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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결대본

[미생] 01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5.09.08|조회수6,544 목록 댓글 1

[미생] 01











1. 페트라 협곡로 / 밤


길 양쪽으로 늘어진 촛불들 사이로 밤의 페트라 협곡로가 펼쳐져 있다.


그래(na) : 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



2. 암만 시가지 / 낮


4~5차선의 큰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 쪽으로 빼곡하게 늘어선 상가들.

낯선 아랍문자들이 적힌 무질서한 각양각색의 간판들 시장 안 다양한 상인들의 다양한 모습들과 소음.

달리는 차들의 시끄러운 엔진 소리와 뒤섞여 활기를 준다.

그 사이를 다급한 걸음으로 걷는 남자의 얼핏 얼핏 보이는 모습들.


그래(na) : 길은 모두에게 열려있지만 모두가 그 길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3. 다운타운 삼거리 삼각지대 / 저녁


다운타운 삼거리 중앙으로 건너 간 그래, 시장 안내판을 보며 방향을 가늠하다가 고개를 들어 둘러본다.

무질서하고 복잡한 다운타운의 사방이 빙글빙글 눈에 들어온다.

난감한 얼굴이 되는데 그때 울리는 핸드폰 소리!

급히 전화를 받는다. 입을 떼기도 전에 다급히 들려오는 수화기 너머의 남자 목소리.


조대리(e) : 장그래씨!

그래 : (다급) 찾았습니까?

조대리(e) : 카이로 호텔입니다!


재빨리 안내판에서 카이로 호텔을 찾아 손가락으로 탁! 집는 장그래.


그래 : (다급) 호텔 앞에서 만납시다.


전화를 끊으며 급히 걸어가는 그래, 걷던 발걸음이 점점 빨라지더니... 뛴다.

달리는 그래의 옆으로 해질녘 암만 다운타운의 풍경들이 힘 있게 지나간다.



4. 호텔 근처 골목 앞 + 호텔 앞 / 저녁


호텔이 들어 가 있는 골목 앞 까지 달려 온 그래.


조대리(off) : 장그래씨!

그래 : (돌아보면 조대리 급히 뛰어 온다. 그래, 눈인사하면)

조대리 : (다가오며) 본사에서 연락 갔죠? 영업3팀, 전부 뜬 눈으로 기다리고 있답니다.

            이거 잘못되면 원인터에서 줄줄이 모가지예요.

그래 : (걸으며) 걱정 마세요. 오차장님도 곧 오실 겁니다.

조대리 : (호텔을 보며) 하루에 만원이면 잘 수 있는 곳입니다. 특급 호텔에서 호사 떨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래 : (호텔을 쳐다보면)

조대리 : 이러니 요르단 호텔을 다 뒤져도 안 나오지. 하여튼 머리하난 비상한 놈입니다.

그래 : (호텔을 보며 담담하게) 물건을 아직 못 판 거죠.

조대리 : (어..? 아.. 싶은.. 끄덕이며) 좋게 말로 끝나야 할 텐데 말이죠..

그래 : ...



5. 호텔 안 계단 / 저녁


긴장한 얼굴로 입구를 살피고는 다급하고 조용한 발걸음으로 안으로 들어서는 그래와 조대리.

좁은 계단을 급히 올라가는데 요르단 남자 하나가 내려오며 흘끔거린다.

한 쪽으로 몸을 피해 주며 올라가는 그래와 조대리.



6. 호텔 안 2층 카페 / 저녁


다급히, 그러나 조용히 안으로 들어서는 그래와 조대리.

천정의 조악한 붉은색 조명등 장식과 낡은 이슬람식 모자이크 벽면이 눈에 들어오는 허름한 이슬람식 카페다.

벽면 한 쪽에서는 큰 장식용 유리 물 담뱃대가 있고, 그 옆으로 실제 사용하는 청동 물 담뱃대들이 수십 개 진열되어 있다.

여기저기서 물 담배를 피우며 중동식 마작을 하고 있는 남자들도 보인다.

두리번거리던 조대리는 발코니에서 물 담배를 피우고 있는 남자를 본다.


조대리 : 잠시만요.


다급히 남자에게 가서 인사를 건넨 후 짧은 얘기를 나누고 다시 그래에게 돌아오는 조대리.


조대리 : 502호랍니다.

그래 : (끄덕하면)



7. 502호 앞 / 저녁


502호 앞에 선 그래와 조대리. 문이 반쯤 열려 있다.

다소 불안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는 그래와 조대리, 안을 보면 메이드 남자가 청소 중이다.


조대리 : (당황, 난감) 체크 아웃 한 건가..?

그래 : 헬로!

메이드 남 : (돌아 보면)

그래 : 이 방 주인, 체크 아웃 했습니까?

메이드 남 : (뚱한 얼굴로 청소 도구함을 안고 나온다)

조대리 : 미스터 서라고,


두 사람을 쳐다보던 메이드 남의 시선이 둘의 너머를 향한다.

돌아보면 막 다가오던 비리비리해 보이는 젊은 한국인 남자.

멈칫 서서 상황 파악 안 되는 얼굴로 멍하게 그래와 조대리를 번갈아 본다.


그래 : 서진상씨!


진상, 머뭇거리더니 휙 돌아 냅다 계단으로 내 빼 오른다.

쫒아가는 그래와 조대리.



8. 호텔 옥상 / 밤


옥상 밖으로 나오는 진상, 궁지에 몰린 쥐처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데

뒤이어 쫒아 온 그래와 조대리. 숨을 고르며 이리 오라고 한다.

겁이 난 진상, 왔다 갔다 하다가 그대로 냅~다 옆 옥상(호텔 옥상보다 낮다)으로 뛰어 내린다.


그래/조대리 : !!

조대리 : 저.. 저 인간이...!!


돌아보는 진상, 여유를 찾은 얼굴로 약 올리듯 빙글거리듯 보며 혀를 길게 쭉 빼고 '메~에롱' 하는데...

갑자기 그 쪽으로 달려가는 그래.

진상, 혀를 뺀 채 설마 하는 표정으로 보는데,

그대로 휘~익! 긴 다리로 옥상을 건너 뛰는 그래.


조대리 : (깜짝!!) 자.. 장그래씨!!


혀를 뺀 그대로 눈을 휘둥그레 뜨고 서 있는 진상.

탁! 내려서는 그래.

진상, 놀라 일그러진 얼굴로 도망가 다음 옥상으로 건너가는데 쫒아가서 또 휘~익 점프하는 그래.



9. 옆 건물 옥상 / 밤


도망가고 쫒아가고.


진상 : (돌아보며 울상으로) 아~ 진짜! 따라 오지마!!요오~~


다다다다 달려서 다시 옆 옥상으로 뛰어 내리려다 좀 넓은 간격에 ‘헉!’ 하는 진상 울상으로 돌아보면

달려 오고 있는 그래.

‘이씨~!!’ 다시 옥상 쪽을 보면 너무 넓은 간격, 깊은 아래.

울상으로 일그러지는 진상, ‘에잇!’ 하더니 뒤로 후다다닥 가서 다시 앞으로 다다다 다 달려와 눈 딱 감고 넘으려는데

간신히 확 잡아 당겨 구르는 장그래. 진상을 일으키는데

아파 죽는다고 ‘팔팔, 다리다리’ 하며 엄살을 피우는 진상.


그래 : (말 없이 보다가) 서진상씨. 물건 어딨습니까?

진상 : 무..무.. 무슨 물건요..

그래 : 당신이 중국 공장에서 빼 돌린 샘플들 말입니다.

진상 : (불안하게 눈을 깜박거리며) 빼 빼 돌리다뇨? 뭘요?

그래 : 서진상씨, 물건만 돌려주면 해고로 끝날 겁니다. 계속 버티면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

         집을 팔고 감옥에 가야한단 뜻이죠.

진상 : 무.. 무슨 소리예요오. 사표 내고 여행 온 게 가.. 감옥 갈 일이라구요?

조대리 : (다급히 뛰어오며) 룸에는 없어요. 이 자식! (진상의 멱살을 잡는다)

진상 : 아아아~~ 목, 목! 당신들, 당신들 가만 안 둬. 대사관에 연락 할 거야! 이거, 외교 문제 돼! 증거 있어?! 증거 있어?!

그래 : .... 안되겠군요.

진상 : 에?


그래, 조대리를 보면 진상의 멱살을 확 놓고 주머니에서 두건을 확 꺼내는 조대리.

눈이 왕방울만해지는 진상. 포커스 아웃. 깜깜해지는 화면.



10. 베두인 천막 안 / 밤


화면이 다시 확 밝아진다. 진상의 머리에서 두건이 벗겨진 것.

의자에 묶인 채 어리둥절한 얼굴로 껌벅껌벅 보는 진상.


그래 : 정신이 들었군요.

진상 : 여.. 여기가 어디요?!

그래 : 와디럼 한가운데지.

진상 : !!! 뭐?!! 와, 와디럼? (의자 묶인 그대로 일어나 문 쪽으로 뛰쳐간다)


따라가려는 조대리를 제지하며 진상을 쳐다보는 그래.

진상, 머리로 문을 헤치고 나가려는데 잘 안된다. 그래 다가가 홱 열어 제쳐주면 후다닥 나가는 진상.



11. 천막 밖 / 밤


어둠 속 펼쳐진 사막 풍경에 기겁을 하는 진상!!

아득하고 캄캄한 사막 위에 덩그라니 서 있는 천막 하나의 부감 풍경.

의자에 묶인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왼 쪽으로 오른 쪽으로 후다닥 후다닥 왔다 갔다 어쩔 줄 몰라 하는 진상의 모습.

망연자실해서 서 있는 진상.



12. 천막 안 / 밤


망연자실한 진상을 쳐다 보고 있던 그래.


그래 : 들어 와! 추워!


제자리로 가서 얌전히 앉는 진상, 그 앞에 턱 서는 그래, 옆에는 조대리.


그래 : 서진상씨, 다시 말하죠. 물건만 돌려주면 해고로 끝날 겁니다.

진상 : 몰라요~ 나한테 왜 이래요오~ (하다가 돌변) 이봐요, 장그래씨, 당신이 뭔데 날 위협하는 거예요?

         내가 당신 회사 직원이에요? 내가 한국인인가?!

그래 : (싸늘하게 쳐다보는)


진상, 씩씩대며 애써 뻔뻔해진 얼굴로 받는다.

그래, 말 없이 진상을 쳐다보다가 전화 꺼내 단축 버튼 누르는 척 모션한다.


그래 : 오차장님. 네. 잡았습니다. 잡긴 했는데... (뻗대고 있는 진상을 본다) 말하지 않네요.

         저희도 증거가 없으니 뭘 더 어쩔 수 없겠는데요.

조대리 : (당황해서 보면) 장그래씨.

진상 : (헹~!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

그래 : 네? (심각해지는 얼굴) 네. 네. 알겠습니다. (끊으면)

진상 : (더 뻔뻔해진) 내가 샘플 빼돌렸단 증거 내 놓으면 내 발로 간다니까요!

그래 : 러시아 바실리 사에서도 당신 엄청 찾는다는데?

진상 : !!

그래 : 조대리님, 바실리 사에 러시아 마피아 지분이 얼마나 됩니까?

조대리 : 네?

그래 : 오차장님 말로는 70%쯤 된다는데, 말이 되는 소립니까?

조대리 : 아~ 맞다. 몇 년 전부터 그 쪽에서 돈 댄단 얘긴 들었었는데.. 벌써 그 만큼 먹었답니까?

            (진상을 슬쩍 보며) 아, 그럼 그건 마피아 회사지.

진상 : (당황 당황 당황 벌벌)

그래 : 서진상씨, 오차장님이 전해 주란 말씀이 있네요.

진상 : (불안) 네?

그래 : (다가가서) 러시아에서는 특히 법 보다는 주먹이 가깝다네요.

진상 : (겁 먹은) 에?


다시 울리는 그래의 전화, 진상을 흘깃 보고 받는다.


그래 : (상대의 말을 잠깐 듣는 듯.. 짧고 굵게 러시아어를 하고 툭 끊고는 진상을 본다)


진상, 엄습하는 불안감에 벌어진 입이 더 벌어지는 순간!

짚차들의 굉음 소리와 함께, 천막 안으로 무자비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헤드라이트 불빛!!

놀란 진상, 눈이 튀어 나올 듯!!

그런 진상을 바짝 내려다 보며 내뱉는 그래.


그래 : 법 보다 가까운 주먹.


이어서 밖에서 험악한 러시아어가 마구 쏟아 진다.

진상, 거의 혼절할 지경이고.


그래 : 지금이라도 어디 뒀는지만 말해. (밖 가르키며) 친구니까 말 잘해 줄께.

진상 : (다급하게) 암만공항 라커에 있어요. 28번이요!! 28번!!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그래 : (싱긋 웃으며 조대리 보면)

조대리 : (웃으며) 장그래씨, 원인터 사람 다 됐네요.


그때 출입문이 확 열린다. 문 앞에 서 있는 워커 신은 다리!

쳐다 보는 그래, 매력적인 미소. 그 위로 타이틀.

타이틀 <미생>



13. 목욕탕 / 밤


목욕탕 벽에 뜬 <몇년 전...> 자막 위로 물이 확 끼얹어 진다.

이어서 고무장갑 손으로 비눗물에 담근 걸레를 들어 벽을 박박 닦는 그래.

슥슥슥슥 힘 있고 꼼꼼하게 닦다가 '어?' 하며 솔을 들어 틈새의 잘 보이지도 않는 얼룩을 박박 닦는다.

그때 ' 그래야~' 하며 들어서는 목욕탕 주인.


목욕탕 주인 : 마무리해라~ 꼼꼼한 것도 그만하면 병이다아~

그래 : (웃으며) 네에 사장님.

목욕탕 주인 : 저기 그리고.. (머뭇거리다가) 장씨 다리가 다 나았다네.

그래 : 네? (조금 당황해서) 아.. 네에... 그럼 내일부터..

