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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대본

[싸인] 18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2.06.29|조회수348 목록 댓글 0

싸인 (SIGN) - 18부 -


씬/1 N, 거리 일각
 
 쓰러져 있는 우진. 그위에서 망치를 들어올리는 손.
 막 내려치려는 찰나... 멀리서 빠르게 다가오는 발자국소리를 듣자, 멈칫하는 손.

씬/2 N, 또 다른 거리일각

 우진 쪽을 향해 빠르게 뛰어오는 이한과 선배형사.
 코너를 돌면 저 멀리 쓰러진 우진이 보인다.
 저 멀리, 골목 쪽으로 멀어지는 그림자.
 이한, 달려와 우진의 상체를 일으켜 세운다.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우진, 힘겨운 시선으로 본다.
 선배형사, 우진의 상처를 보면서 놀라서 전화를 들고
 ‘00동, 000앞, 구급차 빨리 보내!’ 외치고..

이한  정검사님! 정검사님!
우진  빨리 가서 잡아요.. 망치.. 망치를 들었어..
이한  (우진을 안고 어찌할바를 모르는)괜찮은 거죠? 괜찮죠?
우진  (가까스로 말 잇는)뭐해요.. 안 쫓아가구! 범인.. 잡으라구..
  (스르르 눈이 감긴다)
이한  (우진을 안은채로) 안돼! 안돼!

 선배형사, 다급히 다가와서 우진을 살피는데,
 이한, 우진을 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저 멀리 골목쪽 코너를 돌고 있는 그림자를 보는 분노에 찬 눈빛.

씬/3 N, 다른 거리일각
 
 분노로 질주하는 이한.
 골목으로 꺾어지자 이한의 시야에 들어오는 그림자 도망가고 있다.
 그 뒤를 따라 혼신을 다해 뛰는 이한.

씬/4 N, 편의점 뒤쪽
 
 뒷문 앞으로 달려오는 이한.
 품 속에서 권총을 뽑아들고 이를 악물더니 발로 문을 찬다.
 
씬/5 N, 편의점 안
 
 쾅! 뒷문이 열리며 권총을 든 이한이 들어선다.

이한  손들어!

 헐떡거리며 권총을 겨누고 있는 이한의 앞에는 천연덕스럽게 계산대에서
 뭔가를 정리하고 있는 이호진이다.

호진  (시치미 떼며) 무슨.. 일이세요..?

 이한, 달려가 코앞에 총구를 겨눈다.
 분노로 눈가가 벌개져있는 이한.

이한  (치를 떨며) 무슨 일이냐고.... 그걸 몰라서 물어!
  이 개자식아!
호진  (영문을 몰라하는 표정이다가)... 좋아했나보네.. 그 여자..  

 말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이한.
 금방이라도 방아쇠를 당길듯하다.

호진  쏴봐..
이한  뭐...?
호진  화나지...? 그러니까 쏘라구..

 막 방아쇠를 당기려는 이한과 호진의 여유있는 얼굴이 교차되다가...
 ‘퍽’ 분노의 주먹을 날리는 이한.
 쓰러진 호진에게 달려들어 수갑을 채우며

이한  (분노로 이를 악물며) 이호진, 너를 현행범으로 체포한다!
  너는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고!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
 
씬/6 N, 수술실 복도 일각

 놀란 얼굴로 뛰어오는 지훈과 다경.
 응급실 안쪽 의자에 멍하니 앉아있는 이한에게 다가간다.

지훈  어떻게 된 거에요?

 이한, 머리를 부여잡는다.

이한  다.. 나 때문이에요. 날 보러 왔다가..

 지훈, 다경 괴로워하는 이한을 내려다보는데,
 수술실 문 열리면서 나오는 의사.
 의사가 나오자, 다가가는 세 사람.

이한  어때요?
의사  다행히 정확히 가격 당하지 않아서 생명에는 지장이 없겠습니다.

 그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세사람.
  
의사  일단 뇌에 고인 혈액을 뽑아내는 수술은 마치긴 했지만,
  뇌압이 높아서 부종이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환자가 의식을 회복하는게 가장 중요합니다.

 어두워지는 지훈, 다경, 이한의 얼굴.

씬/7 N, 병실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호흡을 유지하고 있는 우진.
 각종 기계들이 불안한 수치를 가리키는듯 하다.
 이한, 지훈, 다경 굳은 얼굴로 우진을 바라본다.
 
지훈  (우진을 잠시 보다가) 이호진은 어떻게 됐어요?
이한  ...현행범으로 체포했습니다.
  지금, 취조중이에요.
지훈  ...(누워있는 우진을 보며)모든게.. 다 시나리오대로에요.

씬/8 N, 병원 복도

 이한, 다경, 게임 시나리오 카피본을 보고 있다.

지훈  이호진이 개발하려고 했던 게임 시나리오에요.
  이건 단순한 묻지마 범행이 아닙니다.
다경  ..민정기 선생님도.. 묻지마 범행이 아니라, 모든 게 계획된
  살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씀하셨어요. 
이한  (굳은 얼굴로 있다가)하지만, 정검사님은.. 학교 선생님이 아니었어요.
다경  캐릭터 스케치가 맞아 떨어진 거에요. 선생님이라고 오해한 거겠죠.
  
 이호진을 잡았지만, 동생이, 우진까지 다쳤다는 아픔에 얼굴이 밝지 않은 세 사람.
 
다경  5년전부터.. 구상했다고 했죠?
  (이호진에 대한 분노)내 동생이.. 시발점이였던 거에요.
  도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거죠.
지훈  ..(다경을 보다가)이호진은 체포됐고.. 이제 모든 게 끝났어.
  이호진은.. 자기가 벌인 일에 대한 대가를 받게 될꺼야.
  
씬/9 N, 경찰서 전경

씬/10 N, 취조실

 이호진을 취조하고 있는 선배형사.

선배형사 흉기는 어쨌어?
이호진  뭐가요?
선배형사 피해자 내려친 망치말이야!
이호진  정말 왜그러시는지 모르겠네.. 전 아무것도 몰라요.

 선배형사, 이호진을 보다가 서류안에서 게임 시나리오를
 꺼내서 아무 부분이나 펼친 뒤, 호진 앞에 내민다.

선배형사 뭔지 알겠지?

 이호진, 가만히 게임 시나리오를 바라본다.

선배형사 니가 개발하려고 했던 게임 시나리오,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사건들이 맞아떨어져.
  이래도 잡아뗄꺼야?

씬/11 N, 검찰청 외경

씬/12 N, 안검사 사무실.

 이한의 사건조서를 체크하고 있는 안검사.
 안검사, 역시 게임 시나리오의 카피본을 보면서

안검사  이건가요? 이호진이 작성했다는 게임 시나리오?
이한  예. 게임시나리오에 등장한 모든 타겟들이 다 피해자들과 일치합니다.
  마지막.. 정우진 검사까지..
안검사  정우진 검사, 나랑 연수원 동깁니다.
  샅샅이 파헤쳐서 죄값을 치르게 할겁니다.
  (하다가)정검사는요? 아직 의식이 안 돌아왔나요?
이한  예..
안검사  구속영장 신청하면, 48시간안에 실질심사 있을 겁니다.
  그때까지 취조해서, 보강수사 좀 부탁해요.

씬/13 N, 경찰서 취조실

선배형사 그냥 자백해. 응? 이호진!

 선배형사 답답한 듯, 이호진을 계속 다그치고 있는데,
 이호진, 가만히 게임 시나리오를 바라본다.
 책상위에 펼쳐진 게임 시나리오.

 ‘스테이지 2.
 스테이지1을 클리어한 당신에게 선사되는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짜릿한 살인게임.
 스테이지1보다 상대들은 강해졌고, 그만큼 죽이는 스릴은 커져간다.
 스테이지2
 1단계. 학창시절, 모든 학생들의 적인 학생주임. (전투력 50)
 모두들 집으로 돌아간 방과후 학교.
 늦은밤, 숙직을 도는 타겟과 당신의 게임이 시작된다.‘
 
 게임 시나리오를 바라보는 호진,
 보일 듯 말 듯 입꼬리가 올라간다.

