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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두] 15 - 가지 말아야 할 길 (上)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8.11.19|조회수484 목록 댓글 0

[유리구두] 15 - 가지 말아야 할 길 (上)











1. S# 로비.


신반장 : 이선우 씨.

선우 : (? 돌아보면)

신반장 : (약간 겁먹은 듯) 저기.. 손님이 찾아왔는데. 급한 일이라면서..

선우 : 손님이요? (? 보면)


신반장 뒤로 프레임-인 되는 수탁. 맞아서 멍이 든 얼굴에 한쪽 코에 솜까지 틀어막은채로.


수탁 : 이선우양.

선우 : ! (놀라서 본다) 수탁 씨.. 무슨 일이예요?

수탁 : 사고가 생겼습니다.

선우 : 사고요?

수탁 : 네. 그게.. (보며) 철웅 형이 심하게 다쳤습니다.


선우, 놀라서 본다. 시선에서.



2. S# 병원복도.


뛰어오는 선우와 수탁. 오다가 멈칫.. 보면 깡통과 그 밖의 건달들이 병실 복도를 꽉 메우고 있다.

선우, 그들을 한번 보더니 병실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깡통, 그 앞으로 가로막으며.


깡통 : 보이소 언니야. 지금 어델 들어 갈라카노.

선우 : (최대한 무섭게 째려보면)

깡통 : 어? 그 때 그 언니 아이가. 맞제? 그 때 찾아왔던 철웅이 요거. (하면서 새끼손가락 들어 보이면)

선우 : 비켜.

깡통 : 너무 걱정 안 해도 된다. 쬐매 전에 의사 왔다갔는데 어데 부러진 데는 없꼬,

         어깨를 좀 심하게 다쳐가 진통제 맞고 지금은 잠들었다 카드라.

선우 : (본다. 보더니 깡통 밀어제치고 문을 연다)



3. S# 병실 안.


선우,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온다.

여기저기 붕대 칭칭 감은 모습으로 침대에 누워 잠이 들어있는 철웅.

그 옆에 앉아서 지켜보고 있던 인수, 선우를 돌아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서 본다.

선우, 멍하니 쳐다보다가 천천히 철웅 옆으로 다가선다. (깡통과 수탁, 같이 들어서서 보면)


인수 : 상대편 녀석들한테 당했어. 놈들이 보복할 걸 대비했어야 했는데..내 생각이 짧았다.

선우 : (그 말에 인수를 돌아본다. 보더니 그대로 짝! 뺨을 날린다)

인수 : (멈칫.. 보면)

깡통 : 근데 이 가시나가 어데서! (하면서 달려드는데)

인수 : (손을 들어 말린다. 다시 선우를 보면)

선우 : 나가!

인수 : (본다)

선우 : 당신들 전부 여기서 나가! 복도에 세워둔 애들두 다 같이 꺼지라 그래!

         경찰에 신고해서 전부 잡아가라 그러기 전에 조용히 사라져. 그러는 게 좋을 거야.

인수 : 지금은 우리가 옆에 있는 게 좋아. 그러는 편이 꼬마한테도 더 안전할거다.

선우 : 뭐? 안전? 사람 이런 꼴루 만들어 놓구 안전할 거라구? 그래. 그깟 돈 이백만 원 꿔주구 이용해먹으니까 재밌니?

         이렇게 엉망으로 다친 꼴 보니까 속이 시원해? 어디 입이 있으면 대답해봐 이 깡패자식아!

인수 : (보면)

깡통 : 근데 이 언니야가 어데서 이렇게 말을 거칠게 함부로 해 쌌노. 확! 맞고 싶나! (하면서 손을 들어올리면)

선우 : (눈 하나 깜짝 안한 채) 깡패 짓 하구 싶으면 니들이나 가서 해.

         멀쩡한 사람 끌어들여 주먹질하게 만들지 말구. 알았어! (노려보면)

인수 : (본다. 말없이 보더니 조용히 밖으로 나간다)

깡통 : 어데 가노 대장아. 대장아..!

         (그러더니 선우를 한번 보며) 아 그 언니야, 참말로 승질한번 더러브네. 대장아..! (따라 나간다)


깡통까지 나가자 선우, 다시 철웅을 돌아본다.

약기운으로 깊이 잠들어 있는 철웅의 모습..


선우 : 바보 같은 자식...



4. S# 복도.


밖으로 나오는 인수, 병실 쪽을 한번 돌아본 뒤 잠시 한숨을 내쉬더니.


인수 : 잘 지키구 있어.

깡패들 : 네! 형님.

인수 : (돌아서서 간다)

깡통 : 대장 말 잘 들었제. 잘 지키구 있으래이. (그러면서) 대장아. (쫒아가면)



5. S# 병실.


누워있는 철웅. 그 옆에 앉아 철웅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선우.


수탁 : 어쩌죠? 집에 안 알려두 될까요?

선우 : (철웅을 본다. 한숨.. 바라보는 시선에서)



6. S# 철웅의 집 마루. N


깡패들이 잇권 싸움으로 집단 폭력을 휘두르는 보도프로그램이 화면에 흐르고 있고.

같이 보고 있는 박귀중과 길여옥.


길여옥 : (과일을 깎으며) 세상이 어떻게 될라구 저런 깡패 녀석들이 판을 치나 그래. 어이구 쯧쯔쯔..

박귀중 : 그래두 옛날 깡패들은 의리가 있었는데 말입니다. 요즘은 불쌍하구 가난한 사람을 더 등 쳐 먹구 있으니..

길여옥 : 의리구 뭐구... 사람 다치게 하는 건 몹쓸 짓이지. 암 몹쓸짓이구 말구. (사과 하나 집어 들어주며) 들게.

박귀중 : 네 어머니. (받아서 먹으며 다시 화면을 보면)

길여옥 : 연웅아! 내려와 과일 먹어라.

연웅E : (위에서) 네! 내려가요!


잠시 후, 쿵쿵거리며 뛰어내려오는 연웅,

길여옥, 포크로 사과를 집어 연웅에게 주면.


연웅 : (먹으면)

길여옥 : 근데 선우가 많이 늦는구나. 혹시 너한테 연락 없었니?

연웅 : 아뇨. 없었는데.

길여옥 : 그래? (그러면서 걱정스러운 듯 시계를 보면)



7. S# 병실. N


시계 밤 12시를 넘어가고 있고 선우, 의자에 앉아 무릎을 세운 채 얼굴을 묻고 잠이 들어있다.

화면, 이동하면 잠들어 있던 철웅, 짐짓 찡그리며 눈을 뜬다. 여기가 어딘가 둘러보다가 한쪽에 잠들어있는 선우를 본다.

그 뒤로 소파에 길게 누워 잠이 든 수탁도 보인다.

철웅, 아픈 듯 얼굴을 약간 찡그리며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다시 선우를 본다.

그저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여자.. 철웅, 가만히 손을 들어 선우의 머리를 넘긴다. dis.

(시간경과)

침대에 누워 배개를 베고 잠든 선우의 얼굴. 왠지 자리가 불편한 듯 돌아눕는다.

돌아눕다가 짐짓 눈을 떠본다. 그러다 멈칫! 자기 쪽을 보고 누워 잠든 철웅과 얼굴이 마주친다.

순간 눈을 번쩍 뜨는 선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왜 여기 누워 잠이 들어있지? 하는데

철웅, 척! 하니 선우의 어깨위로 손을 올리며 안는다.

선우, 더 시껍해서 바라본다. 바라보다가 최대한 철웅이 깨지 않도록 철웅의 팔을 치우면서 천천히 일어나 침대에서 내려온다.

내려오다가 그만 쿵! 침대에서 떨어지는 선우.


선우 : 아야!


순간 곧바로 침대 밑에서 튕겨 오르듯 벌떡 일어나 돌아보는 선우.

목을 긁적거리며 돌아눕는 수탁. 계속 잠이 들어있는 철웅.

선우, 후유..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벽시계를 본다. 새벽 4시.

선우, 철웅이 다시 한 번 깊이 잠 들었나 확인하더니 조용히 소리 나지 않게 가방을 집어 들고 살금살금 밖으로 나간다.

