이젠 어쩌죠?

선우 : (걸음을 멈춘다)

수탁 : (보면)

선우 : (돌아보며) 수탁 씨가 철웅이 옆에 계속 같이 있어줘요. 어떻게 해서든 그 이백만 원 내가 구해서 갚아줄 테니까.

         그때까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구.. 철웅이 옆에서 그냥 지켜만 줘요. 그래줄 수 있죠?

수탁 : 나야 철웅이 형 오른팔이니까 당연히 그래야죠.

선우 : 혹시라두 철웅이한테 무슨 일 생기면 저한테 곧바루 연락하시구요.

수탁 : 그러죠. 그렇게 하겠습니다, 선우 양.

선우 : (본다. 한숨과 함께 걱정스럽게 시선 돌리는데서)



3. S# 철웅이 집 거실. N


안으로 들어오는 선우.


선우 : 다녀왔습니다.

박귀중 : (신문 보다가 고개 들어 보며) 왔니?

길여옥 : (옆에서 양말을 꿰메며) 늦었구나. 저녁은 먹었니?

선우 : 네? 네에.. (그러면서 돌아서는데)

박귀중 : 문 잠그지 마라. 철웅이 녀석 아직 안 들어왔다.

선우 : (보면)

길여옥 : 그 녀석 무슨 볼일이 그렇게 많아 밤낮없이 그렇게 빨빨대구 다니는지 원.

박귀중 : 사내 녀석들 한창때는 다 그렇죠. 결혼하구 가정 가지면 다 괜찮아져요 어머니. 걱정 마세요.

길여옥 : 글쎄. 그러면 좀 좋을까.

선우 : (본다. 보다가 말없이 이층으로 올라가면)



4. S# 연웅의 방. N


연웅, 아령을 들고 백아흔 아홉, 이백, 이백하나..

선우, 들어온다.


연웅 : 어? 언니 이제 와요?

선우 : 어. (연웅의 운동기구를 피해 한쪽에 가방을 놓고 외투를 벗으면)

연웅 : (흘끔 보며) 오늘은 많이 힘들었나보네? 얼굴이 피곤해 보인다.

선우 : 으응.. 좀.

연웅 : 요즘은 우리 철웅 오빠가 마중 안 가나 봐요?

선우 : 어? 어어.

연웅 : (본다. 보더니 아령 놓고 옆에 다가앉으며) 언니.

선우 : (? 돌아보면)

연웅 : 솔직히 말해 봐요. 우리 오빠 어때요? 여자끼리니까 나한텐 솔직히 얘기할 수 있잖아.

         어때요? 우리 철웅 오빠 어떻게 생각해?

선우 : 그냥.. 친구지 뭐.

연웅 : 애인으루 발전 가능성.. 조금두 없는 거예요?

선우 : (본다. 보다가) 나 씻어야겠다. 좀 피곤해.

연웅 : 내가 이렇게 캐묻는 거 귀찮아요?

선우 : 그런 건 아니구.

연웅 : 알았어요. 귀찮게 안할게. 이불 펴 놓구 있을 테니까 씻구 와요 어서.

선우 : (일어나 밖으로 나온다)



5. S# 이층 복도. N


연웅의 방에서 나오는 선우, 철웅의 방 쪽을 본다.



6. S# 철웅의 방. N


안으로 들어오는 선우. 문을 닫고 기대서서 한숨...

순간 그 때까지 참았던 감정이 폭발하며 눈물 나오고, 얼굴 일그러지면서.


선우 : 나쁜 자식. 하여튼 드럽게 속 썩여 증말. (하면서 속상해 훌쩍 거리는 얼굴에서)



7. S# 나이트 전경. N


쿵짝쿵짝 음악소리 요란한 가운데.



8. S# 그 건물 윗 층인 듯한 사무실 복도.


아랫 층에서부터 들려오는 음악소리와 함께 사무실 안에서 퍽! 퍽! 때리고 고함치는 사내들의 소리.

잠시 후! 쿵! 문이 열리면서 사무실 안에서 날라와 벽에 부딪히는 사내.

그 뒤로 계속해서 퍽! 퍽! 밖으로 날라와 복도위로 쓰러지는 대여섯의 사내들.

그 중에 한명 비틀거리고 일어나는데

기다란 발 하나가 안에서 튀어나오며 발차기로 일격을 가한다. 쿵! 쓰러지는 사내.

발차기 한 다리를 내리며 복도 밖으로 천천히 걸어 나오는 철웅. 특유의 동작과 함께 후! 숨을 고른다.

그러면서 쓱 돌아보면.



9. S# 사무실 안. N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의 얼굴로 무릎 꿇고 앉은 상대편 깡패들.

그 한쪽으로 소파에 앉은 깡통, 중간보스1 앞으로 종이 한 장을 내민다.


깡통 : 찍으소.

중간보스1 : (잔뜩 얻어맞은 얼굴, 굴욕스럽게 지장을 찍는다)

깡통 : (씩 웃으며 철웅을 보면)

철웅 : (엄지로 자기 코를 쓱 만지더니 고개 돌려 나간다)



10. S# 다른 나이트 앞.


안에서 나오는 상대편 중간보스2. 앞에 세워진 차에 올라탄다.



11. S# 차 안.


중간보스2 : 출발하자. (차가 안 움직이자) 뭐하는 거야 자식아 출발하지 않구.


그러자 운전석에 있던 깡통 돌아보며 종이를 내민다.


깡통 : 찍으소.

중간보스2 : (멈칫.. 보더니) 너 이 자식 죽고 싶어? 여기가 어디라구..

깡통 : 그 쪽이야 말로 죽고 싶지 않으모 찍으소.

중간보스2 : (? 보면)


동시에 퍽! 소리와 함께 중간보스2가 앉은 쪽 유리 창문에 와서 부딪히는 똘마니 얼굴. 그대로 유리창을 타고 주르르 내려간다.

중간보스2, 놀라서 얼른 창문을 내리면 길바닥위로 여기저기에 뒹굴면서 끙끙거리고 있는 부하들. 이미 상황 종료 상태.

중간보스2,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쳐다보면. 그 앞으로 쓱 프레임-인 되는 철웅,

중간보스2, 놀라서 보면. 철웅, 엄지로 코를 쓱 문지르며 특유의 소리를 낸다. 씩 웃는 얼굴에서.



12. S# 청소관리실. D


문을 열고 빠꼼히 고개를 들이미는 선우. 안에서 일지를 정리하고 있는 신반장.

선우, 슬쩍 눈치 보며.


선우 : 저기.. 신반장님.

신반장 : (업무일지 쓰며) 뭐예요?

선우 : 저기요..

신반장 : (계속 정리하며) 말하라니까.

선우 : 혹시 저.. 가불 좀 안될까요?

신반장 : (멈칫.. 고개 들어 선우를 본다)

선우 : 안될까요?

신반장 : 일 시작한지 며칠이나 됐다구 벌써 가불타령이야?

선우 : 그게 갑자기 급한 일이 좀 생겨서요.

신반장 : 살다보면 누구한테나 급한 일은 생기기 마련이야. 그 때마다 일일히 가불해주기 시작하면

            기강과 룰이 흔들려 조직관리가 안된다구.

선우 : 신반장님.

신반장 : 월급은 매달 25일에 일괄 정산되니까 그렇게 알아요. (그러더니 일지를 탁 덮고 나간다)

선우 : (끝까지) 신반장님.

신반장 : 안 돼! (돌아보지도 않은 채 쿵! 문 닫고 나간다)

선우 : ... (보면)



13. S# 대리점 D


주인 : 뭐어?