목욕탕 주인 : (끄덕이며 미안한 듯) 그렇잖아도 그만 둬야지. 언제까지 이런 허드렛 알바나 할 거여? 제대한 지가 얼만디..

그래 : (씁쓸하게 웃으며) 네에..

목욕탕 주인 : 직장은 구하고 있냐아~?

그래 : 아..네.

목욕탕 주인 : 쉽잖지? 어떻게, 내, 기원 자리라도 하나 알아 볼까?

그래 : (멈칫하지만 곧 내색 안하고 계속 닦는다) 아녜요.

목욕탕 주인 : 그래도 할 줄 아는 일을 하는 게,

그래 : (o.l 애써 웃으며 돌아보며) 괜찮습니다.

목욕탕 주인 : 그려~ 일당 챙겨 가고.. (나가려다) 요즘도 새벽에 대리 뛰는 겨?

그래 : 아.. 네.

목욕탕 주인 : (끄덕이며) 그려.. (간다)


그래, 인사하고 다시 돌아서면, 드문 드문 거품 괸 거울에 비친 자신의 현재 모습...

잠시 응시하다가 물동이를 들어 물을 확 끼얹는다.



14. 자동차 안 / 밤


대리 운전하는 그래. 뒷좌석에 취해 널브러져 있는 차주.



15. 아파트 앞 / 밤


흔들흔들 차에서 내리는 차주를 부축하는 그래.

취한 차주,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흐물흐물 하며 5만원짜리를 주고 팔뚝을 툭툭 치며.


차주 : (혀 꼬부라진 소리로) 열심히 살아.


굽신하고 받은 그래, 거스름돈을 챙겨 주려는데 팔을 휘휘 저으며 가 버리는 차주,

잠시 머뭇거리다가 꾸벅 인사하고 돈을 챙겨 넣는 그래. 전화 온다.


그래 : (받으며) 엄마, 왜 안 주무시고.

그래모(e) : 더 해야 하니?

그래 : 들어가요. (콜 들어오는 소리) 끊어요. 콜 들어와요.

그래모(e) : 그래야.

그래 : 네.

그래모(e) : 저녁에 거기서 연락이 왔다. 내일부터 한번 나와 보라는데..

그래 : (당황하는)...

그래모(e) : 어쩔거니.

그래 : .....



16. 그래의 집 / 낮


양복 윗도리를 입고 거울 앞에 선 그래. 조금 헐렁한 느낌, 품은 크고 소매와 다리는 좀 짧다. 응시하고 있는데.


그래모(e) : 이전 양복은 작아져 못 입겠지? 그게 좀 나을 거야.


매여져 있는 넥타이 들고 들어오는 그래모.


그래모 : 구식이라도 아버지 것 중에 제일 고급이야. 하루만 입어. 오늘 사둘게.

그래 : (넥타이 받아 목에 걸며) 싼 거 사세요.

그래모 : 싼 거 사야지. 싼 새빠시 신상으로다.

그래 : (피식 웃으며 넥타이 매듭 당긴다.)

그래모 : 주눅 들지 말어. 니가 보통 머리니? 학교 다닐 때 얼마나 공불 잘했어. 하날 가르치면 백을 아는 앤데.

그래 : (말 없이 할 일만)

그래모 : 혹시나 와이루라도 멕인 거 아닌가 생각하지마. 와이루 절대 아냐.

그래 : (본다)... 엄마... 와이루 스펠링 대봐.

그래모 : 스펠링? (꿈벅꿈벅 보다가) 영어야?

그래(o.l) : 됐어.

그래 : (힘 없이 웃으며 매무새 계속 잡기만)

그래모 : 니가 엔간한 애였음 성원실업 사장님이 그 대단한 회사에다 다릴 놔 줬겠니?

            거기도 이리저리 재보고 맞으니까 오라고 했겠지. 기죽지 말어.

그래 : (..... 보고 빙긋 웃는)



17. 원인터 외경 / 낮



18. 영업3팀 / 낮


이리 저리 전화 하는 사람들, 서거나 앉아서 컴퓨터를 들여다 보는 사람들,

한쪽에서 모여 회의 하는 사람들, 서류를 들고 바쁘게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

빈 영업 3팀 안에서 바쁘게 돌아가는 원인터 풍경을 멍~하게 바라보고 앉아 있는데,

서류를 들고 다급히 걸어가는 영이가 눈에 띈다.

예사롭지 않게 섹시한 차림에 조금 놀란 얼굴로 또 멍~하게 보는 그래.


동식(off) : 아저씨.


그래, 보면 조금 찌푸린 얼굴로 동식이 내려다 보고 있다.

'네' 하며 벌떡 일어나는 그래.

한숨 쉬듯 보던 동식.


동식 : (무뚝뚝하게) 좀 와 봐요. (휙 돌아서 간다)

그래 : .... (따라 간다)



19. 원인터 옥상 / 낮


옥상 문을 열며 나오는 동식. 뒤 따라 나와 서는 그래를 흘깃 본다.

다소 깡총한 바지 길이와 팔 길이에 조금 헐렁해 보이는 양복차림이 눈에 들어 온다.

동식, 답답~한 얼굴로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꺼낸다.


동식 : (익숙한 손짓으로 빈 담배를 쪽 빨고 후~ 뱉은 후) 이름이 장... (흘깃 본다)

그래 : 그래입니다.

동식 : ?? (피식) 그래? 빙그레할 때? 큭큭.

그래 : 아이(ㅐ)...인데요... (혀를 정확히 움직여 발음한다) 래.

동식 : (멈칫) 큼. 몇 살이라고?

그래 : 스물 여섯..

동식 : (끄덕끄덕하고) 근데 (또 쪽 빨고 푸~ 뱉고) 그... 고졸 검정고시가 끝이라고?

그래 : 네.

동식 : 고등학굔 그만 둔 거야~? 안 간 거야?

그래 : .. 안..갔습니다.

동식 : 왜?

그래 : .....

동식 : (알겠다는 듯 한숨 쉬고) 직장생활 경험은?

그래 : ....

동식 : (한숨~) 그럼, 영어나 뭐.. 제2외국어 좀 할 줄 아는 거 있나?

그래 : ...없습니다. (얼른) 컴활 2급 자격증 있습니다.

동식 : (답답~) 컴활 2급.... 또?

그래 : .....

동식 : 끝?

그래 : 네에...

동식 : (답답한 듯 보다가 다시 담배 후~) 알았어요. 난 영업3팀 김동식 대리야.

         (담배를 쪽 빨고는 후~ 하며 픽 던지고 발로 눌러 끄는 시늉까지 한다) 내려 와요.

         (문 쪽으로 가면서 중얼) 스물 여섯 개나 될 동안 뭘 했길래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대? 거 참 요즘 보기 드문 젊은일세.


나가고 쾅 닫히는 옥상문을 바라보고 서 있는 그래. 중얼거린다.


그래 : 그러게요..


짓이겨진 담배를 내려다보다가 주워 휴지통에 넣고 옥상 너머를 멀리 본다.

빽빽한 빌딩 숲이 펼쳐져 있다.

빈 표정으로 그 풍경들을 쳐다보는 그래..


그래 : (중얼거리듯) 스물 여섯 살이 될 동안 뭘 했을까요? 난..?



20. 탕비실 안 / 낮


철컥, 철컥, 소리 속에 문 밖에서 안절부절한 얼굴로 탕비실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섬유3팀 과장, 사원1, 사원2.

경쾌하게 복사가 되고 있는데, 그 앞에서 복사를 하고 있는 여자의 뒷모습.

10센티 하이힐의 미끈한 다리, 잘록하게 강조된 허리, 풍만한 엉덩이가 아찔하다.


사원1 : (어이없는 듯) 대다나다..


여자, 끝난 복사지 챙겨 돌아서는 동시에 남자들, 깜짝 놀라 문 밖으로 휙~ 나간다.

문을 향해 선 여자, 서류를 확인하는데 다시 빠꼼히 보는 남 셋,

도발적인 스모키 메이크업에 빨간 립스틱, 쫙! 붙는 하얀 블라우스 위로 풍만한 가슴,

그 아래로 쫙 붙는 하이웨스트의 검은 스커트를 입은 영이다.

옆 탁자에 둔 파일철을 쥐기 위해 한발 움직이는데, 쭉 파인 치마 사이로 허벅지가 아슬아슬하게 보인다.

순간 남자 셋, 눈을 깜빡이며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다.


사원2 : 아악!!!! 전 못 보겠어요. (하며 문 밖으로 빠진다)


소리에 영이 고개 들면 당황한 남자 둘.

영이, 아무 표정 없이 서류를 들고 탕비실을 나간다.



21. 탕비실 밖 + 사무실 통로 / 낮


밖에 우왕좌왕 서 있는 남자 셋. 사원1은 작은 상자 들고 있다.


영이 : 준비 다 됐습니다.

섬유3과장 : 꼭 이렇게 할 거냐?

영이 : (보는)

사원2 : (울며 겨자먹기로) 그러니까 이 방법 밖에 없단 게 안영이씨 생각인 거지?

영이 : 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섬유3과장 : 내 생각은 달라. 럭스 앤 리치 사장, 이런 식의 접근은 불쾌하게 생각할 거라고.

영이 : 해 보겠습니다.

일동 : (어휴...)

사원1 : 저..저기 그.. 그럼 안영이씨.

영이 : (보면)

사원1 : (풀린 블라우스 단추를 소심하게 가리키며) 그거라도 잠 궈어...

영이 : (무표정하게) 왜요? 이게 포인튼데.


‘어휴~’ 하는 표정으로 앞선 남자 셋, 그 뒤를 서류 들고 또각또각 따르는 안영이.

지나가던 직원들, 무심결에 가다가 놀라서 영이를 홱홱 돌아본다.

과장, 주변의 눈길에 열이 받는다.


섬유3과장 : 꼭 저렇게 할딱 벗고,

사원1 : 할딱 벗은 건 아니죠.

섬유3과장 : 꼭 저렇게 몸으로 들이대야 하냐구.

사원2 : 여자니까 쓸 수 있는 전략이라잖아요. 우린 (가슴과 엉덩이 불룩불룩 강조하며) 이게 없으니까.

사원1 : 그러니까 애초 그런 전략안을 내밀었을 때 말리셨어야죠.

섬유3과장 : 인턴 스터디용 아이템이었을 뿐이었잖아. 2년이나 끌다가 썩은 거.

사원2 : 허기사 저희도 당연히 팀장님이 킬 하실 줄 알았죠.

섬유3과장 : 하여튼, (주변의 눈길 의식하며) 이렇게 요란 떨고 성과 없으면 세트로 개망신이다. (자못 비장 결연해지는 눈빛)

사원2 : (주변의 웃는 눈길 보며 좌절) 아아아~~ 난 튀는 거 정말 싫은데..

사원1 : 전 진짜 쟤 무서워 죽겠어요.



22. 중 회의실 앞 / 낮


문 앞에 선 영이, 가슴의 단추를 하나 더 푼다.

남자 셋, 아이고~!!를 삼키며 눈을 꾹 감고 만다.


영이 : 들어가시죠? (회의실 문을 연다)


남 셋, 긴장한 얼굴로 들어가고 쉼호흡을 한 영이, 들어간다.



23. 회의실 안 / 낮


큼지막한 일인 사무용 가죽의자에 누군가 앉아 있다. 들고 있는 브로셔의 절반이 의자 옆으로 보인다.

의자의 뒷모습만 보이는 상태라 누군지 알 수 없다.

그 앞에 가서 서는 영이. 남자 셋, 적당한 곳에 조르르 선다.

긴장한 얼굴로 상대를 쳐다보던 영이, 이윽고, 서류를 놓고 허리를 쭉 피며 가슴을 더 강조해서 선다.

여전히 긴장한 얼굴로 상대를 보는 영이.

의자에 앉은 사람이 브로셔를 까딱하며 돌아 보라는 제스쳐를 한다.

영이, 천천히 옆태와 뒤태를 보여준 후 책상을 잡고 엉덩이를 강조한 자세 우~!

어이없는 얼굴로 '허~' 하며 보는 남자 셋.

럭스 사장이 들고 있는 브로셔가 다시 다가오라는 제스처를 한다.

긴장한 얼굴로 다가가는 영이, 의자의 앞에 선다.

브로셔, 돌아보라는 제스처.

영이, 돌아서면 영이의 엉덩이에 손을 얹어 슬쩍 만지는 손.

무안한 듯 외면하는 남 셋.

동시에 의자에서 일어나는 럭스앤리치 사장, 여자다.


럭스사장 : (엉덩이 손짓하며. 이하 영어) 볼 수 있을까요?

영이 : (명쾌하게. 이하 영어) 네.


섬유3과장, 얼른 들고 있는 작은 상자를 열어 뭔가를 꺼내려는데

영이, 치마 안에서 엉덩이 뽕을 벗어서 내민다.


남셋 : (입을 쩍!) 헉!!!

사원1 : (꺼낸 엉뽕 들고 울상) 야, 임마. 입던 걸..

영이 : 내구성 확인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직접 입고 며칠 테스트 해 봤습니다. 볼륨이 꺼지는지, 세탁 후 변형이 있는지.

럭스사장 : (뽕을 꼼꼼하게 쪼물쪼물 만져보고) 꺼짐은 없군요. 가슴 쪽은?

영이 : (돌아서서 가슴 뽕을 척척 꺼내 내민다.)

럭스사장 : (영이를 슥 보더니) 착용 전후 태가 확실히 다르네요. 전문 모델을 썼으면 별 감흥이 없었을 겁니다.

               (뽕 보며) 가슴에 맞춰 패턴화한 것도 좋고.

영이 : 템퍼는 라텍스보다 고밀도 고탄력이면서도 수선이 쉬운 장점이 있습니다.

섬유3과장 : (얼른) 특히 저희 섬유공장에서 생산한 템퍼는 촉감이 부드럽고 쓸림 방지 효과도 탁월합니다.

영이 : (서류 착착 내밀며) 내구성, 촉감, 마찰도에 대한 테스트 결과입니다.

