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단막극대본

[태권,도를 아십니까] 유보라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5.11.18|조회수1,633 목록 댓글 1

[태권,도를 아십니까] 유보라











1. 교무실 / D

연로한 임 선생, 돋보기안경을 쓰고 2003년도 졸업앨범을 보고 있다.
태권도부 사진 속, 메달을 들고 있는 3학년 5반 ‘윤도현’의 이름을 확인한 임 선생.
그때, 흡연으로 걸려 들어오는 학생들 때문에 소란스러워지는 교무실.
안 폈다고 우기는 석호 무리의 말을 막으며 담배꽁초를 들어 보이는 학생주임.

학주  야, 내가 7mm 피지 말랬지? 폐 다 썩는다 썩어, 이 자식들아. 좀 예의 있게 숨어서 펴라, 이 자식들아. 운동장에서 떡하니.

   한 쪽에선 화장 때문에 걸린 한나가 사회과 선생 원선과 실랑이를 하고 있다.

원선  (물티슈 주며) 닦아 봐. 닦아 보면 알 거 아니야.
한나  싫은데요. 피부 상하는데요?
원선 (보다가) 안 해도 예쁜데 그 싸구려를 왜 바르는지 난 정말 모르겠다.
한나 선생님도 화장하잖아요? 돈 많아서 비싼 거 바르면 괜찮아요?

원선, 어이없는 얼굴로 한나를 쏘아보지만 전혀 꿀리지 않는 한나.
임 선생, 혀를 차며 보는 사이, 창가에서 바람이 불어 졸업앨범의 낱장이 넘어간다.
5반에서 7반으로 넘어간 앨범 내, 7반에도 '윤도현'이란 이름이 있다. 
동명이인인 7반의 윤도현 졸업사진 위로, 타이틀 ‘태권, 도를 아십니까’ 뜬다. 

2. 동네 선술집 앞 / N

누추한 선술집 외관.
선술집에서 신경질적으로 나오는 현진을 쫓아 나오는 도현.
정장 차림의 현진과 달리 동네 슈퍼에 가는 껄렁한 차림의 도현.
 
도현 갑자기 왜 그래? 난 자기 생각을 못 따라가겠어. 화장실 어디냐고 해서 술집 밖에 있다고 시작한 얘기가 왜 이렇게 되는데?
현진 화장실이 밖에 있는 술집 다니기 싫다구! 벽에 붙어서 쪼그리고 앉는 술집 다니기 싫어! 이런 구질구질한데 올 때마다 내가 나보다 어린 애랑 뭐하나 싶다. 그러니깐 이제 관두자고.
도현 누가 애야? 자기, 내 키 땜에 그래? 키는 더 클 수 있어. 우리 형 봐봐.
현진 (한심한) 스물아홉이면 클 만큼 다 컸네요. 그리고 내가 언제 키 얘기 했니. 지금도 봐봐. 바로 장난치잖아. 어떻게 한 번도 진지하지를 못해.

   현진, 도현을 밀어내고 걸어간다.
 
도현  (따라가며) 내가 언제 장난을 쳤어.
현진 친 것도 모를 정도로 넌 맨날 그래. 니 장난 받아주다 나는 어영부영 서른 넘었고.
도현   서른이 뭐가 많다고… 
현진 내가 많다는 게 아니라 니가 어리다는 얘기야. 넌 모르나본데 너는 다 어려. 사는 방식도 생각도. 고등학생도 너보단 고민 많겠다.
도현 (발끈) 내가 고등학교 졸업한지가 언젠데! … 나도 열심히 살아. 어젠 경호원4, 저번 주엔 산적2. 이 판에서 이정도 꾸준하면 (하는데) 
현진 백날 그 같잖은 단역. 니 인생 자체가 단역이지. 주인공 되겠다는 야망도 없이. 화면에서 깨알 같은 너 찾느라 내 시력 다 버렸어. 이젠 싫다… 니 별 볼일 없는 인생에 엮여서 같이 마흔 될까봐 무서워. 

도현, 더는 입 열지 못하는 사이, 현진 쌩하니 가버린다.
홀로 남은 도현, 그 위로 휘잉, 바람이 분다.

3. 도장 / N

복싱, 무에타이, 아이키도, 가라데, 경호 무술 등의 간판이 정신없이 걸려있다.
한쪽 벽에는 어린 도현과 광현, 아버지가 도복을 입고 나란히 서있는 사진.
도현, 정신 못 차린 얼굴로 도장 바닥에 사지를 뻗고 누워 있는데, 광현 들어온다. 

광현 너 여태 그러고 있냐. 
도현 ……
광현 (답답한) 내가 몇 번을 말해, 모든 건 다 거리 싸움이야. 분위기 보고 들이대라고. 현진이 요새 계속 이상했다며. 그럼 일단 피하고 진정시켜야지. 무조건 달려드니까 바로 물리는 거 아냐. (한숨) 넌 나한테 그렇게 맞고 컸으면서 여태 감이 없냐?
도현 형… 현진이가 … 나랑 같이 나이 먹는 게 무섭데. …… 내가 그렇게 한심해 보여?

   광현, 한심하다는 얼굴로 도현 보다가 도장 내 전화벨 울리면 전화 받는 사이,
 
도현 (억울한) 옛날엔 다 좋다 그랬다고! 나 보면 좋아 죽었다고!! 어떻게 사랑이 변해? 그게 변하는 거냐고!
광현 (수화기에) 잠시만요. (도현에게) 야, 전화 받아.

도현, 광현의 부름에 대답 않고 바닥 위에서 몸부림을 치면, 
광현, 도현의 뒷덜미를 잡아 전화기 쪽으로 질질 끌고 간다.

4. 학교 전경 / D

   운동하는 학생이 없어 한가로운 운동장.

5. 교무실 / D

도현, 어리둥절한, 그러나 상기된 표정이다.
임 선생, 돋보기 위로 실눈을 뜨고 도현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임 선생 …… 그래, 우리 학교도 풍생고 못지않은 태권도부가 있었는데, 그지?
도현 그렇죠. 
임 선생 운동 좀 한다는 놈들은 죄다 입시로 빠지고, 체고로 빠지고. 이번에 결국 태권도부 해체되고 코치도 가버리고.
도현 (안타깝게) 예에.
임 선생 그래도 하겠다고 남은 학생들이 있는데… 이번에 후배한테 재능 기부한다 생각하고 방과후 수업 한 번 해보지 않겠나?
도현 제가 재능은 무슨… (웃는) 기부까지 할 정돈… 
임 선생 겸손하긴. 내가 자네 그 발차기를 잊지 못해.
도현 예?
임 선생 태권도를 잘 알지는 못해도 시합 때 540도 차는 건 자네 밖에 못 봤다니까. 이것이 태권도다! 자네가 보여주지 않았나.
도현 …… (여전히 멍하다가) 에?

   도현의 어리둥절한 얼굴에서, 아아, 생각해내는 얼굴로,

   (E) 도현 2001년 전국체전, 540도 발차기. 대단했다. 

6. 대회장 / D (회상)

상대 선수를 노려보는 18세의 진짜 윤도현.
거침없이 공격해오는 상대 선수를 피해 숨을 몰아쉬던 윤도현이 스텝을 밟으며
재빠르게 다가가 뒤 돌려차기로 상대의 턱을 날려버린다.
쓰러진 상대 선수를 내려 보는 윤도현, 도복 띠에 ‘윤도현’이란 이름이 박혀 있다.

(E) 도현 윤도현이다. 내가 아니라, ‘큰’ 윤도현.

   ‘큰’ 윤도현, 의기양양하게 시합을 끝내고 내려오면 환호하며 맞이하는 부원들.
   ‘큰’ 윤도현에게 하이파이브를 하러 다가가려다 한 뼘은 큰 부원들에게 밀려 뒤로
   자빠지는 도현. 도현의 도복 띠에도 ‘윤도현’이라고 박혀 있다.

   (E) 도현 얘가 나다. ‘작은’ 윤도현.

7. 교무실 / D

   도현, 그럼 그렇지, 실망한 얼굴이다.

도현 아… 저, 그 발차기요. 멋졌죠. … 뭐 저도 태권도부긴 했는데… (하는데)
임 선생 (다른 쪽 보며 혀 차는) 저저, 애 하날 컨트롤을 못해서…

   도현 보면, 얼굴이 붉어진 원선이 그림만 그려 놓은 평가지를 한나에게 들이대고 있다.

원선 수행평가지에 이게 뭐니? (한나 표정 보고는) 뭐가 불만이야?
한나 시험 못 본 것도 짜증나는데, 못 봤다고 혼내는 건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원선 (당황) 어쨌든 이건 인정 못해. ‘자유 의지론’ 부분 정리해서 다시 해와. 
한나 그냥 빵점 주세요.

원선, 당돌한 한나의 태도에 속상하고 민망해 하는 사이,
보다 못한 다른 선생님이 ‘해오라면 해 와!’ 하면서 한나를 쫓아낸다.
표정 관리하며 머리를 쓸어 올리는 원선을 보고 있던 도현,
임 선생이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들면,

임 선생 … 그래, 화요일 금요일 세 시간씩, 다음 주부터 괜찮지? (강사 계약서 내미는)

   얼결에 계약서 받고는 암 말도 못하는 도현.

8. 도장 / N

샌드백을 치며 연습하는 광현.
도현, 그 뒤에서 계약서를 보며 껄렁하게 앉아 있다.

