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미야 애가 개요
예레미야 애가는 예루살렘 멸망의 슬픔을 노래한 다섯 편의 슬픔의 시 모음집입니다.
1. 저자: 확실하지 않으나, 예레미야일 가능성이 높음
예레미야 애가의 저자가 누구인지는 성경 본문에서 명확히 언급되지 않습니다. 다만 여러 이유에서 예레미야를 저자로 보는 견해가 유력합니다.
첫째, 예레미야는 백성들에게 말씀에 따라 애가를 부를 것을 촉구하였습니다(렘 7:29; 9:10).
둘째, 예레미야는 자신이 예루살렘 멸망으로 인한 슬픔으로 많은 눈물을 흘린다고 하였습니다(렘 9:1). 애가에 등장하는 시인 또한 예루살렘 멸망으로 많은 눈물을 흘림을 강조합니다(애 2:11; 3:48).
셋째, 애가의 내용은 예레미야의 다섯 고백(11:18-12:6; 15:10-21; 17:12-18; 18:18-23; 20:7-18)과 내용상 유사한 점들이 많습니다.
셋째, 교회사적으로 오래 전부터 애가의 저자를 예레미야로 이해해 왔습니다. 70인경(히브리어 성경의 헬라어 번역본)의 애가 서문에서는 이렇게 밝힙니다. “이것은 이스라엘이 사로잡히고 예루살렘이 황폐해진 뒤의 일이다. 예레미야가 앉아서 울었다. 그는 예루살렘에 대하여 이 애가를 불렀다.”
넷째, 애가서에 수록된 다섯 편의 시는 일관된 어조와 관점으로 작성된 단일 저자의 작품으로 보는 것이 설득력 있습니다.
2. 기록 시기와 장소: 바벨론에 의한 예루살렘 함락 직후
다섯 편의 시는 바벨론의 침략으로 말미암아 예루살렘이 파괴되고 폐허가 된 상황에 대한 슬픔을 다루고 있습니다. 어조와 표현이 격앙된 것으로 볼 때 예루살렘 멸망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에 작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애가의 곳곳에서 예루살렘 도시를 “딸 예루살렘아,” “딸 시온아” 하고 의인화해서 부르며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점, 5장에서 예루살렘에 남겨진 백성들이 당하는 어려움과 수치를 슬퍼하는 점 등을 볼 때, 이 시편은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가서 작성되었다기보다는 예루살렘 또는 그 인근에서 작성되었을 가능성이 더욱 높습니다.
3. 문체적 특징: 알파벳 시 (이합체, acrostic)
예레미야애가는 시의 각 행의 첫 글자에 히브리어 알파벳이 순서대로 배열되는 알파벳 시로 쓰여졌습니다. (히브리어 알파벳은 총22글자가 있다.) 이러한 히브리 시가의 형식을 전문 용어로 이합체(acrostic)라고 부릅니다. 시편 119편이 대표적인 이합체 시입니다.
애가 1장과 2장은 한 개 연이 3행으로 이루어진 총 22연 66행으로 쓰여져 있습니다. 각 연의 첫 글자가 알파벳 순서대로 시작됩니다. 1연의 첫 행이 알렙으로 시작되고, 2연의 첫 행은 베트로 시작되는 식입니다.
3장은 한 개 연이 3행으로 이루어진 총 22연 66행의 시라는 점에서는 1,2장과 동일합니다. 그런데 각 연의 모든 행이 전부 알파벳 순서로 시작된다는 점에서 더욱 철저한 이합체 형식을 따릅니다. 첫째 3행이 모두 알렙으로 시작되고, 둘째 3행은 모두 베트로 시작되는 식입니다.
4장은 한 개 연이 2행으로 이루어진 총 22연 44행이라는 점에서 1-3장에 비해 다소 짧습니다. 4장도 1,2장과 유사하게 각 연의 첫 글자가 알파벳으로 시작합니다.