         (또 내 밀며) 최근 템퍼로 뜨고 있는 다른 제품과의 비교 자료입니다. 미리 보내 드렸던 자료지만,

럭스사장 : (o.l 손 까딱하며) 검토했어요. 확실하더군요.

영이 : (서류 거두고)

섬유3과장 : 저희가 템퍼를 제안 드린 게 2년 전입니다. 이제 양 사 간 좀 더 발전적인 관계로 나아가길 희망합니다.

럭스사장 : (영이에게) 템퍼로 소파나 침대 쪽은 제안이 많아도 뽕은 처음입니다.

               2, 30대 섹시한 여성을 겨냥한 우리 쇼핑몰 니즈도 정확히 파악했고, 내 취향까지.. (영이를 보며) 어떻게 알았죠?

영이 : 솔직히 말씀 드려도 됩니까?

럭스사장 : (까딱)

영이 : 대표님 디자이너 시절의 작품을 다 봤습니다. 여성의 바디를 살리고

         남성들의 시선을 머무르게 하는 디자인에 집착하신단 걸 읽었습니다.

럭스사장 : (보다가 피식 웃고) 내 주변을 매수한 건 아니구요?

영이 : 그렇다면, 그 계약이 과연 유지가 될까요?

럭스사장 : (빤히 보다가 옅은 미소 보이며) 엉뽕, 내 사이즈도 있나요? 미스 안?

영이 : (미소로 받으며) 대표님은 뽕이 필요 없으실 것 같습니다.

럭스사장 : (하하하하~ 웃는다)



24. 회의실 밖 / 낮


상기된 표정으로 나오는 남 셋을 따라 속눈썹 툭툭 뜯어버리면서 나오는 영이,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 입술을 쓱 닦아 지우며 섬유3과장에게.


영이 : 곧 가겠습니다.

섬유3과장 : 어..어..

영이 : (꾸벅하고 화장실 쪽으로 간다)

사원2 : 오자마자 뽕으로 십억 수주.. 쟤 열흘 된 인턴 맞아요?

섬유3과장 : (싱글벙글 달라진 자세로) 쟤가 인턴 수석 아니냐? 니들, 오늘 영이 비주얼은 눈에서 다 지우는 거다?!

사원1 : 남사시럽게 그걸 어떻게 담아 둬요!?



25. 화장실 안 / 낮


화장실 칸 위에 척척 걸쳐지는 영이의 블라우스와 스커트.

잠시 후 부스럭 슥슥 소리 나더니 걸쳐진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슥 걷고 문을 열고 나오는 영이. 평범한 정장 차림에 쇼핑백.

세면대로 간 영이, 쇼핑백에서 메이크업 클렌징을 꺼내 눈 화장을 지우고 비누 세수를 한다.



26. 원인터 사무실 밖 복도 일각 / 낮


시선을 떨구고 걸어오는 그래.

맞은편, 화장실에서 나오는 영이, 까만 고무줄을 입에 문채 머리를 한 쪽으로 올려 묶으며 걸어오는데,

서로 지나칠 때 머리를 묶으려던 영이 손에서 튕겨져 나가는 고무줄이 그래의 뒤통수에 맞는다.

돌아보다가 고무줄을 반 밟는 그래.

영이도 돌아본다. 묶으려다 만 머리가 풀어진 채로 자연스러운 웨이브로 흘러 내려 져 있는데,

화장 지운 맨 얼굴과 어울려 청아하면서도 섹시한 느낌이다. '어..' 하며 고무줄을 찾는 영이.

뭘 찾는지 모르겠지만 영이의 시선을 따라 찾는 그래,

못 찾은 영이는 그냥 가고, 영이가 간 줄 모르고 계속 바닥을 훑던 그래, 밟고 있는 걸 보고 ‘어?’ 하며 얼른 고무줄을 주워 든다.

그래, ‘저기’ 하는데 없는 영이, 돌아보지만 사라진. 으쓱 하고는 주머니에 넣는다.



27. 영업3팀 / 낮


정신없이 통화하고 있는 동식.


동식 : 네, 사장님 b/l 드래프트(draft) 보내주세요. 확인하고 어멘드(amend) 할 내용 없으면 컨펌 드릴께요.

         (다른 전화 울리자 쳐다보며 다급히) 예예. 수고 하세요.

         (끊고 울리는 전화 얼른 받고) 감사합니다. 원인터.. 아! 차장님! 어제 잘 들어 가셨습니까?! 아휴~ 전 끄떡 없죠..


그때, 어색하게 굳은 몸짓으로 들어오는 그래를 본다. 눈으로 쫒으며.


동식 : 오과장님이요? 내일 들어오셔요. 아! 수요가 측에서 다음 달 최초선적으로 물량 요청한다는데 얼마나 가능할까요?

         네? 아! 예~ 그럼 다시 전화 주십쇼!


끊고 이메일 보내는 동식, 그래는 뭘 해야 할지 몰라 엉거주춤 서 있다.

동식, 두리번거리다가 근처 책상에서 발견, 다급히 가지러 가다 그래의 발에 걸려 넘어질 뻔 한다.


동식 : 아~~참~ !! 왜 그러고 섰어요?!!


깜짝 놀라 얼른 자리에 앉는 그래.

동식, ‘어후~’ 하며 서류를 갖고 와 앉아 챙기는데 뭔가 또 빠졌다. 다시 급히 일어나는 동식.

그래도 벌떡 따라 일어선다.

동식, 난잡한 상식 책상 위의 엎어져 있는 액자 앞에 있는 성인용품 브로셔를 얼른 들어 다시 앉는다.

그래도 앉는다.


동식 : (휙휙 넘기며) 아~ 놔.. 이것만 보낸 거야?


동식, 다시 벌떡 일어나자 그래도 벌떡 일어난다.

그런 그래를 성가신 듯 거슬린 눈빛으로 보고 여기 저기 서랍 속을 뒤져 찾으면서 전화 거는 동식.

그 분주한 동선에 따라 그래의 시선이 불안하게 따라다닌다.


동식 : (통화) 팀장님 원인터 김동식인데요, 브로셔를 요것만 보내시면 어떡해요?

         (서랍을 발로 닫으며) 네?! 그럼 잠깐 계세요. 지금 갈께요! 예!


전화 끊고 다시 앉아 서류를 챙기는 동식.

그래도 쭈뼛쭈뼛 앉는다.


동식 : (문서 몇 장 챙기며) 오과장니~임. 어떻게든 오늘 오셨어야죠오~~


챙긴 문서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또 얼른 따라 일어서는 그래.


동식 : (벌컥!) 왜 자꾸 일어났다 앉았다 해요? 정신 사납게?

그래 : 아.. 죄.. 죄송합니다.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동식 : (답답한 듯 후~ 보다가 들고 있던 문서를 휙 주며) 복사 좀 해 와요.

그래 : 네? (얼른 받으며) 아, 네!

동식 : (앉으며 궁시렁대듯) 26년 동안 복사 한번은 해봤겠지.

그래 : (두리번거리다 동식 뒤통수에 대고) 저기... 복사기는 어디에...

동식 : (헐. 꾹 참고 복사기 방향 가리키며) 저기.

그래 : 아.. 네, 몇 장씩 하면.....?

동식 : (울컥하지만 꾹 참고) 한. 장. 씩.


복사하러 가는 그래의 뒷모습을 허~ 하는 눈으로 보고 있는데.


동식 : (전화 울린다. 받으며) 감사합,

상식(e) : (o.l) 나다. 보충인력 왔냐?

동식 : (울컥)

상식(e) : 안 왔어? 인사팀에서 오늘 보낸다 했는데?

동식 : 예에 과장님~! 왔어요! 왔어!

상식(e) : (반색) 왔어? 어느 부서에서 왔어? 누가 왔어?

동식 : 네에~ 스카이팀에서 왔네요. 낙하산 타고 똑 떨어졌네요!

상식(e) : (어이없는) 뭐라는 거냐?

동식 : (점점 크게) 인턴이 왔다구요, 낙하산 인턴,

상식(e) : 뭐?!! 인터~언?!

동식 : 네! 요즘 아~~주 보기 드문 청년이 왔네요..

상식(e) : (다시 좋아라) 그~으래?

동식 : (흥분) 진짜 인사팀 너무 하잖아요!!



28. 탕비실 안 복사기 앞 / 낮


용지없음을 알리는 복사기 앞에 서서 난감한 그래, 종이를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마침 들어오는 이상현, 판에 박힌 미소를 지으며 목례하고 커피를 탄다.


그래 : 저기... 복사용지 어디서 채우면 됩니까?

이상현 : ? (친절하게) 거기 밑에 수납장 열어 보세요.

그래 : 아. 네.. (열어 보는데 없다) 저.. 없는데..

이상현 : (웃으며) 그럼 비품실에서 갖고 오셔야죠.

그래 : 아.. 저.. 비품실이 어디..

이상현 : ? (웃으며) 나가서 왼쪽으로 죽 가서 오른쪽.

그래 : 고맙습니다. (나가는데 들어오던 인턴2 - 오리발1과 지나친다)

인턴2 : (돌아보며) 저 친구가 그 친군가 봐요.

이상현 : 그 친구요?

인턴2 : (속닥) 낙하산.

이상현 : !! 아~!! 어쩐지이~ (다시 그래 쪽 보는)



29. 비품실 / 낮


열린 상자에서 하나 남은 A4 용지 한 셋트를 들고 가려다가 머뭇.. 다시 A4 상자들을 본다.

새 상자 통째로 들고 ‘끙!’ 하며 일어나는 그래.



30. 탕비실 안 / 낮


서류 봉투 들고 급히 걸어 오는 동식.


동식 : 아, 진짜, 무슨 복사를 한나절이나 (없다) 어디 갔어?

그래 : (무거운 A4 상자 안고 급히 들어오다 멈칫하면)

동식 : (어이없는) 아니 그걸 다 들고.. 아~아~ 빨리.

그래 : (다급히 A4 상자를 놓고 상자를 개봉한다. 용지 한 통을 꺼내려는데 손가락이 안 들어간다)

동식 : (복사기의 용지함 빼면서) 아, 뭐해요오~!

그래 : 예. (상자를 통째로 들어 거꾸로 솟자 와르르~ 쏟아진다)


동식, 어이 없이 보는데, 마침 커피 타러 들어오던 영이가 멈칫 선다.

그래, 다급히 용지 한 통을 들어 북 찢는데, 좌르르~ 흩어지는 종이들.

복장 터지는 동식, 당황해서 얼른 앉아 종이를 주워 모으는 그래.

종이를 밟지 않으려고 살짝 건너가는 영이의 다리.

그제서야 영이를 보게 되는 그래, 아.. 하며 얼른 몇 장만 주워 빈 용지함에 넣는다.

영이, 별 말 없이 종이컵 몇 개를 꺼내 능숙한 듯 커피를 탄다.

그래, 복사 한 장 넣고 커버 덮고 복사 누르고 철컥 나오면 다음 문서 넣으려는데.


동식 : 아이, 뭐합니까아~? (답답해하며 문서를 낚아채 일괄기능으로 작동하며) 정말 복사도 안 해 봤어요? 26년 동안?

그래 : 죄.. 죄송합니다.

영이 : (흘깃 볼 뿐 별 관심 두지 않는 얼굴로 커피만 탄다)

동식 : (원본과 복사지들 서류봉투에 바삐 넣으며 나가려다가 멈추고) 아, 저기. 안영이씨라고 했나 섬유3팀?

         우리 팀 새 인턴이에요. 장그래씨라고. (안영이 가리키며) 안영이씨. 섬유3팀 인턴.


영이, 그래 보면 그래 어설픈 인사, 영이도 어설프게 인사.


동식 : 점심시간 좀 챙겨줘요. 딴 인턴들한테 인사도 시키고. 내가 지금 외근 나가야 돼서.

영이 : 아... (난감하지만) 예..

동식 : (그래 보고 얕은 한숨 쉬며) 안면들 터 놓고 궁금한 거 있음 묻고.

그래 : 예.


동식, 개운치 않은 얼굴로 나간다.

둘만 남은... 그래, 멋쩍게 영이를 쳐다보는데 영이, 별 반응 없이 쟁반에 커피들 담아 들고 나간다.

혼자 남은 그래, 주저앉아서 흩어진 종이들을 주워 모은다.



31. 사무실 통로 / 낮


탕비실에서 나온 그래. 영업3팀 자리를 향해 걸어간다.

옆으로는 죽~ 업무에 한창인 사무실 분위기... 그들을 쳐다보면서 걸어가는 그래...

여기 저기 각 나라 언어로 바쁘게 통화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소리가 보이고 들린다.


e) (영어) : 헤이! 아 유 크레이지? 내가 지금 우리 이익만 차리자고 이러냐고!

e) (중국어) : 30%는 TT 하고 나머지는 DA 90일 괜찮지?

e) (아랍어) : 너희 나란 복잡해서 SGS 검사하고 SASO 인증도 받아야 한다고.

e) (불어) : 내가 너한테 CIF주려고 하는데 너는 왜 CFR로 받으려고 하냐?


보면서 걸음이 점점 느려지는 그래. 어느 순간 멈춰 서서 사무실 전경을 본다.


# 일각1

사원1 : (파티션 위로 고개 빼들고) 이대리님. 피아이(PI) 보낼 때 만약 LC 거래하면 쓰루뱅크 굳이 넣지 않아도 되죠?


# 일각2

사원2 : LC도 특정은행으로 지정된 거 있으면 any bank in korea로 amend해서 진행할께요.

사원3 : 지난 번에 LC 까다로운 은행으로 지정 받아서 아직도 네고 안 되는 하자 건 있으니까 이제 그런 일 없도록 하자고.


그래, 멍~ 하니 그 풍경들을 보는데,

‘잠시 만요’ 하며 살짝 밀고 지나가는 사원4 투썸플 커피들 들고 가까운 #일각3에 가서 모여 앉은 팀원들에게 나눠준다.


실무직1 : 어제 소개팅 성공? 웬 커피를 쏴?


웃는 팀 사람들의 화기애애한 분위기.