문 닫는 소리와 함께 누워있던 철웅, 슬그머니 실눈을 뜨고 본다. 픽 웃는..



8. S# 병실 앞 복도.


밖으로 나온 선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선우 : (작게) 이상하네. 내가 언제 침대에 올라간 거야 대체? 어우..


전혀 기억에 없는 그녀, 고개를 휘휘 가로젓더니 가방을 메고 한쪽으로 프레임-아웃되면.



9. S# 병실 안.


철웅, 선우가 누워있는 옆자리를 바라보며 가만히 손을 얹는다. 아직 남아있는 온기를 느끼는 듯..바라보는 시선에서.



10. S# 철웅의 집. 거실.


살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오는 선우. 주방에만 불이 켜져 있고 길여옥 음식 만드는 모습이 얼핏 보인다.

선우, 본다. 보더니 살그머니 이층으로 올라가면.



11. S# 연웅의 방.


연웅 : (놀라서 보며) 뭐요? 우리 철웅 오빠가 병원에 입원했다구요?

선우 : 쉬, 쉬쉬쉬.. (웃옷을 끼워 입다 말고 손가락을 입에 대며) 조용히 해. 할머니 들으시면 걱정하셔.

         (그러면서 얼른 옷을 마저 입으면)

연웅 : (같이 소리 죽이며) 대체 어떤 자식들이래요? 에? 어떤 자식들이 우리 오빠 건든 거래요?

         아우 내가 이 자식들을 그냥. (하면서 옆에 있는 스파링백을 퍽! 치면)

선우 : 일단 진정하구. 우선은 연웅이 니가 가게일 끝나는 대로 병원에 가서 철웅이 좀 지키구 있어줘야겠어.

         아무도 얼씬 못하게.. 깡패 녀석들 와서 절대 철웅이 못 데려가게. 알았지?

연웅 : 알았어요. 가게는 못 나가더라두 철웅오빠는 지켜야죠.

선우 : 가게 일에 너무 지장은 주지말구.

연웅 : 일자리는 짤리면 또 구하면 되지만 우리 오빠는 세상에서 하나뿐이예요.

         걱정 말아요. 철웅 오빠 내가 잘 지키구 있을께요.

선우 : (보는데)

길여옥E : 얘들아! 식사해라!

선우 : (동시에) 네! 할머니!

연웅 : (동시에) 네! 할머니!

선우 : (보며) 당분간 할머니하구 아저씨한텐 비밀이다. 알았지?

연웅 : 걱정 말아요. 내 입은 천근만근이니까.

선우 : (믿음직하게 보는 시선에서)



12. S# 평창동 주방.


김필중, 안으로 들어오면 현자, 승희, 서준, 자리에서 일어난다.

김필중, 앉으면 다시 일제히 자리에 앉는다.

김필중, 비어있는 태희 자리를 본다.


김필중 : 태희는?

현자 : 일찌감치 출근했다네요. 신입사원 주제에 무슨 큰일 한다구 새벽부터 출근해가며 생색인지..

서준 : 누난 원래 뭐든 열심히 하잖아요.

현자 : 항상 그게 좀 지나쳐서 탈이지.

김필중 : 윤희 넌 지내기가 좀 어떠냐?

승희 : ... (딴생각)

김필중 : (? 승희를 보면)

현자 : 얘.

승희 : 네? (그제야 현자를 보면)

현자 : 할아버지 너한테 말씀하시잖아.

승희 : (김필중을 돌아보면)

김필중 : 지내면서 불편한 게 있거나 필요한 게 있으면 태희나 고모한테 그때, 그때 얘기해. 어려워 말구.

승희 : 네에. (그러면서 흘끗 서준을 보면)

서준 : (빤히 승희를 보고 있다)

승희 : (먼저 시선 돌리면)

김필중 : (그런 승희를 본다. 시선에서)



13. S# 김필중의 방.


김필중, 넥타이를 멘다. 그 옆에서 외투를 들고 서 있는 현자.


현자 : 윤희 말이예요 아버지. 지켜보면 지켜 볼수룩 오빠는 물론이구 그 여자하고도 닮은 데가 없어 보여요. 안 그래요?

김필중 : ..

현자 : 아무리 십몇 년 동안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지만 어쩜 성격이 그리 포악하구 제멋대론지..

         (흘끗 눈치 한번 보며) 아무래도 저 애.. 따로 뒷조사 해봐야 하는 거 아닌지 몰라요.

김필중 : (넥타이를 다 메면)

현자 : (외투 입혀드리며) 제가 사람을 붙여볼까요 아버지?

김필중 : 쓸데없는 짓 하지마라.

현자 : 하지만..

김필중 : 태희 이제야 겨우 맘 잡았어. 회사일 적응하고 자리 잡을 때까지 태희 심경 건드리는 짓은 일체 하지 마.

현자 : 그래두 영 찜찜하잖아요, 아버지.

김필중 : (말허리 자르며) 저 애가 진짠지 아닌지는 나한테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건.. 태희가 더 이상 지 동생 걱정 안하고 자기 일에 몰두할 수 있게 된 거다.

현자 : (멈칫.. 보면)

김필중 : 태희는 지금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시기야. 괜히 쓸데없는 짓해서 태희 마음 산란하게 만들지 마.

            (그러더니 돌아서서 나간다)

현자 : (표정 굳어 본다. 보면서)



14. S# 평창동 거실.


현관으로 나가 신발을 신는 김필중.

현자, 기분상한 채 입 꼭 다문 채 바라보는 위로


서준 : 다녀오세요 할아버지.

승희 : 다녀오세요.

김필중 : (승희를 한번 보더니) 그래. (돌아서서 나가면)


서준, 이층으로 올라간다.

승희, 현자와 시선 마주치면 현자 기분 나쁘게 승희를 아래 위로 보더니 그대로 지나쳐 방 쪽으로 간다.

승희, 가시 방석 같은 기분으로 한숨.. 돌아보는 시선에서.



15. S# 달리는 김필중회장의 차 안.


운전하는 박귀중과 그 뒤로 앉은 김필중.


김필중 : 박기사.

박귀중 : 네 회장님.

김필중 : 자네가 알아봐줘야 할 일이 하나 있어.

박귀중 : 네?

김필중 : 우리 둘째 손녀딸 윤희 말인데.. 알아볼게 좀 있어서.

박귀중 : ? (빽밀러로 보는 시선에서)



16. S# 엘리베이터 앞.


땡! 문이 열리면서 안에서 나오는 태희. 사무실 쪽으로 걸어 나오면.



17. S# 사무실 안.


청소중인 선우. 마지막으로 방향제를 칙칙 뿌리고는 흐뭇한데

그 뒤로 들어서는 태희, 들어서다가 멈칫.. 선우와 마주친다.

선우, 태희를 보더니.


선우 : (얼른 꾸벅 인사하며) 안녕하세요! 일찍 출근하셨..(네요..소리가 떨어지기 전에)

태희 : (그대로 선우를 지나쳐 자리로 가 앉는다)

선우 : (멈칫.. 돌아본다.)

태희 : (가방에서 이것저것 업무서류들을 꺼내 들춰본다)

선우 : (보다가) 승희는 요즘 잘 지내나요?

태희 : ...

선우 : (본다. 보다가 다시) 저기.. 저번에 도시락은 잘 먹었습니다. 사실은요. 팀장님이랑은 대리점에서 일할 때부터 알았어요.

         원래 친절하신 분이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저한테 잘해주시는 거예요.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시라 구요.

태희 : (완전무시. 일부러 책상서랍을 열어 뭔가를 찾는 듯)

선우 : (보더니) 그럼 수고하세요. (돌아서는데)


그 때 안으로 들어서는 재혁.

선우, 재혁을 보고 멈칫.. 보면.


재혁 : (선우를 보고 빙긋 웃음) 좋은 아침이예요 이선우 씨.

