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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방송대본

[비밀의 숲] 02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9.07.11|조회수6,189 목록 댓글 1

[비밀의 숲] 02











1. 서부지검 정문 입구. 밤


정문 양쪽으로 밀치며 달려 나오는 시목, 계단을 빠르게 내려온다.

시목 뒤로 펼쳐진 밤의 서부지검.



2. 시목의 차안. 밤


분초 다투며 달려가는 차. 속도와는 다르게 메마른 표정의 시목, 블루투스로 전화 중.

계속 통화 연결음만 울린다. 끊으려는 순간 딸깍, 받는 소리.


시목 : 전화 드린 황시목입니다. 어떻게 됐죠.


시목, 대답 듣는데 표정만으로는 상대가 뭐라는지 알 수 없다.



3. 남부구치소 정문 앞. 밤


어둠에 쌓인 구치소 건물. 이와 대치하듯 찬바람 맞으며 선 시목.

철문이 끼이익 열린다. 검은 짐승이 아가리를 벌리는 듯..

시목, 여전히 표정 없지만 꽉 다문 입가가 팽팽하다. 

들어간다. 뒤에서 철컹! 닫히는 문.



4. 동/복도. 밤


푸르딩딩한 복도. 교도관 따라가는 시목, 발소리가 유난히 울리고.

철컹철컹, 열리고 닫힐 때마다 복도 중간문 소리가 귓가를 때린다.



5. 동/의무실. 밤


시목 들어서면, 흰 천 덮어놓은 침상 보인다.


시목 : (늦었군..)

교도관 : (변명조) 우리가 갔을 땐 이미 늦어서 어쩔 수 없었어요...

시목 : 보죠.

교도관 : 아, 예. (흰 천 들추며 계속 변명조로) 점호도 끝난 후였고, 예견 징후도 없었고...

진섭 : (시체로 누운. 목에 줄 자국이 시퍼렇다)

교도관 : 수의를 창틀에다 묶어서 목을 맨 상태로 발견했습니다. 완전히 작심했더라구요.

시목 : (교도관에게서 장갑 받아 끼고 목뼈 검사한다)

진섭E : 검사가 증거를 조작해서 저를 살인마로 둔갑시켰습니다!

시목 : (다른 데도 확인)

교도관 : 자살 맞는데요..

시목 : (갈비뼈도 일일이 살핀다. 손 떼고 장갑 벗는)

교도관 : 받으셨단 편지요, 혹시 내용이

시목 : (O.L) 편지 아닙니다. 여기에 관한 내용 없었고요.

교도관 : 아 예! (안도..)

시목 : 잘 봤습니다. (목례하고 나가면)

교도관 : 잘 봤습니다? (시신 덮어준다) 죽은 사람 두고 저런 소리가 나오나..?



6. 동/복도. 밤


시목, 가는데 앞에서 소란스러운 소리 난다.

머리 산발하고 아기 안은 진섭妻, 울며불며 달려온다. 동행한 여자교도관이 오히려 뒤쳐져 쫓아올 정도.


진섭처 : (정신없어 시목이고 뭐고 안 보인다. 그냥 내달리는데)

시목 : (낚아채듯 잡는) 왜 보냈어요.

진섭처 : (달려오다 잡혀 휘청!.. 시목이 누군지도, 갑자기 뭔 말인지도 모르는)

시목 : 탄원서 왜 갖다 넣었어요?

진섭처 : 니가 그 검사야? (잡아쥐는) 니가 죽였어! 니가 우리 오빠 죽였어!

시목 : 왜 말리지 않았어요. 대답하세요.

진섭처 : 우리 오빠 살려내!!

시목 : (잡은 손에 힘주며) 내용 봤을 거 아닙니까. 죽을 거 알았잖습니까.

진섭처 : (멍해진..)

시목 : 남편이 뭐라고 하면서 보내라고 했습니까? 남편이 시킨 건 맞습니까? 돈 얘긴 없었나요?

진섭처 : (너무 황당해 말문 막히는) 내가, 돈 받고, 전했다고, 지금,

여교도관 : 저기요,

시목 : 남편 죽은 게 억울하면 대답하세요.

진섭처 : (뿌리치는) 억울해! 속이 터지도록 억울하고 분해!

시목 : 남편이 뭐라고 하면서 보내라던가요?

진섭처 : 겁만 준다고 했단 말야, 진짜 죽는 거 아니라고 했단 말야! 

          (우는) 난 어떻게 살라고! 나 혼자 애랑 어떡하라고 죽어!

여교도관 : (달래주며, 못마땅해서 시목에게) 애도 있는데..

시목 : (잡은 손 놓고) 가보시죠. (자리 뜬다)


울던 진섭처도 여 교도관도 황당해서 쳐다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뒤도 안 돌아보고 가는 시목, 모퉁이로 사라진다.



7. 동/복도 모퉁이 - 밤


시목, 모퉁이 돌아서자 멈춘다. 복도 저쪽에서 진섭처 우는 소리 들린다.

시목, 1,2초 기다리다 두 발자국 뒤로 간다.

조용히 모퉁이 넘겨보면, 여 교도관이 진섭처 달래고 부축해 의무실로 가는 뒷모습 보인다.

그 모습 유심히 보는 시목.



8. 동/앞마당. 밤


흐트러짐 없이 마당 가로지르는 시목.


Flashback> - S#6. 교도소 복도.

방금 전 쓰러질 것 같던 진섭처 뒷모습.


시목E : 연극일까,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살인, 이어지는 자살.

        사주를 받은 거라면 왜 모든 걸 안고 떠나지 않았을까. 왜 억울함을 호소했을까.

진섭E : 검사가 증거를 조작해서!

시목E : 무엇 때문에 그렇게 확신했을까.


멈춰서는 시목, 휴대폰 꺼내 무게라도 재듯 손에 꼭 쥐더니.. 불현듯 자리 뜬다.



9. 국과수/외경. 밤


늦은 밤에도 불 밝혀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입구.

시목의 차가 들어간다.



10. 국과수/영상분석실. 밤


분석원 : (분석실 불 끄고 나온다. 퇴근하려는데)

시목 : 실례합니다. (묻지도 않고 분석실로 들어간다)

분석원 : 아니 지금 다 끝.. (시목이 불까지 켜자 씁.. 할 수 없이 들어간다)



11. 동/분석실. 밤


분석원 : 미드는 그야말로 미드고요, 현실에선 이게 최대치에요, 아시잖아요,


시목의 휴대폰 연결된 컴퓨터에 블랙박스 영상 떠있다.

창가에 흰 티셔츠 인물, 확대시키는 바람에 화질은 더 안 좋아졌다.


분석원 : 게다가 정면 샷도 아니고 끄트머리에 요만큼 걸린 거라 더 해봤자 소용없을 거 같은데요? 

          (그만 가고 싶은 말투)

시목 : (흰 티셔츠 가리키는) 여기 합성일 가능성은요?

분석원 : 합성... 아닌 거 같은데? (이리저리 커서로 당겨보더니) 실물 맞아요. 합성 아녜요. 됐죠?

시목 : (대답 없이 화면 보며 생각에 잠기는데)

분석원 : (피곤하다) 요샌 넘쳐나는 게 CCTV에 블랙박스라, 일이 끝도 없어요. 

          이런 것도 쫌만 어긋났으면 안 찍혔을 텐데..

시목 : (그 말에 분석원 본다. 마지막 말이 귀에 꽂히는...)



12. 동/복도. 밤


시목, 생각에 잠겨 오는데, 저 앞에 김경사가 매우 곤란한 얼굴로 조사실 중 하나에서 나온다.


김경사 : (안에서 받은 서류 보며 가는데 뭔가 일이 단단히 틀어진 모양이다.

          절로 나오는 혼잣말) 미치겠네, 하필 이 여자한테 맡겨서..

시목 : (김경사가 나온 곳 보면, 유전자 분석실이다)

김경사 : (서둘러 가며 전화한다. 상대가 받기 전부터 비밀스럽게 입 가리는데)

시목 : (좀 거리 두고 따라가며 귀 기울이는데, 갑자기 시목 전화가 울린다)

김경사 : (벨소리에 홱 돌아보고)

시목 : (간발의 차로 얼굴 안 보이고 돌아선다. 전화 받으며 반대로 간다)

김경사 : (뒷모습 보지만 누군진 모른다. 황급히 자리 뜬다)

시목 : ... 예 차장님, (사이) 지금 가겠습니다.



13. 한남동 집/대문 앞. 밤


벌써 대문가에 나와 선 창준, 휴대폰으로 인터넷 뉴스 보고 있다.

인터넷에 탄원서 뿌리고 자살 예고한 진섭에 대한 기사다.

시목 차 근처에 도착하고, 시목 내린다.


창준 : (시목이 인사도 전에) 내 전화에 얼마나 불이 났는지 알아? 

        어디 감히 살인범 주제에 사방팔방 죽겠다고 공갈 편지질이야!

시목 : 죽었습니다.

창준 : (정지!..) 확실해?

시목 : 확인하고 오는 길입니다.

창준 : (머릿속 복잡한.. ..한참 만에) 강압 수사가 있었나.