선우 : 그 돈 다시 돌려주실 수 없냐구요. 제가 월급 나오는 대로 계속 갚아드릴께요. 네?

주인 : 어쩌지? 어제 벌써 대금으루 다 나갔는데..

선우 : (본다. 한숨 나온다, 정말. 시선 돌리는데서)



14. S# 인수의 사무실. D


지장 찍힌 종이들을 하나, 하나 확인하는 인수.


깡통 : 저 꼴통자슥. 주먹 하나는 KS마큰기라. 내 이제까지 저렇게 무식하게 싸우는 자슥은 첨 봤다 아이가.

인수 : 애들 잘멕여라. 다친 애들은 병원 특실에서 치료받게 하구.

깡통 : 하모. 그래야제.

인수 : (시선 들어 보면)


소파에 대자로 누워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철웅.


깡통 : 암만해도 우리가 괴물을 데려온 기라. 괴물을.

인수 : (본다. 픽 웃으면)


세상모르고 천진하게 자는 철웅의 얼굴에서.



15. S# 철웅의 방. N


어두운 방안. 방문을 열어보는 선우, 철웅이 없는 빈 방을 들여다본다. 한숨, 문을 도로 닫는데서.



16. S# 연웅의 방. N


잠들어있는 연웅. 화면 이동하면 책상 앞에 무릎을 올리고 앉아있는 선우.

한쪽에 흰색 반창고 덕지덕지 붙힌, 깨진 화분이 놓여져 있다. (철웅이 가져왔다가 깨뜨린 바로 그 화분)

선우, 목걸이가 없는 빈 목을 만지며 한숨 내쉬는데서 Fade-out.



17. S# 제하그룹 전경. D



18. S# 복도.


땡! 엘리베이터문과 함께 나오는 재혁과 오한영.


오한영 : (종이를 하나 들어 보이며) 이번에 신사업 팀에 들어오는 신입사원 명단입니다.

재혁 : 누구누구지?

오한영 : (종이를 보며) 송지영, 오상원, 김정훈, 김수환, 그리고 김태희.. 모두해서 다섯입니다.

재혁 : 오늘부터 출근인가?

오한영 : 네 팀장님.


표정 없이 막 사무실 쪽으로 들어서는데 한쪽에 세워져 있는 청소카트.

재혁, 걸음을 멈추고 서서 누군가를 찾는 듯 안을 둘러본다. 그러자 한쪽에서 나오던 청소1 아줌마.


청소1 : 안녕하세요.

재혁 : (짧게 인사를 받으며 보면)


청소1아줌마, 청소카트를 밀고 사라진다.

재혁, 돌아본다. 보다가 짐짓 자조적인 웃음.. 그대로 사무실 쪽으로 들어가면

뒤에서 재혁을 바라보는 오한영의 시선.



19. S# 회장실.


김필중, 셔츠차림으로 앉아있고 그 옆에서 양복차림의 주치의 혈압을 재고 있다.

그 옆에 서서 지켜보고 있는 진상만.


진상만 : 좀 어떻습니까.

주치의 : 요즘도 많이 무리하시는 모양입니다 회장님. 지난주보다도 혈압이 오르셨는데요.

김필중 : (말없이 소매를 내리면)

주치의 : 혈압이 안정될 때까지 잠시 휴식을 취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김필중 : 혈압 좀 오른다고 금방 안 죽어. 사람이 움직일 수 있을 때 움직여야지. 어차피 죽으면 썩어질 몸, 아꼈다 뭐해.

주치의 : 그래도 혈압이 계속 오르는 건 좋지 않습니다, 회장님.

김필중 : 그러니까 오르는 혈압은 자네가 알아서 잡아. 그러라구 비싼 돈 주며 고용하구 있는 거잖아.

주치의 : (말을 못하면)

김필중 : 됐어 가봐. (일어나 책상 쪽으로 가면)

주치의 : (얼른 정리한 뒤 일어나 목례, 나가면)

진상만 : (다가서며) 회장님. 아무래도 주치의 말에 따르시는 게..

김필중 : 됐어. 쉬어야 할 때가 되면 자네들이 나서서 물러나라 안 그래두 내가 알아서 쉴 거야.

진상만 : 회장님, 저는 그런 뜻으루 한말이 아니라..

김필중 : 그리구 자네. 이 얘기는 당체 집안에다 알릴 생각 마. 태희한테두, 그리구 현자한테두. 알았나?

진상만 : (본다)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김필중 : 나가봐.

진상만 : 네 회장님.


진상만, 목례한 뒤 나가면.

그 때까지 꼿꼿하게 앉아있던 김필중, 조용히 의자에 기댄다. 손으로 뒷목을 만지며 한숨.. 시선에서.



20. S# 평창동 거실.


현자 : 뭐라구요? 아버지 건강이 심상치 않다뇨?

진상만 : 얼마 전부터 주치의를 계속 회사로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피로를 많이 느끼시는 거 같습니다.

            혈압도 계속 오르고.. 주치의 말로는 안정을 취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도 있다 그러더군요.

현자 : 그럼.. (누가 들을까 무서워) 쓰러지실 수도 있다 그 말이예요?


그 때 이층에서 내려오던 승희, 멈칫.. 그 얘기를 듣는다.

승희, 보다가 눈치껏 재빨리 다시 올라가 다시, 살며시 고개를 내밀고 보면.


진상만 : 뭐 그렇게까지야 되겠습니까만..어쨌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시는 게..

현자 : 만일의 경우요?

진상만 : 만일의 경우 회장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현자 : 생긴다면요?

진상만 : 회사에 구심점이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얼마 전 정아무개 회장이 타계했을 때처럼

            회사를 서로 차지하려는 힘 싸움이 시작될 거고, 자칫 잘못하다가는 그룹 전체가 분열 돼 버리고 말 수도 있습니다.

현자 : 그 점은 아버지도 미리 대비하고 계시겠죠. 워낙 치밀하신 양반이니.

진상만 : 하지만 그 대비라는 것이..

현자 : (? 보면)

진상만 : 다름 아닌 태희 양입니다.

현자 : 태희?

진상만 : 네. 아무래도 태희 양을 후계자로 생각하시는 거 같습니다.

현자 : 말두 안 돼.

진상만 :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제하그룹은 태희 양 혼자 이끌어갈 수가 없습니다. 말도 안 되지요.

현자 : 그렇다구 딱히 대안이 있는 것두 아니구. 워낙에 손이 귀한 집안이니..

진상만 : 서준이가 있잖습니까.

현자 : 꿈도 꾸지 마세요. 그 녀석은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놈이예요. 몇 번이나 찔러봐두 끄떡두 안 한다 구요.

진상만 :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현자 : (? 본다)

진상만 : 사모님하고 제가 손을 잡으면 무슨 일이든 가능해지지 않겠습니까?

현자 : (보는데)


그 때 서재에서 나오는 예산댁.


예산댁 : 진실장님. 여기 서류 찾았습니다.

진상만 :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며) 아 네..

현자 : (얼른 아무 얘기도 안 한척 시선 돌리면)

진상만 : (예산댁에게 서류를 받은 뒤 일부러) 회장님께서 가져 오라시는 서류를 찾았으니 전 이만 회사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인사한 뒤 나가면)

현자 : (생각한다. 시선에서)


그 뒤로 프레임-인 되는 승희, ?해서 본다. 시선에서.