도현  형, 도현이 기억나?
광현  (황당한) 내가 널 기억해야 되냐?
도현  아니, 나 말고, 윤도현.
광현  가수?
도현 아니! 키 큰 윤도현. 나랑 이름 똑같은… 우리 학교에서 태권도 메달 딴 애 있잖아. 아, 왜 형이 전국 체전에서 예선탈락 했을 때…
광현  (무서운 얼굴로 노려보며) 거기까지 설명 안 해도 안다. 왜?
도현 (쪼는) … 아니, 학교에서 계약직 강사 들어온 거. 그거, 나하고 그 큰 윤도현하고 착각한 거 같아서.
광현  (보면)
도현 태권도니 발차기니… 그거 걔잖아. 태권도를 가르치라는 데, 나 품새 못 외워서 1단도 못 딴 거… 형도 알잖아.
광현 야, 태권도도 무도야. 도! 무도는 다 같아. … 그리고 그 시합 담에 걔 바로 발가락 부러졌잖아. 쉬는 동안 살 뒤룩뒤룩 찌고. 
도현 진짜?!
광현 태권도 그만두고 떡볶이 만들어서 대박 난 게 언젠데. 넌 삼거리 분점에서 같이 먹고도 몰랐냐? 간판에 떡하니 사진 걸려 있잖아?
도현 (감탄) 그 떡볶이 진짜 맛있잖아! 와 윤도현이 진짜 …여러모로 대단하네.
광현 사람 일은 어떻게 풀릴지 모르는 거다. …… 근데 너, 니가 그 발차기 윤도현이 라고, 말했어?
도현 아니. 
광현 그럼 됐네. 사기 치는 건 아니잖아. 너도 체육과 나왔고. 니 인생도 다르게 풀릴지 어떻게 아냐.

  광현, 도현이 들고 있는 계약서를 본다.
 
광현 방과후 교사잖아, 교사. 폼 나잖냐. (하다가) 오, 강사료도 괜찮은데?
도현 에이, 그래도 그건 아니지. 남의 인생인데… 형은 진짜, 도를 한다는 사람이! (고개 저으며 계약서 뺏어서 방으로 들어가는)

9. 도장 내 곁방 / N

벽에 잔뜩 붙은 액션 배우들의 사진, 오래되어 보인다.
계약서를 던져 놓고 벌렁 드러눕는 도현, 휴대폰을 꺼내보면 메시지 하나 없다.
현진의 전화번호를 찾아 거는 도현.
신호가 몇 번 울리기도 전에 안내음으로 넘어가는 전화.
도현, 다시 걸어보면, 이번엔 아예 꺼져 있다.

현진(E)  니 별 볼일 없는 인생에 엮여서 같이 마흔 될까봐 무서워. 

도현, 으아, 머리 쥐어뜯으며 방안 뒹굴다가 내던졌던 강사 계약서를 다시 본다.

10. 복도 / D
 
   임 선생,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고 뒤를 쭈뼛거리며 쫓는 도현.

임 선생 예전에 하던 대로만 가르치면 돼.
도현  (찔리는) …… 예….
임 선생 (출석부 건네며) 다섯 명이 안 되면 폐강인데, 다행히 우린 여섯 명.
도현 여섯… 명이요?
임 선생 (엄하게) 그렇다고 대충 하면 안돼네. 어떻게라도 학교에 붙들고 있어야 되는 애들이야. (웃으며) 부담 갖진 말고, 애들 떨어지지 않게, 응?

   임 선생, 체육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안에서 빵빵, 발차기 하는 소리 들린다.
   쉬이 들어가지 못하고 문 앞에서 주춤하는 도현.

임 선생(F)  이 녀석들아, 미리미리 준비하고 있으랬지?!

   도현, 심호흡 크게 하고 체육관으로 들어간다.
 
11. 체육관 / D

임 선생 2학기 수업해주실 윤도현 선생님. 니들이 아주 운이 좋다. 이 선생님이 전국 체전에서 메달도 따신 분이다. 박수!

   임 선생의 소개에도 시큰둥하게 짝짝 하는 학생들, 민망한 도현. 

임 선생 준환이 하고, 여기 태호는 본래 태권도를 하던 친구들이니 걱정이 없고. (석호 무리 가리키며) 니들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알지?!

   석호 무리, 건성으로 고개 까딱하고,
   임 선생, 학생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서 있는 명성을 보고는,

임 선생 자넨, 누군가?
명성 2학년 3반, 최명성이요.
임 선생 (모르겠는) 어어, 명성이. … (도현에게) 그럼 수업 잘 하시고. 

   도현, 임 선생이 나가면, 사람 좋게 웃으며 학생들을 쳐다본다.

도현 나는 선생이기 이전에 니들 선배니까 편하게 생각해라. (체육관 둘러보며) 내가 다닐 때는 운동하는 애들이 복작거려서 이 바닥이 반질반질했는데. … 소수정예라… 좋다! 
석호 그냥 떨거지죠.
도현 (보면)
석호 갈 데 없는 애들만 남은 거죠.
도현 (출석부 확인하며) 정…석,호? … (보며) 넌 태권도가 뭐라고 생각하냐?
석호 운동이요.
도현 태권도는 운동이기 이전에 무도다. ‘도’! 마음가짐부터 갖추자. 오늘은 첫날이고… 니들 그 썩어빠진 정신을 위해, 먼저…

   석호를 비롯한 학생들, 무슨 말을 할까 보는데,

도현 (진지한) … 청소부터 하자. 청소… 바닥이 이게 뭐냐.

학생들, 에게, 하는 얼굴로 귀찮아하면 ‘실시!’ 라고 소리치는 도현.
아이들이 슬렁슬렁 청소하는 동안,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도현.
한쪽에 걸린 샌드백을 보다가 쳐본다.
잘못 차서 다리를 삐끗했는지, 터져 나오는 비명을 막으려 입을 틀어막는다.

12. 도장 / N

   수건을 접고 있던 광현, 깁스하고 들어오는 도현을 보고는,

광현  다쳤냐?

  도현, 힘들다는 표정 확 바꾸며 깁스를 가볍게 벗어 버린다.

도현 이거 괜찮지? 형도 알잖아, 내 발차기 허리 이상 안 올라가는 거… 애들이 생각보다 잘해. 오늘은 청소로 넘겼는데… 다쳤다 그러면 (하는데)

  광현, 도현의 깁스를 던져 쓰레기통에 쳐박아 버린다.

도현 형! 그거 오만원이나 주고 맞춘 거라고!
광현 너 지금 연기하러 학교 갔냐? 애들 상대로 사기 칠거야? 하여간 매사 대충 넘기려고. … 꼭 할 줄 알아야만 가르쳐? 무도의 기본은 다 같아. 
도현 (수긍하는) …… 형, 태권도 품새 좀 알아?
광현  여기가 태권도장이야? 몰라 임마.

   광현, 경건한 태도로 수건을 접기 시작하면, 투덜거리며 나가버리는 도현.

13. 서점 / N
 
도현, 태권도 관련 책을 보며 몰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그러다 소란에 시선을 돌려보면, 원선이 서점 점원에게 화를 내고 있다.
계속 물어보지 않았냐, 왜 내 말을 무시하고 전화만 하냐며 점원에게 따지는 원선.
죄송하다는 점원에게 책을 집어던지다시피 하는 원선.
   돌아서는 원선과 눈이 마주친 도현, 뻘쭘하다.

도현  (엉겁결에) 안녕… 하세요.
원선  (몰라보는) 네?
도현  저 … 성현고등학교… 이번 학기부터 방과후… 
원선  … 아… 네… (부끄러운) 네에… 그럼.

원선, 민망한지 빠르게 서점을 빠져나간다.
원선이 놓고 간 책을 보는 도현, 자기 계발서 종류들이다. 

14. 체육관 / D 
 
화이트보드 위에 태극 1장부터 일여까지 품새가 적혀 있다.
외운 티가 나는 채로 열심히 강의하는 도현.

도현 이, 품새란 건 말이다. 음… 굉장히 정교한 자세가 요구된다. 어… 그니까 … 마음과 육체가 일치하지 않으면 제대로 수련할 수 없단 말이지.

   삐딱하게 서서 멍한 눈으로 도현을 보고 있는 학생들.

도현 이 수련의 목적은 이제… 그… 궁극의 무예라고… 마음과 몸이 하나가 되는 거. 무아의 경지. 나를 버려! 욕망, 번뇌 이런 걸 버리고! … 뭐… 기본적으로 (쪽지 보며) 아래막기, 몸통막기, 지르기, 앞차기부터 (하는데)
석호 보여주세요.
도현 뭐?
석호 머리가 나빠서 뭔 소린지 모르겠는데요? 그냥 보여주시면 안돼요?
도현 (당황) 그래, 보고 배우는 게 좋지. (재빨리 애들 훑어보는) 정태호. 태극 1장부터 좀 보여줄까? 간단하잖아?
태호 (귀찮은) 저랑 준환인 고려까지 했는데요? 이거 해야 돼요?
도현 기본은 계속 (하는데)
석호 쌤, 그럼 쌤이 발차기 좀 보여주세요. 체육이 개칭찬 하던데.
도현 (머뭇, 괜히 발을 절며) 내가 어제 발을 삐끗해서…
석호 그럼 화장실 갔다 와도 돼요?

