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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부의삶

(안해) 남의 편이 꼴보기 싫을때

작성자애니멍|작성시간25.07.05|조회수2,416 목록 댓글 14

 
결혼식을 다녀왔어요
그리고
밥 먹으러 갑니다
 

 
남의편이 가져다 줬어요 
 

 
다 먹으면 또 가져다줘요 음료수도 떠다주고 거의 앉아서 받아 먹었습니다 ㅎㅎ
 
이러니 친지들이 자상하고 가정적인 남자라며 최고의 신랑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시댁에서 제 칭찬도 곧잘 해요 그러니 친지들이 저에게 잘해주기도 하고요
왜 똥개를 주인이 발로 차면 다른 사람도 쉽게 생각하고 걷어차듯이 
주인이 이뻐하는 개는 보는 사람도 같이 이뻐하게 되는?
 
그런데 집구석에서는 무수리 신세 ㅋㅋ
살림하다보면 그렇죠 그러다 꼴보기 싫을때 썼을까요ㅋㅋ
 
 
 


 
김유정 (1908.02.12. - 1937.03.29) 일제 강점기 소설가
 
강원도 춘천 출생. 1935년 소설 <소낙비>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노다지>가 《중외일보(中外日報)》에 각각 당선됨으로써 문단에 등단하였다. 폐결핵으로 인해 29세에 요절하기 전까지 불과 2년 동안의 작가 생활을 통해 30편에 가까운 작품을 남길 만큼 창작욕이 왕성했다.

대표작 <금 따는 콩밭>은 농촌을 배경으로 인간의 어리석은 욕망을 그리고 있으며 <봄봄>은 머슴인 데릴사위와 장인 사이의 희극적인 갈등을 소박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필치로 그린 농촌소설이다. 그 밖에 <동백꽃>, <따라지>, <만무방>, <땡볕> 등의 단편이 있다.

 
- 네이버 지식백과
 


 
 
나는 숙명적으로 사람을 두려워합니다.
그것이 결국에 말 없는 우울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상당한 폐결핵입니다. 매일같이 피를 토합니다.
나와 똑같이 피를 토하는 여성이 있다면 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단 사흘만 깨끗이 살아보고 싶습니다.
 
- 잡지 <여성> 인터뷰

 
 
김유정은 명창 박녹주에게 사랑을 구걸하며 스토커처럼 집착했어요.

 
당신이 무슨 상감이나 된 듯이 그렇게 고고한 척하는 거요.
보료 위에 앉아서 나를 마치 어린애 취급하듯 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분하오.
그러나 나는 끝까지 당신을 사랑할 것이오.
당신이 사랑을 버린다면 내 손에 죽을 줄 아시오.

오늘 너의 운수가 좋았노라.
그 길목에서 너를 기다리기 3시간,
만일 나를 만났으면 너는 죽었으리라.


엊저녁에는 네가 천향원으로 간 것을 보고 문 앞에서 기다렸으나 나오지 않았다.
만일 그때 너를 만났다면 나는 너를 죽였을 것이다.
그러나 좋아하지 마라.
단 며칠 목숨이 연장될 따름이니까.
 
(박녹주에게 보낸 혈서)

 
 
그리고
김유정은 폐결핵으로 건강이 악화되었는데 처음 보는 사람도 그의 병환을 걱정할 정도였습니다.

 
친구였던 천재 시인 이상은 자신의 소설 <실화(失花)>에 다음과 같이 씁니다.

유정! 유정만 싫다지 않으면 나는 오늘밤으로 치러버리고 말 작정이었다.
한 개 요물에게 부상해서 죽는 것이 아니라,
27세를 일기로 하는 불우의 천재가 되기 위하여 죽는 것이다.
유정과 이상 - 이 신성불가침의 찬란한 정사(情死)

-->
 
이상은 어차피 병으로 죽을 거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게 더 의미 있다며
가난과 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같은 처지의 김유정에게 동반자살을 권합니다.
 
하지만 김유정은 삶에 대한 의지가 강했어요.

 
그리고
죽기 전 <필승전> 친구에게 마지막 편지를 씁니다.

필승아, 나는 날로 몸이 꺼진다. 이제는 자리에서 일어나기조차 자유롭지 못하다. 밤에는 불면증으로 하여 괴로운 시간을 원망하고 누워 있다. 그리고 맹열(猛熱)이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딱한 일이다. 이러다가는 안 되겠다. 달리 도리를 차리지 않으면 이 몸을 다시는 일으키기 어렵겠다.

 
필승아, 나는 참말로 일어나고 싶다. 지금 나는 병마와 최후의 담판이다. 흥패가 이 고비에 달려 있음을 내가 잘 안다. 나에게는 돈이 시급히 필요하다. 그 돈이 없는 것이다.