21. S# 이층거실.


승희 : (다시 올라와서 아랫 쪽을 한번 본다) 이게 무슨 얘기야? 할아버지가 곧 돌아가신 다는 거야 뭐야? 그렇게 되면..

         (잠시 생각하다가) 뭐야. 나한테두 유산이 떨어진단 얘기 아니야? (순간 희망찬 표정으로 바뀌는데)


그 때 문 열리며 방에서 나오는 서준. 문소리에 승희, 멈칫.. 돌아보며.


승희 : 어머. 오빠.. 지금 일어났어요?

서준 : (보며) 넌 볼 때마다 왜 그렇게 깜짝깜짝 놀라니?

승희 : 응? 원래 내가 심장이 좀 약해서..작은 소리에도 혼자 깜짝깜짝 잘 놀래요.

서준 : 그래? (그러더니 욕실 쪽으로 간다)

승희 : (유산이라.. 다시 생각에 잠기는데)

서준 : (욕실로 들어가려다 말고 돌아보며) 윤희야.

승희 : (다시 놀라서) 네? (보면)

서준 : (어이없이 픽 웃음) 또 놀랬니?

승희 : (어색하게 웃으며) 왜.. 왜요? (보면)

서준 : 집에만 있지 말구 심심하면 오빠 가게에도 놀러나오구 그러라구.

         태희누나 너 혼자 집에서 외로울까봐 걱정하는 거 같드라. 그러지 말구 오늘 나랑 같이 나가자. 준비해.

승희 : 네에. 알았어요, 오빠. (무마용 웃음으로 보면)

서준 : (욕실로 들어간다)



22. S# 은행 안.


통장 정리기 안에서 나오는 통장. 꺼내보는 연웅, 보더니.


연웅 : 이 자식.. 아직두 안 넣었어? 이게 죽을라구 작정을 했나. (그러면서 훅! 앞머리 불며 홱 돌아보면)



23. S# 서준의 레스토랑.


서준을 따라 걸어 들어오는 승희,


승희 : 와. 근사하다.

서준 : (쭉 들어오면)


직원들, 일일히 멈춰 서서 서준과 승희에게 인사한다.


승희 : (바싹 달라붙으며) 직원들이 모두 몇명이예요?

서준 : 주방, 홀, 바까지 한 이삼십 명 되나?

승희 : 그러니까 오빠가 사장님이란 말이죠?

서준 : 핫바지 사장이지 뭐. (바 앞으로 다가가면)

남직원 : 사장님 나오셨습니까?

서준 : 우리 바텐더 최고의 칵테일 메이커야.

승희 : 안녕하세요?

남직원 : 안녕하십니까. (보며) 사장님 여자 친구십니까?

서준 : 임마 여자 친구는... 사촌동생이야. (앉으며) 시원한 거나 좀 내와 봐라.

남직원 : 네. 저기.. 근데요.

서준 : (? 보면)

남직원 : (바싹 얼굴을 대고) 그 여자 분이 또 오셨습니다.

서준 : 그 여자 분이라니?

남직원 : 있잖습니까, 그 트럭이요.

서준 : 트럭? 아 그 승질 드러운 애? 어딨는데?



24. S# 레스토랑 일각.


테이블에 앉아 있는 연웅.

스테이크에 샐러드에 스파게티에 아무튼, 온 테이블이 가득하도록 시켜놓고 우걱우걱 먹고 있는 연웅.


서준 : 음식 맛이 어떻습니까, 손님? (여유)

연웅 : (흘끗 보더니) 드럽게 맛없네. 이것두 음식이라구 팔어?

서준 : 입맛에 안 맞으십니까? 그럼 다른 걸로 바꿔드리죠. (여유)

연웅 : 그래? (본다. 보더니 포크 탁! 내려놓으며) 메뉴판 가져와.


서준, 보더니 지나가던 여직원을 불러 그 여직원이 들고 있던 메뉴판을 연웅에게 건네준다.

(서준 대사할 때 시종일관 여유를 잃지 말 것!)


연웅 : (쭉 펴보더니) 이거하구 이거하구 이거.. (넘겨보더니) 그리구 이것두..

서준 : (보더니) 우모 딮디쉬 피자는 이미 시키셨는데요. (테이블위에 있는 음식 가리키며) 이게 바로 그겁니다. 손님.

연웅 : 가져오라면 가져오지 뭔 말이 이렇게 많아? 그리구 이것두. (하면서 메뉴판 탁 접어주면)

여직원 : (어쩌나 눈치를 본다)

서준 : (여직원에게) 가져와.

여직원 : 네. (메뉴판 들고 간다)

서준 : 식성이 좋으신 편이군요 손님.

연웅 : 열 받으면 평소보다 좀 많이 먹긴 하지.

서준 : 왜 그렇게 열이 받으셨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손님?

연웅 : 내 앞에서 뺀질거리는 어떤 재수 없는 자식 땜에 그렇다 왜?

서준 : 그 재수 없는 자식이 어떻게 했는데요?

연웅 : (흘끗 보더니) 아직도 통장에 돈을 안 넣었드라구.

         그것 땜에 오늘 낼 당장 가게에서 짤리게 생겼는데 열이 안 받을 수 있나.

서준 : 어떤 가겐지 너무 야박하네요.

연웅 : 뭐?

서준 : 트럭 헤드라이트 좀 나간 거 가지구 직원을 짜르는 가겐 좀 문제 있는 거 아닙니까, 손님?

         아예 사표 쓰구 우리 가게로 들어오시죠. 일자린 얼마든지 드릴 테니까.

연웅 : 뭐야?

서준 : 월급도 후하게 쳐드리죠. 어때요. 우리 가게에서 일해보지 않을래요?

연웅 : 맞구 싶어 용을 쓰는 구나 아주.

서준 : 원래 남녀 사이란 싸우면서 정이 든다 그러죠. 나는 벌써 그 쪽하구 꽤 정이 들었는데 그쪽도 사실은 그런 거 아닙니까?

         그래서 자꾸 찾아오는 거 아니냐 구요.

연웅 : 죽을래 너!

서준 : 지금 죽기엔 좀 아까운 나이죠. 제 나이가.

연웅 : (기막혀 보면)

서준 : (안주머니에서 봉투 꺼내 내밀며) 수리비예요. 가져가요. 돈 갖구 장난치는 거 그렇잖아두 싫증나던 참이예요.

         이거 가져가서 지금 일하는 가게 사장면상에다 던져버리구 우리 가게로 와요.

         와서 나하구 계속 정이나 붙여봅시다. (씩 웃는데)

연웅 : (옆에 있던 물 컵으로 서준의 얼굴에 확! 들이붓는다)

서준 : (멈칫.. 어이없게 보면)

연웅 : 승질 같아선 가게 다 들러 엎어야 속이 풀리겠지만 내 지성과 인품 땜에 이정도로 봐준다.

         (그대로 간다. 가다가 다시 돌아와 돈 붕투 집어 들고 간다)

서준 : (픽 웃음. 냅킨으로 얼굴을 닦으며 보면)



25. S# 바 앞.


씩씩거리며 나가는 연웅.

승희, 바 앞에서 음료를 마시다가 연웅을 본다. 어? 시선에서.



26. S# 레스토랑 앞 거리.


씩씩거리며 나오던 연웅, 걸음을 멈춰서더니 돈 붕투를 꺼내 돈을 세 본다. 액수는 맞는다.

쓱 집어넣고 가려는데.


승희 : 연웅씨!! 연웅씨이!!!

연웅 : (?돌아보면)

승희 : (가까스로 뛰어와 멈춰서며) 아우 연웅 씨. 왠 걸음이 그렇게 빨라?