씬/14 N, 학교 외경

 늦은 밤.

씬/15 N, 학교 건물 안.

 어둡고 텅 빈, 스산한 학교안.
 후레쉬를 들고, 순찰을 돌고 있는 50대 중반의 학생주임, 정도훈.
 규칙적으로 복도에 있는 시커먼 교실로 통한 창문을 이쪽저쪽 비추는
 후레쉬 불빛, 학생주임의 일정한 구둣발소리.
 순간, 한 교실 창문을 스윽 비췄다 딴 곳을 비추는데, 교실창문 안,
 검은 그림자가 서 있다.
 학생주임, 다른 곳으로 후레쉬를 돌렸다가 놀라서 그 교실창문을 다시
 비추면 어느 새 사라진 검은 그림자.
 학생주임, 의아한 시선으로 그 교실 문을 열고, 교실 안을 후레쉬로 비추는.
 그러나 아무도 보이지 않는 교실.
 의아한 듯, 교실 안으로 들어서서 책, 걸상 사이를 후레쉬로 비추며 둘러본다.
 그러나 이상이 없다. 마지막 책, 걸상을 비추는데,
 순간, 안에 숨어있던 검은 그림자가 튀어나와 학생주임을 덮친다.
 ‘으아아악!!’ 하는 비명소리.
 
씬/16 D, 학교 복도.

 다음날 아침, 가방을 들고 학교 복도로 걸어들어오는 지훈.
 겁먹은 얼굴로 웅성거리는 학생들이 보이고, 저 앞쪽으로 폴리스라인이 그어진,
 교실 앞에 경찰 한 명이 막고 서 있다.
 
씬/17 D, 교실 안

 머리에 피를 흘리면서 죽어 있는 학생주임을 바라보는 지훈.
 장갑을 끼고 머리에 난 상처를 바라본다.
 그런 지훈의 뇌리를 스치는 호진의 게임 시나리오.

지훈(소리) 스테이지 2.
  스테이지1을 클리어한 당신에게 선사되는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짜릿한 살인게임.
  스테이지1보다 상대들은 강해졌고, 그만큼 죽이는 스릴은 커져간다.
  스테이지2 1단계.
  타겟은 학창시절, 모든 학생들의 적인 학생주임.
  모두들 집으로 돌아간 방과후 학교.
  늦은밤, 숙직을 도는 타겟과 당신의 게임이 시작된다.

 눈빛이 굳는 지훈. 

씬/18 D, 병실

 여전히 혼수상태인 우진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는 이한.
 밤을 샌 듯, 눈이 빨갛게 충혈이 되어 있다.
 그러다가 우진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이한.

이한  (마음이 아프다) 조심하지.. 조심...

 그때 울리는 핸드폰. 이한, 보면 지훈이다.

이한  여보세요. 예, 윤지훈선생님.
  예? (놀라는)

씬/19 D, 학교 교실

 교실 한 켠에서 통화중인 지훈.

지훈  게임시나리오와 모든 게 일치합니다.
  방과후 학교, 학생주임, 사용된 둔기까지요.
이한(소리) 그럴 리가 없어요. 이호진은 어제 유치장에 있었어요.
지훈  ...공범이에요.
이한(소리) 그게.. 소리에요?
지훈  같은 게임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는 공범이 움직이고 있어요.
  빨리 이호진의 입을 열어야 해요.

씬/20 D, 경찰서 복도

 굳은 얼굴로 빠르게 취조실로 걸어가는 이한과 선배형사.

선배형사 (당황한)그게 무슨 소리야?
  그 게임 시나리오에 나와있는 살인이 또 다시 벌어졌다니..
  말이 안되잖아. 이호진은 어젯밤 내내 여기 유치장에 있었다구.
이한  그러니까, 말이 안되는 일이 왜 생겼는지 물어봐야지. 그 자식한테!

씬/21 D, 취조실

 의자에 앉아있는 이호진.
 취조실 문 쾅 열리면서 들어서는 이한, 그 뒤를 이어 들어서는 선배형사.
 이호진, 이한의 기세에 엉거주춤 일어나는데,
 이한, 그런 호진의 멱살을 잡아서 벽에 쾅 밀어부친다.

이한  뭐야?
호진  (숨 막히다)뭐가요?
이한  니가 사주한거지? 누구야! 
  얘기해!!

 이한이 거세게 멱살을 잡자, 호진 숨이 막히는 듯 켁켁 거린다.
 선배형사, 뒤에서 보다가

선배형사 야! 최형사, 그만해! 최형사!

 이한, 분에 못 이기겠는 듯, 호진을 보는데, 호진, 괴로워한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이호진의 멱살을 놓고, 뒤로 물러서는 이한.
 이호진, 콜록콜록 기침을 해댄다.

선배형사 그만하고 나가있어!
이한  뭘 나가! 저 자식 분명히 뭔가 알고 있다구!
선배형사 최형사! 나가있어!

 하는데, 조그맣게 들려오는 호진의 목소리.

호진  뭘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이한과 선배형사, 호진을 본다. 목이 졸린 탓에 아직도 켁켁거리곤 있지만,
 눈빛은 재밌어 하는게 역력하다.

호진  뭐라도 알고 싶은 게 있으면.. 그 여자 불러와요.
이한  뭐라는 거야!!

 다시 호진에게 다가서려는 이한을 막는 선배형사.

호진  나, 당신들하고 얘기하고 싶지 않아. 재미없어.
이한  저게!

 이한, 선배형사를 밀치고 한 대 때릴 기세로 호진에게 다가서는데,
 겁먹은 듯 뒤로 물러서서 얼굴을 가리는 호진.
 그러나 뒤쪽에서 ‘최이한!’ 외치는 선배형사의 말에, 가까스로 호진의
 얼굴 앞쪽에서 주먹을 멈추는 이한. 주먹이 부들부들 떨린다.
 호진 천천히 그 모습을 보면서

호진  알잖아. 난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어.
  내 입 열고 싶으면, 그 여자 데리고 와.
  그 여자 법의관..

 이한, 기가막힌 듯 호진을 본다.
 선배형사도 기막힌 얼굴로 호진을 보는데,
 호진 어떡할꺼냐는 얼굴로 여유있게 두 사람을 본다.

씬/22 D, 경찰서 사무실

 분이 풀리지 않는 듯 벽을 발로 쾅 차버리는 이한.

이한   저거 완전 개또라이야. 저런 놈 말 들을 필요없어!
선배형사 야.. 지금 쟤가 이 사건들 진범이란 증거는 하나도 없어.
  사건에 이용된 흉기도 없고, 증인도 없다구.
이한  (분이 안 풀리는 시선으로 선배를 본다. 자기도 안다)
선배형사 정우진 검사는.. 아직도 의식 안 돌아왔어?

 이한, 얼굴이 어두워진다.

선배형사 정우진 검사는 진범을 본 유일한 사람인데..
  만약에.. 의식을 회복 못한다면..
이한  재수없는 소리 하지마!
선배형사 사실이잖아. 정우진검사 증언이 없으면..
  쟤 집어넣을 수 있는 유일한 증거가 게임 시나리오야.
  그게 무너지면 쟤, 그냥 풀어줘야돼. 그럼 공범도 놓치는거야.

씬/23 D, 학교 교실

 지훈, 아까 그 자세 그대로 누워있는 학생주임의 시신을 검안하고 있다.
 팔을 들어 옷을 살펴보다가 안을 살피면 눈에 띄는 타박상.
 지훈, 보고는 얼굴이 어두워진다. 천천히 일어나서 주변을 둘러본다.
 여기저기 엉망이 돼서 널부러진 책, 걸상들.
 
씬/24 D, 경찰서 취조실.

 취조실로 들어서는 굳은 얼굴의 다경과 선배형사.
 안에는 테이블에 앉아서 손가락 장난을 치고 있는 호진.
 여유있게 앉아있다가 다경을 본다.
 반갑다는 듯 손을 들어 인사한다.
 선배형사, 다경의 의자를 뒤로 빼준다. 다경, 그 의자에 앉고..

