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서론
1. 저자: 모세
창세기 본문에는 저자가 누구인지 명시적으로 제시되지 않습니다. 다만 출애굽기와 신명기에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말씀을 기록하여 전하라”고 명령하신 내용들이 나옵니다(출 17:14; 신 31:9, 24).
예수님께서도 “모세의 율법”이라고 하여(눅 24:44) 히브리어로 “토라”라고 불리는 오경(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의 저자를 모세로 칭하셨습니다. 이후 교회에서는 전통적으로 오경 전체의 저자를 모세로 믿어 왔으며, 오경을 “모세오경”이라고 불러 왔습니다.
그런데 창세기의 내용들은 모세가 태어나서 활동했던 시기보다 훨씬 이전의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이 존재하기 이전에 창조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홍수로 모든 사람들이 멸절된 이후에 어떻게 언어와 민족들이 나뉘게 되었는지 등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하나님께서 아담과 그의 후손들, 특히 아브라함 등 족장들에게 계시의 말씀을 내려 주셨던 것이 구두 전승의 형태로 대를 이어서 전해져 왔던 것 같습니다. 모세가 조상들로부터 배운 하나님의 말씀들과, 또한 자신에게 직접 임한 계시의 말씀들을 잘 정리하여 창세기를 기록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2. 기록 시기와 장소: B.C. 15세기, 출애굽 광야
창세기는 출애굽(B.C. 1,446년 경) 이후 광야에서 선포했던 언약의 말씀입니다. 창세기 내용은 처음에는 모세에 의해 설교의 형태로 선포되었던 것 같습니다.
창세기 등 모세오경이 실제로 문서의 형태로 기록된 것은 가나안 땅에 들어온 이후 여호수아에 의해서 이루어졌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출애굽기 17장에서 하나님은 모세에게 아말렉과의 전투를 책에 기록하도록 명령하시면서, 그 내용을 “여호수아의 귀에 외워 들리도록” 하십니다(출 17:14).
창세기의 말씀을 광야에서 선포한 사람은 모세이지만, 여호수아가 그 내용을 잘 기억했다가 추후에 문서에 기록하는 대필자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3. 수신자
창세기는 원래 3,500년 전에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해 기록된 책이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출애굽한 이후 가나안 땅을 향하여 여행했습니다. 장차 가나안 땅 사람들과 전쟁을 해서 하나님이 약속해주신 땅을 차지해야 할 과제가 앞에 놓여 있었습니다.
광야 생활이 길어지면서 백성들 사이에 불안감이 일어났습니다. 과연 가나안 땅을 성공적으로 차지할 수 있을까? 하나님께서 그것을 이루실까?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의심이 싹텄습니다. 일부 백성들은 과거 이집트에서의 노예 생활을 그리워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은 과거 이집트의 다신교 문화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현재 오랜 광야 생활 가운데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점점 약해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장차 가나안 정복 전쟁을 앞두고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안고서 기약 없는 여정을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4. 목적과 주제
오랜 광야 여정 가운데 불안해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확신을 주시는 것이 창세기를 주신 목적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천지를 창조하신 분이시니 능력이 크십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무조건적으로 선택하신 하나님은 사랑이 많으십니다. 능력이 크시고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은 반드시 언약을 이루실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을 가나안으로 무사히 들여보내 주실 것입니다.
이런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창세기는 다음과 같은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전능하심: 천지를 지으시고 만물을 다스리심, 만국을 통치하심
인간의 존귀한 사명: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존귀한 존재, 이 땅 가운데 말씀에 순종하며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야 할 사명을 부여받음
인간의 죄악: 아담과 하와의 최초의 범죄 이후로 이 땅에 죄악이 확산됨, 사람들은 끊임없이 하나님을 거스르며 반역함
하나님의 은혜: 인간의 죄와 타락 가운데서도 택하신 백성에게 자비를 베푸심, 노아와 아브라함과 언약을 맺으시고 복 주심,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과 요셉의 삶 가운데 언약에 신실하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