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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대본

[해치의 뿔] 윤지련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4.01.27|조회수1,218 목록 댓글 0

[해치의 뿔] 윤지련

 

 

 

 

 

 

 

 

 

 

 

 

#1.     주택가
       M   슈베르트의 피아노 트리오 제2번 2악장 E flet op.100 (#1-6 소리없이 음악만)
        빗속을 있는 힘을 다해 숨차게 뛰어가는 준영
        하얀 도복 바지를 어지럽힌 흙탕물 자국에서 아이의 다급함과 불안함이 전해진다.
                      
#2.     파출소
        파출소로 뛰어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
        곧이어 순경 한 명의 팔을 붙들고 끌어내다시피 나오며 채근을 하는 준영의 간절한 표정속
        에 급박함이 느껴진다.

#3.     진희의 집, 대문 앞
        한눈에도 고급스럽게 느껴지는 주택의 대문 앞에서 
        눈물을 닦고 있는 아이를 곁에 두고 벨을 울리는 순경.
        대문이 열리면 차분한 안색으로 나와 순경에게 미소로 인사를 건네는 호준. 
        순경 뒤에 서 있던 준영 호준의 눈치를 살피지만. 호준 아무 일없다는 듯 준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신의 우산속으로 자연스레 잡아당기고.
        모자를 벗어 인사하곤 사라지는 순경.
        분노에 찬 준영의 눈을 싸늘하게 응시하는 호준. 금빛의 안경이 차갑게 번쩍인다. 

#4.     진희의 집, 준영방
        험악하게 내동댕이쳐진 준영을 남겨둔채 세게 닫히는 방문.
        준영 코에서 흐르는 피를 아무렇게나 닦으며 급히 일어나 방문을 처절하게 두드리다못해           작은 주먹으로 짓이기기 시작한다. 
        분노로 가득찬 두 눈에 흐르는 눈물을 닦는 준영의 손엔 마디마디 핏기가 가득하고.

#5.     거실 
        호준 무표정한 얼굴로 오렌지쥬스를 천천히 마신다.
        고동치듯 천천히 오르내리는 목젖에서 묘한 흥분이 느껴진다.
        #4에 쓰고나간 우산을 지팡이처럼 짚고선 채 고갤 돌려보는 호준의 입가에 옅은 미소.
        여전히 물기가 뚝뚝 흘러내리는 우산 끝으로 선홍색 핏물이 흥건하고.   
        차가운 대리석 마루바닥에 볼을 대고 힘없이 쓰러져 엎드린 진희가 있다.
        멍한 눈빛, 더 이상 아픔도 느끼지 못하는 듯한 텅빈 시선.
        마치 뭍에서 죽어가는 물고기같다.


타이틀    해치의 뿔    오른다


#6.       검찰청 복도
          수갑을 찬 채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오고가는 사람들 모습 보이고.
          카메라 복도를 따라 들어가다 소란스런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사무실 앞에서 멈춰선다.
          문 앞에 붙여진 <서울지방검찰청 형사5부 검사 강인주> 명패를 비추고.

#7.       인주 사무실
          피의자(20대, 남)을 앞에 앉혀둔채 조사를 하고 있는 오과장
          한 켠의 자투리공간에서 인주가 묘한 포즈로 골프채를 휘두르며 연습모션을 취하면서 듣            고 있다.

남        바람피는 년 남편이 손좀 본 게 그렇게 큰 죕니까?
오과장    조-옴? 손 좀? 이봐요. 임신 5개월이나 된 여자를 때려서 유산까지 시킨 게 손 좀 본거
          야?
남        아우-. 유산은 그니까 그게 정말루 내가 때려서 그런 게 아니라니깐 그러시네. 그건 싸
          우고 나서 화해 차원으루다 (손뼉을 딱딱 부딛히며) 부부끼리 정을 나누다-

E         휙-휙! (골프채 세게 스윙하는 소리, 상당히 위협적인)
          순간 인주 눈에 불꽃이 튀며 남을 째려보고

남        사고. 그래요 사고가 난 거라니까요, 순전히. 아, 못믿겠으면 병원가서 물어봐요.
오과장    (인주 눈치 보며) 이거봐. 당신 와이프 지금 가까스로 사경을 벗어났어. 사람을 그 지경
          을 해놓고 뭐? 정을 나눠? 이 사람아 당신 와이프한테 고마워해야하는 줄이나알아. 그대            로 못 깨어났으면 당신 바로 살인범되는 신세였다구, 알아?
남        살인범이라니. 검찰이라구 모범시민한테 말 이렇게 막해도 되는거야? 우리 와이프한테
          가서 물어봐. 그 여자가 날 그렇게 생각하는지 어디 한번 물어보자구!
E         퍽!  쨍그랑-.
인주      웁스.

          순식간에 다가온 인주의 골프채가 탁자 위에 놓인 축구공 모양의 플라스틱 저금통을
          때려 산산히 부서뜨린다.
          놀라서 납짝 엎드린 남. 오과장 벌떡 일어선다.

오과장    검사님, 또 왜 이러십니까. (남 들으라는 듯 과장해서)지난번에 병원실어보낸 놈 때문에
          징계받은 거 잊으셨습니까. 제발 진정하세요.

          엎드린 남 바짝 쫄아있고.

인주     이번엔 정말 실수라구요. 오과장님. 

         인주 이번엔 골프채로 검도자세를 잡아보며 위협적으로 휘두른다. 아슬아슬한 느낌.

인주     그런데 이상하죠. 아직도 저렇게 법이 왜 있는지 전혀 모르는 인간들만 보면 자꾸 자세가
         흐트러지거든요. (냉정한 말투로) 그만 데려가세요.
오과장   알겠습니다. 

          남 일으켜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다시 들어온 오과장. 
          바닥의 파편을 치우고 있는 여직원을 보며 창가에 서있는 인주 곁으로 다가온다.  
오과장    검사님 실력 믿긴 하지만 그래도 늘 실수하실까봐 가슴이 철렁하는 거 아십니까. 장가도
          못 가보고 죽긴 억울하다구요.
인주      오과장님 아녔음 진즉에 길건너서 영업하고 있을텐데. 덕분에 잘나가는 로펌은 커녕
          허구헌날 쓰레기같은 놈들 상대로 인내력 테스트나 하고 있으니 감정이 전혀 없다곤 못
          하겠네요.
오과장    그나저나 또 차장님 호출입니다.          

         인주 피식 웃으면서 사무실을 나가고나면, 오과장 자리로 돌아와 책상 서랍을 연다.
         좀 전에 깨진것과 똑같은 모양의 저금통이 서랍가득 들어있고.
         새 것을 하나 꺼내 다시 그 자리에 올려놓고 안쓰러운 얼굴로 닫힌 문을 바라본다.

#8.      차장검사실
         책상에 앉아서 소리 치는 차장 앞에 서 있는 인주.

차장     너 자꾸 이럴래? 너 땜에 내가 아주 돌겠다. 아니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검사가
         골프챌 휘둘러 휘두르길. 한 두번두 아니구 저걸 확-
인주     짤라주면 고맙죠 뭐.  이제라두 강인주 팔자좀 고쳐보게.
차장     어후-. 말하는 내 입만 아프지. 하여튼 조심해라. 교수님 덕분에 그만한줄이나 알아.

         인주 무슨 말인가 쳐다보면

차장    (서류보면서 인주 얼굴은 보지못한채) 그 대단한 양반두 자식 일이라구 때마다 청에 전화           넣으셔서 너 좀 잘 부탁한다구 하시는데. 누가 감히 고갤 흔들겠냐? 하늘같이
         존경하는 은사님이 손수 전화해 주신것만두 황공해죽겠는데.

         인주  말없이 입술만 잘근잘근 깨물고 있다.

차장     왜 말이없어?
인주     조심...하겠습니다.
차장     가봐.

         인주 인사를 하고 뒤돌면 

차장     야 강검. 오늘은 빨리 접구 들어가라.
인주    (쳐다보고)
차장     사모님 생신이시라며. 서울청 일은 너 혼자 다 하는 줄 아시드라. 얼굴좀 보여드려.

#9.      복도
         문닫고 나와선 인주 한숨을 푹 내 쉰다. 
         맞은편 문앞에 붙은  <형사5부 검사 한정우> 명패를 바라보던 인주 다가가서 문을 열고. 

#10.     검도장
         문 열리며 인주 얼굴을 내민다.
         홀로 수련중인 정우를 보곤 들어와 목검대 앞에 서서 검을 이것 저것 건성으로 살펴본다.
         슬쩍 인주를 쳐다보는 정우. 운동을 멈추고 머리에 쓴 보호구를 벗는다.
         장난스런 표정으로 발걸음을 죽이고 인주의 등 뒤로 살금살금 다가오는 정우
       
정우e    어이~ 폭력검사!
         
         죽도를 쳐들고 후다닥 달려들어오는 정우
         인주 돌아서는 동시에 검을 들어 능숙하게 방어한다

인주     넌 나한테 안된다고 했지.

         정우 역시라는 듯 씨익-웃어버리곤  인주와 어깨를 나란히한다.   

정우      퇴근이냐.
인주      응.
정우      왠일이냐. 강인주가 토요일이라구 이렇게 일찍 퇴근을 다 하구?
인주      선약이 있어.
정우      ?!  (발걸음을 뚝 멈추고) 
인주      (모른 척 걷다가 돌아서서)그러지 말고 어딜가냐구 묻지그래?
정우      어디 가는데.
인주      홈. (쓸쓸한) 마이..스윗-....홈. 

