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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대본

[비밀]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7.02.20|조회수1,195 목록 댓글 1

[비밀]

 






1. 영안실
떨리고 있는 손. 주춤주춤...하얀 시트 밑 삐죽 나온 주름투성이의 손으로 다가간다.
잡을까? 말까. 물러나는 손. 다시 잡으려고 다가가는 순간 드르륵! 소리와 함께 주름진 손 빠르게 밀려가 버리고 타앙! 영안실 냉동고 문이 닫힌다.
남은 손은 아직도 떨리고 있다. 그 손에 철커덕, 채워지는 수갑.

2. 경찰서, 사무실
수갑 찬 손 따라 올라가보면, 한국식 화장에 세련된 단발 웨이브 머리를 한 동남아 여성-성숙함이 느껴지는 20대 후반의 띠엔이 앉아 있다. 그 위로

신참     응우엔 투이 띠엔, 스물일곱 베트남. 피해자는 남편이구요, 김철주 나이             쉰 둘 에 직업은 막노...건설노동자예요. 평소에도 부부 사이가 굉장히
          안 좋았대요. 사건 당일 밤에도 심하게 다퉜대고.

박형사와 신참, 걸어온다. 띠엔의 뒷모습보며 점점 가까이 가는데
띠엔 옆으로, 경찰서엔 쌩뚱 맞은 여행용 캐리어 보인다.

신참       공항에서 아이랑 출국하려다 잡혔어요.
박형사     애는
신참       보호소에요.

고요히 앉아 있는 띠엔. 그저 캐리어만 내려다보고 있다. 보면, 바퀴가 빠개진.

3. 동네 어귀 (과거)
덜덜 거리며 굴러가던 캐리어 바퀴, 삐끗 하더니 뒤집힌다. 다시 고쳐 잡는 띠엔,
5년 전의 앳된 모습으로, 하나로 묶어 올린 머리에 목에는 촌스런 꽃무늬 스카프.
그때 누군가 캐리어 손잡이를 잡는다. 철주다(주름과 흰머리로 50은 넘어 보이는)큰 가방 두개를 한 손에 몰아들고 다른 한 손으로 띠엔의 캐리어를 끌고 간다.

4. 동네 마트 앞 (과거)
잔뜩 굳은 얼굴의 띠엔, 캐리어 붙잡고 힐끗 가게 안을 보면 카운터의 마트 아줌마, 팔짱 낀 채 못 마땅한 얼굴로 서 있다. 그때 들리는 ‘찌이익’ 비닐 뜯는 소리.
아줌마 인상 팍 구겨진다.
철주, <비닐을 뜯지 마시오, 뜯을 시 변상> 경고문 써 붙인 앞에서 태연히 비닐을 뜯어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보면, 삼선 쓰레빠. 띠엔 발 앞에 놓는다.

철주        (툭)신어 봐. 이게 제일 편해.

띠엔, 아줌마 신경 쓰여 머뭇거리면 철주, 직접 발을 당겨 신겨준다.
그러더니 통에서 다시 새 슬리퍼 꺼내 비닐을 쫘악 잡아 뜯는 철주.
아줌마, 울그락불그락. 띠엔, 그거 보고 더욱 당황. 철주, 개의치 않고 또 신겨보는.
띠엔 다급히 ‘(베)괜찮아요’ 하는데 철주, 통에서 하나 더 집어 들어 뜯는다.

아줌마      (폭발) 거 싸이즈 하나야! 그만 뜯어 쫌!

5. 집(과거)
어두운 골방, 퀭한 눈으로 tv만 보고 있는 깡마른 노모. 띠엔, 그저 서 있고.
철주, 슬리퍼(#4)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뭔가 손으로 털고 후 불고 만져보더니

철주       (안에 대고)잠깐 있어. 바꿔올 테니까.

철컹 문 닫히는 소리. 띠엔 퍼뜩 놀라 거실로 나가면 철주가 없다.

INS- 문에 달린 통자물쇠. 철주, 잠글까 말까..고민 하다가 잠그고 간다.

빛바랜 벽지에 낡은 가구와 성인용 이동 변기, 기저귀 등 잡다한 물건들이 어지러이 널린 바닥. 찌든 때가 덕지덕지 앉은 가스레인지, 그릇으로 가득 찬 싱크대 설거지통...그 한 가운데에 가방들과 함께 남겨진, 표정을 읽을 수 없는 띠엔의 얼굴에서

Title in : 비 밀

(소리)박형사   뭐어? 묵비꿔언?

6. 경찰서 복도

박형사       (헛웃음)지가 그게 뭔 줄 알고. 뜻이나 안대?
신참         그게요..
박형사       됐고, 통역이나 불러. 오기 전에 확 몰아쳐놓고. 그래야 편해.
신참         이거요.(서류 보이는)
박형사       (건성으로 보다가 눈 휘둥글. 신참을 홱 쳐다보는) 진짜?

7. 동, 유치장
신체검사 후 옷을 입고(이때 얼핏 보이는 목 뒤의 화상자국) 입감되고 있는 띠엔. 
유치장 구석으로 가 웅크리고 앉는다. 바닥의 뭔가를 가만히 응시하는 위로

(소리)박형사   한국어 교사라고? 베트남 여자가? ....어떻게?

띠엔이 응시하고 있는, 바닥(마루 무늬 장판)에 묻은 얼룩.

8. 집(과거)
장판의 얼룩을 슥 닦고 지나가는 걸레. 띠엔, 바닥에 엎드려 걸레질 하고 있다.
그때 방에서 ‘어 어!’소리 들리면 띠엔, ‘네에!’하며 변기와 새 기저귀 들고 방으로 들어간다. 그 뒤로 보이는, 이제는 말끔한 싱크대와 깨끗이 정돈된 집안.

9. 시장(과거)
채소가게 좌판에서 손짓 발짓으로 이것저것 사는 띠엔. 얼핏 눈에 들어오는 베트남 여주. ‘(베)우와! 여기 여주도 파네!’ 띠엔, 반가움에 얼굴 확 피고, 다가가 만져본다.

채소        여주 살려고? 베트남 새댁 인가봐? 거기 사람들 이거 환장하지.
            (손에 침 묻혀 비닐 꺼내며)온 지 얼마나 됐어?띠엔        (못 알아듣는, 그저 베시시)
채소        (짠한)몇 개 줄까? (손가락 펴 보이며)1개? 2개? (하는데..)

콰다당! 청년 하나가 뛰쳐나오다 좌판을 뒤엎는다. 사람들 흩어지며 비명소리.
뒤쫓아 온 단속반들, 넘어진 동남아청년의 팔을 꺾어 수갑을 채운다.
청년, 고래고래 악을 쓰며 서툰 한국말로 도와 달라 소리치지만 시장 사람들 구경만 할 뿐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간간히 들리는 ‘불법 체류잔가봐’
동남아 청년, 울면서 자국어로 뭐라 소리치며 끌려가고...두려움에 굳은 띠엔.

채소       에유, 매번 저게 뭐래. 새댁은 그거 있지? 외국인등록증. 그거, (손으로             사각형 표시하며)쯩 말야, 쯩! 그거 지갑에 꼭 넣구 다녀.
           (턱짓)안 그럼 저래. 큰일 나.
띠엔       ......
채소       (부서져 나뒹구는 여주들 집으며)에이그, 못 쓰게 됐네. 그냥 줄게
           가져가. (조용)새댁? (고개 들면, 띠엔 저만치 뛰어가고 있다)

10. 동네 마트 앞(과거)
장바구니 들고, 생각에 잠겨 터덜터덜 오는 띠엔.

아줌마       시장 갔다 오는 거야?
띠엔         (두 손 모아 공손히 꾸벅, 서툰 발음) 네에. 와써요.
아줌마       오이. 들어가. (흐뭇하게 보는)

11. 집 (밤)(과거)
밥통에 김이 올라오고 있고, 가스렌지 위엔 찌개가 끓고 있는 평화로운 모습인데
집 이곳저곳을 마구 뒤지고 있는 띠엔. 뭔가 찾고 있는 듯.
이불장도, tv장 서랍도, 옷장 서랍도...손 까지 쑥쑥 넣어가며 뒤지는.

어두운 노모 방.... 살금살금 움직여 tv불빛에 의지해 장롱 서랍을 뒤진다.
그때, 철컹. 문 열리는 소리. 화들짝 놀라 서랍 닫고 나간다.
나이키 가방 내려놓고 안전화 끈 풀고 있는 철주. 들어온다.

띠엔        (쭈볏대다 꾸벅)와써요.
철주        (말없이 식탁에 봉지 내려놓는. 옷 벗어 주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띠엔, 옷 받아들어 탁탁 터는데 보이는... 다 낡아서 헤진 솔기. 살살 털어 거는데

철주        어이, (띠엔이 보면 턱짓으로 식탁) 그거. 챙겨.

식탁의 비닐봉지 열어보면, 여주가 들어있다.

띠엔        .......

띠엔 보면, 화장실에서 나이든 사람 특유의 어푸푸! 소리 요란하게 내며 세수중인 철주. 등에 파스가 여러 개 붙어있다. 며칠 계속 붙였는지 반쯤 떨어져 너덜거리고. 가만히 보는 띠엔.

왁자한 예능이 나오고 있는 tv앞에 저녁상 놓고 조금 떨어져 앉은 두 사람.
철주, 밥상이 아니라 술상인 듯 찌개 안주삼아 술만 마시고 있고.
띠엔, 며칠 굶은 사람 마냥 여주 볶음을 정신없이 먹어대는데 
어느 순간 철주와 눈 마주치면, 정신 들어 뻘줌하다. 입에 든 거 꿀꺽 삼키고
여주 볶음 그릇을 철주 쪽으로 슥 민다. 철주, 그냥 띠엔 먹으라는 손짓.
그때 방에서 들리는 ‘어!어!’ 소리에 띠엔, ‘네!’ 먹다 말고 일어나 간다.

시간경과
띠엔, 화장실에서 나오면 거실 바닥에서 그대로 잠든 철주. 잠시 보다가
철주 얼굴 앞에 손 흔들어보는 띠엔. 잠든 거 확인하고 슬며시 일어선다.

12. 골목(밤) (과거)
손목에 걸린 검은 비닐봉지 따라 올라가면 명함 손에 들고 통화중인 띠엔. 불안한.

띠엔        (베)....못 찾겠어요. 어딨는지. (듣고, 복잡한 표정)아는데....
            (주저)이 남자....그럴만한 집이 아녜요.
(f)브로커    (베,격한)자꾸 이럴 거야? 그 남자 사정 봐주다가 니 빚만 더 늘어!
             알잖아! 빨리 외국인등록증이랑 여권 찾아 나오라고!

13. 집(밤)(과거)
퍼뜩 잠에서 깨는 철주. 부스스 일어나 보면 베개에 이불까지 덮여있다. 뭔가 이상한. tv도 꺼져있고 조용한 집....띠엔이 없다!

벌컥! 농 서랍을 여는. 각종 통장과 금붙이 확인하는. 제대로 있다.
걸어둔 자기 옷에서 지갑을 꺼내 열어보는. 현금도 그대로 있다. 
다급히 거실 어느 곳 장판을 뒤집으면....거기 있는 띠엔의 여권과 외국인등록증!
그대로 있다. 장판 도로 덮고 일어선다.