시목 : 아뇨.

창준 : 기소 절차가 부적절했나.

시목 : 아닙니다.

창준 : 증거 조작 주장은.

시목 : 조작 아닙니다.

창준 : 죽는 마당에 거짓말을 했다? 완전 확신하고 있던데?

시목 : 재차 확인하고 오는 길입니다. 아닙니다.

창준 : ..원래대로라면 지금 우리가 아니라 경찰이 발칵 뒤집혔어야 돼.

       체포에 증거까지 니가 겁 없이 나댄 폐단이 뭔지 이제 실감나? 

         박사장이 부른다고 달려가더니 날 참 여러모로 엿 먹이네.

시목 : (그 말에 눈 가늘어진다. 무미건조하게) 죄송합니다.

창준 : (쌍심지 켜더니 외면. 육중한 문 안으로 들어간다)

창준E : 박사장이 직접 알려줬어. 황시목이랑 손잡았다고.

시목 : (90도 인사...)

창준E : 박사장이 부른다고 달려가더니

시목E : ..엿 먹을 거 알았잖아. 왜 안 막았지?


그대로 서서 생각하던 시목, 차로 가 출발한다. 

차바퀴에 고인 빗물에 가로등 불빛이 반사되다가 차가 출발하자 뭉개진다.

빗물 다시 잠잠해지면 가로등이 아닌 리조트 건물이 떠올라 비치는데.



14. 지방 리조트/주차장. 낮 (시목의 회상)


리조트 건물이 넓게 비치는 빗물을 가르며 들어서는 차.

편한 차림의 시목, 차에서 내리면, 전면에 넓게 펼쳐진 리조트.

입구 전면에 <歡 국제 난민법 학술 세미나 迎 - 한성 설악 리조트> 현수막이 크다.

시목, 가방 꺼내느라 트렁크에 허리 숙이는데, 그 뒤를 스쳐 들어와, 좀 떨어진 곳에 멈추는 외제차.

시목, 트렁크 닫는데, 외제차에서 내리는 두 사람 보인다.

운전석에서 내리는 박무성과 웬 화사한 아가씨다.

무성, 아가씨에게 뭔가 열심히 당부하는 게 보이고, 아가씨는 리조트로 간다.

시목, 가방 끌고 리조트로 가는데,

아가씨 가는 걸 지켜보던 무성, 그제야 시목 발견하고 단박에 반색하지만, 

시목은 아는 체 않고 곧장 리조트로 들어간다.



15. 동/프런트 데스크. 낮 (시목의 회상)


데스크직원 : 서부지검에서 오셨네요?

시목 : 예.

데스크직원 : 한성설악 리조트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키 내주며) 서부지검 분들은 7층에서 제일 뷰가 좋은 방으로 전부 드렸어요.

시목 : (관심 없는) 예. (키 받아 간다)



16. 동/승강기 앞. 낮 (시목의 회상)


시목, 가방 끌고 승강기로 오는데 아까 아가씨도 승강기 기다리고 있다.

승강기 오면, 두 사람 탄다.



17. 동/승강기 안. 낮 (시목의 회상)


아가씨, 7층 누른다. 역시 7층 누르려던 시목, 손 거둔다.

층수가 같자 시목을 힐끗하는 아가씨 모습이 거울 같은 승강기 문에 반사된다.

시목 눈에도 들어오는 아가씨, 옷과 화장은 성숙하게 꾸몄지만 얼굴은 상당히 젊다.

시목의 시선 느낀 아가씨, 승강기 벽에 기대 옆트임이 깊숙한 치마 아래 늘씬한 다리를 요염하게 꼰다.

시목, 시선 거둔다.

7층에 멈추는 승강기. 시목이 먼저 내린다.



18. 동/7층 복도. 낮 (시목의 회상)


막다른 복도로 같이 들어서는 두 사람. 복도 끝까지는 좌우로 두어 개 문만 남았다.

시목 앞서 가고, 아가씨는 컴팩트 거울 보며 좀 느리게 걷는다.

시목, 멈춰서 방문 여는데, 그 뒤를 스치는 아가씨.

시목, 아가씨 보면, 조금 더 가다 시선 느꼈는지 복도 중간에 그대로 멈추는 아가씨.

시목이 계속 보자 아가씨가 고개 돌리는데, 

눈이 마주치기 전, 방으로 들어가는 시목.



19. 동/시목의 방. 낮 (시목의 회상)


들어서지만 문가에 멈추는 시목, 문고리에 손 얹는다. 열고 체크해야하나, 잠시 생각.

하지만 그럴 필요성도 의무도 못 느끼겠다. 외면하고 방 안쪽으로 들어간다.



20. 동/세미나실 복도. 낮 (시목의 회상)


정장으로 갈아입은 시목, 세미나실로 오는데, 

파일 든 동재, 입구에서 초조하게 서성인다.


동재 : (시목에게) 차장님 못 뵀어?

시목 : 네.

동재 : 오프닝하셔야 하는데? 뭐하느라 전화도 안 받, 아! (달려가는) 차장님!

시목 : (돌아보면)


차장, 저쪽에서 오다 제복차림의 중년남자(용산서장. 뒷모습)를 반갑게 맞이한다.

그런데, 방금 샤워하고 나온 듯 창준의 머리가 살짝 젖었고 혈색도 붉다.

시목, 그걸 알아차리는데,


소리E> : (차 경적 소리에 이어) 차 빼요!



21. 용산서/입구. 밤 (현재)


시목, 현실로 돌아와 앞을 보면, 용산서에서 나오던 크고 검은 차가 비키라고 경적 울린다.


입구보초 : (시목의 차가 먼저 들어섰지만 시목에게) 차 빼요!

시목 : (물러나주면)


검은 차, 용산서를 나서고, 높은 사람인지 보초가 경례하는데,

검은 차 뒷좌석에 잔뜩 찌푸린 중년 남자가 시목 눈에 얼핏 스친다. 그 순간,


Flashback> -S#20. 리조트/세미나실 복도. 낮

(방금 전 회상 장면에서 이어져) 창준이 중년남자와 얘기하고 있다.

동재가 창준에게 달려가면 뒷모습만 보이던 중년남자가 돌아보는데,

지금 나간 검은 차 뒤에 탄 중년남자(용산서장)다.


시목 : ... (용산서로 들어간다)



22. 동/입구. 밤


시목, 들어온다, 좌우 보더니 계단 오르는데, 계단을 뛰듯이 내려오던 여진과 거의 부딪힐 뻔.


여진 : 죄송합! (하다 시목인 걸 알고) 어, 또 만났네요.

시목 : (보면 알겠고)

여진 : (손 내밀며) 한여진 경윕니다.

시목 : (계단 오르며) 증거보관실 어딥니까?

여진 : 에? 뜬금없이 ...! 재수삽니까? (쫓아 오르며) 조사 다시 하려고요? 

        걸리는 거 있어요? 탄원서 때문에 걱정돼서요?

시목 : 걱정은 일을 망친 경위님이 해야죠.

여진 : 그게 왜 내가 망친 겁니까! 단독처리 할 땐 언제고?

시목 : 아직 김경사한테 얘기 못 들었나보네.

여진 : (잡는) 무슨 얘기요?

시목 : (팔을 바로 뺀다) 유전자 결과 때문에 골머릴 썩던데.

여진 : 무슨 유전자 (하다 놀라) 어떤 결과요?!

시목 : 용산서에서 의뢰하고 나한테 물어요?

여진 : 김경사가 뭐라고 했는데요? 정확히 뭐라고요!

시목 : 미치겠네, 하필 이 여자한테 맡겨서. (가버린다)

여진 : !... ... (뛰어 올라간다)



23. 동/2층 복도. 밤


시목 : (증거보관실 찾는데)

여진 : 저기요!

시목 : 더는 나도 몰라요.

여진 : 그게 아니라! (이쪽이라는 고갯짓. 시목과는 반대로 간다)

시목 : (따라간다)

여진 : (보관실로 가 도어락 번호 누른다)

시목 : (지켜보다 문 열리자마자 여진 제치고 먼저 들어간다)

여진 : (매너하고.. 들어가려는데)

장형사 : 경위님! (강력반에서 나와) 김경사님 못 봤어요?

여진 : 들어왔어요? 나도 그렇잖아도..

장형사 : 서형사가 봤다는데 코빼기도 안 보여? 껍데기 집에서 (술잔 꺾는 시늉) 오실래요?

여진 : 난 아직. (보관실 가리켜 보이는)

장형사 : (짐짓 찡그려 보이고 간다)

여진 : 너무 달리지 마세요! (보관실로 들어간다)



24. 동/증거보관실. 밤


여진 뒤늦게 들어오면, 수많은 증거 상자 중 제일 구석의 박스를 내리는 시목.


시목 : (무성 핸드폰 꺼낸다. 핸드폰 전원 켜고 손톱으로 잠금 푼다)

여진 : 어떻게 알았어요?

시목 : (통화 기록 연다. 손톱으로 터치)

여진 : (약 올라 손으로 액정 가리고) 내 말이 껌이에요, 자꾸 씹게?