          인주 애써 씩씩한 미소를 띄운채  정우의 어깨를 한번 쳐주고 나가고.         
          인주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정우의 시선에서 애틋함이 묻어난다. 

#11.      거실
          인주 들어서자 두 팔을 벌려 반색하는 인주부 강교수.

강교수    어서오너라. (어깨를 토닥이며) 그래 니 애미 생일이나 돼야 얼굴을 한번 보여주는구나.
          녀석.
인주      죄송해요. 별일 없으시죠. (오빠 내외 보며) 언니랑 오빠두 별일 없지?
인범처    전화좀 주지 그랬어요. 아버님이 아가씨 얼마나 기다리시던지 저희가 다 애가 탈 지경이            었는데.
          
          인주  한쪽에 말없이 서 있는 인범을 보며
 
인주      (따스한) 오빠...
인범      (따스한) 그래. 어머닌 주방에 계셔. 들어가 봐라.

          인주  주방을 향해 고개 돌리는 눈빛 어딘지 어둡고.

#12.      주방
          음식준비를 하고 있는 인주모의 뒷모습을 보고 서 있는 인주
          인주모 모른 척 계속 일을 할뿐.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인주      엄마. 나 왔어.
인주모    그래. 들었다. 배고프진 않니?
인주      아니 안 고파. (잠시) 그래두 엄마가 한 음식 정말 오랜만이니까 실컷 먹구 가야지.  
인주모    조금만 기다려라. 이제 다
인주      엄마-. 
인주모    .....
인주      얼굴좀 보여주면서 말하면 안 돼?
인주모    (어색한)그 얼굴이 맨날 그 얼굴이지 뭐. 참. 너 좋아하는 메로 굽는다는걸. 

          분주하게 움직이는 인주모의 등을 보던 인주 서운한 낯빛으로 돌아선다.

인주모    인주야.
인주      응?
인주모    (잦아든) 밥... 많이 먹구가라.

          인주 울컥하는 기분으로 주방을 나온다.  

#13.      인주방
          정갈하게 정돈된 그러나 오랫동안 비워져 있던듯한 방. 둘러보는 인주.
          오디오 위, 긴 줄이 달린 묵직한 헤드폰에 손이 간다.
          헤드폰을 끼고 벽을 기댄채 구석에 웅숭그리고 앉는 인주
          M 헤드폰 속에서 터져나오는 록음악.(본조비나 에어로스미스 류)
          E 그 속에 간간히 섞여드는 고함과 비명소리 (남자와 여자의).
          질끈 눈을 감고 귀를 감싸쥐는 인주. 저절로 볼륨을 높이는 손길.
          볼륨채널과 함께 음악소리도 커지고 심장뛰는 소리도 함께 크게 들린다.

E         두근, 두근, 
E         쿵! 쿵!
E         쾅쾅쾅!!

          눈 감았던 인주 벌떡 눈뜨면서 헤드폰을 벗으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문 여는 인주.

인범      문 잠그고 안에서 뭐해?  그렇게 노크해도 못듣고.
인주      어. 헤드폰끼고 음악 좀 듣느라구.
인범      옷도 안 갈아입구?
인주      (피식) 그러네. 근데 왜. 저녁 먹으라구?
인범      그래, 아버지가 찾으신다. 손님이 오셨는데 또 자랑이 하고 싶으신 모양이야. 
인주      (마땅찮은) 금방 내려갈게.
인범      (계단 내려가다) 근데 너, 그거 지겹지두 않니?
인주      별수없잖아, 늘 그러시는거.
인범      아니.. 헤드폰 말야.

          인범 씁쓸한 미소띤 채 내려가고 나면 방으로 들어서는 인주.
          손에 든 헤드폰을 제 자리에 올려놓다 멈칫한다.
          전원이 켜있지 않은 오디오를 보며 무표정해지는 인주. 

#14.      식당
          식구들 모두 둘러앉은 식탁. 강교수 옆자리에 경찰정복을 입은 중년남이 일어선다.

강회장    꼬맹이적부터 보던 사인데 뭘 일어서고 그러나. 앉아 앉아. 인주야. 이리 와서 인
          사드려라. 예전에 우리 동네서 근무하시던 이소장님 기억나냐? 바둑두러 가끔 오시곤 했
          었는데...이번에 성북서 서장님으로 다시 오셨단다.
이서장   아이구, 강검사님. 이렇게 다시 만나 영광입니다. (손잡으며) 어릴 때 그 예쁘장하던 아
         가씨가 검사님 됐단 말 들었을 땐 믿기지가 않더니 이렇게 직접 보니 의젓한게. 젊은 영           감 티가 제법 납니다, 교수님? 

         인주 잡힌 손을 빼며 말없이 목례만 까닥한다.

강교수   영감은 무슨. 녀석 보기엔 여릿해두 성질이 보통이 아니라네. 자네, 학교에서 요즘 내 별           명이 뭔지 아나?
이서장   별명이 다 있으십니까?
강교수   핫핫...깡패검사 부친이라네.(사랑스러운 손길로 인주손을 잡으며)그게 다 인석 덕분이지
         뭔가.  
인범    (나무라는) 빤한 바닥인데 학교라고 아무 소리두 안 들리는거 아냐. 제자들한테 그런 소리
         들으시게 만들어야겠니.
강교수   아냐 아냐. 난 오히려 내 딸이 그런 불같은 검사란게 자랑스럽다. 이 애빈 그 별명이 아           주 맘에 들어, 아주.
인주모   여보, 서장님께서 흉보시겠어요. 자식 자랑이라곤 모르시는 양반이...
인범처   왜요, 어머님. 아버님한테 아가씬 다 예외잖아요. 저렇게 좋아하시는데 자주 좀 오지.
         서울청에 와서도 일년에 한 두번이 뭐예요.
인주모   자자, 그만들 하시구 어서들 식사하세요. 음식 다 식겠어요. 

         그 말에 스푼으로 포도주잔을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강교수
         잔을 들어 인주모를 바라보며

강교수   대를 이어 학자의 맥을 지켜주고있는 우리 강인범 교수와, 가문을 대표해 세상과 열심히
         싸우고 있는 열혈검사 강인주의 어머니이자. (잠시) 보잘 것 없이 평생 고생만시킨 못난
         학자의 아내로 함께 늙어준...우리 안정숙 여사의 생일을 축하하며.  건배-

         모두들 환한 미소속에 건배를 외치고 술잔을 들이킨다.
         화기애애한 담소속에  인주와 인주모의 눈이 우연히, 잠시 마주친다.
         할말이 많은 듯한 표정.
         인주모를 보란 듯이 시선을 떼지않은 채 와인을 쉬지않고 마시는 인주.
    
#15.     현관, 밤
         떠날 채비를 하는 이서장을 배웅하는 식구들 속의 인주. 

인주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일이 많이 밀려서요. 서장님 제 차 타고 내려가시죠. 모셔다드
         리겠습니다.
            
          걸어나오는 인주와 이서장. 

#16.      인주 차 안, 밤
          몸둘 바를 몰라하며 좋아하는 서장

서장      차 안가지고 오길 잘했지 뭡니까. 이거 검사님 배웅을 다 받고 영광입니다?
인주      뭘 이정도로. 따지고보면 제가 이 자리에 있게된 게 서장님 공이기도 해서요.
서장      예?
인주     (싸늘함으로 돌변한) 충고하나 해드리죠. 공적인 일로 저랑 마주치지 않도록 조심하는게            좋을거예요. 서장님이 어떤 경찰이었는지 쉽게 잊혀질 거 같지가 않거든요.

          인주 급정거를 해서 거칠게 길옆으로 차를 세운다.
          당황한 서장 놀란 눈으로 인주를 보고있는데

인주      (도어 락을 풀어주며) 내리시죠. 택시는 힘들어도 마을버슨 다닐겁니다.

          싸늘한 인주의 시선에 할말을 잃은 서장 어쩔수 없이 차에서 내리고.
          횅 하니 사라지는 인주의 차를 바라보던 서장 누가 볼새라 헛기침을 크게 해대며 거드름            을 핀다.

#17.      술집, 밤
          바에 앉아있는 인주 단숨에 술잔을 들이켜고 내려놓는다

인주      한 잔 더.
바텐더    강검사님. 벌써

          인주 말 막으며 얼음만 남은 술잔을 흔든다.
          바텐더 염려스런 눈길로 술 따르고, 인주 다시 잔을 비우고 내려놓는다.
          인주 잔을 들며 말하려하는 순간

정우e     한잔 더!

          옆에 와 앉는 정우를 본 인주

인주      허, 이게 누구셔. 비겁한 강인주의 딸꾹. 한심한 친구 한정우 딸꾹?
정우      강인주가 비겁한건 잘 모르겠다만 내가 한심한 한정운건 맞다. 대체 얼마나 마신거냐.
인주      바보자식...취하려고 마시는 놈이 그딴 거 세면서 마시겠냐. 딸꾹. (스르르 쓰러지고)

          기막힌 정우 바텐더를 쳐다보면

바텐더    강검사님,무리 하셨어요. 전작두 있으신거 같던데. 지금 나가실거죠?

