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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두] 17 - 위험한 거래 (上)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8.11.19|조회수430 목록 댓글 0

[유리구두] 17 - 위험한 거래 (上)











1. S# 정원 (밤)


승희 : 제발 여기로 전화 좀 하지 마. 간 떨어져 죽겠어 정말.

         (그러다가) 아 참, 그리구 태희 언니가 그 국밥집 엄마명의로 해주겠대.

         뭐.. 너무 좋아할 거 없어. 어디까지나 이건 시작에 불과하니까. 언젠간.. 내가 이 집안의 반을 차지하게 될 거잖아?

         (씩 웃으면서 빙그르 돌아서는데 순간 멈칫..)


어둠속에서 천천히 나타나는 김필중. 뒷짐을 진 채 표정 없이 승희를 본다.


승희 : (순간 들고 있는 전화기를 떨어뜨린다. 숨이 멎을 듯.. 겨우) 하... 할아버지...

오산댁F : 얘! 승희야! 승희야!


김필중, 떨어진 전화기를 한번 본다. 다시 승희 쪽으로 시선 옮기며 엄한 표정으로 바라보면.

승희, 석고상처럼 뻣뻣이 굳은 얼굴로 덜덜 떨면서 김필중을 본다.

심장이 멎을 듯 바라보는 승희의 얼굴에서 fade-out.



2. S# 평창동 집전경. (밤)



3. S# 김필중의 서재. (밤)


안으로 들어오는 김필중, 한쪽에 앉는다. 그 뒤로 따라 들어오는 승희, 문을 닫고 선다.

이미 두려움과 떨림으로 어쩔 줄 모르는 승희, 보면.


김필중 : 이리와 앉거라.

승희 : (덜덜 떨며 천천히 다가선다. 걸음도 제대로 안 걸어질 정도)

김필중 : (표정 없이 빤히 승희를 보더니 엄하게) 너.. 나와 내 가족을 잘도 속였구나.

            그래. 나를 상대로 언제까지 이런 짓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게냐.

승희 : 하.. 할아버지 그게.. (하는데)

김필중 : (버럭) 내가 어떻게 니 할애비야!!

승희 : (움찔! 공포로 얼어붙은듯 바라보면)

김필중 : 이런 교활하고 뻔뻔한 것 같으니.. 감히 나와 내 가족을 기만해? 니가 그러고도 무사할 줄 알았어!!! (호통에)

승희 : (심장이 멎을 듯한 공포로 김필중을 본다)

김필중 : (표정 없이 싸늘하게 노려보면)

승희 : (순간 갑자기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으며 고개를 숙인다) 살려주세요, 할아버지! 죽을죄를 졌어요!

         제가.. 욕심 때문에 어, 어, 어떻게 됐었나 봐요. 제하그룹 손녀딸을 찾는다는 말에 머리가 돌았었나 봐요.

         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어요. 한번만 살려주세요.

김필중 : (싸늘함..)

승희 : (불쌍할 정도로 덜덜 떨며 뚝뚝 눈물까지 흘리며) 가난하고 못살아서 그랬어요.. 하고 싶은 건 너무 많은데

         제가 타고난 환경이 그지 같아서..그래서 갑자기 눈이 뒤집힌 거라 구요. 저도 여기까지 오게 될 줄은 몰랐어요.

         진짜예요. 믿어주세요.. (꺼이꺼이.. 흐느끼며) 태희 언니한테 나쁘게 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어요.

         정말이예요. 믿어주세여... 믿어주세여어... (흐느낀다)

김필중 : (한심하고 딱하게 본다. 보더니) 일어나라.

승희 : (고개 숙인 채 덜덜덜..떨고 있다)

김필중 : 일어나 의자에 앉아.


승희,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고개를 든다. 덜덜덜 떨며 겨우 의자를 집고 일어나 앉는다.


김필중 : 하나만 묻자. 니가 갖고 있던 그 반지는 어떻게 된 거냐?

승희 : 그... 그건..

김필중 : 속일생각말구 사실대루 얘기해! (엄하다)

승희 : (본다. 선우라고 밝히면 자긴 진짜 끝장이다.. 두려움..) 주.. 주운 거예요.

김필중 : 주웠다?

승희 : 사실은.. (시선 떨구며) 훔쳤습니다.

김필중 : (? 보면)

승희 : 옛날 정선에서 살 때.. 저희 엄마가 시장에 버려진 어떤 여자애 하나를 데려왔었는데..

         그 때.. 그 애가 목에 걸고 있는 걸 제가 훔쳤어요.

김필중 : 그 여자애는 어디에 있니 지금.

승희 : 모.. 몰라요.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집을 나가 버렸어요. 그 뒤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어요.

         (보며) 전부 사실이예요. 믿어주세요.

김필중 : 그럼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는 건..

승희 : 그 때 그 애가 아무 기억도 못했어요. 이름도, 살던 데도, 아무것도 기억을 못한다구. 그래서..

김필중 : (본다. 작은 한숨.. 시선 돌린다. 그렇게 된 거군..)

승희 : 정말 죽을죄를 졌습니다. 내일 당장, 아니... 오늘밤 당장이라두 짐 싸서 이 집에서 나가겠습니다.

         그러니까.. 한번만 용서해주세요. 용서해주세요.. (하면서 조아리면)

김필중 : (본다. 표정 없이 보는데서)



4. S# 거실. N


거실로 나오는 승희. 오금이 떨려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한 채 잠시 벽을 짚고 선다.

승희,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꾹 쥐더니 서재 쪽을 돌아본다. 아직도 덜덜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5. S# 김필중의 서재 N


심난하게 방안을 왔다 갔다 하는 김필중. 나즈막히 한숨을 내쉬며 돌아보는데서.



6. S# 태희의 방. N


업무서류를 들척이며 일을 하는 태희의 모습..옆에 있는 커피 캔을 들어 마신다. 마시는데 캔이 비었다.

태희,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7. S# 이층거실. N


방에서 나와 아랫 층으로 내려가려는데 어디선가 끙끙 앓는 신음소리.

태희, 멈칫.. 돌아본다. 어디서 나는 소린가 듣다가 승희의 방 쪽을 본다.



8. S# 승희의 방. N


어두운 방안. 문을 열고 들어서는 태희.


태희 : 윤희야.. 윤희야 자니?


하면서 들어서는데 침대위에 승희의 모습이 없다.

태희, 불을 켜고 방안을 살피면 한쪽 구석에 잔뜩 구부리고 앉은 채 덜덜 떨고 있는 승희.


태희 : (놀란다) 윤희야! (얼른 달려와 다가앉으며) 윤희야 너 왜이래? 윤희야!

승희 : (온통 땀을 흘리며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덜덜 떨고 있다)

태희 : (이마를 만져본다. 불덩이다 바깥쪽을 향해) 아줌마! 서준아!! 빨리 좀 와 봐요!

         (승희를 안으며) 윤희야아.. 너 왜 이래? 어디가 아픈 거야? 어?

승희 : (넋이 나간 표정으로 덜덜 떨기만)


뛰어 들어오는 서준.


서준 : 누나 왜 그래요?

태희 : 윤희가 이상해. 윤희가..

서준 : 네? (본다)

태희 : 우선 침대에다 좀 눕혀야겠어. 좀 도와줘 서준아.

서준 : 알았어요, 누나. (윤희를 안아들어 침대에 눕힌다)


그 뒤로 뛰어 들어오는 예산댁과 현자.


현자 :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인데 이 한밤중에 소란이야 대체?

서준 : 윤희가 아픈가 봐요.

태희 : (보며) 서준아 주치의한테 연락 좀 해줘.

서준 : 알았어요. (얼른 밖으로 뛰어나간다)

태희 : 아줌마는 얼음주머니랑 해열제 좀 갖다 주시 구요.

예산댁 : 네. (뛰어나가면)

현자 : 저녁 먹을 때까지 멀쩡하던 애가 왜 갑자기 그런다니?

태희 : 윤희야.. 윤희야 정신 차려. 응?

승희 : (쇼크 상태로 여전히 멍한 시선. 계속 덜덜덜 떨기만 한다)

현자 : (대수롭지 않게 흘끗 보는데서)



9. S# 거실. N


예산댁, 급하게 얼음주머니랑 물, 해열제 등등을 챙겨 올라가면

엇갈려 내려오는 현자. 심드렁한 표정으로 걸어 내려오는데.


김필중 : 무슨 일이냐?

현자 : 윤희가 좀 아픈가 봐요. 갑자기 심하게 오한이 나는 모양인데.. 신경 쓰실 정돈 아니 구요, 아버지.

