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격변의 시기라서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첫주는 거의 강의 위주로 수업이 진행된다. 한 4일차?부터 특강 형식으로 뭐가 조금씩 있는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와서 강의해주는 시간도 있다. TED 한국판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매우 흥미로웠다.
어느 기타리스트가 와서 기타메고 두시간?정도 동안 190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기타의 역사를 죽 읊어줬는데,
물론 알고 있었지만 가장 피가 끓는? 강의였다.
어느 유명한 산악인 한 분이 오셨었는데, 죽다살아난 얘기만 해주는데도 엄청 재미있다. 난 이 강의를 인턴할 때 들었는데
아마 거의 비슷한 강의였지 않았나 싶다. 그 분이 여기서도 보여서 적어놓는다.
체육복 줄줄이 입고 그 추운 겨울에 산에 올라가서 코스 한바퀴 도는게 있었는데, 이름이 뭔지는 까먹었다.
인공암벽타기 가 있었는데 무식하게 팔힘으로만 올라서 후달렸다. 맨 위에 종이 있는데 종을 못치는 사람이 꽤 많다.
뭔 나무타기 비스무리한 것도 시키는데, 통나무 꼭대기로 올라가서 점프해서 뭘 잡는거였다.
다들 올라가서 번지점프처럼 한마디씩 외치고 앞에 손잡이?를 잡을려고 뛴다. 물론 안전장치는 되어있다. 꽤 재밌다.
4-5년 선배의 얘기만 들어도 그땐 아침구보도 하고 산악행군? 도 했다는데 우린 그런건 없었다.
SVP의 백미가 서너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자기고백? 시간이다. 같은조 동기들끼리 모여서 자기에게 가장 소중한 것 에 대해 한 10분씩 발표를 한다.
의외로 다들 되게 진지하다. 필요 이상으로. 남녀를 막론하고 써놓은 걸 읽으면서 우는 사람이 꽤 많다.
나는 이런걸 굉장히 싫어해서 적당히 분위기 안 깰 정도만 쓰고 대강 넘겼는데, 다들 너무너무 진지해서 좀 놀랐다.
근데 그렇게 불꺼놓고 다들 자기얘기하면서 울고짜고 하니까 진짜 급속도로 친해졌던 기억이 있다.
여담이라면 지도선배가 다들 쓴걸 한번씩 훑어보는데, 우리 조 한명이 깔깔이(방상내피..)가 소중하다고 써서..
그냥 그걸 제일 첫번째로 읽고 진지모드로 들어갔었다.
두 번째는 BP
BP가 뭐냐하면..결국은 생일파티다. 합숙하는 기간 내에 생일자가 무조건 있을테니 그 동기들 생일축하파티 해주는거다.
근데 꽤나 지도선배들이 정성을 들이는데, 심심했던가 위에서 시키던가 둘중에 하나가 분명하다.
처음엔 극기훈련처럼 느그들 교육태도가 안좋다느니, 그래서 선배들간에 트러블이 생겼다느니,
그래서 지도선배 몇명이 집에 갈거라느니 하는 말도안되는 전개로 썰을 푸는데
문제는 지도선배들이 줄줄이 앞에 서서 죽상을 하고 서 있다.
군대를 다녀왔다면 알겠지만 뭔가 진짜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손부터 나가지 저렇게 분위기만 잔뜩 잡지 않는다.
하지만 너그러운 우리 군필자들은 오오오..뭘 보여줄까 하면서 그냥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암튼 그만한 공을 들일만한게, 이 합숙교육이 삼성 입사하는 첫 발걸음인데다가,
우리사회가 또 삼성하면 이치방! 하는 어르신들이 많아서..
하여간 생일자들 중 몇몇 가정방문을 해서 우리아들 우리딸 자랑스럽다 화이팅 이라는 영상메시지를 따온다.
우리조에도 생일자가 한명 있었는데, 이놈 집이 제주돈데 제주도까지 가서 영상을 따왔더라.
심지어 누나 아들래미인 조카자랑을 그렇게 해댔는데 영상에 조카들 나오니깐 바로 울더라.
솔직히 내 가족은 아니더라도 가족영상 나오니깐 진짜 찡하더라. 그럴만했네 제대로네 하는 진심의 박수가 아직 기억난다.
하이라이트는 당연 드라마삼성
아 진짜 난 이런거 너무 싫어하는데..이런 유치한거
취지는 여태 배운 삼성의 경영철학? 등을 연극을 통해서 발표?표현?하는 프로그램이다.
이게 SVP 통틀어서 가장 비중이 높고, 시간, 노력을 제일 많이 잡아먹는다. 심지어 연극영화학과 관련된 전문가도 조별로 붙는다.
내 듣기로 사내 외생관에 영어배우러 들어가도 드라마삼성 영어판을 한다고...
참 입사해서도 한다. 우리땐 그냥 PT였는데, 우리 밑에기수들은 드라마삼성 거의 흡사한 형태로 신입사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아무튼, 아이디어 회의할 때 어쩌다보니 나도 스토리를 짜게 됐는데,
우리팀의 줄거리는 타짜 패러디 + 포장마차씬 이런거였다.
주연배우는 여섯명. 앞에 타짜 2명, 포차씬 4명인데 진짜 걸작?이었다. 내용은 얘기하고싶지 않다. 기억도 안나고.
영상도 누군가 갖고있을텐데 솔직히 쪽팔려서 두번은 못보겠다. 암튼, 이거에만 한 1주일 넘게 준비하게 된다.
솔직히 주연배우 형들이 생각보다 너무 잘해줬다. 쓸데없이.............
형들이 열연할 동안 나는 뒤에서 핀조명을 들었다. 나는 그냥 다른 PT 영상작업하고, BGM깔고, 스토리잡고 그정도로 만족한다.
