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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밥그릇

작성자양안나|작성시간15.07.28|조회수21 목록 댓글 0

 

어머니의 밥그릇  

어머니는 생선 장수였습니다.

자그마한 어촌 부둣가에서 생선을 받아다

파시는 어머니는 고깃배를 타시던

아버지가 풍랑에 휩쓸려 세상을 등진 후

어머니는 우리들을 홀로 키우셨습니다.

 

작달막한 키에 허기진 몸으로 어머니가

자식들의 입에 밥술을 떠 넣을 수 있는 길은

생선함지를 머리에 이고 이집 저집 다리품을

파는 일 뿐이었습니다.

그래봐야 가족들 한 끼 식량을 사기도 빠듯한 벌이

팔다 남은 생선 한 마리와 봉지쌀 조금만 있어도

집으로 돌아오는 어머니의 발걸음은 가벼웠습니다.

"~ 엄마다!"

열두살, 열살, 아홉살, 여덟살. 고만고만한

우리의 소원은 하얀 쌀밥 한 번 푸짐하게 먹어보는 것.

 

그러나 언제나 밥은 모자랐고 먹을 것만 보면

우리는 허겁지겁 야단이었습니다.

서로 더 먹으려고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끼니마다 밥을 반 그릇씩 남겼지만

남은 밥을 절대로 자식들에게 주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숟가락을 들고 달려들면 어머니께서는

상을 얼른 치워버리곤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날따라 막내가 유난히 집착한 나머지

상다리를 잡고 상을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기우뚱 기울어진 상에서

어머니의 밥그릇이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어머니의 놀란 표정...

 

저는 그 날의 그 풍경을 40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하기만 했습니다.

"누나, 이게...뭐야?"

우리는 그제 서야 어머니가 남은

밥을 주지 못하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엎어진 밥그릇에서 튕겨져 나온 것은

남은 밥이 아니라 큼직한 무토막이었던 것입니다.

밥그릇에 쏘옥 들어가게 모양을 내어 깎은

그 무토막 위에는 몇 개 안 되는 밥알이

아슬아슬하게 깔려 있었습니다.

이제야 6남매는 어머니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깨달으며 엄마 품에 안겨 한없이 울었습니다.

 

◇◇◇ 출처 행복편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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