태희 : (목소리에 멈칫.. 돌아보지 않은 채 시선만)

선우 : (어색하게) 안녕하세요, 팀장님. (그러면서 태희 쪽을 돌아보면)

재혁 : (? 해서 돌아보다가 태희를 본다. 보더니) 좋은 아침이예요, 김태희 씨.


태희, 잠시 간격을 두고 있더니 일어서서 돌아본다.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보며.


태희 : 네. 좋은아침이네요, 팀장님.

재혁 : (본다)

태희 : (본다)

선우 : (왠지 분위기 어색한데)


그 뒤로 들어서는 다른 사원들, 인사하는 소리.

재혁, 인사를 받으며 그대로 선우와 태희를 지나쳐 사무실로 들어간다.

재혁이 지나쳐가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도로 자리에 앉아 아주 사무적인 표정으로 업무서류를 들여다보는 태희.

선우, 그런 태희를 본다. 시선에서.



18. S# 재혁의 사무실.


회의 테이블에 재혁과 오한영, 그리고 사원들이 모여 앉아있고

회의용 테이블 뒤쪽으로 일렬로 앉아 회의를 경청하는 신입사원들. 태희도 한쪽에 보인다.


재혁 : 상대측 회사 무선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 반응은 어때?

오한영 : 일단 긍정적입니다.

재혁 : 일단 긍정적이라니. 너무 추상적이잖아. 뭐가, 어떻게, 어떤 연령층에서 긍정적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자료로 제출해.

오한영 : 내일까지 보고서 올리겠습니다.

재혁 : 우리 측에서도 다음달부터 무선인터넷 서비스에 돌입하게 될 거야. 이번 무선 인터넷 시장에서 따라잡지 못하면

         우리 모두 다 같이 사표 쓸 각오해야해. 그 쪽에서 하면 우리도 한다. 무조건 윈윈 전략으로 따라잡는 거야. 알았지?

다같이 : 네. (하는데)


갑자기 한쪽에서 번쩍 손을 드는 태희.

재혁, 멈칫.. 태희를 보면. 회의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던 사람들 일제히 돌아본다.


재혁 : 말해보세요 김태희 씨.

태희 : 언제까지 그런 식으로 해야 하는 거죠?

재혁 : 무슨 뜻입니까.

태희 : 언제까지 상대편 회사가 하는 대로만 따라갈 건지.. 그걸 묻고 있는 겁니다. 팀장님.

재혁 : (본다. 보더니) 상대편 회사는 무선통신업계에 선두주자예요. 후발주자인 우리 업계로서 선두와 맞붙어 싸우려면

         미투 전략으로 나가는 게 가장 효과적이죠. 시간을 줄일 수 있고 또 안전하니까.

태희 : 안전할 순 있겠지만 여전히 후발주자라는 이미지는 벗어날 수 없겠네요. 그렇죠?

재혁 :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예요?

태희 : 상대편 회사가 하는 대로 따라가는 일보다는 상대편 회사를 따돌릴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은데요, 팀장님.

         좀 더 독창적인 걸루요.

오한영 : (태희의 말에 슬쩍 재혁 쪽을 보면)

재혁 : (태희를 본다, 보더니) 뭔가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모양인데 말로만 그러지 말고 기획안으로 제출하도록 하세요.

         그럼 검토해보죠.

태희 : (보면)

재혁 : (업무서류 탁 접으며)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다들 일어서서 밖으로 나가는 가운데.


재혁 : 김태희 씨 나랑 잠깐 얘기 좀 합시다.

태희 : (나가려다 말고 돌아본다)



19. S# 사무실 앞.


밖으로 나오는 직원들. 마지막으로 나오며 문을 닫는 오한영, 뒤돌아 쳐다보는 시선에서.



20. S# 재혁의 사무실안.


태희 : 네? 무슨 말씀이세요?

재혁 : 내가 하는 말마다 토 달구 반박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어.

태희 : 저는 이런 회의 자리에선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얘기해도 되는 줄 알았는데요. 팀장님.

재혁 : 처음 참석하는 회의였구, 나는 니 상사야.

태희 : 그럼 아무 대꾸도 할 수 없다는 뜻인가요?

재혁 : 너 저번 그 일로 아직두 나한테 잔뜩 꼬여있는 거야? 그래서 일부러 당해봐라.. 맘먹구 대드는 거냐구.

태희 : (보면)

재혁 : 자기 힘으로 어떻게든 살아볼려구 하는 사람이야 그 여자. 도시락 하나쯤 얼마든지 선심 쓸 수 있는 거잖아.

         그게 그렇게 너한테 문제가 되는 거니?

태희 : 장재혁이라는 남자가 그런 선심까지 쓸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거.. 미처 몰랐네요. 다음부턴 참고하도록 하죠, 팀장님.

재혁 : 제발 그 팀장님이라는 소리 좀 빼고 얘기할 수 없어?

태희 : 회사잖아요.

재혁 : 태희야!

태희 : (본다)

재혁 : (보면)

태희 : 내가 정말 그 여자 때문에 이런다구 생각해?

재혁 : (보면)

태희 : 그 여자는 나한테 아무것도 아니야. 그 여자가 너한테 어떤 마음을 갖고 있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구.

         내가 신경 쓰이는 건.. 바로 너야.

재혁 : (본다)

태희 : 그 여자 앞에서 소리 내서 웃던 니가..자꾸만 신경이 쓰인다구. 알아?

재혁 : (보면)

태희 : (보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나간다)


쿵. 닫히는 문. 재혁, 바라보는 시선에서.



21. S# 화장실.


안으로 들어와 물을 틀고 손을 닦는 태희. 다시 물을 잠그고 거울을 본다.

자꾸만 유치해지는 것 같은 기분.. 싫다. 그대로 한숨 내쉬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태희의 얼굴에서.



22. S# 휴게실 앞 공중전화.


선우, 전화를 걸고 있다.


선우 : 어. 연웅아. 나야. 어떻게.. 철웅이 병원엔 가봤어?



23. S# 철웅의 집 마루.


핸드폰을 받으며 안으로 들어오는 연웅. 신발을 벗으며.


연웅 : 글쎄 병원 밥 입에 안 맞는다구 집에 가서 도시락 싸오래잖아요. 그래서 지금 막 집에 다시 들어오는 길이예요.

선우 : (insert>) 깡패자식들 또 안 나타났었구?

연웅 : 아뇨. 병실 문 앞에 두어 자식 지키구 서 있는 것들까지 내가 발차기루 다 쫒아버렸어요. 내 발차기 알아주잖아요, 왜.

         (씩 웃으며 주방으로 들어가면)



24. S# 휴게실 앞 공중전화.


선우 : (웃음) 그래. 알아주지. 어쨌든 안심이다. 그래 알았어. 나두 일 끝나는 대루 들어갈게. 그래. 그럼.

         (전화를 끊는다. 그러면서나 즉히 한숨, 시선 돌리면)



25. S# 주방.


여기저기 뒤적거리다 보온 통을 찾아 사골국물을 담는 연웅. 그러면서 국자로 자기도 한번 떠먹어본다.


연웅 : (소주 마시듯) 카아! 맛좋다. (마저 담는 모습에서)



26. S# 병실안.


대접에 사골국물을 따르는 연웅.

철웅, 흠.. 냄새 좋게 한번 들이 마시고는 밥을 만다. 후룩후룩 먹는 철웅.


연웅 : 그렇게 집 밥이 먹구 싶으면 집에 들어올 일이지. 몇날며칠 외박까지 하며 뭐하나 했더니..대체 꼴이 이게 뭐야?

수탁 : 저는 말렸습니다. 연웅 씨. 분명히 안된다구 말렸었습니다. 정말입니다.

철웅 : 그래서 툭하면 선우한테 달려가 꼰질르는 거냐? 사내자식이 되갖구 챙피한 줄을 알어 임마.

수탁 : (입 다물면)

연웅 : 오빠야 말루 챙피한 줄을 알어. 건달은 영원한 자유인이라며?

         그랬던 사람이 왜 갑자기 변심한 거야? 왜 갑자기 깡패들하구 어울리는 건데?

수탁 : 거기엔 그만한 사연과 사정이 있습니다, 연웅 씨..

철웅 : 어허.