#18.      거리, 밤
          인주를 등에 업고 걸어가는 정우

정우      인주야. 자냐?
인주      .....
정우      어머님 생신이셨다며. 짜식...빈말로라두 같이 가자구좀 하지. (고개 돌려 힐긋 보곤)
          강교수님..너희 아버님말야. 내가 얼마나 뵙구싶어하는 분인지 너 모르지? 그분 강의들            으려구 수업빼먹구 도강하러 간 적두 있다. 그런데 니가... 생각나니? 고시원식당에서
          밥먹구있는데 인범이형하구 함께 널 찾아오셨잖아. (웃음) 얼마나 황당했는지 넌 짐작도
          못할거다.  
          
          정우 인주의 고개가 한쪽으로 쏠리자 다시 추스려 업는다.

정우      녀석. 죽도휘두를 땐 그렇게 무시무시한 놈이... 몸은 또 왜 이렇게 가볍냐.

          정우 안쓰러운 얼굴로 걸어가는데

인주      ...못해.
정우      뭐? 너 잠든 거 아냐?
인주      그딴거.. 짐작 못해. 아니 안 해.   
정우      야. 강인주. 깼으면 걸어가시는 게 어때?
인주      가볍다매? 빨랑 걸어. 

          정우 할 수 없다는 듯 다시 한번 인주를 추켜업고 걷는다.

인주     (정우의 뒤통수를 딱 때리며)살살좀 걸어. 자꾸 출렁거리면.. 니 등에 다 토해버린다?
정우     (기막힌) 허 참.

         포기한 듯 걸어가는 정우와 등에 업힌 인주의 모습 그렇게...

#19.     오피스텔, 밤
         침대 속 인주 악몽을 꾸는 지 식은땀을 흘리며 뒤척이고 있다.

#20.     illusion (인주의 꿈과 진희의 현실 교차)
      - 거실 바닥에 내팽개쳐진 후 사정없이 무언가를 휘두르는 남자에게 애원하는 표정의 여자
      - 계단에 내려와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어린 아이(8세 정도) 품안에 안은 토끼인형          의 눈을 살며시 꼬옥 가려주는 손길. 그러나 정작 아이는 이글이글한 눈동자로 말없이 지
        켜보고 있다. 또르르 흐르는 눈물.
      - 바닥에 쓰러져있던 진희(상처입은), 남편의 등 너머에 시선주며 놀라는 표정
        높이 쳐든 호준의 우왁스런 손길이 내려오려는 순간 절규하듯 “안돼-”를 외치고 눈을
        감아버리는 진희

#21.    오피스텔, 밤
인주e   안돼- !!!

        소리치며 벌떡 일어나는 인주. 정신을 차려본다.
        손을 뻗어 침대 옆의 서랍을 열면 빼곡히 들어차있는 약병들.
        알약을 꺼내 입에 물자 그제사 조금씩 새어나오는 흐느낌. 흔들리는 어깨가 애처롭다.             F.O.
        

#22.    인주 오피스텔. 아침
E       뚜뚜뚜 뚜. 뚜뚜뚜 뚜- (시계 알람소리)

        침대에서 일어나 두리번거리는 슬립차림의 인주.
        의자 위에 잘 개어져 있는 옷가지들 비춰지고
        골치아픈 표정으로 냉장고 문을 열려던 인주 문에 붙은 메모를 본다.

정우e   술먹은 여자 옷벗기는 것도 자꾸하면 실력이 느나보다. 어쩜 그렇게 편안한 표정으로 잠
        을 잘수가 있는거냐. 사람 절망시키는 법도 여러 가지다.
        추신 : 너 절대 안 가벼워. 

        인주 피식 웃으며 냉장고 문을 연다.
        //시간경과
        출근준비를 끝낸채 콘플레이크가 담긴 그릇과 우유를 꺼낸 인주 신문을 펴든다.
        신문을 읽던 인주 우유를 붓는 손길이 멈추질 않고.
   
인주    앗! 차거 
 
        급히 일어서는 인주.
        우유는 신문을 적시며 빠르게 흘러가고 
인서트>“매맞는 아내, 흉기로 남편 살해”사회면 기사제목 선명히 보인다.
    
#23.      인주사무실
          책상 앞에 놓인 서류를 보던 인주 흠칫하는 표정으로 오과장을 본다

인주      이 사건. 뭡니까.
오과장    오늘 아침 신문 안 보셨습니까. 30대 초반에 주부 한 명이
인주      그게 아니구. 이 사건이 왜 제 방에 와 있냐구요.
오과장    일찌감치 차장님께서 강검사님한테 맡긴다구 하셨다던데요?

          화난 인주 잰걸음으로 나가고 나면 쾅! 닫히는 문.

#24.      차장실
          인주 거칠게 노크한 뒤 문열고 들어서면

차장      (서류에서 눈 떼지않고) 출근이 늦구나 강검.
인주       이거 뭐예요. 서초동 남편살해, 그거 왜 저한테 보내세요?
차장     시각교정. (보며 미소) 일종의 시각교정훈련이라구 해두지. 와이프 때리는 놈들만 줘                패던 네녀석이 남편죽인 와이프를 만나게되면 어떻게 될까.. 궁금두 하구.
인주       제가 그런 남편은 죽어두 싸다, 잘 죽였다 그러면 어쩔려구요
차장       그건 나보다 니가 더 잘 알겠지. 그걸 고민해보라구 던져준거야. 가져가.

           인주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가려는데

차장       강검사. 형사사건의 피해자는 어디까지나 죽은 사람이다. 법의 심판을 받기전에 죽어도
           마땅한 사람은 없다...어느 분 말씀인지 모르진 않겠지?

#25.       인주사무실
           인주 사건 파일을 보는 중.

인주       오과장님, 이 조서에 벽난로 얘긴 뭡니까.
오과장     아 그거. 경찰에서 초동수사 할 때 현장 거실 벽난로에 점화흔적이 있어서 조사를
           했다는데...뭐 단서가 될만한 흔적은 없었답니다. 
인주       아이가 하나 있다고 되어있는데.. 현장엔 없었다구요?
오과장     예. 경찰이 도착한 뒤에 들어왔답니다.

           인주 생각에 잠겨 있는데 그 때.
           여자 청원경찰들에게 호송받으며 들어와 앉는 진희, 얼굴 곳곳 멍든 자국이 보인다.

인주      서진희씨. 몸은 어떠세요.
진희      ....
인주      지금부터 제가 하는 질문에 정확하게 사실대로 대답하셔야 합니다. 이름 서진희, 나이
          33 세, 주민등록번호 700912-2027721, 주소 서초구 서초동 110번지 맞습니까?
진희      네.
인주      가족으로 남편 이호준 준클리닉 원장과 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아들 이준영군이 있
          습니다. 맞습니까?
진희      ...아뇨.

          인주와 오과장 고개를 들면

진희      (인주를 바로보며)아들뿐입니다. 그인...이제 죽었으니까요...제가...죽였으니까요.

          파리한 낯색과는 달리 형형한 진희의 눈빛.

#26.      식당
          오과장 여직원과 한 테이블에서 식사중인 인주. 생각에 빠져 밥을 건성으로 뜨고 있다

여직원    그런데 그 여자분, 굉장히 담담하데요?  남편을 정말 미워했나봐요.
오과장    그럼 미스 정은 안 미웠겠냐?  그렇게 얻어맞고 살았는데. 검진했던 의사말론 진짜 지능
          적으로 때린 흔적이 역력하다고 하드라. 지가 의사니 오죽 잘 알았겠어? 하여간 배운 놈            들이 더 해요, 더해.
여직원    그래두 남편을 자기 손으로 죽이다니...너무 끔찍해요.
오과장    끔찍하긴 하지만 오죽하면 그랬겠냐. 그렇게 맞다가 죽을 것 같으니까 죽였겠지. 이렇게
          되기 전에 진즉좀 헤어지지. 하여간 여자들은 쓸데없는 데 인내심이 많다니까. (인주보            며) 그나 저나 얘기 들어보니 더 조사하고 말것도 없던데 바로 정리하실꺼죠, 검사님?
인주      ......
오과장    검사님? (좀 더 크게) 검사님!
인주      (그제사) 예?
오과장    서진희씨 껀말입니다. 사건정황 명확한데 더 붙잡아두실 이유 있습니까? 
인주      (수저 내려놓으며) 좀 더 갖고 있죠. 빨리한다고 상주는 것두 아닌데.
오과장    의심하구 말것도 없이 단순한 사건같은데, 뭐 맘에 걸리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인주      (누군가를 보곤 일어서며)아니에요. 오과장님, 경찰에 연락해서 빨리 현장검증 스케쥴
          잡으라고 하세요.  

          어리둥절한 오과장과 여직원의 시선 잰걸음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인주의 뒤를 쫒는다. 

#27.      복도
          남자와 인사하고 헤어지는 여자(30대 중반)에게 다가오는 인주

인주      미영선배!
미영      (돌아보고) 오랜만이네. 사건담당 검사가 변호살 그렇게 다정하게 불러도 되는거야?
인주      (웃으며) 시간있어요?