시목 : (여진 손 치우고 보면)


통화 기록, 1월 16일 목록이 제일 위다. 

저장되지 않아 번호만 찍힌 기록, 그 바로 밑에 ‘황시목’ 기록도 보인다.


여진 : (번호만 찍힌 것 가리키고) 이건? (하다 다시 휴대폰 가리려하자)

시목 : 케이블 회사. 내가 건 거요. (하나 더 내려 1월 15일 목록 본다)

여진 : (1월 15일 목록에서 ‘황시목’ 발견) 이건 만나기로 약속한 거예요?

시목 : (대답 없는)

여진 : 두 번을 못 가네. 대답. (하는데)

시목 : (굳은 얼굴. 미동도 않는 눈동자가 목록에 꽂혔다)

여진 : (시선 따라 다시 목록 보면 황시목 바로 위에 선명한 이름, ‘LCJ’) LCJ? LCJ?

시목 : ...

여진 : 아는 사람이에요? (반응 없자 전화 가져가 확인) 

        검사님이랑 끊은 담에 박무성 쪽에서 바로 걸었네요, LCJ한테?

시목 : (대답 없이 자리 뜬다)

여진 : 아는 사람이냐니까요!

시목 : (나간다)

여진 : 누군 손 없나? (자기 전화로 통화목록에 뜬 LCJ 번호 누른다) 

        조기 종결만 안 났어도 핸드폰부터 뒤졌을 텐데. (누가 받는지 숨죽이고 기다리는데)


신호는 가지만 안 받는다. 중간에 뚝 끊기는.

여진, 끊긴 전화 쳐다본다. 더 궁금해졌다...



25. 시목의 아파트/외경. 밤



26. 동/거실. 밤


살림살이 거의 없다. 색깔도 때 안타는 무채색 일색.

커다란 통유리 창문만 빛난다, 아파트 아래로 펼쳐진 야경 저 멀리, 어둠 속에 우뚝 선 서부지청이 보인다.

현관문 열리는 소리, 사람 들어오는 소리 나더니, 시목이 창문에 다가와 서는 것이 유리에 비친다.

시목, 불도 안 켜고 저 건너 보이는 서부지검을 바라본다..



27. 용산서/강력반. 아침


여진, 출근하는데, 그녀 온 것도 모르고 TV에 시선 꽂힌 강력반 형사들.

소리는 꺼놨지만 ‘억울함 호소한 재소자 목 매 자살’ 자막 위로,


장형사 : 뭐가 맨날 억울하대 쟤네들은, 어차피 다 지들 짓거리면서.

서형사 : 그래도 저렇게까진.. 저거 뭐 놓친 거 아냐? 누구지 한경윈가?

여진 : 네.

서형사 : (깜짝!) 오셨어요?!

여진 : (설핏 웃어 보이고 TV 보면)


응급차로 옮겨지는 시신 옆에서 모자이크 처리된 아기 안고 오열하는 진섭처 보인다.

여진, 안쓰럽다. 작은 한숨으로 눈 돌리는데,

반장과 김경사가 출근한다. 인사하는 형사들.


반장 : 저것 좀 꺼. 벌써 지겹다.

서형사 : (TV 끈다) 그래도 이번 욕은 검사들이 다 처먹던데요?

반장 : (자리로 가며) 그럴 때도 있어야지.

여진 : (김경사 자리로 가) 어제 결과 나온 거 어떻게 됐어요?

김경사 : 무슨 결과요?

여진 : 후암동 혈흔 유전자 검사요. 어떻게 됐어요?

김경사 : (귀 파며 대수롭지 않게) 거요? 사람 피 아니고 개 피래요, 개 피.

여진 : 근데... 예. (제 자리로 가는)


김경사, 여진 기색 살피는데, 자연스럽게 하루일과 시작하는 여진.



28. 서부지검/복도. 낮


시목 : (검사실에서 나오는데)

동재 : (잔뜩 허세 낀) 자 빨리 빨리들 하라고. 여기 이쪽!


두꺼운 서류뭉치 한 가득 품은 어린 검사들이 줄줄이 온다. 그 중에 은수도 있다.

동재 손짓에 따라 모두 동재의 검사실로 들어간다.


동재 : (시목이 오자 더 들으라는 듯) 조심해서 놔, 한 장 한 장이 다 내 피와 땀이야.

시목 : (검사들이 동재 책상에 서류 높게 쌓는 것 본다)

동재 : (그제야 시목 본 양, 묻지도 않았는데) 어, 황프로! 이거? 어어, 성매매 특별 단속.

시목 : 예.


서류 내려놓은 어린 검사들 나온다. 동재와 시목에게 인사하고 가는데,


은수 : (나온다. 역시 목례하는데)

시목 : 미디어 브리핑은?

은수 : 지금 갑니다.

동재 : 야 영은수 방송 타면 미녀검사라고 아주 난리 나겠어?

은수 : (기분 나쁘지 않지만 도도하게 관심 없는 척)

동재 : 내가 전수해준 노하우 잘 기억해, 초점 하나만 정해서 딱 그것만 봐, 눈 흔들리면 자신 없어 봬. 

        손 너무 많이 쓰지 말고.

은수 : (아주 살짝 비꼬는 말투) 가르쳐주신 노하우 잘 써먹고 오겠습니다. (목례하고 간다)

동재 : (다정히) 파이팅! (지켜보다..) 영은수도 내 특별 단속팀에 합류시키기로 했어,

         후밴 이렇게 키우는 거야. 뒤치다꺼리나 시키는 게 아니라.

시목 : (담담) 그렇습니까.

동재 : (담담해서 더 얄민) 지가 싼 똥은 지가 치우는 법을 만들어야 되는데. 

        (밉살스럽게 보고는 검사실로 가버린다)


시목, 닫히는 문 사이로 책상에 가득한 서류를 끝까지 주목...



29. 동/대회의실 앞 복도. 낮


은수, 심호흡하고 대회의실 문 열면.

터지는 플래시, 이미 많은 기자들로 꽉 차있는 게 문 안으로 보인다.

은수, 당당히 들어간다. 문 닫힌다.



30. 국과수/입구. 낮


뛰어 들어가는 여진.



31. 서부지검/대회의실. 낮


대회의실을 가득 메운 기자들, 카메라 앞에서 당당히 선 은수.


은수 : 먼저 한 생명의 안타까운 희생에 조의를 표합니다. 

        그러나 고 강진섭 씨의 주장은 어떠한 근거도 없이 날조된 것이며


회의실 제일 뒷문 열린다. 시목이 들어와 선다.


은수 : 저희 검찰은 법정 증거주의에 입각해 조금의 조작이나 어긋남 없이 구형과 공판을 진행했음을

        국민여러분 앞에 명백히 밝히는 바입니다.



32. 국과수/분석실. 낮


여진, 인쇄물이 찍혀 나오는 프린터에 온 신경이 꽂혔다. 일각이 여삼추다.

마침내 다 된 프린트를 직원에게 받고서 급히 읽는 여진, 제 눈을 믿을 수 없다.



33. 식당. 낮


은수 : (식당 TV 화면) 고 강진섭씨는 수감 생활 자체를 견디지 못해

         앞선 복역 중에도 이미 자살 소동을 일으킨 전력이 있었으며


칼국수 먹던 정본, 놀래서 TV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품에서 생각난 듯 꺼내는 것, 시목이 줬던 명함이다.

번호 누르려다 잠깐 주저하지만 누르는데.



34. 서부지검/대회의실. 낮


은수 : 고인의 죽음과 저희 서부지검을 연관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임을 단언합니다.

         (말 마친다. 얼굴에 해냈다는 자부심이 빛나는데)

시목 : (전화 진동 울린다. 이름 없이 번호만 떴다. 받지 않고 끈다)


은수 말이 끝나자 여기저기 질문하려 손드는 기자들.

시목, 조용히 나간다.



35. 법원/앞마당. 낮


공판 카드 들고 법원으로 가는 시목. 코트 자락이 바람에 펄럭인다.



36. 국과수/분석실 복도. 낮


프린트를 손에 꽉 쥔 여진, 하얘진 얼굴. 전화를 꺼내 김경사 번호 누르려다 손 거두고 성큼성큼 간다.



37. 동/407호 법정. 저녁


재판 끝났다. 사람들 모두 퇴정하고 시목, 공판카드가 가득한 보자기 묶는데.

상자를 쾅 누르는 손. 보면, 여진이다.


여진 : (아직 나가지 않은 방청객 본다. 마침내 모두 나가고 둘만 남으면) 증거, 강진섭 재판 날 바로 여기서 본 영상,

         검찰이 조작한 거죠?

시목 : (뭔가 일이 터졌다는 것, 감지된다)

여진 : 박무성 집엔 왜 갔죠? 둘이 무슨 관계에요? 김경산 또 뭐예요?!

시목 : 김경사가 왜 나오죠.

여진 : 혈흔 결과까지 숨겨가며 범인 덮으려는 이유가 뭐냐구요!

시목 : ...

여진 : 대답해요!

시목 : ...

여진 : 내가 뭘 알아냈는지 정말 몰라도 돼요? (반응 없자 정말 가려는데)

시목 : ..박무성은, 스폰서였습니다.