팀장, 서류 들고 와서 앉으며.


팀장1 : 태국이랑 필리핀 2건은 레귤러고 나머지 다 스팟이지?

사원4 : 네. 그 중 하나는 월말선적이라 다음 달로 넘어갈 수도 있겠는데요.

팀장1 : 셧다운 있어서 장기계약분이 이번에 안 실릴 수도 있으니 생각 해 놓고. 중동 쪽은 UBAF 은행이 한국 지점 있으니까..


돌아서는 그래, 굳은 얼굴로 다시 걷는다. 뒤로 회의하는 소리 계속 깔리고...


팀장1(on+off) : 이 은행으로 LC 컨펌 전부 받도록 하는 거 잊지 말고.

                     (다이어리와 달력 번갈아보며) 상순아 미국 쪽에 가격이 FOB 360불이라고?



32. 사무실 영업3팀 / 낮


‘후~’ 하며 앉은 그래. 빈 영업3팀을 돌아 본다.

복잡하고 알 수 없는 종이와 지도, 서류더미들 등등. 그래에겐 전부 낯선 풍경들이다.

그래, 동식의 책상에 있는 종이를 본다.


그래 : (읽어 본다) 수요가 측에서 제품 backship 요청중인 바, 인근 수요가향 전매 검토 요청... (낯설고 어렵다) .....


상식의 책상 쪽을 본다. 파티션 앞에 빼곡히 붙은 포스트 잇, 쌓여 있는 서류에 샘플에

이것저것 복잡, 다단, 난잡하기까지 한 책상 위. 그 틈에 엎어져 있는 액자.

그래, 액자를 세워 주려는데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깜짝 놀라 보면 동식의 책상에서 울리는 전화.

안절부절 못하며 보는 그래, 잠시 후 끊어진다. 한숨 돌리는데 다시 울린다. 계속 울린다.

어째야 하나.. 어쩔 줄 모르는데 옆 팀 파티션 너머 황대리.


황대리(e) : 거! 전화 좀 받으십시다!

그래 : (용수철처럼 튀어가 전화 받고) 여보세요?

상대(e) : ... (당황한 듯 잠시 침묵하다..) 어... 김대리님 좀 부탁합니다.

그래 : 어..어...지.. 지금 안 계신데요?

상대(e) : 그럼 오과장님 좀 바꿔 줘요.

그래 : 네?

상대(e) : (날 선 목소리) 거기 영업3팀 아니에요?

그래 : 마.. 맞는데.. 오과장님이.. 잠시만요. (파티션 너머 황대리에게) 저.. 오과장님이 누구신지..

황대리 : (건성으로 자리 기리 키며) 그 자리요. 해외출장요!

그래 : (얼른 다시 전화를 붙잡고) 오과장님 해외출장 중이시랍니다.

상대(e) : 언제 오시나요?

그래 : 아.. 그.. 그게.. 저.. 잠시만요. (급하게 황대리에게 물으려는데)

상대(e) : 됐습니다!! (뚝!! 전화가 끊어진다. 뚜뚜뚜뚜~)

그래 : .... (내려놓는데 이번엔 상식의 전화벨! 얼른 받는다) 여보세요?

러시아어(e) : 알로?

그래 : (당황하는)

러시아어(e) : 알로? 알로?

그래 : 여.. 여.. 여보세요?.. (소심하게) 헤..헬로?


상대 러시아인이 우르르 말을 쏟아낸다. 얼굴이 하얘지면서 당황하는 그래, 자기도 모르게 전화를 끊으려다 멈칫한다.

주변을 헤매는 시선으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 손수건으로 머리 묶은 영이가 서류를 들고 옆을 지나간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급히 따라 가는 그래.



33. 영업3팀 밖 / 낮


뒤에서 영이의 옷자락을 자기도 모르게 와락 잡는 그래.


그래 : 저..저기요. 

영이 : (깜짝 놀라 보면)

그래 : (수화기 얼른 내밀며) 전화 좀.

영이 : (의아한 듯 보기만) 네?

그래 : 전화가 왔는데 제... 제가 못 알아 들어서요.

영이 : (상식 책상에 놓여 있는 수화기를 본다) 저도 영업3팀 일은 잘 몰라요. 다른 분께 말씀하세요. (가려는데)

그래 : (다시 와락 잡는다) 저기.


영이, 찌푸리며 돌아보면 엄마한테 매달린 어린애 같이 절박하고 애처로운.


그래 : 부탁해요...

영이 : (보는)



34. 영업3팀 안 / 낮


책상 위 전화를 들어 받는 영이.


영이 : ... (전화기를 받는다) 네, 죄송합니다. 영업3팀입니다.

러시아인(e) : 알로?

영이 : (조금 당황한 얼굴로 그래를 봤다가 능숙한 러시아어로) 이즈비니쩨 빠짤스똬. (미안합니다)

그래 : (보는)

영이 : (러시아어로) 네.. 영업 3팀 맞습니다만 담당자가 자릴 비워서요, 아..

         (얘기를 듣는 듯 자연스럽게 끄덕이다 얼른 메모한다) 게르마늄 밥 그릇 샘플.. 네.. 셀바이오의 미셸 쵸스도프스키씨.

         네 최대한 빨리 연락드리겠습니다. (끊고 메모 주며) 오시면 전해드리세요. (눈 인사 하고 간다)

그래 : (뒤에 대고 중얼) 고맙습니다.


그래. 손에 든 메모를 만지작거리다가 상식의 책상 파티션에 붙여두고 ‘휴우~’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듯한 기분이다. 그 위로.


그래(na) : 끝인 줄 알았더니


상식의 의자에 털썩 앉는다. 엎어진 액자가 보인다. 세워두려는데 또 울리는 전화!


그래(na) : 시작이었다.

그래 : (놀라 받으며) 여보.. 아..아니 감사합니다. 여.. 영업3팀입니다.

미국인(e) : 헬로?

그래 : !!!!

미국인(e) : 헬로?


그래, 황대리를 보는데 눈도 안 마주치려는 기색으로 열심히 일만.

다시 그 팀 실무직 여직원에게 다급하게.


그래 : 저기 여기 전화 좀..

실무직여직원 : (바쁘다. 흘깃 보곤 퉁명스럽게) 모르겠네요.


당황한 그래, 반사적으로 영이를 찾는다. 가까운 곳에 있다.


그래 : 져.. 져스트 어 모..모먼트. 프..플리즈. (전화기 내려놓는데)

미국인(e) : (서툰 한국어로) 여보세요? 여보세요? 오과장 없어요?



35. 영이 쪽 / 낮


한달음에 영이에게 가서 옷자락을 잡는 그래.


영이 : (놀라) 왜요?

그래 : 저기.. (잡아 끈다)

영이 : (얼결에 따라가며) 뭐예요?


서류 들고 지나가던 백기 앞을 지나가는 영이와 그래.

백기, 그러는 두 사람을 의아하게 보는데.



36. 영업3팀 안 / 낮


예의 절박한 얼굴로 영이에게 전화기를 내미는 그래.


영이 : (화가 좀 난다. 찡그리고 그래를 본다)

그래 : 죄송합니다. 이번엔 영어...

영이 : (얕은 한숨 쉬며 영어로) 헬로? 영업3팀입니다. 아 네.. 오과장님 출장 중이십니다.

         네 전해 드릴께요. 스미스 브라운씨. (메모한다)

그래 : (그런 영이를 쳐다보는) ....

그래(na) : 체면도


#36-1. 영업팀 밖 dis.

영이에게 쫒아가는 그래.


그래(na) : 위신도


#36-2. 통로 일각1 dis.

또 영이에게 쫒아가는 그래.


그래(na) : 자존심도


#36-3. 통로 일각2 dis.

영이 뒤를 졸래졸래 따라 다니는 그래.


그래(na) : 뭣도 생각할 때가 아니다. 그런 건 닭한테나 던져 주라지.


#36-4. 탕비실 + 통로일각3 dis.

- 영이, 그래를 이리저리 피해 다니다가.

- 그래에게 급기야 화를 내는 영이와 미안하다며 꾸벅꾸벅하는 그래.

- 영이, 돌아서서 가면 또 따라 다니는 그래.


그래(na) : 나는 오리다.

어린그래(e) : 오리 말예요.



37. 그래의 집 / 그래의 회상.


마당에서 일 하고 있는 엄마 옆에서 동물 동화책을 보고 있는 어린 그래.


그래 : 오리는 태어나서 제일로 먼저 본 걸 엄마라고 생각한대요. 정말이에요?

엄마 : (일하는데 열중하기만) 오리 아침밥은 줬냐아~?



38. 영업3팀 / 낮


화난 영이 앞에서 숙이고 있는 그래.


그래(na) : 새끼 오리다...

영이 : 장그래씨, 이제 그만 하시죠? 제 업무도 바쁘고요.

그래 : (숙이는) 죄송합니다.

영이 : (후~) 전화가 오면요, 전부 외근 중이라 하고 이름하고 연락처만 받아 두세요.

그래 : 그렇게만 해도,

영이(o.l) : 네, 그렇게만 해도 되요.

그래 : 외국에서 온 전화는,

영이 : 외국에서 온 전화는 (..말문이 막힌다) ..

그래 : (보는)

영이 : (단호하게) 끊어요.

그래 : (깜짝) 끊어요?

영이 : 네, 그냥 끊어요. (간다)

그래 : (멍~ 보면)



39. 자원팀 사무실 / 낮.


컴퓨터 앞의 정과장, 통화 중인 하대리, 각자 바쁜 분위기다.

어려운 용어를 타이핑해 가며 능숙한 솜씨로 PT를 만들고 있는 장백기.


정과장 : (모니터 주시하며) 야 하대리. 이거 메일 뭐냐.

하대리 : (전화 끊으며) 아, 그거 카메룬에서 클레임,

정과장 : (짜증 o.l) 아는데, 저번 달 건 아니냐고오~ 정말 더럽게 찌질하게 구네.

하대리 : (달래듯) 담배 한 대 피러 가시겠습니까?

백기 : (일어나며) PT 준비 마무리 했습니다. 두 분 메일로 지금 보내놨습니다.

하대리 : 벌써?

정과장 : 무슨 PT? (메일 들어가 파일 연다)

하대리 : 전무님 보고 때 쓸 아프리카 수출 아이템 요약이요. 뭐 대학 때 PT마스터라 불렸다길래 한 번 해보라고 시켰죠.

백기 : 컴퓨터간 버전호환이 안 될까봐 pptx파일과 ppt파일 두 개로 저장시켰구요. 출력하시기 편하게 PDF파일까지 해서

         압축파일로 보냈습니다. 본문 글자 포인트는 11포인트. 휴먼굴림체. 소제목은 한 사이즈 키운 고딕체로 통일시켰는데

         마음에 안 드시면 말씀해 주세요.

하대리 : 뭐야. 너 혹시 말로만 듣던 3d프린터냐. 뭐가 그리 줄줄 나와.

정과장 : (확인하며) 오! 제법이네? 쓸 만하다. (나가며) 담배 한 대 피고 오자.



40. 통로 / 낮


걸어가는 정과장과 하대리, 따르는 백기.


하대리 : 점심, 칼국수 하실 거죠?

정과장 : 그러자. 8명이면 미리 예약해야하지 않아?

백기 : 오씨네랑 씨알면옥 예약해 뒀는데 어디로 하시겠습니까?

정과장/하대리 : (어? 하며 놀란 듯 보면)

백기 : 아침에 말씀하시는 거 듣고 일단 잡아 놨습니다. 정하시면 한쪽 캔슬하겠습니다.

정과장 : 하! 장백기, 너 회사생활 진짜 잘 하겠다. 인턴PT 꼭! 통과해서 꼬~옥 우리 팀 와라?

백기 : (웃는)

하대리(off) : 아~ 저기 저 친구가 그 친군가봐요.


정과장, 백기 보면 영업3팀, 꿈벅꿈벅하며 앉아 있는 그래.


하대리 : 이번에 오과장님네 온 인턴이요. 누구 줄인지 모르겠는데 낙하산,

정과장(o.l) : 옛~날에 모 명문대에, 총장한테 편지 써서 합격한 애가 있었거든?

하대리/백기 : ??

정과장 : 꼭 입학해야만 하는 절절한 이유가 총장 마음을 움직였지. 걔 어떻게 됐는 줄 알아?

하대리 : ?? 대입 점수도 안되는데요?

정과장 : 한 학기 다니고 자퇴했어. 따라가질 못하니까.

하대리/백기 : 네? / ??

정과장 : 저 친구, 고졸 검정고시가 최종이라는데, 특별한 이력도 없고..

하대리 : (놀라) 어떻게 아세요?

정과장 : 인사팀에서. (백기 돌아보며) 잘해 줘라. 어차피 오랜 못 버틸테니까.


백기, 그래를 보면 문득 뭔가 생각난 듯 양복 주머니에 손을 넣어 뭔가를 꺼내 보는 그래. 영이 쪽을 보더니 간다.

쳐다보는 백기.



41. 섬유팀 / 낮


일하고 있는 영이에게 다가온 그래.


그래 : 저기..

영이 : (본다) 네?

그래 : 아, 저기 (주머니에 손을 넣으려는데)

영이(o.l) : 저기요, 점심 말예요. 전 원래 점심 혼자 먹어요.

그래 : (당황) 아.. 네에.. 그리고 (주머니에서 고무줄을 꺼내려는데)

백기(off) : 안영이씨.

영이/그래 : (보면)

백기 : (다가와) 한 건 했다면서요? 혼자 100미터 달리기하기에요?

영이 : (웃고 마는)

백기 : (그래 본다. 악수 내밀면) 장백기예요. 자원팀 인턴이죠.

그래 : (당황해서 얼른 손 내밀며) 장그랩니다.

영이 : 말씀 나누세요. (서류를 들고 나간다)

백기 : 입사가 늦었네요? 우린 열흘 전에 들어 왔어요.

그래 : 아..네..전 (머뭇거리다가) 그렇게 됐어요.

