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이러고 사는지 알지 못했다.
10대에는 상대가 웃으면 나도 웃었고
20대에는 상대가 원하면 나는 움직였다
30대에는 상대에게 인정받기 위해 내 몸을 굴렸고
40대에는 상대의 시선이 나의 향방에 영향을 줄까싶어, 나를 눌렀다.
나는 내가 끝없이 가라앉을지도 모르는 진흙땅에 서 있다고 느꼈다.
큰 구멍이 나 있을지도 모르는 갯벌 위에 쪼그리고 앉아
벽돌을 빚으며 하나씩 하나씩 내 주변에 성을 쌓고 또 쌓았다.
눈치벽돌, 인정벽돌, 성취벽돌.
이것들이 나를 지켜주리라 여겼던 것같다.
50대, 단단할 것 같은 땅에 발을 디뎠다.
그런데 아직도 벽돌을 쌓고 있다.
물론 더이상 눈치벽돌은 쌓지 않는다.
인정벽돌에도 시들해졌다.
무언가 일을 계획하고 성취하는데서 느끼는 성취감 벽돌.
습관적으로 나는 또 벽돌을 쌓고 있었다.
누가 나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성취감을 즐기는 사람,
상대의 인정을 받고자 하는 사람요.
"그거 말고요.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상대가 되물었다.
생각이 막혔다.
나는 어떤 사람이지,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거지?
도무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미간이 찌푸려졌다.
얼마간의 정적이 흐르고
순간, 나도 모르게 떠오른 말
"약한데 강한 척하는 사람"
말을 내뱉고 나니,
왼쪽 눈가에서 눈물이 한방울 또르르 흘렀다.
그리고, 광대 언저리에서 멈췄다.
가느다란 울림이었다.
난, 내 약함을 숨기려고,
나를 보호하려고,
끊임없이 벽돌을 쌓아왔구나.
벽돌을 쌓는 것이 나를 지켜준다고 생각해서
아직도 벽돌을 쌓으려고 했구나.
다 같은 벽돌이었다.
성취벽돌도 벽돌이었다.
사느라 고생했다.
잘 하고 있어.
기특하다.
드라마 주인공들의 입을 통해
저런 말을 들으면 뭉클했더랬다.
내가 지쳤었구나.
순간, 머리가 맑아졌다.
마음이 충만해졌다.
그 이후,
집정리를 해도, 청소를 해도 가슴이 벅차고
내가 대견하고 좋다.
뿌듯하다.
기특하다.
가슴이 따스한 무언가로 꽉 찬다.
이런게 행복감일까.
앞으로의 삶도
희노애락과 굴곡이 여전히 있을테지.
그래도 이제는,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기분들이 느껴질지
어떤 삶이 펼쳐질지
궁금하고 궁금하고 또 궁금해진다.
오래오래 살아보고 싶다.
만 50세와 51세의 어느 언저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