김필중 : ... (윗 쪽을 돌아본다. 시선에서)



10. S# 이층거실. N


밖에서 서성이는 서준. 윤희의 방에서 주치의 나오면.


서준 : 좀 어떻습니까, 선생님.

주치의 : 뭔가 정신적으로 충격을 좀 받은 모양인데.. 이젠 많이 안정됐습니다.

서준 : 네에. (그러면서 윤희 방 쪽을 보면)



11. S# 승희의 방. N


승희, 눈을 감은 채 잠들어 있는 듯.

태희, 그 옆에 앉아 승희의 손을 꼭 잡는다. 반지를 끼고 있는 승희의 손과 반지를 끼고 있는 태희의 손...

태희, 그 손을 꼭 잡으며 걱정스럽게 승희를 본다.

덜덜 떨고 있는 승희의 얼굴에서.



12. S# 공원일각. N


한숨을 내쉬는 선우. 옆에 앉아 돌아보는 철웅.


철웅 : 그만해. 그만하구 집에 들어가자.

선우 : (다시 또 한숨..)

철웅 : 한숨 그만쉬어. 땅 꺼지겠다.

선우 : 차라리 땅이 꺼져서.. 나두 푹 꺼져버렸음 좋겠다.

철웅 : (보면)

선우 : 앞으로 무슨 일을 해서 먹구 살지..그 걱정을 또 해야 하니까 그냥 막막하구 마음이 답답하다.

         (그러면서 다시 길게 한숨을 내쉬면)

철웅 : (그런 선우를 물끄러미 보더니.. 시선 돌리며) 미안하다.

선우 : (? 돌아본다) 뭐가?

철웅 : 이럴 때 너한테 아무 힘도 못 되 줘서.. 이럴 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선우 : 내가 짤린 게 니 탓두 아닌데 뭘.

철웅 : ...

선우 : (본다. 보더니) 바보.

철웅 : (? 흘끔 돌아보면)

선우 : 이럴 때 옆에 있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데. 여태까지 난.. 이렇게 힘든 일 생기면

         항상 나 혼자 울구 나 혼자 힘들어하구 그랬었어. 하소연하고 싶어두 들어줄 사람두 없었으니까.

         근데 이젠 니가 옆에 있잖아. 이렇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게..얼마나 고마운 일인데. 몰랐냐?

철웅 : (보면)

선우 : (빙긋 웃음) 걱정하지 마. 난 괜찮아질 거야. 너두 알지? 나 이러다 또 금방 씩씩해지는 거.

         (심호흡 크게 하더니) 괜찮아. 난 괜찮아질 거야.

철웅 : (보면)

선우 : 들어가자. 할머니 걱정하시겠다. (그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간다)

철웅 : ... (돌아본다. 왠지 씁쓸한 시선에서)



13. S# 철웅의 집 앞. N


나란히 걸어오는 선우와 철웅.


선우 : 그나저나 넌 그 깡패들하군 완전히 손 씻은 거니?

철웅 : 어? 어어.. 뭐 그렇지. (시선을 피하면)

선우 : 하여튼 한번만 더 그 불량깡패들 하구 어울리기만 해봐. 그 땐 진짜루 혼날 줄 알어 너.

철웅 : (웃음)

선우 : 어? 웃지 마. 나 진짜루 하는 얘기야.

철웅 : 어련하겠냐.

선우 : (웃음) 아, 배고프다. 야. 우리 들어가서 찬밥 남은 거 비벼먹을까? 열무김치 넣구 고추장 넣구.. (입맛 다시며) 어때?

철웅 : 니가 해주는 건 뭐든지 다 좋아. 돌하구 모랠 비벼준대두 맛있게 먹을 거야 난.

선우 : (픽 웃음. 고개 돌리며 오다가 멈칫.. 걸음을 멈춘다)

철웅 : (? 선우를 보다가 같이 앞을 돌아보면)


차에서 내려서는 재혁, 두 사람을 향해 선다.

순간 철웅, 표정 굳어서 본다.


선우 : 어? 팀장님.. (본다)

재혁 : (그 앞으로 다가서며) 지금 오는 길이예요?

선우 : 네. 근데 어쩐 일루 오셨어요?

재혁 : 선우 씨한테 할 말이 있어요. 시간 좀 내줄 수 있어요?

선우 : 지금요? (하는데)

철웅 : 할 말은 무슨 할 말? 이제 선우 그 회사에서 일 안하는 거 몰라?

재혁 : 알아요. 그 문제 때문에 찾아온 겁니다.

철웅 : 됐어! 당신하구 할 얘기 없어! 돌아가!

선우 : 야아. 너 왜 이래. (보면)

철웅 : 야심한 밤에 찾아와 무슨 할 얘기? 정 할 얘기 있음 내일 날 밝을 때 전화로 하슈. 에?

재혁 : (보며) 좀 빠져주겠습니까. 그 쪽한테 볼 일 있어 온 거 아니예요.

철웅 : 뭐야? 이 자식이 근데! (하면서 당장이라도 칠 기센데)

선우 : 야! 지금 뭐하는 짓이야 너! 그만두지 못해?

철웅 : (멈칫.. 선우를 돌아보면)

선우 : (재혁을 보며) 말씀하세요, 팀장님.

재혁 : 선우 씨하고 단 둘이서 할 얘긴데요.

선우 : (? 본다. 보더니 철웅에게) 너 먼저 들어가.

철웅 : 못 들어가.

선우 : (본다. 보더니) 알았어, 그럼. (재혁에게) 팀장님 저쪽으로 가실래요? (하면서 먼저 걸음을 옮긴다)

철웅 : ! (뒷통수 맞은 표정으로 보면)

재혁 : (본 뒤 돌아서서 선우 쪽으로 간다)

철웅 : 이씨... (보는 시선에서)



14. S# 모퉁이. N


모퉁이 뒤에서 프레임-인 되는 철웅, 돌아보면 저쪽으로 멀리 보이는 재혁과 선우를 보면.



15. S# 다른 일각. N


재혁 : 왜 갑자기 회살 그만 둔거예요?

선우 : 그게.. (하는데)

재혁 : 나 때문이예요?

선우 : 네? (멈칫.. 보면)

재혁 : 나 때문에 이선우 씨 불편해서.. 그래서 그만둔 거냐구요.

선우 : 아우 아니예요 그런 거.. 팀장님이 저한테 얼마나 잘해주셨는데.. 그냥 개인적인 오해가 좀 있었어요.

         정말루 팀장님땜에 그만둔 거 아니예요.

재혁 : (그 말에 본다. 안심..) 그렇다면 됐어요.

선우 : (? 보면)

재혁 : 실은 우리 신사업 팀에서 사무보조를 두 사람 뽑는데 그 중에 한사람으로 이선우 씨를 추천해놨어요.

         우리 신사업 팀에서 같이 일해보지 않을래요?

선우 : 네?

재혁 : 왜요. 싫어요?

선우 : 싫은 건 아니지만..

재혁 : 좋아요. 그럼 일하는 걸로 알께요. 내일 오후에 회사로 이력서 가지고

         오한영이라는 사람한테 가 봐요. 그 친구가... (하는데)

선우 : 근데 왜 저예요?

재혁 : (무슨 뜻인지.. 보면)

선우 : 왜 절 추전하신건지 알고 싶어요. 혹시.. 제 처지가 안 되구 불쌍해서.. 그래서 동정심 때문에 도와주시는 건가요?

재혁 : 내가 그렇게 동정심 많은 사람처럼 보입니까?

선우 : (보면)

재혁 : 그렇다면 이선우 씨가 잘못 본 거예요. 나는 사람한테 동정심 같은 거.. 함부로 보이지 않아요.

         회사 일에 개인적인 감정 개입시킬 만큼 로맨티스트는 더더욱 아니 구요.

선우 : 근데..

재혁 : 꿈이라고 그랬잖아요.

선우 : (멈칫.. 본다)

재혁 :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게 꿈이라 그러지 않았어요?

선우 : (보면)

재혁 :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어요. 거기다 내가 본 이선우 씨는 자기 일에 항상 최선을 다하고 성실한 사람처럼 보였어요.

         아마.. 내가 시험관이었다면 이선우 씨 같은 사람을 가장 먼저 입사 시켰을 겁니다.

선우 : 팀장님..

재혁 : 내가 추천했다구해서 너무 기대거나 믿지 말아요. 능력 없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짤릴 수 있어요.

선우 : (본다, 순간 핑그르..)

재혁 : 왜.. 내 제의가 맘에 안 들어요?

