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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맥 앨범

낙동정맥 첫발을 떼다.

작성자정진관|작성시간26.06.09|조회수108 목록 댓글 15

낙동정맥 1구간(피재~통리역)
✔ 날짜 : 2026년 6월 7일
✔ 종주코스 : 피재(삼수령)-매봉산(천의산)-낙동정맥 분기점-작은피재-대박등-
                     유령산-우보산-통리역
✔ 종주거리 : 14km
✔ 날씨 : 약간 흐림
✔ 참석인원 : 다우렁 28명
낙동정맥 첫발을 떼다
낙동정맥 400km 대장정을 시작하는 첫날이다.
뭐든 처음에는 기대가 있고 설렘이 있기 마련이다. 아직은 다리도 싱싱하고, 배낭도 가볍게 느껴진다.
앞으로 몇 구간이 지나면 배낭보다 몸이 더 무겁다는 사실을 깨닫겠지만, 첫날만큼은 모두 표정이 밝다.
한남정맥 때에는 15~17명 정도였는데 산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는지
회원들이 꾸역꾸역 늘어났다.
뒤풀이 자리에는 무려 29명이나 모였다.
모두 굳은 의지가 엿보인다.
"이번에는 끝까지 가보자."
속으로는 그렇게 다짐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400km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다짐은 비슷하다.
처음에는 "끝까지 완주하자."겠지.
그게 끝까지 유지 되기를. . . . .
 
그런데 아이쿠, 월송님은 늦잠을 잤는지 알람 셋팅이 잘못되었는지
도착하지 못했다. 모두를 기다리게 하기가 부담스러웠는지 차를 끌고 직접 올라왔다.
어디서 접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사히 합류했다.
낙동정맥 첫날부터 개별 작전이 시작된 셈이다.
대전에 사는 다올님은 발가락 골절이라 산행은 하지 못했다.
그래도 낙동정맥의 시작날을 그냥 넘길 수 없었는지 뒤풀이에
참석해 자리를 함께해 주었다.
몸은 쉬고 있지만 마음은 이미 정맥길 위를 걷고 있었다.
 
피재에서 낙동정맥 분기점으로 이동한 뒤 배낭을 내려놓고 매봉산을 다녀온다.
나는 산길 대신 임도를 따라 천천히 올라가다 대간길과 합류한다.
정상에 오른 회원들은 신령님의 기운을 듬뿍 받아왔는지 얼굴빛이 환하다.
매봉산의 기운이 얼마나 강한지 앞으로 낙동정맥을 끝까지 완주하게 해 줄지,
아니면 다음 구간부터 다리만 더 무겁게 만들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정맥분기점에 모여 안전산행을 위한 기원제를 올린다.
십시일반 배낭에서 제물을 하나씩 꺼내 놓는다.
400km의 긴 여정을 시작하며 무탈한 산행을 기원하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부디 아무도 다치지 말고, 웃으며 마지막 구간까지 함께 갈 수 있기를….
 
작은피재는 스치듯 지나고 대박등 역시 우회로를 따라 지나쳤다.
그런데 뒤따라오던 산친구에게
"저기가 대박등인데 그냥 지나쳐 왔어요."
했더니,
"빽 해서라도 들렀다 가야죠."
라고 한다.
아, 이건 아닌데….
어쩔 수 없이 다시 대박등으로 향한다.
그런데 올라가 보니 그곳은 봉우리가 아니라 잔칫집이었다.
배낭마다 먹을거리가 쏟아진다.
14km 산행인데 식량은 마치 1박 2일 종주를 떠나는 수준이다.
산행인지 소풍인지 구분이 잘 안 된다.
대박등의 대박은 경치가 아니라 먹거리였다.
 