수탁 : (보며) 연웅 씨한테까지 뭐 숨길게 있겠습니까.. (하는데)

철웅 : 어허!!

연웅 : 걔네들한테 뭐 약점 잡힌 거 있어 오빠?

철웅 : 아녀자가 그런 거까지 알 거 없다. (후룩 먹으면)

연웅 : (기막혀) 하여튼 남자들은 이게 문제야. 권위의식 앞세워 여자들 엄청 무시하면서 뒤에서 사고나 뻥뻥 저지르구 다니구.

         그러면서 꼭 뒷치닥거리는 여자들이 다 하게 만들지.

철웅 : (흘끔 보며) 그래서 불만 있냐?

연웅 : 생각을 해봐. 불만 없게 생겼나. 할머닌 오빠 안 들어온다구 걱정이 태산이지.

         선우언닌 오빠 간병하다 밤새 한숨도 못자구 곧바로 일하러 나갔지.

         나는 오빠 지키겠다구 가게일도 못 나가구 이러구 있지.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냐구. 오빠 한사람 땜에.

수탁 : 그러게 말입니다.

연웅 : 아무리 가족이래두 오빠 이러는 거 민폐야.

수탁 : 민폐구 말구요. 암요.

연웅 : 친오빠만 아니었으면 벌써 이단옆차기 날라 갔네.

수탁 : 제 동생이었으면 삼단으루 날렸습니다. 연웅 씨 (하는데)

철웅 : (순간 탁! 숟가락 소리 나게 놓으며 두 녀석들을 돌아본다)

연웅 : (멈칫.. 본다)

수탁 : (멈칫.. 보면)

철웅 : 아무래두 내가 너무 오랫동안 늬들을 풀어준 거 같다. 그렇지? 아무래도 나사 좀 조여야겠지?

연웅 : 오빠..

수탁 : 아니 형. 우리는 그런 뜻이 아니라..

철웅 : (찌릿! 수탁을 노려보면)

수탁 : (눈빛에 멈칫.. 입을 다물고 본다)

연웅 : (본다. 죽었다..)



27. S# 병실앞 복도.


지나가는 간호사들과 환자들, 흘끔흘끔 돌아보며 지나간다.

병실 앞 복도에서 귀 잡고 오리걸음으로 왔다 갔다 하는 수탁과 연웅.


연웅 : 내가 못살아 정말..

수탁 : 그러게 말입니다. 초등학교 때두 안하던 짓을..대체 이 나이에 이게 뭔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연웅 씨.

철웅 : 말이 많다! 두 사람 다 왕복 20회 추가!

연웅 : 어우씨..

철웅 : 어우씨? 너 지금 어우씨라 그랬냐?

연웅 : 아니 오빠 그게 아니라..

철웅 : 박연웅 왕복 10회 추가!

연웅 : (미치겠군. 소리도 못 내고 입 꽉 무는데)

수탁 : 형! 가녀린 연웅 씨한테 10회 추가라뇨! 너무한 거 아닙니까? (뭔가 대들듯 쳐다보면)

철웅 : 그래서! (무섭게 노려보면)

수탁 : (금세 기죽어) 저기.. 5회만 추가해주시면.. 안될까.. (요? 하는데)

철웅 : 좋아. 그럼 니가 연웅이 거까지 해서 30회 추가해라.

수탁 : 네?

철웅 : 뭐해! 빨리 안 해?

수탁 : (괜히 편들었다. 씨.. 울상으로 오리걸음 걸으면)

철웅 : 짜식들이.. (보는 시선에서)


연웅, 수탁, 열심히 오리걸음으로 왕복. 오가며 흘끔거리고 쳐다보는 사람들.

씩 웃는 철웅의 모습에서.



28. S# 평창동 거실.


울리는 전화벨.


현자 : (수화기를 들어올리며) 여보세요?


그 때 이층에서 내려오는 승희, 그 위로.


현자 : 네. 맞는데 누구세요? 누구요? 승희요?

승희 : (지나치다가 멈칫.. 이쪽을 돌아본다)



29. S# 국밥집 방안.


오산댁 : 네. 제가 우승희 엄마 되는..

황국도 : 김윤희.. 김윤희.

오산댁 : (보더니) 아, 네.. 저기 저는 김윤희를 키워줬던 엄마 되는 사람인데요. 지금 통화 좀 잠깐 할 수 있을까 해서요. 네.



30. S# 평창동 거실.


승희 : 제.. 전화예요?

현자 : (흘끗 보더니) 잠깐만 기다려보세요. (수화기 넘겨주며) 너 키워줬던 사람이랜다.

승희 : (본다)

현자 : 뭐해? 빨리 와서 안 받구.

승희 : (다가와 수화기를 집어 든다. 돌아서서) 여보세요?

오산댁 : (insert>) 어! 그래 승희야! 엄마야.

승희 : 아.. 네에. (현자 눈치 보며) 어쩐 일이세요? (그러면서 돌아서서 작게) 글쎄 그 일은 안 된다구 말했잖아.

         그러니까 전화 자꾸 하지 말라구.

현자 : (흘끗 승희를 쳐다보면)

승희 : (의식하고) 알았어요. 제가 그리루 갈께요. 글쎄 지금 간다구. 끊어요. (그러면서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현자 : 그 쪽 사람들이 뭐 귀찮게 하는 거 있니?

승희 : 네? 아뇨.. 그냥 제가 잘 있나 궁금해서 전화했대요.

현자 : 니 안부 궁금한 거 다 좋은데..앞으로는 집에 자주 전화하지 말라 그래라.

         그런 사람들 집에 자꾸 전화하는 거 별로 유쾌한 일 아니야.

승희 : (흘끗 보면)

현자 : 그런 사람들 괜히 섣불리 잘해주면 더 엉겨 붙어. 습관 들면 골치 아프니까 니가 알아서 짤라.

승희 : (티껍게 보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이층으로 올라가버린다)

현자 : (시선에서)



31. S# 승희의 방.


쿵! 문을 닫고 들어오는 승희 잔뜩 화가 난듯 씩씩거리면서 돌아보더니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다.



32. S# 국밥집 앞.


성난 듯 씩씩거리며 걸어오는 승희, 국밥집 문을 열고 들어서면.



33. S# 국밥집 안.


오산댁과 황국도 뛰어나와 승희를 반기며.


오산댁 : 아이구! 승희야!

황국도 : 어이구 오랜만이다 야! 워메 귀티가 자르르 흐르는 게 완전히 땟국물 벗어버렸고마 이?

승희 : (전혀 반갑지 않은 얼굴로 싸늘하게 두 사람을 보면)

오산댁 : 오느라구 피곤하지? 들어가자. 응? (하는데)

승희 : 엄마 미쳤어?

오산댁 : (? 멈칫.. 본다)

황국도 : (? 돌아보면)

승희 : 전화하지 말라니까 왜 자꾸 전화해? 내가 들켰으면 좋겠어? 내가 가짜라는 게 들켜서 쫒겨나는 꼴 보구 싶어?

         대체 사람 불안하게 왜 자꾸 전화하는 거야! 왜!

오산댁 : 승희야..

승희 : 제발 보채지 좀 말란 말야. 그 집 할아버지 아직 나 경계하구 있어.

         고모라는 여자는 나 내쫒을 거리 없나 호시탐탐 노리고 있구, 사촌오빠라는 사람두 날 완전히 안 믿고 있다구 알아?

         나 아직 살얼음판이야. 근데 왜 엄마까지 덩달아 들쑤시지 못해 안달이냐구!

오산댁 : 너.. 너 이 기집애 지금 너..지금 엄마한테 그거 말이라구 하는 거야? 어?

승희 : 제발 부탁인데.. 쓸데없이 그 집에 전화하지 마. (황국도 보며) 아저씨두 우리 엄마 옆구리 그만 찔르라구요. 알았어요?

황국도 : 아니 글씨 나는 딴 뜻이 있어 그런 게 아니라.. 그래도 니가 그 집에 붙어 있을 적이 한몫 단단히 잡아놓는 게

            상책이 아닐까 싶어서... (하는데)

오산댁 : 그래 이 년아!! 너한테 전화질 해대서 미안허다. 눈치 없는 에미 땜에 엄한 딸년만 잡게 생겼구나 그렇지?

