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우주를 보다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1. 한 페이지 요약 및 견해
생물학과 동물학, 그리고 진화 생물학을 연구한 저자는 테네시 주 남동부의 경사진 숲의 한 켠에 지름이 약 1미터 약간 넘는 원을 티베트 불교 승려들의 만다라 수행을 하듯 만들어 놓고 작은 원으로 숲의 질서와 작은 깨달음을 얻고자 자주 이곳을 찾아 자신만의 규칙으로 한 해 동안의 순환을 지켜보기로 한다.
1월1일의 관찰부터 12월31일까지의 관찰 중 43개의 꼭지를 모아 책으로 엮었다.
각각의 주제는 만다라의 생태와 만다라를 둘러싸고 있는 생태 속에서 작가의 관찰과 사유 그리고 긴 기다림과 애정으로 이뤄졌다.
생물학에서 35개의 집단(문門)으로 분류하는 동물계에서 인간이 동물의 다양성으로부터 소외되어 살고 있다는 작가의 겸손한 견해와 진화론적으로도 우리 인간이 동 식물과 비교했을 때 결코 우월한 종이라고 규정지을 수 없다는 주장과 관련 된 논증은 매일 숲을 만나는 필자의 마음가짐을 단번에 고쳐 주었다. 그렇다. 나는 언제나 숲을 이루고 있는 만물보다 우월한 종이었다. 그래서 늘 팔짱을 끼고 눈을 내리 깔며 나의 시야에 들어오는 만큼만 관찰하였고, 나만의 기준으로 그들을 규정하였다. 이 얼마나 가소롭고 우스운 짓 이었던가.
흙의 주요 식량 공급원은, 죽음이다. 모든 육상 동물, 잎, 먼지 입자, 배설물, 나무줄기, 버섯 갓 등은 언젠가 흙으로 돌아갈 운명이고, 모든 생물의 탄생의 시작 또한 흙에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만물의 탄생과 죽음의 운명이, 그 시작과 끝은 결국 하나의 실처럼 연결 되어 있다는 생물의 이치를 이해하고 겸허히 받아들인다면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지금부터 또 다른 삶의 터전이자 공존과 공생의 화합이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자연계가 될 것이다.
우리들 역시 평범하고 작은 만다라 같은 자신만의 세상과 일상에 대하여 소리와 특징, 장소의 느낌과 냄새, 복잡한 시각적 환경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주의를 집중하는 삶의 자세가 절실하다. 그리고 오로지 감각이 열정적으로 열리기만을 기대하고 기다려야 한다.
우리도 동물이다. 과일과 고기와 설탕과 소금에 끌리는 입맛, 사회적 계층과 패거리와 동료에 대한 집착, 인간의 피부와 머리카락과 체형의 아름다움에 대한 매혹, 끊임없는 지적 호기심과 야심을 지닌 생태적으로 진화적으로 풍성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영장류일 뿐이다. 살아 있는 만다라를 고요히 관찰하듯 자신을 관찰하고 발견하게 되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세계에 대한 유산을 재발견하고 스스로의 미래를 계발하는 한 가지 좋은 방법이다.
2. 나를 확장시킬 책 속의 내용들
p8
극히 작은 것에서 우주를 탐구하는 것은 여러 문화권을 관통하는 명상 주제다.
p16
지의류는 모든 생물이 꼼짝없이 얼어붙은 겨울에도 유연한 생리기능을 발휘하며 생기를 뿜어낸다. 지의류가 추운 겨울을 이겨낸 비결은 버림의 역설이다.
p17
결혼 생활이 다 그렇듯,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두 배우자 다 변화를 겪는다.
p24
해가 모습을 드러내면 눈은 횐 색의 부드러운 깔개에서 수천 개의 날카롭고 밝은 광원으로 바뀐다.
p33
추위를 막아주는 문화적 적응의 혜택을 스스로 저버리고 나니 그야말로 난데없이 겨울 숲에 떨어진 열대 유인원 신세다. 이런 조건에 훌륭하게 적응한 미국박새를 보니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p40
아침이 되면 이 숲의 미국박새 개체군은 겨울의 고난에 더 훌륭히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자연 선택의 역설이다. 죽음이 삶을 완성하는 역설.
p40
안락함은 자연 선택을 무력화했다. 불과 의복을 선택한 대가로 영영 겨울에 적응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p54
'정상적인‘ 숲이 무엇인가에 대한 문화적 과학적 기억은 역사상 특정한 시기에 형성 되었다.
p62
가까이 갈수록 땅과 생명의 내음과 아름다움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p70
자연은 우리의 선 긋기 욕망에 부응하지 않는다.
p75
구름이 다 그렇듯 세찬 바람에는 한없이 약한 존재이기도
p77
숨을 고르고 꽃의 속도에 맞춰 나의 속도를 낮추려 애써보지만 뇌가 너무 빨리 돌아간다. 꽃의 느리고 품위 있는 동작을 따라가지 못하겠다.