선배형사 조금이라도 허튼짓하면.. 넌 죽는다.

 호진, 빙글거리면서 인사한다.
 다경, 눈짓주면, 선배형사 나간다.
 그런 다경을 빙글거리면서 보는 호진.

다경  날 만나고 싶다고 했다면서요.
호진  난.. 둘만 만나고 싶다고 한건데..
다경  지금, 이 방엔 당신과 나 둘 밖에 없어요.

 호진, 시선을 들어 자신을 가리키는 카메라를 바라본다.

다경  (호진을 보며)그냥 얘기해요.
호진  ...어.. 급한 건 내가 아닌데..
다경  (보는)
호진  뭐..묻고 싶은 게 있는 거 아니었어요?

 다경, 여유 있게 얘기하는 호진을 가증스러운 눈빛으로 본다. 
 
호진  싫음 말고...

 다경, 어쩔 수 없다. 카메라 쪽으로 다가가서 카메라를 끈다.
 씨익 미소짓는 호진.

다경  이제.. 말해봐요.
  저 밖에서 또 다시 게임시나리오대로 살인을 하는 사람, 누구죠?
호진  그쪽이 먼저, 내 질문에 대답하면..
다경  (무슨 수작이냐는 듯 본다)
호진  그쪽이 대답하면, 나도 대답할께.
다경  ....
호진  인생에서... 가장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어?
다경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거에요?
호진  무슨 생각이 들었어?
다경  ....
호진  동생이 피를 흘리면서 죽어가고 있는 걸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어?

 다경의 눈빛 심하게 흔들린다.

호진  얘기 들었어... 동생, 도와줄 수도 있었잖아.
  잠깐, 집 밖으로 나와서, 동생을 마중나왔으면..
  지금도 동생이랑 평범하게 지낼 수 있었을텐데...
다경  ...
호진  만약에 인생을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가장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그때야?

 다경, 가만히 호진을 바라보다가

다경  ....니 얘기지?
호진  뭐?
다경  첫사랑을 고백했다가 여고생한테 거절당하고..
  죽어라고 공부만 했지만, 결국 대학에도 못 가고,
  소개팅 나갔다가 여자한테 차이기나 하고,
  면접만 봤다하면 떨어지고.. 다 너 얘기 아냐?
  
 호진, 얼굴 무섭게 굳는다.

다경  니가 복수하고 싶은 얘기, 다 게임시나리오에 써 논거지?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는 호진.

다경  인생을 되돌리고 싶은 건 너 아냐?
  전교 1등 모범생 이호진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은 거잖아.
호진  너.. 죽여버릴꺼야.
다경  인생은 되돌릴 수 있는 게 아냐..
  매순간,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하는 게 인생이야.
호진  ...
다경  니가 얘기 안해줘도.. 우린.. 잡을꺼야.
  그래서 너도.. 지금 밖에서 사람을 죽인 놈도.. 죄값을 받게 하고 말꺼야.

씬/25 D, 취조실 별실

 안으로 들어오는 다경. 열받고, 화나는 얼굴이 서서히 침착해진다.
 안에는 안검사, 이한, 선배형사가 기다리고 있다.
 다경, 가방안에서 녹음기를 꺼내서 보여준다.

다경  게임 시나리오는 이호진의 기억들과 관련이 있는게 분명해요.
  과거 얘기를 꺼내니까 분명히 흔들렸어요.

씬/26 D, 경찰서 사무실

 사무실 테이블 위에 놓여진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호진과 다경의
 대화 뒷부분을 함께 듣고 있는 사람들.

다경  국과수 민정기 선생님에게 분석을 부탁하면, 더 확실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꺼에요.
안검사  알겠습니다. (이한과 선배형사보며)최경사님과 오형사님은
  게임회사 직원들을 조사해줘요.
  현재, 이 게임시나리오 내용을 알고 있는 건,
  그 게임회사 직원, 일곱명 뿐입니다.
  그 중에 한명이 공범일 가능성이 커요.
이한  언론쪽에서 냄새를 맡으면 어떡하죠? 벌써 다섯명이 죽거나 다쳤는데..
  만약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 공범은 그냥 사라질 가능성이 있어요.
안검사  언론쪽은 내가 막아볼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지금은 다른 피해자가 생기기전에 공범을 체포하는 게 중요합니다.
  
씬/27 D, 경찰서 복도

 복도를 걸어나오는 다경과 이한,

다경  정우진 검사님은 어때요?
이한  ...곧 일어날 겁니다. (우진 생각에 어두워지는) 씩씩한 사람이니까..
다경  (본다) 근데...혹시...정우진 검사님..
이한  네? 뭐요?
다경  아니예요.

 갸우뚱하는 다경, 다시 이한을 보는데... 맞은편을 보는 이한.
 다경도 따라서 보면, 맞은편에서 선배형사에게 이끌려서 걸어오는 호진.
 다경을 무섭게 바라보다가 순간,
 선배형사의 손을 뿌리치며, 다경 코앞으로 다가온다.

호진  후회할꺼야.

 그런 호진을 뒤에서 붙잡는 선배형사와 이한.
 호진, 뒤로 물러서면서

호진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어!

 끌려가는 호진을 보는 다경, 불안한 시선.

씬/28 N, 지훈의 오피스텔.

 책상위에 펼쳐진 게임시나리오를 바라보는 지훈. 

지훈(소리) 스테이지2 2단계, 상상만해도 살의가 떠오르는 존재,
  숨막히는 내무반 생활에서, 이유도 없이 나를 괴롭혔던 군대 선임. 
  대학가 선술집, 주변을 둘러보면, 휴가를 나온 군인이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다. 그 사람이 귀대를 하면 누군가를 괴롭힐  것이다.
  그전에.. 당신이 목숨을 빼앗아야 한다‘

 지훈, 게임 시나리오를 보다가, 어딘가에 전화를 한다.

지훈  윤지훈입니다. 서울시경, 상황실로 신고된 군인 변사체 없나요?
(소리)  예, 선생님...그런 신고는 없는데요.
지훈  (안도하는)예.. 혹시라도 그런 신고 들어오면 연락 부탁드릴께요.

 전화를 끊는 지훈,

씬/29 N, 대학가 선술집

 술을 마시는 사람들 사이로 친구들과 술 한잔을 하고 있는 군인의 모습.
 멀리서 군인을 바라보는 시선.

씬/30 N, 대학가 뒷골목.

 늦은밤, 만취한 취객 한명이 걸어가다가 골목길에서 뭔가에 걸려 넘어진다.
 뭔가 싶어 보다가 깜짝 놀란다. 골목길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군인의 다리다.
 피를 흘리면서 죽어있는 군인의 시신이다.

 -시간경과되면
 오가는 경찰들 사이로 굳은 얼굴의 지훈이 군인의 시신을 살펴보고 있다.
 똑같은 사인이다. 또 다시 막지 못했다는 절망감이 눈빛에 스민다.
 그때, 이한의 전화가 걸려온다.

지훈  네, 최경사님.
이한(소리만) ....(굳은) 이번에도...시나리오 대롭니까?
지훈  네... 문제는 다음 단계입니다.
  당신의 생일, 누구나 축복받아야 할 생일날.
  그 누구도 당신의 생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복수해라.
  행복해하는 그들에게.. 커플로 가득한 거리에서 열명을 죽여라. 그러면..
  미션 클리어.
  한시가 급합니다.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기 전에, 막아야 돼요.

씬/31 D, 국과수 외경

씬/32 D, 원장실

 주인혁과 얘기중인 듯 마주앉아 있는 이명한.
 그때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문 열리면서 들어서는 지훈.
 이명한도, 주인혁도 의외라는 듯 지훈을 본다.

인혁  (일어서며)이게 누구야.. 국과수엔 웬일이야?

 지훈, 인혁은 무시하고, 자신을 말없이 보는 이명한을 본다.
 잠시동안의 정적...

지훈  .... 부탁이 있어서 왔습니다.
이명한  부탁...?