연웅 : 어쩐 일이야 이 동네까지?

승희 : 우리 사촌오빠가 하는 레스토랑에 잠깐 놀러 나왔어. 좀 전에 연웅 씨 나온데 있지?

         거기가 바루 우리 사촌오빠가 하는 레스토랑이야.

연웅 : 뭐? 그럼 그 말뼉다구 같은 자식이 니 사촌오빠란 말이야?

승희 : 으응.

연웅 : 허! (어이없어 웃더니) 아주 끼리끼리 잘 뭉쳤구나. (돌아서서 걸어오면)

승희 : 철웅 오빤 잘 있어?

연웅 : (퉁명) 남이사.

승희 : 철웅 오빠 요즘 뭐하구 지내?

연웅 : (퉁명) 남이사.

승희 : 나 이렇게 변한거 보면 철웅 오빠두 놀라겠지?

         연웅 씨. 철웅 오빠한테 내가 좀 보잔다구 전해줄래? 내가 너무 보고싶어한다구.

연웅 : 철웅 오빤 그 쪽한테 별로 볼일 없을걸.

승희 : (한번 보더니 연웅의 팔짱을 끼면서 살갑게) 그러지 말구 나랑 놀다 들어가자. 나 심심해 죽겠어 요즘.

         (그러더니) 나랑 같이 백화점 쇼핑 안 갈래? 내가 옷 사 줄께. 외제명품 뭐 좋아해? 나 그런 것두 사줄 수 있어.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카드 생겼거든. 같이 안 갈래?

연웅 : (걸음 멈추고, 팔짱 낀 손 탁 쳐내며 보더니) 돈이 썩어 나냐? 남의 옷까지 사 입히게?

         그럴 돈 있으면 가서 국밥 장사하는 니네 엄마나 잘 챙겨드려.

승희 : 뭐? (빈정 상해 보면)

연웅 : 그리구 부탁하겠는데. 같은 세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로서 이 사회와 경제에 대해 책임의식 좀 느끼구 살어라 어?

         꼭 골빈 것들이 외제 명품만 찾아요. (그러더니 가버린다)

승희 : (본다. 기막혀 본다) 허! (시선에서)



27. S# 평창동 거실.


예산댁 문을 열어주면 입이 댓발은 나와 집으로 들어오는 승희.

마침 방에서 나오던 현자, 승희와 맞닥드린다.

승희, 멈칫.. 현자를 본다. 현자 역시 승희가 조금은 껄끄러운 듯 보더니.


승희 : (할 수 없이) 다녀왔습니다.

현자 : 아까 서준이하구 나가는 거 같더니 왜 벌써 들어와?

승희 : 왜요? 벌써 들어오는 것두 불만이세요?

현자 : 뭐라구?

승희 : 저요. 고모하구 지금 말싸움 할 기분 아니거든요. 그냥 고히 올라가게 냅둬 주세요. 네? (그러면서 지나가는데)

현자 : 얘!

승희 : (짜증난다. 홱 돌아보면) 왜요!!

현자 : (순간 멈칫.. 본다. 보더니 한풀 꺽여) 너.. 너어.. 발소리 안 나게 살살 걸으라구.


승희, 현자를 본다. 보더니 돌아서서 이층으로 올라간다. 더 소리 나게 쿵쿵쿵!


현자 : (기막혀 보면)

예산댁 : (순간 픽 웃음)

현자 : (소리에 홱 예산댁 째려보면)

예산댁 : (얼른 입을 가리며 주방으로 들어간다)

현자 : 이것들이 정말.. (불쾌함을 삭히지 못한 채 보는데서)



28. S# 신사업팀 사무실.


유리문 밖으로 프레임-인 되는 선우, 유리용 왁스를 뿌린 뒤 마른걸레로 닦기 시작한다.

닦다가 유리문 저 건너편 안으로 직원들과 업무얘기를 하고 있는 재혁의 모습을 본다.

선우, 잠시 그 모습을 보는데

그 때 그 옆으로 오한영을 따라 사무실로 들어서는 신입 사원들. 그 중에 태희의 모습도 보인다.

선우, 얼른 정신 차리고 다시 유리문을 닦으면.


오한영 : 잠깐 주목해 주십쇼. 오늘부터 우리 신사업 팀에서 함께 근무하게 될 신입사원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직원들, 일제히 돌아본다.

한쪽에서 업무얘기를 하고 있던 재혁, 고개 들어 보면 태희와 시선이 마주친다. 둘 다 서로만 아는 시선을 교환하면.

하나하나 신입사원 소개할 때마다 직원들 박수로 맞이해주고.

선우, 계속 뽀득뽀득 유리문을 닦는다.

재혁, 신입사원들의 인사를 받다가 문득 유리문 쪽을 돌아본다.

선우, 닦다가 작은 점 하나를 발견. 하! 입김까지 불어가며 닦는다. 뽀득뽀득..

재혁, 그런 선우를 본다. 그 위로.


오한영 : 마지막으로 김태희 씹니다.

태희 : 김태흽니다. 부족한 게 많더라도 많이 도와주십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인사하면)


우뢰와 같은 박수. 태희, 웃는 얼굴로 직원들을 보다가 재혁 쪽으로 시선 돌리는데.

재혁, 유리문 쪽을 바라보고 있다.

태희 ?해서 돌아보면

선우, 하! 입김을 불고 유리왁스 칙칙 뿌려가며 인상 팍 쓴 채 까만 점을 뽀득뽀득 지우고 있다. 상당히 귀엽다.

재혁, 그런 선우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빙긋 웃는 얼굴.. 그러다 자기 쪽을 돌아보는 태희와 시선이 마주친다.

재혁, 짐짓.. 시선을 돌리면.


오한영 : 자, 신입여러분들 자리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다들 오한영을 따라가는 가운데 태희, 다시 한 번 선우를 돌아본다.

선우, 유리문의 까만 점을 지워낸 듯 만족한 표정.

바라보는 태희의 시선에서.



29. S# 복도 일각.


청소 기구를 정리하며 막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는 선우, 그 때 그 앞으로 프레임-인 되는 태희.

선우, 멈칫.. 태희를 본다.


태희 : 자주 보게 되는군요. 여기서 일해요?

선우 : 네. 그 때 그 일 있구나서 대리점에서 짤렸거든요. (멋적게 웃으면)

태희 : 그 정도 선에서 해결된 걸 다행으루 생각해요.

선우 : (? 보면)

태희 : 내 동생 다치게 한 사람 좀 더 따끔하게 조치할까도 했었지만 그래도 동생 친구라 그 선에서 끝내준 거라 구요.

         그런 사고.. 앞으론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해요.

선우 : (보면)

태희 : (보더니 표정 없이 그대로 지나쳐버린다)

선우 : (본다. 되게 무섭게 구네.. 보면)



30. S# 한정식 집. N


김필중과 맞은편으로 나란히 앉아 있는 태희와 재혁.

김필중, 재혁에게 술을 따라준다.


김필중 : 너두 한잔 할래?

태희 : 운전해야 해요.

김필중 : 니 차 놓구 할애비 차 같이 타구 가.

태희 : 재혁이 도로 회사에 들어가 봐야 한 대요. 데려다주구 들어갈려 구요.

김필중 : 재혁이가 뭐냐, 재혁이가. 니 상사한테. 그러다 회사에서두 재혁아 재혁아 할게냐?

태희 : 사석이잖아요. 여긴. (재혁 보며) 괜찮지?

재혁 : 편한 대루 해.