선우 : (고개를 가로젓다가) 아뇨. 그게 아니라.. (순간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하면)

재혁 : 이건 내가 도와주는 게 아니예요. 이선우 씨는 충분히 그럴 자격 있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이런 기회도 온 거라구.. 그렇게 생각해요.

선우 : (본다. 툭.. 떨어지는 눈물.. 얼른 닦으며 웃는다)

재혁 : (같이 웃는 얼굴에서)



16. S# 길 일각. N


모퉁이에서 지켜보던 철웅, 순간 주먹을 꾹 쥔다. 자기가 해주지 못한걸.. 저 자식이 이렇게 한순간에 해결해 주다니.

철웅, 선우가 눈물을 닦아내며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본다. 마주 서서 바라봐주는 재혁의 따뜻한 미소..

그 둘을 표정 없이 뚫어지게 바라보는 철웅, 그대로 돌아서는데서.



17. S# 철웅의 집 거실. N


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선우.


선우 : 다녀왔습니다, 할머니.

길여옥 : 어이구 그래 선우 지금 오냐?

연웅 : 철웅 오빠는 언니? 언니 철웅 오빠랑 같이 있었던 거 아니예요?

선우 : 무슨 소리야? 철웅이 아직 안 들어왔어?

연웅 : 아뇨. 안 들어왔는데.

선우 : (이상하다. 어떻게 된 건가 돌아보는 시선에서)



18. S# 길 일각. N


철웅의 집 언덕을 천천히 내려오는 재혁의 차. 그 때 갑자기 그 앞으로 성큼 다가서는 그림자.

재혁, 놀라서 끽 브레이크를 밟는다. 서 있는 사람 바로 앞에서 멈춰서는 차.

재혁, 고개 들어 보면 헤드라이트 앞에 꿈쩍않고 서서 바라보는 철웅.

재혁, 본다. 보더니 굳은 표정으로 차에서 내린다. 철웅 앞으로 다가서며.


재혁 : 지금 뭐하는 겁니까, 위험하게!

철웅 : 너야 말루 선우한테 무슨 수작 피우는 거야.

재혁 : 뭐라 구요? (냉정 유지할 것)

철웅 : 경고하는데 선우한테 함부로 접근하지 마! 선우.. 내 여자야. 내가 좋아하는 여자라구! 알아?

재혁 : (본다. 보더니) 이선우 씨도 그렇게 생각합니까?

철웅 : 뭐? 이 자식! 너 나한테 죽고 싶냐!

재혁 : 처음엔 멋모르고 한 대 맞았지만 두 번짼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아 나두!

철웅 : 그래서. 맞짱 한 번 떠보자 그거냐? 좋아. 내 쪽에서두 바라던 바야. 덤벼. 덤벼! (특유의 제스츄어로 준비하는데)

재혁 : (어이없는 웃음으로 무시) 대체 나한테 이렇게 대드는 이유가 뭐야.

철웅 : 선우 옆에서 얼쩡대지 말란 뜻이다.

재혁 : 왜? 겁나나?

철웅 : (멈칫.. 본다)

재혁 : 이선우하고 내가 가까워 질까봐 겁나서 이래?

철웅 : 웃기지 마. 선우는 절대로 너 같은 놈 안 좋아해. 좋아할 리 없어.

         너처럼 겉만 번지르르한 자식하군 차원이 다른 여자니까. 알아?

재혁 : 나도 이선우에 대해 좀 아는데..성실하고 부지런한 사람이야. 무슨 일이든 자기 노력으로 결과를 얻고 싶어 하지.

         (보며) 너 같은 건달이 어울릴만한 여자가 아니야. 그건 누구보다도 니가 제일 잘 알고 있을 텐데.

철웅 : (뜨끔.. 정곡을 찔렸다. 대답 못한 채 그저 노려보면)

재혁 : 나는.. 이선우 씨가 잘 되길 바래. 너 같은 사람이 앞길을 가로막지만 않는다면.. 아마 더 잘될 거야.

철웅 : (본다. 그 말의 충격으로 노려보면)


재혁 그대로 돌아서서 차에 올라탄다. 철웅을 비켜 가버리면

그 자리에 혼자 남은 철웅.. 그 때까지 주먹을 든 채 멍하니 서 있더니 어느 순간 힘없이 턱.. 주먹을 내리고 마는..

천천히 재혁이 간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시선에서.



19. S# 철웅의 집 마당. (밤)


힘없이 계단을 걸어 올라오는 철웅, 들어서려는데.


길여옥E : 그래? 아이구 잘됐구나.

철웅 : (멈칫.. 걸음을 멈추고 보면)



20. S# 철웅의 집 마루. N


연웅 : 언니 진짜 대단하네? 뭐야 그럼. 그 동안 그 회사에서 청소 일을 했었단 말야?

선우 : 어어. 이젠 짤리긴 했지만.. (헤 웃음)

길여옥 : 그러게 너처럼 살려구 노력하는 사람한텐 길이 열린다잖니.

            아이구 너무 잘됐구나. 팀장인지 뭔지 하는 사람.. 복 받겄다.

선우 : 아직 얼떨떨해요. 덥썩 일을 시작해도 되는 건지두 아직 잘모르겠구.. 그냥 좀 걱정되는 일두 있구..

길여옥 : 무슨 일이든 걱정이 앞서면 되던 일두 안 되는 법이다. 앞뒤 재지말구 일단 시작해 보는 거야.

            열심히 하다보면 길두 보이구 방법두 생기는 거거든.

선우 : (본다. 빙긋 웃음) 네 할머니.. (길여옥을 보면)



21. S# 다시 철웅의 집 마당. N


연웅E : 암튼 축하해요 언니.

길여옥E : 그러게. 나두 니가 잘된 것 같구나.


연웅와 길여옥과 함께 선우의 웃음소리..

마당에 서서 그 소리를 다 듣던 철웅, 한숨.. 그대로 돌아서서 밖으로 나간다.



22. S# 인수창고. N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철웅. 안에 있던 깡패들 후다닥 일어나 철웅에게 반 인사하면

씩씩거리며 들어와 한쪽에 있는 소주를 꺼내 입으로 따서 마신다.

깡패들 ? 해서 돌아보면 철웅, 갑자기 옆에 있는 샌드백을 다리차기로 돌려 찬다. 차고! 또 차고! 분이 풀리도록 돌려 차면

소리에 안에 있던 인수와 깡통, 무슨 일인가 해서 나와 보면

철웅, 미친 듯이 샌드백을 발로 차고 있다.


깡통 : 저 자슥! 저거 미칬나. 왜 갑자기 저 지랄이노.

인수 : (표정 없이 보면)


철웅, 마지막으로 포효하듯 소릴 지르며 퍽! 차는데서. 샌드백 끈이 턱! 끊어지면서 떨어진다.

숨을 몰아쉬며 바라보는 철웅,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씩씩거리며 쳐다보는 시선에서.



23. S# 철웅의 집 마당. N


팔짱끼고 서성이며 계단 쪽을 쳐다보는 선우, 철웅이 얜 대체 어딜 간 거야. 서성인다.



24. S# 연웅의 방. N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선우.


연웅 : (이불 피며) 철웅 오빠 아직 안 들어왔어요?

선우 : 어어..

연웅 : 그럼 그렇지. 며칠 집에 붙어 있는다 싶더니만.. (보며) 걱정 말아요 언니. 수탁오빠랑 어디서 또 내기당구 치구 있을 거야.

선우 : (본다. 조금은 걱정스러운 듯 시선 돌리는데서)



25. S# 인수의 사무실 안. N


혼자 소파에 썰렁하게 드러누워 있는 철웅..팔로 조용히 두 눈을 가리며 고개를 돌린다. 모습에서 fade-out.



26. S# 평창동 집전경. D



27. S# 승희의 방.


입술까지 바싹 타들어간 승희, 천천히 눈을 뜬다.

잠시 그러고 있다가 옆에 잠들어있는 태희를 본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면.


태희 : (짐짓 깨며) 윤희야.. 일어났니? 몸은 좀 어때?

승희 : (멍하니 태희를 본다)

태희 : (이마를 만지며) 열은 다 내렸네. 다행이다. 대체 무슨 일이야? 의사 말로는 뭔가 충격을 받은 거 같다 든데..

         언니한테 말해봐 무슨 일인지.

승희 : (표정 없이 시선 돌리면)

태희 : 왜. 말하고 싶지 않니?

승희 : ...

태희 : 그래.. 나중에 얘기하자. 누워 있어. 아줌마한테 죽 좀 만들어달라고 할께.

