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선형 평론가의 평론집 《미시마의 도쿄》에 등장하는 **“도달 불가능한 차안(此岸)에서 손짓하는 신기루”**라는 문장은, 미시마 유키오라는 인물의 문학과 삶을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모순과 비극성을 압축적이고 감각적인 언어로 포착한 구절입니다.
문장의 시각적 아름다움 뒤에 숨은 깊은 의미를 몇 가지 층위로 나누어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1.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의 뒤틀린 역설
불교나 철학적 개념에서 보통 우리가 탄생과 죽음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현실 세계는 **차안(此岸, 이쪽 언덕)**이라 부르고, 번뇌를 벗어난 이상향이나 깨달음의 세계, 혹은 사후 세계는 **피안(彼岸, 저쪽 언덕)**이라고 합니다. 인간은 늘 차안을 떠나 피안에 도달하고자 갈망하지요.
그러나 이 문장에서는 **"도달 불가능한 차안"**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미시마 유키오는 평생 자신의 부드럽고 유약한 육체, 지성적이고 탐미적인 내면(즉, 자기 자신이라는 현실)을 혐오했습니다.
그는 끊임없이 헬스로 몸을 단련하고 군국주의적 이데올로기에 심취하며 '강인하고 행동하는 현실의 인간'이 되려 했습니다.
하지만 평론가는 미시마가 정작 평범한 사람들이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진짜 '현실(차안)'에는 결코 도달하지 못하는 인물이었다고 짚어내는 것입니다. 그에게는 오히려 남들이 다 사는 일상과 현실이 '도달할 수 없는 저편'이었던 셈입니다.
2. 현실이라는 이름의 '신기루'
그렇기에 그 도달할 수 없는 현실(차안)에서 손짓하는 것은 **'신기루'**일 뿐입니다.
신기루는 멀리서 보면 분명히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신기루처럼 스러져 버리는 환상입니다.
미시마가 꿈꾸었던 ' 완벽한 육체', '전통적인 천황제에 대한 탐닉', '순교자 같은 장렬한 죽음'은 그가 현실에 뿌리내리기 위해 쫓았던 가치들이었으나, 결국은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허상(신기루)에 불과했습니다.
손짓하며 유혹하지만 결코 손에 잡히지 않는 그 환상을 쫓아, 그는 결국 파멸(할복자살)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3. 미시마가 바라본 '도쿄'라는 공간의 의미
책의 제목이 《미시마의 도쿄》인 만큼, 이 문장은 미시마가 바라본 '도쿄'라는 공간과도 긴밀히 연결됩니다.
전후(戰後) 급격한 근대화와 자본주의로 물들어가는 도쿄는 미시마에게 지독히도 속물적이고 참을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그는 도쿄라는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고결하고 탐미적인 '과거의 일본' 혹은 '예술적 유토피아'를 꿈꿨지만, 그것은 근대화된 도쿄 한복판에서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신기루였습니다.
웅숭깊은 문장의 요약
결국 이 한 줄은, 진짜 현실(차안)에 발을 붙이지 못한 채, 현실이라는 허상(신기루)이 손짓하는 유혹에 이끌려 평생을 탐미와 강박 속에서 서성이다 떠난 미시마 유키오의 비극적 운명을 명징하게 보여주는 해석입니다. 잡히지 않는 세상을 갈구했던 한 천재 작가의 쓸쓸하고도 위태로운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문장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