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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권순기 교육감 만들기

작성자형녹 정두현|작성시간26.06.06|조회수39 목록 댓글 0

첫 번째 타인의 삶(2026.5.25.)
권순기 교육감 후보자 선대본부장을 맡고 나니, 내가 아니라, 권순기로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길을 걸을 때도, 사람을 만날 때도, 동질감을 의식 안 할 수 없다. 얼굴엔 언제나 환한 미소를 머금으며 공손해진다. 행인을 만나면 웃음 띤 얼굴로 고개가 저절로 숙여지는 스마일맨이 되어 버렸다. 나는 상대방을 모르지만 교육감 후보자 선대본부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분명 나로 보지 않고 교육감 후보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득, 어~ 이런 삶도 괜찮네. 한 번쯤 나의 삶에서 벗어나, ‘남의 삶을 살아보는 것도 괜찮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선거기간이라 많은 문자 폭탄에 기분이 언짢드라도,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권순기 교육감 후보님을 내 몸같이 사랑한다.
두 번째 無에서 有를(2026.5.27.)
모른다. 모르신다. 어르신들은 관심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어르신들이 교육감에 관심 없듯이, 우리 또한 시골 어르신들에게 무관심하기는 매한가지. 하지만 숨은 한 표를 찾아 나서야 한다. 시골 가게에서 “교육감 후보 중에 아시는 분 있으십니까” “아니요. 우리 애들 시집, 장가 다 보냈니요.”라며 손사래 친다.
그래도 경로당은 따뜻하다. 촌락의 어르신들은 순박하시다. 누군지 몰라도 오는 분들은 모두 반겨주신다. 그래서 편안하게 다가설 수 있다. 밥때가 되면, 드시고 가라며 붙잡는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교육감 후보 아십니까?” “아니요. 우리는 몰라요.” 無에서 有를 찾아 나선다.
정당 소속 기호도 없고, 순서가 지역마다 뒤죽박죽이라 “몇 번째 찍어라.” 말도 못 한다. 기억력이 흐릿해서 이름 암기도 어렵고, 글을 몰라 읽지도 못하신다. 새하얀 화선지에 그림을 그려나간다. 깨끗한 어르신들 뇌리에 후보자의 이름을 각인시키려 애쓴다. 잘만 하면 모두가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는 풍부한 자원이지만, ‘無에서 有’ 만들기가 어찌 그리 쉽겠는가. 후보자의 성씨라도 기억시키려 매달린다. 하지만 불확실성 미지의 세계. 그래도 부동의 한 표를 만나러 다음 경로당으로 향한다. 부디 발품의 20%라도 표로 다가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세 번째 인연因緣(2026.5.29.)
선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오늘이 사전 투표일이니, 이제 5일 남았다. 우리는 큰 변수가 없을 듯한 기분이다. 무더운 날씨에 쌩 고생하지만, 결과를 예측 안 할 수 없다. 좋은 결과가 예상되면 힘이 나지만, 신통치 않을 때에는 두 배로 힘든다.
시골 어르신들이 모이는 경로당 방문이 줄 곳 유지해온 핵심 전략이다. 잘 익은 블루베리 따 먹는 달콤함이 서려있는 곳.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관심을 가지러 들지 않은 어르신들이다. 때로는 관심 없다며 손사래 쳐 머쓱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모두 따뜻하게 반겨 준다.
점심을 경로당에서 해결하는 곳은 어르신들이 많다. 오늘 지인이 일하는 경로당 점심시간이 타겟(target)이다. ‘00마을 경로당’ 12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듯 맞추어 놓는다. 한 치의 오차가 있다면 헛탕이다.
9시 출발해서 오지 경로당에 들어서니 아주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어르신들을 만나려면 다가설 뭔가를 찾아야 들 쑥스럽다. 그런데 익숙한 목소리를 만났으니 얼마나 좋으랴. 함께 근무했던 교장 사모다. 뜻밖의 장소에서 만나 당황스러웠지만 쉽게 분위기를 잡을 수 있다. 뜻하지 않은 인연으로 열기를 확 지펴 놓고 경로당을 나선다.
사전 투표 장소에 운동원들이 활동을 한다. 더운 날씨라 그늘진 곳에 잠시 쉬고 있는 분들을 만나 격려도 하고, 교육감 호소도 했다. 건너준 오이를 함께 먹으며, 도란도란 삶의 이야기도 나눈다. 한 분이 딸 자랑에 여념이 없다. 대기업 공채에 들어가 지금은 임원이 되었단다.
가만히 듣고 보니 고등학교 제자가 아닌가! 바로 전화를 걸어 폰을 들이민다. 혹시나 해서 “정**입니다”라고 하니, 화들짝 놀라며 “선생님!~”하고 외친다. 참으로 질긴 인연이다. 졸업하고 한 번도 보지 못한 제자를 이런 곳에서 부모님을 만나 연을 이어 가다니. 세상은 참 넓고도 좁다.
퍼즐을 잘 맞춰 정확히 12시 10분 전에 ’할머니 경로당‘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깜짝 놀랐다. 이렇게 많이 모이신 어르신들은 처음이다. 눈 둘 곳이 없다. 약간 어수선해 어찌할 줄을 모르겠다. 오늘의 메뉴는 잔치국수다. 완전 잔칫날이다.
30여 명의 국수를 일사불란하게 만들고, 나르고, 먹는다. 정말 대단했다. 오늘은 그만해도 될 만큼 어르신들을 만났다. 기껏해야 한 두분을 만날 수 있는데, 이렇게 많은 표를 확보했으니 오후는 쉬어나 볼까?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든든한 배를 치니, 북소리가 난다.
