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버리지 산출의 필요성에 대하여
<에버리지란?>
에버리지(Average)는 말 그대로 평균 득점률을 의미합니다. 총 득점을 전체 이닝 수로 나누어 백분률로 표시하게 되는데 이것은 야구에서 쓰이는 타자들의 타율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 대회에서의 총합을 그랜드 에버리지(Grand Average), 혹은 제너럴 에버리지(General Average)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에버리지의 필요성>
에버리지를 산출하는 것이 필요한 것은 리그전에서 승점이 같은 경우에 순위를 결정하는 방법이 된다는 것도 그 이유가 되지만, 스스로의 에버리지 변화를 인지하여 자신의 당구 수준이 향상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관리할 수 있는 편의를 준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입니다. 이번 한 분기의 에버리지가 지난 분기보다 0.05 올랐고, 작년 같은 분기보다는 0.1이 올랐다고 한다면 확실히 스스로의 당구가 정밀해지고 발전해가는 중인 것을 알 수 있게 됩니다. 지난 분기, 작년 같은 분기보다 떨어지거나 거의 같다고 가정한다면 스스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임을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에버리지의 산출에 있어서의 유의점>
4구 점수를 기준으로 하여 300은 10개, 400은 12개... 이런 식의 3구 지점은 거의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흔히 400~500 정도의 지점인 사람이 중대를 기준으로 에버리지 1점 정도를 친다고들 하는데 사실 그렇습니까? 제 경우에도 편안한 상태에서 하는 게임에서는 상당히 좋은 에버리지가 나오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매우 만족스럽지 못한 에버리지도 나옵니다. 평소의 컨디션을 완전히 잃은 상태로 헤매다 끝나는 게임도 자주 생기며, 그것을 오랜 기간에 걸쳐 합산하여 통계를 내어보면 전 아직도 평균 1점 이하의 에버리지에서 머물고 있죠. 그리고 제가 게임을 치는 스타일이 디펜스에도 신경을 쓰는 편이다보니 그 비중이 많아질수록 상대적으로 에버리지도 낮아집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에버리지 측정 자체가 한두 번, 혹은 며칠동안의 기록이어서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기 위함입니다.
정식 대회에서는 고점자와 하점자의 경계를 두지 않고 같은 점수를 놓고 경기하는 무(無) 핸디 게임이 일반적입니다만 아마추어 동호인들의 경기에서는 고점자와 하점자 간의 실력 차이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각자의 수준에 따라 적정한 핸디를 잡아주는 것이 대부분이며 동호인들의 시합인 국민생활체육전국당구연합회 주관의 대회에서도 입상자 데이터를 기초로 핸디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핸디캡이 적절하지 않게 정해졌을 때 발생합니다. 사실 다른 사람의 핸디를 정확하게 잡아줄 수 있는 실력의 소유자라면 이미 상당한 고점자라고 보아도 무방하겠지만, 그러한 주먹구구식의 추측에 의해 핸디를 정확하게 잡는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며 잘 측정된 에버리지만이 그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동호회 등에서 리그전으로 대회를 치르면서 두 명 이상의 승점이 같은 경우 에버리지가 높은 사람이 우승을 하도록 하는 일이 많습니다. 이 것에 대하여 하점자 입장에서는 일견 불리한 조건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아무래도 고점자일수록 에버리지가 더 높은 것이 확실하니까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승자 승의 원칙을 적용하기도 하고, 핸디별 기준 에버리지에 얼마만큼 도달하였는지를 계산하는 에버리지 도달율(?)을 따져서 순위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우승자를 가리든 그것은 그 모임이나 시합을 운영해가는 분들의 의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중요한 것은 애초에 적절하게 핸디를 정하는 과정이며 그것은 최소 3개월 이상의 총 에버리지를 가지고 결정되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날은 에버리지가 높게 나오고 어떤 날은 낮게 측정되며, 또 어떤 상대에게는 더 잘 나오고 어떤 상대에게는 더 낮게 나오는 상대적인 것이므로 에버리지가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은 옳지 않습니다. 야구에서의 타율도 마찬가지죠. 상승세도 있고 하강세도 있으며 상대 투수의 실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한 시즌을 통산한 타율은 그 타자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나타내며 연봉협상에서 그의 실력을 판단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러 상대, 여러 게임의 에버리지를 합산하여 계산하는 일정기간 이상의 에버리지는 자신의 당구가 어떤 수준인지를 알게 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1년 이상의 긴 기간을 측정한 에버리지가 0.7인 사람과 0.6인 사람이 핸디를 적용하지 않고 열 번의 게임을 한다고 했을 때 후자인 사람이 전자의 사람을 한번이라도 이기는 것은 불과 0.1의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그날의 컨디션에서도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하점자의 최근 에버리지가 상당히 좋게 나오고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지만 동일한 조건이라고 했을 때는, 한 두 게임이라면 몰라도 열 번의 게임 중 반수를 넘는 게임을 하점자가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핸디를 잡아주고 있는 것이기도 하구요.
<에버리지의 산출의 중요성>
승자 승의 원칙을 적용하든 핸디마다 일정 수준의 에버리지에 대한 도달률을 적용하든 어차피 하점자에게는 유리하지 못한 조건일 수밖에 없습니다. 당구라는 게임 자체가 승부를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고점자가 핸디캡을 가지고 게임에 임하는 것 자체가 하점자에 대한 배려입니다. 승점이 같을 때 에버리지의 고하를 따져서 우승자를 결정하는 방식이 하점자에게 불리하게 보인다고 해서, 에버리지 산출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발상은 스스로의 당구를 암흑 속에 가두어 두게 하는 일이 됩니다.
서두에 말씀드렸던 바와 같이 에버리지를 산출하는 목적은 순위 결정에 쓰이든 쓰이지 않든 간에 스스로의 당구, 그 수준이 상승하고 있는지 하락하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알 수 있게 해주는 지표가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근대 당구가 시작된 이후 벌어진 모든 공식적인 대회에서 에버리지를 측정하고 있는 것은 그러한 지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실력을 정확하게 가늠하도록 해주는 에버리지의 측정 자체가 당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매우 재미있는 과정입니다. 이것은 일반 당구클럽을 운영하시는 분들도 자신의 업소에서 적용을 해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 해서 손님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제공함과 동시에 매출의 극대화를 꾀할 수 있으며, 에버리지를 측정하면서 점차로 자신의 실력에 자신을 갖게 되는 분들에게는 각종 대회에의 참가를 권유하게 되는 상황이 생기게 됩니다.
제 카페에서는 제 개인적인 당구 일지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저의 보잘 것 없는 에버리지를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며 새롭게 배운 구질, 제가 어려워하는 부분에 대해 다른 분들과 함께 풀어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정확한 에버리지를 산출하는 일을 회원들도 해보기를 권장하기 위함입니다. 자세를 연습할 때 거울을 보거나 캠코더로 녹화를 해서 스스로의 자세를 점검하는 것과 같이, 에버리지를 정확하게 산출하는 일은 스스로의 당구를 점검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