김필중 : 너무 봐주지 마라. 여자는 너무 봐주면 기어오른다.

재혁 : (본다. 짐짓 미소)

김필중 : 어쨌든 제하인이 된 것을 축하한다, 태희야.

재혁 : 축하해.

태희 :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분. (웃음)

김필중 : (마신다)

재혁 : (몸을 돌려 마시면)

김필중 : (잔을 내려놓고) 그래. 첫 출근해놓고 보니 어떻드냐. 거대한 조직에 들어왔다는 실감이 들든?

태희 : 생각보다 훨씬이요. 천 이백 명이라는 숫자의 거대함을 새삼 체감 하는 중이예요.

김필중 : 지금은 그렇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전체보다 사람 하나하나가 더 크게 느껴질 날이 올 거다.

태희 : (보면)

김필중 : 말단사원으로 있다 보면 위에서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이 보일게야. 일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보는 안목을 키우도록 해. 사람 하나를 얻는 건 나라 하나를 얻는 거와 같다 그랬다.

태희 : 네. 할아버지.


대화를 주고받는 태희와 김필중을 바라보는 재혁. 철저하게 혼자 겉돌고 있음을 느낀다. 시선 돌리는데.


김필중 : (보며) 이봐 장팀장.

재혁 : (얼른 고개 들어 본다) 네 회장님.

김필중 : 앞으로 이 녀석 잘 지켜보게. 조금이라도 싹수없이 굴면 즉시 나한테 보고해.

            회초리를 때려서라두 제대로 가르쳐 놀 테니까.

재혁 : 그러겠습니다.

태희 : 처음부터 너무 기죽이지 마세요. 자라나는 새싹은 너무 밟으면 죽는다 구요.

김필중 : 그런가? (재혁 보며) 어이 장팀장.

재혁 : 네 회장님.

김필중 : 그럼 대충 적당히 밟아줘. 너무 기고만장해지지 않게만 적당히. 알겠나?

재혁 : (김필중을 본다) 네. 알겠습니다.


태희, 김필중, 즐겁게 식사 계속하는 가운데 재혁, 그저 장단 맞추는 수준의 미소만.. 시선에서.



31. S# 평창동 전경 (밤)



32. S# 김필중의 방. N


김필중의 옷을 받아 옷장에 거는 현자.


현자 : 술 하셨어요?

김필중 : 그래. 한잔 했다.

현자 : (흘끗 김필중의 안색을 살피며) 요즘 들어 아버지 많이 피곤해 뵈시는데 가급적 술 같은 건 드시지 마세요.

김필중 : 나이탓이겠지. (스웨터 입으면)

현자 : 이젠 아버지두 건강 생각하실 연세예요. 쓸 만한 전문경영인 하나 불러 앉히시구 쉬엄쉬엄 하시라 구요.

김필중 : 내 건강은 내가 알아서 챙긴다. 신경 쓰지 마.

현자 : 어떻게 신경을 안 써요 아버진데. 작년에두 이맘땐가 혈압 땜에 일주일이나 누워계셨잖아요. 너무 무리하시지 마세요.

김필중 : 니가 언제부터 그렇게 애비걱정을 했냐.

현자 : 네? (보며) 저야 언제나 아버지 걱정만.. (하는데)

김필중 : 됐어. 니 아들 앞가림이나 잘 시켜. (그러면서 서재 쪽으로 넘어가면)

현자 : (본다. 심정상해 보는데서)



33. S# 달리는 차 안. N


창밖을 바라보는 재혁. 태희, 운전하며 흘끗 보더니.


태희 : 뭐 생각해?

재혁 : (한번 돌아보더니) 아무 것두.

태희 : 잔뜩 생각하는 얼굴인데?

재혁 : 그냥 회사일.. 앞으로 신사업 개발이다 인수합병이다 일이 많잖아.

태희 : (본다. 보더니) 정말 그게 다니?

재혁 : 무슨 말이야?

태희 : 요즘 들어 너.. 가끔씩 딴 데 있는 사람같어. 몸은 내 옆에 있는데.. 생각은 다른데 가 있는 거 같다구.

재혁 : ...

태희 : 혹시 내가 결혼하자 그래서 부담스럽니? 그 날 이후로 너.. 굉장히 서먹하게 구는 거 모르지?

재혁 : 그런 거 없어. 계속 밤샘 야근하니까 피곤해서 나도 모르게 멍해질 때가 많아.

태희 : (보며) 그래서 아직두 노코멘트야?

재혁 : 뭐가?

태희 : 내가 결혼하자 그런 거 말야. 너 아직 대답 안했잖아.

재혁 : 조금만 더 시간을 갖자. 너 지금 막 회사생활 시작했잖아. 나 역시 회사일루 정신없구..

태희 : (본다. 한번 보더니) 그래. 그럼 조금만 더 시간을 갖지 뭐.

재혁 : (본다. 다시 창밖으로 시선 돌리면)



34. S# 회사앞. N


멈춰서는 태희의 차. 재혁, 안에서 내리는데.


태희 : (뒷쪽에서 종이봉투 하나 내밀며) 아까 음식점에서 하나 싸 달랬어. 일하다 야참으루 먹으라구.

재혁 : (받는다) 조심해서 가라.

태희 : 응. 수고해 그럼.


재혁, 문을 닫고 회사로 들어간다.

태희, 그런 재혁의 뒷모습을 본다. 왠지 재혁과 거리감이 느껴져 기분이 씁쓸해진다.

차를 후진하려고 기어를 움직이다가 멈칫.. 재혁이 앉았던 자리에 떨어져있는 핸드폰을 본다.

태희 집어 들고 다시 회사 쪽 보면 재혁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태희, 할 수 없다는 듯.. 차의 시동을 끄고 내릴 준비를 한다.



35. S# 복도. N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안에서 나오는 재혁. 태희가 준 야참봉투를 들고 걸어온다.

어두운 복도를 걸어가는데 어디선가 흥얼거리는 소리.

재혁, 걸음을 멈추고 돌아본다.



36. S# 복도 일각. (창문이 있는 복도면 더 좋음) N


선우, 혼자 노래를 흥얼거리며 창틀을 닦고 있다.

그 뒤로 프레임-인 되는 재혁. 잠시 서서 선우를 본다.

선우, 잠시 피곤한 듯 서 있다가 창밖을 내다본다. 그러더니 하! 입김을 불고 거기에 이름을 쓴다. 이선우..

재혁, 계속 뒤에서 쳐다본다.

선우, 다시 한 번 입김을 하! 불더니 거기에 또 다른 이름을 써 본다. 장..재..혁..


선우 : (본다) 장..재..혁.. (소리 내어 불러본다)

재혁 : (본다. 짐짓 웃더니 일부러 헛기침) 흠흠.


선우, 놀라서 재혁을 보더니 재빨리 소매 끝으로 창문에 얼룩진 이름을 지워버린다.


재혁 : 오늘두 늦게까지 근무예요?

선우 : (얼른 돌아보며) 네에.. 우리 일반장님이 5층 창틀 다 닦아 놓구 퇴근하라 그래서요.

         (어쩌지 이름 쓴 거 봤나? 신경 쓰이는데)

재혁 : 저녁은 먹었구요?

선우 : 아뇨. 퇴근하구 집에 가서 먹으면 되요.

재혁 : (본다. 보더니 손에 든 봉투 내밀며) 이거 먹을래요?

선우 : (? 본다. 보면)



37. S# 로비. N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그 안으로 들어가는 태희, 버튼을 누르면 문이 닫힌다.



38. S# 다시 복도 일각. N


창가에 놓인 난방기위로 펼쳐지는 도시락,


선우 : (입이 딱 벌어진다) 우와.. 진짜 맛있겠다.