         (그러면서 한 번 더 머리를 쓰다듬은 뒤 일어나 나가면)

승희 : (혼자 남아 한숨 쉬는데. 그 때 밖에서)

태희E : 어? 할아버지.

승희 : (멈칫.. 일순 두려운 시선으로 문 쪽을 돌아보면)



28. S# 이층거실.


김필중 : 밤새 윤흴 간호하고 있었던 게냐?

태희 : 네.

김필중 : 회사 출근해야 하는 녀석이 그렇게 밤을 새우면 어떡해. 몸 상하잖아.

태희 : 괜찮아요, 전. 그보다 윤희 땜에 십년감수했어요. 어떻게 되는 줄 알구 얼마나 걱정 했나 몰라요.

         다행히 열이 많이 내려서 안심이예요.

김필중 :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여 내려가 아침식사해라.

태희 : 네. 윤희 죽 좀 먼저 갖다 주구요. (그러면서 아랫층으로 내려가면)

김필중 : (윤희 방 쪽을 돌아본다)



29. S# 윤희의 방.


승희, 두려운 듯 문 쪽을 돌아본다. 덜덜 떨려오는 몸.. 문 쪽을 돌아보는데서.



30. S# <회상> 김필중의 서재.


김필중 : 일단 널 어떻게 할지는 시간을 두고 생각해봐야겠다. 니가 한 짓에 대한 댓가는 달게 받을 각오가 돼 있겠지?

승희 : (덜덜 떨리는 표정으로 보면)

김필중 : 니 문젤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결정 내릴 때까지 넌 조용히 입 다물고 있거라. 집안 시끄럽지 않게..

            무슨 말인지 알겠냐?

승희 : (본다. 덜덜 떨리는 표정으로 보는데서)



31. S# 이층거실.


윤희의 방 쪽을 쳐다보는 김필중, 표정 없이 돌아서서 계단을 내려가면.



32. S# 윤희의 방.


긴장하고 있던 승희의 어깨가 순간 툭.. 떨어진다. 저 영감이 대체 날 어떻게 할려구 저러나.. 두려운 시선에서.



33. S# 제하그룹 전경. D



34. S# 엘리베이터 안.


사람들과 함께 올라타는 태희, 한쪽에 비켜서면.

사람들 거의 다 들어 타는 뒤로 뒤늦게 따라 올라타는 재혁과 오한영.

재혁, 올라타다가 한쪽에 있는 태희를 본다. 태희, 재혁을 보더니 이내 시선 앞으로 돌린다.

오한영을 가운데 두고 나란히 서는 재혁과 태희. 문이 닫히면.

오한영, 가운데 서서 재혁과 태희를 번갈아 보는 가운데 흐르는 무거운 침묵.

재혁, 다시 한번 태희를 보는데 열리는 문. 태희, 가장 먼저 내린다. 다른 사람들도 내리는 가운데.


재혁 : (보면)

오한영 : 안 내리십니까?

재혁 : 어? (보더니 내려선다)

오한영 : (그 뒤를 따라 내리면)



35. S# 신사업팀 사무실 안.


태희, 들어오면서 다른 직원들에게 환하게 웃으며 인사. 자리에 앉으면 그 뒤로 들어서는 재혁과 오한영.


재혁 : 좋은 아침.

직원들 : (인사하면)

재혁 : (태희를 한번 본 뒤 사무실 쪽으로 프레임-아웃)

태희 : (표정 없이 재혁이 들어가는 방을 보는데)

재혁 : (다시 돌아와 태희를 보며) 김태희 씨. 어제 올린 보고서 건에 대해서 할 말이 있는데 좀 봅시다. 지금이요.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면)

태희 : (본다)



36. S# 재혁의 사무실.


똑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는 태희. 재혁 앞에 서면.


재혁 : (책상위에 걸터앉아 서류를 들여다보며) 모바일 컴퓨팅이라.. 재밌는 발상이군.

         확실히 지금 사용되고 있는 베이직엔과는 전혀 다른 개념의 무선 인터넷이라 그건가?

태희 : 상대편 회사는 무선인터넷에서 텍스트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 쪽과 차별화를 두려면

         이 정도 혁신적인 방법으로 개발한 상품이 아니면 결코 앞서 갈 수 없을 겁니다.

재혁 : 이거.. 다음 주까지 좀 더 구체적인 시안을 보고 싶은데.

태희 : 알겠습니다. (서류를 받아들고 돌아서는데)

재혁 : 아 그리구.

태희 : (돌아보면)

재혁 : 오늘 저녁 시간 어때?

태희 : (본다. 보더니) 글쎄요. 일이 늦게 끝날 거 같은데요.

재혁 : 끝나구 그 다음은.

태희 : 동생이 아파요. 끝나자마자 들어가 봐야 해요.

재혁 : 집에 간호할 사람 많잖아. 고모님두 계시구 아주머니도 계시구.

태희 : (보면)

재혁 : 오랜만에 술 한 잔 안할래?

태희 : 아뇨. 사양하겠습니다.

재혁 : 아직두 화나 있는 거니?

태희 : (본다. 사무적으로, 냉정함을 유지하며 보더니) 나한테 시간을 좀 갖자 그랬지? 그러는 게 좋겠어.

         그 동안..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했던 거 같애.

재혁 : (보면)

태희 : 니 마음이 어떤 건지 확인하지두 않고 결혼하자 졸랐던 거 미안해. 이젠 안 그럴게.

재혁 : 태희야. (다가서려는데)

태희 : (한발 뒤로 물러선다. 끝까지 냉정 유지한 채 담담하게) 다가오지 마. 다가오면 난 또 너한테 기대게 될 거구..

         그럼 넌 또 저만치 도망쳐 버릴 거야. 이제 그런 줄다리긴 그만하고 싶어. 널 사랑하지만.. 너하고 동등하고 싶다구.

         자꾸 나만 너한테 매달리는 거.. 싫어. 안 할 거야.

재혁 : (본다. 보면)

태희 : (담담함 끝까지 유지하며) 널 좋아하는 마음이 변해서가 아니야. 나는 그렇게 쉽게 마음이 변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그냥.. 시간을 갖는 게 좋을 거 같애. 니 마음이 뭔지, 어떤 건지 확실해질 때까지.

         그러는 게 너한테두.. 그리구 나한테두 좋을 거 같어.

재혁 : (본다. 보면)

태희 : 구체적인 시안은 다음주 수요일까지 만들어 보겠습니다. 팀장님. (목례한 뒤 밖으로 돌아서는데)

재혁 : 미안하다 태희야. 널 힘들게 할 생각은 없었어.

태희 : (멈칫.. 돌아보지 않은 채 멈춰서면)

재혁 : 이럴 수밖에 없는 날.. 언젠간 너두 이해하게 될 거야.

태희 : (고개를 반쯤 돌린다. 그러더니 그대로 나간다)

재혁 : (본다. 나즉히 한숨 내쉬는 시선에서)



37. S# 신사업 사무실.


자리로 돌아와 앉는 태희, 잠시 재혁의 그 말을 생각하는 시선..

그러나 이내 떨쳐버리려는 듯 서류를 펴들고 일에 몰두한다. 모습에서.



38. S# 재혁의 사무실.


책상에 걸터앉은 채 있던 재혁, 일어나 의자 쪽으로 가는데 울리는 핸드폰 벨.

재혁, 의자에 앉으며 받아든다.


재혁 : 장재혁입니다. (듣더니) 어, 그래. 진행상황은 어때.



39. S# 인수의 사무실.


전화기를 들고 있는 인수.


인수 : 별무리 없이 진행 중이야. 얼마 전에 쓸 만한 녀석을 하나 들였다 그랬지? 그 꼬마 덕분에 이 지역 접수가 빨리 끝났어.

         생각보다 자금회전이 수월해졌다.



40. S# 재혁의 사무실.


재혁 : 좋아. 계속 진행해 줘. 그래. 그럼 거기서 보자. (핸드폰을 내려놓는다. 시선 들어 한곳을 응시하는데서)



41. S# 회장실.


김필중 : (고개 들어 보며) 뭐야? 다시 한 번 말해봐.

진실장 : 그게.. 오늘 오전에 증권 거래 감독원에서 연락이 왔는데..이틀 전부터 누군가 꾸준히 제하통신주를 사들이고 있답니다.

김필중 : 제하통신주를? 어느 쪽이야?

진실장 : 물량으로 봐서 외국인 매수라고 생각했는데..

김필중 : 그랬는데.

진실장 : 뜻밖에도 이인수라는 개인 사업가였습니다.