p77
하늘을 향한 줄기의 아치는 봄이 가져다준 해방과 축하를 나타내기에 걸맞은 포즈다.
p81
노루귀는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살아갈 뿐이며 인류가 등장하기 수백만 년 전부터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숲에 서식했다. 게다가 우리의 명명법은 편협한 구분법을 자연에 들이댄다.
p85
돋보기는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들여다보는 창이다. 이러한 아름다움은 여러 층위로 이루어져 있어서 우리의 일상적 시각으로는 발견의 기쁨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p87
되살아난 숲의 생명력이 사방에서 나를 감싸, 주체할 수 없는 활력으로 내 정신을 고양한다.
p87
봄 한철살이 식물은 땅속에서 남몰래 장수를 누린다.
p100
늘 그렇듯 자연은 대답을 내놓지 않는다.
p103
숲을 직접 대면하면, 겸손한 자세로 자신의 삶과 욕망을(모든 위대한 도덕 전통의 뿌리가 된) 더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우리는 선물을 내팽개치고 우리가 직접 만들어낸 세계를, 조화롭지 않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은 세계를 꿈꾼다.
나무는 우리에게 보금자리와 종이를 선사하며 정신과 영혼을 풍요롭게 한다.
p110
짧은 생일수록 더 찬란하게 불태워야 한다.
p111
우리를 비롯한 여느 생물과 마찬가지로 꽃은 진화 과정에서 적응에 적응을 거듭하여 다양성과 통일성 사이의 긴장, 개성과 전통 사이의 긴장을 만들어냈다.
p114
나무의 물 공급 체계는 놀랄 만큼 효율적이다. 줄기를 통해 물을 끌어올리는 데는 태양의 힘을 빌릴 뿐 자체 에너지는 전혀 쓰지 않는다. 뿌리에서 수관까지 물 수천 리터를 끌어올리는 기계장치를 사람이 설계한다 치면 숲에서는 펌프의 소음이 진동하고 디젤 엔진의 연기가 자욱하거나 전선이 어지러이 깔릴 것이다. 진화의 경제는 엄격하고 검소하기에 그런 낭비를 용납하지 않는다. 나무 속의 물은 고요하게 술술 흐른다.
p117
나무는 아무 노력도 들이지 않는다. 단풍나무와 히코리는 각자의 방식대로 현실의 제약을 극복하여 역경을 이겨내고 승리를 거두었다.
p122
동쪽 지평선 위로 복숭앗빛 얼룩이 어둠에 스며들자, 깜깜하던 천구가 희미하게 빛을 발한다.
p128
인식의 불꽃
p129
나무들의 섹스
나무들은 아무에게도 잘보일 필요가 없다. 바람이 꽃가루를 나르기 때문에, 곤충의 눈과 혀를 유혹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나무의 꽃은 꼭 필요한 실용적 요소만 남기고 군더더기를 다 없앴다.
p136
자연 선택은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데 유리한 특징이라면 무엇이든 환영한다.
p145
나무의 섬유 조직이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뜯겨져 나갈 때마다 숲에서는 신음 소리와 쩍 갈지는 소리가 들린다.
p146
바람의 힘에 대한 나무의 대답은 자의류의 도와 일맥상통한다. 맞서 싸우지 말고 저항하지 말라. 휘고 구부러지면서 적이 기진맥진 하기를 기다리라.
p147
노장사상이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무는 도를 따른다’가 아니라 ‘도는 나무의 길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p148
나무가 생명의 짜임에 이바지하는 것은 죽고 난 뒤가 태반이다. 그래서 숲 생태계의 생명력을 측정할 때는 고사목의 밀도를 기준으로 삼는다. 쓰러진 줄기와 가지 때문에 곧장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면 훌륭한 숲이다. 숲 바닥이 깨끗한 것은 건강하지 않다는 신호다.
p186
인간 경영자는 예측 능력과 함리적 사고를 동원하지만 자연 선택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던져 비효율적인 것을 버리고 생산적인 것을 택한다.
p188
만다라의 생물들은 저마다 생태적 생리적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오랜 자연 선택을 통해 다양한 생식 방법을 발전시켰다. 달팽이의 암수한몸 포옹은 우리 눈에는 기이하게 보이지만, 자연에서의 생식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유연하고 다양하다는 사실을 상기 시킨다.
p196
숲의 생명 중 얼마나 많은 것이(가까이 들여다보아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가를 새삼 깨닫는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p199
반딧불이는 반짝이는 불꽃과 은은한 빛으로 우리를 매혹시켜 즐거움을 선사한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처럼, 다채로운 새소리처럼, 불빛을 반짝거리는 반딧불이는 자연의 진정한 경험을 가로막는 안개를 걷어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웃음을 터뜨리며 반딧불이를 쫓는 아이들은 곤충이 아니라 경이로움을 잡으려는 것이다.