#28.      청사 마당, 벤치
          종이컵을 들고 나란히 앉은 인주와 미영

미영      봐서 알겠지만 전형적인 가폭사건이야. 결혼 10년차의 주부가 그 동안 상상하기 어려운
          폭력을 겪으면서 어떻게 정신적으로 무너지지 않을 수가 있겠어. 무력감, 절망감, 절대
          이길수도, 도망칠수도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사람이 또 다시 극도의 공포속에 빠지면-
인주      알아요. 하지만 그래도 검사란 건 그런 상황에서도 꼭 죽였어야만 했나, 과잉방언 아닌
          가... 혹시 계획적이었던 건 아닌가 뭐 그런 걸 따져야한다는 거 아시잖아요.
미영      니 생각은 어떠니. 정형외과 의사에 병원장씩이나 되는 사람 아내가 입원기록은커녕 하
          다못해 종합검진 한번 받은 적 없다는 게 뭘 의미하는 거 같니. 인주 너 이쪽으론                 꽤 호의적이어서 잘 풀리겠다 싶었는데...역시, 검사는 검사라 이건가? 

          종이컵을 구기며 일어서는 미영

인주      선배가 나에 대해 모르는 게 하나 있어.

          돌아보는 미영

인주      난 때리는 놈들두 싫지만, 그렇게 맞고있는 여자들을 더 싫어한다는 거. (구긴 컵을 던
          져넣으며) 내일 현장검증 하게 될거예요. 그 때 뵈요.

          걸어가는 인주를 보며 생각에 잠기는 미영.

#29.      진희의 집 앞.
          경찰차 여러대 서 있고 사람들 웅성이며 모인 가운데 지프차 한 대 도착한다.
          차에서 내리는 수갑 찬 진희의 모습이 보이자 일제히 터지는 후레쉬 불빛들.

#30.      진희의 집, 거실
          곧곧에 현장보존용 테이프들 쳐져있고 거실 한쪽 바닥엔 피해자 사체라인이 그려져있다.            바닥과 새하얀 벽면엔 아직도 꽤 선명한 핏자욱들 보이고. 한쪽에 서 있는 인주.
          진희 안방에서 나와 거실에서 맞는 시늉을 해보이고.
          주방으로 가서 싱크대 안쪽 문을 열고 칼을 꺼내는 모습 보이고
          다시 거실 쪽으로 와서 찌르는 모션을 차례대로 보여준다.
          모든 것을 담담하게 말없이 바라보기만 하는 인주의 곁으로 다가서는 이형사

이형사    서진희씬 말그래도 깨끗합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모범주부라고나 할까요. 여행은커녕 외
          출도 잦지않은 조용한 성격에다, 취미라곤 고작 집에서 하는 요리가 전부인 그런 여자였
          답니다. 혹시 재산문젠가 싶어 그쪽으로도 조살 해봤는데..남편 재산 욕심부릴 처지도             아니던데요. 친정부모가 일찍 돌아가시긴 했지만 상당한 유산을 서진희 씨 앞으로 남겼            답니다. 

인주     (혼잣말처럼) 동기도...단순하다 이거지. 

#31.     진희의 집 앞.
         차량들 하나 둘 떠나가고 점차 정리되어지는 현장, 마지막으로 남은 인주와 이형사.
         버버리코트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나눠핀 두 사람, 집 주위를 둘러보는데.
         골목 모퉁이에 숨어 집 쪽을 훔쳐보고 있는 태권도복의 남아(약8세)를 발견하는 인주
         인주 잠시 꼬마와 눈 마주치며 웃다가 손을 저어 다가오라고 불러본다.
         하지만 겁먹은 눈으로 도망쳐버리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던 인주 뭔가 떠오른듯한 표정

#32.     한강 다리 위
         달려가는 인주의 차 위로

이형사e  준영이란 아이는 사건 직후 서진희씨와 변호사 협의하에 아동병원에 입원중이랍니다.
         사고 충격때문에 상담 치료중이라던데요?   

#33.     병원, 놀이실
         준영과 다정히 포옹을 하고 있는 젊은 남자, 준영을 몸에서 떼어 내며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다정스럽다.

#34.     병원 복도
         놀이실을 향해 걸어가는 인주와 의사.
         그 곁을 스쳐 지나가는 젊은 남자.

의사     사고 이후 한 마디도 하질 않아요. 
인주     특별히 걱정될 만한 행동이나 증상은 없나요?
의사     밤에 계속 악몽을 꾸는 것 같은데두 소리를 지르거나 하지 않아요. 입술을 하두 깨물어서
         다 터질지경인데두. 사고가 일어났을 때 다행히 준영인 나중에 들어온 모양이지만 그것만           으로도 충분히 아이한텐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를 남기죠. 

#35.     놀이실
         인주 유리문을 통해 그림을 그리고 있는 준영을 지켜본다.
         갑자기 화들짝 놀라며 옆에 놓인 장난감을 집어던지고 나서 건전지를 찾아 빼놓는 준영.
         인주 의사를 쳐다보며 왜 저러냐는 듯 묻는 얼굴.

의사    소리가 나는 인형인가 보군요. 갑작스런 소음에 아주 히스테릭해요. 부모가 큰소리로 자            주 싸우는 집 아이들한텐 흔히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다시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는 준영을 애잔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주.
#36.     조사실
         마주앉은 인주와 진희

인주     오늘 준영일 보고 왔습니다. 
진희     검사님이 그 아일.. 왜요?
인주     그냥 궁금해서요. 아니 걱정이 됐다는 편이 맞겠군요. 왜, 안되나요?
진희     (간절한) 우리 준영이, 잘 있나요? 잘 있겠죠?
인주     네. 걱정하실 정도는 아닌 것 같았어요. 
진희     그래두 걱정이 돼요. 이런 말할 자격 없는 엄마라고 하시겠지만.(꿈꾸듯)우리 준영이...
         보셔서 아시겠죠. 참 작고 가냘픈 아이에요. 벌써 3학년인데 아직도 맨 첫줄에 앉거든요.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고) 마음은 또 얼마나 약한지....여름방학땐 곤충 채집두 못해갔어
         요. 그녀석....겁보에요. 아주.
인주     울보는 아니구요?
진희     ?
인주     전 아주.. 울보였거든요.

         인주를 보는 진희, 진희를 보는 인주.
         서로의 눈을 피하지 않는 두 여자의 눈빛이 애처롭다.

#37.     사무실 
         인서트> 창가에서 바라보이는 뜰의 해치 석상.
         창가에 서서 팔짱을 낀 채 밖을 내려다보던 인주 문득.

인주     오과장님.
오과장   예?
인주     저 해치 말예요. 저 뿔로 가리킬 범인을... 항상 찾아냈을까요?
오과장   무슨 말씀이십니까?
인주     범인은 없고, 피해자만 있는 경우라면...해치의 뿔은 과연 누굴 향했을까요?

         오과장 인주의 알 수 없는 말에 혼란스런 표정이 되고.
         맞은편에 앉은 여직원과 왜 저러냐는 눈짓을 주고받는데 갑자기

인주     (외투를 집어들고 나가며) 몇 시간만 비워주세요. 

         횅하니 나가버린 인주의 뒤에 대고 소리치는 오과장

오과장   아니 어딜 가시는데요?  대체 어디 가시냐구요!

#38.    진희의 집, 거실
        싸늘하고 적막한 집안, 이곳저곳 두서없이 붙여놓은 경찰가이드 테이핑으로 더욱 신산스러
        운 가운데. 천천히 집안을 헤매던 인주의 구두발이 서재 앞에 멈춰선다.
        문을 응시하는 강렬한 시선.
       
#39.    서재 앞/ illusion
        서재 문 앞으로 천천히 다가가는 어린 인주(#20과 같은)의 뒷모습
        가까이 다가갈수록 문 안쪽에서 들려오는 물건들이 벽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음과 비명소           리들이 점점 선명해진다.
        ca 아이의 얼굴을 비추면 겁에 질려 눈도 깜빡하지 않은채 걸어오는 어린 인주.
        토끼인형을 가슴에 꼭 안고 숨죽인채 한 발 한 발 다가온 어린 인주의 손이 손잡이를 돌려
        방문을 열려는 순간.

e       강검사님!

#40.    동장소 - 현실
인주    악!
이형사  (동시에) 헉!

         놀란 인주 돌아보면 이형사 서 있다

이형사   아이구 깜짝이야. 아후- 간 떨어지겠네.
인주     이형사님. 여기 왠일이세요.
이형사   왠일은요. 오과장이 검사님 아무래도 여기 가신 것 같다고 해서 왔죠. 뭐 현장검증에서
         문제라도 발견하셨습니까.   
인주     아니에요. 그냥 좀...이형사님, 잠시 혼자 둘러보고 싶은데.괜찮겠죠?
이형사   예. 그러시죠. 전 밖에 나가 기다리겠습니다.
        이형사 나가고  혼자 남은 인주, 다시 서재문을 쳐다본다. 

#41.    서재 
        깔끔한 메탈릭의 소품과 가구들로 인해 전체적으로 차가운 분위기.
        책상위에 놓인 척추견본과 전공서적들을 통해 방주인의 이력이 짐작되는.
        서랍을 열면 칸칸이 지나치게 가지런히 정돈되어진 필기구와 소품들.
        방을 나오려던 인주 문 옆에 놓인 책장에서 유독 책 한권이 열보다 앞으로 나와있는 것이          눈에 띈다. 휘 둘러보면 온 방안에 오직 하나의 불규칙이다.
        무심코 줄 맞춰 책을 집어넣으려던 인주 섬뜩한 표정으로 책을 잡아꺼낸다.
        두터운 하드커버의 묵직한 책 모서리에 엉겨붙어있는 살점과 선명한 피자욱.
        인주 질끈 감은 눈 위로 섬광처럼 흐르는 비명

호준e   입 닥치지 못해! 
E       우악스레 날아가는 책이 부딪혀 떨어지는 소리
인서트> 투두둑 떨어지는 굵은 핏방울, 하얀 책장을 조금씩 물들이고.