여진 : !

시목 : 돈, 여자, 가리는 거 없이. 그랬던 사람이 빈털터리가 되니까 그 많은 접대가 상납이, 

        무시와 경멸로 돌아왔죠. 그 다음은 뭐겠어요.

여진 : ... 권력자들 협박하다 살해당했다고요? 그중에 용의자가 있다구요?

시목 : 김경사도 그거 알아요.

여진 : !

시목 : 박무성이 날 찾은 건 비리폭로를 위해서였어요. 

        그런데 김경사한텐 개인적인 친분이라고 했더니 비웃더군요.

여진 : 왜요?

시목 : 뇌물검사라 생각한 거죠. 박무성의 실체를 몰랐다면 낡은 집에서 츄리닝 바람에 죽은 50대 무직자를,

        단박에 뇌물과 연결시킬 수 있었을까요?

여진 : 김경사도 접대를 받았다고요?

시목 : 김경산 급이 안돼요. 박무성 첫인상을 말하는 걸 봐선 얼굴도 몰랐던 것 같고, 더 윗선이겠죠.

여진 : 우릴 뭘로 보는 거예요, 사람 죽여 놓고 위에선 덮으라고 하고 아래선 덮어줬다는 거예요? 경찰을 뭘로 보고!

시목 : 요 전 주에 특정경제 전문형사가 전공 살려서 사기 치다 잡혀왔는데.

여진 : (말 막힌다. 할 말 찾는) 그거랑 다르잖아요! (스스로도 설득력 없는)

시목 : 안방에 있던 박무성 노트북이 없어졌어요,

여진 : 현장에서 증거로 채집했으니까!

시목 : 어제 증거물 박스에 노트북, 있었나요?

여진 : (말 막히는)

시목 : 경찰 증거목록엔 없어요. 윗선 지시대로 접대리스트를 찾으려 했겠죠. 

        나중에 돌려놓기만 하면 없어졌단 것도 모를 테니까.

여진 : 접대리스트도 있어요?

시목 : 이제 내 차례. 뭘 찾았어요?

여진 : (품에서 프린트 꺼내 준다)

시목 : (보는) 어디서 나온 겁니까?

여진 : 뒷집이요. 강진섭은 얼씬도 안 한 데. 다른 놈이 묻혀서 옮긴 거예요. 범인은 따로 있어요.

시목 : ... (서류 돌려준다)

여진 : 놀라지도 않네? 알고 있었어요?

시목 : (표정 변화 없이 서류 상자 챙겨 자리 뜬다)

여진 : (쫓아 나간다)



38. 동/복도. 저녁


시목 : (법정에서 나와 승강기로 간다)

여진 : (바로 쫓아오며) 검사님도 다 알고 있던 거예요? 그래서 엉뚱한 사람을.. 

        (하다 승강기 앞에 사람들 본다. 입 다문다)


승강기 오면 시목 탄다. 여진도 거의 동시에 탄다.



39. 동/법원 앞. 저녁


법원 건물에서 나오는 시목과 여진.


여진 : 증거 누가 조작한 거죠? 검사님이요? 그때 공판 검사?


시목, 법원 앞에 주차시킨 차에 오른다. 공판 보자기 옆에 놓는데,

놓칠 새라 타는 여진, 보자기를 시목에게서 뺏듯이 받아 뒤에 놓고 버텨 앉는다.

하지만 시목, 여진에 관심 없다. 시동만 켠 채 초점 없이 앉아 출발은 않는다.


여진 : 정말 강진섭한테 뒤집어씌우려고 그런 영상까지 만들었어요?

시목 : ... 영상. (생각났다는 듯 바로 출발)

여진 : (급히 벨트 메는) 어디 가요?!



40. 찻길+시목의 차안. 저녁


법원을 빠져나오는 시목 차. 밖을 살폈다 시목 살피는 여진.

하지만, 무념무상으로 보이는 시목. 무슨 생각인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런데 겉보기엔 무탈하게 운전하는 시목, 뻔한 신호를 못 봐 다른 차와 충돌할 뻔.

급정거하는 차. 다른 차들이 울려대는 날카로운 경적.


여진 : 검사님!..

시목 : (그제야 실수 깨닫는다. 놀라진 않지만 내심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여진 : (시목의 심리상태가 조금은 짐작된다) 괜찮겠어요? 제가 운전해요?

시목 : (다시 출발) ...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한 목소리) 이젠 그 영상이 사실일 수 없죠. 

        조작 맞습니다. 내가 당했어요.

여진 : 당하긴.. 그럼 조작한 게 범인이라고요? 누가 그렇게까지?

시목 : 왜, 그렇게까지.

여진 : ...

시목 : 혈흔 나온 곳이 어디죠. (속력 올린다)



41. 무성의 집 앞/골목. 밤


골목에 차 세우고 내리는 시목, 여진.

시목, 곧장 블랙박스 택시로 간다. 또 다짜고짜 택시바퀴 차려는데,


택시기사 : 얌마! (소주병 든 편의점 봉투 꿰고 달려온다) 이 자식이, 어? 또?

시목 : (블랙박스 칩 내민다) 잘 썼습니다.

택시기사 : 빨리도 주시네, 아니 근데 이 사람이 거시기 그 사람 아녜요? 감옥에서 죽었다고 계속 시끄러운 거시기?

시목 : 차를 왜 계속 세워만 두시죠? 항상 여기 세워두시나요?

택시기사 : 골목이라고 좁아터져서 이렇게 안 세우면 어떻게 세우남?

시목 : 언제부터 서 있던 겁니까?

택시기사 : 언제부텀은, 오늘 3부제에요, 며칠 만에 쉬는 날.

시목 : 1월 16일은 쉬는 날 아니셨죠? 블랙박스에 그 당시 내내 주차됐던 걸로 찍혔던데요.

택시기사 : 그건.. 어..

여진 : (봉투 보고는) 음주 걸리셨구나? 그때 영업 못 나가셨죠?

택시기사 : 아뇨, 무슨!.. 아 어떤 놈이 내가 승차거불 했다고 신골했잖아요, 벌금을 40만 원이나 냈다고요,

               고 뽀글머리 시키, 쯧!..

시목 : 뽀글머리요?

택시기사 : 아줌마 마냥 그 꼬라질 해갖고 술이 췌서는 (혀 차는)

시목 : 몇 월 며칠 어딥니까? 1월 달에 신고 당하신 거.

택시기사 : ...영등포역이요, 날짜는.. 그게, 암튼 정지당한 건.. 1월 13일인가?

여진 : 1월 13일?..

시목 : 알겠습니다. (바로 자리 뜬다)

택시기사 : 저 냥반도 참, 어딜 가나 이쁨깨나 받겄네. (들어가려는데)

여진 : 선생님 혹시 그때 여기 사건 난 날, 이집(다세대) 뒤로 누가 지나가는 거 못 보셨어요? 담을 넘었다든가.

택시기사 : 뒤가 아니라 앞으로 지나갔어도 인제사 생각이 나겠어요?

여진 : ..혹시 뭐든 생각나시면 (명함) 연락 주세요. 감사합니다! (돌아서면)


맞은 편, 다세대주택 주차장에 센서등이 켜져 있다.

여진, 다세대로 간다.

택시기사, 다세대 쪽 넘겨다보며 집으로 들어간다.



42. 다세대주택 주차장. 밤


2층부터 살림집, 1층은 기둥만 세운 세대용 주차장이라 누구나 드나들 수 있다.

밝혀진 센서등 아래, 선 시목 보인다.

여진, 옆에 가 선다.


여진 : 저 집(대각선 뒤쪽 방향 가리키는)이에요. 혈흔 나온 데.

시목 : (그쪽 돌아보다 주차장을 훑는다)

여진 : (왜 보는지 짐작하고 위를 가리킨다)

시목 : (보면)


주차장 천장에 커다란 CCTV 보인다. 뒤에서부터 골목 쪽을 비추게 설치돼있다.


여진 : 여기로 안 들어오고 개가 있는 집 담을 넘은 이유죠, 저게.

시목 : 깡통인데.

여진 : 어떻게 알았어요?!

시목 : 빨간 불이 들어와야 작동하는 구 모델이니까.

여진 : (벌써 눈치 챘구나) 범인은 작동 안 하는지 몰랐겠죠.

시목 : 그런 것도 몰랐으면 박무성 집으로 바로 들어갔겠죠.

여진 : 그랬다간 택시에 찍힐 텐데요?

시목 : 그건 어떻게 알았을까요.

여진 : 사전답사를 해서 블랙박스 택시가 계속 죽치고 있는 걸 봤겠죠.

시목 : 그 각도까지 계산했는데 cctv가 깡통인 건 몰랐을까요.

여진 : (글쎄.. cctv 올려다본다) 보이는 것만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시목 : (휙, 주차장 뒤 통로로 간다)


시목과 여진, 뒤 통로로 가면, 주차장 뒤편 좁은 통로는 확실히 골목을 향한 카메라의 사정권 밖이다.


여진 : (통로 중간에 선) 저쪽(대각선 뒤) 창살 쫌 보이죠, 거기서 피가 나왔어요,

         저기서 이리 넘어와서 이리(왼쪽 무성 집)로 간 거 같아요.


