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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지 원고 올립니다 (안태영)

작성자안태영|작성시간26.06.13|조회수13 목록 댓글 2

바다 붓다
 
수많은
울음으로
속 깊은 절이 되어
 
바람을
죽비 삼아
허공을 치는 파도
 
수평선
감았다 풀며
보름달을 낚는다
 
 
너와 나는 덫이다

 

서로를
타고 감는
인연의 얽힘인가

 

한 생을
묶인 채로
파도로 뒹굴면서

 

부표로
홀로 떠 있는
그리움도 덫이다


매화, 약속을 낚다


청산은 제 살 깎아 섬진강 풀어놓고
봄빛과 몸을 섞어 만삭인 능수매화
돌방아 아래짝 같은 그리움을 토한다

구름을 낚는 시가 염주를 달고 있다
탄 뼈를 수습하듯 흰 꽃을 줍는 여인
언 강이 녹아 흐르면 약속으로 오실까

 

무, 소유할 수 없는 사랑

 

무 싹은 겨울 내내 제 살을 먹고 산다
머리가 떠난 것도 다 잊고 바람들어
소유와 맞서서 얻은 깨달음이 파랗다

무청은 그늘에서 말려야 부드럽다
끈으로 묶고 엮어 거꾸로 달아놓고
서로가 잊고 살아야 외로움이 연하다

껍질을 벗겨내는 시래기 인연 한 줌
줄기에 얽힌 정이 종횡무진 우러나서
남은 생 마디 마디에 혈을 뚫는 여인아

토막 난 시래기가 한 솥에 끓고 있다
추억을 함께 넣어 진하게 우린 사랑
이별도 오래 삶으면 또 하나의 삶이 된다

 
 

뻘배를 밀고 해동으로 가는 달

 

품속에 깃든 것만 꽃인 줄 알았었네
수평선 가슴 줄에 목을 맨 왕조 한 척
주름살 깊은 그물로 긴 신음을 낚는다

펄 속에 숨은 것만 삶인 줄 알았었네
펴지지 않는 몸은 갈퀴와 도끼여라
갯벌에 숨은 통증을 후벼파는 상소문

옆으로 기는 것만 게인 줄 알았었네
굽은 등 척추마다 음양이 숨어 있어
꿈에도 뻘배를 밀고 빛을 캐는 해루질

오천 년 피를 토한 동백이 피는 섬에
겨울과 봄 사이로 펼쳐진 십장생도
구럭을 빠져나온 달이 온 하늘에 떠 있다

 
 

♣ 프로필

 

- 충청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1981)
- 중앙일보 시조백일장 장원(2017)
-《문학의봄》 올해의 작품상(2023)
- 제4집 <영월드에서 얻은 소소한 깨달음>(2024)
- 한탄강문학상(2025), 역동시조문학상(2025), 다사함문학상(2026)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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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고운내 | 작성시간 26.06.13 격이 다른 시조 잘 감상합니다. 시조는 이렇게 써야 하는데...부러움 한 섬 입니다.
  • 작성자안태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4 피와 살이 되는 말씀도 향기임을 깨닫게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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