 지훈, 들고 온 게임 시나리오를 이명한 앞에 놓는다.
 이게 뭐지? 라는 눈빛으로 지훈을 바라보는 이명한.

지훈  벌써 여섯명이 당한 사건입니다.
  여고생, 회사원, 대학생.. 차례차례,
  거기 적힌대로 죽임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명한  (시나리오를 본다)
지훈  어젯밤엔 휴가를 나온 조상구 상병이 유흥가 뒤편에서
  망치로 추정되는 둔기에 맞아 사망한 채 발견됐습니다.
이명한  ....
지훈  거기 적혀 있는 데로라면.. 다음은 더 끔찍합니다.
  다음엔 거리에서 불특정다수, 열명을 죽이겠다고 공언했어요.
이명한  그래서.. 내게 하고 싶은 얘기가 뭔가?
지훈  구신고에서 사망한 학생주임, 정도훈의 시신,
  또 어젯밤 발견된 조상병의 시신,
  일정대로라면 하루 이틀뒤에 국과수로 이송될겁니다.
  그.. 부검일정, 앞당겨 주십시오.
인혁  국과수 부검일정은 우리가 알아서 해.
지훈  (인혁은 무시하고 이명한을 본다)보시면 알겠지만..
  부검을 통한 진범의 신원파악이 시급합니다.
인혁  오늘 하루 부검일정만해도 풀로 가득찼어.
지훈  사람들의 목숨이 걸린 문젭니다.   
인혁  넌 이제 국과수 법의관이 아냐!

 지훈, 그런 인혁을 무시하고 이명한을 보며.
 
지훈  나한테 감정이 좋지 않은 거 압니다.
  나역시 교수님에게 감정이 좋지 않습니다. 아니, 나쁩니다.
  하지만.. 이건 무고한 사람들의 부검에 관한 얘깁니다.
이명한  ... 내가 받아 들일거라고 생각하나?
지훈  아직까지 법의학자로서의 신념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요...

 천천히 일어서는 이명한. 가만히 윤지훈을 본다.

이명한  ... 좋아, 허락하지.
인혁  (놀라는) 원장님!
이명한  (인혁을 보는) 변사자의 사인을 밝혀서,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곳이 국  과수야. 그리고 그건 그 국과수에 소속된 우리의 의무이기도 하지.

 인혁, 이명한의 한마디에 더 이상 얘기하지 못하고, 입을 닫는다.

이명한  (지훈을 보며)부검을 통해 진범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긴 힘들어.
  알고 있겠지?
지훈  알고 있습니다.
이명한  같은 범인, 같은 둔기에 사망한 걸로 추정된다면,
  변사자들의 시신을 한꺼번에 비교 부검하는 게 오차를 줄일 수 있네.
지훈  ...
이명한  현장검안, 자네가 했나?
지훈  (고개끄덕)
이명한  한구는 자네가 맡게. 한구는.. 내가 직접 하지.

 지훈, 의외라는 듯 이명한을 본다.

이명한  (인혁에게)윤지훈선생이 얘기한, 두 구의 시신, 국과수로 이송시키게.

 인혁,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명한의 명을 받아 나간다.
 남은 두사람, 말없이 바라보다가

지훈  ...법의관으로써.. 신념과 양심이 남아있어섭니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겁니까?
이명한  법의관이 부검을 집도하는데.. 이유가 필요한가?   

씬/33 D, 국과수앞

 -국과수로 들어서는 앰뷸런스 두 대.
 

씬/34 D, 일반부검실.

 부검실 안으로 들어서는 지훈과 이명한.
 재영, 완태, 성진 인사를 한다.
 일반부검실안에 나란히 눕혀져 있는 정도훈의 앞에 서는 이명한,
 조상병의 시신 옆에 서는 지훈.
 서로 마주보듯이 서서 각각 자신앞에 누운 시신을 바라본다.
 완태는 이명한의 옆에 서서 정도훈의 시신에 대해 설명한다.

완태  변사자 이름, 정도훈. 나이 53세. 키000, 체중 00킬로그램.
  좌측두부에 세 개의 함몰골절, 손, 어깨, 다리에 타박상.
  좌측두부에 난 함몰골절을 문서영상과에서 미리 조사해본 결과,
  둔기는 팔각형 모양의 해머로 밝혀졌습니다.

 완태의 말이 끝나자, 재영이 지훈 옆에서 조상병에 대해 설명한다.
 성진은 계속 사진을 찍고..

재영  변사자 이름. 조상구. 나이 22세. 키 000, 체중 00킬로그램.
  헌병대에 조회한 결과 육군 00부대 소속 상병으로 밝혀졌습니다.
  좌측두부에 두 개의 함몰골절 외에, 육안으로 발견된 외상은 없었습니다.   역시 문서영상과에 미리 조사를 의뢰했는데요.
  둔기는 정도훈과 동일한 팔각형 모양의 해머로 밝혀졌습니다.

 이명한과 지훈, 조상구와 정도훈의 시신을 보다가
 서로를 바라보는 이명한과 지훈.

지훈  (다시 시신을 보며) 절개 시작.

 이명한 역시 다시 시신을 보며

이명한  절개 시작.

 메스를 잡는 이명한, 지훈도 메스를 잡는다.

씬/35 D, 몽타쥬

 부검에 임하는 이명한과 지훈의 모습 교차로 보여진다.

 -정도훈을 부검하는 이명한.
 절개하고, 내장기관들을 살펴본다.
 -지훈, 역시 절개하고 내장기관들을 살펴본다.
 -지훈, 위장을 절개하면서, 내용물의 냄새를 맡아본다.
 재영에게 챠트에 뭔가를 기록하라고 지시한다.
 -함몰골절 부위를 자세히 살펴보는 이명한.
 -지훈 역시 함몰골절 부위를 자세히 살펴본다.
 -이명한, 타박상들을 하나씩 절개해서 근육출혈을 확인한다.
 -빠진 외상이 없는지 조상구의 외관을 살피는 지훈.

씬/36 D, 몽타쥬, 취조실

 음악과 함께 게임회사 직원들을 개별적으로 조사하는 이한과 선배 형사의 모습이  보여진다.

이한  이호진씨와는 친했었나요?
남자1  아뇨.. 거의 말도 안했어요.
남자2  워낙 소심한 성격이라서요..
이한  어제 밤 10시부터 새벽 3시 사이에 어디 계셨죠?
남자3  친구들하고 술마셨어요.
여자1  회사에서 야근했어요. 대표님도 계셨구요.
이한  평소 좀 행동이 남다른 직원은 없었나요? 성격이 좀 이상하다든가..
대표  글쎄요... 뭐 다들 평범하죠.. 게임 좋아하구 친구 좋아하고..
남자4  일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뭐 그런거 신경 쓰나요?
이한  이호진씨는 어떤 사람이었어요?
남자5  글쎄요.. 좀 이상했죠.. 별로 사교적이지도 못하고..
우재원  거의 얘기를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요.

씬/37 D, 국과수 범죄심리과

 범죄심리과, 문이 열리면서 들어서는 다경.
 민정기가 다경을 보고 일어선다.

다경  테잎, 분석해 보셨어요?
민정기  예, 범인을 아주 잘 흔들어 놨던데요.
다경  분석결과는요?
민정기  이호진의 말투를 들었을 때, 이호진이 연기를 하거나, 거짓말을 한 것 같  진 않아요. 그렇게 봤을 때, 고다경 선생의 추측대로 이호진이 작성한 게  임 시나리오는 성장과정의 기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추정되고, 그 중  에서도 사회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억압이 컸던 고등학생 때의 기억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추정됩니다.
다경  예. 알겠습니다.

씬/38 D, 경찰서 사무실

 게임회사 직원들을 조사한 조서들을 번갈아 보면서 단서를 찾고 있는
 이한과 선배형사.

선배형사 다들 전과도 없고.. 이호진하고 비슷한 동네에 살지도 않았었고...    학교 쪽은 어때?
이한  같은 학교를 다닌 사람도 없어. 하물며 가족들 학교까지 다
  조사했는데도 없어...
선배형사 회사 직원중엔 없는것 같지?
이한  직원들 외에.. 다른 제 삼의 인물에게 이호진이 게임 시나리오를
  보여줬을 수도 있어.