재혁 : 어서 들어요. (나무젓가락 떼서 건네주면)

선우 : 맛있게 먹겠습니다. (하고 먹는다) 아우. 죽인다, 죽여. (맛있게 먹는다)

재혁 : (픽 웃음)

선우 : (보며) 같이 드세요.

재혁 : 난 방금 먹구 왔어요.

선우 : 그래두 혼자 먹기 좀 미안하다.. (그러면서 한입가득 집어넣는다)

재혁 : (그런 선우를 바라보는 게 즐겁다)



39. S# 복도. N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오는 태희. 핸드폰을 들고 사무실 쪽으로 걸어가는데 선우와 재혁의 웃음소리.

태희 ?해서 돌아본다.



40. S# 복도 일각. N


이쪽으로 걸어오는 태희, 막 코너를 돌다가 멈칫.. 재빨리 다시 코너 뒤로 물러선다. 다시 보면.

난방기 위에 자기가 싸준 야참도시락을 펴놓고 먹고 있는 선우와 그 맞은편에 앉아 즐겁게 웃는 재혁의 모습.

이게.. 어떻게 된 그림인가.. 태희, 어이없게 바라보면

선우, 먹다가 목이 막힌 듯 가슴을 툭툭 두드리면 재혁, 옆에 있는 국물그릇 뚜껑을 열어 준다.

선우, 받아서 마시면.


재혁 : 천천히 먹어요. 누가 쫒아 와요?

선우 : 너무 맛있어서요.. (웃으면서 국물 마신다)


지켜보는 태희, 두근두근.. 재혁의 핸드폰을 든 채 복도 벽에 기대선다.

태희, 정신을 차리지 못하겠다. 잠시 어쩔 줄 몰라 서 있는데

E 재혁의 핸드폰 벨소리.

태희, 놀라서 돌아본다.

재혁과 선우도 소리에 돌아본다.



41. S# 사무실. N


오한영, 수화기를 든 채 시계를 보면.



42. S# 복도 이쪽. N


계속 울리는 전화벨. 태희, 덜덜 떨리는 손으로 겨우 소리를 꺼버리는데

그 옆으로 나타나는 재혁.


재혁 : 태희야..

태희 : (고개 들어 본다. 보는데)


재혁의 뒤로 프레임-인 되서 보는 선우. 태희를 보고 역시 멈칫.. 입안에 있는 음식 겨우 꿀떡 삼키고 짐짓 고개 인사를 하면.

태희, 선우에게서 다시 재혁 쪽으로 시선 옮기더니.


태희 : (애써 덤덤한 척) 이거.. (핸드폰을 내민다)

재혁 : (본다)

태희 : 차에다 놓구 내렸길래 가져다 줄려구 왔어.

재혁 : (본다. 말없이 받으면)

태희 : (선우를 보며) 도시락.. 맛있어요?

선우 : 네? (본다. 그러면서 재혁을 보면)

재혁 : ...

태희 : (보며) 갈께. 수고해. (그러더니 돌아서서 간다)

재혁 : 태희야.

태희 : (돌아보지 않고 간다)

재혁 : (선우를 한번 본 뒤 일별하고 그대로 태희 쪽으로 쫒아간다)


선우, 태희를 쫒아가는 재혁의 뒷모습을 본다. 그렇게 된 거구나. 그러니까 두 사람이..

선우, 시선을 돌려 펼쳐진 도시락을 보는데서.



43. S# 회사 앞. N


차 쪽으로 나오는 태희. 그 뒤로 쫒아오는 재혁, 태희를 붙잡는데.


태희 : 이거 놔. 지금 니 얼굴 보고 싶지 않아. 아무 얘기도 하고 싶지 않아.

재혁 : 쓸데없는 상상 같은 거 하지 마.

태희 : (그 말에 돌아보며) 그래. 나도 그러고 싶어. 청소하는 여자애 따위에 질투 느끼고 부르르 화내는 거..

         내가 생각해도 자존심 상하구 챙피하니까. 그런데 좀 혼란스럽다.

재혁 : (보면)

태희 : 좀 전에 본 건 내가 알던 장재혁이 아니었어. 너.. 내 앞에선 한 번도 그렇게 큰소리로 웃었던 적 없었다구.

         뭐니? 뭐가 널 그렇게 웃게 한 거니? 그 여자였니?

재혁 : (본다)

태희 : 왜 아무 말도 못해?

재혁 : 나도 모르겠어. 뭐가 날 그렇게 웃게 한 건지. 그냥..

태희 : 그냥 뭐?

재혁 : 그냥.. 편했든 거 같애.

태희 : 누가? 그 여자가?

재혁 : (말 못한 채 본다. 보면)

태희 : 대체 난 너한테 뭐니? 너한테 난 어떤 의미야?

재혁 : (본다. 보더니) 널 좋아해.

태희 : 그리구?

재혁 : 니가 힘들 때 옆에 있어주고 싶어. 니가 다치는 거 바라지 않아. 진심이야.

태희 : 그런데 사랑은 아니다?

재혁 : (보며) 널.. 좋아해.

태희 : (본다. 가만히 보더니 애써 냉정 되찾으며) 됐어. 우리 그만 유치해지자. 더 이상 너하구 그 여자 연관 지어

         불쾌한 상상 안하구 싶어. 물론 지금 내 기분 엉망이구 수습할려면 시간 좀 걸릴 거야.

         (보며) 신경 쓰지 마. 내가 알아서 내 기분 정리할거야. 그러니까 우리.. 이 얘긴 여기서 끝내자. 됐지?

         (그러더니 그대로 차에 올라탄다)

재혁 : (표정 없이 보면)


태희, 무서운 속력으로 출발해버린다.

재혁, 바라본다. 그제야 나즈막히 작은 한숨..



44. S# 복도. N


그 앞에서 서성이는 선우. 땡하며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

선우, 멈칫해서 돌아보면 그 안에서 내려 사무실 쪽으로 걸어오는 재혁. 기다리고 있는 선우를 본다. 보면.


선우 : 팀장님..

재혁 : (보면)

선우 :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곤란해지셨죠?

재혁 : 괜찮아요. 이선우 씨가 신경 쓰지 않아두 되는 일이예요. (그러더니 그대로 문을 밀고 사무실 안으로 간다)

선우 : (돌아본다. 그 말이 더 쓸쓸해진다. 보는 시선에서)



45. S# 재혁의 사무실. (밤)


의자에 털썩 앉는 재혁. 책상위에 쌓인 서류들을 한번 쳐다보다가 그래도 덮고

의자를 빙그르 돌려 창밖을 돌아본다. 시선에서.



46. S# 달리는 태희의 차안. (밤)


운전하는 태희, 마음의 진정이 안 된다. 거칠게 운전하는 모습에서.



47. S# 회사 앞 일각. N


터벅터벅 걸어 나오는 선우. 그 이쪽으로 담배를 피우며 서 있는 철웅.

선우, 철웅을 보지 못한 채 지나가면 철웅, 담배를 끄고 선우 옆으로 다가선다.


선우 : (? 돌아보다가 멈칫.. 철웅을 보면)

철웅 : (베식 웃음)

선우 : 여긴 뭐 하러 나타났어?

철웅 : 뭐 하러 나타나긴. 너 보러 나타났지. 하루라도 니 얼굴을 안보면 내 눈에 가시가 돋거든.