        인주 휘청이는 모습으로 서재를 나선다.

#42.    드레스룸
        어두운 방안에 불이 켜지면 화려하게 나타나는 커다란 옷장문들.
        차례 차례 문을 열던 인주 맨 안쪽의 장을 열고 숨막히는 표정이 된다.
        인주가 선 한쪽 벽면을 가득히 메운 백여컬레 남짓한 구두들.
        구두들을 노려보던 인주의 시선 흐려지고.

#42-2   인주의 회상.   
        화면 이지러지며 구두대신 가방으로 칸칸이 메워진 선반이 나타나고
        선반 한 구석에 놓여지는 새로운 가방.

어린 인주     엄마, 또 아빠가 가방 사줬어?
엄마          음.
어린 인주     이것두 엄마 맘에 안들어?
엄마          (울음섞인) 아니.. 맘에 들어. 너무 맘에 들어서.. 아껴두려고.

         인주 옷장 문을 닫는다.
         괴로운 표정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던 인주 가방에서 약을 꺼내 입에 물고는 빠른 걸음으            로 나간다.

#43.     주방
         컵을 찾으려 수납장 문을 열어보는 인주.
         물을 마시고 그제서야 주방을 둘러본다.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느낌의 그릇과 소품들로 정성껏 꾸며진 부엌살림.
         쿠키본을 뜨던 참이었는지 각양각색의 인형틀과 밀가루들이 꺼내져 있는 그대로다.

이형사e  여행은커녕 외출도 잦지않은 조용한 성격에다, 취미라곤 고작 집에서 하는 요리가 전부
          인 그런 여자였답니다.
        
          안쓰러운 느낌으로 인형틀 하나를 만지작거리는 인주.
          사용한 컵을 닦아 올려놓으려 구석에 손을 뻗다 안쪽 구석에 놓인 칼집을 본다.
          7개의 최고급 요리칼이 한 세트로 꼽혀있는 나무칼집

이형사e   취미라곤 고작 집에서 하는 요리가 전부...

          인주 표정 굳어지며 칼집을 살펴본다.
          7개중 한 자리가 비워져있는 칼집.
          인주 현관 밖에다 소리를 친다,

인주      이형사님! 이형사님 -
       
          이형사 뛰어 들어오면.

인주      흉기. 사용된 흉기가 어디서 나왔다고 했죠?
이형사    현장에서 바로 발견됐습니다. 거기 검사님 서 계신 싱크대 안쪽 문 열면 달려있는 칼집
          에서 꺼낸 부엌칼인데. 거 왜 있잖습니까. 까만 손잡이 달린-

          조리대 위의 나무칼집보면 하나같이 까만 손잡이가 달린 쌍둥이로고의 칼 세트cu.
          긴장된 표정의 인주 조심스레 씽크대 문을 열어본다.
          듬성듬성 꼽혀있는 검정자루의 칼 두 자루. 머리가 하나뿐인 조금 다른 로고의 칼. 
          문 안쪽의 빈 자리와 한 자리만 비워진 칼세트를 혼란스런 눈길로 바라보는 인주.

#44.      진희의 집 앞.
          대문을 나서던 인주와 이형사, 모퉁이에 숨어있는 #30의 꼬마의 모습을 발견한다.
          살금 살금 다가서는 인주
          인주의 기척을 모르는 꼬마 고개를 비죽 내밀면 눈앞에 인주가 있다. 힉-놀라는 꼬마.

인주      꼬마, 몇 살이야?
꼬마      8살이요.
인주      너 이 동네 살아?
꼬마      (끄덕)
인주      (진희의 집 보며) 이 집 식구들도 알아?
꼬마      아줌마 경찰이에요?
인주      경찰같아 보이니?
꼬마      (끄덕)
인주      그래. 경찰은 아닌데 뭐 그 비슷한거야. 왜 무섭니?
꼬마      그게 아니구...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인주      그래.
꼬마      진짜 준영이형네 엄마가 준영이형 아빠 죽였어요? 그럼 이제 준영이형은 다시 여기서
          안 살아요?
인주      너 그 형이랑 친해?
꼬마     (세차게 끄덕) 나 준영이형이랑 무지 친한데...학교두 같이 가구, 도장두 같이 다녔는데
          ....형아가 나 노란띠 따게 해 준다구 (울먹) 약속했는데...
인주      도장? 태권도장?
꼬마      준영이형아 태권도 짱 잘해요. 사범님이 수제자라고 하면서 합기도두 가르쳤어요. 힘두
          얼마나 센대요. 접때 키작다구 무시하던 형아들두 준영이형이 한방에 물리쳤어요.

          신나서 떠들어대는 꼬마를 두고 혼자만의 생각에 잠긴 인주의 손이 꼬마의 도복띠를 만            지작거린다. 도복띠에 수놓여진 <푸른태권도>라는 글씨.

아이들e   하나. 두울. 아얍!  하나, 두울 아얍! 

#45.      도장
          아이들 기합소리 가득한 태권도장
          유리창너머 훈련하는 아이들 모습을 보며 들어오던 인주.
          입구 앞에 놓인 아이들의 이름이 씌여진 락커를 보고 준영의 이름을 찾아본다.
          준영의 락커문을 열어보지만 텅비어 있는.
사범e     아무것도 없습니다. 보통은 도복을 넣어두는데 준영인 늘 도복을 가지고 다녔습니다.

          어느새 인주 뒤에 서 있는 젊은 사범. 입가에 안쓰런 미소를 띄운채 말을 잇는다.
    
사범      준영 어머니께서.. 날마다 깨끗이 세탁을 해 보내셨거든요. 

          준수한 청년의 느낌, #33 의 준영을 안아주던 그 남자다.

#46.     도장 앞
         인주를 기다리던 이형사 주머니를 뒤져 빈 담배갑이 나오자 주위를 둘러본다.       
         길 건너 슈퍼간판을 보고 걸어가는.

#47.     도장 사무실
         작은 탁자 위에서 머그잔에 물을 붓고 스푼으로 차를 젓는 사범. 
         인주 벽에 붙어있는 화이트보드의 스케쥴표를 무심히 보고 서 있다.
         인주에게 컵을 건네며 인주가 보던 보드를 큰 키로 가리고 서는 사범.
사범     준영인 7살 때 처음 여기 왔습니다. 어머닐 오래 졸랐다구 하더군요. 
인주     그럼 아주 잘 하겠네요. 체구가 작아서 전혀 그런 느낌 못 받았는데.
사범     그 작은 몸이 믿기지 않을 정도죠. 자질이라기보단 ..노력이었습니다. 선수도 아닌 어린
         녀석이 죽기살기로 열심히 했거든요. 준영어머닌....
인주     ?
사범    (아련한) 가끔씩 준영일 보러 오시곤 했습니다.  눈매가 참 고운 분이었는데 ... 어쩐지
         슬퍼보이셨어요...(정신차린 듯 인주보며) 아. 준영이녀석 그렇게 열심히 한 이유를 이제           야 알겠다는 얘깁니다.

         인주 사범의 옆모습을 바라본다.
         차를 마시는 젊은 남자의 각진 턱선이 묘하게 떨리고 있음을 놓치지않는다.

e        엉엉- 어헝- 사범님-

         하얀 도복에 코피를 흘리며 우는 아이(7-8세) 하나가 사범을 향해 다가온다.

사범    (달래며) 하 짜식. 태권소년이 이깟 일루 울면 된다고 했어, 안된다고 했어?
아이     코피-도복에 코피가..
사범     그래 그래. 얼른 벗어서 빨아야겠다. 이거 벗구 갈아입자? (인주보며) 그럼 이만 실례
         하겠습니다.

         인주 목례를 하고 걸어나온다.
         문 앞에 선 인주 고개 돌려 다시 한번 사범을 찾아본다.
         입고있던 흰도복을 벗겨내고 푸른색의 도복으로 갈아입히며 얼굴을 닦아주고 있다.

#48.    슈퍼 안
         계산을 하고 나와 문 앞에서 담배를 피워물던 이형사 옆을 지나 가게로 뛰어들어가는
         동네 아줌마

주인     어디서 오는 길이야?
아줌마   약국
주인     아니 그래 약사 아가씬 국술 언제나 먹여줄거래?
아줌마   국수 좋아하네. 아직 소식 못들었어? 태권도장 코앞에 있으면 뭘 하누, 눈치가 백친데.

         가게 앞을 떠나려던 이형사 태권도장이라는 소리에 자리에 멈춰서고.

주인     이게 또 뭔소리래? 젊은 사범이랑 청첩장 돌리는 거 아녔어?
아줌마   약사처녀야 사범한테 목 맸지. 근데 사범이 자긴 맘에 둔 사람이 따로 있다고 딱 잘라
         말했대. 
주인     아니 그게 누군데?
아줌마   그건 모르지. 근데 뭐 기달려야 된다구 했다나 어쩐다나....하여튼 분위기가 보통 여잔
         아닌 거 같드랴. 아후 지금 코가 쑥 빠져갔구 얼굴이 말이 아녀.
      
         도로로 내려 선 이형사  맞은 편의 태권도장 간판을 올려다 보고 서 있다.
         도장건물에서 빠져나온 인주도 이형사 옆에 서본다.
         말없이 담배를 한대 건네주고. 나란히 담배연기를 뿜고있는 두 사람.

