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판에 올라갈 차례를 기다리는 '치즈몬쟈'>
조리 순서는 먼저 가장 기본이 되는 양배추를 달구어진 커다란 철판 위에서
소스로 버무린 뒤 잘게 썰어져 전을 부치듯 폅니다.
그 다음 그 위에 문어나 오징어, 버섯, 베이컨, 치즈, 새우 등 기호에 맞는 재료들을 추가합니다.
물론 전문점에서는 주문과 동시에 재료를 섞은 것이 나옵니다.
이 재료와 소스의 절묘한 배합이 몬쟈의 맛을 결정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섞은 재료를 납작하게 펴서 철판에서 골고루 익힌 뒤, 취향에 따라 각자에게 주어진
조그만 주걱으로 조금씩 떼어서 먹으면 됩니다. 우리의 파전과는 달리 뒤집지 않고 먹습니다.
방법은 간단하지만,전문점에서는 다소 독특한 방식으로 조리를 합니다.
먼저 양배추와 재료를 잘게 자를 때,큰 주걱 2개를 이용해 리듬을 타면서 팍팍 부숩니다.
철판구이 집에서 요리사가 묘기를 부리거나,공연 ‘난타’에서 리듬을 타고
야채를 두드리는 장면을 연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금 익었을 때 채소를 바깥으로 밀어내 가운데 둥글게 빈 공간을 만들고
이곳에 소스를 따릅니다. 이때 간장 등으로 간을 맞춥니다.
점원에게 부탁하면 처음에는 대부분 친절하게 시범을 보여줍니다.
어렵지 않으니까, 서툴더라고 본인이 직접 조리를 해 먹으면 나름대로 재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몬쟈의 매력은 만드는 즐거움이라는 사람도 많습니다.
<몬쟈 메뉴판>
몬쟈는 재료에 따라 그 이름을 붙이는데 심지어는 ‘김치 몬자’까지 그 가짓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합니다. 최소 40종 이상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5가지의 재료가 들어간 일종의 모듬과 같은 ‘고모쿠 몬쟈’와
명란 젖을 주 재료로 한 ‘멘타이코 몬쟈’,그리고 치즈와 고기를 섞은 몬쟈와
추억의 뽀빠이 라면 땅을 재료로 한 몬쟈 등을 먹어 봤습니다.
치즈가 주로 들어간 몬쟈에는 메뉴에 ‘여성 추천용’이라고 씌어져 있더군요.
대부분 간장을 더 넣어서 간을 맞추지만,명란 젖 몬쟈는 그 자체로 짭니다.
맛은 머랄까, 한국인의 입맛에 아주 잘 맞는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쫀득쫀득하고 약간 짭짤합니다.
하지만 시각적으로는 다소 거부감을 느끼실 수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우리의 부침개와 달리 구우면 구울수록 점성이 생겨나 걸쭉해지는 부분 때문인데요.
수분이 많아서 좀 질척거리는 느낌이 드는 것이죠.
그래서 특히 몬쟈를 먹을 때,토사 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절대 금기라고 합니다.
그래서 몬쟈 보다는 간사이 지역의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오코노미야키’가
우리 입맛에 더 맞는다고 추천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드라이한 오코노미야키에 비해서 몬쟈는 어쩐지 덜 익힌 것 같고 간장 맛이 심하다는 것이죠.
타협책으로 다소 변형이지만 일부러 철판에 노르께하게 몬쟈가 익기를 기다린 뒤에
마치 누룽지를 긁어 먹듯이 이를 긁어내 고소한 맛을 즐기는 사람도 많습니다.
몬쟈를 이야기 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것이 ‘쓰키시마(月島)’라는 동네입니다.
우리가 떡볶이 하면 신당동, 족발 하면 장충동을 떠올리듯이 ‘몬쟈 요리의 메카’인 곳이죠.
약 5백 여 미터에 이르는 거리에 70개 이상의 크고 작은 전문점이 들어 섰습니다.
관광 코스로 대부분 이곳을 갑니다.
저도 두 번 다 이곳에 가서 먹었습니다. 지난 1954년에 현대적인 의미의 몬쟈 식당이
이곳에 처음 들어선 뒤 번창해,지금의 거리를 형성했다고 합니다.
이 거리가 유명하게 된 데는 TV의 힘이 컸다고 합니다.
NHK의 아침 프로그램에 매주 3회 방송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각종 요리 프로그램에서 ‘50여 년간 일본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독특한 별미’라는
수식어를 붙인 채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지난 1989년 지하철인 유라쿠조센이 개통되면서 사람들의 접근이 쉬워진 것도,
이곳이 유명 음식 거리로 변모하고 번창하는 데 일조를 했다고 합니다.
도쿄 메트로 유라쿠조센이나 도에이 오에도센의 쓰키시마 역에서 내리시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몬쟈는 매스컴이 억지로 ‘일본의 전통식’이라며 이름을 붙인 요리는 아닙니다.
정말 배고픈 음식입니다.
몬쟈의 유래는 도쿄,예전에는 에도 지역의 어린이 간식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쓰키시마는 메이지 중기부터 대표적인 서민들의 동네인 ‘시타마치’였는데,
당시 아이들이 밀가루를 풀어 얇게 구운 뒤 간장이나 꿀을 발라 먹은 것이
몬쟈의 출발이자 원조라고 합니다.
그래서 몬쟈야키라는 말이 ‘글자를 구운 것’의 뜻인 '모지야키(文字やき)'에서 변형된 것인데,
당시 아이들이 철판에 글자를 쓰면서 구웠던 것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초기에는 밀가루 반죽에 간을 맞추는 정도였다고 합니다.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에 밀가루 풀을 쒀서 온 가족이 배를 채우기 위한 음식이었던 것이죠.
당시에는 사실 요리라고 말하기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앞서 말씀 드린 대로,몬쟈의 재미 중 하나가 철판 위에서 뒤집고 굽는 것인데,
아마 이것도 가족들이 빙 둘러 앉아 고픈 배를 참아가며 익힌 것에서 유래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서민 요리의 대표가 되지 않았을 까도 싶구요.
어찌 됐건 몬쟈가 점점 인기를 얻으면서 도쿄와 주변 지역의 일반 가정에서도
아이들의 주된 간식으로 사랑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본인들,특히 도쿄 토박이인 ‘에도코’(3대 이상 도쿄에 거주)들에게
몬쟈는 어머니의 손 맛 같은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음식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앞서 말씀 드린 대로 다양한 소스와 조리법이 개발되면서,
오코노미야키와 더불어 우리의 떡볶이처럼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음식으로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