p203
키 작은 식물 중에서 휴면에 들어가지 않은 것들은 가난에 삶을 적응하여 빛의 부스러기로 연명한다.
p208
인간 아닌 동물에게 고통의 무게가 가벼우리라고 생각할 근거는 전혀 없다. 마찬가지로 의식이 인간에게만 주어진 선물이라는 통념은 실증적 근거를 찾을 수 없는 가정에 불과하다.
p225
자연을 사랑하고 인류를 증오하는 것은 비논리적이다. 인류는 전체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진정으로 사랑하려면 인류의 창의성과 놀이 본능 또한 사랑해야 한다. 인간의 인공물이 남아 있다고 해서 자연이 아름답지 않거나 일관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물론 우리는 덜 탐욕스럽고 덜 어지르고 덜 낭비하고 덜 근시안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책임감을 자기 혐오로 바꾸지는 말자. 우리의 가장 큰 실패는 세상에 대한 연민을 품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우리 자신도 포함된다.
p255
너무 흔해서 녀석들이 얼마나 소중한 선물인지 잊어버리기 쉽다.
p263
숲에 잠입하려면 자세를 낮추고 동작을 멈추고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p269
인류 역사와 마찬가지로, 생태와 진화의 서사를 만들어가는 것은 대륙을 가로질러 새로운 땅에 정착하는 소수의 개인이다.
p273
개체와 개체가 조금씩 다르다는 사실은 자연의 역사에서 사소한 부분에 불과한 것 같지만, 이러한 변이성이야말로 모든 진화적 변화의 바탕이다. 다양성이 없다면 자연 선택도, 적응도 있을 수 없다.
p280
호모 사피엔스는 표정을 읽는 동물이다. 우리는 일생 동안 숱한 정서적 판단을 하며, 얼굴을 볼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빠르게 판단을 내린다.
나는 숲을 관찰하는 것이 곧 나 자신에게 거울을 들이대는 것임을 깨닫는다.
p285
우리는 다채로운 빛의 향연을 갈망한다. 너무 오랫동안 한 분위기에 젖어 있다 보면 새로운 것을 바라게 마련이다. 우리가 이따금 권태를 느끼는 것은 변함없는 하늘 아래에서 살아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p305
우리는 나무가 쓰러진 뒤에야 이것이 얼마나 거대한 생명체인지 알 수 있다. 바닷가에 떠내려와 죽은 고래처럼 말이다.
p308
젊은 나무들의 치열한 경쟁은 숲의 조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p309
폭풍우가 절정에 이르면 나의 무력함에 오히려 기묘한 편안함이 느껴진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폭풍우가 꿈쩍하지 않음을 알고 순응하면, 몸은 흥분에 휩싸였는데 마음은 맑은 신기한 상태가 찾아온다.
p312
숲은 기후 변화의 전면 공격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었다. 연소된 탄소의 절반을 숲과 바다가 흡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 같은 숲의 완충 효과가 감소했다. 점점 더 많은 화석 연료를 태우고 있는 상황에서, 나무가 대기 중의 탄소를 빨아들이는 양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p318
다채로운 숲이 헐벗은 들판보다 잡초의 침입을 덜 받는 것처럼 말이다.
흙 속의 기묘한 형태를 엿보며 가장 신기한 몇몇 것들에 이름을 붙이지만 이해는 거의 하지 못한다.
p320
식물은 협력의 본보기다. 광합성이 가능한 것은 잎에 들어 있는 고세균 덕이고, 호흡이 가능한 것은 내부의 조력자 덕분이다. 뿌리는 이로운 균들의 땅속 그물망을 연결한다.
p323
모든 관계가 생명의 역사에 아주 깊숙이 뿌리 내린 만큼, 개별성의 환상은 설 자리가 없으며 홀로 존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p325
우리가 풍부한 경험을 누리지 못하는 이유는, 서식 가능한 면적 중에서도 매우 특이한 구석에서만 살아가기 때문이다. 우리가 마주치는 동물은 이 유별난 틈새에 서식하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p331
흙의 주요 식량 공급원은, 죽음이다.
p342
단절의 충격은 어떤 점에서 내게 안도감을 선사했다. 세상은 나를, 또는 인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자연계의 인과적 중심이 만들어지는 데 인간은 전혀 기여하지 않았다. 생명은 우리를 초월한다. 인류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므로 우리는 바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딱따구리가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며 겸손함과 뿌듯함을 느꼈다.
p345
평범한 장소에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그곳을 경이로운 곳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음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p346
우리들 각자는 오래된 숲 못지않게 복잡하고 깊숙한, 저마다의 사연이 담긴 만다라에서 살아간다.
자신을 관찰함으로써 발견하게 되는 것 중 하나는 주위 세상에 대한 친밀감이다. 생명 공동체를 명명하고 이해하고 향유하려는 욕망은 인간성의 일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