 그때 울리는 이한의 전화벨.

씬/39 D, 국과수 복도 일각

 걸으면서 전화를 하고 있는 다경.
 사무실의 이한과 국과수 복도의 다경, 교차로 보여진다.

다경  최경사님, 저에요. 게임회사 직원들은 좀 알아보셨어요?
이한  예, 방금 취조 끝났는데요. 별반 신통치가 않네요.
  범죄심리과 분석결과 나왔나요?
다경  예, 게임 시나리오와 테잎을 분석해 봤을 때, 이호진의
  고등학교 시절을 조사해 보면 뭔가 단서가 잡힐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이한  (힐긋, 이호진 신원조사서를 보며)이호진 고등학교라..
  고흥동에 있는 성일고등학교요?

 다경, 고등학교 이름을 듣자, 얼굴이 굳는다.

이한(소리) ...고다경 선생님.. 왜요? 아는 데에요?
다경  ... 저와 제동생이 다녔던 학교예요.

씬/40 D, 일반부검실

 거의 부검이 끝나가는 이명한과 지훈.
 
지훈  조상구의 사인은 외상성 뇌실질내출혈, 사망의 종류는 타살입니다.
이명한  정도훈 역시 마찬가지야.
  정도훈의 경우는 죽기 전, 범인과 꽤 격렬한 몸싸움의 흔적이 있네. 
지훈  맞아요. 정도훈의 현장검안시, 주변에 몸싸움의 흔적이 있었습니다.
이명한  하지만, 타박상만으론 범인의 신원을 확인하긴 힘들어.     조상구는 어떤가?  
지훈  조상구는 정도훈보다 건장한 체격이었지만,
  위장내용물을 확인한 결과, 만취상태였어요.
  아마 자기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들었을 겁니다.
  반항 한번 못해보고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명한  일단 범인은 확실히 오른손 잡이야.
  조상구나, 정도훈 모두, 좌측두부를 가격당했네.
지훈  맞습니다.
  하지만, 가장 이상한 건 둘 모두 측두부, 관자놀이 윗쪽을 가격당했어요.
  해머나 둔기를 이용해서, 누군가를 가격할 땐,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게   가장 일반적이죠. 그래야 단번에 숨이 끊어지니까요.
  이런식으로 타격 각도가 함몰부위와 평행이 된다면..
  이건 위에서 내려친 게 아니라, 망치를 잡고 옆으로 타격한 겁니다.
  그런점에서 볼때, 위에서 내려칠 때보다 파괴력과 정확성이 떨어지는 이런   자세를 취한건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이명한  정도훈의 경우... 몸싸움 도중에 해머를 휘둘렀다면,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  기가 힘들었을 수도 있었을 꺼야.  하지만 조상구는 술이 취해서 비틀거리  고 있었을텐데.. 조상구 역시 전두부가 아닌 측두부에 역시 두 군데의 함  몰골절이 있다는 건....
성진  혹시 키가 작은 사람 아닐까요.
  변사자보다 키가 작으니까, 아래에서 위로 올려치다보면
이명한  아무리 키가 작은 사람도 팔 길이에 해머길이까지 합치면, 2미터가 넘어.   170의 사람도 180의 사람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게 가능하네.
  함몰골절만으로 범인의 키를 측정해내는 건 불가능해.
재영  손가락이 다쳤다면, 제대로 해머를 휘두르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지훈  아뇨. 해머는 손의 악력보다는 스윙을 하면서 생기는 회전력으로 충격을   입히는 둔깁니다. 손가락이 다쳤다고 하더라도 사람을 죽이는 건 충분해  요.
이명한  누군가를 살해할땐, 본능적으로 자기의 버릇이 나오게 마련이야..
  그런데.. 둘 모두 측두부에 손상을 입었다는 건...

 가만히 생각에 빠지는 이명한과 지훈,
 거의 동시에 뭔가 생각난 듯, 고개를 들고 바라본다.

지훈  (얼굴 굳으며)어깨...

 재영, 의아한 시선으로 이명한과 지훈을 번갈아 본다.

재영  어깨요? 어깨를 다쳤는데, 해머로 누군가를 죽인다구요?
이명한  골절이나 염좌는 아니고, 외상성 회전근개 손상일 가능성이 커.
완태  외상성 회전근개 손상이요?
지훈  어느 각도 이상 팔을 올리면 통증이 와서 더 이상 팔을 들어올리지
  못하는 증상이에요.
이명한  어깨와 팔 사이, 회전근개가 손상되면, 해머를 들 순 있지만,
  위로 치켜올리는 건 불가능하지.
지훈  깁스를 할 필요는 없고, 병원에 가면, 소염제나 물리치료정도를
  처방할 정도로 미약한 증상이긴 한데..

 하다가 지훈, 문득 뭔가 생각이 스쳐간다.

 -인서트 컷
 17부, 회사안으로 들어서는 재원에게 ‘병원에 몇 시간을 다녀와!’ 하던 대표.
 들어서던 재원과 시선 마주치는 지훈.

지훈  ...누군지.. 알아냈습니다.
  직원들 중에.. 용의자가 있어요.

 이명한, 그런 지훈을 가만히 본다.
  
이명한  결국...자네가 이 사람들의 마지막을 지켜줬군.

 장갑을 벗는 이명한, 연구사들에게

이명한  부검 종료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천천히 부검실을 나가는 이명한.
 지훈, 역시 작업복을 벗고 반대편문으로 나가려다가 문득 뒤돌아 멀어지는 이명한 의 뒷모습을 본다.
 그러다가 이내, 작업복을 벗으면서 뛰쳐나가는..

씬/41 D, 국과수 복도 일각

 복도를 걸어가면서 이한에게 전화를 하는 지훈.

지훈  최경사님, 나에요. 알아냈습니다.
이한(소리) 예?
지훈  게임 회사 직원들 중 한명이에요.
이한(소리) 직원이요? 그게 정말입니까? 누구에요?
지훈  이름은 모릅니다. 얼굴만 알아요.
  키 000정도에, 00킬로그램 정도에요.
이한(소리)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압니까!
  다들 회사로 돌아간다고 했으니까, 회사에서 만나요.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지훈  알았어요.

씬/42 D, 게임 회사

 회사안으로 들어서는 직원들.

대표  바빠 죽겠는데 말야. 자꾸 사람 오라가라 하고..
  오늘 안으로 끝내야 되는 거 알지?

 옷을 벗어 옷걸이에 걸던, 재원, 순간 통증이 오는 듯, 툭 떨어뜨린다.
 
직원1  (떨어진 옷을 들어서 걸어주며) 또야? 아참, 그 병 낫질 않네.
  뭐였지? 되게 길었는데..
재원  (미소지으며) 외상성 회전근개 손상입니다.

씬/43,44 OMIT

씬/45 D, 성일고등학교 앞

 다경, 굳은 얼굴로 고등학교 정문을 본다.
 천천히 걸어서 운동장으로 들어간다.
 한적한 운동장 안을 둘러보는 다경의 시선,
 저 멀리 철봉이 보인다.
 철봉을 바라보는 다경의 귓가에 다희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진다.
 
 -인서트 컷
 교복을 입은 다희가 웃으면서 스텐드 위로 걷는다.
 그 아래에는 다경이 졸린지 하품을 하면서 걷고..

다경  나랑 같은 학교 된게 그렇게 좋냐?
다희  그럼!
다경  야, 수재인 언니랑 맨날 비교될텐데, 뭐가 그렇게 좋아.
  여기 선생님들한테 내가 완전 인기짱이였어.

 다희, 스텐드에서 내려와서 다경의 팔짱을 낀다.