지역에서 가장 먼 경로당에 도착하니, 신발이 제법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들어선다. 그런데 다른 선거 운동원이 나온다. 금방 만나고, 또 들어가도 반갑게 맞이하는 어르신들이 무척 고맙다. 열심히 우리 편으로 만들고 나와 차를 타려는데 낮선 사람이 다가온다.
다가올수록 가만히 보니, 낮익은 얼굴이다. 아니, 이게 얼마 만인가. 30년 전에 함께 근무했던 안**주사다. 큰 변화 없는 얼굴이라 서로 알아볼 수 있었다. ’모든 인연은 다시 우연이 된다‘라는 책이 생각난다. 하지만 오늘은 세 번의 우연이 다시 인연이 되었다. 아주 귀한 인연을 맺게 한 선거운동, 그래서 더 보람 되는지도 모르겠다.
네 번째 선몽(2026.6.4.)
13일 간의 폭주를 끝내고 심신을 달랠 겸, 마음의 안식처 정양늪을 찾았다. 우시장 방향으로 들어가는 튤립나무 숲길이 편안해서 좋다. 튜립처럼 예쁜 꽃이 생각난다. 징검다리 입구에 노랑허리잠자리가 유희한다. 노니는게 너무 빨라 폰에 담기가 무척 힘들다.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놀다 징검다리 쪽을 바라보는데,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물 위에 흰뺨검둥오리 새끼 9마리가 옹기종기 모여있고, 징검다리 위에 어미가 망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정말 천재일우의 순간이다. 늘 정양늪에 오지만 자연의 숨결 느끼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가. 뛰는 가슴, 벅찬 감동, 놓치면 안 되는 두려움, 모든 걸 이겨내고 겨우 카메라에 넣었다. 아니, 마음속에 간직하도록 기다려준 것이다. 이 상황은 어떤 계시라는 느낌이 든다. 큰일을 마무리한 순간에 막 부화한 오리 가족은 만났다는 건 분명 좋은 징조다.
오늘까지 17개면 경로당에서 쉼 없이 어르신들을 만나고 ‘권순기’를 읽혔다. 찾아와 줘서 고마워하고, 알게 해줘서 고마워했다. 모두가 친구요, 소중한 한 표다. 예전에 콩나물시루같이 손님을 밀어 넣었던 차장 아가씨는 우리가 승차권으로 보이듯, 어르신들이 표로 환산된다.
갈수록 자신감이 붙어 즐겁게 13일을 훌치고 다닌 것이다. 오리 가족을 만난 건 분명 권순기 후보자님이 당선될 선몽이다. 늪을 한 바퀴 돌고 나오는데, 징검다리에서 또 그 오리 떼를 만났다. 이번에는 징검다리를 건너 위쪽으로 유유히 사라진다. 어미를 졸졸 따라가는 모습이, 마치 무언가를 성취하여 흥겹게 춤추는 듯한 모습이다. 분명 이건 계시다. 두 번의 조우는 우연한 만남이 아니다.
이렇듯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들뜬 마음으로 집에 왔다. 하지만 투표일 저녁 6시, 청천병력 같은 일이 생긴다. 분명 여론에서도 많이 앞섰고 열심히 노력했는데, 출구 조사는 턱없이 뒤바껴 있다. 이건 아닌데 하면서 개표 상황을 지켜봤지만, 차이가 엄청나게 벌어지고 있다.
부화가 치밀고, 화닥지 나서 볼 수가 없다. 급기야 TV를 끄고 눈에 들어오지 않는 책을 뒤적이다가 잤다. 오지 않은 잠을 억지로 자려니 쉽지가 않다. 온몸을 불태워 선거운동하고, 오리 가족을 만나는 계시까지 받았지 않은가. 하여 좋은 상황이 전개되리라 짐작했는데, 왜 이렇게 꼬이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7시쯤에 역전했다는 문자가 왔다. 엥~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어젯밤 그렇게 뒤쳐져 있었는데. 내 눈을 의심해 보고, 보고 또 봐도, 분명 역전하고 있었다. 이제 숨도 쉬지 않고 지켜봤다. 서울시장도 역전에 성공하여 앞서나갔고, 우리도 간격을 벌리고 있었다. 하지만 또 언제 뒤집힐지 몰라 떠벌릴 수도 없었다.
정양늪 오전 근무라 그렇게 다정했던 늪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마음을 놓을 수도, 싸잡을 수도 없다. 오직 숨죽이고 지켜만 봐야 했다. 그런데 개표는 왜 그렇게 지지부진한지 속 터져 죽을 뻔했다.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겨우 윤곽이 드러났다. 그제서야 숨을 제대로 쉴 수 있다. 얼마나 숨죽이고 초 긴장하여 지켜봤는지, 간이 다 녹아버린 듯하다.
와! 당선이다. 소장님의 당선 확정 소식을 받자, 생태학습관이 떠나갈 듯 “만세”를 외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주위를 의식할 틈도 없이 응어리가 폭발해 버린 것이다. 영화 ROCKY의 한 장면처럼 두 팔을 벌리고 만세를 외쳤다. 모든 피로가 날아가고 쳐진 사지가 힘이 펄펄 솟았다. 와~ 드디어 해냈다. 내 인생의 또 다른 삶이 활짝 피어났다.
13일간은 내가 아니라 권순기로 살았다. 정말 기분이 좋다. 늪의 연잎이 내 마음을 아는 듯 바람타고 춤을 춘다. 따스한 햇살이 온몸을 휘감는다. 아~ 삶이란 이런 것이구나. 그래서 모두 도전을 하나보다. 권순기 교육감님! 당선되심을 감축드리옵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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