         어제 하루 안봤다구 봐봐. (한쪽 눈 까뒤집어보며) 내 눈에 가시 돋았지? 돋은 거 보이지?

선우 : (보더니 훅! 불어버린다)

철웅 : 아! (한쪽 아픈 듯 한쪽 눈 가리면)

선우 : (그대로 지나쳐서 가 버린다)

철웅 : (한쪽 눈 찡그린 채 본다. 보더니 픽 웃는데서)



48. S# 철웅의 집 앞. N


나란히 걸어오는 선우와 철웅.


철웅 : 아! 봄이다. 나는 봄 냄새가 참 좋더라. 너는?

선우 : ...

철웅 : (흘끗 보더니) 너 벚꽃놀이 좋아하냐? 우리 벚꽃 보러 갈래? 어?

선우 : ...

철웅 : 야 이선우. 정말 너 한마디두 안할 거냐?

선우 : 그 깡패자식들하구 손 끊구 와. 그러면 다시 너하구 말 시작할거야. 그 전엔 한마디두 안 해 너랑은.

         (그러면서 고개 반대쪽으로 돌리면)

철웅 : 내 얼굴도 안볼 거야?

선우 : 깡패자식들하구 손 끊구 와. 그럼 니 얼굴두 봐줄게.

철웅 : 야아. (선우가 고개 돌린 쪽으로 자리 옮기면)

선우 : (다시 반대쪽으로 고개 돌린다)

철웅 : (본다. 보더니 다시 선우가 고개 돌린 쪽으로 움직이는 척)

선우 : (속아서 다시 반대쪽으로 돌리는데)

철웅 : (얼굴 앞에 대고) 짠! 속았지? (씩 웃으면)

선우 : 잔머리만 늘어가지구. (다시 걸어오면 그 뒤에 대고)

철웅 : 사랑한다, 이선우! 정말, 정말 사랑해!

선우 : 웃겨어. 지가 사랑이 뭔지 알어? (중얼거리며 걸어오는데)

철웅 : (서서 본다. 가는 뒷모습 잠시 바라보더니 씩 웃음) 잘 자라!

선우 : (순간 멈칫.. 돌아본다) 너는? 집에 안 들어갈 거야?

철웅 : 다른데 갈 데가 있어.

선우 : 갈 데 있는 애가 여기까진 뭐 하러 쫒아온 건데?

철웅 : 너 집에다 바래다 줄려구 잠깐 들른 거야. 그 날.. 너 그렇게 보내구 영 마음에 걸려서.

         이제 너 봤으니까 됐어. 간다! (돌아서서 가면)

선우 : 야! 박철웅! 야아아!!!

철웅 : (돌아보지 않은 채 가면서 그저 손을 한번 들어보인다. 멀어지면)

선우 : 야아!!!


불러보지만 이미 철웅은 보이지 않고. 걱정스럽게 보는 시선에서 fade-out.



49. S# 국밥집 앞. D


길여옥, 칼국수 국물을 내고 있는데

나타나는 오산댁과 황국도.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촌스럽게 양복에 정장까지 차려입고 손가방 잔뜩 든 채 나타난다.


길여옥 : (보며) 아이구 이제야들 오는 구만.

오산댁 : 네. 길여사님. 내 생전에 비행기도 타보구 암튼 딸래미 잘둬서 호강하구 있네요.

            길여사님두 맨날 칼국구 국물만 들여다보지 말구 한번 다녀오세요. 그 집 아드님 돈 잘 벌 텐데

            효도관광 한번 시켜 달라 그러시든가.

황국도 : (거들먹거리며 허흠! 안으로 들어가면)

오산댁 : 그럼 수고하세요. (들어간다)

길여옥 : 아이구. 어쩌다 한번 제주도 갔다왔나보네. (어이없이 보면)



50. S# 국밥집 방안


문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오산댁과 황국도.


오산댁 : (자리에 앉으며) 아이고. 아이고고 편하다. 뭐니뭐니해두 우리 집이 최고지.

황국도 : (앉아서 담배부터 피워 문다)

오산댁 : (양말 벗고 옷 갈아입으며) 뭐해? 옷 안 갈아입어?

황국도 : 아까 말이여. 비향기 옆자리에 앉았던 사람 말이여.

오산댁 : 그 사람이 뭐?

황국도 : 주식으루다 크게 한건 올렸다드만. 원래는 분식가게 채려놓구 김밥 말던 사람인디 말여.

            아 글씨 주식 잘해갖고 땅도 사고 집도 사고 그랬다는 겨.

오산댁 : 그래서? (계속 옷 갈아입으며)

황국도 : 우리도 그 주식이라는 것 좀 한번 해볼까나?

오산댁 : 그대가 주식을 알기는 하셔?

황국도 : 아 김밥 말던 놈두 주식해서 돈 버는디 나라고 못할게 뭐있어.

오산댁 : 주식을 할래두 돈이 있어야 하는 거지 그냥 하냐구.

황국도 : 승희가 있잖여.

오산댁 : 뭐?

황국도 : 아, 이자는 승희가 돈 줄인지 뭔 걱정이냐구.

오산댁 : 이 양반이 근데.

황국도 : 승희도 언제까정 안 들키고 저 집에 붙어 있으란 보장이 어딨당가?

            원제고 들통나게 되면 땡전 한 푼 못 건지고 쫒겨나게 될 텐디.. 그 때를 대비혀서 땡겨 놀 수 있을 때 땡겨 놔야 잖것남?

오산댁 : (듣고 보니 또 그렇네.. 그러면서 황국도를 보면)

황국도 : 한번 전화나 때려봐.

오산댁 : (보는 시선에서)



51. S# 승희의 방.


똑똑똑.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예산댁.


예산댁 : 전화야. 전에 윤희 양 살던 집이라던데.

승희 : (본다. 보더니 얼른 받아들고) 알았어요. 내려가 보세요.

예산댁 : 어어. (밖으로 나가면)

승희 : (문 쪽으로 다가가 확인한 다음 수화기를 귀에 댄다) 여보세요? 엄마? 어이구 팔자 좋아 제주도까지 갔다 오구.

         근데 대체 무슨 일이야?



52. S# 이층거실.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온듯한 서준, 머리를 수건으로 비비다가

소파에 털썩 앉아 전화기를 집어 든다. 들다가 멈칫!...


승희F : 엄마 미쳤어? 내가 그런 돈이 어딨다구 그래!

서준 : (뭐지? 듣는 표정에서)



53. S# 국밥집 방안.


오산댁 : 아니 내 말은 돈을 달라는 게 아니라 그냥 조금만 꿔달라는 거지.

황국도 : 우선은 다섯 장만 융통해 달라 그랴. 다섯 장만.

오산댁 : 어떻게 다섯 장만 안 되겠냐? 응?



54. S# 승희 방.


승희 : 그 때 언니가 이천만원 준거 있잖아. 그 돈 벌써 다 썼어?

오산댁 : (insert>) 사업이 어디 일이천으루 되는 거냐? 아, 글쎄 이번에 니가 한번만 힘써주면 다시는 귀찮게 안한대두.

            너 끗발좋은데 있을 때 인심 좀 써봐 이년아. 안 되겄냐?

승희 : 아우 글쎄 몰라. 끊어. 이런 일루 나한테 전화 걸지 마. 알았어? (하면서 탁! 끊어버린다)



55. S# 국밥집 방안.


오산댁 : (수화기를 쳐다보며) 기집애 싸가지 없기는..

황국도 : 왜? 안되겄댜?

오산댁 : (집어던지듯 내려놓으며) 얘기 꺼냈다가 본전두 못 찾었어.