백기 : 어려운 점 있음 물어봐요. (웃으며) 복사실 위치라든가 복사지 행방이라든가.

그래 : 아... (멋적게 웃으며) 보셨군요.

백기 : (웃으며) 여기선 다 보여요. 보여도 안 보이죠. 각자 자기 일이 바쁘니까.

그래 : 네.. 그렇더라구요.

백기 : 근데.. 긴장 많이 하셨나봐요. 양복 윗 옷은 벗으셔도 되요.

그래 : 네? 아. (둘러보면 전부 와이셔츠 차림이다) 아.. 제가.. 그랬나보네요.


양복을 벗어 드는 그래. 그래의 팔에 걸쳐 지는 양복 윗도리.



42. 백화점 남성정장코너 / 낮


마네킹이 입은 다양하고 멋진 양복들에 감탄하며 돌고 있는 그래모.

마음에 드는 마네킹 정장 앞에 서서 쓰다듬어 보고 안감을 보고 한다.


점원 : (다가 와) 고객님, 어느 분이 입으실 겁니까?

그래모 : 이거 신상이지? 얼만가?

점원 : (가격표 보며) 위 아래 합해 102만 4천원입니다.

그래모 : (띵!!!) 뭐어?



43. 00마트 / 낮


주륵 걸려 있는 양복들을 뒤적이는 손. 그 중에 하나를 꺼내 보는 그래모. 한결 풀이 죽은 얼굴이다.


그래모 : (궁시렁대며) 금실로 떴나~? (이리 저리 보며) 여기나 거기나 벨반 다를 것도 없네.

            (가격 보며 내심 안심하면서도 카트에 옷을 담으려다 멈춘다) ..... (다시 힘을 북돋우며) 그깐 라베루가 뭐가 중요해?!

            (카트에 툭 담아지는 양복)



44. 영업3팀 / 낮


‘오늘은 뭐 먹지~’ 하며 웅성웅성 떼 지어 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앉아 있는 그래.

고개를 돌려 영이가 부산하게 다니면서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다가 눈이 마주친다.

얼른 아닌 척 돌리는 그래.

영이, 신경 쓰이지만 지나가다가... 돌아본다.


영이 : (찡그리고 다가가며) 장그래씨.

그래 : 아..네.

영이 : (가시 돋지만 애써 참고) 점심 식사 하러 안 가세요?

그래 : 아... 네. 전...배가 안 고파서..

영이 : 장그래씨, (하..) 마마보이에요? 혼자선 아무 일도 못 합니까? 혼자선 밥도,

그래(o.l) : 저 그렇게까지 바보는 아닙니다.

영이 : (멈칫)

그래 : (보다가..) 정말 배가 안 고파서 그래요. 긴장해서겠죠.


쳐다 보는 영이.. 시선 받는 그래... 그러고 있는데 배에서 나는 꼬로록 소리...

그대로 돌이 되는 그래.. 보다가 가버리는 영이.



45. 엘리베이터 앞 / 낮


승강기 복도로 나오는데 가까운 엘리베이터가 닫히려고 한다. 달려가는데 안에서 가차 없이 닫힘 버튼 누른다.

머쓱한데 옆에 엘리베이터 오고 기다리던 백기와 인턴들이 우르르 탄다.

황급히 가는 그래, 마지막으로 이상현이 타고 뒤따른 그래도 타려는데 꽉 차 있는 내부.

머뭇거리는 그래.. 사람들, 그래의 포기를 기다리듯 보고 있다. 뒤쪽에 선 백기도 말없이 보고 있다.


이상현 : 어쩌죠? 자리가 없네요.

그래 : 아, 네. 먼저.


그래, 물러서면 닫힘을 누르는 이상현. 그래의 눈 앞에서 닫히는 문.



46. 엘리베이터 안 / 낮


이상현 : 그 친구네요.

인턴2(오리발2) : 얼마나 빽이 좋길래 시험도 안 치고 인턴에 뽑혔을까요?

석호 : 스펙이 엄청난가 봐요. 특채 될 정도면.

이상현 : 뭐, 아이비리그라도 나왔나?


인턴들, 약간의 불만 섞인 소리로 수긍한다. 그 와중에 묵묵히 있는 백기.



47. 계단 / 낮


터벅터벅 내려가는 그래.



48. 식당 안 / 낮


넥타이맨들로 왁자지껄 빽빽한 식당 안이다. 얘기 중인 백기 일동 자리에 음식이 나오고 있다.


이상현 : (불만 가득) 어쨌든 불공평해요. 이건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구요.

백기 : (묵묵 먹기만) ..

석호 : (찜찜하지만) 설마 정식 입사 때도 그런 특혜를 주겠어요?

인턴2 : (한숨) 넘사벽은 안영이씨 하나면 족하다구요~

이상현 : (문 쪽 보며) 양반은 아니네요.


모두들 이상현의 시선을 쫒아 보면 혼자 들어 온 그래, 빈 자리에 앉는다.

그래에 집중하는 인턴들.

그래, 두리번거리다가 그들을 본다. 인턴들 가식적인 미소. 백기는 편안한 표정.

그래, 꾸벅하면


백기 : 장그래씨, 이리 오세요.

일동 : (당황해서 백기를 본다)


어색하게 앉아 있는 그래와 인턴들...


인턴들 : (어색한 웃음만.....)

석호 : (헛기침 후) 난 김석홉니다.

그래 : 장그랩니다.

일동 : (역시 어색)

백기 : 장그래씨, 인턴 스터디 모임에 나오세요.

일동 : (당황해서 백기를 본다)

그래 : 아.. 네.. 전 뭐..

이상현 : (미소) 장그래씨가 뭐가 아쉬워서 스터디를 합니까?

그래 : 네?

인턴2 : 맞아요. 안영이 씨도 안 나오잖아요. 스터디란 게 1등은 얻어갈 게 없는 거거든요.

이상현 : (웃으며) 근데, 장그래씬 대학 어디 나왔어요? 하버드? 스텐포드? 아님, 스카인데 집안이 빵빵한 건가?

일동 : (웃으며 보는데)

이상현 : (역시 웃으며) 하하,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그래 : 전 고졸 검정고시가 답니다.

백기 : (보는)

이상현/일동 : (어이없는 얼굴) / (당황) !!



49. 식당 밖 / 낮


영이, 식당 쪽으로 오는데, 마침 인턴들이 나오고 있다. 어색하거나 찜찜하거나 어이없거나 한 표정들.


이상현 : 어이없네. 원래 원인터가 학력철폐시범 기업이었어요?

석호 : 어? 안영이씨, 늦었네요?

백기 : 이제 와요?

영이 : 네.

석호 : 오늘 김치찌개 맛있어요.

영이 : (웃으며) 네. (문 쪽으로 들어 가려는데 뒤에 들리는 소리)

인턴2(off) : 아, 아까 그래서 영이씨 뒤를 그렇게 졸졸졸 따라다녔구나.


식당 안으로 들어가는 영이.



50. 식당 안 / 낮


들어서는 영이, 사람들 빠져 나가고 드문드문한 식당 안.

다른 인턴들 밥이 아직 치워지지 않은 탁자에 홀로 앉아 묵묵히 밥을 먹고 있는 그래가 보인다.

영이, 보다가 한 쪽에 앉는다. 주문 받는 아줌마에게 ‘김치찌개요’ 하고 다시 그래를 본다.


영이 : .....



#50-1. 그래 쪽


묵묵히 먹고 있는 그래.


그래 : 전, 고졸 검정고시가 답니다.


당황하고 싸해지며 곧 어색해지는 분위기의 인턴들. 헛기침 하기도.. 외면하기도..

이상현은 기가 막힌. 백기는 묵묵..


영이(off) : 앉아도 되요?


그래, 보면 영이 서 있다. 앞에 앉으며.


영이 : 혼자서도 잘 먹네요.

그래 : (보면)

영이 : 아깐 미안했어요.

그래 : 네..

영이 : 네요? (웃으며) 보통 아뇨, 괜찮습니다. 하는데요.

그래 : 잘못한 게 없을 땐 네, 하죠.

영이 : (보는)

그래 : (숙이고 묵묵히 먹기만)



51. 외경 / 밤



52. 회사 근처 거리 / 밤


퇴근하는 직장인들의 풍경. 그 사이를 창백한 얼굴로 묵묵히 걸어가는 그래.


이상현(e) : (열 받은) 아오~ 좀 열 받네.



53. 회사 휴게구역 / 낮 / 회상


커피 마시는 인턴들. 그 사이에 자원팀 하대리.


이상현 : 우리가 여기 인턴이라도 들어오려고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어요? 대학 4년이 고등학교 연장이었다구요.

            안 그래요? 장백기씨?

백기 : (가볍게 커피 마시며 피식 웃으며) 입시연장이었죠.

석호 : (한숨) 그 놈의 스펙8종 쌓느라고.. (한숨)

이상현 : (하대리 보고) 형님도 그러셨잖아요? 저 입학했을 때 형님 4학년이었죠?

하대리 : (웃으며 끄덕끄덕) 그랬지.

석호 : 은근 끼리끼리 동문 많네요? IT팀 이과장님은 우리 과 선밴데.

인턴2 : 아, 근데 저 사람은 대체 무슨 대단한 빽일까요? 그렇게 있어 뵈진 않는데..

이상현 : 빽은 빽이고오, 액면가는 견적 딱! 나오는데 뭐,

인턴2 : (하대리에게) 요즘엔 회사도 사회배려자 전형 같은 게 있나요?

이상현(off) : 좀 건방진 말이지만요, 솔직히 기분 나빠요.

일동 : (보면)

이상현 : 저런 급의 사람도 올 수 있는 데를 내가 뭐 하러 오나....

            형님, 솔직히 우리 학교 정돈 아니어도 인 서울은 기본 아닌가요?

하대리 : 너 임마 건방진 말 맞고, 잘 해줘라. 쟤 오래 못 있는다. 이 빌딩 어디에 쟤 있을 자리가 있겠냐?



#53-1. 일각


창백해진 얼굴로 듣고 있는 그래...



54. 회사 인근 먹자 골목 / 밤


음식점 유리 안으로 보이는 샐러리맨의 모습들, 술 먹고 건배하고 격려하고 위로하는 모습들.

골목 곳곳엔 다투고 토하고, 등 두드려 주고, 또는 취해서 어깨동무하고 가는 샐러리맨들의 모습들..

멈춰 서서 그 모습들을 보는 그래..



55. 집으로 가는 길, 언덕공원 / 밤


언덕배기를 오르는 그래... 언덕공원에 서서 아래를 쳐다보는 그래.

서울 빌딩의 수많은 불빛들... 그 불빛 들을 말없이 쳐다보는 그래.


하대리(e) : 이 빌딩 어디에 쟤 있을 자리가 있겠냐?

그래 : .....



56. 그래의 방 / 밤


어두운 방에 들어서는 그래. 불도 켜지 않고 우두커니 서 있다.

책상 옆 구석에 둔 바둑판과 바둑알을 쳐다보다가.. 점점 일그러지는 얼굴.

옷장 문을 확 열고 바둑판과 바둑알을 옷장 구석에 확! 쑤셔 박고는 문을 쾅! 닫는다.

일그러진 얼굴로 돌아서는 그래.



57. 옷장 안 / 밤


쑤셔 박힌 바둑판과 쏟아진 바둑알.. 검은 바둑알에서...



58. 한국 기원 대국장 / 낮 / (과거)


검은 바둑 돌을 집어 드는 9살 소년의 손. 어린 장그래다.

그 뒤로 걸려 있는 '1997년 1회차 한국기원 연구생 선발전’ 플랜카드.

영특해 보이는 그래, 고심 끝에 한 수를 놓으면,

CA. 상대 쪽으로 팬 해서 다시 장그래로. 14살이 되어 있고 뒤에는 ‘제 93회 연구생 입단대회’의 플랜카드.

그래, 한 수를 놓고 고개를 떨구면

CA. 상대 쪽으로 또 팬 해서 다시 장그래로. 17살의 장그래. 뒤에는 ‘제 106회 연구생 입단대회’ 의 플랜카드다.

상대가 마지막 수를 두자, 고개를 떨구는 17살의 그래....


그래(na) : 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

               길은 모두에게 열려있지만, 모두가 그 길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59. 기숙사 복도 / 밤


방문이 열리고 나오는 그래, 현관으로 걸어가며 후드를 뒤집어쓰는 그래.

시계를 보고 주변을 살핀 뒤 몰래 현관문을 여는데,


사범(off) : 이것 때문이란 생각은 안 해 본 거냐?

그래 : !! (돌아보면)

사범 : 그 기재를 갖고도 번번이 입단 문턱에서 실패하는 이유 말이다.

그래 : 사범님...

사범 : 아르바이트, 이제 그만 둬라.

그래 : (당황해서 숙이는)

사범 : 집안도 어렵고, 아버님도 편찮으신 거 안다. 하지만 그래야.. 너 이렇게 해선 계속 어려울 거다.

그래 : 사범님..

사범 : 모두들 학교도 그만두고 바둑에만 매달리는 이유, 알잖니. 너도 그래왔고.

그래 : (고개만 떨구고) ...



60. 편의점 / 밤 (과거)


창고에서 박스 들고 나와 물건을 진열대에 채워 넣는 그래...

일하면서도 자신이 정리한 기보를 꺼내 보는 그래. 얼마나 봤는지 너덜너덜하다.


사범(e) : 한국기원 연구생 신분은 올해로 마지막 아니니? 올해 입단하지 못하면 더 어려워질 거다..

             아르바이트는, 그만 두거라. 그래야.


어두운 얼굴로 한숨 쉬는데 전화 온다. 액정에 뜨는 <엄마>. 불길한 느낌의.



61. 장례식장 / 낮 (과거)


붉어진 눈으로 상복에 상주 띠 두른 그래, 조금 열린 방문 앞 툇마루에 앉아 있다.

안에서는 엄마의 울음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그래모(e) : 이런 법이 어딨어요 이런 법이~ 이렇게 혼자 가는 법이 어딨어~


붉어진 눈으로 방 안을 본다. 문 틈으로 보이는 웃고 있는 아버지 영정 사진.


