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윤섭의 양주이야기] 위스키의 귀족, 싱글 몰트 위스키 (1)

작성자슈퍼맨|작성시간04.10.09|조회수389 목록 댓글 1

출처
도윤섭의 양주이야기
* 바 매거진 월간잡지 '몰트'에서 02년5월호에서 싱글몰트위스키(2), (3), (4)의 내용을 담음

 

몰트 이야기를 시작하며 양주 전문가로 활동하다 보니 자주 듣게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럼 개인적으로는 어떤 술을 좋아하세요?" 그때마다 하는 대답 "모두요 ^^" 그렇지만 역시 특별히 좋아하는 술은 있기 마련입니다. 제일 자주 마시는 술은 소주이지만 ^^, 제일 좋아하는 술은? 제 경우는 단연코 Single Malt Scotch Whisky입니다.

 

제가 몰트 위스키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다양한 개성 때문입니다. 몰트 위스키를 알아갈 수록 드는 생각은 참 프랑스의 와인과 많이 닮았다는 것입니다. 생산 지역마다 고유한 특징을 띄고 또 같은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도 증류소가 다르면 전혀 다른 맛과 향, 색을 나타냅니다. 마치 뫼르소의 와인이 밭 이랑 하나를 두고 전혀 다른 개성을 표출해 내듯이. 이렇듯 다양한 모습 속에서 새로운 몰트를 만나고 그 맛을 음미하는 시간은 다른 무엇에 비할 바 없는 커다란 즐거움을 줍니다.

 

 

 

전형적인 형태의 Balblair 증류소 모습. 가운데 스카치 몰트 증류소를 특징짖는 파고다가 보입니다. photo by Ian Howes, from Michael Jackson's Malt Whisky Companion

몰트 위스키는 각 증류소별로 그 개성이 뚜렷합니다. dry한 것, sweet한 것, 매콤한 탄 향이 강한 것, 무거운 것, 가벼운 것, 기름기가 감도는 것, 흙냄새 나는 것, 바닷가 짠 내가 묻어나는 것, 짙고 검붉은 색, 황금색, 엷은 호박색, 등등. 약100여종의 몰트 스카치 위스키가 모두 다른 저만의 특색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누구는 짠 음식을 좋아하고, 누구는 싱거운 음식을 좋아하듯 각각인 사람들의 입맛. 그 입맛따라 자기가 좋아하는 제품을 고를 수 있는거죠.

 

물론 이 몰트를 수십종 블랜딩(blending)하여 만든 블랜디드 위스키(Blended Whisky)도 각 제품마다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블랜디드 위스키, 이른 바 스카치는 누구나 마시기 쉬운 제품을 목표로 보편적인 입맛에 맞추어 만들어낸 제품인데 반하여 몰트는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제품입니다. 아무리 풍미가 가벼운 몰트라 해도 일반적으로 스카치보다는 훨씬 깊고 강한 향과 맛을 지닙니다.

 

그러면 오늘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스카치 위스키 들 - 죠니 위커, 발렌타인, 시바스, 제이 앤 비, 커티 삭 등 - 은 몰트일까요? 아닙니다. 모두 블랜디드 위스키입니다. 그러고 보면 몰트라고 하면 막연히 고급 위스키로 알고는 있지만 막상 아는 것은 거의 없군요. 왜 이렇게 된 것일까요?

 

근대 몰트의 역사

 

15세기 처음으로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가 생산된 이래 19세기 초까지 스카치 위스키는 모두 몰트였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스카치의 신화들, 제조 방법 모두 몰트에 대한 이야기이죠. 그러나 단식 증류기(Pot Still)을 사용하는 몰트 위스키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제조와 숙성에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개성이 너무 강하여 특정 증류소 제품을 모든 사람이 즐기기는 힘들었죠. 한마디로 보편적이지 못했습니다. 1831년 이를 보완한 연속식 증류기(Patent Still)가 개발되었습니다. 비록 이를 이용해 만든 그레인 위스키(Grain Whisky)는 특징없고 밋밋한 저급품이었지만 생산 능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였습니다. 단식 증류기가 9달 걸릴 일을 연속식 증류기는 1주일만에 해내었으니까요. 물론 가격도 그만큼 저렴했습니다.