            이 놈에 기집애 저 살기 편해졌다구 벌써 지 엄만 새까맣게 잊어버린 거 아냐? (보면)



56. S# 이층거실.


수화기를 손에 든 채 생각에 잠긴 서준, 조용히 내려놓는데

그 때 뒤에 문이 열리면서 나오던 승희, 서준을 보며 멈칫..


승희 : 어? 서준 오빠.. 아직 출근 안했어요?

서준 : 어어. 어제 과음했더니 늦게 깨졌어. (하면서 일어나 아랫층으로 내려가며) 아 배고프다. 아줌마 아직 식사준비 안됐나?


승희, 서준이 앞에 있던 전화기를 내려다본다. 들은 거 아냐?

순간 불안해져서 서준 내려간 쪽을 돌아보면.



57. S# 거실.


이층에서 내려오는 서준, 걸음을 멈추고 한 번 더 돌아본다. 보는데.

주방 쪽에서 나오는 현자.


현자 : 어. 내려오는구나. 지금 막 부르러 가려던 참인데. 윤희는 뭐하니?

서준 :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그러면서 주방으로 들어가면)

현자 : (윗층에 대고) 윤희야! 내려와 식사해라!



58. S# 주방.


현자, 서준, 승희, 둘러앉아 식사하는 가운데 승희, 흘끔 흘끔 서준을 본다.

서준,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맛있게 밥만 먹는다.


현자 : (반찬 서준의 밥 위에 놔주며) 이거 한번 먹어봐. 맛이 좋드라.

서준 : 네. (맛있게 먹는다)

현자 : (기분 좋게 웃다가 멈칫.. 승희를 본다) 얘. 넌 밥먹다 말구 뭘 그렇게 흘끔거려?

승희 : 네? 아니예요. 암것두. (그러면서 고개 숙이고 밥을 먹으면)

서준 : (그런 승희를 한번 본 뒤 말없이 식사를 계속한다)

승희 : (다시 흘끔 보는 시선에서)



59. S# 철웅의 집 거실.


커다란 검은 봉지 들고 안으로 들어오는 길여옥. 그 때 이층에서 내려오던 선우.


선우 : 어? 할머니. 어쩐 일루 들어오세요?

길여옥 : 사골 좋은 게 있어서 푹 좀 과놨다가 아범이랑 늬들 좀 먹일려구. 근데 넌 어쩐 일이냐? 아직 출근 안했어?

선우 : 오늘은 오후 교대예요 할머니. 그렇잖아두 지금 막 나가려던 참이예요.

길여옥 : 그래. 찻길 조심해서 댕겨 와라.

선우 : 네. (신발을 신는데)

길여옥 : 참 선우야.

선우 : 네? (돌아보면)

길여옥 : 철웅이가 요즘 통 집엘 안 들어온다. 너 뭐 좀 아는 거 없냐?

선우 : 글쎄요. (보며) 걱정 마세요. 별일 없겠죠.

길여옥 : 그러게 벨일 없어야 할 텐데 말이다. 가끔 외박하는 일은 있어두 이렇게 멫칠씩 집에 안 들어오는 일은 없었는데..

            이 녀석이 어디서 뭘 하구 다는 건지 원.. (보며) 어서 다녀와. (하면서 안으로 들어가면)

선우 : (본다. 시선에서)



60. S# 인수의 사무실.


책상위로 내밀어지는 두툼한 돈 봉투.


인수 : 수고했다 꼬마. 니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이 지역 나이트를 접수했어. 격려 차원으루다 주는 거니까 넣어둬라.

깡통 : 애썼다고 주는 거니까네 감사하게 받아라. 가서 옷도 좀 사 입고, 신발도 구두로 바까 신고.

         짜식 운동화가 뭐꼬. 초등학생도 아이고.

철웅 : (본다. 표정 없이 돈을 바라본다)

수탁 : (그런 철웅을 보면)



61. S# 보석가게 안.


쓱 내밀어지는 반지케이스. 철웅, 집어 들어 본다. 씩 웃더니.


철웅 : 수탁아.

수탁 : 네. 형.

철웅 : 계산하구 나와라.

수탁 : 네. (그러더니 안에서 돈 봉투 꺼내 계산한다)

철웅 : (반지케이스 들고 기분 좋게 나간다)



62. S# 골목 일각.


껄렁껄렁 걸어오는 철웅, 그 뒤로 수탁 따라오며.


수탁 : (돈 봉투 내밀며) 이거 남은 돈인데요 형.

철웅 : 너 가져. 난 반지 하나 샀으니까 됐다.

수탁 : 하지만 남은 돈이 꽤 되는데요.

철웅 : 니 어머니 갖다 드려. 좋아하실 거야.

수탁 : (본다. 별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은 듯)

철웅 : 뭐야?

수탁 : 뭐가 말입니까.

철웅 : 너 요즘 나한테 잔뜩 부어 있잖아. 왜 그래?

수탁 : 중학교 때 형 첨 만나고 지금까지 쭉..한 번도 형 하는 일에 토단 적 없었구 군소리 한적 없었습니다.

철웅 : 그랬지.

수탁 : 근데 이번일 만큼은 영 맘에 들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발을 잘못 담근 거 같다 그 말입니다.

철웅 : (흘끗 보더니) 그래서 떠나구 싶냐?

수탁 : 아니 그게 아니라..

철웅 : 그럼 조용히 입 다물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토 달지 말구.. 따라오기만 해.

수탁 : 하지만 형..

철웅 : 야. 오랜만에 우리 삼겹살이나 구워먹을까? 그러고 보니 너하구 술 한 잔 한지도 오래됐다.

         가자. 수탁아. (웃으면서 앞장선다)

수탁 : (따라간다)


막 코너를 도는데 그 앞으로 다가서는 상대편 깡패들.

철웅과 수탁.. 멈칫해서 보면. 그 뒤까지 에워싸는 깡패들.

철웅과 수탁, 돌아본다.

그 깡패들 앞으로 나타나는 중간보스2, 씩 웃는다.

철웅, 그를 쳐다보는 얼굴에서.



63. S# 은행 안.


은행원 : 안되겠습니다. 은행 거래도 없으시고 실적도 없으시고.. 그렇다고 다른 담보가 있는 것두 아니구.

선우 : 어떻게 이백만원만 안 될까요? 저 이 회사에서 일하거든요. 물어보세요. 우리 신반장님한테 물어보시면..

은행원 : 죄송합니다. 아직 근무하신지 일주일도 안 되셨잖습니까. 보증인이 있다면 모를까..

            좀 어렵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손님.

선우 : (본다. 한숨...)



64. S# 회사로비.


은행에서 나오는 선우,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 나온다.

한쪽에 세워져 있는 청소 카트를 밀고 오는데 그 때.


신반장 : 이선우 씨.

선우 : (? 돌아보면)

신반장 : (약간 겁먹은 듯) 저기.. 손님이 찾아왔는데. 급한 일이라면서..

선우 : 손님이요? (? 보면)


신반장 뒤로 프레임-인 되는 수탁. 맞아서 멍이 든 얼굴에 한쪽 코에 솜까지 틀어막은 채로.


수탁 : 이선우양.

선우 : ! (놀라서 본다) 수탁 씨.. 무슨 일이예요?

수탁 : 사고가 생겼습니다.

선우 : 사고요?

수탁 : 네. 그게.. (보며) 철웅 형이 심하게 다쳤습니다.


선우, 놀라서 본다. 시선에서 스틸!

<14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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