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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글 게시판

내가 시집보낸 처제.

작성자말소리|작성시간24.03.04|조회수11 목록 댓글 0

내가 시집보낸 처제.


사람은 궁하면 아쉬운 소릴하는
고등동물일까요?

옛말에 머리 검은 짐승은 돌봐주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왜 이런 말도 있습니다.

화장실 갈 때 다르고 화장실 갔다 오면 다르다고요.

왜 이런 말을 나열했을까요.

은혜를 모르고 살면 사람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고 싶어서입니다.

까마득한 옛날 아마도 사십여 년
전 얘깁니다.

막내 처제는 다급한 목소리로
형부 큰일 났어요.

얼른 우리 집으로 내려오세요.

아버지가 위암이라고 서울 큰 병원으로 모셔야 한대요.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습니다.

장인어른께서 고통받는 것보다
더 큰 걱정이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사업하다 쫄딱 망한 상태라 호주머니 사정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어찌합니까.

처부모님 인걸요.

딸을 키워서 제게 주셨는데요.

서울 모 병원으로 모셔서 수술하시고 통원 치료 하실 때
단칸방에 오시면 그렇게 부끄럽기도 하고 송구스러웠습니다.

그 후 회갑도 못 넘기시고
돌아가시기 직전 위암의 고통이
심하셨는지 위급한 전갈이 왔습니다.

윤서방 빨리 내려와 나를 서울 병원으로 대려다 주게.

윤서방 돈 써라고 하지 않을 테니
병원으로만 데려다주게.

가슴이 아팠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저승길 준비하셔야
된다고 마음 단단히 준비하라고 하셨는데,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천국 가실 때 옆에서 배웅 못한 후회
가 밀려옵니다.

윤서방 우리 집 부탁하네.

이 말씀이 지금도 귀에 쟁쟁합니다.

그 후 우리 집에 와 있던 처제
막내라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
해서인지 철딱서니였습니다.

앞 집에서 중신이 들어왔습니다.

말괄량이 철딱서니 시집보내 봐야
살림도 못 할 것 같으니 마음 거두세요 아주머니.

아이고 아닙니다.

아저씨 부부 두 사람 사는 걸 보니
본받을 일이 많습니다.

그러니 시집보내세요.

총각도 성실하고 착하답니다.

그 뒤 두 사람을 불러 놓고 다짐을
받았습니다.

간단하게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아주길 바란다고요.

서로 좋았는지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좋은 일 했다고 축복받았는지
사글셋방 살다 분당 신도시로
아파트 32평 당첨되어 이사를
했습니다.

그때가 92년이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큰 집도 있나 싶었습니다.

한 치 건너 두 치도 있는 걸 모르고
살던 시절이라 사는 맛이 절로 났습니다.

사글세 어깨동무들은 우리를 부러움의 대상으로 바라봤습니다.

사람이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을 줄
알면 하나님께서도 어여삐 사랑을 베푸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제 또 처제 얘기로 돌아갑니다.

아들을 낳았을 때 그 뜨거운 여름날 우리 집에서 산후 조릴 했습니다.

누가 들을까 봐 나는 참 복이 많다고
혼자 중얼거리며 투정을 했습니다.

행여 장모님이나 집사람 알면 서운할까 봐 몰래 불만을 토로했지요.

그런저런 복을 타고난 덕인지
먹고사는 데는 지장 없이 잘 살고 있습니다.

가끔 처제가 우리 집 올 때면
농담 겸 진담으로 우리 집 올 땐
소고기 한 근 정종 한 병을 사들고
와야 해.

내가 반 부모라는 걸 잊지 마.

말았어요 형부.

말로만 하지 말고 지켜야 해.

원체 자린고비라 올 때마다
빈손입니다.

갈 땐 언니네는 살만하니까
안 입고 안 쓰는 건 다 가져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쩜 귀엽고 이쁘고 때론 밉깔스럽고 하던 처제.

평택에 신도시가 형성되어 지가 상승으로 졸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남편 저승 먼저 보내서
가끔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가 시집을 잘 못 보냈나 싶었습니다.

아들 의지하며 열심히 살던 처제
몸도 돌보지 않고 무리했는지
뇌경색에 치매 전조 정상이 있다는
전갈이 왔습니다.

다급하게 사업장 문을 닫고
집 사람과 달려가 보니
형부 오셨어요 인사를 하는데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습니다.

집사람은 대성통곡을 하고
저는 처재의 의사 능력을 점검하고
팔다리를 유심히 지켜봤습니다.

아무래도 수술을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수술할까 물으니 그렇게 해 달라고
합니다.

유명 병원으로 예약을 하려 하니
신경정신과는 일 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오늘이 다급한데 가슴이 저려옵니다.

아직 젊은데 치유해서 아들 장가도
보내야 하는데 큰일입니다.

내일부터 여기저기 병원 탐방을
해야 합니다.

가만 생각하면 저도 오지랖이 보통이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람 복도 많고요.

고민에서 잠시 쉬려고 할멈이
다 된 아내를 바라봅니다.

문경댁 당신은 나 보다 건강하고
튼튼하게 오래 사시게.

당신이 무너지면 우리 집 큰일
나네.

영감이나 오래 사세요.

내 인생의 등불이니까요.

이불 걷어차고 잠자는 내게
이불을 덮어줍니다.

하늘 같은 우리 영감탱이.
정말 장하고 멋져요.

이 말 한마디가 눈물 나게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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