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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두] 18 - 위험한 거래 (下)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8.11.19|조회수299 목록 댓글 0

[유리구두] 18 - 위험한 거래 (下)











1. S# 일각. N


승희 : (벌떡 일어나 뒤에서 허리를 꼭 끌어안는다) 가지 마 오빠.. 오늘 하루만 나하구 같이 있어줘.

         나.. 오빠까지 옆에 없으면 죽어버릴지도 몰라.

철웅 : (돌아본다)

승희 : 정말이야.. 정말루 오빠 가버리면 나 여기서 확 죽어버리고 말거야.

철웅 : (본다. 승희의 손을 떼고 돌아보더니) 목숨가지고 함부로 얘기하는 거 아니다. 택시 태워줄 테니까 그만 들어가.

승희 : 오빤 왜 이렇게 내 마음 몰라줘? 내가 얼마나 오빠 좋아하는지.. 정말 몰라? 몰라서 이러는 거야?

철웅 : 알아두.. 받아줄 수가 없다.

승희 : (눈물 고여 본다. 복받쳐) 선우 때문에..? 또 선우 때문에 내가 밀려나야 하는 거야?

철웅 : ... (시선 돌리면)

승희 : (와락 끌어안으며) 안 돼! 안 뺏길 거야! 오빤 내 꺼란 말야! 내거야!

철웅 : ...! (보면)


철웅의 뒷쪽으로 수탁과 함께 다가서는 연웅과 선우. 걸어오다가 걸음을 멈추는 세 사람.

철웅, 승희, 세 사람이 온 줄도 모른 채..


철웅 : (끌어안은 승희를 떼어내며) 됐어. 그만해.

승희 : 싫어. 오빠 안 놓칠 거야!

철웅 : 그만하라구 우승희! (떼어내는데)

승희 : (순간 목을 꼭 끌어안으며 필사적으로 철웅의 입에 키스해버린다)

철웅 : !!!


연웅, 수탁, 두 눈이 동그래져서 쳐다본다.

선우, 역시 찬합 보자기를 든 채 키스하는 철웅과 승희를 보며 멈칫..

철웅, 있는 힘껏 승희를 떼어내며.


철웅 : 너 뭐하는 짓이야?

승희 : 사랑해! 사랑한다구!

철웅 : (버럭) 미쳤어 너? (보는데)

연웅 : 철웅 오빠! 여기서 뭐해 지금!!


소리에 철웅, 승희, 동시에 멈칫.. 돌아본다.

순간 선우를 발견한 철웅, 자기도 모르게 승희한테서 한걸음 떨어진다.

얼른 입술에 묻은 루즈 자국을 소매 끝으로 쓱쓱 문질러 닦는다.


선우 : (표정 굳어 보면)

철웅 : 선우야..

선우 : (본다. 어이없이 보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간다)

철웅 : 선우야! (가려는데)

승희 : (잡는다) 철웅 오빠!

철웅 : (돌아보더니 화가 나서) 넌 나중에 얘기하자. (그러더니 승희의 손 뿌리치며 선우를 쫒아간다)

         선우야! 선우야아!!! (달려가면)

승희 : 오빠! (따라가려는데)

연웅 : (그 앞을 가로막는다)

승희 : (보면)

연웅 : 너 감히 지금 누구한테 뽀뽀한 거야?

수탁 : 뽀뽀가 아니라 키스죠. 이건 키스라구 봐야죠, 연웅 씨.

승희 : 비켜. 너희들이 간섭할 문제 아니야.

연웅 : 너나 비켜 우승희. 우리 철웅 오빠하구 선우언니 사이에 끼어들지 말란 말야! 알았어?

승희 : (본다. 노려보는 시선에서)



2. S# 길 일각. N


찬합 도시락을 든 채 걸어오는 선우,

그 뒤로 달려오는 철웅, 옆에 다가서서.


철웅 : 선우야. 잠깐만! 잠깐만 내 말 좀 들어봐. 어?

선우 : (걸어온다)

철웅 : (옆에 따라 걸으며) 좀 전에 니가 본거 그거.. 그거 암것두 아니야.. 진짜 암것두 아니야.

선우 : (그 말에 갑자기 걸음 멈추고 돌아보더니) 너 진짜 유치하다 박철웅. 여자랑 키스할 땐 언제구 이제와 발뺌이야?

         니가 그러구두 남자니?

철웅 : 내가 한 게 아니라니까. 승희 쪽에서 갑자기..

선우 : 어느 쪽에서 했든! 한건 한 거잖아! 아니야?

철웅 : (할 말 없다. 보면)

선우 : 몰랐다. 나이트클럽에 여자에.. 니가 이렇게 재밌게 시간 보내고 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

         나는 그런 줄도 모르구 어제 나 때문에 너 기분 상했을까봐 걱정되고 신경 쓰여서 여기까지 왔는데..

         (보며) 내가 괜한 걱정을 한 거네. 그렇지?

철웅 : 그게 아니래두 글쎄!

선우 : 됐어. 나한테 애써 변명할 거 없어. 니가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추든 여잘 만나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안 그래?

철웅 : 뭐? 상관없어?

선우 : 상관없지 그럼.

철웅 : 정말 상관없어?

선우 : 정말 상관없지.

철웅 : 정말이야? (표정 굳어 보면)

선우 : (본다. 대답대신 노려보더니) 암튼 너한테 정말 실망이다.


그러면서 돌아서서 온다. 오다가 다시 철웅 앞으로 돌아가더니 턱! 찬합도시락 안겨주고는 다시 돌아서서 온다.

철웅, 손에 들린 찬합보자기를 보다가 시선들어 선우 쪽을 보면.



3. S# 철웅의 집 앞. N


터벅터벅 걸어오는 선우, 오다가 한쪽 벽에 기대선다. 한숨.. 시선에서.

아주 짧은 플랫쉬 백> 철웅과 승희의 키스 장면..

선우, 어이없이 픽 웃더니.


선우 : 하여튼 여자 보는 눈 하구는. 하필이면 우승희냐? (그러다가) 하긴 내가 무슨 상관이야 정말.

         (그러면서 한숨.. 다시 걸어오는 선우의 얼굴에서 dis)



4. S# 공원 일각.


화면 팬하면, 삐딱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철웅의 얼굴. 그 옆에서 찬합 풀어보며 놀라는 수탁.


수탁 : 와아.. 이게 다 선우양이 만든 겁니까?

연웅 : 그렇대두. 철웅 오빠 기분 풀어주겠다구 일부러 싸온 거래두.

수탁 : 이것 보십쇼, 철웅이 형. 음식이 아니라 예술입니다.

철웅 : (고개 돌려 보면, 정갈하게 싸여있는 음식들..)

연웅 : 하여튼 오빠두 타이밍 엄청 못 맞춰요. 하필이면 그 때 우승희랑 있을 건 또 뭐야?

철웅 : ... (싸 온 음식만 물끄러미 바라본다)

수탁 : 이야. 정말 맛있는 겠는데요. (하면서 나무젓가락을 딱 떼서 집으려는데)


철웅의 손가락이 수탁의 손가락을 무협하듯 턱! 막는다. 수탁, ?보면.

철웅, 찬합을 통째로 들고 무릎 위에 놓더니 손으로 집어 먹기 시작한다.

연웅, 수탁 ?해서 보면.


철웅 : 맛있다. (계속 입에 집어넣으며) 태어나서 먹은 음식 중에 최고루 맛있다.


연웅과 수탁, 철웅의 모습에 썰렁해져서 시선 마주치면.

철웅, 한입가득 계속 음식을 입에 집어넣는다. 미안하고 고맙고 씁쓸해진 기분에 시큰해지는 표정에서.



5. S# 국밥집 방안.


오산댁과 황국도, 텔레비젼을 보고 있는데.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

오산댁, 황국도 동시에 돌아본다.


황국도 : 이? 이 야밤에 누구랴?

오산댁 : (돌아보면)



6. S# 국밥집 안.


오산댁, 황국도 나와 본다.


오산댁 : 누구세요?


하는데 계속 탕탕탕! 문 두드리는 소리만.

황국도, 오산댁 서로 시선 한번 마주친다.


황국도 : 뭐혀. 나가봐.