김필중 : 개인 사업가?

진실장 : 말이 그렇고 사실은 깡패조직을 이끌면서 나이트클럽 몇 개를 운영하는 그런 사람입니다.

김필중 : 현재 얼마나 넘어간 거야?

진실장 : 대충 파악되기로는 삼백만주가 조금 넘습니다만 계속 사들이고 있답니다.

김필중 : 이인수라는 사람에 대해 자세히 알아봐. 대체 어떤 녀석이고 어느 쪽하고 줄이 닿아있는지.

진실장 : 알겠습니다, 회장님. (밖으로 나가면)

김필중 : (시선 돌린다) 이인수.. 이인수라.. (도통 모르겠는 이름이다. 시선에서)



42. S# 접수한 나이트 안.


안으로 들어서는 인수와 철웅, 깡통 수탁.. 그 외 깡패들.

나이트 종업원들, 일제히 인수에게 구십 도로 인사한다.


인수 : 별 일 없냐?

종업원 : 없습니다.

깡통 : 엊그제 쌍불파 자슥들이 찾아와가 깽판 부렸다카든데. 다친 애들은 없고?

종업원 : 좀 다친 애들이 있는데.. 심한 건 아니 구요.

인수 : 꼬마야.

철웅 : (흘끗 보면)

인수 : 아무래도 여길 뺏긴 녀석들이 쉽게 안 물러나는 모양이다. 꼬마 니가 당분간 여기 좀 지켜줘야겠다.

철웅 :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죠.

수탁 : (철웅을 보면)

깡통 : 대장아. 약속시간 다 됐다.

인수 : 그래. (그러더니 철웅의 어깨를 한번 툭 쳐준 뒤 나간다)

깡통 : (따라서 철웅의 어깨를 한번 툭 쳐주려고 하는데)

철웅 : (삐딱하게 보면)

깡통 : (씩 웃으며) 그럼 수고하래이. (치는 대신 툭툭 어깨를 털어주고 따라 나간다)


인수를 따라 나가는 무리들.


수탁 : 이젠 나이트클럽까지 지키는 겁니까?

철웅 : 나이트 지키는 게 뭐가 대수야.

수탁 : 네?

철웅 : 이젠 나두 옛날에 내가 아니야. 나도 뭔갈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거라구.

수탁 : 혀엉.

철웅 : (돌아보며)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힘들어하는데..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었어. 다른 자식이 얼쩡거려두 보구 있어야만 했어.

         사내자식으루 태어나 그렇게 무기력하구 비참한 기분.. 처음이었다. 다시는 그런 기분 느끼고 싶지 않아.

수탁 : 하지만 이건 이선우양도 바라는 일이 아니잖습니까.

철웅 : 어떻게 살지는 내가 결정하는 거야. 이러는 내가 싫으면 떠나. 안 붙잡는다. (그러더니 안쪽으로 들어간다)

수탁 : (보면)


한쪽 구석 의자에 앉아 담배를 입에 무는 철웅. 불을 붙이고 길게 연기를 내뿜는다. 그늘진 시선에서.



43. S# 인수의 창고.


그 앞에 멈춰서는 인수의 차. 차에서 내려서는 인수와 깡통의 얼굴에 찰칵! 찰칵! 스틸 걸린다.

밖으로 나와 마중하는 깡패들. 찰칵 찰칵.

인수, 한번 주위를 돌아본 뒤 안으로 들어간다. 계속 찰칵찰칵.

일각에 세워진 차 안에서 사진을 찍어대고 있는 사내1의 모습에서.



44. S# 인수의 사무실.


인수와 깡통, 안으로 들어서면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재혁과 오한영, 자리에서 일어난다.


인수 : 많이 기다렸지? 이번에 새로 접수한데 몇 군데 좀 돌아보느라구 늦었다. 앉자. (한쪽에 앉으면)

재혁 : (오한영에게) 잠깐 나가있지.

오한영 : 네 알겠습니다. (밖으로 나가면)

재혁 : (깡통을 본다)

깡통 : (? 보며) 내도?

인수 : 나가있어.

깡통 : (본다. 보더니 떨떠름하게 밖으로 나간다)



45. S# 인수의 창고.


깡통 : (밖으로 나오며) 아, 사람 은근히 기분 드러브네. 무신 수억 진 비밀 얘기라꼬 저 지랄이고.

오한영 : (문앞에 선채 돌아보면)

깡통 : 아, 장재혁이 저 자슥.. 어릴 때부터 내 쫌 아는데 억수로 딱딱하고 멋대가리 없는 자슥인기라. 승질은 얼매나 몬 됐는지..

         (보며) 같이 일하기 억수로 피곤하겠네예. 짜슥 승질 드럽지예?

오한영 : 노 코멘틉니다.

깡통 : (? 본다)

오한영 : 저는 제 윗사람 함부로 씹지 않는단 뜻입니다.

깡통 : (썰렁..) 아니.. 내는 씹는 뜻으루다 한 말이 아이라 그러니까네 뭐꼬..

         형씨하고 내하고 안면도 텄으니까네 뭐랄까 이.. 솔직한 대화의 장을 터보자는 뜻에서.. (하는데)

오한영 : 그렇게 변명할거 없습니다. 좀 전에 한말은 팀장님한텐 비밀로 해드릴 테니까요.

            (한 번의 형식적인 웃음. 이내 무표정으로 시선 돌리면)

깡통 : (본다. 썰렁.. 아따 참말로 그 놈.. 보는데서)



46. S# 인수의 사무실.


책상위로 내미는 서류가방.

인수, 열어보면 안에 들어있는 여러 종류의 증권 및 채권들..


재혁 : (보며) 내 이름으로 되어있는 유가증권하구 부동산, 채권하고 은행주식들이야.

         그거면 오백만주는 충분히 사들일 수 있을 거다.

인수 : 물론 니 이름이 추적당하지 않으려면 돈세탁은 필수겠지.

재혁 : (보면)

인수 : (웃으면서 가방을 닫는다) 그나저나 이렇게 하면 정말로 김필중 회장을 잡을 수는 있는 거냐?

재혁 : 나는 개인적으로 제하통신에 거는 꿈이 커. 인수합병 끝내고 무선인터넷 쪽까지 섭렵해버리면

         아마 김필중 회장이 가지고 있는 기업 중에 가장 실속 있는 노른자가 될 거야.

         삼 개월 안으로 내가 그렇게 만들 자신이 있어.

인수 : 그런 다음 그 노른자를 니가 차지해버리겠다?

재혁 : 김필중은 건설업으로 시작한 사업가야. 건물을 짓고 부수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것에만 주력해왔지.

         핵심기업이 될 이동통신사업에 대해선 소홀히 해온 게 사실이거든.

인수 : 제하통신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란 걸 알 때쯤이면

         그 땐 이미 니가 제하통신 주식의 삼분의 일을 차지하고 난 뒤가 되겠구나.

재혁 : 그렇게 되면.. 내가 누군지도 알게 되겠지.

인수 : (본다)

재혁 : (보는데서)



47. S# 인수 창고 앞.


차 안에서 동정을 살피고 있는 사내, 안을 살피는데 그 옆 창문으로 쓱 프레임-인 되는 깡패1 창문을 톡톡 두드린다.

사내1, 놀라서 돌아보면.


깡패1 : 야! 너 뭐야! 여기서 뭐하는 거야 너! 빨리 차 빼!

사내 : (보더니 얼른 시동 걸고 차를 뺀다)


차를 돌리면서 사내1, 한 번 더 돌아보면.

창고 문 앞으로 나오는 인수와 재혁, 오한영과 깡통 등등.. 인수와 재혁, 악수를 나눈다.


재혁 : 너만 믿는다.

인수 : 그래.

재혁 : (차에 올라타면)

깡통 : (뒤에 대고) 장재혁이 또 보재이. (하다가 운전석에 올라타던 오한영과 시선 마주치자) 살펴 가이소. (비굴하게 씩 웃는다)

오한영 : (흘끔 본 뒤 운전석에 올라탄다)


오한영, 차를 출발시키면.


깡통 : (순간 표정 돌변하며) 아, 그 짜슥들 미국서 공부할 때 철갑상어만 잡아 묵었나. 무게 엄청 잡았쌌네.


깡통의 말에 인수, 짐짓 웃음. 주머니에 손을 넣고 멀어지는 차를 바라보는 얼굴에서.


진실장E : 이름은 이인수.



48. S# 회장실.


김필중, 인수의 사진을 들어 쳐다본다.