다희  그래두 좋아. 언니 학교 들어갈 때, 나두 정말 여기 다니고
  싶었거든. 언니, 나 여기 졸업하면 언니랑 똑같은 대학 갈꺼야.
다경  까불구 있네. 너 내 꼴 나고 싶냐? 아, 진짜 졸려죽겠다.
다희  그래두 난 언니처럼 될껀데..
다경  아으, 진짜 껌딱지. 좀 떨어져.
다희  싫어.

 사이좋게 팔짱끼고 걷는 자매의 모습

 현재, 다경, 다희와 함께 했었던 스텐드를 가만히 본다.
 다희 생각에 먹먹해 지는데, 그런 다경의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

선생  고다경.. 다경이 아니니?

 다경, 보면 나이가 있어 보이는 여선생이다.
 
다경  어.. 선생님...

씬/46 D, 성일고등학교 교무실

 교무실에 앉아있는 다경과 차를 준비하는 여선생.
 
여선생  넌 어떻게 똑같니. 하나두 안 변했네.
다경  선생님두요.
여선생  잘 지내지?
다경  예..

 다경, 할말을 못하고 있다가 여선생을 물끄러미 보면..

여선생  뭐.. 묻고 싶은게 있구나...?
다경  (끄덕이면)..
여선생  (미소를 지으며)... 얘기해봐. 
다경  혹시.. 7년전쯤 졸업한 이호진이란 학생.. 기억나세요?
여선생  7년전..호진이.. (하다가) 이호진? 
다경  어떤 학생이였나요?
여선생  조용하고.. 공부를 아주 잘하는 모범생이였지. 
  워낙 뛰어난 학생이어서 기억이 나네.
  (뭔가 생각나듯) 근데... 한번은 이상한일이 있었어.
다경  어떤 일요?
여선생  그 착하던 애가 젊은 여선생님한테 막 대든적이 있었어.
  눈에 살기를 띤채 말이야.
다경  그 여선생님.. 혹시 안경을 쓰고 단발머리 아니셨나요?
여선생  니가 그걸 어떻게 아니?
다경  그냥... 얘길 들은것 같아요.
  (화제를 돌린다) 근데, 그학생 대인관계는 어땠어요?
여선생  글쎄.. 좋은 편은 아니였어. 말이 없어서 친하게 지내는 친구도 거의 없었  지 아마...(하다가) 참, 친하게 지낸 애가 하나 있었다.
다경  누구요?
여선생  앨범엔 없을꺼야. 1학년때 전학갔으니까..
  이름이.. 뭐였더라... 내가 그애 담임이었는데...
 
씬/47 D, 게임회사 건물 앞.

 끼이익 멈춰서는 경찰차들. 그때 저 쪽에서 다가오는 지훈의 차.
 이한과 눈 마주치는 지훈.

이한  도대체 어떤 사람입니까?
지훈  오른쪽 어깨에 외상성 회전근개 손상이 있는 사람입니다.
  보면 알아 볼 수 있어요.

씬/48 D, 게임회사
 
 다들 일에 전념하고 있는 직원들을 팬하면, 의자에 가려져서 잘 보이진 않지만,
 우재원의 자리에서 재원도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손이 보인다.

 씬/49 OMIT

씬/50 D, 게임회사

 쾅 문이 열리며 들이닥치는 이한, 지훈 일행.
 직원들 요란스럽게 등장한 이한과 지훈 일행을 놀란 얼굴로 본다.
 지훈, 곧바로 우재원의 자리로 향해 걸어가서 회전의자를 뒤로 돌리는데
 보면 재원이 아니다.

대표  무슨 일입니까?
지훈  여기서 일하던 직원 어딨죠?

 하다가, 책상위에 놓여진 사진 액자속 우재원을 보고 확인한다.

대표  우재원씨요? 중요한 약속이 있다면서 좀 전에 퇴근했는데요.
이한  (다급하게) 어디로 갔어요?
대표  왜 그러시는데요?
선배형사 (능숙하게) 아.. 별건 아니구요. 그냥 좀 더 물어볼게 있어서요.
  어디로 갔는지 혹시 모르세요?
대표  글쎄요. 그건 모르죠.
이한  혹시 우재원씨 자주 가는데도 잘모르시나요?
대표  글쎄요. 그 친구도 워낙 말이 없어놔서...

 대표와 이한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책상을 살피던 지훈.
 뭔가를 발견하고 눈빛이 굳는다.
 
지훈  (달력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오늘이 몇일이죠?
이한  24일이요.. 그건 왜요?

 하며 다가오는 이한. 지훈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24일 란에
 [My Birthday]라고 쓰여져 있다. 이한과 지훈의 시선, 마주친다.

 - 인서트... 게임시나리오의 문구들. 
   '3단계' '당신의 생일, 누구나 축복받아야 할 생일날, 그 누구도 당신의 생일을    기억해 주지 못한다. 복수해라. 행복해하는 그들에게..'
   '커플들로 가득한 놀이공원 인근 아케이드.. 같은 곳에서 열명을 죽여라.'

이한  오늘이.. 바로 그 날이에요.
지훈  시작하기 전에 찾아야 돼요...

씬/51 D, 게임회사 앞

 다급하게 차로 돌아오면서 통화중인 선배형사와 이한.

선배형사 네, 번호는요. 010-8889-3331..
  급합니다. 당장 위치추적 서둘러 주세요.

 이한에게 다가오는 지훈.

지훈  나도 같이 가겠습니다.
이한  안돼요. 위험해요.
지훈  전 직접 얼굴을 본 사람이에요. 도움이 될 겁니다. 같이 갈께요.

 이한, 지훈을 보고 고개 끄덕..
 
선배형사 네... 네... 알겠습니다. 그쪽으로 병력지원 요청합니다.
  (전화를 끊고) 신촌이야.

 차로 올라타는 사람들.

씬/52 D, 달리는 차 안

 운전을 하는 선배형사.. 그옆의 이한이 갤럭시탭 네비게이션 메뉴를 터치하고.  ‘010-8889-3331’ 우재원의 핸드폰 번호를 누른다. 
 화면에 네비게이션 위치추적 로딩 중 문구가 뜬다.
 화면을 보면서 갤럭시 탭이 아닌 다른 핸드폰으로 우재원에게 전화를 거는 이한.
 침묵 속에서 신호음이 들리다가... 전화를 받는 소리.

재원  여보세요.
이한  우재원씨..
재원  누구시죠?
이한  당신 계획을 다 알고 있어. 당장 멈춰.
재원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누군지 알았다... 그 형사지..?
이한  평생 감방에서 썩고 싶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그만 둬.
재원  있잖아.. 나한텐 지금 세상도 감옥이고 지옥이야....

 이한, 갤럽시탭에 떠있는 위치추적을 보며 통화를 이어간다.

재원  미안... 바빠서 이만 끊어야 겠다. 안녕...

 끊어지는 전화.
 이한, 갤럭시탭을 보며 선배형사에게

이한  찾았어. 신촌에 있는 지하 아케이드야.

씬/53 D, 지하 아케이드
 
 전화를 주머니에 집어넣는 재원.
 카메라 빠지면... 행인들로 북적이는 지하 아케이드다.
 북적이는 인파속으로 들어가는 재원.

씬/54 D, 달리는 지훈의 차

 이한의 전화가 걸려온다.

지훈  찾았나요?
이한  신촌입니다. 역앞에 있는 지하 아케이드예요.
 
 지훈, 그말에 몰던 차를 돌려 ‘끼이익’ 방향을 바꾼다.

씬/55 D, 지하 아케이드
 
 인파 속을 배회하는 재원.
 걸어가다가 분수대 앞에서 멈춰선다..
 멈춰선 채로 가만히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는 재원.
 무척 행복해보이는 사람들...
 그러나 재원의 눈에는 자신을 비웃는 것으로 보이기만 한다.
 그들을 보며 점점 살기 띤 눈으로 변하는 재원.

씬/56 D, 지하 아케이드

 아케이드로 달려 들어오는 지훈, 이한, 선배형사.
 사람들 속에서 재원을 찾고 있다.
 이한은 핸드폰으로 재원에게 전화해 보지만.. 전화기가 꺼져있다.