오산댁 : (보더니 문 쪽으로 다가서며) 누구냐니까요? 예? (계속 대답 없이 문만 심하게 두드리자)

            아니 누가 이 오밤중에 장난질이야 대체! (하면서 드륵 문을 여는데)


그대로 오산댁 앞으로 쓰러지는 승희. 오산댁, 놀라서 얼른 안으며.


오산댁 : 어머어머! 이게 누구야! 어머 승희야!

황국도 : 이이? 승희? (놀라서 보면)

승희 : ... (완전히 술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리는데서)



7. S# 국밥집 방안. N


누워있는 승희, 오산댁, 베개를 머리에 대주면

황국도, 대접을 숟가락으로 휘휘 저으며 가지고 들어온다.


황국도 : 자, 설탕물이여.

오산댁 : 꿀물 타오라니까는?

황국도 : 꿀이 워딨어. 꿀단지라구 하나 있는 건 텅텅 비어있드만..우선 급한대루 설탕물이래두 멕여. 자.

오산댁 : (할 수 없이 보더니) 승희야. 승희야? 정신 채려 엄마야아..

승희 : 으으...응..

오산댁 : 일어나서 설탕물 좀 마셔 봐. 응? 자.. (하면서 승희를 일으켜 앉힌다)

승희 : (몸을 가누기 힘든 듯 일어나 앉으면)

오산댁 : (승희한테 설탕물을 먹이며) 쭉.. 그렇지 쭉..

승희 : (두어 모금 먹다 안 넘어가는 듯 손으로 그릇을 민다)

오산댁 : 왜애?

승희 : (고개를 가로젓는다)

오산댁 : 너 왜 그래? 무슨 일 있었니? 대체 뭣 땜에 이렇게 술을 떡이 되게 마시구 들어온 거야? 엄마한테 말해봐. 응? (하는데)

승희 : (갑자기 훌쩍..)

오산/국도 : (동시에 ?해서 보면)

승희 : (고개 들어 보며) 엄마..

오산댁 : 왜애.

승희 : 내가 그렇게 나쁜 애야?

오산댁 : 니가 왜 나쁜 애야?

승희 : 근데 왜 나는.. 이렇게 되는 일이 하나두 없어 엄마? 선우는 저렇게 뭐든지 다 잘 풀리는데..

         나는 왜 뭐하나 맘먹은 대로 되는 게 없는 거지? 왜 나느은.. 하나두 행복하지 않은 거냐구. 어?

오산댁 : (무슨 말인가 보면)

승희 : 내가.. 그렇게 최악이야? 좋아하는 남자한테 사랑도 못 받을 만큼.. 그렇게 형편없는 애야 엄마?

오산댁 : 누가 너더러 최악이래? 누가 너더러 형편없대? 아니야. 너 이뻐. 너 나쁜 애 아니야 승희야.

황국도 : 암만 암만.

승희 : 나아.. 이대로 그냥 콱.. 죽어버리구 싶어 엄마.. 정말 구질구질하구 비참해서 이렇게 살기 싫다구우..

황국도 : 이이? (보면)

오산댁 : (울컥.. 시큰..) 이 놈에 기집애. 엄마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읎네. 니가 죽긴 왜 죽어? 이렇게 이쁘구 이렇게 잘났는데..

승희 : 엄마아.. (큰소리로 울어버리며 오산댁 품에 안기면)

오산댁 : (멈칫.. 본다. 보더니) 울지 마 이것아. 울기는 다 큰 것이.. (그러면서 같이 눈가가 붉어져서 승희를 다독인다)



8. S# 윤희의 방. N


불 꺼진 윤희의 방을 들어오는 태희. 아무도 없는 빈방을 들여다보면.



9. S# 이층거실. N


윤희 방 쪽에서 나오는 태희, 시계를 들여다본다. 걱정스러운 시선에서.



10. S# 국밥집 방안. N


잠이 들어있는 승희. 오산댁, 그 옆에 앉아 한숨을 내쉰다.


오산댁 : 이것이 필시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안 그러구선 죽는단 소리를 왜 했겠어.

황국도 : 글씨 말여. 신경이 쬐까 쓰이는고마. 하기사 스트레스를 왜 안 받겄어. 남 속이는 일이 그게 워디 보통 힘든 일이당가..

            것두 날고 긴다는 재벌그룹 집안사람들을 상대루다.

오산댁 : (한숨) 그런 줄도 모르구 에미라는 년은 돈타령만 하구 있었으니..

황국도 : 어따. 그것이 워디 우리만 잘 먹고 잘살자고 그랬당가. 워디까지나 우리 세 식구 잘되어보자고 그런 거이지이.

오산댁 : (다시 한숨 내쉬며 승희 머리를 쓰다듬는데)

황국도 : 그나저나.. 승희 안 들여보내도 될랑가 모르겄네.

오산댁 : 취해서 정신두 못 차리는 앨 보내긴 얼루 보내.

황국도 : 그래두 그 집서 걱정 안할까나?

오산댁 : (돌아본다. 보는데서)



11. S# 태희의 방. N


안경 쓰고 노트북을 들여다보며 일을 하고 있는 태희, 그 때 울리는 핸드폰 전화벨.

태희, 안경을 벗으며 핸드폰 받는다.


태희 : 네. 여보세요. 누구요? (하다가) 아,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어쩐 일이세요? (듣다가) 네? 윤희가요?



12. S# 국밥집 방안. N


오산댁 : 예에. 뭐 속상한 일이 있었나..술을 잔뜩 먹구 들어와서는 잠이 들었네요.

            밤두 깊었구 그냥 여기서 재워 보내면 어쩔까 싶어서..



13. S# 태희의 방. N


태희 : 네에. 그랬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거기서 자게 하죠. 내일 늦으막히 그리루 차 보낼께요. 네에..


핸드폰을 끊는다. 승희가 술을 먹었다니 대체 무슨 일일까.. 시선에서.



14. S# 김필중의 서재. N


의자에 기대 눈을 감고 있는데 똑똑똑.


김필중 : (눈을 감은채로 있다)

태희 :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오다가 멈칫..) 할아버지..

김필중 : (짐짓 눈을 뜨고 보며) 어. 태희구나. 들어와라.

태희 : (다가서며) 왜 그러구 계세요? 또.. 몸이 안 좋으세요?

김필중 : 아니다 괜찮아. (보며) 무슨 일이냐?

태희 : 좀 전에 윤희한테 연락이 왔어요. 전에 살던 집에서 하루 자고 들어온다 구요.

김필중 : (보면)

태희 : 윤희가 요즘.. 뭐가 많이 힘든가 봐요. 아직두 제가 많이 어려운지.. 속 얘길 잘 안 해요.

         제 딴에는 편한데 찾아 전에 살던 집 찾아간 모양인데.. 기분 전화도 할 겸, 제가 그러라구 했어요.

김필중 : 잘했다. 그건 잘했는데..너무 지나치게 윤희 일에 신경 쓸 거 없다.

태희 : ? (보면)

김필중 : 너야 평생을 마음에 품고 살아온 동생이니 볼 때마다 안쓰럽고 안됐겠지만,

            윤희 입장에서 보면 넌 아직은 낯설고 생소한 사람이야. 갑작스런 관심, 애정..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 뜻이다.

태희 : 네에.. (시선 떨구면)

김필중 : 윤희보다는 니 일이나 열심히 하도록 해. 지금 너..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때잖니.

태희 : 알겠어요. 할아버지.. 할아버지두 너무 과로하지 마시구 좀 쉬세요.

김필중 : 그래. 그러마.

태희 : (짐짓 웃음으로 돌아서는데)

김필중 : 아 참 태희야.

태희 : (? 돌아보면)

김필중 : 너한테 물어볼게 하나 있는데..너.. 재혁일 어디서 처음 만났다 그랬지?

태희 : 정선이요. 정선에서 처음 만났어요.

김필중 : 같은 동네 친구였니?

태희 : 아뇨. 그건 아니구.. 그 애가 깡패들한테 맞을 때 아버지가 도와준 일이 있었어요. 그래서 알게 된 거예요.

김필중 : 그래. 그랬구나.

태희 : 근데 그건 왜 갑자기 물으시는데요?

김필중 : 아니.. 그 녀석 있었다는 데가 어딘지 긴가 민가 해서..됐다. 알았으니 그만 올라가 봐.