14. 골목(밤)(과거)

(f)브로커    (베)3개월이야. 그 때까지 찾아서 안 나오면, 우리가 갈 거야.
            그럼 어떻게 되는 줄 알지?
띠엔        (두려운)
(f)브로커    위장결혼인 거 다 들통나서 쫓겨나고 이혼당한다고. 불법체류자 돼서
            빚도 하나도 못 갚고 강제추방! 그래도 좋아?
띠엔      (베,두려운)아니요! 할게요! 해요. 우선은... 제가 어떻게든 조금씩이라도      보낼게요. 근데... 만약 등록증 끝까지 못 찾으면요?
(f)브로커    (베)그냥 나와. 금붙이라도 들고.
띠엔        (베)예, (듣고)예에. (절망스런 표정으로 수화기 내려놓는)

힘이 빠져 스르륵 주저앉는다. 눈물이 날거 같아 무릎에 얼굴을 꾹 누르는.

15. 동네 일각(밤)(과거)
집으로 가는 띠엔. 손에서 흔들리던 검은 봉지가 멈춘다. 갈등하는 얼굴.
그때, 저쪽에서 타다닥 뛰어내려오는 철주.
띠엔의 시선으로 철주, 거칠게 숨 몰아쉬며 두리번거린다.
머리를 헝클이며 사방을 둘러보는 철주. 땀에 젖은 런닝셔츠 바람에 슬리퍼.
필사적으로 찾고 있다. 띠엔을. 

띠엔       (울컥)....오빠!
철주       (봤다)
띠엔       ....오빠.

오면서 점점 걸음 빨라지는 철주. 오자마자 있는 힘껏 철썩! 철썩! 뺨을 때리는 모습이 소리 없이 멀리서 보여 진다.
화난 철주, 띠엔의 손에서 비닐봉지 거칠게 뺏어 열어보면....파스가 들어있다.
 
               INS-  <쎄다! 강력하다! 신신파스>

16. 다문화센터 전경(현재)
다문화센터 간판 걸린 정문을 통과하는 박형사와 신참의 차.

17. 동, 센터장실 (현재)
박형사, 방에 전시된 사진과 각종 감사패, 기념패 등 둘러보고 있다.

INS- <한국어교실 중급반 수료식>걸개 앞에서 학생들과 찍은 기념사진. 가운데 선 띠엔에게 익살스런 표정을 지으며 팔짱 낀, 히잡을 쓴 여성(디안)이 보인다.

센터장       처음 왔을 때 다른 지원자들보다도 띠엔 조건이 월등히 좋았어요.
박형사       지원자들?
센터장      이게 월급은 적지만, 경력 인정받아서 공기업 특채나 공무원으로 갈                수 있거든요. 그네들한텐 꿈의 직업이죠. ‘안정적’인 신분이 급하니까.
신참         왜요, 한국 남자랑 이미 결혼했잖아요.
센터장       (으쓱)결혼했어도 귀화해서 국적 따기 전까진 다 외국인신분이에요.  
             외국인등록증 발급 받아서 그걸로 살아야 되죠. 매년 연장하면서.
신참         (아아) 
박형사       그래도 거기서 오는 여자들, 대부분 초 중졸 아닌가요?
센터장       (서류 가리킨다)한국 와서 정식학력 취득하고, 교원자격증도 땄어요.
신참         (이력서와 띠엔의 각종 자격증 사본들 보는, 두툼하다.)
센터장       거기다 띠엔은, 능력도 있었어요. 아무래도 공감대가 많다보니 학생들                집중도도 좋았고, 상담도 잘 해줬어요. (박형사 액자 집어 드는)

INS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재테크 강좌>마이크 잡고 있는 띠엔.
INS <제 8회 세계인의 날 기념 외국인 대상 수여식> 꽃다발과 상패를 든 띠엔, 그 옆에 디안이 보인다.

센터장        한 마디로 최고였어요. 센터 학생들의 롤 모델이고. 그에 비해
             그 남편은.... 가부장적이고 (질색)폭력적이고...
             (으쓱)아마 그 남편에 관한 건 동네 사람들이 더 잘 알걸요?

18. 공사 현장 (과거)
카카카카캉! 할석 작업 중인 철주. 기계 멈추고 깎인 돌덩어리들 발로 치우는데

인부1       (조금 떨어진 곳에서)어이! 김씨! 밥 먹으러 안 가?철주        먼저 가 있어!

  18-1. 현장 사무소 (과거)
철컹, 사물함 열리면 철주, 가슴팍 안주머니에서 띠엔의 여권과 외국인등록증(#13)꺼낸다. 곤색 손주머니에 넣어 옷 사이로 깊게 밀어 넣고 문을 닫는다. 다시 열더니, 옷가지와 물건 등으로 더욱 가려 놓고 문을 닫는.

19. 함바집 (과거)
인부들로 가득 찬 실내. 띠엔이 테이블 사이로 능숙하게 음식을 나르고 있다.
철주와 인부1,2, 재민(20대 젊은 남자)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인부2      (보고 활짝 웃으며)띠엔!(손 번쩍 흔든다)
띠엔       (웃으며 꾸벅)
인부1      (기특한)신났구만, 저렇게 좋을까. 용케 허락 했어 김씨?
인부2      뭐, 감시도 하고, (다 안다는 듯 철주에게 씨익)본전 생각하면.
철주       (의자 끼익 소리 나게 천천히 뒤로 기대는)
인부2      (물 벌컥 벌컥)
인부1     조심해서 나쁠 거 없어. 왜에, 형틀 반장 마누라 있잖아? 필리핀 여자.              도망 쳤대. 적금통장에 패물까지 싹 다 들고. 폐인 다 됐어 지금.
철주       (말 돌리는. 고갯짓).....이 친군 누구야?
재민       (앉은 채 꾸벅) 한재민입니다. 많이들 가르쳐주십시오.
인부1      십장이 우리팀에 넣었어. 군대 갔다 대학 졸업하고 왔으면 스물여덟?
재민       예.
인부2      야 좋다. 20대.

철주, 재민을 쳐다본다. 그때, 띠엔이 백반 내려놓는데 보면, 철주 그릇에
고기가 유난히 수북하다. 재민, 문득 보는. 철주, 무표정하게 밥만 먹는다.

20. 함바집 (다른 날)(과거)
띠엔, 함바 아줌마와 콩나물 다듬으면서도 수첩 놓고 더듬더듬 한국어 읽고 있는.

함바       새벽엔 불판 닦는다며. 내에 일하고 공부하고. 언제 자.
띠엔       갠차나. 한국말 잘 해며는 비싼데에 일 해요. 좋아.
함바       돈 벌어 어따 쓰게? 지금도 옷도 안 사 입고 영 꾸미지도 않으면서.
띠엔       (콩나물만 딴다)...... 

그때, 재민 들어와 냉장고로 간다. 아이스크림을 고르는

함바       그럼 남편한테 한글 좀 가르쳐달라고 해.(수첩 보며)혼자 그게 돼?
띠엔       (힘없이 고개 젓는)안 해. 술 먹어요, 자요.
함바       썩을 놈. 그런 놈이 뭐 좋다고 고기는 퍼다 줘? 내가 한번 이놈을..띠엔       (적극)아니야, 오빠, 나 걱정해요. 밤에 찾으러 왔어. 베트남에서도
           걱정해요. (손으로 목에 스카프 그리며) 스카프 선물 사줬어. 어 또...
재민       계산이요.
띠엔       (앞치마에 손 슥슥 닦으며 와서 보곤)그거 아니야. (꺼내는) 이거 좋아. 
           그 가면 아저씨들 욕 수태(숱하게) 먹는다?
재민       (구수한 아줌마틱 말투가 신기한)
띠엔       (눈 말똥) 왜봐?
재민       (퍼뜩)예? 아..아니요. (급히 돈 꺼내는데)

촤르르 떨어지는 동전. 어어..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허리 숙여 집는데 머리 빡! 부딪히는 두 사람 ‘악!’ 다시 주우려다 또 쿵! ‘아오!’. 두 사람 바보짓에 함바 아줌마
픽 웃고. 띠엔과 재민도 머리 문지르다가 풋! 동시에 웃음 터진다.

철주, 가게 안에서 두 사람 웃고 있는 모습 보다가.... 발길 돌린다.

21. 집(밤)(과거)
거실 한켠, 허름한 앉은뱅이책상에 앉아 공부중인 띠엔.
철주, tv앞에서 술만 연거푸 마시는 모양새가 기분이 언짢은 듯. 띠엔, 눈치 보다가

띠엔       (일부러 밝게)오빠. (연습장 들어 보이면)
           (‘김철주 ♥ 띠엔’ 서툴지만 또박또박 쓴) 잘 했죠?
철주       (별 감흥 없이 보곤 술만 마신다)
띠엔       (무안. 이번엔 책으로 다시 말 거는) 이거, 어떠케 읽어요? 오빠?
철주       (귀찮은 투)시끄러.(책 슬쩍 밀어낸다)
띠엔       (책 눈앞에 들이밀며) 이거만 (하는데)

와장창! 소주병을 던져버린 철주. 띠엔, 깜짝 놀라 웅크리는.
방에서는 놀란 노모의 ‘어어!’ 소리 들려오고... 띠엔, 놀란 얼굴 그대로 굳어있다.

(소리)아줌마   집안에서 뭐 깨부수는 소리야 가끔 들렸지.

22. 몽타쥬(현재)
1.동네 마트-박스 정리하는 아줌마 말하면, 박형사와 신참, 간간히 수첩에 적는.

아줌마      고된 일 하는 사람들 술 안 마셔? 마누라 좀 때리고 가끔 개판은
            쳤어도 누구 해코지하고 원한 사고 그럴 사람은 아니었어.
            
2.부동산-오래된 복덕방. 동네 사랑방 인 듯 노인 여럿 앉아 있다.

노인1       야밤에 난닝구 바람으로 뛰 나와서 애 뺨을 치더라고. 지 아버지도
            그랬는데 걔도 똑 그러대?
노인2     그래두 난 걔 불쌍해애, 애가 학교도 못 댕기고 배 타러 갔거든 돈                  벌러. 지 아버지 노름 병 술병 땜에.
노인3      그니까 얼마나 다행이여, 띠엔 같은 애 들어와서. 걔가 시어머니 똥오               줌 받아내면서도 한마디 불평이 없었어. 마지막까지 깨끗이 해서 보내              줬잖여? (다들 맞다고 고개 끄덕)

3.집- 노모의 영정사진이 내려다보고 있는.
각종 자격증 책이 빼곡한 책장. 하나 꺼내 보는 형사. 얼마나 봤는지 너덜너덜하다.
창가의 어항, 작은 물고기 두 마리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지나쳐 책상으로 가는.

앉은뱅이책상 위쪽 벽에 붙여놓은 신문 스크랩.
-'결혼이주자 성공시대' 송파구 다문화공무원, 그녀의 취업 성공 스토리
-동남아 출신 다문화 가정 여성 함평군 공무원으로 특별임용
-외국출신 이주여성 4인, 서울시 공무원으로 첫 출근

주머니에 손 넣고 휘휘 둘러보던 박형사, 식탁 위 얼핏 보이는...
펴 보면, 이혼신청서다. (아무것도 쓰지 않은)
박형사      .......

23. 시장(과거)
묘한 표정의 띠엔, 앞쪽에 가는 젊은 부부를 보고 있다. 유모차 끌고 가는 남편과 그의 팔짱을 낀 아내. 부부가 다정하게 얘기하며 가는 모습이다.