5장은 이합체의 형식을 벗어난 파격입니다. 시작하는 글자가 알파벳 순서와 아무런 연관성을 지니지 않습니다. 다만 22행으로 쓰여져 22의 배수라는 비슷한 리듬감은 유지하고 있습니다.
1장 | 2장 | 3장 | 4장 | 5장 |
22연 66행 | 22연 66행 | 22연 66행 | 22연 44행 | 22행 |
각 연의 첫 행의 첫 글자가 알파벳 순서 | 각 연의 첫 행의 첫 글자가 알파벳 순서 | 각 연의 모든 행의 첫 글자가 알파벳 순서 | 각 연의 첫 행의 첫 글자가 알파벳 순서 | 모든 행이 알파벳과 무관 (파격) |
전체적으로 볼 때에도, 1장의 맨 앞(1-2절)에서는 절망적인 탄식에서 시작하여, 5장의 맨 끝(21-22절)에서는 회개하고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그리고 가운데 부분인 3장 22-24절에서는 하나님의 은혜와 자비에 대한 고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형식과 주제가 긴밀히 연결되는 정교한 구성을 취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민족과 도시의 멸망에 대한 슬품을 노래하는 애가가 엄격한 형식적 규칙을 따른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이런 점에서 예레미야 애가는 단순한 개인의 즉흥적인 감정의 표출이 아닙니다. 교회의 비극적인 역사적 경험을 신중하게 성찰하고 그 신학적 의미를 정리하여 공동체적으로 슬픔을 표현하기 위한 목적에서 작성된 찬송시로 보아야 합니다.
4. 신학적 주제
1) 하나님의 주권
시인은 슬픔 가운데서도 예루살렘 멸망은 하나님의 주권적 심판의 결과임을 고백합니다. 이스라엘의 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서 자신의 손으로 성전과 성벽을 원수의 손에 넘기셨다고 합니다(애 2:7).
2) 죄의 본질: 하나님께 대한 배신
시인은 예루살렘 멸망의 원인이 이스라엘이 행한 죄에 있다고 고백하며 슬픔 속에서 회개합니다(애 3:40-42).
백성들은 참된 제사를 드리지 않고 우상숭배의 죄를 범하였으며, 의인들을 핍박하는 악을 행하였다고 인정합니다. 왕과 선지자와 제사장들이 모두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감당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백성들의 죄와 불순종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진노는 정당하다고 인정합니다.
3) 죄의 결과: 성전과 왕조의 파괴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을 향한 진노의 저주로서 성전을 파괴하시고 유다 왕조를 무너뜨리셨습니다(애 2:6). 이 두 가지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주신 특별한 은혜의 선물들이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하나님께서는 성전에 임재하시며 이스라엘의 예배를 받아주지 않으십니다. 또한 왕을 통해 이스라엘을 다스리시며 보호하지 않으십니다.
4) 고난의 실제성
하나님의 진노 아래 이스라엘 백성들은 실제적인 고통에 노출되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죽음, 기근과 굶주림, 땅과 재산을 빼앗김, 이방인들로부터의 조롱, 이방인의 노예가 되어 핍박을 받음 등의 고통을 당했습니다.
5) 하나님의 구원에 대한 소망
이런 상황에서 시인은 오직 하나님께 부르짖으며, 그분의 도우심만을 간절히 구합니다(애 2:18-19; 3:32-33). 이 절망의 상황 가운데에서 구원의 가능성은 오직 하나님께만 있다고 신뢰합니다.
여전히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기억하시고 자비를 베푸시는 분이심을 의지합니다. 이스라엘이 회개함으로 하나님께 나아갈 때, 하나님께서 다시 이스라엘을 회복시키실 것을 간절히 소망합니다(애 5:21).
참고도서
김성수, 『구약의 키』
김헌수, “예레미야애가 강의안”
라이머, “예레미야애가 개론,” 『성경신학 스터디 바이블』
롱맨, 딜라드, 『최신구약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