두 사람 통로 왼쪽 끝까지 가면, 높은 담이 시야를 가로막는다. 그 담만 넘으면 무성의 집이다.

부서진 가구 등이 버려져 있어 밟고 올라가면 넘어가는 게 불가능하진 않다.


시목 : (가구 가까이 보지만)

여진 : 사건 후에 버려진 거예요. 범인이 밟고 올라간 건 그 주 재활용 하는 날 싣고 간 거 같아요.

시목 : ...

여진 : 내가 보강조사만 했어도 흔적을 찾았을 텐데. 

        코앞에 있는 걸, 탐문이라도 바로 했으면 목격자가 나왔을 수도 있고..

시목 : 저 택시 신고한 사람 좀 알 수 있을까요.

여진 : 뭐, 승차거부요? 그거 신고한 사람도 관련 있단 거예요? 1월 13일이라고 해서?

         사건 3일 전에 딱 맞춰서 운행정지 먹게 했다고?

시목 : 그럴 수도.

여진 : 그럴 수도는, 그럼 그 신고자가 범인이든 최소 공범이어야 되는데? 

        블랙박스에 찍혀서, (쉼표마다 손가락 꼽는) 하필 그 시간에 강진섭이 범인으로 몰릴 걸 계산해서, 

        아니지, 그 전에 먼저 TV를 고장 내서, 수많은 택시 중에 하필 저걸 영등포 바닥에서 골라 타서, 

        시비를 붙여서, 신고를 해서, 그걸 또 검사가 귀신같이 알아채서 결정적 증거로 쓰게 한다고요? 

        (손가락 7개 접힌) 이게 가능해요?

시목 : 확인해야죠.

여진 : .... (반신반의 하지만... 전화한다)


그 사이, 가구 밟고 올라가는 시목, 어렵사리 무성 네 담 안으로 사라진다. 쿵! 소리.


여진 : (전화하며 올려다보는) 영등포서죠? 교통계 부탁합니다.



43. 무성 집/좁은 통로. 밤


다세대 주택과 무성 집 사이 담벼락을 따라 난, 집 측면의 좁은 통로.

시목이 내려선 바로 위에, 어느 방인지 창문이 보인다.

시목, 창문 밀어보면 열린다. 안에서 주인 잃은 냉기와 어둠으로 밀려나오는 듯..



44. 무성 집/작은방. 밤


창문으로 들어와 방에 내려서는 시목. 

창문 닫으면, 굉장히 어둡고 기분 나쁠 정도로 조용하다. 빛 한 줄기 없다.

쥐 죽은 듯 가만히 선 시목,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길 기다리고 있다.

서서히 드러나는 윤곽, 무성이 죽은 날 봤던 학생 방이다.

시목, 문으로 간다. 손잡이에 손 올리고.. 문고리 잡아당기는 순간,

이쪽 어둠과 완전히 대비되는, 눈이 부시게 쏟아지는 빛. 그리고,


소리E : (벨 소리)



45. 동/마루. 낮 (시목의 가상)


환한 낮. 그리고 울리는 대문 벨 소리.

마루 창가에 흰 티셔츠 바람으로 선 남자 보인다. 무성이다.

창가 커튼 뒤에 반쯤 숨은 채, 누가 벨을 눌렀는지 보려 밖을 기웃대던 무성, 

인터폰으로 가 열림 버튼 누르고 돌아서는데,


무성 : 억!!


한 손엔 전화, 장갑 낀 다른 손에 장미문양 칼 들고 나타난 시목,

시목, 무표정한 얼굴로 전화를 소파에 던짐과 동시에 칼 휘두른다.

놀라 팔 들어 막는 무성. 하지만, 가차 없이 휘두르는 칼에 팔 위로 빨간 줄이 순식간에 생긴다. 한 번.

무성, 비명 지르다 억!.. 아래 보면 옆구리에 박힌 칼. 두 번.

무성, 옆구리 움켜쥐며 무릎 꺾인다. 시목을 막으려 안간힘 쓰며 엉겨 붙지만,

새까만 눈이 반짝! 하는 시목, 무성의 목 찌른다. 뿜어져 나오는 피. 세 번.

무성, 고통과 공포만 남았던 눈에서 빛이 사라지며.. 마룻바닥에 쓰러진다.

검은 빛에 가까운 진득한 피가 거품을 내며 바닥에 번진다.

그 위로 던져지는 칼. 시목, 무표정하게 내려다보다 소파로 가면, 스톱워치 설정해놓은 시계.

시계 집어 들어 스톱워치 중지시키면, 53초에서 멈췄다.

시목, 고개 젓는다. ...눈 감았다가 다시 뜨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벨 울리고, 창가에서 내다보는 무성. 그 뒤 부엌에서 시목이 장미문양 칼을 소리 없이 빼들고 있다.

무성, 인터폰으로 가지만 열림 버튼 누르기 전, 인기척에 돌아보고 비명 지른다.

시목, 앞 상황과 똑같이 찌른다. 한 번. 무성의 비명. 두 번.

옆구리 집고 무릎 꺾이는 무성. 그 사이 여러 번 울리는 벨.


무성 : (어떡해든 못 찌르게 하려 안간힘 쓰며) 사, 살려주세요..

시목 : (칼 쳐든다)



46. 동/작은방. 밤 (현재)


어두운 방에 창문이 갑자기 열린다. 툭 올라오는 손.

손마디 꺾어 창턱을 잡는데, 여진이 올라온다. 시목처럼 창문 타고 넘어온다.

어둠 속에 선 여진, 핸드폰 플래시 비추는데, 암흑을 가르는 푸른빛, 사진에 닿는데

하필, 사진 속 무성이 푸르게 떠오른다. 여진이 짧게 숨 삼키는 소리 들린다.

사진에서 돌려진 푸른빛이 흔들리며 앞으로 움직인다.

문이 보이고, 문을 여는 여진 손이 보이고, 문이 열리면 마루가 보인다.



47. 동/마루. 밤 (현재)


마룻바닥 비추는 플래시 불빛, 흔들리며 앞으로 나아가는데. 앞에서 인기척 들린다.

플래시, 바닥에서 위로 빠르게 올라가면, 칼을 쳐든 남자의 실루엣!

플래시 불빛에 시퍼렇게 비춰진 시목이다. 무표정한데도 이상하게 살기가 흐른다.

이렇게 강한 빛이 비추는데도 이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쳐든 칼로, 눈앞의 어둠이 철천지원수라도 되듯 사정없이 찌르는 칼 짓!

기겁하는 여진.



48. 동/마루. 낮 (시목의 가상)


쓰러지는 무성. 땀 맺히고 숨 몰아쉬는 시목, 칼 던진다.

그 사이 계속 울려대는 대문 벨.

시목, 피가 뚝뚝 떨어지는 장갑(수술용 얇은) 벗으면, 그 아래 또 한 겹의 장갑.

인터폰으로 가 열림 버튼 누르고, 다시 스톱워치 보는데,


시목 : (고개 젓는다. 역시 아니다) .. .. .. ..


스윽 고개 드는 시목, 넥타이 푼다. 바닥에 떨어지는 넥타이. 재킷도 벗는다.

흰 셔츠 차림이 된 시목, 창문으로 간다. 고개 틀어 창밖 골목 보면, 블랙박스 달린 택시가 대각선 방향에 보인다.

시목, 블랙박스 속 무성과 똑같은 포즈로 선다.

똑같은 상황인데 다만, 돌아보면, 마루엔 이미 같은 차림의 무성이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다!

시목, 다시 창밖으로 시선 주는데,


여진E : 뭐.. 해요..


그 말과 동시에 주변, 어두워진다. 현재 시각(밤)으로 바뀐다.



49. 동/마루. 밤 (현재)


시목을 보는 여진, 하지만 그쪽으로 쉽게 발이 안 떨어지고..

괴괴한 마루에 유령처럼 선 시목은 창문만 응시한다.

시목 실루엣이 창문에 비치는데, 묶어놓은 커튼 윗부분에 얼굴이 가려져 몸만 둥둥..


시목 : (실루엣 응시.. 마음의 소리) 누구냐 넌.


얼굴 없는 실루엣, 대답 없다. 시목과 실루엣, 서로 다른 존재처럼 대치하는데..

여진, 한 발 한 발 숨죽여 다가오다 뭔가 발에 밟혀 소리 없는 비명 지르며 보면, 바닥에 떨어진 칼.

범행 흉기와 한 세트인 장미문양 칼이 이젠 흔적만 남은 피웅덩이 옆에 떨어져있다.

여진, 가뜩이나 기분 나쁜데, 시목이 스르르 돌아선다. 한 발 한 발 온다.

여진, 발밑에 칼이 의식된다. 아니나 다를까, 시목, 칼로 손 뻗는다.

여진, 주먹 꽉 쥔다. 여차하면 휘두를 태센데,

시목, 칼 옆에 놓은 재킷 집는다. 입는다.


여진 : ......뭐한 거예요?

시목 : (넥타이도 집어 주머니에 넣으며) 택시 신고자는요?