석호 무리, 도현의 대답도 듣기 전에 나가버린다.
명성은 석호의 눈짓에 마지못해 따라 나가고.
도현을 우스운 듯 보다가 저희들끼리 호구 챙겨 입고 연습하는 태호와 준환.
도현, 뻘쭘하게 있다가 잠깐 쉴까,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는 나간다.

15. 체육관 옆 창고 / D

창고 안에서 들리는 말소리.
도현, 담배연기가 나는 걸 보고 멈춰 선다.
어쩌나 고민하는 사이 나오는 석호 무리들, 도현과 마주치자 태연하게 인사하고는 체육관으로 향한다.
뒤이어 뛰어나오는 명성, 고개를 푹 숙이고 빠른 걸음으로 석호를 따라간다. 
도현, 석호 무리 보다가 들어가면 어둑한 창고 안에 떨어진 담배꽁초, 뱉어 놓은 침. 
꽁초 하나를 집어든 도현, 무서운 얼굴로 돌아본다.

도현  … 이 자식들이 건방지게 …… 장초를 버려… (후후, 터는)

16. 체육관 / D

  명성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도현  최명성. 최명성은 어디 갔어?
학생들  ……
도현  (석호에게) 아까 같이 들어온 거 아니야?
석호  모르겠는데요.
도현  왜 몰라? 니들 친구 아니야?
석호  (귀찮은) 아 몰라요. 갔나보죠. 
도현  (보다가) 그럼 … 니들은 세 바퀴 뛰고. 태호, 준환인 발차기 연습하자.

  도현, 펀치 미트를 들고 태호와 준환의 발차기를 받아 준다.

도현  그렇지. 좋아. 위로!

하다가 보면, 석호와 무리들은 뒤쪽에서 휴대폰을 보느라 정신이 없다.
도현, 저것들이, 하면서 석호 쪽으로 가려는데.

준환  그냥 냅두세요.
태호  쟤들 어차피 두 달만 나오고 안 나올걸요.
도현  ?
태호 징계 받아서 근신 대신 방과후 하는 거잖아요. 쟤넨 출석만 하면 돼요.

   몰랐냐는 얼굴로 도현을 보는 태호와 준환.
   ‘새끼야 내가 마이너에 걸자 그랬잖아’, 하면서 티격태격하는 석호 무리 보는 도현.

태호  쌤!
도현  어? (하는데 들어오는 발차기, 펀치 미트를 대차게 울리는 빵- 소리)

17. 학교 주차장 / D

도현, 기운 없이 학교를 나오다 승용차 전면 유리창을 닦고 있는 원선을 본다.
화사한 치마를 살랑거리는 원선을 지나치는 길에 도현이 인사하려다 멈칫한다.

원선  죽여 버릴 거야. 죽어, 죽어, 죽어!

상큼한 차림새와 달리 미친 듯이 유리창을 문지르는 원선의 모습에 놀란 도현.
보면, 차창에 오물 찌꺼기가 말라붙어 있다.

도현  저, 선생님.
원선  (헉헉 대며, 날카롭게) 왜!
도현  (당황) 아니… 저…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원선 (일그러진 얼굴로 돌아보다 사태 파악된, 무안한, 멀쩡한 척하며) 학생인 줄 알고… 죄송해요, 선생님.
도현  아니, 아닙니다. 제가 힘이 남아돌아서!

걸레를 빼앗듯이 받아 힘차게 닦는 도현을 피로한 얼굴로 지켜보는 원선.

18. 차 안 / D

   운전하는 원선과 조수석의 도현.
   슬쩍 뒷좌석을 보면, 교과 관련 수업자료가 쌓여있다.
전면 창 군데군데 붙은 오물의 흔적. 워셔액 부리고 와이퍼를 작동해보지만 소용없다.
침묵이 어색한 도현, 안절부절 못한다.

도현  저 ……
원선  애들이 그런 거예요. 신경 쓰지 마세요.
도현  네. …… 그런데 …
원선  애들이 이유가 있어서 남을 괴롭히나요, 뭐.
도현  그래도…
원선  그냥 괴롭히는 게 좋아서 괴롭히는 거지.

   무심한 그러나 단호한 원선의 말투에 더는 토를 달지 못하는 도현.

원선   선생님은 수업 하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도현   다른 일 하다가 이번에 잠시.
원선   전 5년 됐어요. … 진짜… 애들이 학교에 왜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도현   (당황스런)
원선  학원에서 더 열심히 하잖아요. 
도현   그, 그렇죠.
원선 저도 학원 다니고 싶어요. 그럼 하고 싶은 애들만 오니까 이렇게까지 힘들진 않을 거 같아. … 학원 선생이 더 대접받잖아요.
도현   ……
원선  저쪽 삼거리에서 내리시면 되죠?

   원선, 대답 듣기도 전에 차를 지체 없이 훼엑, 돌리면 몸이 쏠리는 도현. 

19. 도장 / N

   광현, 4,50대 중년들에게 발차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광현 (한 쪽 다리를 툭툭 치며) 이게 축. 발차기는 축이 중요합니다.
 축이 버티고 돌아줘야, 이게 가서 딱! 맞거든.  

   광현, 수련생들을 향해 절도 있게 발차기를 하면, 지레 놀라 뒤로 주춤하는 직장인.

광현 황정리! 우리나라 최고의 액션 배우죠. 옆구리에 와이어 달고 몇 바퀴 도는 그런 페이크 발차기가 아니라, 실전에서 먹히는 발차기! 크… ‘사망탑’이라고 아주 굉장한 영화가 있는데요. 거기서, 이 상대 가슴을 짚고 올라서 얼굴을 가격하잖아요. 그 돌려차기가 예술이거든. (신나는) ‘돌아온 외다리’에서 드롭킥은 너무 빨라서 화면에 잡히지도 않아요.

   몇몇은 고개를 끄덕이는데 몇몇은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그때 들어오는 도현.

광현 모르시는 분들이 있나본데, 제가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광현, 들어오는 도현에게 달려가 도현의 가슴을 차고 턱을 가격하려는 순간,
당황하지 않고 쓱 고개를 돌려 피하는 도현.   
동시에 화려하게 공중을 가르며 내려서는 광현.

광현  이게 날려차기. 도현아, 거기 서봐. (직장인들 향해) 이건 드롭킥.

양다리를 모아 도현에게 드롭킥을 날리는 광현.
퍽 맞으면서도 버티고 서있는 도현.

광현  이번엔 나래 차기.

양쪽으로 빠르게 발차기를 하는 광현.
직장인들, 광현의 발차기보다 태연하게 맞고, 피하는 도현의 기술에 더 놀란 눈치다.

20. 도장 내 곁방  / N 

도현, 바닥에 드러누워 있다.
들어와 도복을 벗는 광현, 도현 옆에 눕는다.

도현  형, 세상에 쉬운 일은 없어.
광현  (보면)
도현  다들 사는 게 거지같은 데 그냥 참고 사는 건가봐… 형도 그래?
광현 무도가 뭐냐? 구도자의 길을 가는 거야. 고행은 필수적으로 따른다. 눈 내리고 바람 불고 하는 거랑 똑같은 거야.

광현, 바닥에 손을 짚지 않고 다리를 하늘로 차며 벌떡 일어난다.
도현, 따라 해보는데 무거운 배가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철퍼덕.

광현  마음을 비워, 임마. 진심으로 해서 안 되는 건 없다.

   도현, 다시 해보지만 못 일어나자, 에라이, 손 짚고 일어선다.
 
21. 구청 앞 / D

도현, 껄렁하니 아이스크림 하나를 물고 동사무소 앞에서 서성인다.
얼마 후, 동료들과 함께 나오는 현진, 남자 동료와 함께 밝게 웃는다.
도현이 ‘현진아!’ 하고 부르면, 도현을 발견하고 당황스러워하는 현진.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싸늘한 얼굴로 도현에게 다가온다.

현진 뭐하는 거야? 왜 왔어?
도현 연락이 안 되니까 왔지! … 근데 내 문자 못 봤어? (은근, 자랑하는) 나 지금 학교 나가잖아. 선생이라니까.
현진 니가 뭘 가르치는데? 괜히 잘하는 애들 망치지나 마세요.
도현 반응이 뭐 그래? 옛날엔 새로운 거 도전하는 게 멋지다메?
현진 넌 젊은 애가 왜 맨날 옛날 얘기니? 난 너랑 옛날얘기나 하면서 시간 보내고 싶지 않거든? (돌아서려는데)
도현 자기 변했다. 취직하더니 완전 변했어!
현진 (다시 돌아와서는) 내가 변해? 아니야, 난 내 나이에 맞게 제대로 살고 있는 거야. 니가 제자리걸음하느라 늦된 거지.
도현 (발끈) 하고 싶은 거 찾다가 늦어진 사람도 많아. 너처럼 다 명쾌하면 청춘 드라마는 왜 있겠냐? 방황은 왜 하고!
현진 그러니까, 그 청춘 드라마 혼자 찍으세요. 난 이제 청춘도 아니니까.
도현 (진지한) 너, 지금 가면, 진짜 우리 사이 끝이야!

현진, 보란 듯이 바로 등을 돌리고 빠르게 가버리면,
‘끝이라고!’ 하면서도 계속 쫓아가는 도현.
현진, 아랑곳 않고 길을 건너고 횡단보도에서 신호에 걸려 더는 쫓아가지 못하는 도현.

도현 (악에 받쳐) 그래, 가라, 가! 나는 삼삼한 여고생들이랑 행복할 거다아?!