이형사   검사님.
인주     네?
이형사   그 청년...잘 생겼습디까?
         이형사의 질문에 놀란 인주 눈을 크게 뜨고 이형사를 쳐다보고.
         
#49.    사무실
        부검보고서를 살펴보는 인주의 펜 끝이 한 곳에 머물러 계속 줄을 긋고 있다.
        가해자 : 왼손잡이(추정) // 가해시각 : 3월 26일 수요일 오후4시 경(추정)
플래시백>  커피잔을 젓던 사범의 왼손.

플래시백>  인주 앞에서 큰 키로 가리고 서던 화이트보드 위의 글씨 “수요일 오후- OFF” 위로
이형사E    그 젊은 사범이 최근에 결혼 말이 오가던 아가씨랑 헤어졌답니다. 따로 사랑하는 사람
           이 있다나. 그런데... 기다려야 한다구 했답니다.  

플래시백>  #43  인주 옆에 선 사범의 떨리는 턱선 위로
사범e      준영어머닌...가끔씩 준영일 보러오시곤 했습니다. 눈매가 참 고운 분이었는데... 어
           쩐지 슬퍼 보이셨어요...
오과장e   검사님.
인주      (골똘히)
오과장    검사님-
인주      (보면) 
          오과장 들고있던 수화기를 건네준다.

인주      네. 강인줍니다.
정우f     너 오늘 저녁두 일 많냐?
인주      월말두 아니구 내 스케쥴 빤히 알면서 뭘 묻니. 왜, 술 사주려구?
정우f     술 사준다구 하면 나올래?
인주      그래. 뒤숭숭해서 일하기 싫은 참이었는데 공술이나 얻어먹자.

          오과장 인주를 쳐다보고. 

정우f     누가 공술이래?
인주      뭐야. 무슨 거랜데.
정우f     무조건 3시간만 나 하자는 대로 해주기. 대신 술이랑 밥은 끝내주게 쏜다. deal?
인주      deal.
정우f     그럼, 5시에 로비에서 보자.

          수화기를 내려놓고 따가운 시선을 느끼는 인주 오과장을 본다.

오과장    검사님답지않게 왜 그러십니까. 다 끝난 사건을 덮을 생각은 않으시고 뭐가 뒤숭숭하다             는 겁니까 지금.
인주      (외투를 입으며) 모두가 입을 모아 단순하다고 하는게 ...그게 자꾸만 절 뒤숭숭하게 만             드네요. 술 마시러 갑니다. 퇴근들 하세요.

#50.      정우의 차 안.
          괜스레 히죽대는 정우를 보며 영문몰라하는 인주
          정우의 차 고급스런 부티크 앞에 서고. 정우 인주의 손을 잡아 끌고 들어간다.

#51.      부티크
          단정하고 우아한 정장을 갈아입고 나온 인주를 보며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는 정우.
          인주 불안하면서도 기대되는 표정

#52.      호텔 앞
          인주에게 꽃다발을 들게하고, 선물상자를 집어드는 정우를 보며 내심 짐작하는 인주
          긴장된 표정이 되고.

#53.      엘리베이터 안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와 머리모양을 가다듬는 인주

정우     (피식) 천하의 강인주가 떨 때가 다 있구나.
인주      니가 이렇게 갑자기

          그 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연회장 앞 안내문이 보인다.

인주      !
   
          멍한 인주 얼어붙은 듯 서 있고, 사이 다시 닫히려는 문.
          얼른 다시 열고 인주를 데리고 나오는 정우.
         <제일대학 강진호 교수님과 안정숙 사모님의 결혼 40주년 축하연회장> 이라는 안내표지

정우      가자. 부모님 기다리시겠어.

          정우의 팔에 끌려 힘없이 멍한 눈으로 걸어들어가는 인주,
          충격을 수습하려고 애쓰는 표정 역력하고. 
  
#54.      연회장
          인주와 정우를 환영하는 식구들에게 어설픈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는 인주.
          고운 한복, 환한 웃음. 앞에 나와 인사를 하는 부모의 모습을 무표정하게 바라본다.
          인주모의 손을 살포시 잡아 두드리는 인주부의 모습을 보던 인주 갑자기 뛰쳐나간다.
          인주모의 눈은 인주를 놓치지않고.
     
#55.      파우더룸
e         욱- 우욱(구토하는). 쏴아-

          문 열고 나오는 인주의 안색이 파리하다.

인주모    뭐하러 왔어. 이럴까봐, 너 이렇게 힘들어할까봐 일부러 연락 안했는데.         
         
          세면대 앞에서 입을 축이는 인주 거울속의 엄마를 발견한다.

인주모    그만 가렴. 아버지껜 내가 알아서 말씀드리마. (돌아서는)
인주      그렇게 행복했어? 아버지하고 산 40년이 프랜카드 붙일만큼 그렇게 행복했냐구.
          왜 그러구 살아. 왜!
인주모   (담담한)그게... 내 인생이었으니까. 벗어나서 달리 뭘 어쩔 수 있다고 생각 못했으니까.
          그러다보니 어느새 ... 참기 힘든 것도 없어졌고, 그러다보니 어느새...살날보다
          살아온 날이 훨씬 많아져버렸으니까.

          돌아보는 인주의 눈이 이글거리고.
인주모    저건... 40년 참고 또 참아온 나한테 장하다고 주는 상이야. 엄만 그걸 즐기고 싶어.

          사라지는 인주모.
          인주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고통스러워한다.           

#56.      복도
          걸어가던 인주, 인범이 아내를 거칠게 끌고가는 장면을 본다.  

#57.      휴게실 밖
          인범부부의 말다툼 소리가 간간히 새어나온 뒤, 잠시후 방을 나온 인범
          뒤쪽 벽면에 기대서 있던 인주를 보지 못한채 자리를 뜬다. 
           
#58.      휴게실
          홀로 남아 울고있던 인범처에게 다가오는 인주

인주      두 사람. 무슨 일이에요
인범처    아가씨-

          인범처 말 못하고 쳐다보는 두 눈 가득 원망이 서려있다.

#59.      호텔 앞
          정신없이 달려나오는 인주를 뒤쫓아나오는 정우

정우      야야. 인주야. 야 강검사. 옷이나 입고 가. 데려다 줄테니까 좀!

          인주 벌떡 멈춰서서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른다  

인주      니가 뭐야 이자식아. 내가 언제 너더러 이런 데 데려다달래디? (울먹) 니가 뭘 안다구.
          너같이 운 좋은 놈이 뭘 안다구...   
          인주를 따라잡은 정우 인주의 외투를 걸쳐준다.
          고개를 숙인 인주 정우의 가슴에 이마를 기댄다.

정우      인주야.
인주      입다물어. 제발 입 닥치고 가만히 있어줘.       

          바람 속에 마주 기댄 두 사람 모습 그렇게. 

#60.      검찰청 전경

#61.      복도
          파일과 봉투를 든 인주 걸어가고 있다. 

#62.      조사실
          인주 들어서며 눈짓하자 옆에 서있던 경찰 밖으로 나가고
          마주 앉은 진희와 인주.

인주     서진희씨. 몇가지 다시 한번 확인할 게 있습니다. 경찰에서 이미 말한 내용이어도 정확             하게  다시 한번 진술해 주세요.
진희      네.    
인주      범행당시 흉기로 사용된 칼을 어디서 꺼냈다고 했죠?
진희      (당황) 조리대 안쪽 문에서 꺼냈습니다.
인주      분명합니까.
진희      네.
인주      서진희씬 요리가 취미라고 하더군요. 전문가수준의 요리를 하는 주부답게 주방이 아주
          질서정연하게 정리되어 있었구요. 그런 사람은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칼들을 제자리에             꼽아놓지는 않는가보죠?

          인주 두 자루의 칼이 든 비닐 팩을 꺼내놓는다.

진희      ?!
인주     겉으로 보기엔 똑같은 칼이지만 다르죠. 무엇이 다른지는 서진희씨가 누구보다 잘 알테             구요. (잠시) 그래요,칼 편에 새겨진 작은 브랜드마크에 머리하나의 차이가 있죠. 그런            데 이 칼은 진희씨가 꺼냈다던 씽크대 안쪽이 아닌 다른 6개의 짝들과 함께 있어야할 자            리가 따로 있던 것 같던데. 아닌가요?
진희     (발끈) 검사님 말씀대로 저희집엔 십여개도 넘는 칼이 있어요. 거의 날마다 사용하구요.
          날마다 일일이 확인해서 제자리를 찾을만큼 한가하지도 않아요. 더군다나 겉으로봐선 저            두 잘 모를때가 있거든요.
인주      서진희씨. 나 서진희씨 같은 사람 잘 알아요. 매맞고 사는 것에 수없이 많은 숭고한 의
          미들을 갖다 붙이고 위안을 삼는 부류들말예요. ‘때리는 것두 사랑’이라고 시작해서               자식을 위한 희생이다, 부모에 대한 도리다, 심지어는 불쌍한 사람이다....하지만 그 모
          든게 다 사기 아닌가요? 한번쯤은 솔직해보지 그래요. 당신같은 여자들은 울타리 밖으로            나오는 게 맞아죽는 거보다 무서운거라구.
진희      .....
인주      그리고 또 하나, 서진희씨 같은 사람들의 아주 특별한 특징이 하나 더 있죠. 절대. 절대
          로 혼자 힘으론 벗어날 수 없다는 거. 혼자 힘으로 상대를 쓰러뜨리는 일 따위 쉽게 못            한다는 거. 
진희      지금..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인주      자식도 못내게 만든 용기를 내게 한 그 누구. 제 3의 남자...진희씨 남편과는 전혀
          다른 사랑을 보여준.. 어떤 남자 얘기에요.
진희     (고개 번쩍드는) 어떻게 그런. 지금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그런 말도 안 돼             는...아니에요, 절대! 왜 모르세요. 정말 제가 그런 거에요. 저 혼자-
인주      (버럭)정말 끝까지 무책임하군요. 준영이, 당신 아이 생각은 눈꼽만치도 안 나나요? 그
          렇게 맞는 동안두 당신이 죽어버리면 혼자 남겨질 그 아이 걱정따윈 없었으니까 지금껏
          참고만 있었겠죠. 그런데 이젠 혼자 감옥에 들어앉는 걸로 또 한번 그아일 내팽개칠 생            각이에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어떻게 그렇게 그런 엄말 바라만 봐야하는 아이 입장은            조금도 헤아려주질 않는거냐구요!
진희      아아-악- !! 아-악-