 
필승아, 내가 돈 백 원을 만들어 볼 작정이다. 동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네가 좀 조력하여 주기 바란다. 또다시 탐정 소설을 번역해 보고 싶다. 그 외에는 다른 길이 없는 것이다. 허니, 네가 보던 중 아주 대중화되고 흥미 있는 걸로 두어 권 보내 주기 바란다. 그러면 내 50일 이내로 역하여 너의 손으로 가게 하여 주마. 하거든 네가 극력 주선하여 돈으로 바꿔서 보내 다오.

 
필승아, 이것이 무리임을 잘 안다. 무리를 하면 병을 더친다. 그러나 그 병을 위하여 무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나의 몸이다. 그 돈이 되면 우선 닭을 한 30마리 고아 먹겠다. 그리고 땅꾼을 들여 살모사, 구렁이를 10여 마리 먹어 보겠다. 그래야 내가 다시 살아날 것이다. 그리고 궁둥이가 돈을 잡아먹는다. 돈, 돈, 슬픈 일이다.
 

필승아, 나는 지금 막다른 골목에 맞닥뜨렸다. 나로 하여금 너의 팔에 의지하여 광명을 찾게 하여 다오. 나는 요즘 가끔 울고 누워 있다. 모두가 답답한 사정이다. 반가운 소식 전해 다오. 기다리마.
 
 
3월 18일 김유정으로부터


 
돈백원 구렁이 열마리가 간절했습니다.
이후
1937년 3월 29일 2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납니다.
그의 친구 이상은 19일 뒤인 4월 17일 도쿄에서 폐결핵으로 숨을 거두어요.

 
김유정은 마지막까지 박녹주에 대한 집착으로
'녹주, 너를 연모한다'라는 혈서를 벽에 붙어놓았어요.
그렇게 남겨진 박녹주 여인의 삶도 평탄하지는 못했습니다.
 
그것이 사랑이었을까요.
그러면 안 되었을 김유정의 삶도 아프고 그 집착도 아픕니다.
 
 


 
 
김유정 단편선에 <안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문학과 지성사

 

<안해>는 남편의 시점에서 바라본 아내에 대한 서술입니다.
 
아내의 외모를 욕하며 무시합니다.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고 감정 쓰레기통 취급하며 매질을 일삼아요. 폭력과 비하의 근거를 생긴 것으로 지적하며 상대의 감정 따위는 안 중에도 없습니다. 자신의 소유물이니 상관없어요. 아이를 낳는 쓸모 이용 수단으로 여기며 죄책감도 없습니다.

 
그러다 들병이에서 애 낳는 수단으로 집에 앉히기로 작정합니다. 애를 낳는다면 한 놈 당 벌어들일 돈을 계산하는 무능력의 바닥을 봅니다.

아내를 우스운 모습으로 희화화 비하하지만 읽으며 그 서술에 신뢰감은 없어요. 오히려 폭력적이고 무차별적인 욕설에 그의 무식함과 비인격적인 모습이 돋보입니다. +.+



 


아이들과 같이 보고 있는 책인데요.

김동인의 <감자> 작품에서 복녀는 15살에 홀아비에게 80원에 팔려 시집을 가요.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그 어린 나이의 자식을 돈 받고 팔 수 있냐며 지금 태어나서 다행이라며 놀랐어요.

 
* 들병이 : 남편이 있지만 어려운 생계로 인해 술을 팔고 창녀 노릇을 하게 된 사람들

그 당시 아내를 들병이로 내보내야 할 만큼 먹고사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남자는 일할 곳이 없고 여자는 몸을 팔고 부모는 자식을 팔아야 했던 시대였죠.
당대의 비참한 현실을 해학적 반어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안해 > 아내의 입장을 상상하며 써봅니다

 
 
나의 외모는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다. 생긴 모양은 부모가 물려주는 것인데 나는 부모를 선택할 수 없었다. 나의 책임과 잘못이 아닌 타고난 외모를 가지고 가만히 있을 때도 먼 산을 바라보는 도야지 같은 년이라고 놀리며 언어폭력과 인격모독을 일삼는 나의 남편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다.

 
남편의 상판대기는 채 익지도 못하고 말라비틀어져 떨어진 밤송이처럼 생겼다. 나 또한 쭉정이 된 밤톨을 바라 보는 기분이 좋지 않다. 그런데 배 따뜻하게 먹이지도 못할 같잖은 능력으로 나의 생긴 모양을 년년 거리며 낯짝이 어떻다며 잔소리를 마빡 터지게 지껄인다. 그런데 내가 나은 자식새끼는 끔찍이 생각한다. 내 생김새와 못나 빠진 지딴의 상판도 있는데 끔찍한 보물처럼 대하는 꼴이 눈깔이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내 코를 도야지 코라고 놀리다가 또 어느 날은 코가 훨씬 좋아 보인다며 발정이 난 개처럼 굴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못 이긴 척 옆을 내주는데 헤어져 남이 될 거 아니면 이렇게라도 부부의 정을 붙여 살아야지 하는 넓은 아량인 것을 밴댕이 같은 저놈이 알 리가 없을 것이다.