진상만 : 나이는 30대 중후반쯤이구요. 요즘 용산, 명동 쪽에서 새롭게 급부상중인 인물이랍니다.

김필중 : (철웅의 사진이며 깡통의 사진들을 들어보는 위로)

진상만 : 원래는 정선에서 터를 닦다가 한 십여 년 전에 서울로 올라와서 자릴 잡기 시작했다는군요.

김필중 : (멈칫..) 정선..?

진상만 : 네. 회장님.

김필중 : (잠시 생각하는 시선..위로)

진상만 : 배후에 누가 있는지는 계속 알아보는 중입니다. 알아내는 대로 보고 올리겠습니다.

김필중 : 정선이라... (보는 시선에서)



49. S# 국밥집.


전화기만 들여다보고 있는 오산댁.

황국도, 거울 앞에서 멋 내기에 여념이 없다가 오산댁 옆에 앉으며.


황국도 : 이봐. 그 짝 집이서 이 가게를 자네 명의로 해주믄 말여.

            담보 잡힌담이 돈을 빼갖고 그것으로 주식 투자를 하는 겨. 워뗘?

오산댁 : (심난하게 전화기만 들여다본다.)

황국도 : 노후를 윤택하게 보낼라믄 말이여. 이 재테크란 것을 잘해야 쓴다드만. 재테크.

오산댁 : 정말 신경 쓰이네..

황국도 : 이? 뭐가? 재테크가?

오산댁 : 승희 말야. 어제 그러구 전화 끊긴 게.. 영 맘에 걸린단 말야.

황국도 : 누구헌테 들킬께비 갑자기 끊어 번졌겄지. 신경 쓰지 말어.

            들켰으면 발써 쫒겨나구 난리가 났을 거인디. 봐봐. 조용하잖여.

오산댁 : 전화하지 말라구 그 난리를 쳐대니 어디 연락두 맘대로 못 하겠구.. 어이구 답답해 죽겄네.

황국도 : 어허. 글씨 무소식이 희소식이랑께. 걱정 말고 우리덜 재태크나 염려하자니께. 이?

오산댁 : (흘끗 보더니 다시 한숨으로 전화기를 쳐다보는데서)



50. S# 평창동 거실.


예산댁, 주방에서 먹을 걸 들고 나오는데 방에서 나오던 현자.


현자 : 윤희 방에 올려가는 거예요?

예산댁 : 네. 계속 아무것도 못 먹네요. (하면서 올라가려는데)


외출준비를 하고 내려오는 승희, 얼굴이 초췌하다.


현자 : 얘. 넌 아프다는 애가 어딜 가는 거야?

승희 : (본다. 보더니 그대로 지나쳐나간다)

현자 : 얘! 윤희야!

승희 : (나가면)

현자 : (의아한 표정으로 보는데서)



51. S# 달리는 모범택시 안.


운전수 백밀러로 흘끔흘끔 돌아본다. 뒷좌석에 앉은 채 창밖의 강을 하염없이 내다보고 있는 승희.


운전사 : 손님. 어디로 가실 겁니까?

승희 : ...

운전사 : 손님.

승희 : 갈 데 없어요. 그냥.. 아무데나 가세요.

운전사 : 네? (의아하게 보면)


승희, 창문을 열고 강을 내다본다. 숨을 들이키며 눈을 감는데서.



52. S# 제하그룹 로비.


프레임-인 되는 선우, 조금은 긴장된 시선으로 올려다본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한쪽에서 나타나는 신반장 ?해서 뿔테안경을 치켜 올리며 선우를 본다. 보면.



53. S# 신사업 사무실.


오한영의 책상 옆에 앉아 있는 선우. 오한영, 이력서를 살펴보더니.


오한영 : 출근은 내일부텁니다. 다른 직원들은 보통 여덟 시에 출근하지만 이선우 씨는 삼십분 정도 일찍 나와 있도록 하세요.

선우 : 네 알겠습니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구십도 각도 인사) 앞으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오한영 : (멈칫.. 선우의 갑작스런 태도에 놀라서 보면)

선우 : (사무실을 향해 돌아서더니) 안녕하십니까, 이선웁니다!

직원들 : (일제히 돌아본다)

선우 : 내일부터 사무보조로 일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이쪽저쪽에 대고 꾸벅꾸뻑 인사. 오한영, 희한한 여자 다보겠다는 표정으로 본다.

선우, 웃으면서 고개 돌리는데 마침 서류를 들고 안으로 들어서던 태희와 눈이 마주친다.

태희,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선우, 활짝 웃으며 얼른 그 앞으로 다가선다.


선우 : 안녕하세요.

태희 : 어떻게 된 일이예요? 이선우 씨가 왜 여기에..

선우 : 저 오늘부터.. 아니 내일부터 신사업 팀 사무보조직을 맡게 됐거든요.

태희 : 그래요? (본다. 짐짓 넘겨짚듯) 팀장님이 추천했나보군요.

선우 : 네? (보더니) 네에.

태희 : (고개를 끄덕인다) 잘됐네요. 축하해요.

선우 : 열심히 하겠습니다. 많이 도와주세요. 아 참 그리구요.

         (가방에서 책을 두 권 꺼내며 주며) 이거.. 잘 읽었습니다. 빌려주셔서 감사했어요.

태희 : (받으면)

선우 :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빙긋 웃음 돌아서면서 오예! 프레임-아웃)

태희 : (돌아본다. 보다가 픽 웃음.. 이내 씁쓸해진 표정으로 돌아서면)


한쪽에서 프레임-인 되는 청소1, 사무실 쪽을 한번 본 뒤 선우가 간 쪽을 돌아보면.



54. S# 청소사무실.


신반장 : 뭐? 사무 보조원이라 구요?

청소1 : 그렇다니까. 아무래두 그것 때문에 여기 그만둔 거 같애.

신반장 : 허! 그런 속셈이 있었다 그거지?

청소2 : 요즘 애들은 무섭다니까. 저 필요하면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줄라 그러다가두

           필요 없으면 무섭게 확 안면 몰수하구 그러잖어 왜.

청소1 : 이런 청소 일 같은 건 뻘루 본거지 뭐.

신반장 : 그래? 사무보조라 그거지? 어디 얼마나 편하게 일하나 두고 보자. (돌아보는 시선에서)



55. S# 대형마트. (몽타쥬)


프레임-인 되는 선우, 이것저것 음식을 고르고 있다.

야채도 고르고, 고기도 사고. 이것저것 고르면서 과일 냄새도 맡아보고. 빙긋 웃으면서 카트를 밀고 가는데서.



56. S# 계산대 앞.


음식계산을 다 하면 선우, 가방에서 고무봉지에 들어있는 잔돈과 천 원짜리들을 꺼내 촤르르 내민다.

계산 직원, 어이없어 보면 선우, 씩 웃으며 동전을 센다. 보람찬 표정에서.



57. S# 철웅의 집 거실.


이층에서 내려오는 연웅, 나갈 채비를 하고 막 신발을 신으려는데

안으로 봉지를 잔뜩 들고 들어오는 선우.


연웅 : 어? 언니. 이게 다 왠 거예요? (받아서 열어보며) 와, 별거 별 거 다 있네? 오늘 누구 생일이예요?

선우 : 나 취직 기념으로 한턱 내는 거야. 그 동안 할머니랑 아저씨랑, 나한테 너무 잘해주셔서.

         철웅이랑 연웅이 너한테두 고맙구.. 그래서. 근데 넌 이 시간에 왜 집에 있어?

연웅 : (멎적은 웃음) 사실은 나 보일러 가게서 짤렸어요.

선우 : 어쩌다가?

연웅 : 철웅 오빠 땜에 며칠 동안 가게 안 나갔더니 그새 새로운 기술자 데려다 쓰구 있더라구요.

         주인아저씨 탓만 할 수 없는 게 거긴 기술자 없으면 당장 안 되는 데잖아요.

선우 : 그랬구나. 몰랐어.

연웅 : 괜찮아요, 오라는 가게가 있어서 거기 한번 가 볼려 구요.

선우 : 그래? 저녁때까진 들어올 수 있지?

연웅 : 그럼요. 그나저나 언니 음식 하는 거 못 도와줘 어떡하지?

선우 : 괜찮아. 저녁시간까지 맞춰서 들어오기나 해.

연웅 : 알았어요. 언니. 다녀올께요. (나가면)

선우 : (시장 본 봉지 들고 부엌으로 들어간다)



58. S# 부엌.


들어와 팔을 걷어 부치는 선우, 재료들을 보더니 버릇처럼 흥얼거리면서 음식재료들을 꺼내 다듬기 시작한다. 모습에서.