태희 : (짐짓 웃음. 돌아서서 나가면)

김필중 : 정선이라.. (생각하는 시선에서)



15. S# 거실. N


밖으로 나오는 태희, 나오다가 돌아본다. 왜 갑자기 그걸 물으시는 걸까? 돌아보는 시선에서.



16. S# 재혁의 오피스텔. N


냉장고에서 쥬스를 꺼내 소파로 오는 재혁, 테이블 위에 있는 서류들을 살펴보다가 문득 시장기 같은 외로움을 느낀다.

자리에서 일어나 서랍을 열고 그 안에 있는 일기장을 꺼내보는 재혁.

그 안에 있는 자신의 가족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는 재혁, 표정 없는 시선에서.


flash-back>

김필중 : 이제껏 나는 사업이 내 인생의 전부였어. 그런데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사업보다 더 중요한 게 생겼지.

            그게 바로 태희야.


flash-back>

태희 나랑 결혼하자.


flash-back>

오한영 : 김태희를 이용하면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한번에 역전시킬 수 있는 겁니다.


<현재>

생각하는 재혁의 표정위로.


선우E : 안됐네요.


flash-back>

선우 : 팀장님이 안 됐다 구요. 누군가를 미워하면서 평생 살아가고 있잖아요.


<다시 현재>

깊게 숨을 내쉬며 사진과 일기장을 도로 서랍 속에 집어넣는 재혁, 돌아서서 창밖을 내다본다.

그러더니 들고 있던 컵, 턱.. 테이블위에 놓고, 외투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



17. S# 카페. (밤)


강변이 보이는 카페면 더 좋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우, 기웃거리면서 들어서다가 창밖으로 야경을 내다보고 있는 재혁을 본다.

그 앞에 다가서는 선우.


선우 : 팀장님.

재혁 : (돌아본다. 반가운 표정) 왔어요? 앉아요.

선우 : (맞은편에 앉으며) 늦은 시간인데.. 어쩐 일이세요?

재혁 : (본다. 보더니 한쪽에 있는 선물상자를 내민다)

선우 : (? 보면)

재혁 : 내일부터 첫 출근이죠? 풀러 봐요. 첫 출근 선물이예요.

선우 : (? 보더니 포장을 뜯어 열어본 순간 멈칫.. 핸드폰이다)

재혁 : 앞으로 이동통신회사 신사업 팀에서 일할 사람이 휴대폰 하나 없다는 건 말이 안되잖아요. 그래서 하나 준비했어요.

선우 : 이거 굉장히 비쌀 텐데..

재혁 : 이젠 이선우 씨도 우리 팀 직원이니까..상사로서 앞으로 전도유망한 직원한테 투자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선우 : (순간 감동으로 본다)

재혁 : 고맙다는 말 안 해요?

선우 : 고맙습니다. (그러면서 고개 숙인다)

재혁 : 고마운 사람 표정이 왜 그래요?

선우 : ...

재혁 : (? 본다. 보더니) 또.. 울어요? 우는 거예요?

선우 : (고개를 가로젓지만 분명 눈물이 가득 고여 있다) 그냥.. 너무 감사해서요. 내가 가진 것 보다 너무 많은 걸 받으니까..

         너무 과분하구.. 그리구 너무 감사해서 그래요.

재혁 : 너무 오랫동안 혼자 살아온 사람들은..받는 일에 별로 익숙해있지 않죠.

         그래서 아주 작은 선물인데도 쓸데없이 감동하게 되요. 알 것 같아요, 그런 기분..

선우 : 감사합니다.

재혁 : 솔직히 말하자면 그 핸드폰은 핑계예요.

선우 : ?

재혁 : 사실은 선우 씨가 보고 싶어 온 거라 구요.

선우 : !

재혁 : 가끔씩.. 지독한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아무리 먹어도 시장기가 가시지 않아요.

         계속 텅 비어있는 거 같구.. 허전하구.. 그리고 불안해지죠. 그래서 온 거예요. 선우 씰 보면.. 안정이 되거든요.

선우 : 팀장님..

재혁 : 걱정 말아요. 선우 씨하고 뭐 어쩌자는 거 아니니까. 이런 말로 선우 씨 불편하게 만들겠단 생각.. 더더욱 없어요.

         다만.. (보며) 다만 가끔씩.. 이렇게 날 만나줄 수 없겠어요?

선우 : (본다)

재혁 : 십 분이든 오 분이든 상관없어요. 친구처럼 생각해도 좋아요. 그냥 가끔씩 이렇게 앉아서 날.. 바라봐 주기만 하면 돼요.

         (보며) 안 되겠어요?

선우 : (본다)

재혁 : (본다)


그렇게 마주 않은 두 사람의 모습에서.. dis.



18. S# 나이트클럽. (앞씬 연결 음악 몽타쥬로) N


요란하게 돌아가는 싸이키와 술 취해 춤추는 사람들.

그 한쪽에서 담배를 피워 무는 철웅, 길게 연기를 내뱉는 시선.

그 때 다가오는 종업원 뭔가 얘기하면 철웅, 돌아본다.



19. S# 나이트클럽 일각. N


싸움이 붙은 한쪽. 그 뒤에서부터 한 놈씩 쓰러뜨리며 나타나는 철웅.

퍽! 마지막 놈의 턱을 날린 뒤 쓱 턱을 문지르며 숨을 몰아쉬는 철웅의 얼굴에서 dis.



20. S# 철웅의 집 앞. N


다가와 멈춰서는 재혁의 차.

안에서 내려서는 선우, 돌아본다. 인사하면 재혁, 눈으로 일별하고 차를 출발한다.

언덕에 혼자 남겨진 선우, 손에 쥐어진 핸드폰을 내려다본다. 가만히 손으로 만져보는데 울리는 핸드폰 벨.

멈칫.. 하는 선우. 귀에 대면.


선우 : 여보세요?

재혁F : 오늘 나와 줘서 고마워요 선우 씨. (간격) 잘 자요...

선우 : ... (보일 듯 말듯 옅은 미소)


선우, 핸드폰을 조용히 내리며 돌아본다. 한동안 그러고 서 있는 선우의 모습 dis.



21. S# 인수창고 N


창고 입구에 기대서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담배를 피우는 철웅의 모습. (담배를 잡고 있는 손, 붕대로 감겨있을 것)

그 뒤로 다른 깡패들, 화투를 치든가 운동을 하든가 하는 가운데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보는 철웅의 얼굴에서 fade-out.



22. S# 제하그룹 전경. D



23. S# 로비.


출근하는 직원들, 그 사이로 뛰어오는 선우. 다른 사람들 에스컬레이터를 타는데 혼자 계단을 뛰어올라온다.



24. S# 신사업 팀 사무실.


프레임-인 되는 선우의 얼굴. 커다란 쟁반에 커피를 잔뜩 올려놓고 들어선다.


선우 : 커피 왔습니다. (입구 쪽에서부터 한잔씩 돌린다. 태희 책상에도 놔주며) 커피 드세요.

태희 : (? 돌아보면)

선우 : (태희를 지나쳐 마지막으로 오한영의 책상위에도 올려놓으며) 커피예요.

오한영 : 디 카페인입니까?

선우 : (돌아본다) 네?

오한영 : 나는 카페인 있는 음식은 안 먹습니다. 디 카페인 아니면 도로 가져가세요. (무시..)

선우 : (썰렁해져서 커피 잔 도로 가져가는데)


사무실에서 나오는 재혁, 선우, 그 커피 재혁 앞으로 내밀며.


선우 : 팀장님 커피 드실래요?

재혁 : (짐짓 웃음으로 보더니) 고마워요. (받아서 마시며 프레임-아웃)

오한영 : (? 본다. 자판기 커피를 마시다니?)

태희 : (보면)

직원1 : 이선우 씨, 이거 복사 좀 부탁해요.

선우 : 네! 알겠습니다.

직원2 : 이선우 씨 이거, 이거 4층 영업부에 길유정 대리한테 좀 갖다 줄래요?

선우 : 네. 4층 영업부 길유정 대리님 알겠습니다. (주는 대로 척척 받아 챙반 위에 올려놓는다)

태희 : (선우를 돌아보면)



25. S# 일하는 몽타쥬.


1.복사하는 선우의 모습. 그러면서 내용을 열어 들여다본다. 어떤 내용인가 일일이 확인하는 모습..