띠엔, 옆에 떨어져 걷던 철주에게 슬며시 팔짱 낀다. 그러고선 딴 데 보는.
철주, 팔을 뺀다. 무안한 띠엔, 앞에 가는 유모차 부부 보다가....씨이, 뭔가 받친. 철주 손을 덥석 잡아버린다. 철주, 손을 빼려하자 놓지 못하도록 잡은 손을 아이처럼 앞뒤로 흔드는 띠엔. 철주, 기막히지만 헤헤 웃는 띠엔.
철주, 체념하고 손잡고 간다. 그러다 띠엔, 뭔가 보고 ‘어?’ 하며 손 놓고 달려간다.  저만치 가 버린 띠엔. 철주, 허전한 손.

띠엔       (좌판 앞에 쭈그려 앉아 손짓) 오빠! 오빠! 이거!

금붕어 좌판 앞에서 큰 소리로 철주를 부르는 띠엔, 지나가던 사람들 철주 힐끗, 킥킥대는 소리 들리고. ‘오빠? 아빠 아니냐?’ 하는 소리들 철주 귀에 박힌다. 띠엔, 그저 물고기 보며 웃는 모습.

24. 동네 마트 앞 (과거)
작은 물고기 2마리 들어있는 봉지 들고 오는 띠엔, 기분 좋은. 옆으로는 무표정한 얼굴로 옆구리에 작은 어항(#22-3) 끼고 손엔 장바구니 들고 오는 철주. 함께 집으로 걸어오는데 갑자기 덜컥 멈춰서는 띠엔. 철주 ?
보면, 마트 앞에 썬팅한 회색 승합차가 서 있다. 띠엔, 긴장한 얼굴이다. 순간 승합차 문 드르륵! 

남자        사장님! 물건 왔어요!

마트로 박스 들고 들어가는 남자. 휴...작게 안도하면서도 아직 뻣뻣한 띠엔.
철주, 그런 띠엔을 이상하게 본다. 철주에게 어색한 미소 지어주는 띠엔

25. 집 (과거)(밤)
코 골며 잠든 철주. 철주의 갈라지고 터진 손 보다가 고개를 들어 집을 둘러보는
띠엔. 아기자기한 주방 소품들에, 어항에서 노니는 물고기, 앉은뱅이책상, 공부한 흔적들, 현관의 삼선 쓰레빠, 철주의 낡은 나이키 가방...자신의 손길이 닿은 집이다.

(소리)    (베)3개월이야. 그 동안 찾아서 안 나오면, 우리가 갈 거야. (#14)

띠엔, 괴로운 얼굴, 무릎에 파묻는다.

26. 경찰서 유치장 (현재)
무릎에 얼굴을 파묻은 띠엔 위로 소리. “응우엔 띠엔씨, 나오세요.”

27. 동, 조사실
띠엔 앞으로 슥 내밀어지는 서류. 뭔가 죽 적혀있다.

박형사      준비를 많이 하셨더라구요? 띠엔씨 명의로 된 통장이 5개에 휴대폰이
            11개, 신용카드 석장. 신용카드로는 한도까지 대출 받으셨구요.
띠엔        (꽉 다문 입술이 떨린다)
박형사    땡긴 돈이 억이 넘는데, 그 사람이랑 이 돈으로 베트남 가서 같이                   살기로 했나봐요?
띠엔        (그 사람이라니? 전혀 모르겠는 얼굴로 박형사 보면)
박형사      (이혼서류#22-3 내밀며) 식탁에 있던데, 힘 빼지 맙시다. 한국말도 잘              하시면서.

28. 동, 복도

박형사      죽은 남자, 나이가 50이어도 평생을 노가다 한 양반이야. 여자한테
            쉽게 당할 거 같아? 뻔하잖아. 이런 사건.
신참        ?
박형사      누가 하나 있을 거라고, 남자. 저 여자가 표 들고 공항서 기다린 사람.

29. 서점 (과거)
짐 가득한 장바구니 든 띠엔, 서가를 둘러보는데 툭, 옆 사람과 부딪힌다.
‘죄송합니다’ 하는데, <건설 안전기사 필기>들고 있는 재민. 동시에 “어?”

30. 공사장 입구(과거)
나란히 걸어오는 재민과 띠엔. 장바구니는 재민이 들고 있다.

재민       이젠 눈 감고 들으면 외국인인줄 모르겠어요? 공부 많이 하셨나 봐요.
띠엔       (웃는)아니요 더 배워야 돼요. 재민씨 많이 했죠. 대학교 다녔잖아요.
재민       (약간 뿌듯)사실...여긴 그냥 경험삼아 다니는 거예요. 현장에서 몇 년
           실무 해보고, 제 사업체 설립하려고요. 그 전에 필요한 자격증들 틈틈이             따 놔야죠.
띠엔       (아아, 감탄하며 보는)대단하세요. (우르릉...소리)
재민       띠엔씨도 나랑 똑같지 않나? 공부하고 그러는 게 ‘우린’ 둘 다..(하는데)

‘콰앙!’ 커다란 굉음. 곧이어 “사고다! 스톱! 스톱!” “거푸집 무너졌어!”  

재민       (중얼)거푸집..이면
띠엔       (사색)오..빠... (달려간다)오빠!
재민       띠엔씨! 위험해요!

31. 동, 사고현장(과거)
띠엔, 정신없이 달려 들어가는데 무너진 바닥에서 기어 나오는 인부2

띠엔       (일으키며)아저씨! 괜찮으세요?

띠엔, 다급히 안쪽을 보지만 철주는 없다. 급한 대로 인부2 부축해 나오는데
“위험해!”소리. 띠엔 고개 드는데, 와르르 무너지는데서.

32. 이발소(과거)
한가하고 조용한 이발소. 철주, 무표정한 얼굴. 이발사가 머리에 약을 바르면 철주, 뒷머리까지 잘 발리게 하려는 듯 목을 쭈욱 뺀다.

이발사      요즘은요, 약이 좋아져서 자주 하셔도 머리 안상해요. 봐 인제, 쫌 이               따가. 10년은 젊어 보이지! 고개 쪼금만 요쪽으로.
철주         (과도하게 옆으로 목을 쭉 빼는)

33. 병원 입구(과거)
흙먼지 투성이에 엉망인 머리칼, 상처와 피 묻은 띠엔의 얼굴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재민의 등에 업힌 띠엔. 재민 ‘비켜! 비켜요!’ 달려오고.

34. 병원(과거)
인부1,2, 함바 아줌마, 그 외 인부들 서넛 서 있고. 재민, 스테이션에 항의 중이다.

인부1     (핸드폰 들고 안절부절)아유 이 친구, 왜 전활 안 받어어.
재민      (버럭)지금 국적이 문제에요? 여기 이렇게 한국사람 많은데, 그깟 외국인
          등록증 없다고 안 된다뇨! 저러다 사람 죽으면요!
간호사    규정상 외국인등록증 없인 접수가 안 됩니다. 남편이세요?
재민      내가 신원보증 한다구요! 내가! (돈 꺼내며)돈도 있어! 봐! 치료하라고!

35. 현장 사무소(과거)
새까만 머리의 철주, 자신도 영 어색한지 자꾸만 신경 쓰여 만지작거리며 들어온다.
고개 숙인 채 혼자 앉아있는 재민.  철주, 힐끗 보고 사물함으로 가는데.

재민       (고개 숙인 채)......아저씨, 어디다 뒀어요? 띠엔 등록증.
철주       (꿈틀)그걸.... 니가 왜 묻지? 무슨 상관인데.
재민       (낮게)사람이 죽을 뻔했어...(버럭)그거 없어서! 띠엔이 죽을 뻔 했다고!
철주       (놀라는)뭐..?
재민       (툭)그렇게 자신이 없어요?
철주       (!)
재민       얼마나 자신 없고 못났으면! 그런 걸 숨겨서 잡아놓습니까!!

철주, 재민의 멱살 덥석 잡아 일으킨다. 그때 들어오던 사람들 놀라 말리는

재민       불쌍하지도 않아요? 가난한 애 데려와서 부려먹으면서. 나라면! 내가 띠             엔 남편이었으면, 다 돌려주고 바로 귀화시켜 줄 겁니다! 당당하니까!철주       (핏발선 눈, 멱살 그러쥐고 부들부들) 
확! 밀치고 나가버리는 철주. 조용해지는 사무소.

36. 병원, 스테이션(과거)
퇴원 수속중인 띠엔, 인사하고 가려는데, ‘잠시만요’ 간호사가 붙잡고 어디론가 안내한다. 영문 모르고 따라가는 띠엔, <산부인과 병동>으로 들어간다.

(소리)함바   (기막힌)그 사고 났을 때도 병문안 한 번을 안 와보더라고.

37. 함바집(현재)
박형사 우걱우걱 밥 먹고 있다.

함바       어쩌겠어? 그런 놈인걸. 한국 남자들 원래 표현 잘 못한다고 그래줬지.
박형사     그 한재민이란 사람은 띠엔씨랑 무슨 관곕니까? (그런 관계죠? 눈빛)
함바       (손 사레)에이! 아니야 그런 거. 둘이는 그냥 친구.
박형사     (꺼억!, 일어서며)지금 사무소에 있습니까?
함바       아냐, 몇 달 전에 자기 사업 한다고 그만 뒀어.

38. 현장 사무소(현재)
박형사, 철주 사물함 열어 본다. 이런 저런 옷가지와 핸드크림, 양말 등. 그러다
손에 뭔가 잡혔다. 깊이 손을 넣어 꺼내보면 곤색 손주머니(#18). 뭐지? 열어 보면
텅 비어있다. 도로 사물함에 넣는데 핸드폰 울린다. 받으면.

신참(f)      금융거래 조회 나왔는데요 별다른 돈 흐름은 없는데요? 베트남 송금도               5년 동안 띠엔씨가 천만 원 정도 보낸 게 전부구요.
박형사       (찌푸리는) 그래?
신참(f)      네. 근데 띠엔씨 계좌에 이상한 게 있어요. 입국 후부터 작년까지 매               달 국내 송금을 했어요. 한국인한테.
박형사       어딘데 (사물함 닫고 나간다)

39. 현장 사무소(과거)
철컹, 사물함 여는 철주. 곤색 손주머니에서 띠엔의 여권과 외국인증을 꺼낸다.
보다가...결심한 듯, 뒷주머니에 꽂아 넣고 나간다.

40. 현장 사무소 밖(과거)
쇼핑백을 든 띠엔, 함바집에서 나오면 같이 나오는 함바 아줌마와 인부1,2. 띠엔의 손과 어깨를 토닥이고 얼른 가서 쉬라는 손짓. 세 사람 들어가면 철주, 띠엔에게 다가간다. 뒷주머니에서 등록증과 여권 꺼내는데, “띠엔씨!” 재민이 뛰어온다.

재민       왜 나왔어요 오늘 퇴원했으면서. 더 쉬지.
띠엔       (웃는)괜찮아요 많이 쉬었어요. 아, 저 부탁 있는데요.

철주의 시선으로, 가까이 붙어 쇼핑백에서 교재를 꺼내 뭔가 이야기 하는 두 사람.
철주, 보다가 그냥 뒤돌아 가는데 띠엔, 철주를 본.

띠엔       오빠!

