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생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간단합니다.
"고등학교 내신 비중을 더 강화합시다. 학교에서 이탈한 아이들에게 더욱 불이익을 줍시다. 그러면 버틸 재간이 있겠어요? 학교로 다시 기어들어 오겠지. 아니면 대학 가지 말고 적당히 취업하고 살든가."
하지만 그렇게 대응할 문제는 아닌 것 같지만, 정부의 교육정책은 딱히 변할 기미는 없어 보입니다.
교육정책을 논하는 데에 있어 교육 관료와 교육서비스 공급자(교수, 교사)의 의견만 듣고, 교육서비스 수요자(학부모, 학생)의 의견은 개무시하는 정부 정책 방향이 과연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우선 현 교육방식은 성적 하위권 학생을 <버리는> 방식입니다. 왜냐하면 고등학교에서는 제로베이스인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켜 주는 게 아니라 이미 학원 등 사교육을 통해 선행학습을 했다는 전제로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수행평가에만 집중하는 쪽으로 교육방향이 잡힌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미 선행학습을 못 한 채로 고등학교에 진학한 하위권 학생의 선택지는 2가지 밖에 없습니다.
1) 선행학습을 한 학생들(= 고등학교에서 버리지 않을 학생들)이 밟고 올라갈 내신 하위권을 깔아주는 역할
어짜피 내신은 상대평가라 하위권이 많이 존재해야 중, 상위권들도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으므로, 고등학교 입장에서도 버리지 않을 학생들(선행학습을 했다거나 열심히 공부하려는 학생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버림패로 쓸 하위권 학생도 많이 필요함.
2) 학교 밖으로 나가 스스로 인생 개척하는 방안
학교 밖으로 나가 검정고시 보고 수능 준비하든지 해서 정시로 대학 입학하든지, 아니면 대학 대신 전문대나 빠른 취업 쪽으로 방향을 잡든지. 그것조차 아니라면 배달 알바라도 해서 돈 모아 나중에 자기 가게 차리든지.
학교도, 교사도 하위권을 챙기지 않는다는 건 아이들 본인이 잘 압니다. 이건 학교나 교사의 의지 문제일 수도 있지만 능력의 문제(= 챙기고 싶어도 챙길 여력이나 방법이 없음)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의지 탓이든, 능력 탓이든 결과적으로 하위권은 방치된다는 겁니다.
그리 되면 하위권 학생들이 학교에서 얻게 될 건 <학습화된 무기력> 뿐입니다.
'아, 나는 뭘 해도 안 되는구나.'
'나 혼자 노력한다고 해 봐야 뭘 어떻게 노력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이미 사교육 받고 온 애들을 따라잡는 건 불가능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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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도 안 되는 사람인가 보다. 그냥 포기하자.'
그래도 학교에 미련 가진 학생은 학교에 남아서 다른 학생들을 위한 디딤돌 역할에 만족해할 것이고, 그게 싫은 학생은 학교 밖으로 뛰쳐 나가겠지요. 고등학교 뿐만이 아니라 초중고 전체를 통틀어 자퇴율이 증가하는 추세인 데에는 이런 부분도 있을 겁니다.
> 관련 기사 : “저는 안되나봐요, 자퇴할래요”…밀려난 아이들 ‘탈학교’ 번진다 [사라진 하위권](헤럴드, 2026. 3. 27.)