            알았다. 다시는 전화질 안 할 테니까 걱정 붙들어 매구 가서 너 혼자 잘먹구 잘살어 이 년아! 알았어?

            (그러면서 섭섭해서 시선 돌리면)

승희 : (본다. 보더니 달래듯) 그 집 할아버지 건강이 별루 안 좋대. 만에 하나 돌아가시면 나한테두 재산이 떨어질게 될지 몰라.

         그렇게 되면 나 엄마 모른 척 안 해. 그러니까 그때까지만 좀 참아달라구. 응?

오산댁 : 글쎄 됐다구 이년아. 다 필요 없으니까 가라구! (그러더니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황국도 : (보면)

승희 : (속상해서 본다)



34. S# 국밥집 방안.


안으로 들어와 베게 깔고 돌아눕는 오산댁.

잠시 후 그 뒤로 들어서는 승희, 오산댁을 본다. 보더니.


승희 : 지금은 섭섭하겠지만.. 조금만 참아... 내가..엄마 딸 우승희가 구겨진 엄마 인생 다 펴줄 테니까. 조금만 참으라구. 알았지?

오산댁 : (돌아누운 채 듣기만)

승희 : 알았지?

오산댁 : ...

승희 : (본다. 왠지 미어져서 보다가 돌아서는데)

오산댁 : 끼니 놓치지 말구 잘 쳐 먹구 다녀. 부잣집에 들어가 있는 년 얼굴 꼴이 왜 그 모양이야? 까칠해가지구..

승희 : (순간 울먹.. 돌아본다. 보더니) 갈께. (밖으로 나가면)

오산댁 : (슬그머니 일어나 돌아본다. 보다가 한숨)



35. S# 국밥집 앞.


밖으로 나오는 승희, 문에 잠시 기대선 채 한숨.. 한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면.



36. S# 동사무소.


들어서는 박귀중, 동사무소 직원 앞으로 다가서서 종이를 내밀며.


박귀중 : 여기 이 여자분 본적 좀 알려고 하는데요.

직원 : (본다) 우승희 씨? (귀중을 보며) 무슨 관계시죠?

박귀중 : (웃음으로) 먼 친척 됩니다.

직원 : 잠깐만 기다리십쇼. (안쪽으로 들어가면)

박귀중 : (본다. 시선에서)



37. S# 휴게실.


멍하니 앉아 있는 승희의 얼굴.

그 원경으로 두리번거리며 나타나는 태희, 승희를 발견하고 다가선다.


태희 : 윤희야.

승희 : (짐짓 돌아보더니 일어선다) 언니..

태희 : 어쩐 일이야 니가? 회사까지?

승희 : 그냥.. 지나다가 들렸어요.

태희 : 정말 그냥 들린 거야? 다른 일 있는 건 아니구?

승희 : 뭐 별루.. (하면서 이내 씁쓸한 미소)

태희 : 왜? 무슨 일 있었니? 집에서 또 고모랑 무슨 문제 있었어?

승희 : 아니예요. 그런 건 아니구..

태희 : 아니면 뭔데?

승희 : 사실은.. (보며) 전에 살던 국밥집에 갔다 오는 길이예요.

태희 : 전에.. 살던 집?

승희 : 저 키워주신 두 분 만나고 오는데.. 영 마음이 편치가 않아서요. 나는 이렇게 좋은 친언니 만나 잘먹구 잘사는데..

         그 분들은 아직도 국밥집에서 국밥이나 팔면서 그렇게 힘들게 살아가는걸 보니까 마음이 아파서..

         (말을 못 잇고 시선 돌리면)

태희 : 그랬구나. 언니가 회사일 시작하느라구 미처 거기까지 신경을 못썼다.

승희 : 아니예요. 언니 신경 쓰게 할려구 꺼낸 얘기 아니예요. 절대루 부담 같은 거 마세요.

태희 : (보며 빙긋 웃더니) 아냐. 그렇잖아두 할아버지가 그분들한테 뭔가 해주고 싶다시길래

         지금 하고 계시는 국밥집을 두 분 명의로 바꿔주자고 말씀드렸어.

승희 : 네? (솔깃해서 본다)

태희 : 그래. 이제 그 가게.. 그 두분 가게가 될 거야. 그러니까 앞으로 월세 걱정 같은 거 안하셔두 돼.

승희 : 언니.. (감동했다)

태희 : (보며) 미안하다. 니가 이렇게 신경 쓰기 전에 말해줬어야 했는데..

승희 : (본다. 보더니 꼭 끌어안는다) 고마워요. 언니. 정말 고마워요. 나.. 정말 언니한테 잘할 거야. 정말이예요.

태희 : 그래. (웃으면서 다독여준다)

승희 : (좋아서 웃는 얼굴에서)



38. S# 로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승희, 빙긋 웃음. 걱정거리가 사라졌다. 쭉 내려오다가 문득 고개 돌리는데

저쪽으로 선우 비슷한 애가 지나가는 게 보인다.

승희, 멈칫..해서 돌아보면. 선우, 비상구문을 열고 사라진다.


승희 : 설마.. 이선우..? (의아해서 보는 시선에서)



39. S# 비상구 안.


문을 밀고 들어서는 승희, 아래위로 돌아보다가 저 윗 쪽으로 소리가 들린다.

승희, 올려다본다. 보더니 천천히 올라간다.



40. S# 복도 일각. (비상구와 복도 연결되어있는 일각)


마대로 비상구와 복도가 연결된 한쪽을 닦고 있는 선우. 그 때 툭툭.. 코피가 떨어진다.

어? 하면서 얼른 손으로 막으며 고개를 뒤로 젖히는 선우.

그 때 그 뒤로 지나가던 재혁, 무심코 돌아보다가 멈칫.. 다시 돌아본다.


재혁 : 이선우 씨? 이선우 씨 왜 그래요. (다가서면)

선우 : 어? 팀장님.. (코를 막은 채 돌아보면)

재혁 : (다가와 살피더니 얼른 손수건을 꺼내 선우의 코에 대준다)

선우 : 감사합니다. (어색하게 웃으면)



41. S# 신사업팀 사무실.


일을 하고 있는 태희, 옆에 있는 핸드폰을 본다. 보다가 핸드폰을 열고 문자를 보내기 시작한다.

“아까는.. 내가 지나쳤어. 이따 끝나구 잠깐 만나자. 태희.“



42. S# 비상구 계단.


계단에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앉아있는 선우. 그 옆에 앉는 재혁, 선우를 보며.


재혁 : 괜찮겠어요?

선우 : 걱정 마세요. 금방 멈출 거예요.

재혁 : (보더니) 무슨 일을 코피 나도록 해요? 요령 같은 거 피울 줄 몰라요?

선우 : (픽 웃음) 어제 친구가 좀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거든요. 밤새 잠을 좀 설쳤더니 그래서 그런가 봐요.

재혁 : 친구..? 혹시 그 때 주먹 쓰던 그 남자친구요?

선우 : (베식 웃음) 네에.

재혁 : (보며) 이선우 씰 많이 좋아하는 거 같든데.

선우 : 저한테 무지 잘해줘요. 어쩔 땐... 바보 같을 정도로 잘해줘요.

재혁 : 이선우 씨도 그 친구 많이 좋아해요?

선우 : 네. (그러다) 남자 여자.. 뭐 그런 관계는 아니구요.

재혁 : (본다)

선우 : (본다. 어색한 웃음.. 시선 돌리는데)


문자 왔다는 소리. 재혁, 주머니에서 핸드폰 꺼내 확인한다. 본다. 보더니 말없이 도로 닫고 시선 돌린다.

선우, ? 그런 재혁을 보면.



43. S# 신사업팀 사무실.


태희,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답멜을 기다리지만 오지 않고.

태희, 재혁의 사무실 쪽을 쳐다본다. 시선에서.