여진 : 뽀글머리요?

시목 : 실재하는 사람입니까.

여진 : 통화했어요. 신원 확실해요.

시목 : (칼 집는다)

여진 : !! (즉시 테이저건 꺼내 겨누며) 내려놔!!

시목 : (태연히 칼 들고 부엌으로 간다)

여진 : (그래도 경계 늦추지 않는. 시목 움직임 따라 겨누며) 죽은 사람 통화 내역은 왜 봤어요?

시목 : (칼, 원래 자리에 꽂는 소리) 이용당할 순 없으니까.

여진 : 이용? (천천히 팔 내린다)

시목 : 만약 내가 그때 그 시간에 여기 안 왔다면...

여진 : ?

시목 : 그래서 수사를 조기 종결시키지 않았다면, 진범 흔적을 찾았겠죠.

여진 : ... (테이저건 집어넣으며) 자책하는 거예요?

시목 : (부엌에서 마루로 온다) 진범에겐 내가 여기 온 게 천재일우였을까요, (스위치 켠다) 설계의 한 축이었을까요.

여진 : 설계면, (눈부셔하는) 그날 그 시간에 검사님이 여길 온다는 걸 진범이 미리 알아야 되는데...

         가만.. 피해자가 검사님이랑 끊자마자 전화한 게 LCJ인데, 그럼 LCJ가

시목 : 차장검삽니다, 우리 지검.

여진 : 에에? ...그럼 차장검사가 박무성 입도 막고 살인범도 빼돌리려고 했다고요?

시목 : 이젠 날 맘껏 칠 수 있죠. 검거가 잘못 됐단 증거도 나왔으니 (하다)

창준E : 체포에 증거까지 니가 겁 없이 나댄 폐단이 뭔지 이제 실감나?

시목 : .. 그 뜻이었나.

여진 : 차장검사면 검사장 바로 밑인데 왜 그렇게까지 해요? 얼마나 대단한 비리를 저질렀길래?

시목 : 글쎄요.

여진 : 검사님도 몰라요?!

시목 : 그쪽은 내가 모른다는 걸 모르죠.

여진 : 검사님이 먼저 쳐요, 살인 사건 배훈데!

시목 : 심증일 뿐입니다. 피해자와 관련된, 수많은 용의자 중 하나일 뿐.

여진 : ... (답답하다. 길게 나오는 한숨)

시목 : (역시 아직은 답이 없다... 스위치로 가 불 끈다) 갑시다.


다시 캄캄해진 실내.

시목, 작은방으로 향하고 여진도 가는데,


여진 : 저기요. (어둠 속에서 잡는)

시목 : (보면)

여진 : 강진섭이 그 시간에 온 게 우연이면요?

시목 : (말 없다. 무슨 말 하려는지 안다)

여진 : 검사님일 수도 있잖아요, 범인으로 몰리는 게. 강진섭보다 몇 분만 일찍 왔으면 

        그럼 검사님도 똑같이 주장했을 거니까. 문 열어줘서 들어왔더니 이미 죽어있었다고, 그랬다면?!.

시목 : ...

여진 : 이용당했단 거 그 뜻이죠?

시목 : 아직은 아무 것도 모릅니다. 지금 이 어둠처럼.

여진 : ..불, 켜면 되죠, 알아낼 거예요. (아까 들어왔던 작은방으로 간다)

시목 : (마루 돌아본다. 작은방으로 들어간다)



50. 무성집 앞/골목. 밤


쿵! 뛰어내리는 소리 두 번 나더니 다세대 주차장에서 나오는 두 사람.

시목은 차에 오르고 여진, 무성 집 돌아보다 차에 오른다. 출발.



51. 시목의 차안. 밤


각자 생각에 잠긴 두 사람.


여진 : (DNA 결과 꺼내 쥐어보는) 이걸 어느 선에 보고해야 하나..

시목 : (보는)

여진 : 서장한테 다이렉트로 가져갈 수도 없고.

시목 : 거기 서장하고 우리 쪽 차장, 둘이 친굽니다.

여진 : (갑자기 머리 복잡해지기 시작!)

시목 : 강진섭이 무고하게 죽었다해도 비난 따위가 두려운 사람들이 아녜요.

여진 : ...

시목 : 스폰서 정체가 탄로 안 나고 종결돼서 다행이었는데 다시 발 뻗고 못 자게 된 거죠. 경위님 덕분에.

       어떡해든 빨리 덮기만 바라는 사람들입니다. 완전 범죈 없어도 미제는 수두룩해요. 

       살인범 하나 놓친 게 대수겠어요?

여진 : 강력반 전체가 흔들릴 거예요. 범인 잡았고, 빵에 처넣었고, 근데 죽었어요, 것도 온 천지에 다 알리고.

        근데 이젠 아예 그놈이 아니다, 우리 손으로 뒤엎어야 되잖아요,

시목 : 그래서 김경사처럼 덮자?

여진 : 검사님은요? 이거 터져도 괜찮아요?

시목 : 나요?

여진 : 제일 큰 피해를 입을 텐데..

시목 : (내 얘기였나?...) 우리는 팩트를 찾는 사람들입니다. 완전히 묻혀버렸을 팩트를 경위님이 직전에 건져냈어요.

        그걸 살리느냐 마느냐 결정하는 건, 지금 당장의 상황이 아녜요.

        한여진이란 사람이 지금까지 어떤 사람으로 살아왔는가, 거기 달렸죠.

여진 : (입술 깨문다. 갈등하다가...) 내려주세요.

시목 : (바로 세운다)

여진 : ... (내린다)



52. 어느 길. 밤


여진, 내려서고, 시목, 묵묵히 지켜본다.

시목 돌아보는 여진, 웃어 보이며 손 흔든다.

시목, 간다.

여진, 좀 더 서 있다가 전화 꺼낸다.



53. 한남동 집/다이닝룸. 이른 아침


창준, 식탁에 앉는다. 밥 한 술 넣는 동시에 신문 펼치는데,

눈을 찌르는 굵디굵은 헤드라인 - <자살 재소자 무죄로 밝혀져>

사진엔 당당히 미디어 브리핑하던 은수 얼굴이 커다랗다.

아줌마, 막 끓인 찌개 갖다놓는데, 펼쳐진 신문 뒤에 완전히 가려진 창준, 움직임이 없다.


창준 : .. (신문 접는다) 이 사람 오면 저 오늘 늦는다고 하세요.



54. 찜질방. 아침


이른 시간에도 여기저기 사람이 많은데, 대형 TV에서 뉴스 흐른다.


앵커 : (뉴스) 후암동 박모씨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수감 중 자살한 강모씨를 기억하십니까,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강씨가 범인이 아닐 가능성이 새로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손님들 거의 다 뉴스에 집중했고 자기들끼리 웅성댄다. 주로 경찰 욕하는 소리.

저 제일 구석에서 몸을 말은 할머니만 굳이 TV를 등지고 움직이지 않는다.

할머니 얼굴 보여주면, 무성母다. 그런데 머리는 그새 다 세고 20년은 한꺼번에 늙은 듯...

등 뒤에서 울리는 TV 소리, 무성母에게도 들린다.


앵커 : 사망 전 강씨가 자신은 박모씨를 살해하지 않았다고 한 주장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담당검사가 증거를 조작했다는 탄원서의 내용 역시 사실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무성母 : (눈 감는다)


이제는 거의 말라, 깊게 패인 눈가 주름을 다 적시지도 못하고 힘없이 번지는 눈물..



55. 용산서/강력반. 낮


TV 보는 형사들.


앵커 : 강씨 사망 후에야 검거가 잘못됐음을 인정한 검경의 총체적 부실 수사에 비난이 쏟아지는 한편,

         초동수사 실패로 박모씨 살인사건은 다시 미궁에 빠졌습니다.


장형사와 서형사, 걱정스런 얼굴로 강력반 안쪽에 회의실 쳐다본다.



56. 동/회의실. 낮


김경사 : 우릴 위해서였어요, 동료들을 위해서! 가뜩이나 대한민국 경찰 개판이다, 초동수사 지랄이다 난린데

            이거까지 나가면 여러 사람 모가지일까 봐! 잡고 나서 공개하면 될 걸 고걸 못 참아요!

여진 : 그렇게 동료들을 아끼면 다 공개하고 같이 수사를 했어야지, 사람 피를 개 피라고 속여요? 말이 돼요?!

반장 : 닥쳐!!


입 다무는 두 사람.


반장 : 니(여진) 눈엔 선배들이 다 개똥대가리야! 한창 파고 있는 걸 보고도 않고 언론에다 나불대?

         넌(김경사) 미쳤어? 이 중요한 걸 혼자 깔아 뭉개고 뭘 어쩌겠다는 거야? 혼자 범인 잡고 영웅 되고 싶었냐!

김경사 : 형님까지 진짜 왜 이래요! 강진섭이만 멀쩡했음 나도 이렇게까지 안 해요,

            근데 에지녁에 죽었지, 알고 보니 그놈 아니래지, 어떡해요 그럼!

여진 : 그래서 어차피 죽은 사람 살인범으로 계속 찍혀있으란 거예요?