| 학교생활에 좀처럼 마음을 붙이지 못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성적이었다. 집안사정으로 이씨는 사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때문일까, 학교 성적은 수직하락 했다. 이씨는 “고1 첫학기가 끝나고 기대 이하의 낮은 성적을 받으면서 자퇴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며 “고등학교에 들어오며 학원을 그만뒀고 혼자 공부량을 감당하기가 점점 버거워졌다”고 회상했다. 마침 주변에서도 자퇴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성적과 미래에 대한 고민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때를 돌이키면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자주 나눴던 대화 주제는 ‘탈(脫)학교’ 따위였다. 이씨는 당시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부모님에게 자퇴를 이야기했다. “내가 겪은 것과 비교하면 (요즘 힘든 건) 아무것도 아니다, 일단 졸업까지 버티면 된다. 나중에 가면 별 일 아니다”라는 말만 돌아왔다. 기댈 곳이 없다는 절망감이 커져갔고 버티기 힘들었던 그는 담임교사와 학교에 당일 통보로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중략) 학교 현장에서 팬데믹 이후 중·하위권 학생들의 위기가 ‘조기 이탈’로 번지고 있다. 교실 안에서 무기력이 확산하면서 학업 중단이라는 물리적 이탈도 급증세다. 헤럴드경제는 팬데믹 이후 ‘중·하위권 학생들이 학습을 포기하는 시점 자체가 빨라졌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중·하위권의 표면적인 학업 지표는 언뜻 회복세처럼 보인다. 헤럴드경제가 교육부에 요청해 입수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중학교 3학년 1수준 비율’ 자료에 따르면 수학 1수준 비율은 2020년 13.4%에서 2024년 12.7%로 감소했다. 1수준 비율이란 기초학력 미달에 해당하는 학생 비율을 의미한다. 학업 수준이 전반적으로 올라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숫자에서 4년 사이에 학교를 떠난 학생들의 존재는 드러나지 않는다.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전체 학업중단률은 2020학년도 0.60%(3만2027명)에서 2024학년도 1.06%(5만4516명)로 4년 새 약 1.7배 상승했다. 특히 고등학교 학업중단률은 같은 기간 1.08%(1만4439명)에서 2.08%(2만7065명)로 거의 두 배 뛰었다. 중학교도 0.45%에서 0.77%로 올랐다. 이유는 뭘까. 2024학년도 고등학교 학업중단자 2만7065명 가운데 질병·해외출국 등을 제외한 ‘부적응 중단’은 2만3025명이었다. 고교 학업중단의 약 85%가 질병이나 해외출국이 아닌 다른 이유로 학교를 떠난 것은 이례적이라고 교사들은 말한다. |
그러면 학교가 포기하지 않은 상위권 학생들은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상위권은 가장 경쟁이 치열한 영역입니다. 상위권 경쟁자들이 서로 공부를 잘 하기 때문에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에서 1문제만 더 틀려도 내신이 확 밀리는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지요.
그리고 내신 중심의 입시 제도에서는 내신은 곧 골품제와 유사하여, 과거 신라에서 골품에 따라 오를 수 있는 관직의 상한이 정해졌듯이 내신이 밀리면 내가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의 상한이 바뀔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특히나 태어날 때 정해진 골품을 후천적으로 뒤바꾸는 게 어렵듯이, 이미 정해진 내신을 추후의 시험에서 뒤집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이런 골품제적 내신 위주의 입시 구조에서는 <대기만성>이라는 것도 있을 수 없고, <한 번 실패했어도 다음에 만회한다>라는 개념도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내 골품(내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잘해야> 합니다.
그런데 본인이 상당히 유능하다고 여기는 학생이, 한 번 실수했다거나 해서 내신이 미끌어지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내신 중심 체제 바깥으로 나가는 방안(정시로 돌린다거나, 더 나아가서는 자퇴한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 관련 기사 : 지옥 같은 내신경쟁 때문에...‘자퇴 후 정시 올인’ 늘었다(서울경제, 2026. 2. 14.)
| 올해 서울대 정시 모집에서 검정고시 출신 합격자가 최근 11년 사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이나 지필고사 등 내신성적 관리에 시간을 쏟기 보다 자퇴를 통해 대입 수학능력시험에 이른바 ‘올인’ 전략을 택한 학생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2028학년도부터는 내신이 5등급제로 바뀌고 주요 대학이 정시 모집 전형에서 내신성적 반영 비중을 상향할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전략을 택하는 학생 비중이 차츰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중략) 이 같이 주요 대학에서 검정고시 출신 합격자가 늘어난 배경으로는 치열한 내신 경쟁을 피해 고교를 자퇴한 뒤 수능에만 매달린 최상위권 학생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상위권 학생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는 지난해 일반고 학업 중단율이 각각 2.6%, 2.7%를 기록하기도 했다. 검정고시 출신 수능 응시자도 꾸준히 증가하면서 2026학년도 수능에서는 2만2000여 명이 시험에 응시해 전체 응시자의 4.0% 수준에 달했다. (중략) 자퇴를 선택하는 학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내신 지필고사와 수능의 연계를 강화하는 한편 학생들의 학습 시간을 지나치게 갉아먹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 세특의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입시 업계 관계자는 “학종의 경우 평가의 불투명성, 작위적인 진로 연계, 교사별 기록 차이에 따른 공정성 문제, 과도한 사교육 유발 및 교육 불평등 재생산 등 문제점이 많다”며 “특히 입시에 최적화된 생활기록부를 만들기 위해 중산층 가계의 자녀까지 사교육이나 입시 컨설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도 여전하다”고 밝혔다. |
결국 현행 입시 제도는 상위권도 학교에서 이탈하게 만들고, 하위권도 학교에서 이탈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책은 간단합니다.