띠엔, 재민에게 쇼핑백 넘기며 꾸벅 인사하고 철주에게 뛰어 온다. 그러다 멈칫하더니 천천히 걸어오는.  철주, 엉겁결에 외국인증과 여권 쥔 손 뒤로 감춘다.
띠엔도 주머니에서 뭔가 꺼내서 손 뒤로 하고 와 마주 선다. 둘 다 말이 없는데

띠엔        ......머리, 했네요? 처음 같아요.(웃는)
철주        (웃는 얼굴에 등록증 손 꽉 쥐는) 몸은.
띠엔        괜찮아요. (의미심장)아아주 괜찮아.
철주        잘됐네.

다시 말이 끊겨 한 동안 조용. 둘 다 뒤로 한 손을 꼼지락 거리며 말을 고르는 듯

띠엔        그거요, 내 등록증. 오빠가 갖고 있는 거 맞죠?
철주        (꽈악..쥐다가 손 앞으로 내밀려는 순간)
띠엔        안 줘도 돼요. 오빠 갖고 있다가 주고 싶을 때 돌려주세요.
철주        ......
띠엔        그리고 이건.....오빠 등록증이에요. (손 내밀면 엉겁결에 받는 철주)
            (괜히 빨개진 얼굴)이따 집에서 봐요. (하고는 총총 간다)

손을 내려다보는 철주.  INS- <산모수첩>

41. 집(밤)(과거)
모두 잠든 집, 작은 스탠드 켜고 앉은뱅이책상에 앉아 신문을 오리는 띠엔.
책상 벽에 정성스레 붙이고 조금 뒤로 가서 본다.
          <외국출신 이주여성 4인, 서울시 공무원으로 첫 출근>(#22-3)
           <송파구 다문화공무원, 그녀의 취업 성공 스토리>(#22-3)

그들의 길을 눈에 담을 듯이.

어두운 방. 철주,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에 의지해 산모수첩에 있는 초음파 사진을 보고 있는데 방으로 들어오는 띠엔.
철주, 얼른 수첩 내리고 자는 척하는데 띠엔, 철주 얼굴에 손 흔들어 잠든 거 확인한다. 뭔가 이상한 철주...긴장해 손에 힘이 들어가는.
띠엔, 옷장 열고 겉옷 꺼내는데 조심스레 움직인다는 것이 느껴지고...
자는 척 감은 눈 파르르 떨리는데 문 열고 나가는 소리. 철주, 부스스 일어난다.

42. 공중전화 박스(밤)(과거)
띠엔, 명함(#12)들고 통화중이다.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태도.

띠엔        (베)아뇨, 안 나갈래요. 여기서 살고 싶어요. (분명히) 이대로 이 사람
            이랑 살 거예요.
(f)브로커    (베)뭐어? 야! 너 미쳤어? 내 돈은 어쩌고! 니 빚!
띠엔        (베, 듣고/배짱)말 하시던가요. 그럼 나도 신고하죠 어차피 그쪽도
            떳떳하지 않잖아. (사이) 어떡할래요, 지금까지처럼 돈 계속 받을래요..              아님 둘 다 추방에 감옥 갈까요. 돈은 확실히 갚을 거예요 안정적으로.

얼마큼 떨어진 곳. 철주가 통화중인 띠엔을 보고 있다.

43. 함바집(과거)
TOPIK 교재 놓고 공부중인 띠엔. 재민도 <건설 안전기사 필기> 교재 놓고 마주앉아 함께 공부한다. 띠엔 뭔가 물으면 재민, 입 크게 벌려 천천히 발음해준다. 재민 입모양 보며 따라하는 띠엔. 재민, 입에 볼펜을 물고 발음. 띠엔, 시키는대로 볼펜 물고 교재를 읽는다. 그런 둘을 기특하게 쳐다보는 함바 아줌마, tv볼륨을 줄인다. 재민, 열심인 띠엔 보며 기분 좋은 미소.

44. 현장 사무소(과거)
핸드폰 걸고 있는 철주, 뚜르르 신호 가고, 철커덕. 연결되면

철주        거기가...어딥니까? (손에 든 명함#12-<인력개발 하노이>본다)

45. 인력개발 소개소(현재)
벽에 <인력개발 하노이> 명판 붙어있는 허름한 사무실, 작은 베트남기와 태극기 장식되어 있고. 소파에 박형사와 신참 나란히 앉아있다. 맞은편에 한국인 남자.

브로커      걘 목선이 지인짜 이쁜데 그쪽에 화상이 좀 있거든. 계속 빠꾸 먹었지      뭐. 여튼 그래서 진 빚 내가 떠안고 데려온 거라구요. 매달 송금 받은
    거? 그거, 받을 돈 받은 거예요. 범죄 아니고. 
박형사      (무심히)시집 와 잘 살고 있는 애들 가출 유도해서, 유흥가에 취직
            시키고 커미션 받는 게 범죄지.
브로커      (흥분)아 걔는, 거기서부터 그러기로 하고 온 애라니깐! 원래부터 위장
            결혼이었다구요. 와서 3개월 있다가 여권이랑 외국인증 발급 되면
            들고 나오기로 돼 있었는데, (아까운)아 그걸 그 남편이 숨겼잖어?    
신참        (끊고)왜요?
브로커     (당연)도망 갈까봐. 돈 내고 데꾸 왔는데 가출하면 어뜩해? 하여간 그               남편도 독한 놈이요. 그렇게 부려먹고 귀화도 안 시켜주고.
신참        그럼 남편은 전혀 몰랐던 건가요?
브로커      그치. (뒤로 기대며)근데 뭐, 어디 끝까지 가는 비밀이 있나?
박형사      (보면)
브로커      그 남편이 왔었어요. 띠엔은 영 모르던 눈치더만.

(과거)
박살나고 엉망이 된 사무실. 발이 공중에 떠 발끝으로 겨우 서 있는 브로커, 트위스트를 춘다.

브로커      (멱살 제대로 잡힌)켁켁, 아니 선생님,,저희가 띠엔을 괴롭힌 게 아니                라...받을 돈 받은 거.(더 콱!)
철주         무슨 돈, 왜 니들이 내 마누라한테 돈을 받아. 걔 힘들게 번 돈인데.
브로커       (켁켁)빚..빚..
철주         뭔 빚
브로커       (목 졸려) 왜 이러세요 선생님, 다 아시면서!
철주         (흔들고)무슨 소리야.
브로커       당신도 어차피 걔 좋아서 고른 거 아니잖아.
철주         뭐? (뚝 멈추는)
브로커       (목 가리키며)하자 있는 애면 안 도망갈 거 같으니까 고른 거 아냐!
철주         (멱살 놓치는, 낮게) 아, 아니야, 나는..(하는데)
브로커      (허이구)당신은 아니어두 걔는 그래요. 걔가 뭐, 당신이 좋아서 결혼                했겠어? 그냥 한국 올려구 한 거지. 돈 벌고 국적 딸려고.
철주         (벽으로 밀치며)이...! (낮게)아니라고.
브로커       그러게 잘 좀 해주지, 걔가 왜 갑자기 센턴지 공무원인지 되겠다
             설치겠어!
철주         (보는)
브로커       당신이 하도 쪼니까. 걔 공무원 되고 국적만 따봐. 당신이랑 끝이야.
             왜 붙어있어? 늙은 놈이랑? 아빠뻘이나 되는 노가다 뭐 좋다고 그                 젊은 애가! (콱)사랑한 것도 아닌데!!
철주       ...
브로커      못 알아들어? 위장결혼이라구. 당신 걔한테 속은 거야!

순간 정적. 침묵이 흐른다.... 철주 뒷모습, 움직이면 움찔 하는 브로커. 철주, 브로커 그냥 지나쳐 나간다. 걸음걸이마다 부서진 파편들 빠작빠작 밟히는 소리.

(소리)브로커    마누라가 그런 심산인거 알았으면 내 집서 내 밥 먹고 사는 것도
                꼴 보기 싫을 텐데

계단을 내려가는 철주의 뒷모습. 흰 머리가 다시 자라 뒷덜미가 희끗.
덜컥. 무릎이 꺾여 푹 주저앉는다. 난간을 붙잡고 일어서려 기를 쓰는 뒷모습.

(소리)브로커    안 내쫓고 그냥 살대?

철주, 무표정한 얼굴에 눈물이 고인다. 흐르지 않게 버티는데서.

(현재)
브로커      (픽) 지가 생각해도 지 처지가 한심한지 나중에 보니까 (턱짓)요                앞 계단에서 병신같이 질질 짜고 있더라구요, 그 덩치에. 아, 새끼.   힘만 드럽게 쎄서. (낄낄)

46. 차 안
신참, 운전 중이고. 조수석의 박형사, 긴 하품 하는데

신참         (툭)선녀와 나무꾼 같아요.
박형사       뭐?신참         (으쓱)나무꾼도 날개옷 숨겨서 못 가게 잡아 뒀잖아요.
박형사       (픽)외국인등록증이 날개옷이냐? 동화나 그렇지, 이건 현실이야.
             필요에 의한 ‘거래’라고. 이런 결혼을 왜 매매혼 이라고 부르겠냐?
신참         ?
박형사      걔들이 여길 왜 오겠어. 너라면, 말도 안 통하는 나라에 나이도 엄청                많은, 아빠뻘 남자한테 시집오고 싶겠냐?
신참         사랑 한다면야....
박형사       (헛웃음)사랑? (차창에 턱 괴고 보는) 너, 저런 결혼이 어떻게 진행되               는 줄 아냐?  죽 서 있는 다고 한 방에. 열 명에서 스무 명 가량.

47. 몽타쥬 (과거)
1. 맞선 장소
스무 명 가량의 여성들 서 있고, 그 앞에 철주(검게 염색한)를 비롯한 한국 남성 5명이 앉아 있다. 띠엔, 어떻게든 눈에 띄어보려고 가운데 서 있는데
브로커, 현지마담과 서 있다가 눈 부라리며 고갯짓 휙! 하면, 구석으로 간다. 머리카락 계속 내려서 목덜미를 가리는. 무심히 앉아 있던 철주, 그런 띠엔을 본다.

(소리)박형사    그럼 한 5분? 그중에서 하나 골라. 그리고 한국 식당가서 밥 먹지.     
2. 식당
철주, 띠엔이 먼저 고를 수 있게 메뉴판(베트남어-한국어 표기) 넘겨주면
띠엔, 놀라서 아니라고 먼저 하시라고 돌려주려는데 철주, 띠엔 먼저 보라는 손짓. 띠엔, 자신을 선택해준 것만도 고마운데...약간 감동한. 철주와 눈 마주치면 얼른 메뉴판을 보다 무심코 고개 깊게 숙이는. 그때 보이는 목 뒤의 화상. 철주, 가만히 보면....띠엔, 그 시선을 느끼고 뭔가? 하다가 아! 얼른 손으로 목의 화상을 가린다. 머리를 정돈해 가리면서 어쩔 줄을 모르는 띠엔. 알몸이라도 보인 양 수치스러운.

(소리)박형사    그리고 나서 반나절 정도 같이 시내 구경 다니고. 그게 데이트지

3. 시내
철주와 떨어져 걷던 띠엔, 또 탈락이구나 싶어 실망스런 표정 짓다가, 마음 다잡고 일부러 밝은 표정 지으며 철주 옆으로 다가간다. 망설이다가 용기 내어 슬며시 팔짱을 끼면 쳐다보는 철주.(#23과 같은) 그 반응에 민망하고 무안하고...조용히 손을 빼는 띠엔. 철주 혼자서 그냥 간다.
띠엔, ‘(베)저...저기’ 돌아보는 철주. 하지만 더 붙잡지 못하고...철주 척척 가면 참담함에 고개 떨구는 띠엔. 혼자 남겨진다. 고개 숙인 채 눈물 차오르는.