그래(na) : 내 길은 거기서 끝났다.



62. 한국 기원 대국장 / 낮


‘제 107회 연구생 입단대회’의 플랜카드 앞에서 어린 상대와 대국 중인 그래.

상대가 마지막 수를 두자, 고개를 떨구는 18살의 그래.


그래(na) : 기재가 부족하다거나 운이 없어 매번 반집 차 패배를 기록했다는 의견은 사양이다.



63. 기숙사 안 / 낮


그래, 잔뜩 쌓인 기보집과 복기록 등 자료들을 배낭에 넣는다. 그러고도 한참 남은 기보집을 노끈으로 묶는 그래.


그래(na) : 바둑과 알바를 겸한 때문도 아니다. 용돈을 못 주는 부모라서가 아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자리에 누우셔서가 아니다.



64. 기숙사 밖 / 낮


양손에 기보집 묶음을 들고 나오는 그래. 후드에 깊이 가려진 그래의 참담한 눈빛이 비로소 드러난다.


그래(na) : 그럼 너무 아프니까. 그래서 난 그냥 열심히 하지 않은 편이어야 한다.

               열심히 안한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안해서인 걸로 생각하겠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세상으로 나온 거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것 뿐이다.



65. 그래의 방 / 밤 / 현재


어두운 방안... 팔을 두르고 누운 그래...



66. 그래모의 방 / 밤


걸어 둔 양복을 쳐다보고 앉아 있는 그래모, 한숨 쉬는데..



67. 그래의 집 방 / 이른 아침


어제와 같은 양복 차림의 그래, 넥타이를 목에 거는데 들어오는 모.


그래모 : 하루 더 입어야 되겠다. 바빠서 못 샀어.

그래 : 천천히 사세요. (보고) 눈은 왜 빨개?

그래모 : 너 때문에 잠을 못 자 그래. 밤 새 왜 그렇게 뒤척이니?

그래 : 엄마 코고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 있어야 말이지.

그래모 : 큼..

그래 : 다녀 오겠습니다. (간다)

그래모 : (그 뒷모습을 보는) ...



68. 출근길 / 아침


출근 인파 사이에 섞여 걸어 가는 그래... 어색하다.



69. 원인터 외경



70. 원인터 사무실 안 / 이른 아침


들어서는 그래. 이른 시간이라 사람들 드문드문한 사무실을 본다.

낮밤이 바뀐 일부 해외 영업팀 해당 나라 언어로 통화중이다.



71. 영업3팀 안 / 이른 아침


윗 옷을 벗고 앉는 그래. 차분히 3팀안 이곳저곳 둘러본다.

여전히 엎어져 있는 상식 책상의 액자도 풍경 속에 묻혀 있다.

그래, 상식의 책상에 붙은 비상 연락망에 눈길이 머문다. 이름과 전화 번호를 보고 전화의 번호판을 유심히 본다.

전화번호 순서대로 번호판의 모양을 외우는 중이다. 몇 번 반복 하고..



72. 원인터 로비 + 엘리베이터 앞 / 아침


출근하는 영이 곁에 백기가 나란히 와 걷는다.


백기 : 회사 로비가 좀 익숙하네요. 벌써.

영이 : 안녕하세요.

백기 :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 거다. 각오도 했었는데. (미소) 안영이씨는 어때요?


영이 핸드폰 진동 울린다. 받으려고 본다. 액정에 뜬 발신인은 <......>

멈춘다. 굳어지는 표정의 영이. <거부>를 터치해 끈다.

백기, 그런 영이를 약간 의아하게 보는데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다시 걷는 영이 전화가 또 온다. 안 받는 영이. 보는 백기.



73. 원인터 사무실 안 + 영업3팀 안 / 아침


전화 받으며 허겁지겁 오는 동식, 다급한 얼굴이다.


동식 : 오과장님 공항 도착하셨을 겁니다. 네? 바로요? 네 알겠습니다. 부장님.

         (전화 끊고 급히 영업 3팀 쪽으로 걸으며) 아~ 진짜 미치겠네! 아니, 헨리 걔는 내일 오기로 해 놓고

         오늘 오면 어쩌자는 거야?!! (영업3팀 안으로 들어오며 다급히) 아! 장그래씨!

그래 : (일어나 인사하며) 안녕하십니까?

동식 : (다급히 서류 챙기며) 오과장님 전화 좀 돌, 아 참, 모르지. 아~ 놔. (자기 핸드폰으로 걸려는데)

그래 : (책상 위 전화를 들어 거침없이 번호를 누른 후 넘겨준다) 여깄습니다.

동식 : (멈칫) 어? 어... (받으며 그래를 흘끔 보며) 내가 가르쳐줬었지?



74. 공항 밖 혹은 (공항 주차장) / 낮


출입문이 열리고 여행캐리어를 끌고 통화하며 나오는 오차장.

머리는 부스스, 뒷머리는 눌리고, 충혈 된 눈에 수염이 자라 까칠한 턱.


상식 : 야! 임마! 내가 오늘 온다 했는데 걜 오늘 보내면 어떡해!



75. 영업3팀 / 낮


동식 : 그 쪽하고 커뮤니케이션이 꼬였나봐요. 9시30분까지 킹스호텔 커피숍이요.

상식(e) : 임마! 그 시간까지 무슨 수로 가! 출근 시간대야!

동식 : 부장님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시랍니다. 네? 전 좀 있다 다롄 가요. 네, 오징어 때문에요. 저녁 비행기로 올 꺼예요.



76. 도로 / 낮


꽉 막힌 출근 길 도로.



77. 상식의 차 안 / 낮


상식, 막힌 도로 상황에 거의 패닉 상태로 앞을 노려 보고 있다.


라디오(e) : 출근길 교통 상황입니다. 오늘 유난히 교통량이 많은데요. 서울 시내 주요 도로 양방향 모두 꽉꽉 막혀 있습니다.

                먼저 올림픽 도로입니다.

상식 : (전화 오자 받자마자) 30분 동안 500미터.

동식(e) : 네에~?! 어떡해요!!

상식 : 날으랴?


<# 77-1 / 영업3팀 동식 + 상식의 차안 상식 분할 화면>


동식 : 지금 어디신데요?!

상식 : 동식아.. 우린 익숙한 것, 친숙한 것으로부터 낯설어지기를 연습해야 한다.

         그래야 우린 좀 더 우리 삶을 새로운 차원에서 경험해 볼 수 있지.

         낯설게 보기 위해 우리는 공포에서 한 발짝 떨어져 볼 필요가 있다.

동식 : 과장님, 아까 부장님이 과장님 정신줄 놓으시면 해고예고수당 드린데요.

상식 : (정신 번쩍) 지금 올림픽 도로, 평균 진행속도 시속 12km. 미팅 장소까지 8km.

         예상 소요시간 50분. 미팅 시간 30분 오버 예상.

동식 : 30분이나요?!!!! 일단 끊어 보세요.



78. 영업3팀 / 낮


동식 : 아~ 미치겠네. (전화기 열며) 부장님 핸폰 번호가...

그래 : (또 유선전화를 들어 거침없이 번호를 누르며) 연결했습니다.

동식 : (놀란다) 어? 어.. (전화 받으며) 부장님. 동식인데요. 과장님이.. (놀란) 예??? (그래를 보며) 아니, 그래도 얠 어떻게..

         (전화에 작게) 부장님, 얜 아무 것도 모릅니다아. (난감한) 예.. 예.. 예 알겠습니다. (전화 끊고 그래를 본다)

그래 : (네? 하듯 쳐다 보면)

동식 : (하~ 어이가 없지만..) 장그래씨, 그래씨가 좀 가야겠어.

그래 : (놀란) 네?

동식 : 말 안되지? 다른 방법도 없어. (인삼절편 샘플 챙기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오과장님 가실 때 까지 잡아 둬. 알았지?!

         (샘플 주며) 자, 인삼절편샘플. (발음이 안 돼 몇 번 시도 애드립 후 할 수 없이 또박또박) 인.삼.샘.플.절.편.

그래 : (긴장한 얼굴로 받는)

동식 : (단단하게) 26년 동안 한 일은 없어도 쓸 만 한 놈이란 걸 보여줘라.

그래 : (보다가) 네. (꾸벅하고 가면)

동식 : (그래의 뒷모습을 보며) 꼭 보여. (허물어지며) 줄 리가 줄 리가 없잖아~~!! 무슨 수로~ 무슨 수로오~

그래(e) : 그러니까, 내말이...


걸어가는 그래의 뒷모습.



79. 도로 / 낮


꽉 막혀 있는 도로에서 여기 저기 빵빵~



80. 호텔 카페 안 / 낮


샘플이 든 쇼핑백을 들고 긴장한 얼굴로 들어서는 그래.


그래(e) : 나라고

동식 : 무슨 수를 쓰든 잡아 둬.


한 눈에 창가에 앉아 있는 외국인이 보인다.

더더욱 긴장으로 굳어서 쳐다보는 그래.


그래(e) :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냐..



81. 호텔 주차장 / 낮


차에서 사색이 되어 내리는 상식.


상식 : 그렇다고 걔를 보내면 어떡하냐아~! 영어도 못 한다며?!

동식(e) : 활 떠났고요, 저도 떠났구요, 나머진 진인사대천명이죠.

상식 : (한숨) 끊자. (끊고) 그래, 싹수가 노란 놈인지 파란 놈인지 보자구.



82. 호텔 카페 입구 / 낮


초췌한 매무새를 다듬으며 다급히 카페 안으로 들어서는 상식. 빈 카페 안이다. 조금 일그러지는 표정.

핸드폰을 꺼내며 시야를 가린 기둥이나 벽을 천천히 지나는 상식. 서서히 나타나는 풍경에 멈칫한다.

창 옆에 자리한 그래와 헨리. 헨리는 고심하는 표정과 자세로 탁자 위 흰 종이를 뚫어져라 보고 있고,

그 앞에 앉아 담담하게 쳐다보고 있는 그래.


상식 : (의아하게 보며) 뭘 하고 있는 거야..?


앉아 있는 그래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는 상식.



83. 카페 안 그래의 자리 / 낮


상식 : 헨리?

헨리 : 헤이! 미스터 오!


일어나며 목례하는 그래와 눈이 마주치는 상식. 다시 헨리에게.


상식 : (영어) 미안해요. 오래 기다리게 해서.

헨리 : 오! 괜찮아요. 미스터 장 때문에 지루한 줄 몰랐어요.

상식 : 네?


그래를 보면 의연한 얼굴의 그래.

상식, ‘얘 봐라’ 하는 표정으로.



84. 호텔 주차장 / 낮


차 앞에서 헨리를 배웅하는 상식과 그래.


상식 : 그럼 현장 방문하시는 날에 다시 뵙겠습니다.

헨리 : 그러죠. (인사하고 가려다가) 아! (그래에게) 아까 그 퀴즈 이름이 뭡니까?

상식 : (의아하게) 퀴즈?

그래 : ...바둑입니다.

상식 : 바둑? 아! 고! (다시 그래에게) 고 맞지? (헨리에게) 고라고 합니다.

헨리 : 고?

그래 : 아뇨. (또박또박) 바둑.

상식 : (그래를 본다)

헨리 : 바둑. (끄덕끄덕하며) 재밌었어요. (인사하고 차 뒷자석에 타면 출발한다)

상식 : (그래를 힐끔 보며) 바둑 가르쳐 주고 있었어?

그래 : 네. (주머니에서 헨리가 쳐다보고 있던 종이를 꺼내 준다)

상식 : (보며 피식 웃고 종이 주며) 잘 둬?

그래 : 아뇨.

상식 : (응? 하듯 본다)

그래 : 그냥, 어쩌다 딱 거기까지만 아는 거라서요.

그래(e) :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그래 : 더 늦으셨음 밑천 털릴 뻔 했습니다.

상식 : (허! 하며 헛웃음 짓고는) 재밌는 녀석이네? (웃으며 차 쪽으로 간다)

그래(e) : 싫다. 정말.


일그러지는 얼굴로 손에 쥔 종이를 화악 구긴다.



85. 상식의 차 안 / 낮


빨개진 눈으로 운전에 집중한 상식, 단단한 옆 모습이다.

그래, 상식이 눈치 채지 못하게 차 안을 슥~ 본다. 서류, 파일, 샘플들이 마구 던져져 있고 쌓여 있는 난잡하고 복잡한 차 안.

할 말을 잃는 그래.


상식 : 고졸 검정고시는 그렇다 치고, 외국어 전무, 특기 전무, 스펙 전무, 요즘 애들 답지 않네. 여기 오기 전엔 뭐했어?

그래 : ... 아무 것도 안 했습니다.

상식 : (흘깃 봤다가 다시 정면) 그럼, 이제부터 시작하겠다는 거냐? 스물 여섯에?

그래 : 네. (흔들림 없이 정면 본다)

상식 : (그런 그래를 보다가) 너, 억세게 운 좋은 놈인 거 알아?

그래 : 네?

상식 : 내가 있었음 안 받았어 임마. 오바마줄을 타고 내려 왔어도 안 받았다.

그래 : (숙이는...)

상식 : 당장 바이어랑 맞짱 떠서 계약서 싸인 받아 올 수 있는 놈이 필요하거든. 키워서 잡아먹을 놈, 필요 없어 우리 팀엔.

그래 : 죄송합니다.

상식 : 들어가는 이 길로, 너 도로 가져가라고 할 수도 있다.

그래 : 과장님.

상식 : 너 나 홀려 봐.

그래 : 네?

상식 : 홀려서 널 팔아 보라구. 너의 뭘 팔 수 있어?

그래 : (쳐다보는 na) 나의 무엇, 내게 남은 단 하나의 무엇.

상식 : 없어?

그래(na) :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무엇.

상식 : 없지?

그래 : 노력이요.

상식 : (본다)

그래 : (당황) 그.. 그러니까.. 전 지금까지 제 노력을 쓰지 않았으니까... 제.. 제 노력은 쌔빠시 신상입니다!