   도현, 자신만만하게 소리치다 표정 급 어두워지면.
   (인서트) 체육관에 우울하게 서 있는 여섯 명의 남학생들.

22. 길거리 / D

초라하게 걸어가는 도현, 길 건너편에서 기운 없이 걸어가는 명성을 발견한다.
   명성, 잠시 멈춰서 휴대폰을 확인한다.
 
   (문자 메시지) 7시까지 삼 만원 채워라. 아님 다굴.

문자를 확인한 명성, 풀이 죽어 피씨방으로 들어간다.
도현, 그 모습 보다가, 길을 건너 명성이 간 피씨방으로 따라 올라간다.

23. 피씨방 / D

   익숙하게, 기계적으로, 그러나 재미는 없는 얼굴로 롤플레잉 게임을 하는 명성.
   그 옆에서 오징어를 씹으며 깐죽거리는 도현.

도현 학교 안 가고 한다는 일이 이거냐? 야, 너도 참… 인생 멋대로 산다.
명성 (귀찮은) 쌤이 뭘 안다고 그러세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도현 난 니 나이 때 안 놀아봤냐? (대꾸 없자) 너 이렇게 대충 살면 나중에 뭘 하는 족족 안 되고 (서글픈) 나이 서른에 여자한테 차이고… 그런다. 
명성 (말없이 집중하다 몸 비틀며) 쌤, 이거 계속 클릭 좀 해주세요. 저 화장실 좀 갔다 올게요. 계속 누르고 있어야 돼요!

명성, 도현에게 마우스를 맡기고 화장실로 뛰어간다.
도현, 명성이 시킨 대로 클릭하면, 모니터 상의 골드 수치가 계속 올라간다.
제자리로 돌아와 도현에게서 마우스를 뺏다시피 하는 명성.

도현 (툭툭 치며, 빈정거리는) 공부를 이렇게 필사적으로 해 봐라.
명성 (신경질적으로) 아 쫌! 5시까지 골드 넘겨야 된다구요.
도현 이게 선생님한테 말투가!
명성 (클릭하며, 힘없이) 1500만이면 아매에서 삼만 원은 받는단 말이에요.
도현 아매? 그게 뭐야?
명성 아이템 매니아요. 메플이나 던파는 사는 사람 많아요. 저번에 사기 당해서 다 날리지만 않았어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아… 씨…

   도현, 정신없이 게임을 하는 명성을 보는데, 진심으로 지쳐 보이는 명성.

교감(E) 어떻게 문제만 나면 다 운동하는 애들이야.

24. 교무실 / D

   저보다 어린 교감에게 한소리 듣고 있는 임 선생.
   임 선생의 옆에 주눅 들어 서 있는 도현, 괜히 죄스럽다.

교감 임 선생님. 애들이 토토를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선생님 반에서만 16명이에요. 학교가 도박장입니까? 학부모들이 알면 뭐라 그러겠어요. 그런 애들 데려다 운동 시키라고, 방과후까지 개설해 줬으면 좀 나아져야죠.
임 선생 죄송합니다.
교감 죄송하다고 될 일이 아니에요. (도현 보며) 방과후도 문제야. 애들 좀 잡으세요. 여섯 명이 뭡니까. 체육부만 방과후 수업 실적이 이래요. 애들 춤추는 거 좋아하잖아. 댄스부 같은 거나 만드시라니까, 참 …

도현, 괜히 자기 때문인 것 같아 자리가 불편하다.

25. 체육관 / D

   심기 불편한 얼굴로 들어오는 도현.
   석호 무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출석 체크하는 도현을 부르는 명성.

명성 저, 저…. 석호랑 영훈이랑 준태, 그냥 출석체크 해주시면 안돼요?
도현  안 오면 결석이지. 말이 되냐?
명성  선배들한테 불려간 건데, 한 번만 봐주시면 안돼요?
도현  (체크하며) 안 돼.
명성  저기, 선생님.
도현  (짜증스런) 왜!
명성  걔네 꼭 출석 체크해야 되는데…
도현  그럼 수업에 오라 그래.

   도현, 명성의 얼굴을 살피는데, 쩔쩔매고 있다.

도현 친구 도와주려는 건 알겠는데, 잘못했음, 잘못했다 말해주는 게 친구야.

   도현의 교과서 같은 말에 준환과 태호가 피식 웃는다.

도현  니들은 대체… 뭐가 웃기냐?!
명성  (힘없이) 웃기죠. … 어른들이 우릴 자꾸, 친구라 그러니까….
도현  (보는)

26. 복도 / D

도현, 지친 얼굴로 복도를 지나가는데 교실 한 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교실 안쪽, 원선이 한나에게 휴대폰을 들어 보이며 흥분해 있는 모습이 보인다. 

27. 교실 안 / D

휴대폰 동영상 화면, 남학생과 웃으며 떠들고 있는 원선의 뒷모습.
책상 밑에서 찍어서 원선의 치마 속도 보이는데, 핑크색 계열의 속옷이다.
화면 바뀌면 원선의 얼굴과 가터벨트를 찬 야한 속옷 모델의 몸이 합성되어 있다.
  
원선  애들한테 단체로 보낸 게 너라던데, 니가 만든 게 아니라고?
한나  저도 카톡으로 받은 건데요?
원선 (한나 쏘아보는) 그래, 그랬다 치자. 그럼 애들한텐 왜 보냈니?
한나 재밌잖아요.
원선 재미… 너 도대체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았길래 (하는데)
한나 고모네 얹혀사느라 가정교육 못 받았는데요? 담임이면서 것도 모르세요? 
원선 (당황한)
한나 선생님이 남자애들만 좋아한다고 쌤 싫어하는 여자애들 많은데, 왜 저한테만 그러세요?
원선 뭐?!
한나 애들이 그러던데요? 쌤 남자 꼬실려고 학교 온다고.

   찰싹. 원선, 참지 못하고 한나의 따귀를 때린다.

한나 (노려보며) 찔리세요?

원선, 또다시 손을 드는데 이번엔 한나가 원선의 손을 막고 벽으로 밀어버린다.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다 넘어지는 원선을 보고 놀라서 뛰어 들어오는 도현.

도현 야야! 선생님한테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원선에게) 괜찮으세요?

   한나, 원선을 부축해서 일으키는 도현을 보고는 피식 웃는다.

도현  웃어? 너 지금 웃었어? 이게 웃겨?!

   도현, 한나 잡으려는데 그런 도현을 말리는 원선.
   도현, 말리는 원선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보는데,

원선  (한나에게) 가. 나중에 얘기하자.

   인사도 없이 나가버리는 한나.

도현  선생님, 쟤 그냥 보내면 … (하는데)

   원선, 도현에게 까닥 고개 숙이고는 급히 나가고, 어이없어 하다가 따라 나가는 도현. 

28. 학교 옥상 / D

   도현, 어색하게 서 있다가 원선에게 다가간다. 

도현  (침묵을 못 참겠는) … 저 (하는데)
원선  오늘 일이요. …… 다른 선생님들한텐 말하지 말아주세요.
도현  그래도 학생이 어떻게 선생님한테…
원선  (말 자르며) 그러니까요… 창피해요.
도현  (보는)
원선 다음 학기에 다른 학교로 옮길 거예요. 이제 석 달만 버티면 돼요. 그러니까 그냥 모른 척 해주세요.
도현 옮긴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죠… 지금 바로 안 잡으면 나중에 똑같은 일 또 당하세요.  
원선  … 여기 애들이 너무 심하잖아요.
도현 다른 학교라고 그런 학생이 없겠어요?
원선 (인상) 여기보단 낫겠죠. 그러니까 교사들도 다들 학군 따지고, 강남 가려고 그러죠. 거긴 그래도, 애들이 선생님 말이라면 일단 듣긴 하잖아요.
도현 (한숨) 선생님, 그래도 선생님이 애들을 무서워서 피하시는 건…
원선 네… 전 애들이 무서워요. 선생님은 방과후만 하시죠? 매일매일 애들하고 부딪치는 게 아니잖아요. … 지긋지긋해.
도현 (보면)
원선 부탁드릴게요. 

   원선, 인사도 없이 일어서는데, 더는 말을 하지 못하는 도현.

29. 도장 / N 

광현, 도현의 앞에서 발차기 연습을 하고 있다. 
무릎, 복부, 얼굴, 순으로 발을 도현의 코앞까지 들이대며 발차기 하는 광현.
그러나 움찔하는 미동도 없는 도현, 그 와중에 아무렇지 않게 떠들어댄다.

도현 애들이 우리 때 같지 않아, 형. 우린 선생님 무서운 건 알았다고. 근데 얘들은 그냥 대놓고 맞먹어.
광현 (도현의 얼굴에 발이 거의 닿을 듯이 발차기를 하고 멈추며) 어떠냐, 이 정도면 절권도도 간판에 걸어도 되겠지?
도현 (눈 하나 깜짝 않고) 발차기만 하면 절권도야? …… 여튼 요새 애들은 선생에 대한 존경이 없어. 
광현 (계속 발차기 연습) 니가 언제부터 선생질 했다고 벌써부터 애들 말은 안 듣고 탓부터 하냐? 자리가 사람 만든다고, 자질도 없으면서 권위부터 찾는 거, 난 그거 아니라고 본다.
도현 누가 선생 대접 받겠데? 요새 애들이 학생답지 못하다는 거지!
 
발끈하다 몸을 움직인 도현, 툭, 광현의 발에 맞는다.
아, 진짜 형! 하며 짜증을 내는 도현.
 