          귀를 막은 채 갑자기 괴성을 질러대는 진희
          
진희     (절규)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우리 준영이. 준영이에 대해선 더 이상 한 마디도. 한 마디            도 하지 마세요. 부탁이에요. 제발....부탁...(흐느낌)

          황급히 뛰어들어온 오과장, 심상치않은 인주와 진희를 살피며 할 말을 잃은 채
          서 있기만 할 뿐.
#63.     검도장
e        야-아-압~!
         차갑게 느껴지는 마루 위에서 대련하는 두 사람.
         격렬한 기합소리와 긴장감이 가득한 가운데 죽도를 내려치는 한 쪽의 움직임에서 치열함           이 느껴진다. 두 사람의 격렬함 위로.

진희e    (절규)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우리 준영이. 준영이에 대해선 더 이상 한 마디도. 한 마디            도 하지 마세요. 부탁이에요. 제발

진희e    참 작고 가냘픈 아이에요. 벌써 3학년인데 아직도 맨 첫줄에 앉거든요. 마음은 또 얼마             나  약한지...여름방학땐 곤충채집두 못해갔어요. 그녀석.....겁보에요

꼬마e    준영이형아 태권도 짱 잘해요. 사범님이 수제자라고 하면서 합기도두 가르쳤어요. 힘두
         얼마나 센대요. 접때 키작다구 무시하던 형아들두 준영이형이 한방에 물리쳤어요.

         사정없이 치고 들어오는 한쪽에 밀려 물러서다 연타를 맞고 쓰러져버리는 다른 한 쪽.             나머지 한 사람(인주)도 이내 마룻바닥에 쓰러져버린다.
         나란히 누운 두 사람. 땀에 흠뻑 젖은 인주와 정우

정우     또 무슨 일 있는거냐. 천하의 강인주 죽도가 저지경이면 보통일은 아닐꺼 아냐.

         대답없이 일어나는 인주 따라 마주보고 인사를 나누는 정우

정우     으으....이 땀좀 봐라. 이게 도복이냐 수영복이지. 도복을 두벌 갖다놓던지 해야지 정말.
        
         버적 버적 앞서 걷던 인주의 맨발이 우뚝 멈춰진다.
         정우 장난스런 표정으로 죽도를 쳐들고 다다닥 달려가는데
         내리치는 순간 피하지 않고 돌아선 인주
         당황하는 정우 멈출 겨를도 없이 그대로 인주의 이마를 내리친다.

정우     야 강인주, 너 괜찮아? 아니 왜 안 피하고 서 있어? 얘가 왜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하구
         그래!
             
         펄펄 뛰는 정우와 달리 침착하게 고개드는 인주
인주     뭐라구.. 지금 뭐라구 했니. 도복을 두 벌...
정우     도복은 뭔 도복. 야 너 정말 괜찮아? 이거 혹나는 거 아냐? 아후 미치겠네.  

         인주의 이마를 만지는 정우의 손을 꽉 쥔 채 들고 서 있는 인주.
         
플래시백> #43 아이를 푸른색 새 도복으로 갈아입히던 사범
사범e     그 작은 몸이 믿기지 않을 정도죠. 자질이라기보단 노력이었습니다. 선수도 아니면서
          어린 녀석이 죽기살기로 열심히 했거든요

플래시백> 파란도복의 준영과 손잡고 있는 진희의 모습을 그리던 병원놀이실의 준영.
진희e     선생님이 그 앨 왜요? (울림) 그 앨 왜요?  왜요?

인주     (정신이 들고) 그래...파란색이야. 

         정신을 차린 인주 마구 뛰어나간다.
         혼자 남은 정우. 손에 든 죽도를 다시 한 번 살펴보곤 인주가 사라져버린 출입구를
         걱정스런 표정으로 응시하는. 

#64.     진희의 집
         뛰어들어와 이층으로 곧장 올라가는 인주

#65.     준영의 방
         미친 듯이 방안을 살펴보는 인주

플래시백>병원에서 그림을 그리던 준영의 왼손.

         책상 위의 노트 한권을 펼쳐 본다. 왼손잡이 글씨체의 필기가 빼곡한.
플래시백>준영 갑자기 화들짝 놀라며 옆에 놓인 장난감을 집어던지고 나서 건전지를 찾아 빼놓는.

         방 안 곳곳에 놓인 인형과 장난감들을 둘러보던 인주, 바닥에 엎드려본다.
         침대 아래서 무언가를 끄집어내는 인주
         멈춰진 토끼모양의 알람시계. 뚜껑은 열려있고 시계는 3시 50분에 멈춰져있다.
         침대 속으로 깊이 손을 집어넣어보는 인주 주먹쥔 손을 펼치면 먼지묻은 전지 두 알.
         인주 일어나서 조심스레 옷장문을 연다. 흔들리며 걸려있는 하얀색 도복 한 벌.
         열어둔채 뛰어내려가는 인주

#66.     세탁실
         세탁기를 뒤져보는 인주, 세탁물 더미 속에선 아무것도 찾을 수 없고.

#67.     동 거실
         거실 한 가운데 망연한 표정으로 서있는 인주 숨이 가쁘다.
         ca 인주의 혼란한 머릿속처럼 어지럽게 돌아가고.
         천천히 숨고르는 인주 고개를 들고. 눈을 감는다.

#68.     거실 / 몽타쥬 - 소리없이 모션만
         M  헨델의 오페라RINALDO 中   Lasca ch'io pianga (울게하소서)
        -현관에 들어서는 푸른 도복의 준영을 환한 웃음으로 맞는 진희
        -이층으로 뛰어 올라가는 준영의 발걸음
        -방 안에 들어와 있던 준영 흠칫 놀라는 기색으로 문 가까이 귀를 대고
        -호준의 거친 발걸음 집안으로 들어와 진희를 거칠게 잡아끌며 상의를 찢어내고
         반항하는 진희를 후려치는 무시무시한 손길. 
        -쓰러진 진희를 내려다보는 호준을 겁에 질려 보던 진희의 눈. 남자의 등 너머를 향하고.
        -계단 위에 서 있는 푸른 도복의 다리
        -호준의 손길을 죽은 듯 엎드려 견디는 진희의 모습 흔들리는 가운데 조리대 위의 칼집을           바라보는 계단위의 시선.
        -“안 돼!” 하는 진희의 입모양과 동시에 돌아서는 남자. 잠시후 푹 고꾸라지고.
        -피묻은 푸른 도복을 끌어안고 처절하게 울부짖는 진희 어디론가 기어가는 모습

#69.     동 거실.
         마치 진희를 눈앞에서 보는 듯 시선이 향해있던 인주의 눈앞에 벽난로가 보인다.
         천천히 벽난로 앞에 앉아 부지깽이로 뒤적이기 시작하는.
         어느새 맨손으로 파고 또 파고 재투성이가 된 인주의 볼 위로 잿빛눈물이 한줄기 흘러내           린다.  Music -f.o.
        
#70.     인주의 집 앞. 밤.
         엉망인 차림의 인주 차에서 내린다.
         불 켜진 집 안을 바라보다 초인종을 누르는

#71.     인주의 집, 거실
         당황한 얼굴로 인주를 맞던 인주모와 강교수, 인주의 재투성이 몰골을 보자 놀라고

인주모   인주야. 이 밤중에 대체 그 꼴이
인주     엄마.
인주모   그래
인주     (안기며) 엄마 보구 싶어서. 나 오늘 엄마가 무지무지 보구 싶어서... 우리 엄마-
         불쌍한 우리 엄마...

         인주 인주모의 몸을 있는 힘껏 감싸 안는 순간. 인주모의 표정 어색하게 일그러진다.

인주     (눈치채지 못한채) 엄마 미안해...지켜주지 못해서, 막아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마치 비명을 참고있는 듯한 고통이 인주모의 입가에 드러나고
          인주 어색한 기운을 감지하고 인주모를 똑바로 세워본다.
          눈을 피하는 인주모를 보던 인주의 시선 아버지를 향하고. 
          당황하는 강교수의 모습에서 짐작이 가는.
         
인주      (입이 벌어지는) 아직두야....아직두?!