상식 : 뭐.. 뭔 신상?

그래 : 열심히 하겠습니다. 무조건 열심히 하겠습니다.

상식 : 안 사 임마!

그래 : !



86. 도로 / 낮


부웅~ 달리는 상식의 차.



87. 영업3팀 / 낮


인사하며 급히 책상으로 오는 상식, 그 속도에 맞춰서 뒤 따라 오는 그래.


상식 : (전화 거는) 동식아. 아, 잘 해결 됐어. (사이)(그래 흘깃 보며) 하여튼 잘 됐어. 그리고, 말레이시아 클레임 건 말야,

         우리가 부담 못하지. (컴퓨터 조작하며) FOB 계약했을 거야. 맞네. 목포장 불완전 여부 충분했잖아.

         운송인상 업과실 여부 따져야 하고, 사유 충분하니까 들어오는 대로 쪼아! 이 새끼들, 호구 잡겠단 거야? 끊어.

         (윗도리를 벗으며) 왜 안 사겠다는 건지 알아?

그래 : ...

상식 : (의자에 걸으며) 흔해 빠진 게 열심히 하는 놈들이거든. 회사란 데가.

그래 : !....

상식 : (의자 끌어 앉으며) 고로, 니가 팔려는 물건은 변별력이 없다.

그래 : 제 노력은 다릅니다!

상식 : 달라? (어이없어 돌아보며) 뭐가 달라?

그래 : 질이요.

상식 : (찡그리며) 엉?

그래(na) : 이게 말이냐 막걸리냐.

그래 : 야..양도요.

상식 : (어이없이 보는, 헛웃음 웃으며 서랍에서 외장하드 하나를 꺼내 툭 주며) 그래, 얼마나 다른지 보자.

         우리 팀 아이템 관련 서류들이야. 폴더는 만들었으니까 해당 폴더에 정리해서 옮겨.

그래 : (받으며) 네.. (외장하드를 본다)

상식 : 할 수 있겠어?

그래 : 네!

상식 : 뭐해? 가서 해.

그래 : 네! (후다닥 자리로 가서 컴퓨터 켠다)

상식 : (어이 없이 보며) 질과 양이 다른, 쌔빠시 신상?



88. 백화점 양복 코너 / 낮


포장한 양복을 내어 주는 점원.


그래모 : (받으며) 신상 맞지이?

점원 : 예에~ 맞습니다. 카드로 하시면 6개월 무이자 할부 가능하세요.

그래모 : 카드 읎어~ (만 원짜리 천 원짜리로 돈 세서 주고) 신상 확실하지~?



89. 영업3팀 / 낮


그래의 컴퓨터 안. IT제품군 수,출입 관련 제안서/기안서/매출현황들이 뒤죽박죽 널려 있다.

유심히 쳐다 보고 있는 그래.


그래(e) : 뒤죽박죽이네.


하지만, A4 용지 한 장을 펼치고 펜을 든다. 화면을 보며 조금 생각하는.

<# 89-1 f.c// 컴퓨터 앞의 어린 그래> 컴퓨터에 기보 정리 폴더작업을 하고 있는 어린 그래.


그래(e) : (자조적으로) 이런 것도 써 먹을 데가 있긴 하네...


종이에 마인드 맵 형식으로 분류를 시작한다.


그래(e) : 일단 분류를 하려면.... (종이 가운데 동그라미를 그려 뭔가를 적으며) 중심 주제를 정하고,

             가지는 생각의 흐름에 따라 만들어 가면 될테니까..


다시 화면을 보며 약간 갸웃하는 얼굴이더니 클릭해서 폴더명들로 빠져 나와 죽 본다. 고심하는..


그래(e) : 과장님이 만들어 주신 폴더에 우겨 넣으려니 판단이 안 되는 몇몇 파일이 걸리는데... 음...


그때 핸드폰 전화 온다. 보는.



90. 원인터 로비 / 낮


다급히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그래, 돌아보면 로비 한가운데 서 있는 그래모.


그래 : (다급히 가며) 웬일이세요? (난감한) 제가 지금 좀 바빠서,

그래모 : (옷을 툭 주며 o.l) 갈아 입어라.

그래 : (당황) 엄마.

그래모 : 너도 부모 돼 봐라. 자식 놈 개운찮은 꼴로 있는 걸 보믄, 요 눈꺼풀에 착 달라붙어 종일 암 일도 못 해.

그래 : (받으면)

그래모 : 드가라. 간다.

그래 : (얼른 돈 꺼내며)엄마, 택시 타세요.

그래모 : 지랄 옆차기 한다아~ (휘적휘적 간다)

그래 : (그 뒷모습 보는....) .... 엄마! 밥 드셨어요?!

그래모 : (쳐다보지도 않고) 먹었지 그럼! (휘적휘적 걸어 나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고 서 있는 그래.



91. 통로 / 낮


영이가 남긴 전화 메모들 들고 싱글벙글하며 걷는 상식.


상식 : 안영이.. 안영이가 받아 줬단 말이지?



92. 영이의 자리 / 낮


영이, 혼자 일하고 있는데 어슬렁어슬렁, 매의 눈으로 다가온 상식.


상식 : 섬유3팀 큰 건 올렸던데.

영이 : (일어나며) 과장님.

상식 : (메모 보이며) 이거 땡큐고.

영이 : 네. 아닙니다.

상식 : (미소 띄고 쳐다 보고만 있다)...

영이 : ....

상식 : (흐뭇하게 보고만)..

영이 : ....??? 저.. 하실 말씀이라도.

상식 : (정신 들고) 어? 어.. 어. (가려다가) 내가 무슨 팀인지 알지?

영이 : (어리둥) 네에..

상식 : 우리 팀은 별 거 별 거 다 하는 거 알지? 그만큼 일 배우기 좋은 팀이거든?

영이 : (어리둥) 네...에.

상식 : 인턴 끝날 때 콕 박아두라고. 희망부서 영업3팀. 그럼 또 봐. (간다)

영이 : ??



93. 통로 / 낮


상식 : (걸으며) 꼭 우리 팀에 왔음 좋겠는데... 신상이 저 정도는 돼야 질을 평하든 양을 논하든 하는 거지.

         (갸웃) 근데, (영이를 돌아보며) 쟨 왠지 신상 같아 보이질 않단 말이지.


상식의 시선 끝에 열심히 일하고 있는 영이.

상식과 마주오던 백기, 상식과 부딪힐 것 같자 비켜주며 목례한다.

인사 받고 가는 상식, 다시 걸어가는 백기.



94. 영이의 자리 / 낮


책상 위 영이의 전화 진동 울린다. 보면 발신자는 또 < ...... > 얼굴이 굳어지는 영이.

지나가던 백기가 영이를 캐치한다. 보면, 전화를 받을 생각 없이 쳐다만 보고 있는 영이. 그 한 없이 차가운 표정.

영이 옆을 지나가다가 돌아보는 백기.



95. 영업3팀 / 낮


화면과 종이를 번갈아 가며 슥슥 작업을 하다가 잠시 멈춘다.

책상 밑 쇼핑백에 슈트 케이스 째 담아 둔 새 양복.

다시 슥슥 작업을 하다가 다시 양복을 본다. 한숨 쉬는 그래.


그래모(e) : 자식 놈 개운찮은 꼴로 있는 걸 보면 요 눈꺼풀에 착 달라붙어 종일 암 일도 못 혀.

그래 : ....

상식 : (들어오며) 잘 되고 있는 거야? (흘깃 보며 앉으며) 뭐 할 줄은 아는 거야?

그래 : (돌아보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상식 : 최선은 학교 다닐 때나 대우 받는 거고, 직장은 결과만 대접 받는 데고.

그래 : 네. (하며 다시 돌아 앉아 작업 모드)

상식 : (전화 온다. 받으며) 어, 동식.

동식(e) : 오늘 들어간 젓갈공장 오징어 말이에요. 확인을 좀 해 봐야겠는데요.

상식 : 왜? 설마, 또 꼴뚜기 섞었대?

그래 : (상식을 돌아본다)

동식(e) : 그랬을 가능성이 큰 거 같아요.

상식 : 또오?!! 진짜 이 꼴뚜기 같은 자식들!!

동식(e) : 얘들은 발뺌을 하는데요, 아무래도 장난질 친 거 같아요.

상식 : 자동화 공정이니까 확인 어려울 거다 이거지?

         알았어! 오늘 수작업 분류 들어간다고, 한 포대라도 나오면 거래 끊을 꺼라고 해!

동식(e) : 네! 네??? 수작업이요? 공장에 그만한 인력 없을 텐데요?

상식 : 각 팀장들한테 양해 구할 거니까 걱정 마.

동식(e) : 네? 무슨 팀장이요?!

상식 : (그냥 전화를 툭 끊으며) 아~ 이 자식들.. (전화 다시 터치하며) 부장님이 자리 계시나?

그래 : (일어나서) 부장님 연결할까요?

상식 : (멈칫 보며) 어?

그래 : (책상 위 전화 들어 능숙하게 누른 후 건네준다)

상식 : (어라? 하듯 보며 건네 받고) 부장님, 자리 계십니까?

그래 : (다시 양복을 쳐다 본다) ...



96. 영업팀 부장실 앞 / 낮


영업팀 부장실에서 나와 급하게 걸어가는 상식 지나가던 고과장과 만난다.

서로 ‘어’ ‘어’ 하며 아는 척하고 걸으며.


고과장 : 꼴뚜기 건 업무지원요청 들어오던데?

상식 : (정정해주듯) 오징어 건.

고과장 : 숨 돌릴 틈이 없겠네? 여권에 입국도장 잉크도 아직 안 말랐을텐데.

상식 : 후후 불어서 말렸어.

고과장 : 그 팀은 언제까지 과장님이 사원님 업무까지 커버해야 된대? 인력 보충 안 해 준대? 아! 참, 왔다지?

상식 : (한숨) 왔지. 애나 보내 줘. (휙 간다)



97. 회의실 / 낮


새 옷을 입고 있는 그래, 백기 포함 모여 있는 인턴들.


상식 : (그래의 옷을 흘깃거리곤) 젓갈 만들어서 미국에 보낼 건데, 꼴뚜기가 섞여 있음 그게 오징어젓이야? 꼴뚜기젓이야?

         그럼, 원인터 망신은 꼴뚜기가 다 시키겠지? 무슨 일이 있어도 꼴뚜기 찾아 내.

인턴들 : (당황)

상식 : 분위기 왜 이래? 시베리아 가서 에어컨 팔아오란 것도 아닌데?

인턴들 : (심란하지만 표정 관리하는)

상식 : 장백기씨, 공장 쪽에 연락해 둘 테니까 배차 받고 진행해. (급하게 나간다)

이상현 : 아~ 이거, 아~ 헷갈려. 우리가 이런 거 하는 거예요? 원래?

백기 : 현장에 일손이 부족하면 나가서 도와주기도 한대요.

석호 : 허기사 한석률 그 친군 아예 현장 근무 자청해서 갔죠?

이상현 : 아~ 그래도 젓갈 공장, 이런 현장은 아니죠오~

인턴2 : 근데, 안영이씬 여자라고 빼나요?

백기 : 그쪽 팀 팀장님이 안 내주셨어요.

이상현 : (짜증) 거 봐요! 이런 일 할 사람은 따로 있단 말이죠. (그래를 본다)

그래 : ....



98. 영업3팀 / 낮


상식 : (전화) (고분고분) 네, 부장님.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네. (끊고)


보고 서류를 챙기던 상식의 눈에 그래의 컴퓨터 작업물이 들어온다.

‘뭐야~?’ 하듯 가까이 가서 보고 있는데, 들어서는 그래.


그래 : 과장님.

상식 : 장그래, 이 폴더트리는 뭐야? 내가 만들어준 폴더들은 어딨어?

그래 : 아, 몇몇 분류가 애매한 파일을 정리 하느라 구성을 달리 해봤습니다.

상식 : (그래를 흘깃 본다)

그래 : (조금 자신 있게 보는)

상식 : (다시 컴퓨터를 본다)

그래 : 그렇게 하면 될까요? (되겠죠?의 어조로)

상식 : 아니.

그래 : (당황)

상식 : (피식 웃으며) 이게 뭐야아? (그래를 슥~ 보며) 너 친구 없지?

그래 : (당황) 네?

상식 : (자리로 와서 서류 챙기며) 혼자 쓴 일기 보는 느낌이다. (서류 챙겨 나가며) 크게 기대한 건 아니었어.

그래 : .....


창백해진 얼굴로 모니터 속의 자신의 작업물을 멍하게 보고 있다.

점점 화면 속 작업물이 뭉개진다. 떨궈지는 그래의 머리..


석호 : 장그래씨, 갑시다.

그래 : (보는)



99. 젓갈 공장 + 뒷마당 트럭 앞 / 낮


백기, 이상현과 인턴3은 고무장화에 작업복 머리 모자, 고무장갑까지 무장.

석호와 인턴2와 인턴4 그리고 그래는 고무장화와 고무장갑만.

난감한 표정으로 복장을 보는 그래.


공장장 : 작업복이 모자라가 우얍니꺼?

이상현 : (볼멘) 아~ 이러고 어떻게 일을 합니까아~

공장장 : 방법이 없네예. 최대한 옷 버리지 않게 조심하이소.

그래 : (난감한 얼굴로 자기 옷을 보는)

공장장 : 냉장 트럭이라 쪼매 추우니까네~ 웃도리 입고 해야 할낍니더 따라 오이소. (급한 걸음으로 공장을 가로질러 걸어간다)

일동 : (각각의 표정으로 뒤를 따르고)

공장장 : (걸으며) 우리가 선별할 시간도 음고, (뒤에 자동화 기계 손짓으로 가리키면) 포대 채로 기계에 드가 뿌믄

            우리가 우찌 할 방법이 음는기라예. 트럭이 네 댄데 두 분씩 드가가. 포대 안을 하나하나 확인해가

            꼴뚜기 섞인 포대만 볼 가 주이소. (뒷마당에 냉장 트럭 앞에 도착하고) 해산물은 쉬이 상하이까네..

