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인생 가장 그리운 순간 |
장학금과 과외비로 간신히 버티던 25년 전 대학 시절, 임용 고시 준비를 위해 휴학한 뒤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었다. 그렇게 구인 신문을 살펴보는데 '축협'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내심 그럴싸한 회사일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찾아갔더니 회 센터 안에 생뚱맞게 자리한 정육점이었다. "은행인 줄 알고 찾아왔는데…. 저는 어떤 일을 하면 되죠?" "손님이 고기를 사면 위층에서 구워 드실 수 있어요. 정육점이 옆에 두 개나 더 있는데 손님을 자꾸 놓쳐서…." 고기를 손질하고 진열하는 남자 직원의 첫인상은 오는 손님마저 돌려보낼 만큼 어수룩하고 숫기 없어 보였다. 나는 하루빨리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해져 그날부터 손님을 맞이하는 친절한 안내자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일을 시작하고 며칠이 지났지만 손님은 올 기미가 안 보였다. 압박하는 상사도 없건만 내 마음은 점점 불안해졌고 그때부터 정육점을 살리기 위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고기에 가격이 적혀 있지 않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 정육점도 마찬가지였다. 어디를 가나 가격부터 살피는 나는 손님이 마음 편히 고기를 고를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부위별로 가격표를 붙여 놓으면 손님들이 편하게 보고 들어올 수 있을 거예요." 그쯤 우리 가게 사장님을 처음 만났다. 그는 고객 심리를 논하며 사무용품을 사고 싶다는 어린 직원의 이야기에 얼마가 필요한지 묻더니 바로 10만 원을 내줬다. 잘은 몰라도 무조건 신뢰한다는 뜻이었다. 나는 당장 색상지와 매직을 사서 큼지막한 가격표를 만들었다. 멀리서도 눈에 띄도록 환영 인사 판까지 만들어 가게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그날 이후 하루 매출이 70만 원이나 올랐고 나의 친절하고 높은 목소리는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어느새 6개월이 지나 복학을 앞두자 사장님이 말했다. "계속 일할 수는 없을까? 대학 등록금도 마련해 줄 수 있는데…." "일하며 많이 배웠지만 이제는 학교로 돌아가야 해요." 마지막 근무 날이었다. 사장님이 고기를 하나하나 손질해 여러 봉투에 나눠 담더니 그 꾸러미를 내게 내밀었다. 그리고 집까지 바래다준다더니 갑자기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 멈췄다. "여기 있는 서른한 가지 다 담아 줘요!"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영화 <프리티 우먼>에 나오는 줄리아 로버츠가 된 기분이었다. "고기는 어머님 갖다 드려. 잘 키워 주셔서 감사하다 말씀드리고." 나는 고기와 아이스크림이 담긴 보따리를 가슴에 안은 채 쓸쓸히 멀어져 가는 사장님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어느새 마흔여덟, 스물세 살 가난한 대학생이던 그때가 그립다. 책임감 있게 일하며 처음으로 존재감을 인정받은 순수하게 열정적이던 그 시간. 끝에 남은 감정이 지금도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가슴 깊이 박혀 있다. 손호림 | 경기도 성남시 이름의 온기 집 앞 편의점에서 1+1 행사 중인 커피를 샀다. 계산을 마치고 나와 횡단보도 앞에서 경비 아저씨와 마주쳤다. 오늘따라 그의 어깨가 더욱 구부정해 보였다. "아저씨, 커피 드실래요? 하나가 남아서요." 그는 잠깐 놀란 얼굴이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 "오늘 처음으로 누군가 제 이름을 불러 준 것 같네요." 순간 멈칫했다. 나는 그의 이름을 부른 적이 없는데…. 아무 생각 없이 '아저씨'라고 말했을 뿐이었다. 생각해 보니 우리는 서로를 역할로만 부르는 것 같다. 엄마, 기사님, 사장님, 선생님, 손님 등 자연스럽게 서로를 기능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그날 이후 일부러 이름을 보기 시작했다. 아파트 경비실 문 옆 이름표, 카페 직원의 유니폼에 달린 명찰, 택배 기사님의 문자 끝에 적힌 이름. 이름에는 이상한 힘이 있다. '사람'이 되는 힘. 배경이던 누군가를 갑자기 이야기 속 주인공으로 만드는 힘. 누군가를 알아본다는 것에는 생각보다 큰 배려와 다정함이 있었다. "오늘 힘들어 보여요." "지난번에 이야기한 시험은 잘 봤나요?" "이름이 참 예쁘네요." 사람은 거창한 구원보다 서로를 돌보는 작은 마음에 위로받는다. 원래 그렇다며 단정하지 않고 오늘의 마음을 다시 묻는 일, 익숙함 속에도 새로움을 발견하는 일. 스쳐 가는 하루 중 서로를 얼마나 사람답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삶의 온도가 결정된다. 나는 오늘도 커피를 두 개 산다. 하나는 내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직 이름 모르는 누군가의 것이다. 세상은 이런 사소한 순간들로 조금씩 따뜻해질 것이다. 이문학 | 경북 봉화군 ● ● ● ● ● 너의 이름은 '미국식 커피'를 가리키는 아메리카노는 제2차 세계 대전 때 이탈리아에 주둔한 미군이 에스프레소를 물에 타 마시던 것에서 붙은 이름이다. 마키아토는 이탈리아어로 '얼룩진'이란 뜻이고, 카푸치노는 이탈리아 카푸친 수도회 수도사의 복장에서 유래했다. |
아이유(IU) - 너의 의미 (Feat. 김창완) [가사/Lyr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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