(소리)박형사    그리고 다음날 결혼식이야. 다다음날 남편만 귀국하고. 여잔 또 몇                  달 뒤에나 와요.

눈물 닦고 고개 들면, 저쪽 좌판에 쭈그려 앉은 철주가 보인다. 뭔가 사갖고 오는.

(소리)형사    몇 천이란 돈을 내고, 이삼일 만에 후딱 끝나는 결혼...
             거기에 뭐가 있을 것 같냐? 신뢰? 사랑?

48. 유치장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고 있는 띠엔

INS- (#47-3과 연결되는)
봉지를 내미는 철주. 당황한 얼굴로 받는 띠엔. 열어보면 싸구려 꽃무늬 스카프(#3) 꺼내보는 띠엔의 손. (스카프, 철주가 나름 고른 거지만 촌스럽고 조악한)

띠엔, 내려다보던 손에 얼굴을 묻는다.

(소리)박형사     목적이야.

49. 차 안

신참        목적...?
박형사      (으쓱)남잔 자기랑 결혼해 줄 여자, 여잔 돈과 국적. 그 목적이 깨지면
            같이 있을 이유가 없지 남는 건 분노뿐이고. 하난 자기 인생을 걸었고,              하난 큰돈을 걸었으니까. (단호)사랑은 없어. 목적만 있었을 뿐이지.
신참        ......
박형사      니가 선녀라면, 나무꾼을 사랑하겠냐? 니 날개옷 갖다 숨겼는데?
           (서류보는) 나 내려주고 넌 센터로 가서 친했던 여자들 좀 찾아봐.

INS - 띠엔의 출입국 관리 기록

50. 출입국관리사무소(과거)
화면가득 철주의 얼굴, 외국인등록 창구 직원을 보고 있다.

출입       아이는 하나 있으시고...어, (호의)아내분이 다문화센터 직원이네요?
           적응 잘 한 거고..그럼 귀화 신청이신 거죠?
철주       아뇨. 외국인, 등록연장...으로.
출입       (한숨, 펜 놓고 팔짱끼는) 결혼한 지 벌써 5년 됐는데 계속 연장만 하고
           국적 안 주시면, 여자들 싫어합니다. (턱짓) 괜찮겠구만 뭐.

보면, 태훈을 꽉 껴안고 장난치고 있는 띠엔. 간질간질, 태훈 까르르 웃는 소리.

51. 공사 현장(과거)
쉬고 있는 인부들. 철주, 무릎을 만지는데 ‘어이! 김씨 아저씨!’ 보면 재민이 손짓해 부르고 있다. 작업복 안에 넥타이와 셔츠, 머리는 깔끔하게 뒤로 넘겨 빗은 재민.

52. 현장 사무소(과거)
재민, 도면 펼쳐진 책상에 앉아 있고. 철주와 인부1,2 서서 듣는
철주, 재민 앞에 놓인 도면과 각종 시방서들 본다.

인부1       구민회관 증축공사? 다문화센터 옆에?
재민        예, 그쪽에 형틀이랑 시멘트가 빠졌대서요. (인부1,2 아싸!)
철주        ....난 그냥. 여기서 일 하고 싶은데.
재민        일부러 아저씨들 드린 건데. 싫으세요?
인부2       (손 사레)아유, 아냐아냐! 싫기는. 어떻게, 지금 바로 가까?

53. 거리(과거)
철주, 나이키 가방. 인부1,2 각자 작업 가방 하나씩 들고 길을 가는

인부1       표정이 왜 그래? 관급이라 입금 확실하고 증축이라 널널해 좋구만.
인부2      그래, 일부러 챙겨준 거 아냐. 재민이 걔가 의리가 있어. 그치? (사이)              근데 그런 놈이 왜 여직 장가를 안 간다냐?
인부1       공사판 일하는 걸 요즘 아가씨들이 싫어한다잖어.
철주        (순간 멈추고 무릎 잡는)
인부1       아직도 그래? 벌써 꽤 됐는데.
철주        (팔 치우며)별거 아냐.
인부2       나이는 못 속여. 잘 챙겨야지, 우린 몸이 재산이야.
인부1       자네 걱정이나 해. 이 친구가 뭐가 걱정이야? 띠엔이 잘 나가는데.

도착한 다문화센터로 인부1,2 들어가지만 철주, 정문 앞에 서서 센터를 올려다본다.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철주의 얼굴 위로 시끄러운 콘크리트 드릴 소리 -카카카카캉!

54. 다문화센터, 증축 공사장 (과거)
소음과 먼지. 가라앉으면 철주, 후우...안전모 벗고 땀을 닦는다. 고개 들면 센터 본관에서 직원이 찌푸리며 창문을 쾅 닫는다. 그 위층, 띠엔이 몸을 쑥 빼고 신나게 손을 흔들지만 철주, 모른 척 안전모 쓰고 다시 드릴 잡는.

55. 다문화센터, 강의실 (과거)
드릴 소리 작게 들리다가 점점 사라지면.
<우리 가족은 ____명 입니다> <제 남편의 직업은_____입니다>쓰인 칠판 앞으로
단발의 띠엔, 자신감 넘치는 표정에 성숙한 직장여성 모습으로 강의 중이다.

여자        (완전히 서툰 한국어)우리 가조근, 삼 명 임미다.
띠엔        (능숙한 한국어) ‘세 명’ 입니다.
여자        세 명 임미다. 제 남편의, 지...지(띠엔, 직업) 지겁은 노가다 임미다.

학생들 몇 명 킥킥대면 여자, 뭔진 모르지만 위축되고. 부끄러워 고개를 숙인다.

띠엔       (학생들 보며)왜요? 노가다, 좋은 직업이에요. 하지만 예쁜 말 아니에요.              예쁜 말로 하면 ‘건설 노동자’.
여자2       (약간 서툰, 진지)노가리는요? 같은 뜻 말이에요?           
디안        (몸 돌리며, 능숙)아이 참, 그건 맥주집! 가서 너 잘 먹는 거!
            (몸으로 지느러미와 꼬리 펄럭이는 코믹한 시늉) 생! 선!

디안의 익살에 빵 터지는 교실. 띠엔도 함께 아하하! 웃고, 모두를 보며

띠엔        여러분이 사는 집이나 여기 센터같이 (여자에게)이 세상에 꼭 필요한
            건물들을 만드는 훌륭한 직업이에요. 선생님 남편도 건설 노동잔데?
여자        (그제야 환해진다)
띠엔        (웃으며)아주 잘 했어요. (앉으면) 이번엔...우리 생선? 해보세요.
디안        (벌떡)네에! 우리 가족은 네 명입니다. 제 남편의 직업은 회사원입니다.

56. 동, 센터장실(과거)
센터장 앉아있고, 띠엔 서서 듣는

띠엔          제가요?
센터장        응. 자기가 기획한 재테크 강좌 있지? 정식으로 채택돼서 올라갔어.
띠엔          (놀라는)
센터장        그걸로 이번 외국인대상 후보에 오른 거야. 장관상이라고! 올해나
              내년쯤에 공무원 특채, 한번 도전해 볼 수도 있겠어.
띠엔          (기쁜)
센터장        아휴, 띠엔씨 남편은 무슨 복이야? 얼굴 한 번 봐야 되는데.
띠엔          (웃으며)조만간 보여 드릴게요.

57. 집(밤)(과거)
앉은뱅이책상에 앉아 노트북으로 작업 중인 띠엔. 워드, 액셀 등이 띄워져 있고 강의 계획표, 기획서 능숙하게 작성하는데 뒤로 tv예능 프로 웃음소리 너무 시끄럽고.

띠엔       (쓰면서)오빠 소리 조금만 (태훈이 와서 무릎에 털푸덕)오빠 태훈이 좀..

조용해서 보면, tv앞에서 잠든 철주. 띠엔, 술상 저쪽으로 밀고 베개를 베어준다.
문득 흰머리 쓸어보는데 철주, 끄응 소리. 다리가 달달달달 떨리고 있다.
경련 일어 아픈데 술 취해 깨지는 못 하고 소리만 끙끙.
띠엔, 다리를 꾹꾹 주물러준다. 무릎을 집중적으로 마사지 해 주는.
태훈, 엄마 따라 고사리 손으로 주무르는 시늉. 그 모습에 띠엔, 환하게 웃는다.

58. 다문화센터, 공사장 (과거)
가림 막으로 연결 통로만 막아 놓은 증축 공사장. 안전모 쓰며 현장으로 들어서는 철주와 인부1,2. 그때, 센터로 들어오는 띠엔과 재민. 재민이 바래다주는 모양새다.
 
인부2       어? 또 같이네. 어제도 시내에서 둘이..(인부1, 목장갑으로 입 찰싹)웁!
인부1       공사 때문에 왔다가 만났나부지, 친하잖아. 얼른 가자구.(데리고 가는)

철주의 시선으로,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둘. 정장을 입은 재민, 더 훤칠해 보이고.

띠엔        정말 감사해요.
재민       아니요, 아저씨야 워낙 실력 있어서 띠엔씨 부탁 아니었어도 이쪽으로              빠졌을 거예요. 관급 공산 제대로 해야 되거든요. 그리고, 제가 더
     고맙죠. (빨간 리본이 묶인 작은 상자주며)자요, 뇌물
띠엔        (받고)이게 뭐에요? 어우, 이런 거 안 줘도 되는데.
 
띠엔, 무척 기뻐하는 얼굴. 재민, 뒤 이어 편지도 건넨다.
띠엔, 편지와 선물 핸드백에 넣고 막 웃으며 재민 팔도 툭툭 때린다.
안전모 쓰며 공사장으로 들어가는 철주. 절뚝거린다.

59. 다문화센터, 사무실(과거)
누군가의 시선으로 창문을 통해 보는 사무실. 모두 수업, 업무에 들어가고 없는.
띠엔의 핸드백(#58) 열어서 뒤지는 손. 철주다.
하지만 핸드백엔 지갑만 보이고. 책상 서랍을 뒤지는데

(소리)거기 누구시죠?

화들짝 놀라, 돌아보면. 의심스러운 표정의 센터장이 서 있다.

시간경과
사무실 문 벌컥. 디안과 함께 달려온 띠엔 숨 몰아쉬고 보면, 먼지 묻은 작업복에 안전화 차림의 철주. 직원들,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는 듯 뱅 둘러서서 다그친다.

센터장       공사장 인부가 왜 함부로 들어와서 직원 가방을 뒤지냐구요.

철주 보면, 저쪽 책상에 띠엔 핸드백(#58) 걸려있고, 파티션에 붙어있는 이름표 <응우엔 띠엔> 철주가 뒤졌던 책상엔 다른 이름표. 자리 주인인 여직원이 핸드백(띠엔 것과 똑같은)을 가슴에 꼭 끌어안고 의심스런 눈으로 철주를 보고 있다.

철주         (대답 없이 이름표만 보고 있다)
띠엔         오빠! (사람들 모두 놀라는) 제 남편 맞아요....(난처)신고하지 마세요.

60. 경찰서(현재)
경찰심벌 타이트 샷. 그 너머 책상에 턱 놓이는 낡은 나이키가방.

박형사       누구 건지 알죠? (일부러 물건 하나하나 꺼내며 표정 변화 살피는)

목장갑, 양말, 속옷 같은 잡다한 물건들 나오는데, 앙증맞은 표지의 아이들 공부책 <반갑다 한글!> 박형사, 뭐지? 싶은데.