2.재혁의 사무실. 회의 자료를 일일히 놔주는 선우의 모습.

회의를 진행하는 재혁과 둘러앉아 토로하는 태희와 오한영 및 직원들의 모습들.

그 중, 태희, 가장 열심히 뭔가를 설명하고 발표하고 있다.

선우, 한쪽에 앉아 열심히 듣고 노트에 적는다.

재혁, 회의내용을 듣다가 문득 시선 돌려 선우를 돌아본다. 선우, 귀를 쫑긋 세우고 태희의 회의내용을 듣고 있다.

재혁의 시선에서.

3.영업부 사무실에서 나오며 인사하는 선우.

다른 사무실에 전달해야할 서류를 들고 일일히 전달하는 선우. 열심히 부지런히, 그러다 미끌, 넘어질 뻔도 하면서 뛰어다닌다.

일각에서 청소하는 아줌마들, 그런 선우를 흘끔흘끔 본다.

선우, 그 옆으로 지나면서 꾸뻑 인사하며 지나가면 그 뒤로 프레임-인 되서 뿔테안경 치켜 올리며 쳐다보는 신반장에서.

4.구내식당. 식판을 들고 자리를 찾던 재혁, 한쪽에 혼자 앉아 밥을 먹고 있는 선우를 발견.

혼자 메뉴얼을 펼쳐놓고 핸드폰 사용법을 익히는 듯.


재혁 : (맞은편에 앉으며) 뭐하고 있어요?

선우 : 우리 회사에서 서비스하는 내용들이 뭐가 있는지 해보는 중인데요, 잘 모르는 게 있어서..

재혁 : 어디 봐요.


재혁, 선우에게 핸드폰을 보며 설명해주는 모습..말소리 음악에 묻히는 가운데

다른 사원들과 함께 구내식당에 들어서던 태희, 멈칫..핸드폰을 두고 서로 묻고 대답하는 재혁과 선우를 본다.

태희, 본다. 보다가 그대로 돌아서서 나간다.

나가는 태희와 엇갈려 안으로 들어서던 오한영, 나가는 태희를 한번 돌아보더니 한쪽에 앉은 재혁과 선우를 본다.

오한영, 바라보는 시선에서.



26. S# 신사업팀 사무실.


텅빈 사무실 안. 혼자 안으로 들어오는 태희, 잠시 안으로 들어와 왔다 갔다 한다.

한쪽 책상에 기대앉는 태희, 마음을 가라앉히는 시선에서.



27. S# 국밥집 방안.


콩나물 해장국을 떠먹는 승희. 잔뜩 속이 쓰린 듯한 표정으로 두어 숟갈 떠먹다 내려놓으면

그 앞에 앉아 지켜보던 오산댁와 황국도.


오산댁 : 왜애? 좀 더 먹지 않구.

승희 : 못 먹겠어. 안 먹을래.

황국도 : 그래도 숙취에는 콩나물 해장국이 젤인디.

오산댁 : 그래. 조금만 더 떠먹어 봐 승희야. 응?

승희 : 아우 자꾸 말 시키지 마요. 속 쓰려 죽겠어. (하면서 도로 드러눕는다)

오산댁 : 얘.. 너 정말 뭔 일 있는 건 아니지?

승희 : 일은 무슨 일.

오산댁 : 갑자기 술 쳐 먹구 들어와 울고불고 그런 것두 그렇구 죽네 마네 엄마 속 있는 대로 다 뒤집어 놓은 것두 그렇구..

            너 하는 꼴이 암만 해두 이상해서 그래. (보며) 너 정말 별 일 없는 거 맞어?

승희 : 엄만 내가 무슨 일 있었으면 좋겠어?

오산댁 : 뭐?

승희 : 아우 아무 일 없어, 아무 일두. 됐어? (하면서 돌아누우면)

황국도 : 그나저나 승희야. 이 가게 명의는 은제 니 엄마 이름으루 바꿔준 다냐?

오산댁 : (쿡 찌르면)

황국도 : 아, 궁금한 것두 못 물어봐?

오산댁 : (눈짓으로 어이구 화상.. 쿡쿡 찌르는데)

황국도 : 아따 참말로. 뭐가 워쨌다고 이려. 이제는 하고 자픈 말도 내 자유대로 못 하구 살라는 겨? (하는데)

승희 : ... (한숨.. 그러더니 도로 일어난다)

오산댁 : 왜 일어나? 좀 더 누워있지.

승희 : 됐어. 갈래.

오산댁 : 그 집에서 차 보낸다구 했어. 그 때까지만 좀 더 누워 있다가 가. 응?

승희 : (가방 들고 나간다)

오산댁 : (보더니 황국도 팔을 확! 꼬집는다)

황국도 : 아야! 아 따거.. 왜 꼬집구 난리여?

오산댁 : 내가 못 살어 못 살어! 이 눈치 없는 화상아. 지금 가게 명의 물어보게 생겼냐? 어? 내가 터져 죽어 증말. (하더니)

            승희야! 승희야아.. (쫒아나간다)

황국도 : (흘끔 돌아보더니) 가부당간에 가게든 뭐든 수중에 들어와야 뭘 해두 한번 시작해 볼텐디 말여. (시선에서)



28. S# 국밥집 안.


신발을 신는 승희, 그 뒤로 쫒아 나오는 오산댁.


오산댁 : 승희야. 승희야..

승희 : (일어나 나가면)

오산댁 : (맨발로 쫒아 나와 잡는다) 얘, 승희야.

승희 : (짜증스럽게) 왜 자꾸 이래 증말.

오산댁 : 혹시라두 너, 뭔 일 생기면 엄마한테 얘기해. 내가 힘은 없다만.. 그래두 너 하난 보호 못해주겠냐?

승희 : (보면)

오산댁 : 니 뒤엔 항상 엄마가 있다는 거 잊지 말란 말란 뜻이야. 알았어?

승희 : (본다. 보더니 한풀 꺽여.) 내가 나중에 또 연락할게. 잘 있어 엄마. (돌아서서 나간다)

오산댁 : 조심해 가라! 어?


승희, 탁! 문 닫고 가는데서 오산댁, 심난해서 본다. 시선에서.



29. S# 시장 일각.


터벅터벅 걸어오는 승희, 한숨.. 그러더니 가방에서 썬글라스를 꺼내 쓴다. 쓰는데

그 앞으로 프레임-인 되는 수탁.


승희 : (멈칫.. 보면)

수탁 : 철웅이 형이 좀 보자는 데요 승희 씨.

승희 : (본다. 다시 썬글라스를 벗고 보는 시선에서)



30. S# 인수 창고.


셔터가 열려있고, 아무도 보이지 않는 상태.

그 앞으로 수탁, 승희를 데리고 온다.

승희, 기웃기웃 거리면서 들어와 안을 휘 둘러보는데 저쪽으로 앉아 있는 철웅의 모습.


승희 : (짐짓 웃으며) 철웅 오빠..

철웅 : 술은 다 깼냐?

승희 : 어어. 속은 다 뒤집어졌지만.. (웃는데)

철웅 : 너 어젠 그게 무슨 짓이냐?

승희 : 뭐가?

철웅 : 기억 안 나? 나한테 무슨 짓했는지?

승희 : 아아. 그거?

철웅 : 기집애가 챙피한 줄도 모르구 어디서..

승희 : 왜? 오빤 별루였어? 난 좋았는데.

철웅 : 너 한번만 더 그 딴 짓 해봐. 그냥 안 둬 너. 술 취해서 그런 거래두 안 봐줄 거야. 알었어?

승희 : 난 또 하고 싶은데?

철웅 : 너 맞구 싶냐? 맞아야 정신 차릴래?

승희 : 철웅 오빠.. 자기보다 약한 사람한테 손 안 댄다는 것쯤은 나두 알아.

철웅 : 경우에 따라선 달라질 수도 있어. 너처럼 말 안 듣는 망아지 같은 기집앤 필요하다면 때려서라두 버릇 가르칠 수 있다구.

승희 : (본다. 보더니) 철웅 오빠 혹시 그거 알구 있어? 선우 요즘 다른 남자 생긴 거?

철웅 : (멈칫.. 보면)

승희 : 그 남자.. 우리 할아버지 회사 신사업 팀 팀장이야. 미국 유학까지 갔다 오구 회사에서도 중요한 직책을 맡게 될

         차세대 유망주지. 그런 남자가 지금 선우한테 푹 빠져있다구. 근데 철웅 오빠 같은 건달이 선우 눈에 보일 거 같애?