44. S# 비상구 일각.


올라오다가 더 이상 선우가 없자, 승희, 김샌 표정으로 아닌가? 하면서 도로 내려 가려는데

그 때 윗 쪽에서 들리는 목소리.


재혁 : 좀 어때요?

선우 : 코피는 다 멎은 거 같애요.


승희, 내려가려다 말고 멈칫.. 고개 들어 쳐다본다.

화면 이동하면 그 바로 윗쪽 계단에 나란히 앉아 있는 선우와 재혁.


선우 : 팀장님 그만 가보셔야 하는 거 아니예요?

재혁 : (시계를 보더니) 오 분만 더 있다 가죠. 괜찮죠?

선우 : (그 말에 본다)

재혁 : 왜요? 나하구 있는 게 불편해요?

선우 : 아뇨., 그게 아니라..

재혁 : 아닌데 왜 그래요?

선우 : (본다. 보더니) 저한테 너무 잘해주지 마세요. 물론 팀장님이야 별 뜻 없이 잘해 주시는 거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할 수 있잖아요.

재혁 : 다른 사람.. 누구요?

선우 : (본다) 그 여자 분이요.

재혁 : (본다. 씁쓸하게 웃으며 시선 돌리면)

선우 : 알아요. 두 분 사이.. 제가 신경 쓸 문제 아니라는 거. 알지만 그래두 저 때문에

         괜히 두 분한테 쓸데없는 오해가 생길까봐 마음이 쓰여요.

재혁 : ...

선우 : 이 손수건은 내일까지 빨아다 드릴께요. (그러면서 일어서는데)

재혁 : 내가 싫어요?

선우 : (멈칫.. 돌아본다)

재혁 : (보며) 내가 싫은 겁니까?

선우 : 아뇨. 싫다뇨.

재혁 : 근데 왜 항상 도망치듯 가버리는 거예요?

선우 : 제.. 제가요?

재혁 : 항상 그랬어요. 항상.. 이선우 씨가 먼저 도망치듯 가버렸다 구요. (보며) 내가 그렇게 불편한 사람이예요?

선우 : 아뇨.

재혁 : 그럼 내가 무서운가?

선우 : 그런 게 아니구..

재혁 : 무서운 것도 아니면 뭐예요? (보며) 날 좋아하게 될까봐 그래요?

선우 : (멈칫.. 본다. 보더니) 농담이래두 그런 말 하지 마세요. 팀장님... 저 같은 사람한테 그런 장난치시는 거 아니예요.

         (그러면서 마대 들고 돌아서는데)

재혁 : (일어서며) 나는 농담 같은 거 잘 못하는 사람이예요. 이선우 씨 상대로 뭐 하러 이런 농담해요.


선우, 그 말에 멈칫.. 그러나 대꾸 없이 아랫 층으로 돌아선다.

몇 계단 내려서다가 멈칫.. 그 아랫 쪽에서 무서운 시선으로 올려다보고 있는 승희와 마주친다.

승희, 기가 막힌 표정으로 보면

선우 옆으로 뭔가 해서 프레임-인 되는 재혁의 얼굴. 재혁 역시 승희를 보며 멈칫..


승희 : 허.. (기가 막힌 표정으로 바라보는 시선)

선우 : (잘못 걸렸다. 시선 돌리는데서)



45. S# 회사내 산책로.


승희 : (돌아보며) 너 미쳤구나.

선우 : (보면)

승희 : 어떻게 니가 이 회사에서 일 할 생각을 했어? 우리 할아버지 회사라는 거 몰랐니?

         여기서 청소일 같은 거 하면 내가 너 불쌍하게 생각해서 그냥 둘 줄 알았어?

선우 : 일자리가 생겨서 들어온 것뿐이야.

승희 : 그러셔? 그래서 우리 언니 남자까지 또 건드리셨어?

선우 : 그런 거 아니야 승희야.

승희 :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내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두 아니야?

선우 : (보면)

승희 : 너 아주 간이 부어두 단단히 부었구나? 너 지금 제 정신 아니지? 그래. 그러니까 감히 우리 언니 남잘 건드리는 거겠지.

선우 : 말이 좀 지나치다. 우승희.

승희 : 넘볼 걸 넘봐 기집애야! 그 사람 미국 유학까지 갖다 오구 곧 우리 언니랑 결혼할 사람이야. 알어?

         그런 사람이 너한테 마음 같은 거 줄 거 같애?

선우 : (보면)

승희 : (바싹 다가서며) 철웅 오빠하구 아저씨야 니 맘대루 할 수 있겠지만 여긴 바닥이 달라.

         너 같은 게 함부로 판칠만한 데가 아니라구. 그러니까 냉수 마시구 속 차려 기집애야. 알았니?

         (그러더니 그대로 툭! 어깨를 치며 가버린다)

선우 : ...! (굳은 표정으로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다. 시선에서)



46. S# 재혁의 사무실.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재혁. 그 뒤로 들어서던 태희, 멈칫.. 재혁의 뒷모습을 본다.

태희가 들어온 줄도 모르고 생각에 잠긴 재혁..

태희, 본다. 보다가 도로 조용히 문 닫고 나간다.

재혁의 모습에서.



47. S# 평창동 집전경. (밤)



48. S# 승희의 방. (밤)


왔다 갔다 하는 승희, 이를 어쩐다.. 어쩐다.. 그러면서 바깥쪽을 돌아본다. 시선에서.



49. S# 이층거실.


욕실에서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나오는 태희.

소파 앞에 시원한 맥주 캔을 여러 개 갖다놓고 그 중 하나를 들어따고 있는 서준.


서준 : 시원한 맥주예요. 마시구 싶어 할 거 같아서.

태희 : 이야. 이젠 독심술도 할 줄 아니 너?

서준 : 앉아요.

태희 : (앉아서 서준이 건네주는 맥주를 마신다)

서준 : 회사일은 어때요? 재미있어요?

태희 : 그럭저럭. 넌 요즘 어때?

서준 : 이제야 누나가 날 좀 아는척 해주는구나. 윤희 집에 들어 오구 나서 완전히 변방으로 쫒겨 난 기분이었는데.

태희 : 그래도 얼굴은 좋아 보인다? 여자 생겼니?

서준 : 그래 보여요?

태희 : 어? 생겼구나. 누구야?

서준 : (웃음) 그냥 좀 특이하구 재밌는 애를 만났어요.

태희 : 특이하구 재밌는 애?

서준 : 네. 근데 좀 사납구 거칠어요. 길들이는데 애 좀 먹게 생겼어요.

태희 : 누군지 궁금하다. 너 이렇게 장황하게 여자얘기 늘어 논 적 없었잖아.

서준 : 나중에 좀 고분고분 해지면 누나한테 젤 먼저 보여줄께요. (웃는데)


그 뒤로 방에서 나오는 승희.

태희, 서준, 돌아본다.


태희 : 어. 윤희야 너두 이리와. 너두 맥주한잔 해라. 시원한 게 맛있어.

승희 : 그 보다두 저기.. 언니한테 할 말이 있는데.

태희 : (본다)

서준 : (돌아보는 시선에서)



50. S# 태희의 방. (밤)


태희, 놀라서 쳐다보는 얼굴.


태희 : 그게.. 무슨 소리야?

승희 : 장재혁 씨 관리 잘하시라 구요 언니.

태희 : (? 보면)

승희 : 아까 회사에서 언니 만나구 오다가 장재혁 씨 하구 선우 기집애 같이 있는 거 봤어요.

         왜 제 친구 있잖아요. 대리점에서 일부러 박스 무너뜨렸던 그 기집애요.

         그 기집애가 장재혁 씨한테 꼬리치구 있드라니까요.

태희 : 뭐야?

승희 : 그 애.. 아주 독한 기집애예요. 뭐든 맘먹으면 다 지껄루 만들어버린다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철웅 오빠두

         그렇게 뺏어 가버렸어요. 그러구두 뻔뻔스럽게 지가 잘못한 거 하나두 없단 식으로 나오는 애라 구요.

태희 : (본다. 생각하는 시선으로 돌리면)

승희 : (흘끗 눈치 보며) 내가 이런 말해서 맘 상한 거 아니시죠? 언니가 결혼까지 할려구 맘먹은 남잔데..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 싶어서..