59. S# 서준의 레스토랑.


출구 쪽에서 빠꼼히 고개 들이미는 연웅, 안으로 들어와 기웃거리며 서준을 찾는데

그 뒤로 프레임-인 되는 서준, 연웅을 알아본다. 픽 웃음. 뒤로 소리 안 나게 다가서더니.


서준 : 누굴 찾으십니까?

연웅 : (멈칫.. 돌아본다) 어우 깜짝이야. 깜짝 놀랬네.

서준 : 이런 걸로 깜짝 놀랠 여자로 안 봤는데. 생각보다 심장이 약한가보네.

연웅 : (흘끗 보더니 시선 돌리면)

서준 : 근데 어쩐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수리비는 이미 돌려드렸고. 일부러 여기까지 밥 먹으러 온 거 같지는 않고.

연웅 : (떨떠름..) 그게 그러니까.. 저번에 말한.. 그 일자리 말인데요.

서준 : 일자리?

연웅 : 아 왜.. 여기서 일해보지 않겠냐구 그랬었잖아요. 그 쪽이.

서준 : 그랬나? (보며) 내가 그랬나요?

연웅 : (삐딱하게 보면)

서준 : 뭐. 그랬다치구. 그래서요?

연웅 : 여러 가지 사정으루다 전에 일하던 가겔 그만두게 되서.. 그래서 이참 저참..

서준 : 일자리 부탁하러 온 거군요 그러니까.

연웅 : (떨떠름.. 시선 돌리면)

서준 : 의외로 순진한 구석이 있네. 나는 그냥 지나가는 말루다 한번 해본 건데 그 말을 진짜루 믿구 찾아온걸 보니.

연웅 : (멈칫.. 쳐다본다)

서준 : 뭐. 이왕 이렇게 된 거 할 수 없죠. 지나가는 말이래두 내가 한 말이니까 책임을 져야지.

         다시는 안볼 것처럼 물까지 끼얹구 간 사람이 얼마나 사정이 다급했으면 여기까지 찾아왔겠어요. 안 그래요?

연웅 : 뭐? 뭐라구?

서준 : 좋아요. 일자리 주죠. 까짓 거 하나 주면 되는 거지 뭐. (하는데)

연웅 : (순간 퍽! 서준의 정강이를 걷어찬다)

서준 : 아야! (정강이를 붙잡고 깡총깡총) 야! (보면)


사람들 돌아본다. 직원들 돌아보면.


연웅 : 임마! 됐어. 다 필요 없어! 치사하게 어디서 장난칠 게 없어 일자리 갖구 장난을 쳐! 임마!

         너 같은 자식 밑에서 일하느니 차라리 집에서 설겆일 하는 게 낫겠다! 재수 없는 자식! (그러더니 그대로 지나쳐 나간다)

서준 : (돌아보면)



60. S# 서준의 레스토랑 앞.


씩씩거리며 나오는 연웅,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 걸어오는데

그 뒤로 쫒아 나오는 서준,


서준 : 야! 기다려!

연웅 : (돌아보지도 않고 걸어온다)

서준 : (한쪽 다리를 절며 뛰어와 연웅의 팔을 홱 나꿔챈다)

연웅 : (돌아보면)

서준 : 무슨 여자가 이렇게 성질이 급해!

연웅 : 나 성질 급한데 그 쪽이 뭐 도와준 거 있어?

서준 : 소리 지르지 마. 여기 길거리야.

연웅 : 챙피하면 이 손 놓으면 될 거 아냐!

서준 : 이게 근데 어디서 번번히 버럭버럭 대들어! 그 깟 자존심 좀 건드렸다구 죽냐? 죽어?

연웅 : 뭐라구?

서준 : 내가 당한 걸 생각해봐 너. 나이두 어린 여자한테 이 자식 저 자식 욕 읃어 먹는 건 보통이구,

         생전 엄마한테도 안 잡혔던 멱살까지 잡혔어. 거기다 직원들 앞에서 물세례까지 얻어 먹었구.

         지 자존심 건들면 이렇게 길길이 날뛰면서 왜 남의 자존심 상하는 건 생각 못해?

연웅 : (본다. 마땅히 대꾸할 말을 못 찾는데)

서준 : 왜 암말 못해? 그렇게 입바른 소리 잘하는 애가!

연웅 : 어우우.. (훅! 앞머리 불어제끼며 시선 돌리면)

서준 : 웃으면서 일자리 준다, 그럴 때 조용히 들어와. 괜히 쓸데없는 자존심 세우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구. 알았어?

         (그러더니 쓱 돌아서서 간다.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들어가는데)

연웅 : 야!

서준 : (순간 무섭게 돌아보면)

연웅 : (한 풀 기죽어) 저기.. 월급은 얼마나 줄 건데?...(하다가) 요.

서준 : (본다. 보다가 어이없게 픽 웃는다)

연웅 : (썰렁하게 쳐다보는데서)



61. S# 레스토랑 안 일각.


직원 옷으로 갈아입고 문 앞에 나오는 연웅,

서준, 흘끔 돌아보더니 빙긋 웃음..


서준 : 생각보다 잘 어울리네.

연웅 : (어색해서) 뭐부터 하면 돼요?

서준 : 서빙은 따로 훈련을 받아야 하니까. 우선 문 앞에서 손님한테 인사하는 것부터 해봐요.

연웅 : 인사요?

서준 : 인사하는 법은 알아요?

연웅 : 인사하는 법 모르는 사람두 있어요?

서준 : 해봐요.


연웅, 문 앞에 선다.

들어서는 손님들. 다들 상냥하고 싹싹하게 인사하는 직원들.

연웅, 유난히 뻣뻣하고 부자연스럽다.


서준 : 쥐약 먹었어요? 얼굴 표정이 왜 그래? 좀 웃어요. 웃어.


연웅, 억지로 웃는데 영 부자연스럽다. 앞머리 훅! 날리면.

다시 들어오는 손님들. 인사하는 연웅, 어색어색..

서준, 본다. 픽 웃으며 본다. 시선에서.



62. S# 철웅의 거실. (밤)


길여옥, 박귀중 들어오면 선우 음식접시들이 담긴 쟁반을 거실로 내오다 본다.


선우 : 할머니 오세요? 어? 아저씨두 같이 들어오시네.

길여옥 : 아범이 일찍 끝났다구 가게로 왔드라. 그래서 같이 들어왔지.

박귀중 : 근데 이게 다 뭐냐? 어?

선우 : 취직기념으루 제가 장만한 거예요. 그 동안 할머니 하구 아저씨한테 감사인사도 제대로 못 드려서 두루두루 겸사겸사요.

길여옥 : (상을 보며) 아이구.. 이 많은 음식을 너 혼자 준비했단 말야? 세상에..

선우 : 어서 앉아서 드셔보세요 할머니. 아저씨두요.

길여옥 : 그럴까? (앉으면)

박귀중 : (외투만 벗어놓고 상 앞에 앉는다) 이야. 냄새가 그럴듯하구나. 어?

길여옥 : 이거 장만 하느라구 돈이 꽤 들었을 텐데..

선우 : 아니예요. 어서 드세요.

박귀중 : (수저를 길여옥에게 집어주면)

길여옥 : (받아서 음식 맛을 본다) 아이구. 맛있구나.

박귀중 : (먹어보더니) 정말 맛있네요, 어머니. 선우 음식솜씨가 그만이구나 어?

길여옥 : 아범, 이 잡채 좀 들게. 아범이 잡채를 좋아하잖어.

박귀중 : 네 어머니. (먹으며) 선우야 너두 같이 들자. 어? (하는데)

선우 : 네. (하는데)

연웅 : (들어오며) 다녀왔습니다.

길여옥 : 아이구 마침 잘 왔다. 어여 와 저녁먹자.

연웅 : 와! (다가와 상을 보더니) 진짜 부러지게 차렸네? (얼른 앞에 앉으며 손으로 전 같은 걸 집어먹으며) 야 진짜 맛있다.

선우 : 오늘 나갔던 일 잘됐니?

연웅 : 그럼. 내가 누군데. (보며) 할머니 저 오늘 일자리 옮겼어요.

길여옥 : 그래? 아니 보일러 가게는?

연웅 : 다른 기술자 오는 바람에 그만뒀어요. 이번에 옮긴 덴 레스토랑인데요. 깨끗하고 보수도 괜찮아요.

길여옥 : 니가 괜찮다면 잘된 거지.

박귀중 : 그럼요 어머니. 허허.. (웃는데)

연웅 : 근데 철웅 오빤 아직두 안 들어왔어요?