이한  여기서 흩어지죠. 선배님은 저쪽으로 가보세요. 난 이쪽으로 갈께요.
지훈  난 이쪽으로 갈께요.

 각자 다른 길로 흩어지는 세 사람.
 세 사람의 모습들이 교차로 보여지다가...

 재원을 찾는 지훈.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를 받는 지훈. 다경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다경(소리) 선생님, 누군지 알아냈어요.
지훈  우리도 알아냈어.
  그리고 쫓아왔는데, 이 넓은 상가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겠어.
다경(소리) 혹시.. 거기가 신촌역 부근에 있는 아케이든가요?
지훈  니가 그걸 어떻게..
다경(소리) 고등학교때 우재원과 이호진의 선생님 말로는 둘은 단짝이었고,
  자주 만나는 장소는 그 아케이드 분수대 앞이었대요.
지훈  (혼잣말로) 분수대.. (다시 다경에게) 알았어.

 분수대 쪽으로 뛰어가는 지훈.

 - 분수대 앞.
 여전히 사람들 속에 멈춰 서 있는 재원.
 사람들이 자신을 비웃는 착각 속에서 눈빛을 번뜩이던 재원.
 가방을 열어 뭔가를 꺼내는데.. 칼이다.

 한편... 사람들 사이를 빠른 걸음으로 다니며 재원을 찾는 지훈.
 그러다 어느곳에 시선이 머문다.
 카메라, 지훈의 시선을 따라가보면... 두 명의 여자 뒤로 따라 붙고 있는
 재원이다. 손에는 옷소매 속으로 숨긴 칼이 쥐어져 있다.
 지훈, 그때부터 필사적으로 재원을 향해 달린다.
 그러나 너무나 먼거리.
 여자들 뒤에 바짝 따라붙은 재원. 옷소매속 칼을 빼 찌르려는 찰나...
 행인과 부딪힌다.
 험상궂은 남자가 재원을 노려보자
 
재원  죄송합니다.

 남자, 재수없다는 표정으로 스쳐 지나면... 다시 여자들 뒤로 붙는 재원.
 칼을 빼내 찌르려는 순간... 달려온 지훈이 몸을 날려 그 위를 덮친다.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지훈과 재원.
 쓰러진 지훈, 다시 중심을 잡고 일어나려는데... 그 앞에는 먼저 일어난
 재원이 칼을 든채 지훈을 내려다 보고있다.
 불과 1미터도 안되는 거리.

재원  첫 번째 희생자는 의사 선생님이네..

 하며 지훈에게 달려들려는데... ‘탕!’하는 총소리.
 총소리에 놀란 지훈과 재원.
 뒤를 돌아보면..비명을 지르며 뿔뿔이 흩어지는 사람들 사이로 권총을 든 이한이다.
 하늘로 향한 총구를 다시 재원에게 겨누는 이한.

이한  (금방이라도 방아쇠를 당길듯한 표정으로) 칼 버려...
  
 어쩔 줄을 모르던 찰나의 재원.
 결심한 듯 다시 몸을 돌려 지훈에게 칼을 꽂으려는데...순간적으로 재원에게
 달려들어 제압하는 지훈.
 지훈에게 제압당한 재원은 킬킬킬 알수없는 자조적 웃음을 웃는다.
 그위로 기자의 멘트.

기자  오늘 오후 00시경.. 신촌에서 칼부림을 벌이던 20대 후반의 남자가    때마침 출동한 경찰에게 체포됐습니다.
  이 20대 남자는 손에 흉기를 소지한 채 수많은 인파들이 있는
  지하 상가를 거닐고 있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자세한 사항은 조사가 끝난뒤 발표하겠다면서
  취재진의 취재를 통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씬/57 N, 병실

 한켠에 켜져있는 TV에서 뉴스가 흘러 나오고 있다.
 의식을 잃은 채 누워있는 우진.
 손가락 끝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서서히 눈을 뜬다.
 희미한 우진의 시선으로 보이는 누군가...

최중섭  정검사.. 정신이 들어?
우진  (여전히 몽롱한) 여기가 어디죠?
최중섭  병원이야.. 여기 어떻게 왔는지 기억 안나?

 쓰러지던 순간을 떠올리는 우진. 자신을 안고 소리를 지르던 이한이 생각난다.

우진  (여전히 시선은 흐릿한) 최이한 경사는요?
  우리 최이한 경사... 괜찮아요...?

 ‘우리.. 최이한..?’ 의아한 얼굴로 우진을 보는 최중섭.
 우진도 그제서야 최중섭을 알아보고 아차 싶은 얼굴이다.

우진  과장님...

씬/58 N, 경찰서 전경

씬/59 N, 경찰서 취조실

 취조실에 앉아있는 재원. 그 맞은편에서 재원을 취조 중인 이한.

이한  고다희, 오상은, 이사라...정우진, 정도훈, 조상구.
  이름은 모르겠지만, 얼굴들은 다 아는 사람들일꺼야.
재원  ...(자포자기한 눈빛이다)
이한  이호진과 같이 죽인 사람도 있을 꺼고..
  혼자서 죽인 사람들도 있을 꺼야.
재원  ....
이한  정도훈, 조상구는 단독범행이고..
  나머지 여자들 누가 죽인 거야? 대답해!
재원  ...
이한  이런 식으로 가다간, 너 혼자 뒤집어 쓸 수도 있어.
  
씬/60 N, 경찰서 복도

 서류를 보면서 걸어오던 선배형사,
 맞은편에서 들려오는 하이힐 소리에 놀라서 본다.

씬/61 N, 경찰서 취조실
 
 이한, 답답한 듯 재원을 본다.

이한  게임 시나리오, 이호진이 쓴 거지?
재원  ...
이한  그리고, 같이 사람들을 죽이자고 부추긴 거잖아. 대답해!
재원  (천천히 입을 연다) 부추긴 거 아닙니다.
이한  뭐?
재원  ....(이한을 똑바로 보며) 호진인... 아무것도 몰라요.
  시나리오를 쓴 것도.. 사람들을 죽인것도.. 나 혼자 했어요.
이한  (기가막히다) 우재원!

 그때, 똑똑 들려오는 노크소리와 함께 들어서는 누군가.
 이한, 그 사람을 보자 얼굴 환해진다.
 창백한 얼굴이지만, 그래도 예전의 카리스마가 엿보이는 정장차림의 우진이다.

이한  정검사님! 괜찮아요?
우진  (굳은 얼굴로)잠깐 나좀 봐요.

씬/62 N, 경찰서 복도

 복도로 나오는 이한, 우진에게

이한  괜찮아요? 벌써 움직여도..

 보면, 밖에 서 있는 안검사와 선배형사를 보고 이한, 말을 줄인다.

선배형사 우재원은 뭐해?
이한  이호진하곤 상관없이 혼자서 저지른 단독범행이래.
  (우진보며)하지만 좀 더 캐보면 분명히 이호진과 관련이 있다는 게
  드러날 겁니다.
우진  우재원 말이 맞아요.
이한  예?
우진  ...사고가 났을 때.. 내가 본건.. 저 안에 있는 우재원 뿐이에요.
이한  (그럴 리가) 예?
우진  ...정확히 기억나요. 이호진은 없었어요.
이한  그럴 리가 없어요. 이호진도 이 사건의 공범이에요.
안검사  더 이상 이호진을 잡아둘 명분이 없습니다.
이한  하지만!
우진  이호진의 부모가 고용한 변호사가 구속적부심사를 신청했어요.
안검사  그리고 좀전에....법원에서 적부심을 받아들였습니다.  
  이호진.. 풀어줘야 해요.
이한  말도 안되요!

 다들 침울한 분위기다.

이한  (너무 억울하다 우진에게)그냥 그때 이호진두 봤다고 하면 안되요?
우진  (기가막힌 얼굴로 보다가, 안검사에게)못 들은 걸로 하세요.

씬/63 N, 경찰서 복도

 경찰의 호송을 받으면서 복도를 걸어가는 호진.
 뒤를 보며 씨익 미소짓는다.
 무기력하게 서서 풀려나는 호진을 바라보는 우진, 이한, 선배형사, 안검사.

