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유월이다.
년 중 가장 녹음이 짙고 푸른 유월,
유월의 산은 우아하다.
켜켜로 펼쳐 보이는 유월 산의 이 우아함을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어 우아함의 사전적 의미를 물어본다.
(우아하다.= 기품있고 아름답다.)
유월의 산은 정녕 기품이 있고 아름답다.
어느 하루고 어느 달이고 어느 계절이고
그저 오는 세월은 없다.
모질게 불어오는 바람,
황량하게 불어가는 바람,
받아들이고
삭이고
맡기고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자연, 그렇게 다시 온 유월
평화의 산,
유월의 산에 들어서는 내가 산을 그리지 말고
산이 나를 그리게한다면,
내가 산을 보는 게 아니라 산이 나를 보게한다면,
나무처럼, 바위처럼, 풀꽃처럼
내가 산의 일부분일 수 있게 한다면,
우아한 유월의 산에 나를 놓여나게 하자.
함백산(咸白山).
모자람 없이 모든 것을 품어 안은 넉넉한 산,
백두대간을 장쾌하고 헌걸차게 이으면서 민초들이 함백에 기대면
무량한 가슴으로 품어주는 산,
함백은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한 정암사를 품었다.
고려가 패망한 후 조정에서 일하던 신하들이 “두문불출” 죽음으로 항거했던 개성 두문동,
그 곳에서 살아남은 몇몇 신하들이 함백산에 숨어들어 은거하면서 그 곳을 두문동이라 하고
나라 잃은 한을 아라리를 부르며 달랬던 그 두문동이 함백에 있다.
또한 한강 발원지 검룡소가 함백산 금대봉 아래에 있다.
새로이 떠오르는 길,
영월 청령포에서 시작해서 삼척 바닷가 까지 이어지는 운탄고도가
함백 만항재를 지나면서 차량 접근이 용이한 만항재는
천상의 화원이 되어 인구에 회자되고...
함백은 영월과 황지, 정선의 경계에 있으면서
석탄 광산지로만 알려졌던 한반도의 험준한 오지에서
이제는 관광 자원이 풍부한 국민 휴양지로서 손색이 없는 곳으로 변모했다.
화방재를 지나서 옛 고개 사길령에서 점심밥을 먹었다.
운무에 싸인 태백은 하절기에도 말 그대로 크고 흰 산이었다.
수삼년에 한 번 올까말까한 산꾼에겐 아쉽고 궂은 날이지만
오늘 이 하루 영겁의 태백에게는 변화무쌍한 많은 날들 중, 찰나의 하루일 터,
그리고 천년을 견뎌낸 주목의 장엄함.
갖은 풍상을 전신으로 보여주면서도 결코 초라해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태백과 주목 앞에 감히 몸을 삼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날 초개처럼 흩어질지라도 존재하는 동안만은 자연의 모습이기를 기원하면서….
태백에서 예정지 문수봉으로 이어가야할 발길을 날씨 관계상 접고
당골광장으로 곧장 내려서서 산을 나왔다.
언제: 2026년 6월 7일
어디를: 함백산~만항재~수리봉~화방재~태백산~당골광장
누구와: 방원거사 회장님 외 35명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방원거사 작성시간 26.06.15 여름 나무가 뜨거운 햇살과 거센 비바람을 견디며
짙푸른 숲을 만들어 내듯이,
송강 고문님과 함께 걸었던
유월의 함백산과 태백산 능선길이,
우리에게는
말없이 깊어지고
단단히 익어가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늘 강건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
작성자小 Regal(박경찬) 작성시간 26.06.15 이렇게 라도
고문님의 글과 사진을 볼수있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
작성자젠틀맨(부회장 ) 작성시간 26.06.15 유월의 마지막 연두빛 신록을 담아주시러 먼곳까지 왕림해주시고 항상 힘이되어주시는 고문님께 무한 존경합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뵙겠습니다^^ -
작성자빛과소금 작성시간 26.06.15 고문님과 함께한 6월 함백-태백에서
또 한번 삶의 가치를 되돌아 보게 됩니다~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자연
그 자연의 일부분에 나를 놓아내듯
삶 또한 순리데로 역행하지 않으며
나를 내려놓을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한거 같습니다~
내가 산에 들려고 하는 관점에서
이제는 산이 나를 품을 수 있는 시선으로
산에 들어야 할거 같습니다~~
고문님의 일침에 또한번 산에 드는 자세를 배우고 갑니당~~^^ -
작성자딸기(산행대장) 작성시간 26.06.15 사길령에서 손수 부쳐오신 김치전~ 감동이었습니다...^^
두백에게 마음이 뺏긴 줄 알았는데..김치전에 마음이 뺏겼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