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호(洞庭湖)와 악양루(岳陽樓)
장가계(張家界) 관광을 마치고 우한(武漢)까지는 2층 침대버스를 이용했다. 버스 안은 2층 침대를 세 줄로 배치했는데 나는 아래층 가운데 줄로 발을 뻗고 누우니 발과 머리가 닿고 옆도 좁아 꼭 관 속에 누워있는 기분이다. 그래도 몸을 누일 수 있다는 것이 고맙다. 오후 7시 10분에 출발하여 우한에 도착하니 새벽 3시 30분으로 8시간 20분 간 달려온 셈이다. 너무 이른 새벽으로 갈 곳도 마땅찮아 버스 터미널 앞에서 5元짜리 국수로 속을 데우고 벽에 기대앉아 날이 새기만 기다렸다. 다행히 나와 같은 사람들이 몇 명 있다.
중국은 버스 터미널도 오후 8시 정도면 불을 끄고 문도 잠가 버린다. 지금처럼 새벽에 내리면 갈 곳 없는 여행객들은 어찌하란 말인가?
우한은 장강(陽子江)과 여기로 흘러드는 지류인 한강(漢江)으로 크게 세 지역으로 나뉘는데 한강 북쪽의 한구(漢口), 남쪽의 한양(漢陽), 장강 동쪽의 무창(武昌)으로 나뉘고, 수많은 호수로 이루어진 어마어마하게 큰 대도시이다.
아침 7시, 버스터미널 문이 열리자마자 우선 악양(岳陽)을 다녀오기로 하였다. 고등학교시절 두보(杜甫)의 시와 함께 너무나 귀에 익숙한 동정호와 악양루를 꼭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한에서 악양까지는 버스로 5시간 걸리고 차비는 80元이다. 오후 1시에 악양에 도착하여 간단히 점심을 때우고 곧바로 악양루로 향하였다. 악양루 입장료는 80元. 동정호(洞庭湖)를 바라보며 우뚝 자리 잡은 악양루는 고대로부터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그 아름다움을 칭송하던 곳이다.
연무(煙霧)에 쌓인 동정호는 경계가 어디인지 가늠하기 어렵고, 숱한 풍운의 역사현장을 묵묵히 지켜보았을 저 탁한 물빛은 예와 다르지 않을 터... 2000여 년 세월은 무심히 흘렀고 외로운 여행객은 악양루 난간에 기대어 역사의 흥망성쇠를 더듬고.....
수리 중인 악양루
악양루는 여러 번 고쳐지었는데 현재의 악양루는 1880년 청나라 광서제(光緖帝) 때 다시 중건한 것으로 누각의 높이는 20미터, 삼층 목조건물인데 현재 수리 중이었다.
동오(東吳)의 명장 노숙(魯肅)이 수군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볼 목적으로 세운 열군루(閱軍樓)를 716년 당나라 때 악주 태수 장열(張說)이 수리하여 다시 세우면서 악양루(岳陽樓)라고 이름을 고쳤다고 한다. 다섯 번 고쳐지은 악양루의 모습을 작은 미니어처로 만들어 정원의 작은 호수 둘레에 세워놓았는데 송나라 때 있었던 악양루가 가장 멋져 보인다.
주유(周瑜)와 함께 동오의 명장이었던 노숙은 유비(劉備)와 동맹을 맺고 제갈공명과 더불어 적벽대전(赤壁大戰)에서 조조를 대패시킨 이야기는 삼국지의 하이라이트가 아니던가?
정원 한 쪽에는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악양루와 동정호의 아름다움을 찬미한 글들을 모아 비석에 새겨 세워놓았는데 그 중 두보(杜甫)의 오언절구(五言絶句) 한편을 소개한다.
악양루에서 보는 동정호
登岳陽樓〈등악양루:악양루에 올라> — 두보(杜甫)
昔聞洞庭水 오랜 전에 동정호에 대하여 들었건만
今上岳陽樓 이제야 악양루에 오르게 되었네.
吳楚東南瞬 오와 초는 동쪽 남쪽 갈라 서 있고
乾坤日夜浮 하늘과 땅이 밤낮 물 위에 떠 있네.
