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신학에 관해 충실히 설명된 책을 찾던 중 월터 브루그만의 『구약신학』이 교보문고에서 잘 팔리는 것을 보고 브루그만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월터 브루그만이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구약신학자 중 한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포스트모던’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이 마음에 걸려서 책 구매를 보류했습니다. 브루그만을 알아보는 데에 참고한 내용(장세훈, 『21세기 개혁주의 구약신학』)은 구분선 아래와 같습니다.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
클라인스와 함께 1990년대 포스트모던 구약신학을 주도한 또 다른 구약신학자는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이다.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구약신학자 중 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브루그만은 미국 조지아 주의 콜롬비아 신학교(Columbia Theological Seminary)에서 구약교수로 재직하다 2003년에 은퇴하여 지금은 명예교수로서 봉직하고 있다. 그의 초창기 구약해석은 사회학적 접근과 변증법적 신학을 강조하는 독특한 접근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에 이르러 브루그만은 기존의 방식을 넘어서서 포스트모던 신학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1997년에 출간된 그의 자극적인 작품, 『구약신학』(Theology of the Old Testament: Testimony, Dispute, Advocacy)은 포스트모던 해석으로 이동한 브루그만의 해석학적 전환을 선명히 드러내 준다. 브루그만의 포스트모던적 구약신학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여준다.
첫째, 브루그만은 해석의 다원성을 지향한다. 그에 따르면 구약본문은 다원적 소리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는 해석의 다원성을 반영해 준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브루그만은 본문을 해석할 때, 어떤 하나의 결정적인 해석이나 독점적 입장은 더 이상 불가능함을 천명한다. 다시 말해 해석의 규범적 성격은 더 이상 포스트모던 시대에는 받아들여질 수 없다. 오히려 브루그만은 포스트모던 시대에 부합하는 해석은 독점적 입장보다는 여러 공동체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열린 해석학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둘째, 브루그만은 지금까지 구약신학 분야에서 추구했던 "하나의 주제" 혹은 "하나의 중심'을 찾아 구약본문들을 통일시키는 작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브루그만은 구약의 증거들이 핵심증거(core testimony)와 반대 증거(counter testimony)의 변증법적 과정 속에서 해석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연하자면 브루그만은 핵심 증거와 반대 증거의 변증법적 구도를 세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한다. 즉 언약과 유배, 찬양과 탄식, 현존과 부재의 상반된 개념은 핵심 증거와 반대 증거의 변증법적 구도를 보여준다. 구약 본문은 하나님과의 언약관계를 말하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의 유배는 이 언약에 대해 깊은 의구심을 갖도록 만든다. 모세와 미리암의 찬양으로 소급되는 이스라엘의 찬양전통은 이스라엘의 탄식과 불평의 소리에 직면한다. 또한 이스라엘과 함께 하셨던 하나님의 임재는 하나님이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하는 하나님의 부재의 항변과 만난다.
셋째, 브루그만은 구약과 신약의 통일성을 강조하는 해석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며, 구약을 신약에 비추어 해석하는 전통적인 기독론적 해석이 반 유대교적 성향을 띄기 때문에 다원론적 상황에서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브루그만은 기독론적 해석도 하나의 해석이 될 수 있으나 규범적 해석이 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이런 점에서 브루그만은 "구약"이라는 명칭보다는 "히브리 성경"이라는 표현을 더욱 선호한다.
끝으로 브루그만은 모든 해석이 이데올로기를 반영해 주기 때문에, 객관적 해석이란 존재할 수 없다고 보며, 본문의 의미 역시 결정적인 것이 아니라 비결정적인 것으로서 언제나 해석의 과정 속에서 독자들의 상상력을 통해 새롭게 창조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만약 브루그만의 주장처럼 본문의 의미가 독자의 해석학적 상상력에 의해 창조된다면 본문의 객관적 의미는 사라지며, 성경해석자들은 해석학적 무질서에 빠질 위험성이 크다. 여하튼 이와 같은 브루그만의 구약신학은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구약학계에 강력하게 대두되는 포스트모던 정신의 영향력을 반영해준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구약신학의 흐름이 "저자"에서 "본문"으로, "본문"에서 "독자”로 그리고 "독자"에서 "이데올로기"와 "해체주의"로 이동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으며, 모더니즘에서 포스트모더니즘으로의 전환을 시사해준다. 물론 현재의 구약신학계에서 역사비평적 모더니즘 방식이 영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거나 해체주의적 포스트모던적 해석이 완전한 주도권을 갖고 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역사비평적 해석은 여전히 영향력을 잃지 않고 있으며, 종교사학파적 해석 역시 많은 학자들로부터 수용되고 있다. 다만 역사비평적 해석이 20세기 초반과 중반에 미쳤던 주도적 영향력은 더 이상 20세기 후반에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말 그대로 20세기 후반의 구약신학은 다양성으로의 전환점에 서 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구약신학의 흐름 속에서 복음주의 구약신학 특히 개혁주의 구약신학의 도약은 눈부시다.
장세훈, 『21세기 개혁주의 구약신학』, pp.73~76.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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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코람데오 작성시간 25.03.05 브루그만이 다원주의에 기반한 다원론을 주장하고 있군요.
기존 정통신학이 갖고 있는 신구약 성경의 통일성을 강조하는 해석을 부정하고, 구약을 신약에 비추어 해석하는 기독론적 해석도 반 유대교적이라며 꺼리고, 성경 본문에 대해 결정론적인 해석, 객관적 해석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문제가 많고 수용하기가 어렵습니다.
성경을 유대교, 이슬람교, 기타 종교 등 다원주의 시각으로, 독점적 입장이 아니라 여러 공동체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열린 해석학적 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그럴싸하게 들리긴 합니다만, 본질에서 빗나가고 말았군요.
하나님에 대한 신앙은 절대적인 건데 말이죠.
시간이 갈수록 이런 신학자들이 다수가 될텐데 걱정입니다. 이런 책보다는 양서들이 절판되기 전에 구비해 놔야겠어요. 책 정보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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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노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5.03.05 더 쉽게 분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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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코람데오 작성시간 25.03.05 구약신학을 하면 어쩔 수 없이 조금은 자유주의의 물을 먹을 수 밖에 없다고 하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닌 것 같네요. 참고는 하되 매몰되지는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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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노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5.03.05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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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포기브 작성시간 25.03.05 공감합니다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