학교에서 이탈해서 도전할 기회인 <정시>를 더 억압해서 어떻게든 학생들이 죽어도 학교 안에서 죽게 만들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2028년 입시부터는 학교 이탈 정시러에게 상당한 불이익을 줄 예정입니다. 정부 생각에는 '이렇게까지 불이익 준다고 하면 학교에서 이탈할 생각은 꿈도 못 꾸겠지' 라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즉,
내신 잘 관리하다가 시험을 한 번 망쳤다? 네, 망친 내신에 맞게 꿈을 조절하면 될 일이지 자퇴 같은 것을 꿈꾸지는 말라는 겁니다. 어짜피 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1번만 있을 뿐, 뒤늦게 따라잡을 기회 같은 건 줄 생각 없으니까요.
감히 선행도 안 해 왔고, 공부 열심히 하려고 뒤늦게 마음 먹었어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자퇴 같은 것 꿈꾸지 말고 다른 학생들이 딛고 올라갈 내신 바닥을 잘 형성해 준 뒤, 알아서 재수든 삼수든 하라는 겁니다. (물론 재수의 길도 험난하긴 마찬가지입니다만) 아니면 선행도 안 해 왔고 기존에 공부도 안 해 온 <본인의 귀책사유>를 순순히 인정하고 4년제 대학 말고 다른 길을 알아서 잘 선택하라는 이야기가 되기도 합니다. 물론 명목상으로는 하위권 학생도 포기하면 안 되니까, 교사들에게 하위권 학생들에 대한 책임을 적당히 떠넘기고 있거나 더 떠넘기겠지요.
2028년 입시부터는 학교 이탈 정시러를 줄이기 위해 정시를 더 억압할 계획입니다. 그 때문에 앞으로 적어도 상위권 학생 중에는 자퇴생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정시러 억압의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수능 올인의 이점이 더 크다고 여기면 여전히 상위권 중에도 자퇴하는 학생은 계속 나올 수도 있겠지요.
(대학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도가 단기적으로 불변이라면) 이해찬의 교육정책을 고수하는 정치인들이 계속 교육정책을 주도하는 한 이런 흐름의 기본 뼈대는 안 바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최근 몇 년간의 정시 확대도 <조O 전 장관 관련 입시 비리 사건(→ 수시 강화는 가진 자 중심의 입시 비리에 더 취약하다는 여론 형성)> 때문에 발생한 예외적 흐름이었을 뿐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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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풀토끼 작성시간 26.03.27 놀거리도 수행과 스펙이라 형식적이고 재미없어요. 진정한 그 무엇도 없어요.
기성세대 밥그릇 위해서 어린애들 청소년들 지옥으로 몰아넣는 거죠. -
작성자리본짱 작성시간 26.03.28 둘째 인문계 안 보내길 잘 했다 싶어요.
공부 스트레스 입시 지옥 안 받는
특성화고 졸업하고 지방은 취업도 어려워서 타지방 취업 잘 되는 과 선택해서 대학 갔는데
군복무 끝나서 취업 앞두고 있네요. -
작성자echo나무 작성시간 26.03.27 교육자, 교육공무원은 평생이고, 학생 학부모는 3년이면 끝이라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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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한강자전거 작성시간 26.03.27 그렇죠. 학부모도 입시 끝나면 내 일 아니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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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히카르 작성시간 26.03.28 항의해봐야 교사들은 자기밥그릇이라 현유지
평가권력 못놓죠
학부모들도 기득권은 현유지
말로만 학생들불쌍하다할뿐
이제 검정고시마저 건드리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