 

 

 

 

도자기에 담긴 private label의 Malt Scotch Whisky 모습, photo from Drinks International

당시까지만 해도 스카치 위스키 제조 업자들은 자신의 상표를 붙여 병에 담아 위스키를 판매하지 않고 오크통 채로 도시의 와인 도매상인들한테 판매하였습니다. 죠니 워커나 발렌타인, 시바스 형제도 바로 이런 초기의 상인들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30여종 이상의 몰트를 배합하고 싸구려 그레인 위스키를 섞어 (보통 몰트3:그레인7) 오늘날 스카치라고 불리는 블랜디드 위스키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가볍고 값싼 위스키는 잉글랜드에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여러 브랜드의 블랜디드 위스키가 생겨났고 로우랜드에 자리잡은 소수의 그레인 위스키 공장들은 점점더 그 규모가 커져갔습니다.

 

마침내 1877년 로우랜드의 6개 그레인 위스키 제조업자들이 모여 최초의 거대 위스키 그룹인 Distillers Company Ltd.를 출범시킵니다. D.C.L은 우세한 자본을 바탕으로 블랜디드 위스키 시장을 크게 확장시키고 이 스카치의 원료가 되는 몰트 증류소들을 차래로 매입하여 나갑니다. 양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세계 위스키 시장도 몇몇 초대형 블랜디드 위스키 제조 업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대부분의 몰트 증류소는 이들의 손으로 들어가 블랜디드 위스키를 위한 원료 생산 및 공급 공장으로 전락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한 것은 유명한 글랜피딕(Glenfiddich)으로 소유주인 그랜츠사는 고정 관념을 깨고 1963년부터 글랜피딕의 홍보와 수출에 주력하여 큰 성공을 거둡니다. 1968년에는 맥칼란(Macallan)사가 이 뒤를 따릅니다. 그리고 지금은 비록 위스키의 주류는 아니지만 매니아 층을 형성하며 분명하게 한 축으로 발전하고 있고 비록 드물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제품들을 소비자에게 병입 판매하고 있습니다. 양차 대전 이후 대량 생산 시대에 그 자리를 스카치에게 내 주었던 몰트가 20세기 후반 고급품의 다품종 소량 생산 시대에 그 위상을 다시 찾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몰트 산업의 현주소

 

아직도 대부분의 몰트 증류소는 몇몇 대형 스카치 업체 소유입니다. UDV, 얼라이드, 씨그램, 페노리카, 일본의 싼토리, 리카 등이 그들입니다. Highland Distilleries, Inverhouse, William Grant (Glenfiddich), Macdonald and Muir (Glenmorangie), J. and A. Mitchell (Springbank), 그리고 대형 몰트 딜러인 Gordon & Macphail 등이 스코틀랜드 자본으로 몇몇 증류소를 소유하고 있는 정도이나 영세합니다. 자기 공장에 병입 라인을 갖고 있는 증류소가 글랜피딕과 스프링뱅크 단 두 곳이니까요. 대부분은 협회에서 일괄하여 대행하여 줍니다.

현재 스코틀랜드 전역의 몰트 증류소는 95~100여개 정도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몇몇 증류소는 문을 닫고 오래전에 문을 닫은 증류소가 새롭게 다시 생산을 시작하는가 하면 전혀 새로운 증류소가 세워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몇 배에 달하는 다양한 몰트가 애주가들의 입맛을 유혹합니다.

 

몰트 시리즈가 나아갈 방향 아직도 스카치라 하면 블랜디드 위스키를 의미합니다. 대부분의 증류소가 자신들의 몰트를 브랜드화하여 병입 판매하고 있지만 그 양은 10% 정도이고 90%는 블랜딩 용으로 판매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메이저 위스키 업체들의 엄청남 자금을 바탕으로한 마케팅력을 이길 수 없기 때분이지요. 또한 몰트는 값이 비쌉니다. 그리고 개성이 너무나 강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제품이 되기는 힘들지요. 그러나 바로 여기에 몰트의 고귀한 점이 있습니다. 세류에 타협하지 않고 자기만의 품위를 지켜온 고결한 황금빛 액체 몰트. 분명히 스카치가 갖지 못한 힘차고 뚜렷한 자신만의 무언가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강한 개성이 장점이 되는 요즘 시대에 나만을 위한 고귀한 물, 몰트를 하나 쯤 갖고 있는 것도 멋진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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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껀쓰 | 작성시간 06.02.03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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