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12월 16일 제13대 대통령 선거... 수많은 민중들의 염원속에 지난한 투쟁으로 쟁취한... 수십년만에 국민의 대표를 우리 손으로 직접 선출하는 날이었다.
구로구청... 서울에서 기층민중,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밀집한 지역의 투표가 진행되고 있었다. 오전 11시경.. 아직 투표가 진행중이었음에도 투표함이 외부로 반출되고 있다는 제보가 있었고 규정위반이 명백한 사안에 분노한 시민들 수천명이 모여들었으며 다음날까지 구청을 점거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했지만 경찰의 강제진압으로 많은 사람들이 끌려가며 다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나는 구로구청 외부에서 가두시위를 하고 있었는데... 구청안에 많은 사람들이 고립되어 농성하는 상태에서 경찰의 폭력적 진압으로 건물에서 추락해 부상당한 경우도 있었고 분신을 시도한 사람도 있었다. 구청 안에서 농성하던 친구 한명은 끌려가 구속당했고... 언론에선 이 사태가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으며 당선 축하를 받는 노태우가 환하게 웃는 모습만 반복적으로 보여줄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분노의 눈물을 삼키면서 손을 부르르 떠는것 밖에는 할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국민들의 피끓는 염원속에 직선제를 쟁취하고자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선배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투표지 한장을 얻어냈지만 모든게 물거품이 되는듯한 상황에 절망할 뿐이었다.
2026년 6월 3일... 서울 한복판의 투표소에서 앞서간 사람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쟁취해낸 그 투표용지가 없어서 사람들이 항의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나는 이 사건의 진상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다른 어떤 사안보다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라는 것은 인식하고 있다.
정치병... 아니아니!!! 정치인병에 감염된 광신도들이 이 사안을 놓고 온갖 논리를 내세우며 본인이 추앙하는 정치인들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리고... 그때처럼 양당 기득권 정치인들도 본인 유리한대로 지껄이며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어떤 의지를 갖고 진상규명을 할지, 문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얼마나 진지하게 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모호한 발언만 쏟아내고 있다.
이게 얼마나 휘발성 강한 사태인지 아직 인식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다른 모든 현안을 제쳐두고 재선거 이슈까지 배제하지 말고 심각하게 논의해야 함에도... 참담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