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주식 교실

마지막 바보는 누구인가

작성자하늘별달12|작성시간26.06.22|조회수1,417 목록 댓글 3

출처: 나무증권 투자컨텐츠 6월 19일자


오늘 오전 10시, 북중미 월드컵 A조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결전이 펼쳐집니다. 1차전의 짜릿한 역전승이 준 열기가 아직 생생한 터라 온 국민의 기대감이 한껏 달아올라 있는데요. 국민들이 첫 승의 환호성을 질렀던 딱 일주일 전, 주식시장에서는 가히 충격적인 사건이 하나 터졌습니다. 월드컵 독점 중계권 획득 소식에 급등했던 모 방송사 관련주가 하루아침에 파산 신청 공시를 내며 거래가 정지된 것입니다.


이 사태를 단순한 무리수나 경영 실패로 치부하기엔, 그 이면에 작동한 두 가지 투자 심리가 너무나 뼈아픕니다. 첫 번째는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입니다. 이 방송사는 독점 중계권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해 자신의 체력을 아득히 초과하는 금액을 써냈습니다. 경쟁 입찰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불렀다는 것은, 곧 시장의 평균적 시각보다 그 자산을 가장 심각하게 과대평가했다는 뜻입니다.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승리가 곧 저주가 되는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뻔히 보이는 과대 지불을 감행했을까요? 여기서 두 번째 심리인 '더 큰 바보 이론(Greater Fool Theory)'이 덧씌워집니다. 너무 비싸게 샀다는 것을 내심 알면서도 "지상파 방송사에 재판매(Sell-down)하면 된다"는 환상이 작동한 것입니다. 승자의 저주가 이들을 함정에 빠뜨렸다면, 더 큰 바보 이론의 환상은 그 함정 안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착각하며 버티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매수자는 오지 않았고, 폭탄은 결국 마지막에 쥐고 있던 자의 손에서 터져버렸습니다.


이 사건에서 주식 투자자들이 얻어가야 할 교훈은 무엇일까요? 코스피 9,000 시대를 구가하는 이 뜨거운 강세장의 이면에서, 매일 아침 ‘모멘텀 투자’라는 명목 하에 랠리에 올라탈지 고민 중인 우리들의 모습과 분명 닮은 구석이 보이지는 않나요?


모든 사람이 환호하며 달려드는 핫한 종목을 남들보다 먼저 낚아챘을 때, 우리는 경쟁에서 이겼다고 기뻐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몰린 곳에서 가장 늦게, 가장 비싸게 산 사람이 승리하는 이 게임은 본질적으로 승자의 저주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기꺼이 상한가를 따라잡는 이유는 단 하나, "지금 비싸도 내일 더 비싸게 사줄 다음 매수자가 있다"는 더 큰 바보 이론에 완벽히 기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기대가 유지되는 동안은 게임이 돌아가지만, 후속 매수세가 끊겨 기대가 깨지는 순간 출구는 동시에 사라집니다.


물론 비싸게 샀다고 해서 모든 투자가 파국을 맞는 것은 아닙니다. 스스로 막대한 현금을 벌어들이는 우량 기업이라면, 승자의 저주에 걸려 잠시 고점에 물렸더라도 결국 '시간’이 밸류에이션을 치유해 줍니다. 반면 실체 없는 내러티브가 한껏 가미된 테마의 영역은 다릅니다. 이들은 자체적인 현금 창출력이 없기에 오직 '다음 매수자'의 존재만이 자산의 가치를 증명합니다. 승자의 저주와 더 큰 바보 이론이 동시에 작동하는 이 위험한 교차로에 지금 내 포트폴리오의 몇 퍼센트가 노출되어 있는지 냉정하게 점검해 보아야 할 시점입니다.


그렇다면 유동성이 넘치고 변동성이 치솟는 이 게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요? 해답은 '까치밥'에 있습니다.


살 때는 경쟁이 과열되어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매수 충동을 의심하십시오. 가장 늦게, 가장 비싸게 산 사람이 가장 위험한 자리에 서게 됩니다. 그리고 팔 때는 끝까지 수익을 쥐어짜려는 욕심을 버리고, 내 뒤에 들어올 사람도 합리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지점에서 미련 없이 주식을 넘겨주어야 합니다.


가을날 감나무 꼭대기에 남겨두는 까치밥은 결코 단순한 선심이 아닙니다. 출구를 전적으로 타인의 매수 의사에 맡겨야 하는 이 냉혹한 모멘텀의 세계에서, 내가 마지막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 기꺼이 지불해야 하는 가장 확실하고 저렴한 보험료입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한강자전거 | 작성시간 26.06.22 new 치지직 보죠
  • 작성자낭만할매 | 작성시간 26.06.22 new 까치밥!!! 이단어에 생각이 많아집니다
    오랫동안 보유한 핫한 종목 2개 이제 보내야하나 또하루 고민해봐야 하네요. 목표주가 넘은지는 한참 되었고 대체 너희가 얼마까지 오를수있을까 하고 보초세우고 있는데
    주식을 넘겨 주어야 한다는 대목에 흔들리네요.
  • 작성자미니멀 개미 | 작성시간 26.06.22 new 글 잘 읽엇습니다
    주식장은 끝나지 않는 게임장 같기는 하네요..
    매수세랑 상관없이 인간이 만든게 주식장이라서..끝나지가 않는거죠.
    마지막 바보는 실패하면 내가 당첨된다는것 정도겠죠..
    금 감사합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