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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생활 일기

영어 - 엑센트에 얽힌 생각들

작성자pinkberry|작성시간10.08.24|조회수200 목록 댓글 0

 

 

언젠가 일부 한국부모들이 어린 자녀들의 영어발음을 위해 혀수술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보도를 접했던 기억이 난다.
'빠다 발라 넘어가듯 굴러가는 유창한 발음' 뭐 그게 좋을 수도 있지만 영어를 배우고,
영어를 하는 제일의 목적은 의사소통에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발음이 나빠도 좋다는 이야기를 꺼내려는 것은 아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발음이 좋으면 더 좋겠지만 - 물론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발음은 필수적이다 -
굳이 아이들 혀수술까지 시킬 필요는 없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발음은 의식하고 연습해서 고칠 수 있다는 것도 내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 처음 아이들이 영어에 발을 디딜 때엔 영어 발음이 좋은 사람들이 가르쳐야 한다는 것도 내 생각이다.
최소한 초등학교와 중학교 영어 교사들은 영어 발음이 좋아야 한다.
 
영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미국인들이나 영어사용국가의 사람들은 나름대로 유창한 발음은 하겠지만
지역에 따른 저마다의 엑센트가 있다.
우리도 한국어를 할 때 지역차에 따른 엑센트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한국에서 영어를 배울 땐 주로 중부나 동북부의 엑센트를 많이 접했었다.
그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온 나라가 영어열풍에 휩싸이지는 않았으니 그렇게 들은 영어엑센트를 표준으로 생각했었다.
 
처음 호주를 방문했을 때 공항에서 영국식으로 Show me your passport, please.란 말을 들었을 때
passport의 발음이 내가 한국에서 배운 발음과 전혀 달랐었다.
몇 번 반복해 알아듣고 여권을 꺼내 들었더니 건방지게도 그 직원이 나의 passport 발음을 교정하면서 훈수를 한마디 한다.
"너 그런 무지랭이 미국영어 따라하지 말고 제대로 된 (proper) 퀸즈 잉글리쉬를 배워라"
오지 잉글리쉬를 쓰는 호주 사람이 그런 말을 내게 하다니... 순간 열 받았었다.
그래서 호주에 머무는 동안엔 절대로 오지 잉글리쉬를 배우지 않고 BBC 방송을 보면서 영국식 발음으로 바꾸어 버렸다.
호주가 영국의 식민지 였기 때문에 영국의 발음이 표준영어가 되는 셈이다. 언어의 정치성이라는 것도 무시 못하는 일 아닌가...
 
그리고 뒤늦게 영어교육을 전공하기 위해 미국에 왔다.
대학 버스에 타는 순간부터 아뿔사 옆자리의 미국아이들이 쓰는 영어 발음들이라니.. 
그때의 느낌이지만 너무나 부드럽고 달콤해서 꿈을 꾸는 것처럼 느껴지던
이제 스물도 채 안되는 여자아이들의 나긋나긋한 남부 사투리- 엑센트로 지칭-, 촌티가 물씬물씬 풍기는
맘씨 좋은 시골사람 같은 남부 엑센트. 뭔 말들을 하는지 하루종일 귀를 열어 두고 다녀야 했다.
영어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귀로 듣기만 하는 데도 온 몸의 신경촉수가 곤두세워져 하루가 끝나면 물먹은 하마처럼 피곤했다.
 
내 딴에는 열심히 영어공부를 했건만 그래도 내 코리안 엑센트가 없어지랴..
게다리를 먹고 온 날, 영어교사를 자청한 상냥한 룸메이트는 열심히 crab의 b발음과 v발음을 연습시켰었다.
정말 황당한 경험 중의 하나지만...
 
어느 정도 남부 엑센트를 알아들을 무렵 문제는 흑인 엑센트 였다. 뭐가 뭔 말인지...
파트 타임으로 잠깐 일했을 때 하루 온 종일 걸려오는 전화 받기가 그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물론 100퍼센트 해결이라 할 수는 없다. 표준영어만 사용하는 사람들만 만난다면 문제는 없지만
-강의실에서 듣는 영어는 어려움이 없다- 문제는 생활하고 사는 것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초등학교나 중학교의 현장실습을 나가면 온갖 엑센트가 범람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흑인 학생들의 발음은 쉽지 않았었다.
그래서 자식있는 부모들이면 모두 백인 학생들의 구성비율이 높은 곳에 아이들을 보내고 싶어한다.
더 여유가 있다면 사립학교를 보내던지. 오죽하면 흑인아이들에게 학교나 사회에서 통용되는 표준영어를 사용하고
집이나 자신들의 커뮤니티에서는 흑인영어를 사용하라는 조언까지 있겠는가 말이다.
흑인학생들은 배움을 시작하는 첫 순간부터 백인교사 일색인 학교에서 그 백인교사들과 언어와 문화의 코드가 맞지 않아
교사의 관심밖이 되고 마는 것도 사실이다.
 
말은 정통 표준 영어 엑센트를 사용하면 된다. 그렇지만 얼굴색이 어디 가냔 말이다.
벨기에 출신의 한 여자는 "내가 입 다물고 있으면 괜챦은데 입만 열었다 하면.. 
미국사람들이 모두 아 난 너 미국사람인 줄 알았다"고 태도를 바꾼다는 이야기를 한다.
거기에 기죽을 필요 없다는 것도 내 생각이다. 발음이나 엑센트 모두 중요하지만 내용 또한 못지 않게 중요하다.
한국엑센트는 애교일 뿐이다. 자신있게 말하고 자신이 말하는 내용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새 아웃소싱이 늘어나면서 미국에서 전화를 할 때도 온갖 엑센트 때문에 머리에 쥐나는 일도 엄청 많아졌다.(표현이 좀 그렇지만)
컴퓨터가 고장나거나 토너를 주문하거나 어디 서비스를 받아야 해서 전화를 하면 대부분은 전화를 받으시는 분들이 인도인들이시다.
아니면 자메이카나 푸에르토리코 같은 곳에도 콜센터가 꽤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코리언 엑센트를 가진 내가 인도 엑센트나 카리비안 엑센트를 가진 -  그 분들의 엑센트를 참고
이해하며 들어야 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결국 발음이 안 좋은 고객상담원이 나오면
이젠 알아서 전화를 끊어버리고 다시 전화를 한다. 그 사람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인도엑센트가 듣기 가장 곤혹스럽다.
 
엑센트에 얽힌 이야기를 쓰고 있자니 그럼 결국 내 코리안 엑센트 때문에 괴로와한 백인들이 있었을까라는 생각에까지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리안 엑센트가 인도나 중국 사람들의 엑센트처럼 강하다는 생각은 결코 들지 않는데 - 순전히 사견이지만.
다민족, 다인종들이 살아가는 미국에서 굳이 100퍼센트 미국인들처럼 순도높은 발음에 목메는 것 보다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의사소통의 능력 - 글쓰기, 말하기- 과 그 내용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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