親朋無一字 친한 친구에게조차 편지 한 장 없고
老去有孤舟 늙어가며 가진 것은 외로운 배 한 척
戎馬關山北 싸움터의 말이 아직 북쪽에 있어
憑軒涕泗流 난간에 기대어 눈물만 흘리네.
악양루 조금 뒤 쪽 구석에 소교(小喬)의 사당과 묘(墓)가 있다.
삼국시대 천하절색으로 이름을 날리던 강남이교(江南二喬)는 교국로(喬國老)의 두 딸로 언니인 대교(大喬)는 오의 장사환왕(長沙桓王) 손책(孫策)과, 동생 소교(小喬)는 오의 대장군주유(周瑜)와 결혼을 한다.
적벽대전(赤壁大戰)이 발발하기 전, 제갈량(諸葛亮)은 오(吳)나라 손권(孫權)의 참전을 유도하고자 조조(曹操)가 즐겨 읊는다는 동작대부(銅雀臺賦)를 이용하는데.....
조조(曹操)는 원소(袁紹)의 근거지인 업성(鄴城)을 차지하고 동작대(銅雀臺)라는 화려한 누각(樓閣)을 세우는데 시재(詩才)가 뛰어난 둘째 아들 조식(曹植)에게 동작대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시를 짓게 하니 곧 동작대부(銅雀臺賦)이다.
제갈공명(諸葛孔明)은 참전을 탐탐치 않게 여기던 주유에게 그 시의 한 구절인
“二桥于东西兮,若长空之蝃蝀”
- 서로 이어진 두 다리(橋)는 마치 무지개처럼 하늘에 걸려있다. 로 되어있는 것을
“揽二喬于东南兮,乐朝夕之与共”
- 동남쪽, 곧 동오의 두 미인(二喬)을 끌어안고 아침저녁으로 즐겨보리라. 라고 슬쩍 바꾸어 들려준다. 이교(二橋)와 이교(二喬)는 중국어로도 발음이 같은 모양이다.
참전을 망설이던 주유는 크게 노하여 전쟁을 결심하고, 마침내 저 유명한 적벽대전이 일어난다.
소교(小喬)의 초상화가 걸려있는 사당은 썰렁하기 그지없고 묘는 잡초만 무성하여 인생의 허무함과 세월의 무상함을 새삼 느끼게 한다.
잡초만 무성한 소교의 무덤
악양 관광을 마치고 우한으로 되돌아오는데 그곳에서 만난 한 젊은 중국여성이 영어를 썩 잘한다. 버스로 가기보다 동악양역(東岳陽)에서 열차를 타는 것이 훨씬 편할 것이라고 한다. 택시비 15元을 내고 동악양역에 내려 열차표를 구입했는데 1등석이 108元으로 조금 비싸다. 그런데 타고 봤더니 쾌속(快速)열차로 자기부상열차다. 버스로 5시간 걸렸던 거리를 최고 시속이 346km로 단 45분 만에 주파한다. 조금 비싸지만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다.
무창역에 내려서 호텔을 찾으니 대도시인 탓으로 조금 비싼 편이다. 싼 곳을 찾아다니다 목란 비지니스 호텔(沐蘭商務賓館)에서 잤는데 1박 188元(3만4천 원)에 아침도 없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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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록수asd159 작성시간 13.02.09 지기님, 끝도 한도없는 중국사는 언제쯤 끝낼건가요, 아직도 무궁무진하다구요?기행글도돼서 덜 심심하나 바라옵건데 좀 쉬엄쉬엄 갓으면 ................그래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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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여행의 낭만(백충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3.02.09 이제 그만하겠습니다. ^^. 같은 얘기도 자꾸 들으면....말하는 사람은 즐겁고, 듣는 사람은 지겹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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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들국화 작성시간 13.02.09 아닙니다 ..그만 하시다니요 !!!.... 저는요.. 오늘은 어디쯤 어디일까??
늘 기다려집니다. 요즘 같이 휴일이 많은 날에는 더 재미 있습니다..아~아~ 큰 일 났네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