          인주모의 제지를 막고 소매를 걷어 올려보는 인주
          검푸른 멍과 핏자국이 얼룩덜룩한 팔을 보며 경악하는데

인주      보여? 이 멍, 이 상처...엄마 눈에두 보여? 아님 평생 엄마 눈엔 보이지두 아프지도 않
          는게 나한테만 보이는거야? ...왜 그래- 왜 평생 자식한테 엄마가 갑자기 죽어버릴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게해- 그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알기나 해?
인주모    괜찮아. 인주야. 지금까지 잘 참았잖니. 이러지 마...응?
인주     엄만 엄마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하지? 매맞는 엄마만 참으면 다른 사람은 다 괜찮을 거             라구....그럼 나는? 오빠는? 피가 마를때까지 보구만 있어야 했던 우리들은 참을 게 없            었다구 생각해? 그래?

          겸연쩍은 강교수 시선을 외면한채 서 있다 헛기침을 하며 방으로 들어가려하자

인주      거기 서 세요. (단호히) 꼼짝말구 거기 있으라구요.

          엉거주춤 서 있는 강교수의 앞으로 다가서는 인주

인주      말해봐요.
강교수    (보면)
인주      사랑한다고.
강교수    ....
인주      (버럭) 어서 말하라구요!
강교수    ..사...사랑..한.다.
인주      잘 들으세요. 아버지 그 사랑, 그 끔찍한 사랑이 무슨짓을 했는지 알려드리죠. 오빤-
          비겁하게 도망친 저 대신 아버지 골프챌 막아야했던 아버지 아들은...아이를 가질 수도
          없대요...아버지가 제일 사랑하신다는 저는요? 저는 어떨거 같으세요.(작은 약병들 차례
          차례 집어던지며) 밤마다 환청에 시달리다 심장이 두근거려 터질것만 같아요. 10년 넘게
          한결같이 날 사랑해준 남자를... 안아줄 수도 없어요. 안아주고 싶은데- 그럴수가                 없다구요..

          인주부  충격을 받은 듯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인주      존경받는 강교수님, 말씀좀 해보세요. 이번에도 경찰이 오면 그저 단순한 말다툼이었다
          고 돈을 줘서 돌려보낼건가요? 이번에도 의사한텐 실수로 계단에서 굴렀다고 둘러대실거            냐구요. 안 됐지만 더 이상은 뜻대로 안 되실거예요.

          인주 손바닥으로 눈물을 슥슥 훔쳐내곤 고개를 돌린다.

인주      우습죠...아무도 아버질 막을 수 없다는 그 절망과 무력감이 오늘의 절 만들었으니.(잠
          시) 아버지 사랑을 제가 모른다곤 생각하지 마세요. 그 사랑때문에....이렇게 너무 멀리            와 버렸으니까.

#72.      동 정원. 밤.
          집을 나오는 인주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든다.
          //시간경과
          칠흑같은 밤하늘을 올려보며 흐느끼는 인주 위로
          밤의 정적으로 깨뜨리는 사이렌 소리가 멀리서 천천히 다가온다.f.o.     

#73.      검찰청 전경
          눈부신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화창한 오후.       
     
#74.      청사 앞뜰
          준영  해치상을 유심히 올려다보고 서 있다.
        
인주E     해치라는 전설의 동물이야.  
       
          웃으며 다가온 인주 비닐에 싸인 퉁퉁한 얼음과자를 내민다.
          이미 입에 물고 있는 인주를 보며 받아드는 준영 인주의 이마를 쳐다본다.

인주     옳고 그른것, 선과 악을 식별하는 능력이 있어서 죄를 지은 사람을 보면 저 머리에 난              뿔로 가리켜준다고 믿었대, 옛날 사람들은. 왜 안먹니?

          준영 대답대신 인주에게 얼음과자를 도로 내민다.

인주      이거 싫어하니?  꽤 맛있는데.
준영      그게 아니구....이마.
인주      뭐라구? 

          준영에게 몸을 기울인 인주의 얼굴이 준영 앞에 다가오자
          준영 얼음을 뿔처럼 부어오른 인주의 이마 위에 대어준다.

준영      그렇게 해야 빨리 나아요. (다시 해치상으로 고갤 돌리고)

          얼음을 이마에 댄 채 준영의 옆모습을 바라보는 인주입가에 아픈 미소가 흐른다.

#75.      조사실
          인주, 진희, 오과장 함께 앉아있다.

인주      오과장님. 잠깐 자리좀 피해주시겠습니까.
오과장    (눈치보다) 아. 예.

         오과장 문닫고 나가면
         인주  물컵에 물을 따라 진희 앞에 놓아준다.

인주     아침에 상관한테 잔소릴 들었어요. 할 일은 태산인데 빤한 사건을 너무 붙들고 있다구.
         정말 그랬죠. 저도 진희씰 이렇게 오래 보게 될줄은 몰랐거든요. (잠시) 생각해봤어요.
         그렇게 처음부터 모두가 빤한 사건, 단순한 사건 그러지 않았더라면...그리고 내 어린시
         절이 준영이와 닮아있지 않았더라면....

         진희 놀란 표정으로 인주를 보고

인주     그랬더라면 이 사건은 진희씨 바램대로 그렇게 끝나지 않았을까...그런 생각이요.
진희     검사님. 지금 무슨 소릴 ?!

         인주 거뭇한 내용물이 담긴 비닐팩과 그림 한 장을 꺼내놓는다.
         거의 형체를 알수 없게 타버리고 아주 조금 남은 푸른 천조각이 섞인 재.
         진희의 손에서 힘없이 놓여나는 물잔.
         탁자 위로 천천히 뻗어나가는 물줄기가 그림 속 푸른 도복의 준영을 적시고있다.  

인주     아주 힘들었겠죠. 처음부터 수사선상에선 제외된 아이의 알리바이나 그 아이의 도복이 몇
         벌이나 되는지, 그리고 그 아이가 얼마나 엄마를 아끼고 사랑하는 아이인지 일아내는 건.           한 주일에도 수십건을 조사해야 하는 경찰이나 검찰한텐 정말.. 어려운 일이었을 거예요. 

         진희 툭 터지기 시작한 흐느낌이 점차 심해지고.

진희     검사님, 제발..제발- 모두가 제 잘못이에요. 모두가 제 잘못인데 어떻게 그 아이한테...
         우리 준영이한테 아버지 죽인 아들이란 굴레를 쓰고 살라구...평생 그 가혹한 멍에를
         어떻게 지고 살라구...(간절한)아시죠? 검사님은- 아신다면서요.
인주     네. 알고 있어요. 두 사람이 모두 사는 길과 두 사람모두 불행해지는 길. 제가 아는 그
         두 길 중에 어떤 쪽을 알려드릴까요.
진희     ......
인주     준영인 대단한 아이에요. 정말 대단한...이제 곧 열 살이 될 어린 아이죠. 준영이의 행동
         은 커다란 결과를 남겼지만 그렇다고 해서 법은 준영일 범죄자로 만들수도, 감옥에 보낼
         수도 없어요.(잠시) 그저 엄마를 보호하고 싶었던 열살자리 아이를 그렇게 만든.. 준영일           보호해주지 못한. 사회가 책임을 지는 거에요.
진희     (흐느낌으로) 검사님-
인주     준영이랑 진희씨 다시 시작하는 거예요. 제가 아는 길은 이제 그것뿐입니다.

          고개 숙인 진희를 남겨둔채 밖으로 나서던 인주 잠시 돌아선다.

인주      서진희씨. 한 가지만 부탁해도 될까요?

          진희 고개를 든다.

인주      다시는...자식보다 나약한 부모는 되지 마세요. 

          인주 문을 열면 밖에서 기다리던 준영이 조사실 안으로 뛰어들어온다.
          인주의 뒤로 열려진 문 사이로 아프게 포옹하는 준영과 진희가 보인다.

#76.       복도
           인주와 나란히 걸어오던 오과장이 묻는다

오과장     벽난로에선 아무것도 안 나왔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인주       안 나왔죠. 아무것도.
오과장     네?
인주       아무것도 없이 어머니란 존재가 쉽게 무너질 거라고 생각하세요?
오과장     그럼?
인주       그런거라구요, 어머니란....
오과장     그런거군요, 자식이란....

           나직한 미소를 띈 채 걸어가는 인주와 오과장.

#77.      사무실
          인주 피식 웃으며 서랍에서 커버를 꺼내 구석에 놓인 골프채에 씌운다.
          귀여운 토끼 얼굴이 방긋 웃는.

인주      오과장님. 이제 오과장님두 축구공 그만 사다놓으세요. 
오과장    검사님?!

          오과장과 여직원의 놀란  표정보며 씨익 미소짓는 인주

e         똑똑.
         
          노크 소리에 이어 얼굴만 내미는 정우

정우      강검. 준비 다 됐냐? 

#78.      검도장
          검도복을 챙겨입고, 죽도를 고르는 인주와 정우.

정우      아버님...이제 달라지실거야. 정말 많이 후회하고계셨어.
인주      ...정우야.
정우      음?
인주      나 오늘 컨디션 어마어마하거든?
정우      왜 그러냐 무섭게.
인주      너 다치면 내가 평생 책임져줄게.

          정우 뻥해져서 놀라 자리에 서있지만 인주 그대로 걸어간다. 
          멍해있던 정우의 표정 점점 웃음기로 가득해져가고, 기쁨에 들떠 인주의 등을 향해
          다다닥- 달려가는데.
인주     (죽도들고 돌아서며) 아-얍!
 
          화면 가득 힘찬 기합 울려퍼지며 죽도를 내려치는 인주의 모습으로.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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