띠엔        (입 여는, 가라앉은)우리 아들 거예요. 남편이 생일선물로 사줬던 거.
박형사      드디어 듣네요, 목소리. (사이)남편이 아들을 많이 아꼈나 봐요?

다시 말 없는 띠엔. 박형사, 포기하고 가방을 옆으로 밀어놓는다.
          
박형사    (후우...뒤로 기대며 골치 아프다는 듯 책상 톡톡)계속 그러시면 나중                에 법정 가서도 불리해요.
띠엔        (힘없이 고개 젓는)전 안 죽였어요. 제가 왜 남편을...그러겠어요.
형사        (즉답)화나서. (사이)다 숨겨놓고 안 놔주니까.
띠엔        (본다)
형사        (몸 앞으로 당기며)위장결혼으로 온 거 다 알아요.
            당신, 결혼생활 생각 없이 ‘목적’이 있어서 들어왔단 거.
           
(소리)디안   아니에요!

61. 다문화센터, 복도
마주 서 있는 신참과 디안

디안        형부가 언니 싫어했지, 언니는 절대 그런 적 없어요.
          
INS- 동, 빈 강의실(과거)
마주 앉은 띠엔과 디안. 디안은 속내 털어놓다 눈물 터진 모양새다.

띠엔       (손 붙잡고 다독이는)힘든 거 알아. 우린 빨리 결혼했잖아. 남편이 못
           믿는 거 당연해. 나도 그랬어.
디안       (훌쩍이며 본다)?
띠엔       사랑이나 믿음도 쌓이는 거야... 난 가끔, 남편 잠든 걸 본다? 다 갈라진
          손에 무릎도 맨날 아파해. 근데 다음날이면 또 작업가방 챙겨서 나가는             데 안쓰럽고 고마운 거야. (웃는)내 마음이 그렇더라고.
             
디안    형부 나이 많아요. 더 있으면 일도 못하게 될 거 같다고...다리도                      아프고 사고, 자주 난 대요 거기. 그래서 형부 빨리 그만 두게
           자기가 안정적인 직업을 가져야 된댔어요.

62. 서점(과거)
자격증 서가를 기웃 거리고 있는 철주. 건축기사 책을 꺼내 한두 장 넘겨본다.
도로 꽂아 넣고 점원에게 다가간다.

철주        여기, 한글 공부하는 책은 어딨습니까? 애들 용. 쉬운 거요.
점원        손주분이 몇 살이신데요?

계산대에 놓이는 아이 책(#60<반갑다 한글!>)

점원        선물이세요? 포장 해드릴까요?
철주        (생각하다가)그냥 주세요.

63. 다문화센터, 증축공사 현장(과거)
철주, 서점 봉투 들고 오는데. 인부1,2 말 하다가 철주 보고 쉿쉿 하며 멈춘다.

철주        뭐야.
인부2      뭐가? 아니야아. (말 돌리는)그거 태훈이 생일선물 산거야? 이야 세월               빠르다, 벌써 4살이야 걔가. 일찍 들어가야겠네.
인부1       으이그, 숨기는 게 능사가 아니야.
철주        ?
인부1       아까 오전에 이 친구가, 재민이 띠엔 만나는 거 또 봤대. 근데...(눈짓)
인부2       (에이 모르겠다, 내지르는)둘이 호텔로 드가더라!
철주        !

64. 마트 앞(밤)(과거)
작은 케익 상자 들고 오는 띠엔. 마트 아줌마 ‘태훈이 생일?’ 인사 하는데

띠엔        저희 오빠 들어왔어요? 전화를 계속 안 받네.
아줌마      일찍 들어왔어. 아까 전에 집으로 가던데?
띠엔        (얼굴 환해지는)그래요? 먼저 왔구나. 갈게요.
아줌마      오이, (가면 뒤통수에) 어쩌냐....오늘은 더 많이 사갔는데.

집으로 가는 띠엔 얼굴이 환하다. 기대에 부푼
 
65. 집(밤)(과거)
띠엔, 보면....tv앞에서 빈 소주병 끌어안고 잠든 철주. 장난감 자동차들을 철주 몸 위에다 늘어놓고 부릉부릉~하며 굴리며 노는 태훈...집은 바닥에 벗어놓은 옷가지와 물건들로 엉망이다.

식탁 위 띠엔이 써 놓은 <냉장고에 쟁반. 꺼내서 데워만 드세요> 쪽지는 라면국물로 얼룩져 있고. 옆으로 보란 듯이 빈 컵라면 그릇 쌓여있다.
띠엔, 깊은 한 숨. 마른세수 하고... 참으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원망스런 눈빛으로 잠든 철주를 본다.

옷도 벗지 못하고 집을 치우는데,
철주 옷가지 아래서 뭔가 잡힌다. 서점 봉투. 열어보면 책 <반갑다 한글!>
띠엔, 감동받은. 잠든 철주를 본다. 잊은 게 아니었구나.

띠엔       (새 책 넘겨보며 괜히)아직 연필도 못 잡는 앤데 뭘 벌써 이런 걸.
          
그러면서도 기분 좋아 베시시 웃는다. 불편하게 잠든 철주, 편하게 자세 고쳐주고 머리 쓸어주는 띠엔. 창밖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66. 집(과거)(다음날 아침)
퍼뜩 깨는 철주, 눈 뜨면 밖에 비. 부스스 일어난다.

식탁 위 쪽지 집어보는 철주. <빈속에 술 먹지 않기! 냉장고에 반찬 있어요>
내려놓고 냉장고로 가 소주 한 병 딴다. 천불 가라앉히려는 듯 벌컥벌컥 들이키는

(소리)인부1    한 번은 봐 줘. 띠엔은 젊은 여자잖아. 자넨 50이 넘었는데.
               몸이 답답해서 그냥 불장난 한번 한 걸 거야.
              
마시고 끄윽, 커어....

시간경과
텅 빈 서점봉투. 거꾸로 들어 흔들어 보는. 책장을 쭉 살피는 철주. 눈이 약간 풀린.
앉은뱅이책상 서랍을 열면 보이는 <반갑다 한글!> 꺼내려는데 순간 멈칫, 보면 안쪽에 빨간 리본의 상자(#58). 그 밑으로 깔린 편지들. 헤쳐 보면 한 두 장도 아닌 족히 스무장은 넘는다. 보다가, 그냥 한글책만 꺼내고 서랍 닫고 일어선다.

잠시 후, 벌컥 열리는 서랍. 편지를 마구 꺼낸다. 하다가 이젠 아예 통째로 서랍을 빼서 뒤집어 탈탈 터는 철주. 눈엔 분노가 가득하다.

67. 몽타쥬(과거)
1. 비오는 공사장 sk cut cut

2. 다문화센터, 외부계단
띠엔 공사장 보다가 돌아서며 미소.

띠엔     울 오빠 오늘 푹 쉬겠네...

3. 다문화센터, 강의실
띠엔 들어오면, 슥슥...쓰기 연습중인 학생들. 연필 긋는 소리만 들리고...

4. 철퍽철퍽! 빗물을 튀기며 오는 안전화. 건물에 들어온다. 복도에 흙발 찍히는.

5. 반대쪽에서 오던 센터장. 바닥에 빗물 자국, 흙발 자국 보고 뭐지? 찌푸리는데.

68. 동, 강의실(과거)
철주의 시선으로, 벌컥! 문 열면 여자들 말똥한 눈으로 쳐다보는.
철주, 우산 없이 와서 빗물 줄줄 떨어지고 있다. 칠판 앞에 있던 띠엔의 눈 휘둥글,

띠엔       오빠?

다짜고짜 뺨을 때리는 철주! 철썩! 철썩! 띠엔 너무 놀라 피하지도 못하고.
여성들, 비명 지르며 나가고 디안, 달려와 말리는데 철주 힘에 튕겨 나간다. 구석에 찌그러져 사정없이 맞는 띠엔. 센터장, 직원들과 함께 들이닥쳐 떼어낸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띠엔, 피가 흐르고 부은 얼굴로 고개를 들면,

철주, 얼굴엔 빗물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고... 술기운 콧김으로 내뿜으면서
핏발선 눈으로 씩씩대며 내려다보고 있다.
가르치는 학생들, 센터 직원들....바닥에서 기고 있는 띠엔을 경악스런 혹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띠엔, 참담한.

69. 호텔 입구(과거)
호텔에서 나와 웨딩카로 오르는 재민과 베트남 신부. 함바, 인부1,2도 보인다.
철주, 사람들과 조금 떨어져 있고. 재민, 띠엔에게 거듭 인사한다.

재민      고마워요 띠엔씨. (철주쪽 보고)근데, 미안하게 됐어요. 제가 괜히 이 사             람 있는 호텔로 와서 통역해 달랬다가.인부2     (찔리는)뭐 뭐, 그게 뭐 누구 탓인가? 김씨가 술김에 읽어보지도 않고
          사고 친 거지.
띠엔      (웃는)괜찮으니까 신부한테 잘해줘요. 재민씨 하나 보고 온 거니까.
재민      그럼요! 전 다 해줄 거예요.
띠엔      (베)빨리 센터 나와서 한국어 배워요? 재민씨가 서류접수 다 해 놨어.
          열심히 안 하면 이제 통역도 번역도 안 해 줄 거야?
          자, 마지막 러브레터. (편지 내민다) 
신부      (짙은 화장에 딱 붙는 옷을 입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 까딱)

차 출발하면 띠엔, 태훈과 말없이 먼저 가고. 철주, 뒤에서 멀찍이 떨어져 따라간다.

70. 공원(과거)
띠엔과 철주, 벤치에 앉아 한동안 말없이 태훈이 노는 것만 보고 있다.

띠엔        (정면만 보고 얘기한다)오빠.
철주        .......
띠엔        (차분히) 내가 더 노력하겠지만. 가끔은...힘들어요. 나도..
            사람이니까. 여자니까. 근데, 왜...(말 꾸욱 삼키는)
철주        ........
띠엔      (철주 보며 차분히) 왜 자꾸 밀어내요? 왜? 내가, 그 뒤로 내 등록증                 달란 적 있어요? (말하면서 점차 북받치는)어딨냐고 물은 적 있어?
            (큰 소리)오빠가 주고 싶을 때 달라고 그랬잖아! 근데 왜 그래! 어?!!
철주        (말 해버리고 싶은, 감정 누르는)

서로 쳐다보는 두 사람. 잠시 정적이 흐르는데... ‘빠, 마’ 둘 사이로 오는 태훈
띠엔, 긴장 탁 풀리고. 철주는 여전히 말이 없다.
일어서 소매로 눈물 슥슥 닦고 밝은 표정 하고서 태훈에게 가는 띠엔.

띠엔        (밝게)뭐 쓰는 거야 우리 태훈이? 어우 잘 하네. 또.

나뭇가지로 땅에다 함께 글씨 쓰는 띠엔과 태훈. 그런 둘을 보는 철주.

(소리)야 나온다 나온다!

71. 함바집(밤)(과거)
함바 아줌마, 쉿!쉿! 왁자하던 식당 사람들 tv에 초 집중. (볼륨 올리면)

(소리)오늘 제8회 세계인의 날을 기념하여 안전행전부 장관이 외국인 대상을 시상하였습니다. 수상자로는 관악구 다문화지원센터의 응우엔 띠엔 씨가...