왜 형들이 그렇게 잘해줬는데 쓸데없이 냐면.....이유는 SVP 끝나는날 회식때 밝혀졌는데,
감히 우리에게 BP 몰카를 한 괘씸죄로 회식때 지도선배를 상대로 몰카를 하기로 했다.
그래서 괜히 덩치크고 목소리큰 나를 포함 몇명이 좀 분위기를 잡았는데, 지도선배가 거기서 실토하는 바람에
몰카도 깨지고 진실도 알게된 어처구니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상황인즉슨, SVP는 조별 순위를 매기는데, 각 PT 나 팀별 활동에 대해 점수를 줘서 순위를 매기는 그냥 평범한 방식이었다.
우리 조가 대략 3-4등? 하여간 상위권이었는데, 객관적 주관적으로 드라마삼성은 우리팀이 압도적 1등이었다.
근데 여태까지 1등을 한번도 못한 조가 있었는데..그 지도선배가 사정사정 했더란다. 드라마삼성 1등 우리 주면 안되냐고
당연히 엄연한 짬 사회이기에 우리 지도선배는 밀렸고, 이렇게저렇게 해서 불쌍하니깐 그 팀을 1등을 주고,
우리조는 순위권이었으니 2등으로 밀린게 아니라 그냥 수상권에서 빼버린 거였다. 고로 2등은 2등, 3등은 3등, 우리는 제외.
라는 얘기를 몰카 중간에 그 진지한 분위기로 지도선배가 하니 몰카가 깨질 수 밖에.
다른 지도선배들도 우리가 압도적 1등이었는데 그냥 양보당한?거라더라. 라는 얘기를 들었다.
물론 진실은 저 너머에..4등부턴 그냥 4등이니까..하여간 들은말로는 그렇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업경영게임
서너명씩 조를 짜서 이틀에 걸쳐 기업경영 시뮬레이션을 돌려서 대회처럼 경쟁하는 프로그램이다.
솔직히 시작전부터 재밌겠다 싶은 몇 안되는 프로그램이었고, 역시 재밌었다.
회사 이름부터 지어야 되는데, LG, 소니, 파나소닉 등등 쟁쟁한 전자회사들이 많이 나왔다...
하여간, 한 조에 21명씩 10조가 모여서 한 기수인데 그걸 또 3-4명으로 쪼갰으니 얼마나 팀이 많았겠나.
그게 20주? 20년? 하여간 RPG처럼 턴제로 하는 게임이었는데, 우리조는 나를 위시한 우리팀의 왕고형님, SDS 형 하나 이렇게 세명이서 팀이었다.
우리조는 그 많은 팀중에 2-3위에 계속 랭크되고 있었다. 마지막 2턴을 남겨놓을때까지.....
1위는 그냥 붙박이 1위였고, 2-3등 싸움이었는데, 우리가 막판에 뭘 했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두 턴만에 순위권 회사가 파산지경까지 갔다.
게임 끝나고 SDS형이 대표로 불려나갔는데...
게임진행/인터뷰하는 분이 지도선배의 지도선배로 SVP 총괄하는 분이셨는데
자기가 SVP 8년째 오는데 막판에 이렇게 말아먹는 팀은 처음봤다고..........................
원래 인터뷰도 안하는데 비결이 뭐냐며 불려나갔던 기억이 선명하다.........................
하여간 그렇게 기업경영게임을 시원하게 말아먹고 나오는 길에 학교, 과 얘기가 나왔다.
형 저는 학교도 좁밥이고 과도 공돌이라 그냥 감으로 때린거에요..
인터뷰형도 저도 공돌이라 그런거 몰라요..
왕고형도 난 연대경영인데 우리 왜이랬지..
공교롭게 두 형은 같은 방을 쓰고 있었고, 나는 그 옆방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한겨울의 찬물샤워 연맹 비슷했다.
하여간 진짜 재밌었다. 말아먹은 것까지.
막판에 그건 쓰다보니 기억났는데, 1위 역전할려고 공격적인 투자를 했는데 이게 현실 기반 게임이라
마지막 두턴이 IMF를 반영해서 안전빵으로 돌린 팀들이 살아남았었다.
하여간, SVP가 끝나면 단체로 양재역(시작과 끝은 역시 양재)으로 가게 되고, 보통 지도선배를 포함해서
다같이 MT를 가거나 회식을 하게 된다. 우리는 MT는 좀 힘들어서 강남역 등나무집에서 회식을 했는데,
지도선배 몰카하려다가 저렇게 됐고, 한 커플이 커플선언하고 아주 박진감넘치는..회식이었다.
남자가 울면서 대중들?앞에서 고백했는데 결국 6개월도 안되서 헤어지고 SVP모임에도 안나온다.
뭐 비난할 생각은 없다. 17일을 같이 비비고 살았는데 뭐가 없는것도 말이 안되지.
여담이라면 SVP 지도선배랑 SVP교육자랑 눈맞아서 어찌저찌된 얘기도 정말 많고, 동기들 사이에서 생기는 커플은 정말 셀수없이 많다.
덕분에 1년 후에 열리는 하계수련대회에서 껄끄러운 장면들을 꽤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지도선배와 썸났던 사람들.
그리고 들은 얘기지만 경력직, 박사급 인력들도 입사후에 약식?으로 SVP 비슷하게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그냥 그런게 있다, 라고만 들어서 자세히는 모르겠다.
대리급 이상에게만 주어지는 교육에 갔을땐 조별활동한다고 처음 모였을때 첫 말문을 여는 사람이 팀장이 된다는 슬픈 전설이 여전히 내려오고 있다. 다들 귀찮으므로..
하여간 SVP 재밌긴 한데 두번은 죽어도 안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