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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선몽

작성자형녹 정두현|작성시간26.06.05|조회수20 목록 댓글 0

13일 간의 폭주를 끝내고 심신을 달랠 겸, 마음의 안식처 정양늪을 찾았다.
우시장 방향으로 들어가는 튤립나무 숲길이 편안해서 좋다. 튜립처럼 예쁜 꽃이 생각난다.
징검다리 입구에 노랑허리잠자리가 유희한다. 노니는게 너무 빨라 폰에 담기가 무척 힘들다.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놀다 징검다리 쪽을 바라보는데,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물 위에 흰빰검둥오리 새끼 9마리가 옹기종기 모여있고, 징검다리 위에 어미가 망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정말 천재일우의 순간이다.
늘 정양늪에 오지만 자연의 숨결 느끼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가.
뛰는 가슴, 벅찬 감동, 놓쳐선 안된다는 두려움, 모든 걸 이겨내고 겨우 카메라에 넣었다.
아니, 마음속에 간직하도록 기다려준 것이다.
이 상황은 어떤 계시라는 느낌이 든다.

큰일을 마무리한 순간에 막 부화한 오리가족은 만났다는 건 분명 좋은 징조다.
오늘까지 17개면 경로당에서 쉼 없이 어르신들을 만나고 ‘권순기’를 읽혔다.
찾아와 줘서 고마워하고, 알게 해줘서 고마워했다. 모두가 친구요, 소중한 한 표다.
예전에 콩나물시루같이 손님을 밀어 넣었던 차장 아가씨는 우리가 승차권으로 보이듯, 어르신들이 표로 환산된다.
갈수록 자신감이 붙어 즐겁게 13일을 훌치고 다닌 것이다.
오리가족을 만난건 분명 권순기 후보자님이 당선될 선몽이다.
늪을 한 바퀴 돌고 나오는데, 징검다리에서 또 그 오리 떼를 만났다.
이번에는 징검다리를 건너 위쪽으로 유유히 사라진다.
어미를 졸졸 따라가는 모습이, 마치 무언가를 성취하여 흥겹게 춤추는 듯한 모습이다.
분명 이건 계시다. 두 번의 조우는 우연한 만남이 아니다.
이렇듯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들뜬 마음으로 집에 왔다. 
하지만 투표일 저녁 6시, 청천병력 같은 일이 생긴다.

분명 여론에서도 많이 앞섰고 열심히 노력했는데, 출구 조사는 턱없이 뒤바껴 있다.
이건 아닌데 하면서 개표 상황을 지켜봤지만, 차이가 엄청나게 벌어지고 있다.

부화가 치밀고, 화닥지 나서 볼 수가 없다.
급기야 TV를 끄고 눈에 들어오지 않는 책을 뒤적이다가 잤다.
오지 않은 잠을 억지로 자려니 쉽지가 않다.
온몸을 불태워 선거운동하고, 오리 가족을 만나는 계시까지 받았다.

하여 좋은 상황이 전개되리라 짐작했는데, 왜 이렇게 꼬이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7시쯤에 역전했다는 문자가 왔다.
엥~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어젯밤 그렇게 뒤쳐져 있었는데. 내 눈을 의심해 보고, 보고 또 봐도, 분명 역전하고 있었다.
이제 숨도 쉬지 않고 지켜봤다.
서울시장도 역전에 성공하여 앞서나갔고, 우리도 간격을 벌리고 있었다.
하지만 또 언제 뒤집힐지 몰라 떠벌릴 수도 없었다.
정양늪 오전 근무라 그렇게 다정했던 늪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마음을 놓을 수도, 싸잡을 수도 없다. 오직 숨죽이고 지켜만 봐야 했다.
그런데 개표는 왜 그렇게 지지부진한지 속 터져 죽을뻔 했다.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겨우 윤곽이 드러났다.
그제서야 숨을 제대로 쉴 수 있다.

얼마나 숨죽이고 초 긴장하여 지켜봤는지, 간이 다 녹아버린 듯하다.
와! 당선이다.
소장님의 당선 확정 소식을 받자, 생태학습관이 떠나갈 듯 “만세”를 외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주위를 의식할 사이도 없이 폭발해 버린 것이다.
영화 ROCKY의 한 장면처럼 두 팔을 벌리고 만세를 외쳤다.
모든 피로가 날아가고 쳐진 사지가 힘이 펄펄 솟았다.
와~ 드디어 해냈다.
내 인생의 또 다른 삶이 활짝 피어났다.

13일간은 내가 아니라 권순기로 살았다.
정말 기분이 좋다. 늪의 연잎이 내 마음을 아는 듯 바람타고 춤을 춘다.
따스한 햇살이 온몸을 휘감는다.
아~ 삶이란 이런 것이구나. 그래서 모두 도전을 하나보다.
권순기 교육감님! 당선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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