시상식의 띠엔, 풀 메이크업에 살짝 웨이브 넣은 머리까지 세련된 모습으로 수상하고 있다. 함바 아줌마, 앞치마로 눈물까지 찍고 있고.

인부1     여기서 공부한 사람들은 다 잘됐네. 우리 ‘한사장님’ 사업도 번창할                  거야.  자 그동안 고마웠어.(술 따르는)
재민       (웃으며 술 받는)감사합니다. 근데 정말 같이 안 하실래요? 저흰 자격               증 상관없이 경력만큼 대우할건데. 아저씨들은 실력 확실하시잖아요.
인부2       아 그럼 이 친구랑 해야지.(철주 치며) 와이프도 같은 베트남사람이고, 
            왜에, 전에 신혼여행 갔다 와서 와이프 난리 좀 쳤대매. 문 잠그고 방              에서도 안 나오구.
재민        아직 적응을 못해서 그럴 거예요. 말도 안통하고...(밝게)그래도 나아지              겠죠. 스마트폰 사줬더니 요즘은 방 밖으로도 잘 나오거든요 마이가.
인부1       (갸웃)‘마이가’?
재민        (웃으며)‘티 마이’. 매화라는 뜻이에요. 이쁘죠? (인부1,2 오..)
인부2       (철주에게)띠엔은? 응?
철주        (말문 턱. 몰라서 우물쭈물 하는데)
재민        ‘투이 띠엔’. 그 나라 말로 ‘선녀’라는 뜻이래요.
인부2      (옳거니 테이블 탕!)맞구먼! 선녀! 응? 이름이 딱이야! 봐, 인제 공무원              되면 띠엔이 이 친구 먹여 살릴거잖어? 선녀지 선녀, 아암!
인부1       뭔 소리, 남잔 무조건 여자보다 100원이라도 더 벌어야지 늙고 병들면              (도리도리) 떠나. 무조건. 단 돈 10원이라도. 응? (철주 치는)
철주        (대꾸 없이 마신다)

72. 마트 앞(밤)(과거)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오고 있는 철주.

F.B(#45)
브로커      걔 공무원 되고 국적만 따봐. 당신이랑 끝이야. 왜 붙어있어? 늙은 놈               이랑?
(#71)
인부1        남잔 무조건 여자보다 100원이라도 더 벌어야지 늙고 병들면 떠나.

무릎 꺾여 크게 휘청이는데

(소리)띠엔    오빠!

멈춰 보면 #15의 5년 전, 처음 왔을 때의 띠엔이 자신을 보며 웃고 있다.
손엔 파스가 든 봉지... 철주, 멈춰서 그저 보는데서  F.O

73. 다문화센터, 센터장실 (과거) 
센터장 앉아있고, 띠엔 서서 듣는

센터장       이번 하반기에 특채 공고 떴는데. 어떡할까. 할래?
띠엔         해야죠.
센터장      오케이, 우리 구는 무조건 띠엔 추천이야. 딱히 돈 문젠 없지? 부부                 둘 다 신용등급 중요해. 평소에 잘 관리해 놓고.
띠엔         (웃으며 도리도리)저흰 그런 문젠 없어요.

74. 집 (과거)
옷장을 여는 철주. 속옷, 양말 등을 챙기는데 문득 보이는 꽃무늬 스카프(#3).
잠시 보다가 모자를 꺼내 쓴다. 옷장 거울에 비치는 철주. 결연한 표정으로 모자 꾸욱 눌러쓴다.

안전화 끈을 단단히 묶는 철주... 그때, 등에 와서 닿는 장난감 자동차. ‘부릉부릉’
끈 묶던 손 멈춘다. 태훈, ‘부르르릉’ 소리 내며 미니카를 어깨까지 굴리는데 철주, 몸 돌려 태훈을 꽉 껴안는다.

띠엔     (나와 보며) 응? 어디 가요?
철주       출장 가. 파견.
띠엔       그래요? 어디?
철주       (눈 못 마주치고).....지방. 한 일주일은 걸릴 거야.
띠엔       네 잘 다녀오세요. 참! 우리 통장 어디 있어요?
철주       (움찔)...왜.
띠엔       센터에서 서류 넣는데 필요하대요. 현금 들은 통장 사본이면 되는데.
철주       (자신에게 말하듯, 힘주어) 갖다 오면....줄 수 있어.
띠엔       그래요 그럼. 다녀오세요. (태훈 손 흔들어주며) 아빠 다녀오세요.

75. 집 앞 (과거)
집을 나온 철주, 어깨에 멘 가방 한 번 더 올리고, 쿵쿵 간다.

76. 집 (과거)(다른 날)
옷장을 보며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 띠엔. 뭔가 없어졌는지 (#74의 스카프 걸려있던 자리) 찾다가 엎드려 옷장 바닥도 살펴보고 하는데 초인종 울린다.
문 열면, 양복 입은 낯선 남자 둘. 

띠엔, 새파랗게 질린

띠엔        (서류 보며)3...3천..만원이요? 무슨... 여기 2천만 원은 또 뭐고...
            뭐 잘못 아신 거 아니에요? 전 신용카드 만든 적도 없고 (기막힌)핸드              폰이 왜 11개가 제거에요? 전 회사에서 준 거 하나 있어요.
추심원     (무심히) 본인 명의로 개통하고 대출해 쓴 것들 아닙니까. 연체 된 거               빨리 안 갚으면 신용불량자 돼요 아줌마. 외국인도 똑같아요.
띠엔        (당황)전 이런 거, 만든 적이 없다니까요.
추심원      (서류 가리키며)했잖아요 다! 본인 ‘외국인등록증’으로!
띠엔        (굳는).....네?

77. 현장 사무소 (과거)

인부1        몰랐어? 일 쉰지가 한 달이 넘어.
띠엔        (믿기지 않는)그치만...매일 작업가방 갖고 출근도 하고..며칠 전엔 파               견 간다고 나갔어요.
인부2        얼마 전 부터 뭔 일인지 돈도 빌리고 여기저기 지방 돌아다니는 것
             같던데. 전화 할 때마다 다른데 있더라고?

78. 몽타쥬 (과거)
1. 핸드폰 대리점에서 나오는 띠엔.
(소리)남편이라면서요. 이건 신분증 도용이 아니라서 배상 어렵습니다.
 
2. 은행에서 나오는 띠엔, 넋 나간 표정이다.
(소리) 통장 해지 됐구요. 잔고가 하나도 없으세요.

3. xx캐피탈에서 나오는 띠엔, 다리에 힘 풀려 주저앉는.
(소리)본인 외국인등록증으로 카드 발급 받고 그걸로 대출 받으셨네요.

핸드폰 거는 띠엔.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악 소리치는 “오빠아 제발!!”

79. 동네 마트 앞 (밤)(과거, 다른날)
힘없이 걸어오던 띠엔, 천천히 마트 앞 평상에 앉는다.

아줌마      왜 그러구 앉았어? 오늘 태훈이 아빠 오는 날 아냐?
띠엔        ....
아줌마      어, 저기 오네.

띠엔 고개 들어 보면 저쪽으로, 집으로 오는 철주가 보인다. 초췌한 모습....
띠엔, 천천히 일어선다.

80. 공터 (밤)(과거)
철주, 각오한 일인 듯 무표정하고. 띠엔, 격렬하게 따지는

띠엔       내 등록증 어딨어요? 내놔 봐! 그걸로 오빠가 계약서에 직접 싸인 했다             며! 왜 그랬어! 핸드폰! 통장에 카드에... 그런 거 막 만들면, 어떻게               될지 몰라요? 오빠 바보야? 왜 그걸 했는데에! 빌린 돈은 다 어쨌고!
철주        .......
띠엔       내가 그동안 얼마나 노력했는데, 왜 다 망쳐요, 왜!
철주        .......
띠엔     난 등록증 숨긴 것도 오빠가 줄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어. 묵묵히 열심                히 살면, 오빠한테 어머님한테 잘 하면 언젠간 알아주겠지, 믿어주겠지!
           내가 더 노력 하자, 내가 더 잘하자. 더!더!더!
철주       .......
띠엔       (숨).....그렇게 5년이야. 근데 오빤...(하는데)
철주       (툭)그래서, 떠날 거냐?

순간 띠엔, 눈물이 주륵 흐른다.

띠엔        ...오빤....끝까지, (목이 메는)자기 불편할 것만 생각하네요.
            (눈 감으며)....이젠 알 수 있어요. 그 말.

INS- (#15 멀리서 소리 없이 보여 졌던)
검은 비닐봉지를 든 띠엔을 철썩 철썩 때리며 철주 소리친다.

철주        어딜 도망가! 내가 얼마를 들였는데!

띠엔        (울며)어차피 난, 그때 오빠가 고를 수 있는 스무 명 중 하나였으니까.
            그렇지? 그러니까 믿을 필요도, 사랑할 필요도 없었겠지.

81. 경찰서, 사무실(현재)(밤)

띠엔       (눈 붉어진 채 소리치는)오빤 끝까지 자기 걱정만 했어! 난 그저 없으면
           불편해질 사람이었어요! 열심히 노력했는데! 사랑했는데!!
           오빤 그냥..(괴롭게 뱉어내는) 필요했을 뿐이었어요..

82. 집(과거)(밤)
이혼서류 식탁에 놓는 띠엔. 캐리어 끌고 태훈과 나가는데 철주, 붙잡는다.

띠엔       (뿌리치는)놔! (베)노라고! 놔! (한국어, 모질게)나도 당신 필요없어!

철주, 어떤 변명도 없이 띠엔 손에 봉투 쥐어주는. 안 받으려 이 앙다물고 노려보며 손을 펴지 않는 띠엔. 이미 악에 받친 띠엔이다. 철주, 기어코 띠엔 손에 쥐어주는.

철주      (쥐어준 채)내가 해결할게. 그러니까
띠엔      (헛웃음)뭘 해결해 이미 다 끝났는데.
철주      ....베트남에 가자. 내가 돈이랑 니꺼 다 찾아올테니까 우리같이..(하는데)
띠엔      이젠 오빠 안 믿어.혹은 내가 오빨 어떻게 믿어? 이렇게 만든 게 누군데.
철주      목숨. 내 목숨을 걸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꼭. 

늘 무표정하기만 하던 철주의 눈을 보는 띠엔. 철주, 눈 피하지 않고 본다.
진심이다. 그때, 철주 핸드폰 울리면 얼른 받는

철주        찾았어? 어디, 알았어.(재빨리 끊고)

철주, 설명도 없이 급히 나이키 가방 다시 메는

철주        같이 가자. 내일. 꼭 갈 테니까....기다려.(나간다)
띠엔        (철주가 쥐어준 봉투 보는 그 위로 철컹, 문 닫히는 소리)
(소리)띠엔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시간경과
어두운 집, 혼자 식탁에 앉아 있는 띠엔. 이혼서류 옆으로 철주가 준 봉투에서 꺼낸 항공권. 띠엔, 고민한다.

83. 몽타쥬(과거)
1.공항- 뛰노는 태훈 옆으로, 캐리어 옆에 두고 앉아 있는 띠엔. 시간을 본다.

(소리)띠엔    올 리가 없죠. 돈이랑 그걸 다 무슨 수로 찾겠어요.

오지 않는다. 띠엔 무릎 베고 지쳐 잠든 태훈. 띠엔, 헛웃음. 역시..오빠는 오지 않아 될 리가 없지...하며 태훈이 깨워 일어나는데 신참과 공항경비대가 다가온다.