30. 호프집 / N

도현이 호프집으로 들어서면 심드렁하게 도현을 반기는 동창 세 명. 

친구 1  (청첩장 건네며) 나 드디어 간다… 넌 현진씨랑 언제 하냐?
도현  (표정 어두워지는) 하긴 뭘 … (뜸 들이다) 헤어졌어.
친구 1  (놀란) 뭐야, 니네 오래 사겼잖아? (도현 얼굴 살피다) 차였냐? 
도현  (한숨)

   (시간경과)
   술이 불콰하게 오른 도현과 친구들.

친구 1 아, 미치겠다. 결혼은 하는데, 앞일은 깝깝하다. 보험회사 1년에 쓸 수 있는 인맥은 다 썼고. 니들 실비 하나 안 들래?
친구 2  우리 헬스장 런닝 머신 내놨다.
친구 3 난 닭을 열나게 튀겨도 가게 월세도 못 내. 젠장… 문방구 앞에서 병아리나 팔까봐… 슬프다. 
친구 1  에이 진짜 … (도현에게) 넌 어떠냐? 아직도 스턴트맨인가 그거 하냐?
도현  야, 저번 작품에서 나 대사 쳤다니까. 이제 액션배우야… 배우.
친구 2  대사가 뭔데?
도현  (버럭) 에이 씨발!
친구 2  아 왜 욕이야?!
도현 (힘없이) 그게 대사야. 에이 씨발. … 그리고 쓰러져. (모두 킥킥대면, 발끈) 저번 주부턴 우리 학교에서 고딩 가르친다. 나 교사야 교사.

   친구들, 말문을 잃고 도현을 본다.

친구 1  니가?! 너 대학 때 학점 딸려서 교직 이수도 못했잖아!
도현 (머쓱한) 아니 … 그냥 계약직으로, 방과후 수업.

친구들, 의아해하면서도 도현을 부러워한다.
도현, 으쓱한 기분 한 편,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고등학교 때 얘기를 하며 니가 어쨌네, 내가 어쨌네, 즐거워하는 친구들.

도현 그래도 고등학교 때가 젤 맘 편하고 좋았는데… (하는데, 도현의 얼굴위로 겹쳐지는 명성의 신음소리)

31. 체육관 / D  

   석호 무리에게 맞고 있는 명성.
   태호와 준환은 명성이 당해도 모른 척 하며 본인들 운동만 한다.

석호 명성아, 시키는 것도 못하냐? 그냥 잠깐 어디 갔다 온다고 출석 체크 해달라 그럼 되잖아.
명성 선생님이 꼭 와야 해준다고…
석호 내가 알 바야?! (발로 차다가) 야! 이번 주까지 30만원 맞추라 그랬지!
명성 학교도 빠지고 계속 게임 했어. … 저번에 프텍이랑 레인보우 셋트 산다던 사람한테 사기 당해서 아이템 날려서 (하는데)

   석호, 명성의 고추를 잡아 힘을 주면, 비명도 못 지르는 명성.

석호 (머리를 퍽퍽 내리치며) 그럼 밤을 새라고, 잠을 자지 말라고!

   명성, 석호 무리의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그때, 문 열리며 도현이 들어온다.
   도현이 들어와도 개의치 않고 명성을 툭툭 발로 차는 석호. 
 
도현  거기, 뭐 하냐! 나 들어온 거 안 보여? (명성에게) 괜찮냐?

   명성이 눈치를 보느라 대답을 못하고 있는데, 석호가 끼어든다.

석호  (태연하게) 쌤, 저희 겨루기 연습하는 건데요?
도현 겨루기? (석호와 명성을 번갈아 보다가) … 그래, 태권도에서 겨루기가 빠지면 안 돼지. …… 그럼 그거 나하고 한 번 해보자. … 명성아, 가서 호구 두 개만 가져 와라. 

학생들, 심상찮은 분위기에 도현과 석호를 주시한다.
석호, 도현의 말에 코웃음 치며 몸을 푼다.
석호가 샌드백을 자신 있게 발로 차는 소리가 펑펑, 위협적으로 울린다.
곧 마주서는 도현과 석호.
도현, 저보다 머리 하나는 큰 석호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며 뚫어져라 본다. 

(E) ‘가르쳐 줘’ 하는 어린 도현의 목소리.

32. 도장 / D (회상)

   어린 도현, 울먹이며 아버지에게 떼를 쓴다.

도현 형이 자꾸 때린다구, (머리, 가슴 등을 가리키며) 여기도 때리고, 어젠 여기 여기 때리고. 형 때리는 거 가르쳐 줘. 나도 때릴래.
아버지 (맞은 자리 만져주며) 도현아, 아빠가 몇 번을 말해. 넌 머리는 크고 팔다리는 짧고… 니 몸은 때리는 체형이 아니라니까.
도현 (원망스런 얼굴로 보는)
아버지 니가 형 때리려고 거리를 좁히면, 형한테 십중팔구 맞아. 게다가 맞으면서도 때려야겠다고 생각하니까 피하지도 못하지? 그럼 더 맞지?
도현 (분한)
아버지 도현아. 피하는 것도 기술이야. 못 피해서 맞으면 버티면 돼. 니가 맷집이 좋잖아. 대신 눈빛이 죽음 안 돼지. 맞아도 노려보면서. 포기하지 않는 놈이 이기는 거야.

   아버지, 검지와 중지로 본인의 눈과 도현의 눈을 번갈아 가리키며 힘을 준다.
   덩달아 눈에 힘을 주는 어린 도현.

아버지  그렇지! 때리려고 폼 잡는 걸 알아보고 피하는 게 더 고수야. 알겠어?  

33. 체육관 / D

   석호의 쉼 없는 주먹과 발차기를 가볍게 피하는 도현.

도현  그렇게 무조건 달려들면 쓰나. 석호야, 난 니 움직임이 다 보인다.

  석호, 분을 못 참고 내리찍기를 하려다 그대로 쿵 바닥에 박는다.

도현 니가 때리는 데만 안달이 나서 그래. 남의 빈틈만 찾지 말고 니 빈틈을 메울 생각을 해야지.

   명성과 준환, 태호, 감탄하는 얼굴로 보고 있고,
   영호와 준태는 석호가 계속 헛발질을 하자 탄식을 한다.

도현 혈기 왕성한 때일수록 니 욕망을 긍정적인 데 발산시켜야지. 몸 좀 크고 발길질 좀 한다고 애들이나 괴롭히고 (하는데)

   퍽!
   주절거리는 도현의 틈을 노리던 석호에게 제대로 턱을 맞은 도현. 
   도현, 맞고도 태연하게 씨익 웃으며 돌아보면,
   뭐 저런 인간이 있나 싶은 석호, 당황스럽다.
   하지만 잠시 후, 꼿꼿한 자세 그대로 픽 쓰러지는 도현.

34. 도장 / N

   턱에 얼음을 대고 누워 있는 도현.

도현  형, 나 여기 어떻게 왔어.
광현  연락 와서 내가 데려왔어.
도현  형… 나 죽어버릴까.
광현 (보다가) 도현아. 사람 몸에는 말이야. 급소가 60개가 있어. 그 중에서 툭 맞아도 휙 가는 데가 몇 군덴지 아냐?
도현 (보면)
광현 여섯 군데.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코, 명치, 옆구리, 허벅지 안쪽, 성기… 그리고 턱. 근데 이 턱이 젤 위험하다. 턱은 맞는 순간 정신이 나가거든. 뇌하고 연결되잖아. 그러니까 니가 기절한 건 당연한 거란 말이야. 
도현  애들도 그런 걸 알까?
광현  … 모르겠지.
도현  …… 죽어버릴 거야. (바닥에 얼굴 묻으며) 죽을래.

   광현, 이해한다는 얼굴로 도현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준다.

35. 도장 내 곁방 / N

밖에서 수강생들이 수련하는 소리 들린다.
라면을 먹고 있는 도현, 일상적인 모습이다.
그러다 갑자기 확, 젓가락을 내던지는 도현.
제 머리를 잡고 흔들다가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다가, 스스로 토닥거려 준다.

도현 아니야. 괜찮아. 도현아, 너만 신경 쓰는 거야. 다들 잊었다. 잊었어. 잊었을 거야. (전화벨 소리 울리면, 화들짝 놀라 받으며) 네… 예? 

36. 선술집 / N

   원선이 건넨 휴대폰 액정을 멍하게 보고 있는 도현. 
   체육관에서 정신을 잃고 널브러져 있는 도현을 찍은 사진이다.

원선  (맥주 원샷하고는) 학생들이 단체 카톡으로 보냈더라구요. 
도현  (멍한)
원선  소문났어요. 저하고 선생님하고 애들한테 맞았다고.
도현  (원선이 말하는 동안 테이블에 머리를 쿵쿵 박는)
원선 학교 가는 게 무서워요. … 선생님 말대로 다른 학교로 가도 그런 애들은 또 있겠죠? … 제가 감당해 낼 수 있을지 … 솔직히 자신이 없어요.
 
   도현의 500잔까지 마셔버리는 원선.
   그때 갑자기 원선의 옆자리로 와 바싹 붙어 앉는 도현.
   당황한 원선, 뭐하는 거예요! 하는데, 원선의 입을 막는 도현.
   보면, 석호 무리가 명성과 함께 들어와 도현의 뒷자리에 앉는다.