선우 : 어어. 아직.

연웅 : 암튼 음식복두 지지리 없다니까. 꼭 이렇게 맛있는 거 할 때만 집에 없어요.

길여옥 : 왜 아니래니. (지나가는 말로) 이녀석 설마 또 어디 가서 깡패들하구 쌈질하는 건 아니겄지.

연웅 : 선우언니가 그렇게까지 말렸는데 설마.

길여옥 : 그 녀석은 꼭 물가에 내놓은 거 같아서 원..

박귀중 : (그 말에 조금은 걱정스럽게 표정 변한다)

선우 : (그런 박귀중을 본다. 보다가 시선 돌리면)



63. S# 나이트 클럽.


시끄러운 음악, 요란한 조명. 한쪽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며 분위기 살피는 철웅, 이런 분위기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수탁, 그런 철웅을 흘끔 쳐다보는데 진동하는 핸드폰.


수탁 : (얼른 받는다) 여보세요. 아 연웅 씨. (철웅을 보면)

철웅 : 오늘 못 들어간다, 그래. (한쪽으로 가면)

수탁 : 네? 아뇨. 아닙니다. 나이트는 맞는데요. 놀러온 건 아닙니다. 네.



64. S# 부엌 안.


연웅 : (핸드폰에 대고) 글쎄 거기가 어디냐구. 괜찮아 수탁오빠. 뭐라 안 그럴 테니까 말해봐.

         글쎄 알려주면 좋은 게 떨어지니까 빨리 말하라구.

선우 : (웃으면서 그 옆에서 잡채며 전이며 음식들을 찬합에 싸고 있다)

연웅 : 어디? 그래. 어 그래 알았어. 거기루 갈께 그럼.

선우 : 어디래?

연웅 : 나이트 같은데 놀러간 건 아니구..뭐 볼일 땜에 잠깐 들렸나 봐요. (보며) 근데 뭘 그렇게 많이 싸요?

선우 : 어어.. 그냥 철웅이 마음 좀 풀어줄 일이 있거든. (웃음)

연웅 : (보면)



65. S# 나이트 안.


쭉 걸어오는데 한쪽에 몰려서서 구경이 난 듯..

철웅 ?해서 들여다 보더니 그대로 지나치다가 멈칫.. 다시 돌아와 보면 승희다. 보면.


승희 : 술 가져와! 술 더 가져오란 말야 이 자식들아! (접시 뒤집고, 테이블 발로 차고)

종업원1 : 손님 많이 취하셨습니다. (말린다)

승희 : 너희들은 술만 팔면 되는 거 아냐? 술 가져오라는데 왠 말들이 이렇게 많은 거야! 어?

         너 내가 누군지 알어? 알구 이러는 거야? 가져와! 술 가져와!!!! (하면서 발로 차고 술병 집어던지고, 접시 날리고)

종업원1 : 아, 그 여자 증말.. 야! 뭐해? 빨리 내쫒아?


다른 종업원들 우르르 달려들면 승희, 그들을 피해 테이블위로 뛰어올라간다.

다른 손님들 테이블 위로 도망치면서 술병이며 음식접시들을 죄다 떨어뜨리고 밟고.. 그러다 발을 헛디뎌 바닥으로 구른다.

그러자 한쪽에 앉아있던 손님1, 승희를 보더니.


손님1 : 야! 너 뭐야!

승희 : (흘끗 보더니) 나? 우승희다. 아니.. 김윤희지 참. 그래 김윤희다. 제하그룹 둘째 손녀딸 김윤희라구 이 자식아! 어쩔래?

손님1 : 뭐? 이 자식? 너 지금 이 자식이라 그랬냐?

승희 : 그래! 그랬다. 왜? 꼽냐?

손님1 : 어우우! (하면서 손을 드는데)


턱! 손님1의 손목을 잡는 철웅.

승희, 흐릿한 시선으로 돌아본다. 보다가 멈칫..

철웅, 승희를 보면 승희, 천천히 표정 변한다. 시선에서.



66. S# 나이트 앞.


찬합 싼 보자기를 들고 걸어오는 선우와 연웅.

수탁 기다리다가 발견하고 다가서면.


연웅 : 나와 있었네? 우리 철웅 오빠는?

수탁 : 어.. 그게..

선우 : 어딨는데요?

수탁 : 사실은.. 지금 승희 양 하구 같이 있습니다.

선우 : 승희요? 승희가.. 여기 왔어요? (보는데서)



67. S# 나이트 근처 일각. (공원도 좋고)


저쪽으로 나란히 앉아 있는 철웅와 승희.


철웅 : 이젠 좀 괜찮냐?

승희 : ...

철웅 : 여자 혼자 그렇게 술 취해서 어쩌자는 거야?

승희 : 흥.. 될 대로 되라지.

철웅 : (? 보면)

승희 : (철웅을 돌아보더니 술 취한 표정, 말투로) 그나저나 오빤 안 보는 새 더 멋있어졌네? 선우하구는.. 잘 되가?

철웅 : (본다. 그 말에 시선 돌리면)

승희 : 왜. 난 그런 것두 물어보면 안 돼?

철웅 : (대꾸 없다)

승희 : 철웅 오빤.. 선우가 왜 좋은 거야? 어디가 그렇게 좋은 건데? 괜찮아 말해봐.

철웅 : 사람 좋아하는데 왜가 어딨구 이유가 어딨냐? 그냥 느낌으루 팍 꽂히는 거지.

승희 : 느낌? (픽 웃음) 느낌 거 좋은 말이지.

철웅 : (보면)

승희 : 근데 참.. 이상하지? 사람들은 왜.. 다 선우만 좋아하구 나는 싫어할까?

         사람들은 왜 다 선우만 옳다 그러구.. 나만 틀리다 그러는 거지?

철웅 : 그야 니가 진짜루 나쁜 짓을 하니까 그런 거지.

승희 : 오빤.. 나처럼 살아보지 않아서 잘 몰라.

철웅 : (보면)

승희 : 평생 선우 같은 기집애 그늘에 가려서.. 매일같이 비교 당하구 열등감 느끼면서 산다는 게 뭔지..

         그게.. 얼마나 사람 기분을 드럽게 만드는지.. 당해보지 않으면 잘 모른다구.

철웅 : 알고 싶지도 않다. (일어서며) 일어나라 그만. 바래다줄게.

승희 : 싫어.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

철웅 : 그럼 여기있을거야 계속?

승희 : (올려다보며) 같이 있어줘 오빠.

철웅 : 안 돼. 나 바빠. (돌아서려는데)

승희 : (벌떡 일어나 뒤에서 허리를 꼭 끌어안는다) 가지 마 오빠.. 오늘 하루만 나하구 같이 있어줘.

         나.. 오빠까지 옆에 없으면 죽어버릴지도 몰라.

철웅 : (돌아본다)

승희 : 정말이야.. 정말루 오빠 가버리면 나 여기서 확 죽어버리고 말거야.

철웅 : (본다. 승희의 손을 떼고 돌아보더니) 목숨가지고 함부로 얘기하는 거 아니다. 택시 태워줄 테니까 그만 들어가.

승희 : 오빤 왜 이렇게 내 마음 몰라줘? 내가 얼마나 오빠 좋아하는지.. 정말 몰라? 몰라서 이러는 거야?

철웅 : 알아두.. 받아줄 수가 없다.

승희 : (눈물 고여 본다. 복받쳐) 선우 때문에..? 또 선우 때문에 내가 밀려나야 하는 거야?

철웅 : ... (시선 돌리면)

승희 : (와락 끌어안으며) 안 돼! 안 뺏길 거야! 오빤 내 꺼란 말야! 내거야!

철웅 : ...! (보면)


철웅의 뒷쪽으로 수탁과 함께 다가서는 연웅과 선우. 걸어오다가 걸음을 멈추는 세 사람.

철웅, 승희, 세 사람이 온 줄도 모른 채..


철웅 : (끌어안은 승희를 떼어내며) 됐어. 그만해.

승희 : 싫어. 오빠 안 놓칠 거야!

철웅 : 그만하라구 우승희! (떼어내는데)

승희 : (순간 목을 꼭 끌어안으며 필사적으로 철웅의 입에 키스해버린다)

철웅 : !!!


연웅, 수탁, 두 눈이 동그래져서 쳐다본다.

선우, 역시 찬합보자기를 든 채 키스하는 철웅과 승희를 보며 멈칫..보다가 그대로 고개 돌리는데서 스틸.

<17부 끝>

























첨부파일 유리구두17.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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