철웅 : 조용히 해. 입 닥쳐. (돌아서는데)

승희 : 선우 누구보다 내가 잘 알아. 같은 집 한방에서 십육 년이 넘게 살아왔다구. 그 기집애.. 자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누구든 이용할 수 있는 애야. 그렇게 무섭구 독한 기집애란 말야. 그런데두 철웅 오빤 선우가 그렇게 좋아?

철웅 : 입 닥치라 그랬다. 입 닥치구 그만 돌아가라!

승희 : 내가 말했지. 언젠간 후회하게 될 거라구. 결국은 선우 기집애한테 상처입구 버려질 거라구.

철웅 : (그 말에) 니가 무슨 상관이야!

승희 : (멈칫.. 보면)

철웅 : 상처를 입어두 내가 입어. 버려져두 내가 버려진다구. 그러니까 남의 일에 상관 말구 그만 돌아가.

         그리구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알았어?

승희 : 나는.. 선우하구 달라. 나는 무슨 일이 있어두 철웅 오빠 배반 안 해.

         이 세상에서 내가 좋아하는 남잔 철웅 오빠 한사람뿐이라구 알아?

철웅 : 수탁아 손님 가신다. 배웅해드려라.

수탁 : (보면)

철웅 : (그대로 돌아서서 사무실로 들어가 버린다)


쿵! 문이 닫히면. 승희, 닫힌 문을 바라본다. 시선에서.



31. S# 사무실 안.


들어온 철웅, 사실은 승희의 말에 동요되고 있다. 벌써 상처받은 기분으로 안을 왔다갔다..

그러다 붕대감은 주먹으로 벽을 쿵! 치는데서.



32. S# 신사업팀 사무실.


분주하게 일하는 사람들..그 안으로 진실장과 함께 들어서는 김필중 회장.

사원들, 보더니 일제히 일어나 목례한다. 태희도 멈칫.. 돌아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목례.

김필중, 사원들을 둘러보다가 태희를 보더니 짐짓 웃음.


김필중 : 됐어요. 다들 일들 봐요. (하면서 태희를 한 번 더 본 뒤 사무실 쪽으로 들어간다)

진실장 : (따르면)



33. S# 재혁의 사무실.


책상 앞에서 서류들을 살펴보는 재혁. 그 앞으로 서 있는 오한영과 직원1.

똑똑똑. 소리와 함께 진실장 안으로 들어온다.

재혁 ?해서 보는데 안으로 들어서는 김필중 회장.

재혁,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면.


김필중 : 바쁜데 내가 방해한 거 아닌가.

재혁 : 아닙니다, 회장님.

김필중 : 그냥 지나는 길에 잠깐 들렸어. 하던 일마저 해. 기다릴 테니. (하면서 의자에 앉으면)


재혁, 얼른 결재서류에 싸인한다. (오른손에 있던 펜 왼손으로 옮겨 싸인한다)

김필중, 무심코 그 모습을 본다. 멈칫.. 보더니.


김필중 : 자네 왼손잡인가?

재혁 : 네? 아뇨 아닙니다. 싸인 할 때만 왼손으로 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김필중 : (그 말에 짐짓 본다. 보면)


재혁, 결재서류를 직원1에게 넘겨주고 김필중이 앉아 있는 회의탁자에 앉는다. (직원1, 밖으로 나가면)


김필중 : 업무보고는 진실장 통해 계속 받고 있네. 자네 오구 나서 확실히 좋은 조짐이 보이고 있더구만.

재혁 : 아직 멀었습니다.

김필중 : (웃음) 그나저나 태희는 일을 시켜보니 좀 어떤가.

재혁 : 생각보다 훨씬 잘하고 있습니다.

김필중 : 성격이 곧고 강직해서.. 오히려 부러지기 쉬운 아이야. 겉으론 강해 보여도 마음이 너무 여린 게 탈이지.

            그 녀석.. 자넬 많이 의지하고 있어. 자네가 잘 이끌어주고 도와주게.

재혁 : ...네.

김필중 :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다가) 참.. 자네 고향이 정선이라 그랬나?

재혁 : (? 보더니) 할아버지 고향이 정선입니다.

김필중 : 할아버지라.. 참 할아버지가 있었다구 했지.

재혁 : 네.

김필중 : 그렇구만.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네 요즘 혹시 소문 같은 거 듣지 못했나?

재혁 : 네?

김필중 : 제하통신주를 갑자기 사들이는 사람이 나타났어. 인수합병 소문이 새나간 게 아닌가 싶어.

            매수하는 물량이 많아서 좀 신경이 쓰이는데..그 사람 이름이.. (진상만 쪽으로 시선주면)

진상만 : 이인숩니다. 회장님.

김필중 : 그래. 이인수..

오한영 : (멈칫.. 재혁을 본다)

재혁 : ...

김필중 : 정선에서 터 닦던 깡패 출신이라는데 혹시 자네 뭐 아는 거 없나?

재혁 : (본다. 보더니) 아뇨 회장님.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

김필중 : 하긴 자넨 깡패들과는 거리가 멀 테지. 알았네. 그만 일 봐. (자리에서 일어서면)

재혁 : (얼른 따라 일어난 뒤 목례한다)


김필중, 진상만 밖으로 나가고 문이 닫히면.

재혁, 시선을 들어 본다.


오한영 : 김필중 회장이 냄샐 맡은 모양이군요. 아무래도 일을 잠시 중단해야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재혁 : ... (생각)

오한영 : 저쪽에 연락해둘까요?

재혁 : 아니. 그럴 거 없어.

오한영 : 하지만..

재혁 : 오히려 이편이 좋아. 모르게 하려구 일부러 쉬쉬하지 않아도 되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도 더 이상 눈치 볼 거 없이 공격적으로 나가는 거야.

오한영 : (보면)

재혁 : (돌아보며) 이인수한테 연락해. 오늘 저녁에 좀 만나잔다구.

오한영 : 알겠습니다. (돌아서서 나가면)

재혁 : (본다. 시선에서)



34. S# 회장실.


들어와 의자에 앉는 김필중, 책상 앞에 앉더니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치며.. 생각하는 표정에서.



35. S# 평창동 집앞. N


프레임-인 되는 승희, 기웃거리며 들어갈까 말까.. 망설인다. 한숨.. 땅이 푹 꺼져라 내쉬더니 대문 앞에 철퍽 주저앉는다.


승희 : 아이씨.. 진짜 꼴사납게 됐네. 들어가자니 그렇구.. 안 들어가자니 또 그렇구 .. 아.. (하는데)


그 때 그 앞으로 다가와 멈춰서는 차.

승희, 도착하는 차를 보고 멈칫.. 얼른 일어나 보면

박귀중 차에서 내려 문을 열어주면 안에서 내리는 김필중, 표정 없이 시선을 들어 승희를 본다.

승희, 시선 피하며 고개만 숙여 인사하면

박귀중, 그런 승희와 김필중을 번갈아 본다. 시선에서.



36. S# 평창동 거실. N


마중하는 현자와 예산댁. 들어서는 김필중.


예산댁 : 오셨습니까.

현자 : 오셨어요? (하다가 뒤에 들어오는 승희를 본다) 어머.. 니가 어떻게 할아버지하구 같이 들어오니?

김필중 : 집 앞에서 만났다.

현자 : 그래요? (승희를 보면)

승희 : (주춤거리고 서서 김필중을 본다)

김필중 : (가타부타 말도 없이 방으로 들어간다)

현자 : (흘끗 승희를 보더니 김필중을 따라 들어가면)

승희 : (표 안 나는 한숨.. 보는 시선에서)



37. S# 주방. N


김필중, 현자, 승희, 단 세 사람이서만 함께 하는 식사시간.

김필중의 무거운 침묵이 오히려 더 고통스러운 승희, 김필중의 눈치를 계속 살피는데.


현자 : 몸 아픈 건 좀 어떠니?

승희 : 네? 네에.. 괜찮아요.

현자 : 젊은 애가 너무 하는 일 없이 집안에만 있어두 건강에 안 좋아. 어디 골프장이라도 끊어서 다니도록 해.

