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심(衆生心)
최일공(일공스님)
온누리가 알록달록한 옷 갈아입고
저마다 겨울 채비를 한다
초겨울 알림은 붉은 단풍잎 부딪는
작은 물방울에서 시작됐다
허수아비 바람에 춤출 때
견디다 못해 날아가 버린
밀짚모자 위에서
가을의 주인공 참새떼 온갖 재롱떤다
무심(無心)인가
무욕(無慾)인가
빙그레 웃기만 하는 허수아비
아미타 계신 서쪽만을 바라본다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가져갈 건 오로지 자기가 지은 업(業)뿐
고해바다 물욕 가득 실은 배 띄운 들
어찌 채워도 끝없는 이 가슴
시원하게 뻥 뚫어주리오
바람 심하게 불어
허수아비 지키는 가을은
더욱 성숙해지고 있지만
밀짚모자는 바람에 그만 저 멀리
서방(西方)으로 먼저 달아나 버렸네
중생심은 어디가 끝일지 모르는 체
(문학예술, 2016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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