 
먹을 때는 개도 안 건 들거늘 애 젖 빨리며 키워 놓고 보니 기 빠지고 회복 안 된 몸이 쑤시고 종일 굶주린 배로 밥을 좀 먹었는데 밥버러지 취급을 하며 경을 칠 년이라며 나무라는데 서러워서 똘똘이만 아니면 벌써 도망갔을 것이다.
 

말로 천 냥 빚도 갚거늘 해대는 말마다 정떨어지고 대갚음해 주고 싶은 독기만 차오른다. 나도 저 같은 인간 만나지 않았으면 서로 못났어도 감싸주며 공짜 말이라도 살갑게 하며 겨우 먹고살면서도 오순도순 살았을 것이다. 나를 선택한 못난 탓을 스스로 해야지 나도 그래서 그냥 참고 사는 것이다. 나라고 저놈이 맘에 드는 것이 아니다. 마누라 밥도 제대로 먹이지 못할 주제에 애새끼는 자꾸 낳으라고 하는 대책 없는 인간이다.

 
사람은 외모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내실이며 재능이다. 겉모습이 다는 아니란 말이다. 내가 흥을 알기에 가락을 배우면 들병이로 나서서 뽐낼 수 있을 것이다. 돈도 벌 수 있고 지금 사는 행색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런데 그딴 얼굴이 가당키나 하냐면서 또 개잡듯 막 뚜드리는데 그래도 해보고 싶은 욕심에 더러운 마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은 미워도 된다고 구슬려보니 네년이 되겠냐는 듯이 허락을 하여 얼씨구나 했다.

 
그런데 노래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풀 수 있는 매력이 있었다. 노래를 하는 동안 남편의 구박과 이렇게 태어난 내 신세의 설움이 위로가 되었단 말이다. 담배도 배워보니 내 안의 시름과 고통이 한숨 한숨으로 덜어내며 또 맛이 있는 것이다. 거기에 술 한 잔까지 더한다면 말해 뭐 하리.

 
어서 들병이로 나가 나를 알아봐 주는 남정네도 만나고 돈도 벌고 싶었다. 어떤 놈팡이를 만나도 지금 같이 사는 저 인간을 대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 술도 같이 먹어주고 내 노래와 이야기를 들어주고 거기에 돈도 줄 것이 아닌가.
 

그런데 걱정과 달리 나를 알아봐 주는 이 뭉태를 만나고 그와 술 한잔하며 인생을 논하고 한 곡조 뽑으며 한을 푸니 다른 세상의 즐거움이 여기 있었다. 한편으론 무시와 핍박을 벗어난 해방감에서 간간이 똘똘이가 걱정되고 그래도 서방이라고 생각이 났다. 그러다가 집으로 돌아갈까 했는데 들병이로 돈을 벌어 가면 내 입장도 나아질 것이고 서방도 그렇게 생겨 먹은 얼굴로 뭘 할 수 있겠냐 그만 업신여기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이란 말인가. 어찌 알고 찾아왔는지 그 더러운 성질 중 결국 못 볼 꼴을 보고 말았다. 뭉태를 던지고 술상을 뒤엎고 나를 질질 끌고 나가더니 깔고 올라타 죽일 작정이었다.

 
그냥 죽은 듯이 있었더니 나를 등에 업고 집으로 데려간다. 이놈아 꼬부라진 할미꽃이라며 우습다며 내 꼴을 비웃더니 뭐가 걱정되어서 이 난리를 치고 이리 모셔가는 것이냐. 다시 또 생긴 걸로 욕지거리 모욕한다면 그때는 못 찾을 곳으로 멀리 도망갈 터이니 그리 알거라.

 
팔다리의 힘을 더 빼고 서방의 등짝에 몸을 맡긴다. 곧 똘똘이도 만나리라.

 

* 안해 - 집안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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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시골에서 사는 아줌마 | 작성시간 25.07.06 ㅋㅋ대며 읽었어요
  • 작성자청포도향기 | 작성시간 25.07.06 이 좋은 글을 왜 익명으로.. ㅠㅠ
    구독을 못 하네요
  • 작성자lovelife92 | 작성시간 25.07.06 저 책을 읽어 봐야 겠네요 ^^
    님의 글을 읽으면서 염상섭의 표본실의 청개구리 도 갑자기 생각났어요
    그 시대에 그런 책을 썼다는 거 자체가 놀라웠어요
    시간 나실 때 한번 보세요
  • 작성자영국신사 원더펫 | 작성시간 25.07.06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직장인으로 경제인으로만 삶을 살아갔는데 쉼표처럼 불과 몇십년전 그들의 생각과 힘듬을 다시 느껴봅니다 ^^
  • 작성자HOPE | 작성시간 25.07.06 오~ 지금 강원도 춘천!
    김유정 역에서 레일바이크도 타구~
    신나게 여행중입니다~
    김유정에 관한 글 ...너무잘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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