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년,
러시아 퉁구스카의 하늘에서 불이 터졌다
땅은 맞지 않았지만 하늘에서의 폭발만으로도 숲은 쓰러졌고
자연은 한순간에 기억을 잃은 듯 침묵했다
지름 몇백 미터에 불과한 돌 하나가
인간에게 “너희는 아직 작다”고 말하듯.
그보다 훨씬 이전,
6,600만 년 전 유카탄 반도에 떨어진 거대한 운석은
공룡의 시대를 끝냈다
그날 이후 지구는 다시는 이전과 같은 얼굴을 갖지 않았다.
강자는 사라졌고
작고 연약했던 존재들이 시간을 건너 살아남았다
그리고 이 땅,
우리가 발 딛고 사는 한반도에도
아주 오래전 합천 초계분지 어딘가에
백 미터도 되지 않는 운석이 떨어졌다고 한다
그 둥근 분지는 지금도 마치 말 없는 질문처럼 남아 있다.
“이곳도 한때는 하늘의 선택을 받지 않았느냐”고.
만약 미래에
지름 10킬로미터짜리 운석이 떨어진다면
그건 영화도 상상도 아니다
그날은 기술이 침묵하고
국경과 이념이 무의미해지는 날일 것이다
우리는 작은 운석은 막을 수 있다
미사일로, 태양빛으로, 계산과 확률로.
하지만 10킬로미터의 돌 앞에서
인간은 다시 자연 앞의 원시적 존재가 된다
그 크기 앞에서는
문명도 신앙도 과학도 잠시 숨을 고를 뿐이다
아마도 인간은
완전한 멸종은 면하겠지만
거의 그에 가까운 상처를 입을 것이다
도시는 사라지고,
전력은 끊기고,
지식은 종이와 기억 속에서만 남는다.
수천 년이 흐른 뒤
어찌어찌 살아남은 사람들이
낡은 기록을 더듬어 과거를 복원하려 할 것이다
글자를 다시 배우고,
쇠를 녹이고,
바퀴를 다시 발명하며
산업혁명의 초입까지는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써버렸다
석탄도, 석유도, 가스도
가장 쉬운 곳의 자원은 이미 과거의 우리 손에서 사라졌다
미래의 인간은
더 깊고, 더 위험하고, 더 비싼 땅속을 파야 할 것이다
에너지가 없으면
컴퓨터도, 위성도, 반도체도 없다
기억은 있어도
다시 올라갈 사다리는 사라진 셈이다.
그때의 인간은
지금의 우리를 이렇게 부를지도 모른다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세대”라고.
운석은 언젠가 다시 떨어질 것이다
그건 확률의 문제이지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
우리가 무엇을 남길 것인가는
여전히 선택의 문제로 남아 있다
돌은 하늘에서 오지만
문명의 운명은
지금 이 순간의 인간이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