김경사 : 안 찍히면 살아나요? 누명 벗으면 부활하나?!

여진 : 억울해서 죽었어요, 사람이 얼마나 억울하면 제 목을 졸라 죽어요! 핏덩어리 자식까지 딸린 사람이!

김경사 : 지만 억울한가! 빵에 억울한 사람 깔렸어요! 죽은 놈만 빙신이지!

반장 : 야!

여진 : (너무 기막혀 쳐다보기도 싫다...) 그게 경찰이란 사람이 할 소립니까.

김경사 : (노려보지만 할 말 없는)

반장 : 어디서 똑같은 것들이, 니들 둘 다 근신이야. 아무 것도 하지 마, 내 눈에 띄지도 마. 나가!


여진과 김경사, 목례하고 물러난다.

김경사가 먼저 나가는데 여진, 나가기 전, 반장 돌아본다.


반장 : 왜?

여진 : (정말 내막을 모르는 걸까, 모르는 척 하는 걸까?) 반장님은,

반장 : 나 뭐? 왜?

여진 : .. 아닙니다. (나간다)



57. 동/문 밖. 낮


여진 나오면, 혹시 반장한테 무슨 말 했나 해서 김경사가 쳐다보고 있다.

외면하고 서로 반대로 가는 두 사람.



58. 서부지검/입구. 낮


취재 전쟁 벌이는 기자들한테 온통 에워싸인 은수.


기자1 : (핸드폰 들이대고) 증거 조작한 게 사실인가요?

은수 : (입 앙 다물고 안 쳐다본다)

기자2 : 새로운 혈흔은 언제 나온 겁니까? 원래 알고 있었나요!

기자3 : 살인검사로 불리는 거 알고 계세요?


기자들 애써 무시하던 은수, 그 말에 기자3을 쏘아보는데, 그때 저쪽에서 출근하던 시목과 눈이 마주친다.

시목, 그냥 볼 뿐 아무 일 없다는 듯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일그러지는 은수, 하필 이때 얼굴 앞에서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기자1 : 영일재 전 장관이 부친이시죠? 부친께서도 조작 아세요?

은수 : (이성의 끈 끊어지며 팔 휘두른다. 핸드폰 치는) 비켜요!


핸드폰 놓치는 기자1, 이 그림 놓칠세라, 일제히 들이대는 카메라.

그 위를 비추면, 차장검사실에서 이 소동을 내려다보고 있는 창준 보인다.



59. 동/형사 3부 복도. 낮


시목 오는데, 동재가 웬 늘씬한 아가씨들을 대거 몰고 검사실에서 나온다.

청원경찰 따라가는 각양각색 아가씨들, 화장기 없는 얼굴 가리느라 애쓴다.

복도 사람들은 돌아보는데,


동재 : (시목이 오자 스치며) 후배는 사지로 몰아넣고 참 당당하다?

시목 : (까딱 목례. 그러다 문득 한 아가씨 옆을 스치는데)

아가씨 : (모자 쓰고 고개 숙였는데)


Flashback> - S#17. 리조트. 승강기에서 본 아가씨.


시목, 다시 본다.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모자 쓴 아가씨가 고개 트는데, 아니다.

시목, 자기 방으로 들어갈듯 하다.. 동재 가는 것 돌아보는.



60. 서부지검/동재의 검사실. 낮


동재 방의 계장1과 실무관1 일하는데, 시목이 들어온다.


계장1 : (반쯤 일어나는) 예?

시목 : (안쪽 집무실 가리키며) 서검사님?

계장1 : 지금 안 계신데요.

시목 : 제가 서류를 잘못 갖다 놓은 게 있는데, 도로 가져갔다고 좀 전해주세요. (집무실로 가는)

계장1 : 예에..



61. 동/동재의 집무실. 낮


시목 들어오면, 요전 날 어린 검사들이 잔뜩 날라다 놓은 서류가 바닥부터 쌓였다.

시목, 그 서류들에 시선 주지만 쓱 훑어보더니 곧장 서랍장으로 간다.

첫 칸 열고 파일 빨리 훑더니 둘째 칸 연다. 둘째 칸에 빼곡히 세워진 파일들.

맨 처음 것 들여다보면, 성매매 단속에 걸린 아가씨 사진이 클립에 끼워졌다.

사진 짧게 보고 다음 파일 넘긴 시목, 그 파일의 아가씨 사진 보더니, 생각.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다른 사람이다.

다음 파일 넘기는데, 세로로 세워진 파일들 아래로, 서랍바닥에 딱 눕혀서 놔둔 파일이 포착된다.

위에 세워진 파일들 맨 밑에 깔려서, 일부러 안 보면 안 보인다.

시목, 누운 파일에 손 뻗는데,


실무관1E : 황검사님 오셨는데요.

동재E : 뭐?

시목 : (소리 들리는데도 파일 꺼낸다. 열려는 순간)

동재 : (바람처럼 들어옴과 동시에 파일 쳐내는)


바닥에 흩어지는 파일. 사진이 뒷면만 보이게 뒤집혀 떨어진다.

시목, 사진 집으려는데 동재가 낚아채 파일에 쑤셔 넣고 닿는다.


동재 : 무슨 짓이야!!

시목 : 저도 서검사님한테 한 수 배울까 해서요. 10년 노하우.

동재 : 이 자식이 증말! 이럴 정신머리 있으면 나가서 커밍아웃이나 해!

         누구 설레발로 영은수가 곤혹을 치르는지 남자답게 밝히라고!

시목 : 것두 서검사님 노하우입니까?

동재 : (분노로 얼굴 벌게진다. 이 악물고).....잘난 척 하지 마. 넌 내가 입만 뻥끗하면 끝이야, 이 호모 새끼야.

시목 : 박사장한테 들으셨나요? 생각보다 두 분, 훨씬 각별했나보네요.

동재 : 누굴 얻다 갖다 붙여!!

시목 : 친구 분 잃은 상심에 나온 말씀일 테니 신경 안 쓰겠습니다. (목례, 간다)

동재 : 저 또라잇! (시목이 만졌던 파일이 뭔지부터 급히 확인하다 놀란다)



62. 동/형사 3부 복도. 낮


시목, 동재 방에서 나오는데, 뒤에서 쫓아 나온 동재가 다짜고짜 멱살 잡는다.


동재 : 너 내 방 왜 뒤졌어? 뭘 염탐하려고 뒤진 거야? 어!

창준E : (O.L) 뭣들 하는 짓이야!

동재 : (급히 멱살 풀고)

창준 : (복도에 나타났다. 두 사람에게 성큼 온다) 왜 여기서 힘 빼? 기자들 잔뜩 몰렸는데 나가서 해.

         그래야 형사3부 전부 개판이라고 소문날 거 아냐!

동재 : 죄송합니다.

시목 : 죄송합니다.

창준 : (눈 부라리며 보더니 가버리면)


시목과 동재, 목례하고 각자 검사실로 들어가지만,

동재, 시목이 먼저 들어가길 기다렸다 얼른 창준 따라간다.



63. 동/차장검사실. 낮


창준 : (놀라 돌아보는) 그래서 봤어?!

동재 : 제가 그렇게 하게 뒀겠습니까, 보진 못한 거 같아요.

창준 : 같아요?

동재 : (얼른) 못 봤습니다.

창준 : ... ...

동재 : 그치만 저 보는 앞에서 대놓고 계속 뒤졌어요. 이건 선전포곱니다. 

        지금 우리 지검이 누구 때문에 이 난리로 욕먹는데요?

        당장 파면시키세요. 지가 지 무덤 팠으니 할 말 없잖습니까?.

창준 : ..내부감사 일정이 잡혔어. 증거 조작, 은닉, 부실, 강압 조사, 전부 추궁할 거야.

동재 : 손 안 대고 코 풀 수 있겠네요?!

창준 : 걸 말이라고 해! 황시목이 입만 뻥끗하면 전부 끝장이라고!

동재 : !...

창준 : 강진섭으로 끝났어야 했는데!...

동재 : 내부감사를 피할 방법은 없을까요?

창준 : 검사장 지금 떨어지는 낙엽도 피할 판인데 우리가 빅엿을 날렸어. 해줄 것 같애?

동재 : 그럼 내사는 어떻게..

창준 : ...성동격서.

동재 : ?

창준 : 황시목일 곧장 겨냥하면 반격할 거야. 공판주임 영은수, 미디어 브리핑으로 얼굴도 팔렸겠다,

         안 됐지만 영은수가 안고 가야겠어.

동재 : 남에 잘못을 영은수가 왜요? 그럼 황시목인요? 그냥 두시게요?

창준 : (...꼬았던 발 바꾸며) 그건 어찌 돼가나. 흔적이라도 잡은 거야?

동재 : (앗..) 최선을 다해 찾고 있습니다만,

창준 : 손바닥만한 나라에서 대체 몇 명을 잡아들여야 냄새하고 맡겠어?

         여자들이나 몰고 다니면서 거들먹대라고 시켜준 줄 알아?!

동재 : 죄송합니다, 직업여성이 아니면 더 찾기가 힘들어서

창준 : 박사장이 대놓고 들이민 애야. 직업 맞아.