(시간경과)
딱 붙어 앉아 숨을 죽이고 있는 도현과 원선의 뒤로, 

석호 운동 해봤자 우린 어차피 안 돼. 특기생한테 밀리고, 돈 많은 애들한테 밀리고, 공부 잘하는 병신 같은 놈한테 밀린다고.
영훈 (명성에게) 마셔. 니가 사는 거잖아?
석호 (비아냥) 넌 공부는 좀 하잖아, 어? 집에서 니 해달라는 건 다 해주잖아?
명성 (억지로 술을 마시는)
석호  근데… 뒤질래? 내가 이번 주 토토 중요하다고 했지? 홈플랜드에 언더해서 50으로 배팅하라 했지!
명성 …… 아매에서 입금이 늦게 됐어. 
석호 이 자식은 말마다 변명이야. 찍어줘도 못 불리냐? 어? 니 땜에 40만원 손해 봤어. 어떻게 책임질래?
명성 (대답 못하면)
석호 너 강한나랑 초딩부터 같이 나왔다메?
명성 (머뭇, 당황하고)
석호 걔 깔쌈하다메? 담주 토요일에 401호 비니까 데려와라?

   석호 무리들, 낄낄거리고 명성은 난처한 얼굴이다.
도현, 나가자고 원선에게 손짓하는데 석호가 도현을 화제로 꺼내자 다시 주저앉는다.

석호  야, 근데 그 병신은 담주에 방과후 나온 데냐?
영훈  태권도 졸라 잘한다더니, 개뻥이야. 맞고 뻗은 주제에 나오겠어?
석호  아 나오라 그래, 한 번 더 까게.

   석호 무리들, 도현을 대놓고 비아냥거리는 동안, 얼굴 붉어진 채 어쩌지 못하고
   앉아 있는 도현.
   원선은 그런 도현을 보는 것이 민망해 재빨리 자리를 떠나버린다.

37. 거리 / N

   찝찝한 표정으로 걷는 도현과 도현의 눈치를 보는 원선.
   도현, 안되겠다, 하며 다시 돌아가려는데 원선이 말린다.

원선  … 그냥 모른 척 하세요.
도현  (한숨)
원선  애들하고 싸워봤자, 득 될 거 없어요. … 저 보셨잖아요.
도현 (쪽팔리고, 답답한) 싸운 게 아니라 겨루기거든요… 제가 그냥 맞은 게 아니거든요. (턱 가리키며) 여기가 급손데요, 여길 잘못 맞아서 그런 거거든요. 여기 맞으면 다 기절해요…. 
원선  … 네에… 뭐, 저러다 말겠죠. … 대거리 해주면 더 해요, 쟤들. 
도현  (괴롭다, 으아아아, 하다가) … 아, 맞다… 강한나란 애는…
원선  (표정 굳는) … 저 밀쳤던 애요. … 걔가 강한나예요.
도현  (보면)
원선 요새 저런 애들하고 어울려 다니면서 학교도 잘 안 나오고.
도현 학생 집에 연락이라도 해야 될까요? 
원선  (머뭇) 집에서도…… 가출팸인지 뭔지 만들어서 밖으로 도나봐요. 
도현 그럼 선생님이 … (하는데)
원선 엮이고 싶지 않아요. … 매일 매일 잡무에 보고서에… 수업준비 할 시간도 모자라요. (차갑게) 내키는 대로 사는 애들 신경 쓸 시간 없어요. 신경 쓴다고 바뀔 애들도 아니고.
도현 학생 일인데, 엮이고 싶지 않다고 모른 척 하는 건 아닌 거 같은데….
원선 모른 척 하는 게 아니라… 저희 반에만 애들이 30명이 넘어요. 다 신경쓰다보면 아무 것도 못 한다구요. 방과후 강사라 모르셔서 그래요.
도현 (기분 나쁜) 네, 제가 방과후 강사 주제라 아는 건 없는데요. 그래도 선생님. 진도만 열나게 빼는 게 선생은 아니잖아요….
원선 (발끈) 그러는 선생님은 왜 걔들 보자마자 숨은 건데요?
도현 (당황)
원선 죄진 것처럼 숨었다 애들 피해 나와 놓곤 이제와서… 선생님도 똑같아요.

   도현, 반박 못하고 답답해 서 있으면, 그대로 등 돌려 가버리는 원선.
 
38. 골목 / N

   기운 없이 터벅터벅 걸어가는 명성.
   그 앞으로 불쑥 다가와 명성의 앞을 막는 그림자, 도현이다.

39. 편의점 앞 / N

   간이 테이블 위에 음료수를 올려놓는 도현.

도현  술은 깨고 집에 가야지.
명성  (담담히) 보셨어요?
도현  (보다가) 석호, 걔네들… 도대체 어떤 애들이냐? 친구 아니야?
명성  …… 친구였어요. 중학교 때까지.
도현  근데, 지금은?
명성 (고개 젓는) 고등학교 들어와서 운동한다고 지들끼리 붙어 다니다가, 대학 갈 실력은 없고 그러니까 그냥 자취하는 선배들 집에 붙어서 도박도 하고… 여자애들하고 자고. 그래요.
도현 (한숨) 한나란 애랑은 친하냐?
명성 중학교 땐 같이 미술학원도 다녔어요. ……
도현 좋아하냐?
명성 ……
도현 … 사랑이니 우정이니, 쉬운 게 없다… 
명성 (보는) …… 쌤. …… (결연한 눈빛) 저, 제자로 받아주세요.
도현 (뭔 소린가 싶어 보면)
명성 덜 맞는 법 좀 가르쳐 주세요! … 석호 발차기요. 학교에서 유명해요. 걔 발차기 그렇게 피할 수 있는 사람 처음 봤어요.
도현 (당황스러운) 야, 그런 걸 내가 어떻게 가르쳐.
명성 못 가르치는 게 어딨어요? 선생님이잖아요. 가르쳐 주심 되잖아요.
도현 그래도…
명성 그 새끼들! 죽여 버리고 싶어요. 근데 그럴 자신이 없어요. 제 인생 망치기도 싫구요. … 대신 …… 맞을 때 좀 덜 아팠으면 좋겠어요.
도현 맞으면 아프지. 어떻게 덜 아파. 졸업하면 끝이다… 지나면 별 거 아니야. 괜히 문제 만들지 말고 그냥 좀 참으면 (하는데)
명성 졸업하면 뭐가 달라지는데요? … 선생님은 졸업하고 대학가서 인생이 확 달라졌어요? … (실망한) 쌤도 다른 어른들이랑 똑같네요.

   명성, 그대로 일어나 가버린다.
   도현, 명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가 유리창에 비친 제 모습을 보는데 찌질하다.

40. 거리 / N

   어두운 거리를 홀로 걷고 있는 도현.
   고개를 숙이고 터벅터벅 걷던 도현이 앞을 보는데,

41. 거리 / (회상)

   아버지의 커다란 등이 앞서가고 있다.
   어린 도현, 여기저기 얻어터져 잔뜩 부은 얼굴에 불만스런 표정으로 마지못해 아버지를     따라가는데, 걸음을 멈춰 선 아버지가 돌아본다.

아버지  늦었다. 빨리 가자.
도현  (불만스런, 걸음을 멈춰버리는)
아버지 (다가와 손잡아 끌며) 앞으론 친구들하고 싸우지 말고 (하는데)
도현  (아버지의 손 뿌리치며) 걔네 친구 아니야!
아버지  (무릎 굽혀 시선 맞추고 보면)
도현 애들이 때린다고. 아빠가 액션배우라고 자랑했는데 (분한) 창규가 아빠는 주인공한테 맞기만 한다고 애들한테 다 말하고 놀렸다고!
아버지  그래서… 이기지도 못할 싸움을 한 거야?
도현  난 별로 때리지도 못했어! (억울한) 아빠 닮아서 맞기만 했다고!!
아버지  도현아… 넌 아버지가 맞기만 해서 부끄럽냐?
도현  (대답 않고 뾰루퉁)
 
42. 도장 / (회상)

   어린 도현, 아버지를 향해 주먹이며 발을 마구 날려보지만 가볍게 피해버리는 아버지.

아버지  때리니까 좋아? 만족스러워?
도현  아빠가 강하니까 재미없지!
아버지  그럼 아빠 다시 때려봐. 괜찮아.

도현, 망설이다 발로 콩 차면, 큰 리액션으로 뒤로 나가떨어지는 아버지.
놀란 도현, 제 발을 보다가 아버지에게로 달려가 괜찮냐고 묻는다.

아버지 봐라. 맞는 사람이 어떻게 맞아주냐에 따라 때리는 놈이 더 빛날 수도 있고 보잘 것 없을 수도 있어.
도현 (보면)
아버지 너 멍청하고 바보같이 때리는 역할만 할래. 아님 머리 써가면서 니가 상대방을 세워줄까, 깔아버릴까, 선택하는 역할 할래?

43. 도장 / D
 
   아침, 도장 청소를 하고 있는 광현.
   쩌억, 하품을 하며 나오는 도현의 얼굴에 걸레를 던진다.
   하품을 하면서도 슬쩍 고개를 틀어 걸레를 피하는 도현.

