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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아비 연습 기간.

작성자말소리|작성시간23.12.06|조회수59 목록 댓글 0

홀아비 연습 기간.


적막이 달려와 문틈을 비집고 선다.
홀아비 연습 시간이 어떠냐고 묻는다.

생각할 틈도 없이 첫날은 시원했는데, 둘째 날은 허전하고
셋째 날은 외롭고 쓸쓸해 새벽잠 깨어 청승을 떨고 있다고
얼버무린다.

든 사람은 표시가 나지 않고
난 사람은 표시가 난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영감탱이 하고 사는 게 이젠 재미가
별로라며 할망구들끼리 영감탱이들 쏙 빼놓고 제주도
여행가방을 3박 4일 챙기던 우리
할멈.

별로 영감 두고 가고 싶지 않은데
다른 할망탱이들이 가자고 졸라서
따라간다는 할멈의 변명이 웃음이
났었다.

잘하면 핑곗김에 영감 내팽개 칠라
웃음이 나오는 걸 꾹꾹 참으며 보냈다.

일하는 처지라 대체요원을 충원해 놓고 갔으니 비용이 배로
난다.

이 바쁜 와중에 영감은 앞을 보면
아찔하고 뒤를 보면 일거리가 태산
같은데, 가만히 생각하면 은근히
부화가 치민다.

그렇다고 속내를 내어 보이면
성품이 들킬 것 같아 울며 겨자 먹기로 참는다.

전화를 건다.
전화를 하지 않으면
이 영감탱이가 안방마님이
여행 중인데 안부도 묻지 않느냐고
닦달할 것 같아 입에 침도 안 바르고 할망구 재미있게 놀다 오셔.

집 나가면 집 걱정은 싹 잊고
멋지게 즐기고 오라며 당부한다.

돌아온 대답은 어이구 우리 영감
최고네 요다.

솔직히 말하면 밤이 무섭다.

정으로 산다는 노년 생활이지만
그래도 옆에 있으면 숨소리 듣는 것도 재미고 행복이 아니었던가.

아침을 차리려니 냉동된 밥 레인지에 넣어 해동시켜 보온하고 김장김치
꺼내어 먹는 게 전부다.

재간이 있는 이웃 할배는 된장찌개도 끓이고 소고깃국도
끓여서 혼자도 잘 먹는다는데
먹을 줄만 아는 나는 앞날이 깜깜하다.

이러니 큰소리쳤다간 내 신세가
훤히 보인다.

요리학원 다닌다는 이웃집 할배가
이해된다.

삶이란 게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부란 묘한 인연은 버릴 수 없는
천륜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졸혼 이혼 사별한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당하면 다 살게 되어 있다고들
한다지만 시간이 너무 지루하다.

홀아비 연습 시간이 쉽지가 않다.

반쪽이 합해서 한쪽이 된다는
부부의 인연.
저승길엔 내가 먼저 가겠다는
생각에 철들지 않는 나를 돌아보며
횡설수설이다.

그래도 할멈이 돌아오면
반길 생각을 하는 영감이 되었으니
이게 잘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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