동재 :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곧 찾을 겁니다.

창준 : (못마땅..) 황시목 들어오라고 해.

동재 : 예. (고개 숙인 밑으로 치켜뜨는 눈, 불만과 의혹이 스친다)



64. 동/은수의 집무실. 낮


손톱 물어뜯으며 인터넷 보는 은수. 방금 전 기자1을 친 장면만 편집돼서 벌써 동영상으로 떠돈다.

하필 제일 폭발했을 때라 눈은 허옇고 입은 험악하게 벌어져 마귀할멈 같은 은수,

‘살인검사 구속 청원’ 글씨가 굵은 아래, 청원 서명 그래프가 8만이 넘는다. 

달린 댓글은 온통 입에 담을 수 없는 상욕이다.

은수, 미칠 지경인데,


은수 : (전화 울린다. 받는) 엄마?.. 엄마 왜 그래?!



65. 동/형사3부 복도. 낮


시목, 제 방에서 나오는데 그 앞으로 전화 받으며 뛰어가는 은수.


은수 : (울어서 눈과 코가 빨갛다) 엄마까지 왜 그래, 아빠가 죽긴 왜 죽어.

시목 : (그 말에 멈춰서 보는데)

은수 : 내가 금방 가, 응? (승강기 쪽 모퉁이로 사라진다)

시목 : ... (전화 울린다) 예, 부장님.

3부장F : 자금성으로 와. (뚝 끊는다)

시목 : (발길 돌린다)



66. 중국집. 낮


지검 근처 건물 2층 정도에 있는 평범한 식당.

시목 문 밀고 들어간다.



67. 동/룸. 낮


룸이라곤 하지만 흔한 중국집 내실 수준.

시목, 들어와 깍듯이 인사하고 허리 펴면,

식탁에 둘러 앉아 일제히 이쪽 보는 남자 셋, 형사1부장, 3부장, 사건과 윤과장이다.

룸까지 들어와서 부장들은 짜장면, 윤과장만 볶음밥 먹는다.

깐깐해 뵈는 3부장, 앉으란 손짓.


3부장 : (묻지도 않고 종업원에게) 짜장면이요.


종업원 대답하고 나가고 시목, 자리에 앉는다.


3부장 : 1부장이야 모를 리 없고, 이쪽은 사건과 윤과장. 얼굴은 봤지?

윤과장 : (인사)

시목 : (인사)

3부장 : (먹으며 툭) 너 내부감사 났어.

시목 : (담담) 예.

1부장 : 알고 있었어? 방금 나온 건데?

시목 : 아뇨.

3부장 : (피식, 1부장에게) 좀 더 봐. 나름 적응 돼.

1부장 : (이놈 뭐야, 시목 훑는...) 말이 내사지 징계위원회가 될 걸.

3부장 : 억울하냐?

시목 : 아뇨.

3부장 : 탕수육이라도 시켜줄까? 마지막일지 모르는데?

1부장 : 마지막이라면서 수준하고, 팔보채라도 쏴라.

3부장 : 팔보채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뭐가 이쁘다고. 

         (혼자 다 먹고 젓가락 놓는다. 인상답게 입 싹싹 닦더니) 할 말 있지?

시목 : 뭘요?

3부장 : 뭘 나한테 물어, 알면서.

시목 : 몰라서요.


1부장과 3부장, 시선 교환한다.

눈 내리 깔은 윤과장이란 사람은 안경 너머로 대화에만 집중하고 있다.

누구도 먼저 입 열지 않는데,


종업원 : (노크도 안하고 불쑥) 식사요. (짜장면 놓고 나가는)

3부장 : ..먹어.

시목 : 잘 먹겠습니다. (비비는)

1부장 : (짜증나는) 눈치가 없는 거야, 위아래가 없는 거야?

3부장 : (손 들어서 막는다) 애 밥은 먹이고.

시목 : (막 한 젓가락 뜨는데 전화 진동 울린다) 실례합니다. (받는) 네...예. (끊는) 

        죄송합니다만 들어가 봐야 할 거 같은데요.

1부장 : (쌍심지 켜고 3부장 본다)

3부장 : ... .. (가라는 턱짓)

시목 : (일어나 인사하고 나간다)

1부장 : 이거 뭐 아니 꺼낸만 못하잖아?

3부장 : (손도 못 댄 시목 짜장면 가져오며) 줘?

1부장 : 드셔!

윤과장 : ....



68. 동/차장검사실. 낮


창준, 창가에 서서 각종 신문 훑는다.

<무능의 끝을 보여준 대한민국 검경> <무고한 희생, 담당검사 책임은 어디까지>

<증거 조작, 사실일 가능성 높다!> 등 헤드라인이 선명하다.


시목 : (노크소리에 이어 인사) 부르셨습니까.

창준 : (소파 가리켜 보인다. 본인은 계속 신문 뒤적인다) 밖에 있었나봐?

시목 : 예. (가서 앉는데)

창준 : 황검사.

시목 : 예 차장님.

창준 : 내부감사 일정이 잡혔어.

시목 : 예.

창준 : 여론무마용으로 최소 한 명은 옷 벗을 거야. (신문 들고 소파로 와 테이블에 보란 듯 내려놓는다. 앉으며)

         파면이나 해임된 공무원은 로펌에 취업은커녕 변호사 개업도 못해.

         어쩌냐, 아파트 산 지도 얼마 안 됐는데, 대출 잔뜩 꼈을 거고.

시목 : ...

창준 : 검사장, 금뱃지 달려고 하는 거 알지? 발표만 남았어, 그 공석에 내가 갈 거야. 99% 확정.

시목 : 축하드립니다.

창준 : 황검사도 축하해.

시목 : ?

창준 : 황검사 직속인 내가, 차기 검사장인 내가 널, 형사 3부 부장 자리에 앉힐 거니까.

시목 : !.. .. 최소 한 명은 그만둬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창준 : 그랬지.

시목 : 영은수인가요.

창준 : 서동재 어때.

시목 : ?

창준 : 8년 전인가? 서동재가 지 버릇 개 못주고 중요한 증거를 재판 끝까지 숨겼다가 개박살난 적 있었지.

        그때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알아? 자기 수습이 그랬다는 거야. 애가 뭔 말을 해도 반응이 없더래.

        머리가 잘못된 녀석을 뽑았나 했다는 거지. 나야 그 말 믿었지.

        그런데 말야, 머리가 잘못됐다던 수습이 알고 보니 우리 지검 최고의 브레인이더라고. 

        (시목 가리킨다. 바로 너라는 뜻)

시목 : ...

창준 : 재판 기록에 재미있는 게 있던데? 블랙박스 동영상을 공판 도중에 건넨 게 어떻게 또 서동재야?

         (갑자기 낮아진 목소리) 자.. 재룐 준비됐어. 요리해보겠나.

시목 : (아득한 눈길, 검찰에 대한 비난을 쏟아낸 신문 위를 헤맨다)

창준 : (그 눈길 눈치 챈다. 얼핏 만족한 미소. 일어난다)

시목 : (따라서 바로 일어난다)

창준 : (천천히 창가로 가며) 넌 달라야지. 누구랑은 달리 자기 수습은 지켜야하지 않겠어?

시목 : (창준이 멈추자 정확히 한발 뒤, 옆으로 와 딱 선다) 그 말씀은.

창준 : (창밖 내다보며 서서) 어쨌거나 이름 내건 건 영은수야. 

        고집 부리면 도리 있나, 영은수랑 나란히 목에 칼 차야지.


창준, 고개를 반만 돌려 눈 끝으로 시목 본다.

시목, 정자세로 서서 그 시선 받는데.

시목에게로 몸 돌리는 창준, 시목 어깨에 천천히 양손을 올린다.


창준 : 나는, (누르는) 박사장을, 몰라. (계속 누르는)


뿌리치지 않는 시목, 누르는 힘에 몸이 밀려나듯, 창가에 있는 창준 의자에 앉게된다.

엄밀하게 말하면 창준이 누르는 동작에 앉혀진 것.


창준 : (여전히 누른) 알겠나?

시목 : ....

한성 : 설악 리조트 717호.

창준 : !!!!

시목 : 이것도 모르는 걸로 해드릴까요.

창준 : (평정 유지하려 하지만....) 알아들은 걸로 하지.

시목 : 형사부장은 너무 작은데...... (의자, 책상, 보는) 여기 좋네요.

창준 : ?!

시목 : (창준의 손 걷어낸다. 구부정했던 등이 갑자기 공기가 들어가는 것처럼 꼿꼿이 펴진다) 이 자릴 주십쇼.

창준 : !!


창준, 실망인지 노여움인지 모를 팽팽해진 얼굴.

시목, 일어선다. 정확히 마주 선다.


창준 : 너도 결국 이거였니? 출세에 목메는 그런 놈?

시목 : 차장님 가시는 길을 따르겠습니다. 앞서가시죠.

창준 : 그 다음은.

시목 : 끌어 주십시오.

창준 : ...

시목 : ....


조금의 물러섬 없이 마주 선 두 남자에서 엔딩.

<2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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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나는바다로간다 | 작성시간 19.10.30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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