정맥길이라 길 상태가 거칠 줄 알았는데 강원도에서 둘레길 조성을
잘해 놓아 대간 못지않게 걷기가 좋다.
이렇게 쭉~ 이어지질 고대해 본다.
거리도 짧다 보니 쉴 만한 곳만 나오면 자연스럽게 휴식 시간이 된다.
그러면 어김없이 누군가의 배낭에서 먹을거리가 나온다.
특히 토종한쿡님.
혹시 출발 전에 편의점을 털어 온 것은 아닐까 싶다.
무거운 음료수에 콜라캔까지.
도대체 몇 개를 짊어지고 온 것인지 가늠이 안 된다.
산에서는 조금만 더 무거워도 투덜거리는데, 그 무거운 음료를 지고
올라온 정성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다. 자기 먹을것만 가져와도 된다.
어쩌면 토종한쿡님 배낭에는 아직도 뭔가 더 들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촌우님의 아이스크림이 인기다.
회장님이 분배를 하는데 등력 좋고 이쁘고 잘생긴 순으로 한다.
혹시 아이스크림을 늦게 받았다면 안 이쁘다는 얘기다.
나는 경로찬스를 써서 하나 얻었다.
 
유령산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석 인증 사진을 찍으려는데 자세를 좀 멋있게 잡아 보겠다고
정상석을 붙잡고 몸의 무게를 뒤로 실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평생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 같던 정상석이 갑자기 따라 넘어온다.
모양 빠지게 중심을 잃고 정상석과 함께 뒤로 벌러덩.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지만 보는 사람들은 웃음이 터진다.
유령산에서 유령을 본 사람은 없었지만 정상석과 함께 넘어진 사람은 있었다.
아마 정상석도 속으로는 많이 놀랐을 것이다.
 
산행을 마치고 폐역이 된 통리역에서 단체 사진을 찍는다.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는 역사를 바라보며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어서 태백 시내의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연못도 둘러본다.
작은 샘에서 시작한 물줄기가 굽이굽이 흘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강이 되듯,
오늘 시작한 낙동정맥도 그렇게 긴 세월의 추억이 되어 갈 것이다.
400km 가운데 겨우 14km를 걸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지금은 모두 웃음이 넘치고 다리도 멀쩡하다.
그러나 몇 구간 지나면 무릎과 허벅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시작할 것이다.
그래도 함께 걷는 산친구들이 있기에 힘든 구간도 웃으며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낙동강이 작은 샘에서 시작되어 큰 강이 되듯,
우리의 낙동정맥도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마지막 구간을 마치는 날,
오늘의 이 설레던 첫 출발을 가장 그리워하게 되지 않을까?
낙동정맥의 긴 이야기는 이제 막 첫 장을 넘겼을 뿐이다.
 
에필로그
낙동정맥 400km.
이 까마득한 거리도 결국 한 걸음에서 시작된다.
첫날은 겨우 14km.
앞으로 비도 맞고, 더위에 지치고, 때로는 왜 시작했나 후회하는 날도 있겠지만,
함께 걷는 산친구들이 있기에 그 또한 즐거운 추억이 될 것이다.
낙동강이 작은 샘물에서 시작되어 큰 강을 이루듯,
우리의 낙동정맥도 그렇게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흘러갈 것이다.
앞으로 낙동정맥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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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코난 | 작성시간 26.06.10 고문님 산행기는 현실감이 팍팍 오네요. 정맥 열심히 따라 가겠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정진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0 코난님, 읽어 주시고 공감해 주시니 힘이 납니다.
    서두르지 마시고 한 걸음씩 즐기며 가시지요.
    함께 완주까지 화이팅입니다.
  • 작성자아코 | 작성시간 26.06.10 많이 다치신줄 알고..
    깜짝 놀랐네요~~
    그런데..
    고문님이 한번..넘어져주시니까
    다들 엄청 ^^즐거워했어요~~^^
  • 답댓글 작성자정진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1 저도 넘어지고 나서야 알았네요.
    한 번의 몸개그가 많은 분들께 웃음을 드릴 줄을. . . .
    크게 다치지 않고 액땜 제대로 했으니 앞으론 발보다 정신줄 단디 잡고 다녀보겠습니다.
  • 작성자거산(鋸山) 김상덕 | 작성시간 26.06.14 산행기에 사진에 정말 감사합니다
    즐겁고 유익한 내용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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