승희 : (대답 못한 채. 흘끗 김필중 보면)

김필중 : (아무 말 없이 식사하는 위로)

현자 : 말이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 윤희 너 유학 가는 거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봐.

승희 : 유.. 유학이요?

현자 : 대학교 졸업장은 따야할 거 아냐. 결혼을 시킬래두 고졸학력 갖구 어디 명함이나 내밀겠니?

         태희랑 따루 상의는 하겠지만.. 너두 생각해봐. 고모 말 흘려듣지 말구.

승희 : (대답 못한 채 다시 흘끗 김필중 보면)

김필중 : 예산댁. 여기 숭늉 좀 내와.

예산댁 : 네 회장님.

김필중 : (끝까지 승희와 시선 마주치지 않은 채 말없이 숟가락을 놓는데서)

승희 : ...



38. S# 승희의 방. N


안으로 들어온 승희, 먹은 게 얹힌 듯 위장 부분을 손등으루 두드린다. 그러다 한숨.. 푹 꺼지게 내쉬며 의자에 앉는데

똑똑똑.. 문소리.

승희, 제풀에 놀라 벌떡 일어난다.


승희 : 누구세요?

예산댁 : (문 열리며) 회장님이 찾으셔. 서재루 잠깐 내려오라는데.

승희 : 지금요?

예산댁 : 어. 지금.

승희 : (본다.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마는 건가.. 시선에서)



39. S# 서재. N


안으로 들어오는 승희. 김필중, 책상 앞에 앉아 서류를 들춰보고 있다.

승희, 본다. 보더니 천천히 다가서서.


승희 : 부르셨어요?

김필중 : (대답대신 한쪽에서 하얀 봉투하나를 테이블위로 내민다)

승희 : (? 보면)

김필중 :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앞으로 넌.. 당분간 이 집에 계속 남아있도록 해라.

승희 : 네?

김필중 : 이 집에 있으면서 지금까지보다 더욱 더 열심히 윤희 역할을 하도록 해.

승희 : (귀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보면)

김필중 : 태희는 장차 내 뒤를 이어 제하를 물려받을 아이다.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지.

            잃어버린 윤희한텐 미안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태희를 언제까지 동생 찾는 일로 시간을 허비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어차피 하나를 얻기 위해선 하나는 희생해야지. (보며) 매정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게 내 방식이야.

승희 : (마른침을 꿀떡 삼키며 본다. 보면)

김필중 : (태이블 위에 놓인 봉투를 시선으로 가리키며) 그건 느이 모친명의로 바꿔놓은 가게문서다.

승희 : (본다)

김필중 : 너한테 물질적인 보상은 내가 해주마. 대신.. 너는 무슨 일이 있어도 태희를 배신하면 안 돼.

            니가 가짜라는 걸 들켜서도 안 된다. 숨이 다하는 날까지 너는.. 태희한테 절대로 복종하고 충성하는 동생이 되야 해.

승희 : (다시 떨려오는 손..)

김필중 : 만에 하나.. 태희한테 누가 되는 행동을 한다거나 태희 가는 길에 방해가 된다면 그 땐 니 인생도 끝이라구 생각해라.

승희 : (보면)

김필중 : 그리구 이 일은 너하구 나.. 두 사람만 아는 일이다. 누구한테든 말해서도 안 되고 눈치 채이게 해서도 안 돼.

            무슨 말인지 알겠냐?

승희 : (고개를 겨우 끄덕이며 겨우 갈라진 소리로) 네.. 네에..

김필중 : 됐다. 나가봐. (그러더니 다시 서류로 시선 준다)

승희 : (부들부들 떨리는 시선으로 본다. 시선에서)



40. S# 이층거실. N


흰 봉투를 꾹 쥔 채 올라오는 승희, 다리가 후들거리는 듯 잠시 소파를 짚고 서서 돌아본다.

이 뜻밖의 결과에 믿어지지 않는 듯 승희,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시선으로 돌아보면.



41. S# 서재 안. N


의자에 앉으며 뒷머리를 만지는 김필중, 잠시 숨을 몰아쉬더니 천천히 눈을 뜨고 현호의 사진을 본다.


김필중 : 니가 애빌 꾸짖어도 할 수 없다. 이젠 나도 시간이 별로 안 남았어. (보며) 이게.. 이게 다 태희를 위해서야.

현호사진 : (말없이 아버지를 본다)

김필중 : (한숨을 내쉬며 시선을 돌리면)



42. S# 승희의 방. N


불도 켜지 않은 어두운 방.

한쪽에 스탠드불빛만 켜져 있는 채 화장대 앞에 앉아 있는 승희, 손에 쥐어져 있는 흰 봉투를 본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거울 속에 얼굴을 보더니 갑자기 히스테릭하게 소리죽여 킥킥 웃는다.

눈물이 반쯤 고인상태로 웃으며 거울속의 얼굴을 본다. 보며.


승희 : 나하구 공범자가 되 보자 그거지? 좋아 그래. 못할 것도 없지. 어디 갈 데까지 한번 가보자구 영감님.

         (두려움 반, 오기 반으로 쳐다보는 시선에서)



43. S# 신사업팀 사무실. N


불이 대부분 꺼진 상태에서 태희의 자리만 유난히 컴퓨터 불이 환하게 들어와 있다.

태희 안경을 쓴 채 컴퓨터에 열심히 뭔가 작성중이다.

그 뒤로 프레임-인 되는 선우, 태희를 본다. 보더니 도로 밖으로 나간다.

(경과)

태희의 책상 옆으로 놔지는 캔 커피. 태희, 멈칫.. 돌아보면.


선우 : 드시구 하세요.

태희 : (본다, 보더니) 고맙지만.. 지금은 별로 마시고 싶지 않아요. (도로 미는데)

선우 : 그럼 뒀다가 나중에 마시세요.


그러더니 선우, 돌아서서 사무실 여기저기 정리한다.

태희, 본다. 보더니 캔 커피를 한쪽에 놓고 다시 일을 시작하는데.


선우 : 항상 늦게까지 일하시나 봐요? 저번에도 늦게 퇴근하시는 거 같더니.

태희 : (방해된다. 일단 한번 참고) 다음 주까지 끝내야하는 프로젝트가 있어요.

선우 : 아까 회의 때 말씀하셨던.. 그 모바일컴퓨팅인가 뭔가 하는 거요?

태희 : (정말 방해되는군..)

선우 : (알아채지 못한 채) 아까 회의 때 잠깐 들었는데.. 컴퓨터처럼 핸드폰 바탕화면에 있는 아이콘만 딱 누르면

         프로그램이 바로 뜨게 만든다면서요? 그럼 이젠 핸드폰이 아니라

         완전히 들고 다니는 개인 컴퓨터나 마찬가지겠네요. 그렇죠?

태희 : 이선우 씨 퇴근 안 해요?

선우 : 아직 할 수가 없죠. 제가 정해 논 규칙이 있거든요. 가장 먼저 출근한다. 가장 늦게 퇴근한다.

태희 : (본다. 보더니 다시 일에 집중하는데)

선우 : 그럼 이메일 같은 것두 직접 핸드폰에서 확인이 되는 건가요?

태희 : (멈칫.. 생각 못했던 얘기다. 시선 들면 그 뒤로 계속)

선우 : 핸드폰으로 이메일까지 확인할 수 있으면 요즘 애들이 참 좋아하겠네요. 그쵸?

태희 : (본다. 보더니) 글쎄요.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요. 참고해보죠. (그러더니 안경을 벗고 책상을 정리한다)

선우 : 가시게요?

태희 : 내가 가야 이선우 씨도 퇴근을 하잖아요.

선우 : 어? 일부러 저 땜에 그러실 건 없어요. 진짜 괜찮은데..


태희, 대꾸 없이 착착 일하던 것들을 정리한다. 그러다 여러 뭉치 되는 서류들을 한꺼번에 들어 올리다가

그만 주르르 바닥에 떨어뜨린다.

태희, 멈칫 내려다보는데 선우, 재빨리 뛰어와 무릎을 구부리고 바닥에 흩어진 서류들을 줍는다.

태희, 그런 선우를 보면 선우, 책상 밑까지 들어간 종이까지 주워 태희에게 준다.


태희 : (본다. 보더니) 같이 안 나갈래요? 버스 타는데 까지 바래다 줄께요.

