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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달 불가능한 차안(此岸)에서 손짓하는 신기루

작성자Jote|작성시간26.06.15|조회수18 목록 댓글 0

양선형 평론가의 평론집 《미시마의 도쿄》에 등장하는 **“도달 불가능한 차안(此岸)에서 손짓하는 신기루”**라는 문장은, 미시마 유키오라는 인물의 문학과 삶을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모순과 비극성을 압축적이고 감각적인 언어로 포착한 구절입니다.

​문장의 시각적 아름다움 뒤에 숨은 깊은 의미를 몇 가지 층위로 나누어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1.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의 뒤틀린 역설

​불교나 철학적 개념에서 보통 우리가 탄생과 죽음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현실 세계는 **차안(此岸, 이쪽 언덕)**이라 부르고, 번뇌를 벗어난 이상향이나 깨달음의 세계, 혹은 사후 세계는 **피안(彼岸, 저쪽 언덕)**이라고 합니다. 인간은 늘 차안을 떠나 피안에 도달하고자 갈망하지요.

​그러나 이 문장에서는 **"도달 불가능한 차안"**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미시마 유키오는 평생 자신의 부드럽고 유약한 육체, 지성적이고 탐미적인 내면(즉, 자기 자신이라는 현실)을 혐오했습니다.

​그는 끊임없이 헬스로 몸을 단련하고 군국주의적 이데올로기에 심취하며 '강인하고 행동하는 현실의 인간'이 되려 했습니다.

​하지만 평론가는 미시마가 정작 평범한 사람들이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진짜 '현실(차안)'에는 결코 도달하지 못하는 인물이었다고 짚어내는 것입니다. 그에게는 오히려 남들이 다 사는 일상과 현실이 '도달할 수 없는 저편'이었던 셈입니다.

​2. 현실이라는 이름의 '신기루'

​그렇기에 그 도달할 수 없는 현실(차안)에서 손짓하는 것은 **'신기루'**일 뿐입니다.

​신기루는 멀리서 보면 분명히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신기루처럼 스러져 버리는 환상입니다.

​미시마가 꿈꾸었던 ' 완벽한 육체', '전통적인 천황제에 대한 탐닉', '순교자 같은 장렬한 죽음'은 그가 현실에 뿌리내리기 위해 쫓았던 가치들이었으나, 결국은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허상(신기루)에 불과했습니다.

​손짓하며 유혹하지만 결코 손에 잡히지 않는 그 환상을 쫓아, 그는 결국 파멸(할복자살)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3. 미시마가 바라본 '도쿄'라는 공간의 의미

​책의 제목이 《미시마의 도쿄》인 만큼, 이 문장은 미시마가 바라본 '도쿄'라는 공간과도 긴밀히 연결됩니다.

​전후(戰後) 급격한 근대화와 자본주의로 물들어가는 도쿄는 미시마에게 지독히도 속물적이고 참을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그는 도쿄라는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고결하고 탐미적인 '과거의 일본' 혹은 '예술적 유토피아'를 꿈꿨지만, 그것은 근대화된 도쿄 한복판에서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신기루였습니다.

​웅숭깊은 문장의 요약

​결국 이 한 줄은, 진짜 현실(차안)에 발을 붙이지 못한 채, 현실이라는 허상(신기루)이 손짓하는 유혹에 이끌려 평생을 탐미와 강박 속에서 서성이다 떠난 미시마 유키오의 비극적 운명을 명징하게 보여주는 해석입니다. 잡히지 않는 세상을 갈구했던 한 천재 작가의 쓸쓸하고도 위태로운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문장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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