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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시(詩) 향기

중생심衆生心

작성자일공스님|작성시간18.11.18|조회수18 목록 댓글 0

중생심(衆生心)

 

                                  최일공(일공스님)

 


온누리가 알록달록한 옷 갈아입고

저마다 겨울 채비를 한다

초겨울 알림은 붉은 단풍잎 부딪는

작은 물방울에서 시작됐다

 

허수아비 바람에 춤출 때

견디다 못해 날아가 버린

밀짚모자 위에서

가을의 주인공 참새떼 온갖 재롱떤다

 

무심(無心)인가

무욕(無慾)인가

빙그레 웃기만 하는 허수아비

아미타 계신 서쪽만을 바라본다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

가져갈 건 오로지 자기가 지은 업()

고해바다 물욕 가득 실은 배 띄운 들

어찌 채워도 끝없는 이 가슴

시원하게 뻥 뚫어주리오

 

바람 심하게 불어

허수아비 지키는 가을은

더욱 성숙해지고 있지만

밀짚모자는 바람에 그만 저 멀리

서방(西方)으로 먼저 달아나 버렸네

중생심은 어디가 끝일지 모르는 체


                    (문학예술, 2016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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