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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투수들이 던지는 구종도 해를 거듭할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이는 보다 뛰어난 투수로 거듭나기 위한 투수들의 피땀어린 결정체라고 볼 수 있는데 구종의 개념을 정확히 알고 메이저리그를 즐긴다면 보는 재미가 더욱 배가될 것이다. 투수판에서 홈 플레이트까지의 거리는 18.44m. 이 짧은 공간을 변화무쌍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는 구종들에 대해 집중 분석해 보자. <글 싣는 순서 : (1)너클볼→(2)스크루볼→(3)스플리터→(4)체인지업→(5)슬라이더→(6)커브볼→(7)싱커→(8)패스트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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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종 집중분석 4>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는 볼 - 체인지업(Changeu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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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체인지업이란 무엇인가? |
‘90년대의 피칭’이라고도 불리는 체인지업은 1990년대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구종 중의 하나다. 따라서 마이너리그 투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올라가기 위해 익혀야 할 필수 구종으로 꼽히고 있다.
체인지업은 쉽게 말해 패스트볼에 비해 구속이 약 13-15Km 떨어지는‘느린 패스트볼’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체인지업은 던지는 몸의 위치, 팔 동작, 회전 속도 등 투구 폼이 패스트볼과 동일하지만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그 속도가 줄어들면서 아래로 가라앉기 때문에 타자에게‘시간이 멈춘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켜 타자가 타이밍을 맞추기가 어렵고 맞추더라도 공의 윗부분을 때리게 돼 땅볼 타구를 유도하기 쉬운 구종이다.
투수가 던질 수 있는 스피드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타격은 타이밍, 피칭은 타이밍 빼앗기’라는 워렌 스판(Warren Spahn)의 명언처럼 투수들이 피칭을 할 때 중요한 것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데 가장 유용한 구종이 바로 체인지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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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체인지업을 처음 던진 투수는? |

〈팀 키프(Tim Keefe)〉
체인지업은 퍼드 갤빈(Pud Galvin)에 이어 메이저리그 역사상 두 번째로 300승을 달성한 팀 키프(Tim Keefe)에 의해 처음 던져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1880년 트로이 트로전스에서 데뷔하여 1893년까지 주로 뉴욕 자이언츠에서 활약한 키프는 통산 600게임에 등판하여 342승 225패 평균 자책점 2.62를 기록한 19세기의 명투수다. 키프는 1964년 베테랑위원회에 의해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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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체인지업의 장·단점 분석 |
앞서 살펴보았듯 체인지업은 타자의 타이밍을 뺏고 땅볼타구를 유도하는데 유용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체인지업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공의 속도에 계속 변화를 줘야 한다는 점인데, 예를 들어 패스트볼 한두개를 던진 후 체인지업을 던지면 그 위력을 훨씬 배가 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은 장점 외에 체인지업이 대중화된 또 다른 이유는 다른 변화구와 달리 팔이나 어깨에 전혀 무리가 없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체인지업은 손가락에 힘을 주어 공을 채야 할 필요도 없고, 손목을 꺾거나 팔꿈치를 비틀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체인지업을 제대로 구사하면 투수의 생명을 연장하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힘이 별로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많은 공을 던져야 하는 선발투수가 완투능력을 기르는데도 유용하게 된다.
이러한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체인지업은 투수에게 위험한 구종이 될 수도 있다. 그 이유는 타자가 미리 체인지업을 예상하고 있거나 또는 투수의 몸의 위치, 팔 동작 등이 패스트볼과 동일하지 못해 타자에게 구종이 체인지업인 것을 간파하게 된다면 이는 그 어느 구종보다 치기 좋은 공이 될 수밖에 없어 홈런 등과 같은 장타를 허용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체인지업은 무릎높이 아래로 형성되지 못하고 높게 형성될 경우 장타를 허용할 위험이 커진다는 점과, 능숙하게 구사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동시에 완벽하게 구사하기 어려운 구종이라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체인지업은‘톡톡’갖다 맞추는 컨텍트 히터를 상대할 때는 그리 좋은 구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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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체인지업 던지는 방법 |

체인지업은 종류가 워낙 많을 뿐만 아니라 투수들마다 나름대로 개발한 독특한 방법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다.
1. 자신이 쥐기 쉽고, 던지기 쉽게 자유롭게 잡는다.
2. 손에 깊숙이 넣되 약간 느슨하게 쥔다.
3. 패스트볼과 동일한 폼으로 던진다.
체인지업이 효과적이려면 패스트볼과의 구속차이가 20Km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러한 구속차가 나는 이유는 힘이 잘 전달되지 않도록 공을 약간 느슨하게 쥐고 던지기 때문이다. 한편, 체인지업은 그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패스트볼과 동일한 폼으로 던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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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체인지업의 대가들 |
메이저리그 역사상 체인지업을 잘 던지는 투수로 유명했던 선수로는 스튜 밀러(Stu Miller), 130Km의 구속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여전히 맹활약하고 있는 제이미 모이어(Jamie Moyer), 메이저리그 최초로 500세이브를 기록한‘지옥의 종소리’트레버 호프만(Trevor Hoffman), 뛰어난 패스트볼 및 커브 등과 어우러져 위력적인 체인지업을 뽐내는‘외계인’페드로 마르티네스(Pedro Martinez)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스튜 밀러(Stu Miller)〉
이중에서도 최고의 체인지업을 던진 투수로는‘느린 공, 더 느린 공, 아주 느린 공’이라는 세 종류의 스피드를 가지고 활약했던 스튜 밀러를 꼽고 싶다. 밀러는 아마추어 선수도 칠 수 있을 정도의 느린 구속을 가졌지만 뛰어난 구속 조절을 통해 메이저리그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였다.
1952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데뷔하여 1968년까지 주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활약한 밀러가 기록한 통산 성적은 105승 103패 154세이브 평균 자책점 3.24 탈삼진 1,164개.
미키 맨틀(Mickey Mantle)의 500호 홈런의 희생양으로도 유명한 밀러는 마르티네스나 호프만에 비해 뛰어난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체인지업 자체의 위력만으로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