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자잘한 모습이 일상의 반역으로 전이된다...
한국작가 미스터리문학선 두 번째 작품
인터넷상에서 추리소설 마니아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 중에 ‘물만두’라고 있다. 추리소설 마니아라면 웬만한 사람은 알고 있는 듯싶은 ‘물만두’는 작가 류성희에게 이렇게 ‘커밍아웃’했다. “다양한 추리소설의 변신이 시도되고 여러 문학 작품과의 접목이 시도되는 시점에서 그의 작품은 독특한 향기를 풍기며 자신만의 자리를 만들어갈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감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추리작가라고 말하는 것”이다. 작가 개인으로 이보다 기쁜 일이 또 있을까. ‘물만두’를 사로잡은 류성희 글의 매력은 무엇일까. ‘물만두’는 “미스터리와 여성적인 감각(혹은 글), 휴머니즘”이 글속에 강하게 배여 있는 때문이라 말한다.
물만두의 ‘이유’는 적절하다. 류성희는 디테일한 글쓰기를 하는 작가이다. 세심하고 섬세한 글은 인물의 사소한 말투나 모습, 행동 따위를 함부로 외면하지 못하게끔 만든다. 사실 그녀의 글은 일상의 자잘한 모습이 일상에 대한 반역으로 전이 또는 반전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그녀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맥락은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너그러운 이해”이다. 너그러운 이해는 흔히 이해하듯 휴머니즘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좀더 구체적인 인간의 감정들에 잇닿아 있다.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의존적 여자보다는 주체적인 여자에게, 주체적인 여자보다는 사람인 여자에게 작가는 보다 친근하고 사근사근하다. 류성희의 글이 차분하고 잔잔하지만 한결같이 깊은 여운과 감동을 동반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이 책은(작가의 말처럼) “때로는 가슴 아파하며, 때로는 머리를 쥐어짜며, 또 때로는 차가운 맥주로 뜨거움을 식”힐 줄 아는 ‘사람들’이 읽으면 적당하다.
류성희 <스포츠서울> 신춘문예 추리소설 부문에 <당신은 무죄> 당선 및 MBC베스트극장 극본공모 <신촌에서 유턴하다> 최우수작 당선. <미스터리 매거진> <계간 미스터리> 등에 여러 작품을 발표했다. 추리소설가, 방송드라마작가, 시나리오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차례
당신은 무죄
코카인을 찾아라
추리작가 대 추리작가
봉선화 요원 & 384요원
비명을 지르는 꽃
사쿠라 이야기
살인 미학
인간을 해부하다
벽장 속에서 나오기
용병 K
본문 발췌
“임신이래요.” 한 달 전, 그녀의 그 말을 듣는 순간 난 눈앞이 노래졌다. 눈앞이 노래진 건 스물일곱 해를 살아오면서, 경찰대학에 불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두 번째다. “고마워요.” 고맙다니. 적어도 처녀가 애를 배고 할 소리는 아닌 것 같다. “……나중에라도 나를 기억해 주실래요?”
__[봉선화 요원 & 384요원] 중에서
사람의 손 모양에 그 사람의 성격이 들어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일테면, 손가락이 날렵하고 섬세할수록 그 사람의 성격도 그럴 거라는.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농구선수의 손은 클수록 좋듯이, 치과의사의 손은 작을수록 좋고, 외과의사의 손은 살 없이 건조할수록 좋다. 단지 필요에 충족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술잔을 빙빙 돌리는 그녀의 저 창백한 손은 어떠한가.
__[인간을 해부하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