선우 : 그래주실래요? 잠깐만요. (얼른 한쪽으로 가서 책상에서 짐을 챙긴다)

태희 : (본다. 시선에서)



44. S# 엘리베이터 앞. (복도) N


나란히 둘만 서 있는 상황. 태희, 선우를 한번 돌아본다.


선우 : (? 돌아보면) 왜요?

태희 : 이상하게 선우 씰 보면 볼수록.. 낯설지가 않아요.

         사실은 처음에 선우 씰 병원에서 봤을 때두.. 잠깐 그런 생각했어요. 참.. 낯익다구..

선우 : 그럴 수밖에 없죠. 사실은 그 전에두 두 번이나 만났으니까. 모르셨죠?

태희 : 두 번이나?

선우 : 두 달 전쯤인가.. 어느 호텔 나이트클럽에서 쫒겨 나 울고 계실 때.. 그 때 한번 마주쳤었구요.

         제하그룹 입사원서 낼 때두 한번 마주쳤구요. 병원에서 만난 건 세 번째였어요.

태희 : 그랬구나. 세 번째였구나, 그게..

선우 : 혹시 그런 말 아세요? 우연이 세 번 겹치면 필연이라는 말이요.

태희 : (그 말에 보면)

선우 : 이렇게 언니랑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게 된 걸 보면..그 말이 맞는 말 같기두 해요. (헤헤 웃으면)

태희 : (본다. 짐짓 웃음기 어린 얼굴로 보더니) 장팀장이 왜 선우 씰 편하다고 했는지.. 알거 같네요.

선우 : (? 보면)

태희 : 장팀장.. 누구한테 쉽게 마음 같은 거 못 여는 사람이예요. 솔직히 말하면 나한테도 아직 마음을 다 보이지 않아요.

         나는 항상 그게 서운했구.. 그래서 많이 부딪혔어요. 하긴.. 내 탓도 있을 거예요.

선우 : (보면)

태희 : 세상에 전부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난 그 자리를 대신해줄 사람이 필요 했구.. 그럴 때 장팀장을 만났거든요.

         그래서 더 기대고 의지 했는지도 몰라요. 아버질 대신해서..장팀장은.. 그게 부담스러웠을 거구요.

선우 : (본다)

태희 : 가끔.. 사람하고 사람 사이에서 아주 중요한 걸 놓치고 살아온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선우 : 하지만.. 그래도 진심이란 건, 전해지는 게 아닐까요?


태희, 그 말에 돌아본다. 보더니 짐짓 웃음. 그러더니 들고 이던 서류중 하나를 빼서 선우한테 준다.


선우 : (? 보면)

태희 : 이번에 내가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예요. 현재 실행중인 베이직엔보다 업그레이드된

         차세대 인터넷 서비스에 관한 내용이죠. 한번 읽어볼래요?

선우 : 제가.. 읽어봐두 되는거예요?

태희 : 대신 선우 씨 생각을 얘기해줘요. 내용은 다음 회의 때까지 대외비니까..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해요. 알았죠?

선우 : 네. (받는다. 활짝 웃으며 보면)


땡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올라타는 태희. 좋아서 그 뒤를 따라 타는 선우의 모습에서.



45. S# 서준의 레스토랑 안. N


쨍그랑! 떨어져 깨지는 접시(또는 컵). 안에 있던 손님들 일제히 돌아본다.

서준도 한쪽에서 돌아보면 연웅, 재빨리 손님한테 양해를 구하며 쭈그리고 앉아 접시를 줍는다.

서준, 보면. 그 옆에서 남직원, 메뉴적어 놓은 작은 칠판위에 바를 정자 획을 하나 추가한다.


서준 : 몇 개째지?

남직원 : 모두 해서 일곱 개 쨉니다. (하는데 저쪽에서 쨍그랑! 또 깨지는 소리) 여덟 개 짼데요. (하더니 또 한 획을 추가하면)

서준 : 이러다 가게 말아먹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돌아보면)


연웅, 연신 손님들한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면서 깨진 그릇을 또 줍고 있다.

서준, 본다. 빙긋 웃는 시선에서.



46. S# 서준의 레스토랑 앞. N


일이 다 끝나고 퇴근하는 직원들. “수고하셨어요.” 인사 끝내고.

그 가운데 연웅도 다른 사람들한테 인사한 뒤 한쪽으로 걸어온다.

그 뒤로 쭉 달려와 속도를 늦추는 서준의 오픈카. 연웅과 보조를 맞춰 걸어오며.


서준 : 어느 쪽으로 가요?

연웅 : 우리 집 쪽으로 가는데요.

서준 : 그러니까 연웅 씨 집 쪽이 어디냐 구요.

연웅 : 그건 알아서 뭐하실려구요?

서준 : 같은 방향이면 태워다 줄 수도 있으니까.

연웅 : 됐습니다, 사장님. 전 지하철 체질이라서요. 지하철타구 가겠습니다.

서준 : 그럼 지하철역까지 바래다줄께요. 타요.

연웅 :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것두 외제차까지 얻어타는 건 제 분수에 안 맞는 일이네요. 사양하겠습니다.

서준 : 매사에 그렇게 꼬치꼬치 따지면서 사는 거 피곤하지 않아요?

연웅 : 분수껏 사는데 피곤하긴 왜 피곤합니까? 분수 모르고 날뛰는 것들이나 피곤하지.

서준 : (혼잣말) 정말 엄청나게 바른생활 아가씨구만. 우리 할아버지랑은 잘 통하겠네. (보더니) 정말 안 탈 거예요?

연웅 : 안타요. 몇 번 말해야 알아들어요? 안 탄다 구요. 에? (보면)

서준 : 알았어요. 그럼 어쩔 수 없지 뭐. (그러더니 부웅! 소리 내서 가면)

연웅 : (걸어오다가 걸음을 멈추고 보더니) 아, 진짜.. 왜 난 저 사장자식하구 말만하면 열이 받는 거야 대체.

         (본다. 훅! 앞머리 불며 보더니 에이씨.. 프레임-아웃 되면)



47. S# 철웅의 거실. N


안으로 들어오는 연웅.


연웅 : 다녀왔습니다. (들어서는데)

박귀중 : (외출복입고 나오며) 어, 지금 들어 오냐. 늦었구나.

연웅 : 근데 아버진 어디 가세요?

길여옥 : 회장님이 급하게 호출하셨단다.

연웅 : 그 회장님은 잠두 없대요? 이 야심한 밤에 왜 사람을 오라 가라 하는 거야 대체.

박귀중 : 그런 소리 하면 못써 이 녀석아.

길여옥 : 지 애비 고생하는 거 베기 싫어 그런 게지.

박귀중 : 그래두 회장님은 아버지가 평생 모셔 오신 분이야. 이만큼 먹구 살게 해주신 것두 다 그분 덕이구.

            투덜거리지 마. 고마우신 분이야.

연웅 : 네. (보더니) 밤길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아버지.

박귀중 : 그래. (길여옥 보며) 어머니 다녀오겠습니다. 많이 늦을지도 모르니까 기다리지 말고 주무세요.

길여옥 : 알었네. 조심해 다녀와.

박귀중 : 네 어머니. (밖으로 나가면)

연웅 : (보며) 선우언니는요?

길여옥 : 거의 다 왔다구 좀 전에 전화 왔었다.

연웅 : 으응.. (돌아보는데서)



48. S# 버스 정류장. N


다가와 멈춰서는 버스. 안에서 내려서는 선우, 씩씩하게 한쪽으로 걸어오는데

이만치 서 있는 철웅.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발로 툭툭 땅을 차며 서 있다.

철웅, 선우를 돌아보더니 겸연쩍은 미소..



49. S# 근처 일각. (공원벤치..) N


철웅 : 어젠 맛있게 잘 먹었다.

선우 : ...

철웅 : 너.. 나중에 좋은 엄마 되겠드라. 손맛이 꼭 우리 엄마 손맛 같드라구.

선우 : (그 말에 돌아보면)

철웅 : 옛날에 우리 엄마두 곧잘 그렇게 예쁜 도시락을 싸주셨어. 초등학교 삼학년 때 엄마가 돌아가신 뒤론

         도시락 같은 거 한 번도 학교에 싸간 적 없었다. 할머니가 싸주셨지만 가져가지 않았어.

         어떤 도시락두 우리 엄마 꺼 만큼 맛있지 않았거든.

