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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경남 유배문학

거제유배문학 「도속루심(島俗陋甚)」 비루한 거제섬의 풍속을 기록하다

작성자고영화|작성시간26.06.14|조회수28 목록 댓글 0

<거제유배문학 도속루심(島俗陋甚)비루한 거제섬의 풍속을 기록하다> 해암(海巖) 고영화(高永和)

 

이번 거제도 유배문학 도속루심(島俗陋甚)은 조선 숙종 대의 문신이자 서예가·화가였던 죽천(竹泉) 김진규(金鎭圭 1658~1716)가 거제도 유배 시절에 지은 연작시다. 실제 이 한시의 주제는 섬의 풍속이 매우 누추하고 비루하여, 두보(杜甫) 시의 배해체(俳諧體) ()을 빌려 마음을 달랜다(島俗陋甚 次杜詩俳諧體韻遣意)이다. 이 작품은 유교적 합리주의를 지닌 사대부의 시선으로 거제 섬마을(변방)의 왜곡된 경제 구조와 야만적인 풍속을 극도의 사실로 고찰한 유배시의 수작이다.

이 한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저자 자신이 겪은 섬의 실상이 기존의 고상한 시풍(詩風)으로는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기이하고 황당했기에,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 712~770)가 파격적인 현실을 풍자할 때 썼던 '배해체(俳諧體)'의 형식을 빌려와 냉소적이고도 사실적으로 기록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두보(杜甫)희작배해체견민(戲作俳諧體遣悶)2(二首)의 압운(押韻)을 모두 차운하여 창작한 율시 2(二首). 이에 운목(韻目)의 오언율시 2()를 엮어서 작품을 이루었고, 또 각 수()마다 서문(序文)를 덧붙여 내용의 이해를 돋우었다.

 

이 유배 작품은 조선시대 서포 김만중의 조카이자 노론의 핵심이었던 김진규(金鎭圭)가 지식인과 중앙의 시선에서 변방을 관찰한 기록이다. 얼핏 섬사람들을 비하하는 듯 보이지만, 당시 유통 구조의 모순을 지적하는 등 날카로운 현실 감각이 돋보인다. 또한 관념적인 자연 예찬이나 슬픔에만 침잠하는 일반적인 유배시와 달리, 구체적인 세시풍속(영등굿 풍속, 해초 비료, 무당 등)을 촘촘히 엮어내어 리얼리즘 문학의 가치와 더불어 조선 후기 향토사 연구의 사료로서의 역할에도 중요한 기록물이다.

 

[파격적인 풍자 문체 배해체(俳諧體)’] 한문 문체 배해체는 한시의 전통적인 우아함과 고상함에서 벗어나, 파격적인 일상어, 방언, 우스꽝스럽거나 기이한 소재를 사용해 현실을 익살스럽고도 냉소적으로 풍자하는 시체(詩體)였다. 배해(俳諧)라는 단어 자체가 '광대()''농담()'을 뜻한다. 이 문체의 시조는 당나라의 대시인 두보(杜甫)희작배해체견민이수(戲作俳諧體遣悶二首)중 제1수는 낯선 남방 풍습을 배해체 형식으로 풍자한 시다. "집집마다 가마우지를 기르고(家家養烏鬼), 끼니마다 노란 물고기를 먹네(頓頓食黃魚)", "이곳 풍속은 참으로 괴이하니, 이 사람들과는 함께 살기 어렵겠구나(異俗吁可怪, 斯人難並居)"라고 읊었다. 김진규가 지은 시의 첫 구절(可異他鄕俗 難宜逐客居)과 주석의 내용 역시 두보가 겪었던 변방의 이질감과 기형적인 식문화(물고기 이야기)를 고스란히 차운한 것이다. 기존 한시가 달, , 매화 등 고상한 자연을 읊었다면, 배해체는 '가마우지', '생선 반출', '거짓말하는 시장 상인', '무당의 대나무 춤', '해초 거름' 등 지나치게 세속적이고 사실적인 생활상을 그대로 가져왔다. 언어적 파격과 사투리 수용과 골계미(滑稽美)와 해학을 담았다. 조선시대 유배객의 배소(마을)에는 책에서만 보던 격식 있는 세상이 아니라, 미신이 판치고 도덕이 무너진 척박한 변방의 현실 그대로였다. 이에 유배 온 학자나 선비는 현실에 대한 깊은 환멸과 문화적 충격을 "에라, 나도 모르겠다" 하는 식의 파격적인 배해체 형식을 빌려 표현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 황당한 상황은 점잖은 시로는 도저히 표현할 길이 없어, 두보의 방식을 빌려 장난처럼 읊어본다"는 일종의 문학적 탈출구였던 셈이다.

 

내용인즉, 첫 번째 수()에서는 기형적인 섬의 경제적 모순과 도덕적 타락에 대해 언급했다. 먼저 섬의 구조적 경제 모순을 중앙 정계의 고위 관료이자 성리학자인 저자의 눈에 비친 섬사람들의 모습을 날카롭게 고발한다. 농지가 부족해 풍년이 들어도 쌀값이 안정되지 않으며, 바다로 둘러싸인 섬인데도 '시장(유통망)의 부재''육지 위주의 반출' 때문에 주민들은 정작 생선을 먹지 못하는 기형적인 공급 부족 체제를 정확히 포착했다. 이어 낯선 변방 풍습에 대한 문화적 충격과 유배객으로서 느끼는 고독감을 직설적으로 토로했으며, 상업 행위에서의 불신(거짓말)과 유교적 신분·장유유서 질서(존비의 예)가 무너진 모습을 보며 도덕적 타락을 느낀다. 또 앞서 언급한 주석의 경제적 모순을 옥()과 어()의 대비를 통해 시각화했다. 그러하면서도 저자는 외부 환경의 타락에 동조하지 않고, 사대부로서 오직 '(학문)'을 통해 정신적 중심을 잡겠다는 초연한 태도(독야청청)를 보여준다.