이한  이건.. 살인을 하라고 내보내는 거에요.
우진  ....
이한  아직.. 이호진의 게임 시나리오는 끝나지 않았어요.
  마지막 미션이 남았다구요.
  언제나 피해다니기만 했던 독수리를 죽이고 도시를 점령하라.
  독수리라면... 게임에서 파수꾼 역할을 했던 사람들입니다.
  이호진을 잡으려고 했던 사람들 중 한명일 겁니다.
안검사  이호진 24시간 감시 붙이고, (이한과 선배형사보며)형사님들은 우재원 집  이건,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 파일, 자료들 다 압수해서 국과수에 넘겨요.   이호진과 관련된 뭔가가 나올겁니다.
  (우진보며)병원 갔다 집에 갈꺼지? 내가 데려다줄게.

 안검사, 먼저 우진을 데리고 걸어간다.
 이한, 선배형사 반대편으로 걸어가다가,
 이한 뭔가 걸리는 듯 뒤를 돌아보며 핸드폰 꺼내서 걸어가며
 우진에게 블랙베리 메신저로 ‘못 바래다줘서 미안해요.’
 안검사와 함께 걷던 우진, 블랙베리 메신저를 보고
 엷게 웃으며 ‘나보다 최경사님이나 걱정해요. 이호진.. 게임 시나리오대로
 라면.. 제일 위험한 사람은 최경사님이에요.’
 메신저를 보내고 이한 뒤돌아 보면, 메신저 확인하는 이한,
 걱정말라는 듯, 씨익 웃으며 멀어진다.
 안검사, 그런 우진을 보며

안검사  누구야?
우진  (천연덕스럽다) 응, 우리 조카..
안검사  조카가 있었어?
우진  응, 키크구.. 힘 좋은 어린이 하나 있어.

씬/64 OMIT

씬/65 N, 거리일각

 거리를 걸어가는 이호진.  
 그런 이호진을 지켜보며 걷는 형사들의 시선들.
 이호진과 거리를 두면서 미행하는데..
 이호진, 아무렇지 않게 휘파람을 불다가, 근처에 보이는 대형마트로 들어간다.

씬/66 N, 지훈의 오피스텔

 지훈, 책상에 앉아서 의학서적을 읽고 있다.
 그때 ‘띵동’울리는 초인종 소리.
 지훈, 누구세요? 현관으로 다가가서 문을 여는데, 미소짓고 있는 강서연이다.
 가만히 서연을 보는 지훈.

서연  잠깐 들어가도.. 될까요?

 -시간경과되면
 지훈의 오피스텔에 마주앉아 있는 서연과 지훈.
 
서연  (여유있다)재밌어요?
지훈  뭐가요?
서연  하시는 일이요. 난 좀 징그러울 꺼 같은데..
지훈  무슨 일로 찾아오신 겁니까?
서연  ..내가 왜 왔는지.. 아시잖아요.
지훈  (보는)
서연  미국엔 언제 갔다 오셨어요? 
지훈  ...
서연  미국에서 정석훈이 어떻게 죽었는지 조사하고 다니셨다면서요?
  어제 석훈이 어머님이 절 찾아왔었어요.
  어떤 법의관이 찾아와서 석훈인 사고사가 아니라, 타살이니까
  다시 재조사를 신청하라고 했다던데요.
지훈  그게 사실이니까요.
서연  (나즈막하게 미소지으며)검찰도.. 경찰도.. 국과수도..
  모두 포기했는데.. 선생님은.. 포기를 모르시네요.
지훈  나 그런 놈이라고 얘기했잖아요. 그때..
서연  ...(미소짓는)맞아요. 포기하셨다면.. 실망할 뻔했어요.

 서연, 가방을 메고 일어선다.
 지훈도 일어서는데..

서연  (입가는 웃지만, 눈매는 차갑다)한번 해보세요.
  하실 수 있는 데까지.. 난 자신있으니까..

 서연, 문쪽으로 다가간다. 문고리를 잡고 뒤돌아본다.
 지훈과 눈 마주친다. 싸늘한 웃음.
 문 열고 나가는 서연.
 지훈, 말없이 서연이 나간 문을 바라보는데..
 그때 울리는 전화벨. 보면 우진이다.

지훈  여보세요.
우진(소리) 나야.
지훈  너.. 몸은 괜찮아?
우진(소리) 나, 멀쩡해. 그런데.. 문제가 있어. 이호진이 풀려났어.
지훈  (눈빛 굳는다)무슨 소리야?
우진(소리) 우재원이 단독범행이라고 이호진을 감싸고 나섰어.
  붙잡아놓을 근거가 없어.

 지훈, 걱정으로 눈빛이 가라앉는다.

우진(소리) 아무래도 얘기해 줘야 될 것 같아서..
지훈  알았어.. 몸조리 잘해.

 핸드폰을 끊는 지훈. 뭔가 생각난 듯, 책상위에 있는 서류들을 뒤진다.
 그 안에서 이호진의 게임시나리오를 펼쳐본다.

지훈(소리) 언제나 피해다니기만 했던 독수리를 죽이고 도시를 점령하라.

 지훈, 가만히 시나리오를 보다가, 윗옷을 걸치고 오피스텔을 나선다.

씬/67 N, 마트 일각
 
 산더미처럼 쌓여진 식료품 박스들 사이를 유유히 걷는 호진.
 그 뒤를 거리를 두고 쫓기 시작하는 형사들.
 미로 같은 마트 안을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면서 유유히 걷는 호진의
 모습과 그 뒤를 쫓는 형사들의 모습, 보여진다.
 호진, 식료품 박스들 사이를 지나가다가 매장들 사이, 공구 코너 앞에 잠시 멈춰선 다. 공구들 사이로 보이는 여러 종류의 망치들을 무표정 하게 내려다본다.
 그 뒤를 계속 쫓아오는 형사들. 순간, 갑자기 시야가 가려지는 박스 뒤로 가더니  갑자기 뛰기 시작하는 호진.
 미로 같은 마트 안, 호진과 형사들의 추격전이 벌어지는데,
 이호진을 쫓아 한곳으로 모이는 형사들.
 마트의 한 중앙으로 모여서는데.. 쫓기던 이호진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다.
 
씬/68 N, 직원용 출구 복도 OMIT

씬/69 N, 국과수 외경

 밤.

씬/70 N, 국과수, 다경의 사무실

 다경, 부검소견서를 작성중이다. 그때 울리는 내선 전화.

다경  예, 고다경입니다.
(소리)  문서영상관데요. 우재원 컴퓨터 파일 자료검사결과 나오면
  연락달라고 하셨죠?
다경  아..예. 알겠습니다.

 다경, 일어서서 나간다. 사무실을 나가고 난 뒤, 보면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한다.
 발신인은 지훈이다.

씬/71 N, 거리일각

 운전중인 지훈, 다경이 전화를 안 받자, 걱정이 되는 눈빛이다.
 악셀을 밟는다.

씬/72 N, 국과수 복도 일각.

 길고 텅 빈 복도를 걸어가는 다경.
 또각또각또각 복도안을 울리는 발자국 소리.
 그때 뭔가 이상함을 느낀 다경. 우뚝 멈춰선다.
 뒤를 돌아보는데, 아무도 없다.
 다경, 다시 걷기 시작하는데, 복도안에 울리는 발자국 소리,
 다경의 발자국 소리 외에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겹쳐져서 들린다.
 이상한 듯 다시 천천히 멈춰선다.
 다경, 불안한 얼굴로 천천히 뒤를 돌아보는데..
 복도 저 끝쪽에 서서 다경을 바라보면서 웃고 있는 호진이다.
 놀라는 다경.
 웃다가 천천히 미소가 가시면서 무표정한 얼굴이 되는 호진.
 차를 몰고 빠르게 국과수로 향하고 있는 지훈의 모습
 빠르게 교차되면서

        - 18부 끝 -

 

 

 

 

 

 

 

 

 

 

 

 

 

 

 

 

 

 

 

 

 

 

 

 

첨부파일 싸인_18.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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