광현  밤새 뭐 했냐?
도현 (떨어진 걸레를 발로 툭 차며) 형… 고마워.
광현 (보다가) 미쳤냐.
도현 내가 30년 가까이 형한테 맞고 살았잖아. 형 덕분에 이제 맞고 피하는 거엔 도가 튼 거 같아.
광현 (왜 저러나 싶은 얼굴로 보는)
도현 ‘쌍다리 혈투’라는 영화 기억나? 왜 묘지에서 주인공이 한 발로 악당들 볼때기 때릴 때, 마지막에 맞는 사람이 아버지였잖아.
광현  (보면)
도현 (진지한) 스물일곱 번. 주인공이 스물일곱 번을 차는 데, 아버진 단 한 대도 맞지 않았어. 알아?

   광현, 어느새 걸레를 주워 다시 던지면, 이번엔 보지 못하고 얼굴에 철퍼덕 맞는 도현.

광현 도가 트긴… 넌 아부지에 비함 한참 멀었어. (추억에 잠긴) 아, 울 아부지 맞는 액션은 진짜 예술이었지. 왜 아부지 장례식 때 왕년 액션배우들이 다 왔잖아. 그 사람들이 아버지를 얼마나 고마워했냐.

   도현, 찝찝한 얼굴로 걸레를 치우고는 도복을 입고 늠름하게 서 있는 아버지의
   사진을 본다.

44. 체육관 / D

   출석을 부르는데 명성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명성의 이름 옆에 체크를 하는 도현, 생각이 많다.

45. 교무실 / D

   교감 선생, 또다시 임 선생 앞에서 훈계를 하고 있다.
   입구에 선 도현, 교감의 큰 소리에 들어오지 못하고 멈칫한다.

교감  임 선생님. 이번 달 방과후 신청한 애들 보셨습니까?
임 선생  지난달하고 같은데.
교감  정태호, 박준환. 얘네는 왜 수업료가 면제에요?
임 선생 얘들이 형편이 좀 안 좋아서, 학교에서라도 운동을 계속 하게 해줘야…
교감  정석호, 이영훈, 김준태. 얘넨 다음 달에 징계 풀리면 그나마 이것도 안 듣는 거 아니에요? 
임 선생 석호 걔들이 실력 있는 애들인데, 지도해줄 교사를 못 만나서 (하는데)
교감 (한숨) 답답합니다, 임 선생님. 쓰레기도 재활용이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어요. 얘들은 안 된다고.
임 선생 ……
교감 제대로 다니는 애가 최명성 하난데 세 시간짜리 수업을 줘요? 임 선생님. 학교가 자선 사업하는 데는 아니지 않습니까. 고등학교 의무 교육 아니에요. 하고 싶은 애들만 받는 겁니다. 여기도 엄연한 경쟁사회야. 담달에 애들 빠지면 이 수업 폐강 시키세요.

   고개 숙인 임 선생을 보던 도현, 성큼성큼 걸어와 출석부를 소리 나게 내려놓는다.  
   교감의 눈을 피하지 않고 쏘아보고는 나가는 도현.
   그런 도현을 보는 임 선생.

46. 피씨방 앞 / D

   힘없이 피씨방을 나오는 명성,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도현을 발견한다.
   그러나 이내 도현을 모른 척 그냥 지나치는 명성.

도현 때리는 건 못 가르쳐 준다.
명성 (걸음 멈추는)
도현 대신 되도록 피하고, 맞더라도 덜 아프게 맞는 건 가르쳐 줄 수 있다.

   고개를 돌려 도현을 보는 명성.

47. 도장 / (낮밤 교차)

   긴장한 얼굴로 도현을 주시하고 있는 명성.
   도현이 설명하는 급소 부위가 도현의 몸에 빨간 점으로 표시된다.

도현 사람 몸에는 60개의 급소가 있다. 그 중에서 툭 맞아도 휙 가는 데가 몇 군데냐 … 일곱 군데다. 코, 턱, 명치, 옆구리, 허벅지 안쪽, 성기… 그리고 자존심이다. 자존심. 이 자존심은 맞으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그럼 어떻게 하냐. 맞아도 눈을 깔면 안돼. 내 비록 맞지만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눈빛. 그럼 상대가 스스로 약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도현,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검지와 중지에 힘을 주어 제 눈을 가리킨다.
그러다 갑자기 명성 앞으로 휙 다가가 명성의 얼굴에 주먹을 들이댄다.
놀라 눈을 감아버리는 명성.

도현 눈! 눈을 감으면 안 돼. 눈을 감으니까 못 피하고 계속 맞는 거야.
명성 (고개 끄덕이면)
도현 맞는 걸 피하는 법은 간단해. 날아오는 주먹이나 발을 보고 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어려워. 지금의 너로선 불가능하다. 대신 …
명성 (진지한)
도현 넌 때리기 전의 동작을 읽어야 돼. (동작 보여주며) 나는 주먹질을 할 때는 어깨가 움직이고, 발차기를 할 때는 미간이 흔들린다. 몸에 힘을 주면 다른 근육도 움직이게 돼 있다. 너를 주로 때리는 인간의 습관을 익혀라.
명성 (힘차게 끄덕)

   (시간경과) 설명하는 도현의 뒤, 도장 창문으로 낮밤이 교차된다.
도현, 팔을 쭉 펴고 ‘거리’ 라고 말한다.

도현 팔의 거리, (다리를 내밀며) 다리의 거리. 이 거리가 중요하다. 일단 맞지 않으려면 상대방의 거리 안으로 들어가면 안 돼. (살짝 몸을 빼며) 피하는 건 언제나 요정도. 왜? 피하고 바로 때려야 되니까.

   도현, 다시 팔을 쭉 펴서 주먹을 내민다.

도현 봐라, 주먹을 내밀었지? (팔을 천천히 접으며) 그럼 반드시 들어가야 되는 시간이 있다. 그 시간은 너의 시간이야. 이때가 니가 때릴 수 있는 유일한 시간! (몸통 살짝 뒤로 빼며) 요만큼 빠져서 피했다가 빵! 너의 시간, 이걸 찾는 게 중요하지. … 하지만,

   무서운 기세로 명성에게 달려들면, 흠칫 뒤로 피하는 명성.

도현 갑자기 달려들면서 때릴 때. 그럴 땐 당황해서 피하지 못할 수도 있어. 그럼 어떻게 하냐. 일단 맞아. 맞는 순간 고통이 느껴진다. … 고통에는 견딜 수 없는 고통과 견딜 수 있는 고통이 있어. 다행히 불시에 맞는 건 대부분 참을 만한 고통이다. 그러니까 맞고, 참아. 그래야 다음 주먹을 피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명성을 툭 때리는) 맞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지. 그럼 어떻게 맞는 걸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깨 으쓱) 일단 많이 맞아봐야 돼.

(시간경과)
명성, 보호 장비를 차고 맞아도 버티고 살짝 피하는 법을 연습한다.
   그런 명성을 엄하게 보며 훈련시키는 도현의 늠름한 모습.

48. 교실 / D

   석호 무리에게 맞는 명성.
   하지만 석호가 때리기 전의 행동을 맞으면서도 유심히 관찰하는 명성.

49. 체육관 / D

   도현의 지도 아래 맞고, 피하는 연습을 하는 명성.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뭔가 싶어 보는 태호, 준환.  
 
50. 피씨방 / D

게임을 하던 명성, 문자 메시지 오자 확인하는데,

(E) 석호 야, 강한나 술 졸라 센데? 겜질 중단하고 술이나 셔틀해라.

   벌떡 일어나 피씨방을 나가는 명성.

51. 빌라 201호 안 / D

빈 술병이 굴러다니고, 석호, 한나에게 술을 따라주면 쭈욱 마시는 한나.
그런 한나를 걱정스럽게 보고 있는 명성.
석호, 한나에게 또 술을 따라주는데, 한나의 술잔을 뺏어 대신 마셔버리는 명성.
한나는 더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 정신을 잃는다.
석호, 인상 일그러지며 명성을 아니꼽다는 듯이 노려본다.

석호  미쳤냐?
명성  아니, 많이 취한 거 같아서…
석호  술은 마시면 취해, 병신아. (비웃는) 너 얘 좋아하냐?
명성  ……
석호 (영훈과 준태에게) 야, 우리 명성이가 얘 좋아한다잖냐.

석호가 눈짓하면, 영훈과 준태, 킥킥거리며 거부하는 명성의 얼굴을 쥐어 잡고
억지로 정신 잃은 한나의 입술에 키스를 시킨다.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는 석호. 

석호  꼴리지. 죽겠지? 어떻게, 더 해줘? (비열하게 웃는)

명성, 몸부림치며 아이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석호에게 달려든다. 
석호의 휴대폰을 빼앗아 벽에 던지면 부서지는 휴대폰, 정적.

석호  …… 뒈질래?

   석호, 앉은 채로 명성의 가슴팍을 발로 차면 훅, 뒤로 밀리며 배를 움켜잡는 명성.
   그래도 석호를 쏘아보는 명성의 눈빛.

석호  이 미친 새끼가 … 너 지금 나 꼴아보냐?

석호, 일어나 명성의 멱살을 잡아 일으키고,
재밌는 구경 한다는 듯 킬킬거리는 영훈과 준태.
명성, 죽지 않는 눈빛으로 석호를 노려본다.
열 받은 석호, 명성에게 주먹을 날리는데, 슥 피하는 명성.
석호, 어쭈, 하며 이번엔 발차기를 하는데 피하다가 맞는 명성, 그러나 빗겨나가
아픔이 덜하다. 여전히 석호를 노려보는 명성.
영훈과 준태, 뭔가 싶어 일어나고 명성을 에워싸는 석호 무리.
명성, 석호 무리를 보는데, 세 명은 무리다. 당황하는 명성의 얼굴에서,

52. 빌라 앞 / N

   골목길을 미친 듯이 뛰어가는 도현.
   빌라 4층까지 단숨에 뛰어 올라가 401호의 문을 벌컥 열며 다급하게 명성을 부른다.

