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6일 연중 33주간 월요일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주님,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 18,35-43
35 예수님께서 예리코에 가까이 이르셨을 때의 일이다. 어떤 눈먼 이가 길가에 앉아 구걸하고 있다가, 36 군중이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37 사람들이 그에게 “나자렛 사람 예수님께서 지나가신다.” 하고 알려 주자, 38 그가 “예수님,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부르짖었다. 39 앞서 가던 이들이 그에게 잠자코 있으라고 꾸짖었지만, 그는 더욱 큰 소리로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외쳤다.
40 예수님께서 걸음을 멈추시고 그를 데려오라고 분부하셨다.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물으셨다. 41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그가 “주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하였다.
42 예수님께서 그에게 “다시 보아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하고 이르시니, 43 그가 즉시 다시 보게 되었다. 그는 하느님을 찬양하며 예수님을 따랐다. 군중도 모두 그것을 보고 하느님께 찬미를 드렸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사람은 누구나 간절한 갈망이 있습니다. 무엇을 하고 싶고, 얻고 싶고, 이루고 싶은 것들이 갈망으로 나타납니다. 목마른 사람은 물을 찾고 배고픈 사람은 먹을 것을 찾듯이 자신의 이익과 안락함을 위해서 많은 것을 찾습니다. 사람들은 이 같은 욕구를 충족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기도 하는데 갈망은 인간의 삶이 계속되는 동안 언제나 삶과 같이 살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물으십니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매 순간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다시 물으십니다. 이제 우리가 그분의 물으심에 내 욕구를 말씀드려야 합니다. 나는 무엇을 그분께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까? 내 욕구의 수준은 지금 어디에 머무르고 있으며 나는 그 갈망을 어떻게 주님께 말씀드리고 있고 주님께서는 나에게 묻고 계시는 것을 알고는 있는가? 오늘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예리고의 소경은 주님께 “주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하고 그의 간절한 소망을 말씀드립니다. 그는 사람으로서 할 수 없는 엄청난 소망을 주님께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그 소망을 들어주실 유일한 분이시라고 완전히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말씀드린 것이고 기회는 오직 단 한 번뿐임을 그는 잘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그 기회를 잡고 싶은 것입니다.
나의 아버지는 술을 무척 좋아하셨는데 내가 고등학교 1학년일 때 술에 취하여 집에 들어오신 아버지는 대문간에서 갑자기 쓰러지셨습니다. 그리고 밤새워 하혈을 하셨습니다. 하혈의 원인은 독한 술로 장출혈을 일으키신 것으로 예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지만 며칠 고생하시면 멈추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그 날은 예전과 달랐습니다. 그리하여 집안이 발칵 뒤집어졌지요. 그 당시에는 택시도 없고, 이십 리가 넘는 읍내에 갈려면 큰 고개를 다섯 개나 넘어야 하는 시골에서 도저히 방법이 없었습니다. 급한 응급처치의 방법으로 가마솥 밑의 끄름을 긁어서 삼키시고 물을 마시면 상처에 달라붙어 지혈이 될지 모른다고 그렇게 했는데도 전혀 진정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새벽에 동생과 나는 생각다 못해 이불 호청을 뜯어 들것을 만들었고 중학교 1학년이었던 어린 동생과 같이 들것에 아버지를 눕히고 이십 리를 뛰다 시피 병원을 향해 달렸습니다. 그리고 가는 내내 “하느님, 우리 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우리 아버지를 데려가지 마십시오.” 병원에 도착할 무렵 아버지는 의식을 잃고 무의식적으로 몸을 긁기 시작하셨고, 온 몸은 백지장과 같이 하얗게 변해져 있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힘들다고 고개를 저으며 열여섯 밖에 되지 않은 내게 각서를 내밀면서 이제 아버지는 하느님의 손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병실에 누워계신 아버지를 볼 수 없어서 병실을 나와 정원에 심어져 있는 큰 소나무를 부둥켜안고 하느님으로 느끼며 애원하였습니다. “주님, 우리 아버지를 살려 주십시오.” 그 소나무 껍질에 눈물과 콧물이 젖을 때 그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아버지에게 수혈 할 수 있는 피가 요청하는 대로 배달된 것입니다. 그날 아버지는 여덟 병의 피를 수혈 받으시고 기적처럼 살아나셨는데 그 병원이 개원 이래 두병 이상의 피가 배달된 적이 없었고 피가 없어서 수술을 못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의사선생님은 저희들을 붙잡고 “너희들의 믿음이 기적을 일으켜 너희 아버지를 살렸다.”라고 등을 두드려 주었습니다.
어린 우리들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신 주님을 생각하면서 지금도 하느님의 크신 은총에 감읍하여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 왜 예수님께서 예리고 소경의 간절한 갈망과 기도를 들어주셨는지 알 것 같습니다. 왜 예수님께서 “다시 보아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라고 말씀하셨는지 조금은 알 수 있습니다. 나는 그 옛날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그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비천한 어린 것들의 기도도 가벼이 듣지 않으시고, 소나무 껍질처럼 단단히 침묵을 깨셨던 주님의 사랑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나의 간절한 갈망이 주님께 전달되고 있는지 의심하는 어리석은 사람으로 변했습니다. 세속적인 욕망과 욕구로 가득 채워진 나의 소망에 주님께서 침묵하고 계신다고 자주 섭섭해 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저희에게 무엇인가를 해주시고 싶어 하시는 주님! 언제나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자상하신 그 사랑을 의심하고 쓸데없는 것을 당신께 기도하였던 저희를 용서하여 주소서. 저희가 믿음이 없이 입으로만 당신께 매달린 불성실을 용서하여 주소서. 이제 저희가 당신께 간절히 갈망하는 것을 새로운 영안을 가지고 헛된 것에 눈을 돌리고 당신의 뜻을 찾게 하소서. 이제야 비로소 정신을 차려 당신을 제대로 보게 하소서. 자비의 주님!!
야고보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