태희 : 아니야. 잘 말해줬어 윤희야.

승희 : 조심하세요, 언니. 그 기집애.. 정말정말 위험한 애예요.

태희 : (본다. 시선에서)



51. S# 제하그룹 일각. (밤)


뒷목을 주무르며 걸어 나오는 선우.

그 때 그 앞으로 다가와 멈춰서는 재혁의 차.


선우 : 어? (돌아보면)

재혁 : (차에서 내린다)

선우 : 팀장님..

재혁 : 타요. 바래다 줄께요.

선우 : 아니예요 팀장님. 그러실 거 없어요. (돌아서는데)


재혁, 갑자기 선우의 손을 잡는다.

선우 놀라서 보면 재혁, 선우의 손을 잡고 조수석 쪽으로 데려오더니 문을 열고 태운다.

쿵! 문을 닫으면 선우, 다시 문 열고 나오려고 한다.

재혁, 그 문을 잡고 본다. 보더니.


재혁 : 할 얘기가 있어요. 타요.

선우 : (본다)

재혁 : 타요.

선우 : (도로 천천히 차에 올라탄다)

재혁 : (문을 닫는다)


운전석에 올라타는 재혁, 그대로 차를 출발시킨다.

재혁의 차가 프레임-아웃 되고 그 반대차선으로 화면 이동하면 세워져 있는 태희의 차.

운전대를 잡은 채 멍하니 앉아 있는 태희, 천천히 돌아본다. 어떻게 이럴 수가.. 바라보는 시선에서.



52. S# 철웅의 집 근처 골목. (밤)


다가와 멈춰서는 재혁의 차.

선우, 재혁을 한번 보더니 말없이 차에서 내리려는데.


재혁 : 내가 미친놈 같아요?

선우 : (멈칫.. 돌아보지 않은 채 그대로 있으면)

재혁 : (자조적인 웃음) 대답이 없는걸 보니.. 미친놈 같아 보이는 모양이군요.

선우 : 안녕히 가세요, 팀장님. (내리려는데)

재혁 : 그냥.. 선우 씨 옆에 있는 게 편해요.

선우 : (멈칫..)

재혁 : 선우 씨가 웃고 있는 걸 보면.. 나도 웃게 돼요. 전염병처럼.. 선우 씨가 느끼는 행복이 나한테도 전해져 오는 거 같아서..

         그래서 자꾸만 선우 씨 옆에 있고 싶어져요.

선우 : (그 말에 천천히 돌아본다. 보면)

재혁 : 나는.. 행복이나 웃음에 인색한 사람이예요. 누군가를 평생 미워하고 증오하면서 살아왔으니까.. 근데..

         (선우를 보며) 선우 씰 보고 있으면 자꾸만 희망이 생겨요. 이젠 나두 조금은 행복해져도 되지 않을까..

         이젠 나두.. 조금은 편안해져도 되지 않을까 하구요.

선우 : (그 말에 글썽..해져서 본다)

재혁 : (보면)

선우 : 나는.. 항상 일이 꼬이기만 하구 잘 풀리는 것두 없는데다.. 누군가한테 항상 폐만 끼치는...

         스스로 생각해도 별로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항상 생각해왔어요.

         힘들 때마다 징징거리고 울면.. 그나마 날 좋아해준 사람들이 지겨워할까봐.. 그래서 더 크게 소리 내서 웃고 다녔어요.

재혁 : (본다)

선우 : (보며) 몰랐어요. 이렇게 보잘 것 없는 내가.. 누군가한테 희망을 줄 수도 있다는 거.

         (순간 툭.. 떨어지는 눈물... 얼른 헤! 웃음으로 닦아내더니) 고맙습니다. 그렇게 절 좋게 봐주셔서.

         하지만 전.. 팀장님한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닌 거 같아요.

재혁 : (보면)

선우 : 바래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더니 차에서 내린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가는..)

재혁 : (본다)



53. S# 철웅의 집 마당. (밤)


안으로 올라오는 선우.. 잠시 그러고 서서 먼 곳을 바라본다. 시선에서 dis.



54. S# 재혁의 차안.


담배 불을 붙이며 차 안에 앉아있는 재혁, 길게 한숨을 내쉬는 모습.. 그러더니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하는데서.



55. S# 철웅의 집. 거실. (밤)


마루에 앉아 식사하는 선우, 연웅. 그리고 박귀중과 길여옥.


박귀중 : (국물 맛을 보며) 아이구 아주 맛있네요, 어머니.

길여옥 : 사골이 아주 좋더라구. 선우도 어여 먹어라.

선우 : 네 할머니. (되도록 밝게 먹으려고 하는데)

길여옥 : 우리 철웅이 녀석이 곰국을 참 좋아하는데.

박귀중 : 맞습니다. 어머니가 끓여주는 곰국이면두 대접두 뚝딱이죠, 그 녀석. 허허.

길여옥 : 당체 요즘은 얼굴을 볼 수가 없으니 이런 걸 해두 어디 멕일 수가 있나 원.. 에이그.

연웅 : 걱정 마 할머니. 내가 벌써 갖다 줬는데 뭐. (하다가 멈칫.. 말이 잘못 나왔다)

선우 : (멈칫. 보면)


박귀중과 길여옥, ?해서 돌아본다.


길여옥 : 갖다 줘? 어디루?

연웅 : (순간 멈칫..) 어? 어어.. 아니 그게..

박귀중 : 연웅이 너 느이 오빠 어딨는지 알구 있었냐? 그러면 오빠한테 집에 좀 들어오라 그러지 왜. 할머니가 걱정 많으시다구.

연웅 : 아.. 아니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길여옥 : 뭐야. 혹시 무슨 일 있는 거냐? 아이구 답답하다. 말 좀 해봐.

연웅 : 아니 그게.. (하다가) 아... 자꾸 말이 꼬이네.. (하는데)

선우 : 사실은 병원에 있어요, 할머니.

길여옥 : (놀란다) 뭐어? 병원?

박귀중 : 아니 철웅이가 왜? 어디 다쳤냐?

연웅 : 그게.. 오빠가 깡패들이랑 좀 싸웠나봐. 그래서..

길여옥 : 뭐어? 깡패허구 싸워? 아이구 세상에 이게 무슨 소리냐? 아범아 철웅이가 깡패허구 싸웠댄다.

박귀중 : (선우 보며) 지금 어느 병원에 있냐? 어?

선우 : (본다. 두 사람을 돌아보는 시선에서)



56. S# 병원복도. N


앞장서서 걸어오는 선우와 그 뒤로 다급하게 뒤 쫒아오는 길여옥과 박귀중, 그리고 연웅.

병실앞쪽으로 걸어오는데 문 앞에 서 있는 깡통과 패거리들.

길여옥과 박귀중, 저 사람들은 또 누군가 싶어 보면.


깡통 : 언니야. 이 사람들은 다 누꼬.

선우 : 누구긴. 철웅이 가족 분들이시지.

깡통 : 가족? (돌아보더니 얼른 정중히 인사한다. 하다가 뒤에 패거리 보더니) 이 노무짜슥들. 뭐하노! 인사 안 드리고.

패거리들 : (일제히 구십 도로 구부리며) 안녕하십니까.


길여옥, 박귀중, 어이없이 보는 시선에서.

선우, 어이없이 보더니 병실 문을 밀고 들어선다.



57. S# 병실 안. N


선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면 안에 있던 인수, 자리에서 일어나 본다.


철웅 : (보더니) 어? 선우야! (반갑게 웃는데)


그 뒤로 들어서는 길여옥, 박귀중, 연웅..


철웅 : 어? 할머니.. (놀라서 본다)

길여옥 : 아이구 철웅아! 아이구 내 새끼.. 이게 무슨 일이냐? 어? 대체 어딜 얼마나 다친 거야.

            (다가서서 어디 다친데 없나 살펴보면)

철웅 : 괜찮아 할머니.

