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례업계 안팎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들을 마주할 때마다 가슴을 짓누르는 무거운 책임감과 암울함을 지울 수 없다. 특히 현업에 뛰어든 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일부 신출내기 장례지도사들이 보여주는 행태는, 단순히 ‘젊은 세대의 도전’이나 ‘시장을 다변화’라는 말로 포장하기에는 그 수위와 부작용이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 선배들의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혜도, 업계가 지켜온 규정과 윤리도 안중에도 없는 그들의 ‘반란’은 지금 대한민국의 장례 문화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그들은 자신이 아는 얄팍한 단편 지식이 세상의 전부인 양 착각하며, 본인의 판단이 무조건 맞다고 믿는 오만과 편견에 빠져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짚어보자. 3년 이하의 경력으로 독립하여 창업 전선에 뛰어든 이들의 면면을 보면, 대다수가 기존의 건강한 조직에 적응하지 못했거나 부적격자가 되어 퇴직을 권유받아 나온 이들이다. 조직 내에서의 연수와 수련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이탈한 이들이, 마치 새로운 혁신가라도 된 것처럼 행동하는 이 모순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시장을 교란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상조회사와 장례식장은 모두 고객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나쁜 집단’이라는 자극적인 프레임을 씌우며 자신들을 정의로운 대안으로 포장한다. 그러면서 내세우는 것이 ‘60만 원, 70만 원, 80만 원’이라는 비상식적인 저가 공세다.
그러나 이는 철저히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미끼에 불과하다. 일단 유족과의 계약을 따내고 나면, 슬픔에 경황이 없는 유족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해 갖가지 명목으로 추가 비용을 요구하며 결과적으로 더 큰 바가지를 씌우는 이중성을 보인다. 이는 장례라는 숭고한 의식을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나 '물건 흥정'의 영역으로 추락시키는 천민자본주의적 행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전통을 무시한 잘못된 장례 지식이 이들의 얄팍한 경험과 결합하여 업계 전체에 엄청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우리의 장례 문화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다. 그 안에는 조상을 기리고,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며, 남은 유족들이 슬픔을 치유하고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인간학적 지혜와 철학이 담겨 있다. 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몇 달 동안 어깨너머로 배운 기술이 전부인 줄 알고 전통을 케케묵은 악습으로 치부해버리는 무지가 지금 현장을 더럽히고 있다.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무빈소 장례’에 대해서도 우리는 냉정하게 성찰해 보아야 한다. 물론 핵가족화와 경제적 사정 등 사회적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의 무빈소 장례 열풍은 정상적인 흐름이 아니다. 일부 젊은 장례지도사들이 자신들의 영업 이익을 위해 블로그를 비롯한 SNS 마케팅을 펼치고, 일부 언론이 이를 마치 합리적이고 세련된 현대식 트렌드인 양 흥미 위주로 보도하면서 만들어낸 ‘기형적인 유행’이다.
우리는 지금 심각한 죽음의 경시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조상님을 정성껏 모시고 마지막 길을 아름답게 배웅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도리다. 개인의 형편에 따라 규모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최소한의 애도와 예우조차 생략한 채 마치 물건을 처분하듯 치러지는 장례는 인간이기를 거부하는 행동과 다름없다. 오죽하면 현장 일각에서 "집에서 기르는 반려견이 죽어도 이보다는 더 정성을 들이겠다"는 탄식이 나오겠는가. 사람이 태어나 한 평생을 살다 가는데, 그 마지막 순간이 동물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인간의 존엄성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서글픈 방증이다.
이러한 현상을 지금 당장 바로잡지 않는다면, 효(孝)와 예(禮)를 바탕으로 유지되어 온 대한민국의 정신적 근본과 공동체의 가치는 순식간에 무너져 내릴 것이다. 근본이 없는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이 암울한 현실 앞에서, 나는 미래의 장례 업계를 이끌어갈 후배 장례지도사들과 전문 대학에서 꿈을 키우고 있는 학생들에게 간곡하고도 엄중한 당부의 말을 전하고자 한다.
장례지도사는 단순히 시신을 위생적으로 처리하고 예식을 진행하는 ‘기능공’이 아니다. 우리의 본질은 슬픔에 잠긴 인간을 위로하고, 영혼의 마지막 길을 가장 인간답게 배웅하는 ‘인문학적 동반자’이다.
사람을 진심으로 배려하고, 인간을 깊이 사랑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죽음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겠는가?
죽음은 삶의 완성이자, 한 인간이 세상에 남기는 마지막 흔적이다. 그 거룩한 순간을 다루는 이들이 인간에 대한 존중과 철학적 사유 없이 오직 기술과 마케팅 수단만 마스터하려 든다면, 그것은 유족과 고인에 대한 모독이다.
온전한 장례지도사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의 근본을 탐구해야 한다. 철학적으로 깊이 고뇌하고, 생과 사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선배들이 땀 흘려 쌓아 올린 규정과 전통을 경청하고, 그 토대 위에서 시대에 맞는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올바른 순리다.
지금 당장 눈앞의 작은 이익과 ‘나 혼자 잘났다’는 오만을 버려라. 그것은 결국 스스로의 전문성을 갉아먹고, 장례지도사라는 직업 전체의 위상을 땅에 떨어뜨리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뿐이다.
우리 (사)장례지도사협회는 이러한 시장의 혼란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전통의 가치를 지키고, 올바른 장례 윤리를 확립하기 위해 제도적 보완과 교육 강화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후배들이 부디 얄팍한 상술이 아닌, 인간을 향한 깊은 사랑을 품은 진짜 ‘장례 전문가’로 성장해 주기를 바란다. 대한민국의 근본을 지키는 힘은, 바로 우리 장례지도사들이 고인 한 분 한 분을 인간으로서 가장 존엄하게 모시는 그 경건한 손끝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새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