53. 빌라 401호 안 / N

   도현, 엄한 시선으로 보다가 한숨을 쉰다. 

도현  (무겁게) 내가 널 이렇게 가르쳤냐. 
명성  (여기저기 터지고 부은 얼굴로) 죄송합니다.
도현  니가 죄송할 건 없는데…… 얘들 어쩔 거냐고.
 
   보면, 방바닥에 만신창이가 돼서 쓰러져 있는 석호 무리들.

도현 피하랬지, 때리랬냐. 때리는 건 방어차원으로만! 애들을 이렇게 패놔?!
명성  (억울한) 선생님… 저, 안 때렸어요. 
도현  (의아한) 뭐?
명성  그냥 피하기만 했어요.

   (E) 테이프 거꾸로 감기는 소리.

54. 빌라 401호 안 / 플래시 백 (흑백 액션 영화처럼)

석호 무리에게 둘러싸인 명성, 다구리를 당하는데,
다 피하진 못해 영훈과 준태의 주먹질은 그대로 맞는다.
대신 석호의 발차기를 피하는 명성.
그러면 명성 대신 뒤에 있던 준태가 석호의 발에 맞고 뒤로 나자빠진다.
명성 이런 식으로 맞으면서 피하자 석호 무리, 서로 때리고 맞고, 난장판이 된다.
뒤쪽으론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던 한나의 입에서 흰 거품이 나온다.

명성(E)  선생님… 한나는 … 괜찮을까요?

55. 거리 / N

   한나를 업고 뛰어가고 있는 원선. 힘에 부쳐 헉헉 거린다. 그 위로,

(E) 원선 제가 업을게요. 남자 선생님이 업으면 나중에 성추행이니 뭐니, 문제 삼을지도 몰라요.

원선 (속도 늦추지 않으며) 내가 미쳤지, 거길 왜 가. 내가 미쳤어.
 
원선의 등에 업힌 한나, 원선의 어깨에 우욱, 오바이트를 하면,

원선 어머, 얘 왜 이러니, 미치겠다, 진짜.

   원선, 땀범벅에 오물까지, 옷도 구겨지고 흐트러진 상태로 병원 응급실로 들어간다.

56. 병원 / N

   침상 옆에 있는 세면대에서 한나의 웃옷을 빨아 침상 난간에 거는 원선.
   그때, 침상에서 눈을 뜨는 한나, 평소와 달리 흐트러진 차림의 원선을 본다.

원선 급성 알콜 중독이래. 누워 있어.

한나, 원선 말 무시하고 일어나려다 울컥 오바이트가 쏠리는지 손으로 입을 막는다.
원선, 한나 앞에 비닐봉지를 내밀면, 웩웩 오바이트하는 한나.

한나  (오바이트 멈추면) 아, 짜증나…
원선 나도 짜증난다. 술을 도대체 얼마나 마셨니?
한나 언제부터 신경 썼다고… 별 일 아니거든요?
원선 지금은 젊어서 몸 망가지는 게 대수롭지 않지? … 니가 널 막 대하는데 누가 널 아껴주겠니. … 고깝게 듣지 마. 이건 선생이 아니라 여자로 하는 말이니까.
한나 (시선 외면하는) 가세요, 그냥.
원선 니 고모 오시면 가지 말래도 갈 거다.  
한나  아 진짜! 누가 부르래? 됐거든요!
원선 뭐가 돼? 니가 아무리 잘났다고 발버둥 쳐도 넌 아직 미성년자야. 너 그렇게 되고 싶은 어른 돼 봐라. 니가 아무리 생난리를 쳐도 너한테 신경써주는 사람, 없어. 이렇게 있을 때 누려.

한나, 못마땅한 표정이지만 그렇다고 평소처럼 쏘아붙일 말을 찾지 못한다.
   헬쓱해진 한나를 보던 원선, 물을 건네면, 두말없이 받아 마시는 한나. 
  
57. 교무실 / D
 
   교감 앞에서 당당한 표정의 임 선생, 교감 괜히 헛기침을 하고 있다.
   도현이 들어오면 보란 듯이 아는 척을 하는 임 선생, 자리를 권한다.

임 선생  윤 선생이 수고가 많아. (출석부 주며) 이번 달에 애들이 부쩍 늘었네.
도현  (당황스런) 예? (출석부 보면) 에? 우와 ……
임 선생 다 자네가 잘 해줘서지. 어디 자넬 뽑은 내 안목 때문이겠나. (웃음) 다음 학기에도 자넬 추천했어. 애들이 잘 따르면 계약직으로 정규 수업도 해보고. … 역시 고등학교 때 자넬 눈여겨보길 잘했어.
도현  (찔리는) 아… 선생님… 그게…… (머뭇) 제가 어떻게 … 말씀을…
임 선생 (말 막는, 찡긋하며) 실수가 대단한 성공을 할 때가 있지 않나. 거 뭐냐, 페니실린도 그렇고. 포스트잇도 그렇고. 다 실수로 발견된 거 아닌가. 
도현  예?
임 선생 (교감 들으라는 듯이) 원래 잘하는 놈들이 더 못 가르치는 법이야. 지 똑똑한 것만 알지 남 부족한 거 배려해 줄 줄 모르거든. 이래서 교사도 학식만 보지 말고 인성을 보고 뽑아야 되는데…
도현 (고개 끄덕이는) 맞습니다.
임 선생 (조용히, 의미심장하게) 그래도 교직이수는 좀 해놓지 그랬어. 내 수업 시간에도 내쳐 자더니만. 대학도 그렇게 다녔나? 3학년 7반 윤도현.
도현 !

   임 선생, 다시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껄껄 웃으며 출석부를 건네고.
   도현, 출석부 받아들고 돌아 나오는데, 진땀이 뻘뻘 난다.

58. 학교 내 복도 / D

   도현, 미술실에서 나오던 원선과 마주친다.
   아직은 어색하게 원선에게 인사를 건네는 도현.
 
도현 그때… 급한 마음에 연락드리긴 했는데, 선생님 안 계셨으면 어쨌나 싶어요. 한나랑 애들, 징계 안 받게 처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선 애들이 그 수고를 알까 몰라요. (미술실 가리키면, 미술실 창 너머로 한나가 캠퍼스를 마주하고 있는 것이 언뜻 보이고) 여전히 싸가지 없어요, 쟤. … 선생님 수업은, 신청 못한 애들이 시수 늘려달라고 난리라면서요.
도현  (으쓱)
원선 전 아직, 애들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온화해지는) 그런데, 좀 궁금하긴 해요. 선생님이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칠 지. … 수고하세요. 

   원선, 찰랑이는 웨이브 머리 넘기며 인사하고 멀어지면 그런 원선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는 도현.

59. 체육관 / D

   학생들이 바글바글하다.
   그러나 전혀 운동할 것 같이 생기지 않은 허약한 체질의 학생들.
   눈치보고, 쭈뼛거리는 학생들 앞에 당당히 서 있는 명성.  
명성, 약해 보이는 학생 앞에서 주먹을 폈다 접었다 하며 설명하고 있다.
   그때, 끼익 하는 문소리가 들리면 일사분란하게 서는 아이들.
   도현이 들어오자 경외감에 가득 찬 눈길을 보낸다.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 들어오는 도현. 뒤에서 후광이 비친다.

   (시간경과)
   강한 눈빛으로 아이들을 훑어보는 도현.

도현 이 수업은 태권도 수업이다. 그럼 묻자. 태권도가 뭐냐? …… 태권, 도! 도란 말이다. 먼저 내 안의 두려움과 의심을 없애는 데서 시작하는 거다.

   진지하게 도현의 말을 경청하는 아이들과 도현을 주시하는 카메라.
   말을 멈춘 도현, 카메라를 응시하며 씨익, 자신 있게 웃는다.  

60. 에필로그 / 도장 / D

   엔딩 타이틀 올라가는 사이, 광현의 도장 앞에 모여 있는 석호 무리들.
   아직 생채기가 가시지 않은 얼굴에 저마다 심각한 표정들이다.

영훈  확실해?
석호  맞다니까! 여기서 실전 발차기 가르친댔어. 원장이 숨어있는 고수래.
영훈 (간판을 올려다보는데, 미심쩍다) 아 … 씨, 그냥 방과후한테 배우면 안 돼? 장난 아니게 가르친데. 명성이 그 새끼 봐. 완전 날라 다니잖아.
석호  미쳤냐? 애들한테 우리 완전 병신 됐어. 거길 어떻게 가.

   석호, 성큼성큼 도장으로 향하고, 무리들도 쭈뼛거리다 석호의 뒤를 따른다.

   / 도장 안  
   석호 무리, 문 열고 도장 안으로 들어오면,
   도복을 입고 엄숙한 자세로 단전을 하고 있던 광현,
   석호 무리를 보고는 의미심장, 만면에 웃음을 짓는다. 
  
광현 수강하게? 속성 12개월, 무술 고수 48개월반 있는데. (일어나 맞이하며) 일단 들어와, 들어와. 

- 끝 -




























첨부파일 유보라 - 태권, 도를 아십니까.hwp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다반향초 | 작성시간 16.01.25 고맙습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