선우 : (본다)

철웅 : 나는.. 원래 그래. 뭔가를 하나 좋아하게 되면 그걸루 끝이야. 다른 건.. 들어올 틈이 없는 놈이지.

선우 : 철웅아, 난..

철웅 : 알구 있어. 니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선우 : (본다)

철웅 : 니가 날 쳐다볼 때랑, 그 자식 쳐다볼 때 눈빛이 어떻게 다른지.. 나도 다 알고 있다구. 다 아는데..그래도 어쩔 수가 없어.

         이미 난.. 너 하나루 꽉 차버렸으니까. (돌아보며) 다른 건 들어올 틈이 없다구.

선우 : (본다. 오래.. 쳐다보는 시선에서)



50. S# 연웅의 방. N


불 꺼진 방안으로 힘없이 들어오는 선우, 잠시 문 앞에 기대선다. 한숨과 함께 돌아보면.



51. S# 철웅의 방. N


방문 앞에 기대 서 있던 철웅.. 한숨..주머니에 두 손 꽂은 채 천천히 방안을 서성인다.

서성이다가 머리를 긁적긁적.. 답답한 듯 그대로 도로 나간다. 문을 열고 나가는데서.



52. S# 평창동 거실. N


예산댁, 문을 열어주면 안으로 들어서는 박귀중.


태희 : (커피 잔을 들고 지나가다가) 아저씨. 이 밤중에 어쩐 일이세요?

박귀중 : 회장님 호출이 있으셔서..

태희 : 그래요? 무슨 일이신데요?

박귀중 : 글쎄 나두 잘 모르겠는데. (그러면서 서재 쪽으로 가면)

태희 : (? 보는 시선에서)



53. S# 김필중의 서재. N


박귀중 : 네? (멈칫.. 보면) 장재혁군.. 오피스텔을요?

김필중 : 내가 영 걸리는 게 있어서 그래. 가서 그 녀석 사는 것 좀 살펴 보구 와. 거기 관리실에 연락해뒀으니까 문 열어줄 거야.

박귀중 : 구체적으로 뭘 찾으시라는 건지..

김필중 : 의심갈만한건 뭐든지.. 뭐든지 찾아봐.

박귀중 : (본다. 시선에서)



54. S# 인수의 사무실. N


인수 : 이렇게 촉박하게 일정이 앞당겨지면 자금이 많이 딸릴 거야.

재혁 : 시간이 없어. 김필중 회장이 본격적으로 방어하고 나서면.. 목표만큼 사들이는 게 어려워질 수도 있어.

인수 : 낭패구나..

재혁 : 내가 맡긴 건 언제쯤 융통이 가능하겠냐.

인수 : 짧게 잡아도 일주일은 걸릴 거야.

재혁 : 너무 늦어. 하루나 이틀 안에 해결해야해. 더 이상은 안 돼.

인수 : (본다. 시선에서)



55. S# 창고 앞. N


배웅 나온 인수와 깡통, 그 외 깡패패거리들.


재혁 : 부탁한다.

인수 : 힘써보마.

재혁 : (인수를 한번 본 뒤 차에 올라탄다)

오한영 : (운전석에 올라탄 뒤 차를 출발시키면)

깡통 : 대장아. 무신 일이고? 무신 일인데 장재혁이 저 놈아가 저래 인상이 찌그러졌노?

인수 : 꼬마 어딨냐.

깡통 : 잠깐 볼일 있다고 나갔는데. 와? 급한 일이가?

인수 : 꼬마 들어오는 데로 나 좀 보잔다구 해. (안으로 들어가면)

깡통 : (? 보면)



56. S# 창고 앞 일각. N


걸어오는 철웅와 수탁.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재혁의 차.

철웅, 헤드라이트 불빛에 한쪽으로 비켜서면 바로 그 옆으로 스쳐지나가는 재혁의 차.

(철웅의 시선에서, 재혁의 시선에서..) 서로 얼굴은 보지 못한 채 아슬아슬하게 지나쳐 간다.

철웅, 걸어온다, 오다가 멈칫.. 다시 돌아본다.


수탁 : 왜요 형? 아는 사람입니까?

철웅 : 아니.. 차가 낯익어서. (본다. 보더니 별 생각 없이 쓱 돌아서서 간다)

수탁 : (따라가면서 흘끔 한번 더 돌아보면)



57. S# 인수사무실. N


인수 : 갑자기 자금융통할 일이 생겼다. 남대문 큰손을 좀 만나야겠는데.. 그 뒤를 쌍불파 애들이 맡고 있다는 얘기가 있어.

         그쪽 애들 모르게 줄을 좀 한번 대봐라.

깡통 : 대장아, 사채쓸라꼬?

인수 : 돈세탁이 좀 필요한데 남대문 큰손이 그 쪽으로 전문가라고 들었다.

깡통 : 도.. 돈세탁..? (보면)

인수 : 내일 안으루 한번 줄을 대봐.

철웅 : (본다. 보더니) 뭐 하나 물어봐도 됩니까?

인수 : (? 보면)

철웅 : 왜 이렇게 많은 돈이 자꾸 필요한 겁니까.

깡통 : 짜슥. 대장이 필요하다믄 필요한기지..

철웅 : 좀 전에 여기서 고급 승용차가 한대 나가든데.. 그 안에 탄 사람들하고 관련된 겁니까?

깡통 : 아 짜슥 니가 형사 콜롬보가. 왜 자꼬 꼬치꼬치 캐물어 쌌노. 거.. (하는데)

인수 : 그 사람은 내 오랜 친구다.

철웅 : (본다)

인수 : 그 친구하고 약속한 게 있어. 내가 그 친굴 돕는 대신.. 그 친군 있는 놈들 상대로 크게 해먹게 해주겠다고 했지.

         이왕 깡패 짓 하는 거 약한 사람 괴롭히지 말구 진짜 도둑놈들을 상대로 한번 해먹어보자구 말이야.

철웅 : (보면)

인수 : 우리는 나쁜 짓 하는 게 아니다 꼬마. 못 가진 사람, 가난한 사람들 걸 뺏는 게 아니라 있는 놈들 걸 나눠 갖자는 것뿐이야.

철웅 : (본다. 왠지 걸리는군.. 시선을 돌리면)



58. S# 재혁의 오피스텔. N


관리인, 문을 열어주면 박귀중 인사하고 안으로 들어온다.

문을 닫고 스위치를 켜면 몇몇 스탠드에 불이 들어오며 안이 밝아진다.

박귀중, 천천히 안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59. S# 재혁의 오피스텔 앞. N


다가와 멈춰서는 차.

재혁, 내려서면 오한영, 일별하고 차를 출발한다.

재혁, 돌아서서 안으로 들어가면.



60. S# 김필중의 서재. N


어두운 방안에 혼자 앉아 있는 김필중, 시선에서.



61. S# 재혁의 오피스텔. N


여기저기 내부를 뒤지는 박귀중, 서랍 서랍들을 열다가 문득 한쪽에 낡은 일기장을 발견한다.

꺼내서 보는 박귀중, 첫 장을 열면 그 안에 들어있는 신문기사와 사진.

멈칫.. 사진을 보는 순간 충격 받은 표정으로 보는데서..



62. S# 오피스텔 복도. N


땡..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걸어 나오는 재혁. 오피스텔 쪽으로 걸어온다.



63. S# 오피스텔 안.


오려진 기사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박귀중의 떨리는 시선.. 그 때 열쇠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린다.

멈칫 놀라는 박귀중, 돌아보면

안으로 들어서는 재혁. 들어서다가 멈칫.. 멈춰 서서 박귀중을 본다.

박귀중에게 들려있는 일기장과, 다른 한손에 들려있는 사진..

재혁, 무섭게 표정 굳어서 보면.


재혁 : 뭡니까 박기사님. 지금 내 집에서 뭐하는 겁니까!!

박귀중 : (믿을 수 없는 시선으로 본다)

재혁 : 뭐하는 거냐 구요!

박귀중 : 당신이.. 당신이 정말 장회장님 손자분이십니까?

재혁 : ! (무서운 시선으로 노려본다)

박귀중 : 정말로 장회장님 손자 분 맞습니까? (본다)


재혁, 어금니를 꾹 문다. 물면서 시선 돌리는데서.

<18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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