            오늘 중으로 최대한 빨리 볼가야 합니데이~ 두 사람씩 짝 지이소.


어영부영 백기와 석호, 이상현과 인턴2, 인턴3과 4가 짝이 되고 그래만 혼자다.


사장 : 혼자 하기는 힘들낀데...


트럭 뒷문 열리는데, 인턴들, 순간 윽!!

트럭마다 반 이상 차 있는 오징어 포대들. 그 비린내에 다들 코를 확! 막는다.


공장장 : 갈고리 하나씩 들고 한 트럭씩 올라 타이소!


모두 머뭇거리는 중에 트럭 옆에 있는 갈고리를 잡아 트럭 안에 휙 던지고 확 올라타는 그래.



100. 그래의 트럭 안 / 낮


쌓인 포대를 보는 그래, 양복을 쳐다보더니 윗도리를 벗는다.

벗어서 반으로 접어 두리번거리더니 한 쪽 포대 위에 조심스럽게 놓고는 미소..

그러나..... 점점 찡그려지는 얼굴... 아~~ 추워~~ 팔로 몸을 감싼다.

빠르게 엄습하는 찬 기운. 추워서 찡그리고 한숨 쉬는 얼굴로 양복 윗도리를 본다.



101. 백기의 트럭 / 낮


쌓인 포대 더미에서 갈고리로 포대 하나를 끌어 당기는 석호(양복 입고 있다).

포대를 열어 확인하고 다시 포대를 묶는 백기, 석호가 끌어주면 백기가 확인하는 시스템. 손 발이 척척 맞아 보인다.



102. 이상현, 인턴2의 트럭 / 낮


튀어 나와 적당한 곳에 벗어 둔 양복 윗도리를 얼른 입는다.


인턴2 : 으으~ 추워서 못 있겠어요.

이상현 : 아~씨. 진짜 냄새 나서. 내가 이런 일이나 하려고 토익 점수에 매달린 거 아닌데 말이죠.

인턴2 : 그러게 말입니다. (한숨) 난 이 회사, 안 맞는 거 같아요.

이상현 : (담배 꺼내며) 천천히 하죠. 천천히.



103. 그래의 트럭 / 낮


갈고리로 포대를 끌어 오는 그래. 결국 양복 입고 있는 그래다.

포대를 열어 디비적 디비적 확인한다. 오징어다. 묶고, 또 끌어 와서 확인하고. 둘 몫을 혼자 하며 열심히다.

이미 트럭의 반 정도는 한 상황이다. 포대 하나를 여는데, 꼴뚜기가 섞였다!!


그래 : (기쁜) 꼴뚜기다!!


다시 묶고 포대에 X 표시를 한다. 시린 손에 입김을 불고 다른 포대를 확 열어 제낀다.

그때 와이셔츠 주머니에 넣어 둔 전화 진동. 지지지~

장갑 낀 손으로 어설프게 전화 꺼내려다가 포대 안으로 떨어져 녹고 있는 오징어 위로 툭!

놀란 그래 ‘어!!’ 하며 황급히 꺼내려는데 미끄러지면서 그 틈으로 더 밑으로 빠져버리는 핸드폰,

잡으려고 할수록 미끄러운 오징어 사이로 더 깊이 들어가 버린다.

당황한 그래, 오징어 사이로 손을 숙~ 넣는다. 더 깊이 넣는다.

바둥바둥 하느라 옷도 포대 안에 쓸리고 물 젖고 엉망이 된다.

겨우 손에 닿는 핸드폰, 주워 보면 화면이 검다. 그래 급하게 작동 시키지만 먹통.



104. 영업3팀 / 낮


상식, 전화를 하고 있다. 속 터지는.


상식 : 어이구~ 이 놈. 정말.. (다시 어딘가로 전화를 하는)



105. 백기의 트럭.


전화 온다. 장갑 벗고 전화 보면 모르는 번호.


백기 : 여보세요? 아, 네! 오과장님! (듣는다) 네 알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전화 끊고) 철수합시다.

석호 : (깜짝) 철수요?



106. 이상현, 인턴2의 트럭 앞 / 낮


헤벌쭉 웃고 있는 이상현, 인턴2.


백기 : 중국 업체에서 시인하고 회수한다고 했답니다.

석호 : 영업3팀에서 회식 쏘신대요. 고생했다고.

이상현 : (장갑 벗어 던지며) 아아~~

백기 : 서둘러요. 사우나라도 들렀다 가려면.

석호 : 그럼 장그래씨한텐 제가,

백기(o.l) : (석호에게) 석호씨도 일신 사우나 모르죠? (이상현에게 o.l) 장그래씨한테 알려 주시고 그 쪽 차로 같이 오세요.

이상현 : (찡그리며) 제가요?



107. 그래의 트럭 / 낮


그래의 트럭 안을 빼꼼 보는 이상현, 인턴2.

그래, 포대 더미 뒤에서 일하고 있어 포대들만 움직이는 게 보인다. 한 쪽엔 끝난 포대들이 쌓여 있다.


인턴2 : 와~ 정말 열심히 하네요.

이상현 : (비웃는) 열심히라도 해야죠.

인턴2 : 장그래씨!


냉장차의 소음에 묻혀 안 들리는 듯. 대답 없다.

인턴2가 다시 “장!” 하는데 잡는 이상현.


이상현 : (그냥 말하듯) 장그래씨, 철수해요오~

인턴2 : (의아하게 보는데)

이상현 : (웃으며 인턴2를 끌고 가며) 우린 부른 거예요오~

인턴2 : 어어~ (어째야 하나 끌려가면서 트럭을 돌아보면)

이상현 : 못 잊을 추억 하나는 만들어 줍시다.


키득거리며 가는 이상현과 ‘아아~’ 대강 수긍하는 듯 같이 가는 인턴2.



108. 트럭 안 / 낮


아무 것도 모르는 그래, 완전히 집중해서 일을 하고 있다.

반쯤 찢어진 장갑 사이에서 빨갛게 부어 있는 손.



109. 원 인터 안 주차장 / 낮


차에서 내리는 백기와 석호, 인턴3,4 뒤이어 들어오는 이상현, 인턴2의 차. 내린다.


석호 : 어? 장그래씨는요?

이상현 : (웃으며) 신고식 중이에요.

석호 : 네? ( 어리둥절해서 백기 보면)

백기 : (이상현을 본다)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그래에게 전화 건다. 꺼진 전화)

인턴2 : 전화 안 받더라구요.

백기 : (전화 끊고) 일단 올라갑시다. 공장 전번 알아서 그리 해 보죠. (가는)


석호와 다른 인턴들도 가고 뒤를 따르는 이상현, 인턴2.


인턴2 : (걱정) 우리가 좀 심했나봐요.

이상현 : (픽) 장백기씨가 모를 줄 알았어요?

인턴2 : 네?

이상현 : (픽 웃으며 백기의 뒷모습을 보는)



110. 그래의 트럭 앞 / 낮


허겁지겁 오는 공장장.


공장장 : 정말 아직까지 하는 갑네. (안에 대고 크게) 보이소! 보소!

그래 : (오징어처럼 절은 모습으로 나오며) 예!

공장장 : (몰골 보고) 어마야~ 뒤처리 단디하고 간다 해서 안 와봤더만. 보소, 다 갔심더. 와 그라고 있심꺼?

그래 : (어리둥절) 가다니요?

공장장 : 안 볼가도 된다꼬 연락 받고 벌~써 철수 했는데.

그래 : !!!!!

공장장 : 차도 다 가삐고.. 우야노. (안된 듯 보며) 우짜다가 그래, 외따로 떨궈졌노.

그래 : (당황)



111. 도로 / 석양


외곽 느낌 황량한 도로에 빈 버스 정류장.

택시를 잡으려는 듯 한 그래, 그러나 택시는 없고 차들은 쌩쌩 지나가고.


공장장(e) : 공장 차도 빈 게 엄꼬.. 여는 택시 잡기도 힘들텐데..


지친 그래, 정류장 의자에 털썩 앉는다.


공장장(e) : 우짜다가 그래, 외따로 떨궈졌노.

그래 : .....


몸에서 나는 비린내. 젖고 구겨져서 형편없는 새 양복을 본다. 고개를 떨구는 그래.



112. 원인터 엘리베이터 / 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젖은 오징어 같은 몰골로 내리는 그래.. 조용한 사무실 쪽을 본다.

영이, 나오다가 깜짝 놀란다. 그래의 몰골에 또 놀란다. 냄새에 찡그렸다가.


영이 : 장그래씨.

그래 : ... (인사하는)


그때 영이 전화 온다. 보면 장백기. 받는.


백기(e) : 영이씨, 아직 안 끝났어요? 빨리 와요.

영이 : ... (그래 봤다가) 장그래씨 왔는데요?

백기(e) : ... 아! 좀 바꿔 줘요.

영이 : (주면) 받아 보세요.

그래 : 여보세요.

백기(e) : 장그래씨! 왜 그렇게 전화가 안 돼요?

주변(e) : 어? 장그래래요. 장그래.

주변(e) : (낄낄대며) 왔나 보네요?

그래 : .... 예, 그렇게 됐습니다.

백기(e) : 공장장님께 들었죠? 이상현씨가 장난을 좀 친 모양이에요.

이상현(e) : (웃음 소리) 미안해요, 장그래씨. 그래도 신고식은 해야지이~

인턴2(e) : (웃는)

백기 : 안영이씨랑 같이 와요. 좀 바꿔줘요.

그래 : (바꾸려는데)

이상현(e) : (킬킬대는) 지금까지 꼴뚜기 찾았나봐.

인턴2(e) : 보기보다 미련한가봐요. (웃는)


크크큭 하는 웃음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린다.

굳은 얼굴의 그래, 영이에게 전화 준다.


영이 : (받으며) 여보세요? 네. 네. 알아요. (그래 봤다가) 네. (끊는다) (그래 보다가) 같이 오라는데, 갈 꺼에요?

그래 : .... 네.

영이 : (의아하게 보면)

그래 : 끝은, 봐야죠.

영이 : (보는)



113. 회식집 앞 / 밤


나란히 걸어가는 그래와 영이. 둘 다 말 없다.

영이, 그래를 본다. 회식집 문 앞에 나와서 담배 무는 이상현과 백기를 본다. 백기가 먼저 아는 척.


백기 : 아! 영이씨. (그래를 본다) ...

그래/영이 : (다가가면)

이상현 : (찡그리며) 아~ 냄새. 와~.. (웃으며) 아, 장그래씨. 좀 씻고 오죠.

영이 : (그래를 본다)

이상현 : (웃으며) 아~ 품삯으로 젓갈 받아 오셨나?

그래 : ....

백기 : 전화는 왜 안 돼요? 얼마나 했는데.

그래 : 오과장님은요? 보고 드려야 하는데.

백기 : 계속 외근 중이셨어요. 곧 오실 거예요.



114. 가까운 일각 / 밤


급히 오던 상식, 그들을 본다. ‘어.’ 하고 가려다가 그래의 꼴과 표정 보고 놀란다.


상식 : 저 놈 꼴이 왜 저래?



115. 회식집 앞 / 밤


이상현 : 죠기, 가까운 사우나 가서 좀 씻고 와요. 냄새. (옷 보고) 아~ 씻어도 옷이..

            (비식 웃으며) 그러기에 왜 그렇게 열심히 했어요. 좀 요령 껏 하지..

그래 : ...

영이/상식 : (그래를 본다)

이상현 : 허기사 열심히라도 해야죠. 계~속 그렇게 열심히만 하세요. (히죽거리며 들어간다)

영이/백기 : ....

상식 : ....

백기 : 들어 와요.

영이 : 전 가야 되요. 너무 늦어서. 미안해서 인사하고 가려고 왔어요.

백기 : 아... (아쉬운)


영이, 백기에게 인사하고 장그래를 본다. 그래에게도 인사하고 가다가 상식 보고 ‘아, 과장님’ 하고 인사하고 가는 영이.

상식, 그래에게 다가 간다.


백기 : 아, 과장님 오셨습니까?

그래 : (멈칫, 인사하면)

상식 : .... (말 없이 그래를 훑는다)

영이 : (가면서 그래를 다시 돌아 보고... 간다)

상식 : 넌 임마, 꼬라지가 왜 이래?

백기 : 일이 좀 있었어요.

상식 : 무슨 일?

그래 : 저, (백기에게) 저도 다시 사무실 가서 마저 해야 할 일이 있어요.

백기 : (조금 당황)

그래 : (뼈 있다) 미안해서 인사하고 가려고 왔어요.

백기 : (당황)

상식 : (어리둥) 니가 임마 해야 될 일이 뭐가 있어? (보다) 너 설마, 그거 하러 가?

그래 : 네. 잘못해놨으니까 다시 해 두겠습니다.

상식 : (당황, 미안) 야, 그거 내일 해도 돼. 들어가 배를 채우든 집에 가 씻고 자든, 하여튼 복귀하지 마!

그래 : 아닙니다. 내일 출근하시면 보실 수 있도록 해 놓겠습니다. (꾸벅하고 간다)

상식 : 허! 저 놈.. 야! 임마! 야!

백기 : .....


각각의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는 두 사람을 뒤에 두고 걷고 있는 그래.

꾹 다문 입, 차가와진 눈매. 분노를 누르며 차갑게 굳은 얼굴.


그래(na) : 내가 열심히 했다고? 아니,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세상에 나온 거다.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거다.

               열심히 하지 않아서... 지금, 여기에, 이러고 있는 거다.


걸어가는 그래. 그런 그래를 보는 상식.



116. 영업 3팀 / 밤


어둡다. 윗 옷을 벗어서 의자에 거는 그래.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켠다..

모니터의 파르스름한 불빛을 받는 그래. 마우스를 움직여, 예의 그 파일을 딸깍 클릭하는 그래에서.

- 엔딩
























첨부파일 미생 1-11.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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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뤠뤠뤠뤠 | 작성시간 19.05.02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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