길여옥 : 괜찮긴 인석아.. 붕대루 온몸을 칭칭 감았는대두 괜찮어? 대체 넌 언제 철들래? 언제. 어?

박귀중 : 너 정말루 괜찮은 거냐? 어디 크게 다친 덴 없구?

철웅 : 없어요, 아버지. 걱정 마세요.

박귀중 : (한시름 놓는 표정으로) 어머니. 크게 다친 덴 없다네요. 맘 놓으세요.

길여옥 : 아이구 내 새끼.. 아이구.. (여기저기 쓰다듬는다)


바라보던 인수, 조용히 밖으로 나간다.

선우, 나가는 인수 돌아본다. 철웅, 나가는 인수를 본다. 시선에서.



58. S# 병실 복도. N


밖으로 나오는 인수, 깡통과 패거리들 에워싸면 뒤따라 나오는 선우.


선우 : 이봐요.

인수 : (돌아본다)

선우 : 보셨죠? 철웅이한텐 저렇게 걱정해주는 가족들이 있어요.

         그러니까 다시는 당신들 하는 일에 자꾸 철웅이 끌어들이지 말라 구요. 알았어요?

인수 : (본다. 보는데)


그 때 선우 뒤로 나오는 철웅.


선우 : 너 뭐하러 나와? 할머니하구 같이 있지.

인수 : (본다. 그러더니 조용히 돌아서서 간다)

철웅 : (가는 인수를 본다. 그 쪽으로 따라가려고 하자)

선우 : (잡는다) 어딜 따라가?

철웅 : 남자들끼리 할 얘기가 있어 그래. 잠깐 있어. (그러더니 인수를 따라 나간다)

선우 : (보면)



59. S# 병원 밖 일각. (병원 정원도 좋고) N


깡통과 패거리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에스코트하고 있고 한쪽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는 인수와 철웅.

인수, 철웅에게 담배를 주고 불까지 붙여준다. 철웅, 받아 피운다.


인수 : (자기 담배에도 불을 피운 다음) 너.. 계속할 수 있겠냐?

철웅 : (? 돌아본다)

인수 : 나는 니가.. 우리들처럼 가족이 없는 줄 알았다. 저렇게 할머니까지 계신 줄 알았음.. 너 안 건드렸을 거야.

         (돌아보며) 어쩔래. 니가 싫다면 여기서 관둬두 돼.

철웅 : 나한테 힘이 되 줄 수 있다 그랬잖아요. (보며) 약속은 약속 아닙니까?

인수 : (보면)

철웅 : (픽 웃음. 먼 곳을 보며) 옛날에 이소룡 땜에 한번 가출한 적이 있었어요.

         그 때 아버지한테 무지 혼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이런 말씀을 해 주시더라 구요.

         사내자식으로 한번 태어나서 목숨 걸고 누군가 따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 구요.

인수 : (보면)

철웅 : 솔직히 말하자면 대장이 마음에 들어요. 뭔가 통하는 게 있는 거 같다 구요. 살면서 그런 사람 만나는 거... 쉽지 않잖아요.

인수 : (보면)

철웅 : (빙긋 웃더니 먼 곳으로 시선 돌리며 담배 연기를 날린다)

인수 : (철웅을 본다. 시선에서)



60. S# 복도. N


천천히 걸어오는 철웅, 걸어오다가 멈칫.. 보면

선우, 한쪽 의자에 앉은 채 잔뜩 화가 난 눈초리로 철웅을 보더니 저쪽으로 고개를 돌려버린다.

철웅, 본다. 보다가 천천히 다가와 그 옆에 앉는다.

선우, 삐져서 옆자리로 떨어져 앉는다.

철웅, 보더니 슬그머니 옆에 붙어 앉는다.


선우 : (고개 돌린 채로 있으면)

철웅 : 미안하다. 내가 할 줄 아는 게 이 짓뿐이 없어서..

선우 : 팔다리 멀쩡한데 할 수 있는 게 왜 이 짓뿐이 없어? 차라리 공사장에 가서 벽돌을 날러.

         누굴 때리면서 먹구 사는 것보다 그러는 게 더 뱃속 편하지 않니?

철웅 : (본다. 조금은 관조적으로 픽 웃더니 분위기 바꾸며) 내가 재밌는 거 하나 보여줄까?

선우 : ? (보면)

철웅 : 잠깐만 있어봐. (그러더니 갑자기 꿇어앉아 선우의 운동화 끈을 풀기 시작한다)

선우 : 야, 뭐해? 야아..


철웅, 운동화 끈을 다 푼 다음 한쪽 주머니에서 반지케이스를 꺼내더니 선우의 운동화 끈에 매달아 끼운다.

선우, 멈칫.. 보면.

철웅 반지가 매달린 그 끈을 선우의 목에 걸어준다.


선우 : (멍해져서 보면)

철웅 : 자. 이제 니 액운은 끝났어. 이제 안 좋은 일도 안 일어날 거구 기억 안 나는 꿈두 안 꿀 거야.

         니가 잃어버린 거랑 똑같은 반지는 아니지만..그 반지 대신이라구 생각해. 알았지?

선우 : (순간 울컥..해져서 보면)

철웅 : 고맙지? 정말 눈물 나게 고맙지? 그럼 기념으루다 여기에 뽀뽀 한방만 날려라.

선우 : (꾹 참고 계속 보기만..)

철웅 : 뽀뽀 안 해줄 거야? 그럼 내가 또 할까?

선우 : 바보 같은 자식.. (그러더니 순간 글썽해져서 벌떡 일어나 가버린다)

철웅 : (? 돌아보면)



61. S# 병원밖 일각.


뛰어나오는 선우, 자꾸 눈물이 나온다.

손등으로 닦아내는 선우.. 그러면서 운동화 끈에 달린 반지를 쳐다본다. 바라보는 시선에서.


선우 : 바보 같은 자식..


훌쩍거리며 반지를 꼭 쥐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 원경으로 프레임-인 되는 철웅. 선우의 모습을 보며 베식.. 웃는다. 행복하다. 시선에서.



62. S# 달리는 재혁의 차 안.


생각에 잠겨 운전하고 있는 재혁의 얼굴. 울리는 핸드폰 벨, 받는다.


재혁 : 여보세요. 어.. 그래. 일은 잘 되 가고 있는 거야? 좋아. 그럼 내일부터 사들이기 시작하자구.

         물론 배후에 내가 있다는 건 철저히 비밀로 해줘야 해. 김회장이 눈치 채면 곤란해지니까. 그래. 다시 연락하지.


그러면서 핸드폰을 끊고 창밖을 본다. 왠지.. 우울한 시선에서..



63. S# 재혁의 오피스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재혁, 불을 켜는데 안에 서 있는 태희.

재혁, 멈칫.. 쳐다보면.


태희 : 놀랬니? (차분하게 냉정을 유지하며 본다) 니가 안 오길래 관리실에 문 좀 열어달라고 부탁했어.

재혁 : 그랬구나. 잘했어. (그러면서 외투를 벗으며 들어서는데)

태희 : 그 여자하구 같이 있었니, 지금까지?

재혁 : (멈칫.. 돌아본다)

태희 : 저녁때 회사 앞에서 너 기다리구 있었어. 그 여자.. 억지루 니 차에 태워 같이 가는 거 봤어.

재혁 : (본다)

태희 : (보며) 너.. 왜 이렇게 내 기분 비참하게 만드는 거니? 나한테 엉뚱한 상상하지 말래 놓구

         너 왜 자꾸 나한테 이상한 상상하게 만드는 거야?

재혁 : (시선 돌리며) 피곤하다. 다음에 얘기하자.

태희 : 그 여자는 괜찮구 난 피곤하구?

재혁 : 태희야.

태희 : 니 마음을 알고 싶어. 너.. 나하구 결혼할 생각은 있는 거니?

재혁 : 그 문젠 시간을 좀 더 갖기로 했잖아.

태희 : 아니. 오늘 들어야겠어.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재혁 : (보면)

태희 : 대답해. 너 정말 나하구 결혼할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 (보며) ...대답해.


태희, 끝까지 냉정을 유지한 채 재혁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스틸.

<15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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