2. 영안실 – 철주 시신 보며 흐느끼는 띠엔 (#1과 이어지는).

84. 경찰서, 사무실(현재)(밤)
조용히 울고 있는 띠엔.

띠엔       잡고 묻지도 않았어요.. 목숨을 걸겠다는데, 분명 무슨 일이 있는거였는             데. 난, 화가 나서 그냥 소리만 질렀어요. 찾아오라고 못 믿는다고. 가지             말라고 붙잡고 얘길 들었어야 했는데..내가 그날 밤...그렇게 몰아세워               서..나 때문에 죽은 거에요. 그래요, 내가 죽인거야.

조용한 경찰서. 그때, 똑똑...벽을 치는. 보면, 반장이다. “풀어줘”
수갑에 포승줄, 고개 숙인 남자가 들어온다. 얼굴 들면 재민이다.

띠엔        재민..씨? 왜...무슨....

85. 편의점 (과거)
파라솔 밑에서 이야기 중인 철주와 재민.
재민, 지저분한 옷차림에 수염도 깎지 못한 초췌한 모습이다.

재민       (귀찮은)어쩐 일로 오셨어요 저희 동네까지.
철주       그....지난번에 말했던 거. 자격증 없이도 해준다던... 아직 가능 한가?
재민       (생기 없던 재민, 눈이 반짝인다)

86. 주점 (과거)
철주 들어오면 재민 벌떡 일어나 맞이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 시킨다.
양복을 입은 점잖은 남자들 3명.
테이블 위로 띠엔 외국인등록증과 여권, 철주의 주민등록증, 통장 등이 보인다.

철주        (진지)그러니까 이게 투자 계약서라는 거죠.
양복        그럼요 여기 써 있잖아요. 인제 요기에 싸인만 하시면, 띠엔이라는 분
            통장으로도 돈 들어가고 우리 철주 선생님 통장으로도 돈이 들어갈
            겁니다. 쪼금 투자해서 2배로 버시는 거죠. 작업반장도 하시고.

여러 장의 계약서에 싸인을 하는 철주의 모습(계약서 내용은 보이지 않고.)

87. 공터-재건축으로 사람들 떠나고 을씨년스런 동네.(과거)
화면 안으로 우당탕 엎어지는 재민. 더욱 초췌해진 얼굴에 핼쑥한 노숙자 같은.
품에 꼭 껴안은 가방. 철주,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운다. 분노에 찬 짐승 같은 눈빛.
재민, 철주 아픈 무릎을 걷어차고 그 바람에 꺾여 넘어지는 철주.
재민, 에이 씨 가방 끌어안고 도망치는데
철주, 잡아서 넘어트리고 기어이 뺏고 마는. 개싸움이 벌어진다.
헉헉 대며 가방을 뺏어 여는 철주. 뒤집는다. 후두둑 떨어지는 5만원권 돈 다발들.
재민...젠장, 하는 표정인데 철주는... 돈다발 사이에서 뭔가를 찾고 있다.
그게 없는지 재민에게 다가온다.

재민         뭐야..돈 다 줬잖아. 가져가요. 땡긴 거 얼마 쓰지도 않았어.
철주         띠엔 등록증.
재민         (잠시 멍)
철주         ......돌려 줘. 가져가야 돼.
재민         (허...하다가 비식비식)....하하, 뭐야아. 걔, 진짜 좋아하기라도
       하는 거야? (일어서며 크게 웃는)푸하하하...큭큭. 아 나, 무식한 놈이.
철주, 재민 멱살 잡는

재민         나이가 몇인데 지금 딸 같은 애를! 정신 차려요 아저씨!
             주제를 알아야지! (멱살 더 콱) 걔네들이 왜 오는 줄 알아?
             (피식 피식 웃으며 주머니에서 꺼내는 등록증과 여권)돈이야! 돈!
             이거! (철주를 비웃고 있는데 자기 눈에 눈물이 찬다) 국적 따고 돈                벌게! (철주 멱살 잡으며, 크게)우린 그냥, 한국 오는 티켓으로
             쓰인 거라고!
철주         (띠엔의 여권과 외국인등록증을 뺐는다)
재민         (멱살 놓고 기막혀 웃는)어휴후, 결혼이 뭔데 이렇게 복불복이야.
             이런 무식한 놈은 띠엔 같은 여자 만나고...내가 고른 그년은 3개월
             만에 다 갖고 튀고...

철주가 멱살 확 놓으면 재민 기운도 없는지 바닥에 털썩. 지쳐 보인다.
돈 가방에 흩어진 돈 다발을 챙겨 담는 철주.

재민         내 꼴이 우습죠? 다 해줬다가 배신당하고.
철주         (대꾸 없이 챙기는)
재민         아저씨도 마찬가지야. 아저씨도 조만간 똑같이 당할 거야.         
철주         달라.
재민         (뭐? 올려다보는)
철주       다르다고 띠엔은.
재민       아저씨이, 착각 하지 마세요. 예? 정신 차려. 띠엔도...(하는데)
철주         베트남에 갈 거다. 띠엔이랑 같이.
재민         (순간, 멍...)
철주         (나이키 가방 메며 일어서는) 이제 공항으로 가야 돼. 기다리고 있어.

뒤 돌아서 가는 순간, 퍽! 몸 앞으로 튕기며 울컥 피 쏟는 철주.
재민, 이이,,,,야아! 새끼야! 뭐가 달라! 왜 너만! 재민, 손에 든 철근 조각 한 번 더 찌르면 철주, 충격에 쥐고 있던 띠엔의 여권과 외국인등록증 저만치 날아간다.
야이 나쁜 년들아아! 한참을 때리고 찌르는 소리 지나간 후 카메라 내려오면, 피 묻은 철근 조각 떨구고 넋이 나간 재민.
철주, 철퍼덕 쓰러진다. 저쪽에 떨어진 띠엔 외국인증과 여권을 잡으려고 기어간다.
피 묻은 손으로 기어이 등록증을 잡는 철주의 손.
재민, 정신이 들어 두려움 가득한 얼굴로 돈 가방 뺏어들고 가다가...생각나 흉기 줍고 철주의 손에서 띠엔의 외국인등록증과 여권을 뺏는다. 가방에 쑤셔 넣으며 도망치는 데서 카메라 멀어지면 공터 구석의 승용차, 블랙박스 불빛 점멸중인.

88. 경찰서(현재)
띠엔의 손에 돌아온 외국인등록증과 여권. 철주의 피가 묻어 있다. 내려다보는.
뒤로 “내가 왜! 난 아니야! 그 여자 잡아와!” 울부짖는 재민, 경찰들에게 끌려간다.

시간경과
띠엔, 철주 나이키 가방과 옷가지(#60 형사가 벌려놨던)등 유류품 챙긴다. 물건들 집어넣다가 멈칫, 가방 속으로 얼핏 보이는 꽃무늬. 꺼내보면 띠엔의 촌스런 꽃무늬 스카프(#3) 뭔가를 감싸고 있다. 펼쳐 보면 안에 있는 오래되어 낡고 빛바랜 파스.

                   INS- <쎄다! 강력하다! 신신파스>(#15)

잠시 보다가, 입 꾹 다물고 책상에 기대는 띠엔, 그 바람에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반갑다 한글!> 띠엔, 집어 드는데 책 사이에서 팔랑팔랑 떨어지는 종이들.

 INS- <빈속에 술 먹지 않기! 냉장고에 반찬 있어요>(#66) <김철주 ♥ 띠엔>(#21)
           <냉장고에 쟁반. 꺼내서 데워만 드세요>(#65)               

집어 들고 멍하니 보다가 얼른 한글책 넘겨보는 띠엔. 새 거였던 한글 책 따라 쓰기 페이지에 힘겹게 쓴 글씨들. 꾹꾹 눌러가며 썼다. 정신없이 넘겨보는 띠엔,. <데워만 드세요> 거의 그린 수준. <데워만> <데워만> <냉장고>.. 펄럭 펄럭. 연습 페이지에 쓰인 띠엔... 띠엔.. 띠엔... 수 없이 연습한 띠엔의 이름. 커지는 띠엔의 눈.

INS- 어느 장소
재민을 추적하던 중인지 불편한 장소에서 한글책 펴 놓고 웅크리고 앉아 열심히 쓰고 있는 철주의 모습. 거의 그리는 수준이지만 진지한 표정의 철주.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띠엔’ 쓰고 있다.

띠엔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89. 몽타쥬
투자 계약서에 싸인하는 철주. 그러나 <핸드폰 개설 신청서> <대출신청서>다(#87)

그런 걸 막 만들면, 어떻게 될지 몰라? 오빠 바보야? 왜 그걸 했는데!(#81)

분노해 서랍에서 와르르 쏟아낸 편지들. 펴 보지만 읽을 줄은 모르는...울 것 같은  표정의 철주 (#66)

정신없이 달려 나가는 띠엔

메뉴판 띠엔에게 먼저 고르라고 넘겨주는 철주(#48-2)

오빠 이거 어떻게 읽어요? 화내며 소주병을 집어 던지던 철주.(#21)

경찰서 복도 사람들 모두 피하고 울며 달리는

벤치에 앉아 태훈과 띠엔이 글씨 쓰며 노는 모습을 바라보는 철주(#70)

도둑질 하다 잡혀 사람들에 둘러 싸여 앉아 있던 먼지투성이의 철주, 책상 이름표만 바라보고 있는. (#59)

‘비닐을 뜯지 마시오’ 앞에서 태연히 뜯는 철주. 짜증내는 마트 아줌마. (#4)

경찰서 문 열면서 화이트아웃
화면 돌아오면

90. 베트남, 시내(과거)#48-3과 이어지는
띠엔의 손에 들려있는 싸구려 꽃무늬 스카프.
철주, ‘괜찮아’  띠엔, 알아듣지 못하지만 왠지 눈물이 난다.
철주, ‘괜찮아 예뻐’ 띠엔, 도리도리 고개 젓는. 스카프 두르지 않고 그냥 손에 든 채로 울고 있다.

91. 공항 화장실 (과거)
세수하고 거울 앞에 선 띠엔, 화상 자국 보일까 긴 생머리 빗어 정리한다. 옆에 선 금발의 외국인, 세련된 차림에 립스틱을 꺼내 입술에 바른다. 보는 띠엔

92. 동, 입국장 (과거)
긴장된 얼굴로 나오고 있는 띠엔. 시원스레 올려 묶은 머리에 꽃무늬 스카프를 두른(#3).... 띠엔, 무언가 보고 긴장했던 얼굴이 풀린다. 그 시선 따라가면 입국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철주, 스카프를 두르고 나오는 띠엔 보고 자기도 모르게 미소 짓는데서.                
                                             
93. 에필로그
열심히 바닥을 걸레질 하고 있는 띠엔, 손이 장판에 걸린다. 틈이 벌어진... 뭐지?
장판을 들춰보는 띠엔. 거기, 자신의 여권과 외국인등록증이 놓여있다.(#13)
천천히 집어 드는 띠엔. 자신의 여권과 외국인등록증을 보는 표정.
그러다가...도로 그 자리에 넣어 두는 띠엔.
장판을 덮는다.
그 위로 슥 걸레질. 방에서 ‘어 어!’소리 들리면 띠엔, ‘네에!’하며 간다.










첨부파일 비밀 최종고(1012).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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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달콤캘리 | 작성시간 17.02.25 드라마를 보고 너무 읽고 싶었는데...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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