두 번째 수()에서는 거제섬에서 겪은 민속학적 생활사와 미신과 풍속, 그리고 세시풍속을 기록하였다. 먼저 신용 거래(외상)가 지켜지지 않는 척박한 민심, 음력 2월 바람의 신인 영등신을 맞이하고 금기를 지키던 영등굿 풍속, 척박한 환경 탓에 생존 경영이 치열해지자 가족 간에도 땅이나 재산 문제로 소송(好訟)을 일삼는 현실, 무당이 신대(대나무)를 잡고 공수를 받는 신내림 굿의 형태, 육지처럼 축산 분뇨가 부족했던 섬에서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를 밭의 비료로 사용했던 독특한 섬의 농업 방식을 기록했다. 이어서 당대 대표적인 유배지나 벽지였던 '진도''고성'을 끌어와 현재 자신이 있는 거제섬의 혹독한 고립감과 황량함을 지리적으로 대비해 강조했다.

종결 부분에서 자아 성찰과 정치적 지조의 다짐을 한다. “끝내 이곳의 누추함을 어찌 탄식만 하겠는가, 평생 지켜온 충성심과 신의는 내 몸에 절로 남아 있는 것을.” 시의 대미를 장식하는 지조의 선언이다. 섬의 풍속이 아무리 도덕적으로 누추하고 사기()가 판친다 한들, 유학자로서 자신이 평생 닦아온 '()''()'의 가치관은 변하지 않으므로 주변 환경 탓을 하며 탄식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덧붙여 이 글은 죽천(竹泉김진규(金鎭圭 1658~1716)의 죽천집(竹泉集) 3(卷之三) ()편에 실려있으며, 그의 약력(프로필)은 앞서 소개한 바가 있어 생략한다.

 

**도속루심 차두시배해체운견의(島俗陋甚 次杜詩俳諧體韻遣意)** 섬의 풍속이 매우 누추하고 비루하여, 두보(杜甫) 시의 배해체(俳諧體) 운을 빌려 마음을 달랜다. / 김진규(金鎭圭 1658~1716)

 

섬은 땅이 좁아 곡식이 귀하니 풍년이 들어도 값이 비싸다. 섬에 시장이 없어 물고기를 잡으면 모두 육지에 나가 판다. 이 때문에 섬 안에서는 도리어 물고기가 매우 귀하다.(地狹粟貴 雖豐年價高 地無市 捕魚出賣陸地 故島中魚産甚貴) 운목(韻目).

可異他鄕俗 타향의 풍속은 참으로 기이하기도 하여라

難宜逐客居 쫓겨난 나그네(유배객)가 살기에는 적당하지 않구나.

年豐粟如玉 풍년이 들어도 곡식은 옥처럼 귀하고

海遶食無魚 바다가 둘러싸고 있건만 밥상에는 물고기 한 마리 없네.

交易言皆詐 물건을 사고팔 때 말은 온통 거짓말뿐이요,

尊卑禮甚踈 높고 낮은 이들 사이의 예의는 너무나 소홀하다네.

舒憂我書在 시름을 달래줄 내 책들이 아직 남아 있으니

餘外儘從渠 그 밖의 다른 일들이야 저들 처지대로 내버려 두리라.

 / ‘운목(韻目)

섬사람들은 성품이 인색하고 사기성이 짙다. 매매할 때 미리 기한을 정해두지만, 기한이 되어도 그 값을 갚지 않는다. 토착 풍속은 귀신을 숭배하는데, 2월에는 귀신이 있다고 하여 더욱 극도로 꺼리고 두려워한다. 풍속이 소송을 좋아하여 골육(친척)끼리도 틈만 나면 서로 다툰다. 동네 무당이 귀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매번 큰 대나무 가지를 잡고 춤을 추며 신이 내려와 의지했다고 일컫는다. 밭에 거름을 줄 때는 모두 해조류를 사용한다(島人性吝且詐 凡於買賣 皆預爲期 而到期不償其價 土風尙鬼 而言二月有神 尤極忌畏 俗好訟 骨肉輒相爭 土巫祀神 每持大竹竿而舞 稱以神依而降 糞田皆用海藻)

僻絶同珍島 치우치고 고립된 것은 진도(珍島)와 같고

荒殘劇固城 거칠고 황폐함은 고성(固城)보다 더 심하구나.

人多二月忌 사람들은 2월의 금기를 몹시 꺼리고 두려워하며

訟昧六親情 소송을 일삼느라 육친(가족) 간의 정조차 저버리는구나.

神託持竿降 무당은 신이 내렸다며 대나무 대를 잡고 춤추고

田須糞藻耕 밭은 모름지기 해초를 거름 삼아 농사를 짓는구나.

終然何歎陋 끝내 이곳의 누추함을 어찌 탄식만 하겠는가.

忠信自平生 평생 지켜온 충성심과 신의가 내 몸에 절로 남아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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