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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부의삶

“그기 돈이 되나?” -- 실용주의에 대하여

작성자호중유천|작성시간26.01.04|조회수891 목록 댓글 4

<재벌집 막내아들>의 주무대인 순양그룹을 국내 최대 재벌로 키운 진양철 회장이 중요한 결정 때마다 묻는 질문은 단순하다.

 

그기 돈이 되나?”

 

진양철 회장의 말은 글자 그대로 그 일로 돈을 벌 수 있느냐, 번다면 크게 벌 수 있느냐라는 의미다. 그 기준에 맞으면 법의 경계를 넘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실행하는 것이 진양철의 특징이다.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적산(敵産)을 편법으로 갈취하여 종잣돈을 모으고 군부독재 시절 정권과 유착하여 부를 늘린 그의 생존 방식이다.

 

그의 치부 방식은 그 시대에 맞는 생존방식이었지만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비판받을 점이 한둘이 아니다. 아니, 예전의 시각으로 보더라도 국가의 부를 사유화함으로써 부를 축적하는 일이 정당하다고 하는 사람은 드물다.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적어도 남 앞에서 자랑스레 떠들지는 않는다. 속셈이야 어떻든 겉으로는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하여 하는 일이라 말한다.

 

그렇지만 진양철의 말에도 곰곰이 생각해볼 점은 있다. 그게 돈이 되느냐는 질문에 담긴 실용주의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말로 압축된 영국의 공리주의는 다소 삭막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본디 국민 전체의 행복을 증진시킨다는 목적을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사상에 미국으로 건너가 발전한 것이 실용주의다. 어떤 사상이든 이론이든 힘을 가지려면 현실에서 검증했을 때 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효과는 되도록 많은 사람이 인정할수록 더 확실하다. (조선 후기의 실학도 건축, 농업, 수학 등에서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시대를 잘못 만나 꽃피우지 못한 안타까움이 있다.)

 

그렇다면 되도록 많은 사람이 인정할 수 있는 효과 중 으뜸은 생존에 도움이 되느냐이다. 개인의 생존과 국가의 생존이다. 생존에 도움이 되느냐의 기준을 단계별로 구체화하자면, 부의 증가 > 생산력 발전 > 기술력 발전 > 문화의 발전 등이고, 이 모든 발전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돈이라 할 수 있다.

 

진양철 회장이 그기 돈이 되나?”라고 물었을 때 그 자신은 돈 자체에 더 큰 관심을 가졌지만, 그의 무의식을 따라가 보면 위의 모든 단계가 전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진양철의 표현을 빌면, 돈이 생존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하지만 이 말을 듣고 돈 자체를 물신화하는 사람은 돈이 표상하는 실용주의라는 원리의 일부만 보는 셈이다.

 

*** 

 

실용주의적 질문은 개인이나 기업의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국가는 생존의 가장 큰 단위이며, 국가가 내리는 결정 또한 결국 그 선택이 생존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으로 수렴한다. 이 질문은 때로는 법과 규범, 기존의 질서를 압박하며 모습을 드러낸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으로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해 미국으로 이송한 사건은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명분은 마약 범죄였고, 미국은 자국법을 통해 세계 어디에서든 마약범을 체포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한 나라의 대통령을 군사적 작전을 통해 체포하는 행위가 과연 적법한가를 두고 미국 내에서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성문법보다 판례와 관행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의 정치·법 체계에서는 대통령 권한의 회색 지대가 적지 않다. 특히 전쟁 선포 권한처럼 의회의 승인을 필요로 하는 사안도, 대통령이 먼저 일을 벌인 뒤 사후 승인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밀어붙일 경우 제어가 쉽지 않다. 트럼프는 이러한 권한의 경계를 끝까지 밀어붙이고 있고, 의회와 연방대법원은 뚜렷한 제동을 걸지 못한 채 난처한 침묵이나 어정쩡한 판결을 반복하고 있다.

 

미국의 법적 문제는 미국이 해결할 일이다. 그러나 이 사건이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트럼프가 스스로 ()먼로주의라 부르는 그의 외교 원칙은, 과거 먼로 독트린의 미국 중심주의를 계승하되 그 영향력을 남미까지 노골적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남미에는 여전히 막대한 자원이 남아 있고, 그 자원을 중국이 선점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 역시 분명하다. 태평양과 인도양에 배치되었던 함대가 중남미 해역으로 이동하는 흐름, 그리고 그에 따라 일본과 한국에 국방비 부담을 더 요구하려는 움직임은 이러한 실용주의적 계산의 결과다.

 

동구 공산권의 몰락과 세계무역기구(WTO)로 상징되던 사해동포주의의 시대는 이미 막을 내렸다. 세계 금융위기, 러시아의 크리미아 병합과 우크라이나 침공을 거치며 각 국가는 다시 생존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이제는 각자도생의 시대이자, 각 나라가 살길을 찾아 합종연횡하는 시대다. 막연히 강자의 편에 서면 안전하리라는 기대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AI라는 기술적 발전은 자국 중심의 실용주의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서로 얽힐 수밖에 없는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국가는 종속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개인의 차원을 넘어 국가 차원의 생존을 도모해야 하는 과제는 그만큼 지난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다. 생존은 모든 생명체에게 주어진 가장 근원적인 명령이기 때문이다. 힘들다는 이유로 자포자기한다면, 남아 있던 가능성마저 사라진다. 한국의 생존을 이야기할 때, 더 많이 가지겠다는 욕심보다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부터 묻는 태도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지금은 성급한 해답을 내놓기보다, 질문의 방향을 다시 세우고 머리를 맞댈 시점이다.

 

* 쓰다 보니 약간 비장해졌네요. 감안하여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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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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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우유랑 | 작성시간 26.01.04 비장한 내용
    비장하게 읽었습니다 ~~^^
    트럼프는 결국 세계 최고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의 원유시장 노린게 아닐까요?
    막대한 미국의 자본을 쏟아부어서..
  • 답댓글 작성자호중유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1.04 원유가 큰 이유 중 하나지요.
  • 작성자오늘도 행복하게 만들자! | 작성시간 26.01.05 좋은글 감사해요^^
    이런 각자도생의 시대에 우리나라가
    세계선진국으로 흔들림없이
    우뚝서야하는데
    똑똑한대통령이 잘 헤쳐나가길~~~
  • 답댓글 작성자호중유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1.05 그나마 한국이 AI의 공급망에서 제법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국가적 지원이 대폭 강화되고 있으니 아직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쓸데없는 논쟁을 줄이고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것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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